제 37장, 혈화가 피다(2)
더 로비스트는 허구의 이야기입니다.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국명, 사건등은 현실과 일절 관계없습니다. 비슷해 보여도 이는 독자분들의 착각입니다. ^^;;;;
강 옆에 자리한 넓은 땅에 철조망 울타리로 둘러진 한 부락이 있다. 무슨 꼭 수용소 같아 보이는 그곳엔 세 개의 감시탑까지 세워져 있어 침입하는데 상당히 어려워 보였다.
반군들이 골치 아파한다고 하더니 나름 이유가 있었던 모양이다. 옆으로 다가온 알렉산더가 나지막이 말을 건넸다.
“저기야?”
“지도상으로는 그래!”
“대위라는 놈! 여간내기가 아니네! 꼭 군사시설마냥 꾸며 놨잖아!”
“그럼, 뭘 해? 병사들이 반군 출신인걸...”
한 번 보라며 턱짓을 하자 뒤따라 시선을 돌리던 알렉산더가 고개를 내젓는다.
그럴 것이 강가에 나무로 만들어진 선착장 위에 한 사내가 쪼그려 앉아 자고 있다.
총을 양 다리에 낀 채로 말이다. 저럴 거면 잘 것이지 왜 근무하러 나왔는지 모르겠다. 헤인스가 메고 있던 군장에서 쌍안경을 꺼내 건네자 강현우는 주변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왼편에 트럭이 있군. 도망칠 때 잘 활용해야겠어. 그리고 감시탑 중 하나만 사람이 있고 두 개는 총만 거치 된 더미(가짜)군. 그럼, 주변 경계병은 선착장에 한 명, 철조망 부근 두 명, 건물을 오가는 사람 두 명, 감시탑의 한 명 총 여섯 명인가?’
슬쩍 뒤를 보던 강현우는 시선을 죠 쪽으로 옮겼다.
“저격 가능하지?”
“물론이지!”
“그럼, 철조망 부근 왼쪽에 있는 사람을 맡아줘! 신호는 나와 아이스 맨이 선착장에 있는 사람이 처리하면 쏴!”
“오케이! 그렇게 하지!”
죠는 걱정 말라며 주먹으로 가슴을 툭 친다.
그에게서 시선을 뗀 강현우는 알렉산더와 헤인스, 윌, 레이첼을 가리켰다.
“윌은 철조망 부근 왼편에 대기하고 있다가 적이 쓰러지면 뒤처리 좀 해줘! 그리고는 헤인스는 감시탑 병사를 저격하고, 알렉산더와 레이첼은 철조망 오른편에 있는 사람을 맡아줘! 숲과 가까워서 뒤처리하기 편할 거야. 신호는 죠와 똑같아! 모두 처리되면 죠는 알렉산더와 합류해! 저격병은 헤인스 하나면 충분할테니까 말이야. 나와 아이스 맨 역시 선착장 병사가 처리되면 곧바로 갈께. 그 전에 알렉산더는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철조망을 잘라놓고 말이야.”
“잠깐! 지금 여섯 명을 한꺼번에 처리하겠다는 거야?”
“병사들의 교대 시간을 안다면 순차적으로 했을 거야. 허나, 그걸 파악할 때까지 기다리는 건 무리야! 그러니 단숨에 모두 제압하고 들어가는 것이 승률이 더 높아!”
“그렇기는 하지만 리스크도 너무 크다고!”
“지금 리스크 운운할 때는 아닌 듯 싶지 않아?”
“...”
한숨을 푹 내쉬던 알렉산더는 알아서 하라며 손을 내젓는다.
“안으로 들어가면 중앙 건물은 알렉산더와 윌이, 좌측은 내가, 우측은 아이스 맨이, 후방은 레이첼과 죠가 맡아서 진입해 처리해! 어느 쪽이 병사가 머무는 곳인지 현재로선 알 수 없는 만큼 모두 적과 싸운다는 생각으로 건물 안으로 들어가도록 해! 그래야 실수도 덜 할테니 말이야.”
“그렇게 하지.”
레이첼의 답에 이어 남은 사람들 모두 끄덕여간다.
손목시계를 보니 새벽 1시 40분이라 적혀있었다.
작전을 펼치기엔 조금 이른 시간이지만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하였다.
“모두 시간 맞춰! 정확히! 15분 후! 작전을 시작할 테니 그 전에 장비 살펴보고 자기 포지션으로 움직이도록 해!”
