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6장, 여자의 맘을 달래는 법!(3)
더 로비스트는 허구의 이야기입니다.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국명, 사건등은 현실과 일절 관계없습니다. 비슷해 보여도 이는 독자분들의 착각입니다. ^^;;;;
점원이 밖으로 나가자 박기태가 젓가락을 들었다.
“일단, 먹고 이야기하도록 하세.”
“그냥 말씀하십시오. 속편하게 먹게 말입니다.”
물끄러미 강현우를 보던 그는 테이블에 젓가락을 놓았다.
모양새로 보아 말하기 전까지는 먹지 않을 듯 싶어서 였다.
“내가 부른 것이 부담이 됐나 보군.”
“아니라면 거짓말일겁니다.”
“솔직하군.”
맘에 들었던지 피식 웃던 박기태가 말을 하였다.
“오늘 자넬 이곳에 부른 것은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었네. 자네가 의도하진 않았지만 레바논을 비롯해 UAE, 필리핀까지 상당부분 국가가 이득을 본 상태니 말이야. 물론 국정원도 그간 풀리지 않았던 필리핀 공작들이 해결 되었고 말이야.”
“국가에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그만 하게! 자네에게 그런 말 듣자고 자넬 이 자리에 부른 것은 아니니 말이야.”
박기태는 술잔을 하나를 들어 강현우 앞에 놓았다.
그리고는 술병을 들어 채우며 말을 하였다.
“듣자니 PMC를 할 거라고 하던데 맞나?”
흠칫거리던 강현우의 시선이 들려진다.
윌과 PMC 이야기 나눈 게 불과 오일 전 일이다.
그걸 국정원에서 알고 있다는 게 놀라워서 그런 것이다.
빙그레 웃던 박기태가 들고 있던 술병을 내려놓았다.
“그리 시끄럽게 떠들어 놓고도 모를거라 생각했나?”
“떠들었다? 그건 또 무슨 말입니까?”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던 박기태가 한 바탕 웃어간다.
“아무래도 동업자가 자네 몰래 한 짓인가 보군.”
“동...업자?”
순간 머릿속에 윌의 얼굴이 스쳐지나간다.
곧바로 서류 작업 들어간다더니 진짜로 했나보다.
그것도 떡 하니 동업자로 강현우 이름을 써서 말이다.
한숨을 내쉬는 그에 이제야 상황 파악했냐며 박기태는 또 한 번 웃는다.
“대충 눈치를 챈 듯 싶네만 어제 외교부에 윌이란 이름을 가진 이가 자네를 공동 대표로 삼은 회사를 설립한다는 서류가 날아왔네. 그로인해 현재 외교부는 물론이고 외국환은행까지 아주 벌집이 되었다네. 하긴 한국에서 PMC 회사를 차리겠다고 나선 극히 일부분이니 놀랄 만도 하겠지.”
“상황이 안 좋습니까?”
“걱정 할 필요 없네. 지금쯤이면 다 정리 됐을 테니까 말이야.”
“정리가...됐을 거라고요?”
“그간 나라를 위해 해준 일이 있는데 그 정도는 해줘야하지 않겠나? 안 그런가?”
씨익 웃는 박기태의 모습에서 국정원이 개입했음을 알게 해준다.
일이 수월해져 고맙긴 한데 정보기관이 나섰다는 게 왠지 좀 꺼림칙하다.
그렇다고 이미 끝난 일을 뭐라 하기도 그래서 그냥 넘기기로 하였다.
자신의 잔에 술을 채운 박기태를 위로 치켜들었다.
“근데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네. 왜 군수 지원 회사인가? 듣자니 용병으로 뛰어도 될 실력이라고 하던데 말이야.”
“그쪽이 돈이 더 벌리는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확실히 군수 지원 쪽이 돈을 더 많이 벌기는 하지. 취급하는 게 군수품을 비롯해 무기까지 가능하니까 말이야.”
비워진 술잔을 내려놓던 강현우가 멈칫댄다. 그것도 잠시 술병을 들어 상대 잔을 채웠다. 한국에선 이렇게 하는 것이 예의라 들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것까지 채운 그가 술병을 테이블에 놓고 물었다.
“PMC라도 무기 판매는 불법입니다. 그럴 생각 없으니 염려 마십시오.”
“당연히 불법은 안 되지. 아니면 문제 될 것 없지만 말이야.”
“...”
묘한 뉘앙스의 그에 강현우의 콧등이 찡그려진다.
