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5화, UAE 진출(2)
더 로비스트는 허구의 이야기입니다.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국명, 사건등은 현실과 일절 관계없습니다. 비슷해 보여도 이는 독자분들의 착각입니다. ^^;;;;
이틀 뒤, 12월 1일. UAE ASAB 동쪽 사막을 가로 지르던 네 대의 차가 멈춰 선다.
차문이 열리고 십여 명의 사내가 쏟아져 나왔다. 그중 강현우는 윌과 레이첼과 함께 걷고 있었는데 정방을 윌이 고개를 옆으로 움직여 나지막이 물었다.
“현우! PMC 회사 치고는 너무 단촐한 거 아니야?”
“말은 바로 해야지. 단촐한 게 너무 큰 거지? 안 그래?”
“확실히... 레이첼 말대로 크긴 크네.”
그들 앞에 있는 강현우가 갈라인이 준 회사 부지는 크다 못해 하나의 성을 보는 듯 했다. 근 300평에 가까운 넓은 대지에 사무실로 보이는 3층짜리 건물 하나와 2열로 늘어선 컨테이너 박스 그리고 컨테이너 운반 차량 6대. 거기다 감시탑으로 보이는 4개의 구조물과 주위를 둘러싼 철조망은 그 누가 봐도 군사시설이었다.
콧등을 긁적이는데 시설 관리인이라는 살라트가 다가왔다.
“오셨습니까? 관리인 살라트입니다.”
“아! 갈라인이 이곳에 두었다는 분이군요.”
“예! 그렇습니다.”
두 사람은 반갑게 악수를 나눈다.
살라트는 사람들을 데리고 정문으로 향했다.
“근데 왜 이 황량한 사막 한 가운데에 사무실을 준 겁니까? 철조망은 왜 되어 있는 거고 말입니다.”
“UAE에선 비즈니스 존이라고 해서 회사들이 거주 할 수 있는 지역이 있습니다. 물론 그곳 외에도 위치할 수 있지만 UAE 국민 외에는 불가능한데다가 업종도 정해져 있습니다. 거기다 UAE에는 군수 지원 회사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물론 다른 PMC 회사들도 거의 없다시피 하고 말입니다. 갈라인 부총리님께선 주위 여건을 고려해 이곳에 사무실을 만들게 했고 더불어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 철조망까지 두르게 한 것입니다.”
“치안 문제 때문입니까?”
옆에서 듣고 있던 윌이 슬쩍 질문을 던져온다.
이에 살라트는 맞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아무래도 PMC 자체가 무기를 다루다보니 음성 판매를 하는 경우가 많아 그런 것이죠.”
“하긴 PMC 회사들이 불법으로 무기 판매를 많이 들 하지. 이란에 있던 한 회사는 무기 팔다 걸려서 사장을 비롯해 직원 모두 추방당해 다시 못 들어간다고 하더라고!”
윌의 말대로 PMC 회사들의 불법 무기 판매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빈번하다.
무기 판매는 안 한다 해도 주선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갈라인으로서는 경계를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강현우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는지 모른 척 내색하지 않았다. 괜히 말 꺼냈다가 무기 파는 것으로 의심을 사는 이래저래 골치 아프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가만있기도 뭐해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안심을 시켰다. 살라트도 걱정 안한다는 듯 그것에 대해 더는 언급하지 않았다.
정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살라트는 윌과 강현우를 사무실로 데려갔다.
갈라인이 보냈다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문을 열자마자 지팡이를 짚은 채 창밖을 보는 한 사람이 있었다. 왠지 뒷모습이 낯익다 싶던 그때 사내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의 얼굴을 본 강현우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미스터 강! 오랜 만입니다,”
“예! 오랜 만입니다. 비톤!”
두 사람은 악수를 나누며 반가워하였다.
뒤에서 지켜보던 윌이 나지막이 물어왔다.
“아는 사람이야?”
“아! 갈라인 딸인 소피아를 경호 한 적이 있는데 그때 경호팀장이셨어.”
“그래?”