일곱 사람은 강현우가 하는 대로 시간을 동시에 12시로 맞춘다.
그래야 작전을 펼칠 때 서로 정확한 시각에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강현우와 아이스 맨은 소총을 등 뒤로 넘기고는 강가로 다가갔다. 적이 알아챌까 선착장 상류 쪽으로 가 물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허리를 꾸부정하니 한 껏 숙인 채 눈 위만 남기고 강물 속에 몸을 담근 그들은 천천히 선착장 다가갔다.
꾸벅대고 졸고 있는 사내의 정면으로 간 아이스 맨은 두 팔을 쳐들어 상대의 어깨 부근에 댔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강현우는 소음기가 달린 권총을 쳐들었다.
푸슝!
“윽!”
이마에 시뻘건 구멍이 뚫려간다. 강물 속으로 머리를 처박는 사내의 어깨를 잡아 멈춘 아이스 맨과 강현우는 천천히 물속으로 그를 인도를 했다. 선착장에서 경계병이 사라지자 곧바로 헤인스가 감시탑 병사의 관자놀이를 정확히 뚫었다.
우측으로 기울어진다 싶더니 이내 바닥에 몸을 눕혔다. 끝났다 싶어 방아쇠에서 손을 떼려는데 돌연 감시탑에 한 사내가 고개를 들어올린다. 아마도 바닥에 쪼그려 쉬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를 보기 무섭게 헤인스는 방아쇠를 다시 한 번 당겼다.
푸슝!
뭐라 말을 하려는 듯 입을 벌리던 사내의 고개가 뒤로 젖혀지더니 그대로 바닥에 몸을 눕혔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그때 죠가 몸을 일으켰다. 그새 자신이 맡은 사람을 죽이고 알렉산더에게로 합류하려고 가는 것이다.
허나, 한 발자국도 내딛지 못하고 멈춰서고 말았다. 헤인스의 턱짓을 쫓아가니 이제 막 사람의 목에 칼을 꽂는 알렉산더가 보였다. 아까 멈추지 않았다면 적이 그를 볼 수도 있었던 것이다.
고맙다며 끄덕인 죠는 부지런히 다리를 움직여 알렉산더와 윌에게로 향했다. 물속에서 나온 강현우와 아이스 맨은 일행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움직였다.
그들이 도착하기 무섭게 알렉산더는 자른 철조망 울타리를 들어 들어가게끔 해준다. 마지막으로 레이첼까지 넘어간 것을 보고서야 알렉산더는 철조망 밑으로 몸을 내밀었다.
혹시나 겹칠까봐 손짓으로 둘이 갈 건물을 가리킨 강현우는 허리를 한 껏 숙인 채 왼쪽 건물 입구 옆에 붙었다. 뒤에서 걸어오는 경계병이 지나치길 기다린 것이다. 병사가 옆에서 나오기 무섭게 입을 틀어막고 목을 카림빗 칼로 그어버렸다.
“으~흡! 흡! 흡!”
두어 차례 바둥거리던 사내는 이내 몸을 축 늘어트렸다. 벽 밑으로 끌고 와 숨기고 나오던 강현우는 단검으로 경계병을 죽이는 아이스 맨을 보았다. 아주 능숙한 것이 쿠르카 용병이라는 게 허튼 소리는 아닌 듯 싶다.
물론 둘이 경계병을 해치우는 사이 알렉산더는 건물 주변에 뭔가를 설치하였다. 모양새로 보아 폭발물인 듯 싶은데 나중에 적들이 쏟아질 때 사용할 생각인 듯 싶다. 가옥 입구 옆에 선 여섯 사람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동시에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쾅!
“응?”
“너! 뭐...”
의자에 앉아 쉬고 있던 네 명의 사내들은 강현우의 등장에 의문을 표하였다.
허나, 채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음기 달린 권총이 불을 뿜어갔다.
푸슝! 푸슝!
“크윽!”
“악! 적이...”
푸슝! 푸푸슝!
푸푸슝! 푸슝! 푸슝!
“으윽!”
방에 있다 적이란 소리에 총을 들고 나오던 사내들이 가슴과 머리에 맞고 쓰러져버린다. 권총을 명치에 둔 채 잠잠해진 주변을 둘러보던 강현우가 방아쇠를 당긴다.
푸슝!