그런 그에도 아랑곳 하지 않은 채 박기태는 술잔을 들어 마신다.
그리곤 회 몇 점 들어 먹더니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낮에 마셔서 그런지 취기가 도는 군. 난 이쯤 하고 일어설테니... 자네는 마저 먹고 나오게! 돈 걱정은 말고 말이야.”
양복을 챙겨 일어서던 그가 깜박했다는 듯 물었다.
“혹시 PMC에서 사람 구하나?”
“지금은 계획이 없는 걸로 압니다.”
“아쉽군. 내가 아는 이 중에 능력이 제법 되는 이가 있었는데 말이야.”
씨익 웃던 박기태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통로에서 기다리고 있던 오태석이 뒤에 따라붙는다.
가게 앞에 주차 된 차 근처로 간 그는 타라고 손짓 한다.
오태석까지 뒷좌석에 올라타자 멈춰서있던 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슬쩍 눈치를 살피는가 싶더니 박기태에게 물었다.
“말씀하셨습니까?”
“일단, 운은 띄워났네.”
“그가 알아챌까요?”
“아마도... 챘을 것이네. 그의 눈빛으로 볼 때 말이야.”
아까 나올 때 강현우가 자신을 쏘아보던 걸 떠올리며 박기태는 답을 하였다.
걱정스런 눈빛을 자아내던 오태석이 다물고 있던 입술을 벌렸다.
“반감을 가지지 않을까요? 미러 컴퍼니(Mirror Company: CIA가 무기 판매에 쓰는 회사를 통칭하는 말로 흔히 정보기관이 무기를 파는 조직을 뜻한다.) 말입니다.”
“딱히 없을 걸세. 하기 싫으면 안하면 되니까 말이야.”
강현우는 그러질 못할 거라는 걸 알고 있다. 분명 박기태가 그리 만들 것이니 말이다.
그라면 충분히 그럴테니까 말이다. 복잡한 머리에 한숨을 내쉬던 그때 강현우는 가게를 나서고 있었다. 박기태가 한 말 때문에 신경이 쓰여 먹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미러 컴퍼니를 만들겠다는 것인가?”
사실 정보기관 중 불법 무기 거래 상인을 만든 것은 미국이 최초이다. 그럴 것이 정부에서 나오는 돈은 한정이 되어 있고 쓰는 돈은 많다보니 CIA로서도 어쩔 수 없었던 것이다.
그건 미국방부인 펜타곤도 상황은 마찬가지라 나중에는 둘이 같이 사업을(?) 펼친 적도 있었다. 어쨌든 박기태의 언행으로 무기 거래 상인을 만들고 싶어하는 것은 확실한 듯 싶다. 문제가 있다면 합법적으로 하길 원한다는 것이랄까? 무기 거래라는 것이 통상적으로 UN에 보고해야하는 만큼 가능할까가 의심스럽기는 하지만 말이다.
택시를 타려고 주위를 살피던 강현우는 은행과 보석가게를 보고는 생각에 잠겼다.
뭔가 고민을 한다 싶더니만 발걸음을 돌려 은행으로 향했다. 잠시 후, 밖으로 나온 그는 보석 가게로 들어갔다. 그간 마음 고생하셨을 어머니를 위해 반지라도 하나 사려는 것이다. 이리저리 반지를 살피고 있는데 돌연 리비아탄에게 전화가 왔다.
“무슨 일이야!”
“혹시 니키리스크라고 알아?”
“알아! 인터넷에서 봤어. 정부나 기업의 비리를 폭로하는 사이트이잖아!”
“잘 아네! 내가 그곳과 연관이 있어서 들은 이야기인데 조만간 큰 건이 터진다는 소리가 있어. 그것도 중방 지방 나라들에 대한 내용들이 말이야.”
“어느 정도로 큰 건데?”
“최대 내전까지 갈 수 있는 것들이야.”
“내전은 곤란한데...”
강현우는 찡그린 콧등을 긁적인다.
맘에 안 들어 하는 말투에 리비아탄이 물어온다.
“그건 왜?”
“중동에서 내전이 벌어진다는 건 미국이 참전 한다는 소리거든! 그 말은 곧 내가 쪽박 찬다는 거지!”
“네가 원하는 건 혼란스럽긴 해도 내전까지는 안 갔으면 한다는 건가?”
“그래야! 우리도 콩고물 떼어 먹을 수 있을 테니까 말이야.”
“하긴 군수 산업은 전쟁보다 그 직전이 더 잘 되니 그럴 만도 하겠네.”