일전에, 강현우가 알렉산더로부터 갈라인 밑에서 경호원을 했었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기에 별 말 하지 않고 넘겼다. 비톤을 데리고 쇼파로 자리를 옮긴 강현우는 그간의 일에 대해 물었다.
“소피아는 어떻게 하고 절 보러 온 겁니까?”
“전 더 이상 경호팀장이 아닙니다. 그쪽 일을 그만 뒀거든요.”
“경호원... 그만 뒀다고요?”
강현우의 콧등이 찌푸려진다. 비톤이 자신의 몸을 던져 소피아를 구하려 했던 걸 잘 아는 그로서는 경호팀장을 그만두게 한 것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표시했다. 그간 보아온 갈라인의 성품이 있어 더욱 더 그렇다. 점점 표정이 굳어지는 그에 비톤은 두 눈을 꿈벅였다.
“갑자기 왜 그래? 설마... 갈라인 부총리께서 날 잘랐다고 생각한 거야? 그런 거면 큰 오해 한거야. 왜냐면 난 승진했거든! 소피아님의 경호팀장에서, 갈라인 부총리의 가족을 책임지는 보안 총책임자로 말이야.”
절대로 오해하지 말라며 비톤은 손을 내젓는다.
그제야 강현우의 콧등이 펴지며 입가에 미소가 그려진다.
“그런 거야? 난 또... 갑자기 그만뒀다고 하니까 잘린 줄 알았지. 근데 보안 총책임자라... 그 정도면 파격 승진 아니야?”
“한 회사의 공동 대표가 된 사람에 비할까?”
“구멍가게 공동 대표가 뭐가 대단하다고 그래?”
“이봐! 구멍가게 다른 공동 대표가 옆에서 듣고 있거든! 말조심 하지!”
구멍가게라 칭한 게 맘에 안 드는 지 윌이 불쾌감을 표한다.
그런 그에게 미안하다며 말을 한 강현우는 이곳에 온 이유에 대해 물었다.
“사실 갈라인 부총리께서 오셨어야 하는데 갑자기 일이 생겨서 내가 대신 왔어.”
“의뢰를 하러 왔다는 말입니까?”
한 차례 끄덕이던 비톤은 품에서 지도 한 장을 꺼내 탁자에 펼쳤다.
중동 지방만 나온 것인데 곳곳에 붉은 점이 찍혀 있는 것이 배달할 곳인 듯 싶다.
강현우는 말없이 지도를 살피다 고개를 쳐들었다.
“사우디, 예만, 오만, 레바논, 이라크... 상당히 많습니다.”
“그렇긴 한데 다들 인접 국가들이라 도로를 따라 가면 되니까 갖다 오기 편할 거야. 2주 안으로 다 배달해줘!”
“2주? 배달 일수가 너무 적은 거 아닙니까?”
“국토 횡단하듯 갔다 오면 되는데 뭐가 부족하다는 거야. 내 보기엔 열흘이면 수송 끝나겠구만!”
“저희가 단순 배달업체면 그렇게 할 수 있죠! 거기다 다섯 나라나 국경을 통과하려면 입국 심사대에서 보내는 시간만도 족히 이틀, 아니 PMC 업체니까 족히 나흘은 걸릴 텐데 어떻게 열흘 만에 다녀 올 수 있다는 말입니까?”
“그건 걱정 말게! 갈라인 부총리께서 다섯 나라에 연락해 국경에서 입출국 심사가 빨리 처리 될 수 있도록 할 테니까 말이야.”
콧등을 긁적이던 강현우가 윌에게 시선을 던졌다.
그 역시 예상했던지 어서 말하라며 눈짓을 한다.
“네 생각은 어때?”
“일단, 배달할 곳의 위치로 보아 그다지 어려울 것 같지는 않는데 문제는... 배송 횟수네. 횟수가 많아지면 일처리는 편해지겠지만 그만큼 시간은 오래 걸릴 테니 말이야. 많이 잡아되 4회를 넘기면 안 될 것 같아!”