총소리와 함께 벽에 기대고 있던 한 사내의 몸이 들썩인다. 혹시나 싶어 확인 사살을 한 것이다. 막 방 안까지 살펴보고 나오던 그때 화장실 문이 열리며 한 사내가 달려 나왔다.
“이 새끼 죽엇!”
사삭!
강현우는 옆으로 피하면서 뒤춤에서 카림빗 칼을 뽑아 상대의 목을 그어버렸다.
핏물을 뿜어내는 목을 움켜 쥔 채 가래 끊는 소리를 내던 사내는 양 무릎을 꿇고 바닥에 엎어졌다.
푸슝!
확인 사살까지 마친 강현우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적 병사 수가 적군!”
화장실에서 튀어나온 사람까지 합쳐 총 아홉 명. 생각 외로 숫자가 적다. 다른 가옥에 병사들이 많이 몰렸을 수도 있겠지만 병력이 약 60명 가량 된다는 걸 고려했을 때 이보다 더 많았어야 정상이었다. 불안한 기운이 엄습해오던 그때 돌연 밖이 시끄러워졌다.
타탕! 탕!
“크아악!”
서둘러 밖으로 나와 보니 시뻘겋게 물든 어깨를 부여잡은 윌을 데리고 나오는 알렉산더가 보였다. 집 안에 아무도 없어 방을 살피다 반대쪽 방에서 나오는 사내들과 한바탕 총격전이 벌인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알렉산더가 집 안으로 다량의 수류탄을 까서 굴렸다는 것이다.
콰쾅! 콰콰쾅!
갑작스런 폭발음에 주변에 있던 모든 병력들이 잠에서 깨어났다.
“뭐야?”
“총소리인데?”
“비명소리도 들려?”
타타탕! 탕!
“적이다! 적!”
총소리에 다들 손에 총 한 자루씩 들고 밖으로 나온다. 이쯤 되면 소음기는 없으나마나한 상황이라 강현우는 Mk. 18 MOD. 0 M4A1 CQBR Block 1를 쳐들고 불을 뿜어갔다.
타탕! 타타탕!
“으악!”
“왼편에 적... 아아악!”
뒤늦게 알렉산더와 죠, 아이스 맨도 총을 쳐들고 싸움에 끼어 들어온다.
탕! 타탕! 탕!
타타탕! 탕!
“아아악!”
삽시간에 주위는 진한 화약 냄새로 도배가 되어 버린다. 사방에서 쏴대는 귀가 멍해지는 가운데 총을 쳐들던 한 사내의 옆머리가 터져나간다. 후방에서 헤인스가 저격으로 지원에 들어간 것이었다.
철컥!
후방에서 스코프 속에 다음 사내를 담은 헤인스는 호흡을 멈춤과 동시에 방아쇠를 당겼다.
순간 사내의 몸이 휘청이더니 시뻘건 핏물과 함께 바닥에 엎어져갔다. 동료들이 쓰러지는 것을 본 한 사내가 큰 소리로 외쳤다.
“뭐해? 다들 쏴! 죽여! 죽이란 말이야!”
나름 조직에서 위치가 있었던 것일까?
주위 사람들 모두 총을 쳐들고 쏴대기 시작했다.
타탕! 타타탕!
파파팍! 파파팍!
폭풍우처럼 몰아치는 총세례가 나무판자로 이루어진 집을 뒤덮어간다.
“크윽!”
벽에 기대어 숨어 있던 죠가 허리를 숙인다.
집벽을 뚫고 날아든 총알이 옆구리를 관통했던 것이다.
바닥에 주저앉는 그를 본 아이스 맨이 황급히 자신의 쪽으로 이끌었다.
타타탕! 탕!
파팍! 파파팍!
날아든 십여개의 총알이 주위 땅에 박혀간다.
움직이지도 못한 채 굳어있는 그들을 본 레이첼이 M249 경기관총을 쳐들었다.
M249 특유의 묵직한 총소리가 주위를 퍼져나간다. 그리고 그것은 폭풍우가 되어 적에게 쏟아져 내렸다.
타타타타탕! 타타타탕!
“아아악!”
“으윽!”
“으~악!”
휘몰아치는 총세레에 비명과 함께 적들이 시뻘건 핏물 웅덩이에 쓰러져간다.
뒤이어 탄창을 교환한 강현우가 막 소총을 쳐들던 그때 굉음과 함께 주변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콰쾅! 쾅!
즐겁게 읽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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