“세상일이라는 게 내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니 일단은 지켜봐야지. 어떻게 흘러가는 지 말이야. 그러니 동향을 살피다가 무슨 문제가 생기면 알려줘!”
“알았어! 그렇게 하지. 그리고 웬만하면 다이아 박힌 걸로 사!”
“다이아? 그건 왜?”
“여자들은 비싼 걸 좋아한다고!”
“그래?”
콧등을 긁적이던 강현우는 가게에서 제일 비싼 것을 달라고 하였다.
반지가 담긴 조그만 상자를 소중하게 두 손에 쥐고 집에 돌아왔건만 정작 당사자인 어머니는 안방에서 나오질 않고 있었다. 걱정 어린 마음에 방에 들어가 그녀를 지켜보던 강현우는 반지와 통장 하나를 꺼내 머리맡에 두고 나왔다. 막 안방 문을 닫는데 현관문이 열리며 아버지가 들어왔다.
회사를 관둔 뒤로 점심 쯤 밖으로 나가 인근 공원 한 바퀴를 돌고 오신다. 지금 들어오는 것도 다 그 때문이라고 할 수 있었다.
“어머니 일어났니?”
“아니요! 누워계세요.”
“그래?”
한숨을 내쉬던 그는 강현우를 지나쳐 안방으로 들어갔다. 불을 키고 옷을 벗어 옷걸이에 거는데 머리맡에 놓인 통장과 조그만 상자가 보인다. 뭔가 싶어 쳐다보는데 마침 눈을 뜬 어머니가 물어왔다.
“산책 갔다 왔어요?”
“어! 근데 방에 사람이 드나드는 것도 모르고 자고 있었어?”
“방에 누가 들어 왔었어요?”
턱짓을 따라 고개를 돌리니 통장과 조그만 상자가 보인다.
통장을 펼쳐보니 그 안에는 2억원의 돈과 함께 묘한 글귀 이름으로 적혀 있었다.
통장 이름: 엄마! 결혼자금입니다. 관리 부탁해요!
“이놈이!”
다 커서도 부려먹는다고 혀를 차면서도 입가에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큰 누나나 둘째 마냥 이젠 품에서 떨어져 나가 혼자 살 줄 알았는데 이렇듯 손에 쥘 동앗줄 하나를 둘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조그만 상자를 열자 그 안에 반지 하나가 있었는데 다이아라고 해야할지, 큐빅이라 해야할 지 모를 이상한 것이 달려있다. 강현우가 준 것이기에 값어치 따윈 상관 없었던 그녀는 손에 끼고는 좋아했다.
“여보! 이쁘죠?”
“그거 뭐야? 현우가 준거야?”
“예! 자고 있는 동안 놓고 갔네요.”
“그 자식! 통장에 돈 좀 있다고 생색 좀 냈나 보네.”
“아들이 사준 걸 가지고 그리 말하는 아버지가 어디 있어요?”
눈을 흘기는 그녀에 강현철은 정색을 한다.
“이봐! 아직 당신은 내꺼라고! 목숨 걸고 장인어른에게 당신을 달라고 했던 나, 강현철의 것이라고!”
“훗!”
질투 아닌 질투에 어머니는 이내 웃고 만다.
기분이 쳐진 것 같아 오버를 했는데 그게 먹힌 모양이다.
“헛소리 그만 하고 나와요! 점심 먹게! 참! 현우, 외국 언제 가죠?”
“이틀 뒤에 간다고 하던데...”
“빨리가네요.”
“그러게! 너무 빨리 가!”
아버지도 서운한 듯 한숨을 푹 내쉰다.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는 그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뭔가 싶어 보던 강현철이 물었다.
“뭐야?”
“먼 길 가는 애 든든하게 먹여야죠. 그럴려면 시장에 가야되고요!”
“도....돈 달라고!”
“예! 기쁜 맘으로 주세요. 아셨죠?”
빙그레 웃는 그녀에게서 안주면 죽인다는 무언의 메시지가 날아든다.
결국 아버지는 품에서 지갑을 꺼내 용돈이 든 카드를 건냈다.
“조그만 써! 내 용돈 카...”
“잘 쓸게요!”
더 들을 거 없다는 듯 어머니는 몸을 돌려간다. 그리고 이날 저녁, 대인배답게 한 상 거하게 식탁에 차려졌고 가족들은 자기 전 소화제 드링크를 하나씩 먹었다고 한다. 나름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라면서 말이다
즐겁게 읽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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