“횟수도 문제지만 인원도 문제야! 현재 가용 인원은 최대 신입을 포함해 열 명! 반으로 나눌 경우 다섯 명이 가야 한다는 건데 그렇게 되면 경호에 문제가 생길 수 있을 것 같거든... 못해도 일곱에서 여덟 명은 가야 어느 정도 커버가 될 것 같은데 그렇게 되면 누군가는 쉬지 못하고 재차 호송에 나가야 한다는 소린데...”
윌이나, 강현우나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중동에는 노상 강도떼가 가끔씩 모습을 드러낸다. 대부분 전직 용병들이거나 테러 단체에 소속된 이들이 자금을 벌기 위해 그런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 있어 군수 지원 업체가 호송하는 물품은 그야말로 최고의 타겟이다.
물품 의약품이나, 식량, 무기 등 대부분 돈과 직결이 되는 것들이라 더욱 더 그렇다. 이점을 생각했을 때 탑승 인원이 적으면 큰 문제가 된다. 고민을 하는 그들을 지켜보던 비톤이 말을 건넸다.
“인원이 적으면 운전수를 붙여줄 수 있는데? 그건 어때?”
“운전수를 붙여 준다고?”
“어! 나도 군에 있을 때 후방에서 물품 호송을 몇 번 한 적이 있는데 그중 한 번은 운전병이 없어서 병사들이 대신 했는데 운전을 겸했던 병사들이 상당한 피로감을 호소하더라고! 내 생각엔 운전수를 붙여 주는 것만으로도 배송 시간 단축과 용병들의 체력 유지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 같거든!”
확실히 장시간 이동을 해야 하는 특성을 생각하면 확실히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다.
슬쩍 시선을 돌려보니 윌도 맘에 드는 지 끄덕거려간다. 이에 마음을 정한 강현우가 비톤에게 말을 하였다.
“좋아! 운전수를 지원 받도록 하지.”
“준비하도록 하지! 아! 내일까지 운송 계획을 짜줘야 해! 그래야 우리도 일꾼들을 써서 배송처에 맞게 물품들을 컨테이너 차에 실어 놓을 테니까 말이야.”
“물품은 어디 있는데?”
“뒤쪽 컨테이너 박스에 담아 뒀으니까 걱정 마!”
알겠다며 끄덕이던 강현우가 슬쩍 상체를 앞으로 내민다.
이제 제일 중요한 거래 대금 문제가 남아있기 때문이었다.
“13곳 호송료는 얼마 줄거지?”“갈라인 부총리께서는 US 6만달러를 말하시더군.”
“6만달러?”
순간 강현우의 콧등이 찡그려진다.
생각보다 적은 액수에 그런 것이다.
‘6만달러면 대략 한화로 약6783만원. 13번이니까 1번당 521만원 정도... 직원은 다해서 11명이니까 한 명당 47만원이네. 부대비용 빼면 대략 40만원인가? 즉, 13번 호송을 뛰면 1인당 520만원 번다는 소리네. 윌이 데리고 있는 용병들의 연봉은 대략 9000만원이니까 1달 월급은 693만원이라는 건데... 좀 부족하네.’
173만원 손해. 물론 2주만 호송을 나가니 나머지 기간 동안 또 다른 호송을 뛰면 충분히 흑자로 바뀔 수 있다. 하지만 용병의 일거리가 불규칙하다는 걸 생각하면 그리 좋다라고 할 수 없었다. 곰곰이 생각하던 강현우가 제안을 던졌다.
“십만 달러 줘!”
눈살을 꿈틀대던 비톤이 물었다.
“너무 쎄단 생각 안 드나?”
“십오만 달러 받을 걸 겨우 참고 하는 말이야. 건당 1130만원이라니? 이건 노동력 착취라고...”
“크~흠!”
확실히 건당 1130만원은 PMC 회사 치고는 적긴 하다.
잠시 생각에 잠기던 비톤이 강현우에게 물었다.
“팔만 달러는 어때?”
“십일만 달러!”
“구만 달러... 더 이상은 안 돼!”
강현우는 한껏 눈매를 좁힌 채 상대를 본다.
표정으로 보아 상당히 맘에 안들어 하는 듯 하다.
한참을 말없이 쳐다만 보던 그가 굳게 다문 입술을 벌렸다.
“단, 이번만이야. 다음부터는 건당 구천 달러는 받아야겠어. 난 기업가지. 자선 사업가는 아니거든!”
구천 달러가 마지노선이라고 못 박는다.
비톤은 알겠다며 끄덕여간다.
“네 말대로 다음엔 이번보다 더 많이 받을 수 있게 해주지!”
“좋아! 그거면 돼!”
그 정도면 된다며 강현우는 답을 한다. 이후, 비톤은 호송 일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하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가 사무실을 나가자 윌이 강현우에게 말을 건넸다.
“5개국 13곳이나 되는 데 괜찮겠어?”
“무리해서라도 해내야지.”
“어째 꼭 해야 하는 것처럼 말하는데 왜 그런 거야?”
“현재 중동 지방 분위기가 어떤지 알아?”
“살얼음판이라는 건 대충 들어 알고 있지.”
확실한 정보통이 없어서 그런지 잘은 모르는 듯 싶다.
자세히 설명할 필요는 없지만 대강은 알아줘야 할 듯 싶어 설명을 하였다.
“얼마 전, 니키리스크에서 대폭로를 했다는 건 알지?”
“알고 있지! 그것 때문에 한동안 세상이 시끄러웠거든!”
“그럼, 그때 폭로한 내용이 뭔지 알고 있어?”
“미국의 외교 문서가 유출 됐다는 정도? 근데 그게 중동과 무슨 상관이야.”
“니키리스크가 폭로 한 것 중에는 중동 국가 정부의 부패와 비리도 있었거든! 그것도 아주 상세하게 말이야.”
예상 밖의 말인 듯 윌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뜬다.
멍하니 쳐다보던 윌이 그게 사실이냐고 물어온다.
“방금 말 한 거 진짜야!”
“지금 네 말은 현 중동이 상당히 불안정하다는 거잖아! 안 그래?”
“안 좋긴 한데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을 듯 싶어. 내전 보다는 국민들의 대규모 시위가 이어질 것 같거든!
“대규모 시위? 그럼, 정부가 전복될 가능성도 있다는 소리야?”
“없다라고는 할 수 없겠지.”
복잡한 머릿속 때문인지 미간이 연신 좁혀들었다 펴진다.
이마를 감싸 쥐고 잠시 생각에 잠기던 윌이 시선을 들었다.
“잠깐! 넌 이 모든 상황을 알고서도 중동에 오자고 한거야?”
“우리에겐 기회니까...”
“기회?”
그렇다며 강현우는 끄덕인다.
“중동 국가들 인접 나라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정부의 반대쪽 세력을 지원하곤 하지. 소련이 이슬람 테러 집단을 지원해 미국에게 공격하는 것처럼 말이야. 즉, 지금 같은 혼돈의 상황에선 서로 지원하는 세력을 돕기 위해 나설 거란 소리지. 갈라인이 우릴 통해 지원을 하는 것처럼 말이야. 그 점을 잘만 활용한다면 금전적으로 상당한 이득을 취할 수 있을 것이고 중동의 혼란이 끝날 때쯤 정부는 물론이고, 반대쪽 세력까지 우리와 연을 맺게 될 거야. 그 말은 중동에서 우리의 영향력이 상당히 높아질 거란 거지.”
묵묵히 듣고 있던 윌의 미간이 좁혀든다. 상당히 구미가 당기는 이야기지만 그만큼 위험도도 컸다. 즉,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는 소리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중동이기에 더욱 더했다. 턱 밑을 만지작대던 윌이 물었다.
“네가 한 말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
“충분해! 아니, 내가 꼭 그렇게 만들고 말거야.”
“기세 한 번 좋네! 좋아! 한 번 네 말대로 해보자고! 남자로 태어나서 밑바닥에서만 나뒹굴 수는 없으니 말이야.”
동참하겠다는 그의 말에 강현우는 밝게 웃어간다.
지금 상황에선 그 누구보다도 윌의 도움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두 사람은 한참을 중동 상황에 대해 논하며 이후의 일정에 논의 해가기 시작했다.
즐겁게 읽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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