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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림 님의 서재입니다.

하남자의 메이저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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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림
작품등록일 :
2024.07.30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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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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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자의 메이저리그 - 와인은 숙성이 필요하다 04 -

DUMMY


최고의 스프링 캠프는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리포터의 질문에 메이저리그의 한 감독은 이렇게 대답했다.


- 최고의 시즌 준비는 개막전까지 부상자가 발생하지 않는 것입니다.


메이저리그 감독을 가장 어렵게 하는 것은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는 것이나 기량이 급락하는 것이 아닌 갑작스러운 부상이었다.

올해 피츠버그 파이리츠도 부상이라는 재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마지막 시범 경기에서 부상을 당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동안 부상자가 나오지 않았던 게 운이 좋았던 거야.”


마지막 시범 경기에서 부상을 당한 선수는 피츠버그 파이리츠의 3선발 제러드 존스였다.


“어떻게 할까요?”

“어떻게 하다니?”

“존스를 대체할 수 있는 선수를······.”


워렌 감독이 살짝 목에 힘을 주며 말했다.


“대체 선수는 프런트에서 결정할 사항일세.”


그는 대체 선수를 추천할 수는 있어도 선택할 수는 없었다.

에드가 타격 코치가 모두를 향해 말했다.


“존슨 단장의 결정을 기다리도록 합시다.”


피츠버그 코칭 스텝의 회의는 그의 한 마디와 함께 다음 주제로 넘어갔다.


같은 시각.

피츠버그 파이리츠 홈구장 PNC파크.

캠 존슨 단장은 개막전을 준비하던 도중 비보를 듣게 되었다.


“뭐? 존스가 부상을 당했다고?”


운영팀장 가이 알렉산더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2회초 투수 앞 땅볼을 수비하다가 발목에 부상을 당했다고 합니다.”


캠 존슨은 그의 보고를 받고는 부단장 미키 필드에게 전화를 돌렸다.


“미키?”


피츠버그 부단장 미키 필드는 선수단과 함께 아직 플로리다 스프링 캠프에 머물고 있었다.


“존스 때문에 전화하셨군요.”

“맞아.”

“부위가 좋지 않습니다.”

“얼마나?”

“정밀검진을 받아야 정확한 복귀 날짜가 나오겠지만, 당장은 뛸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제러드 존스의 개막전 로스터 합류가 불가능하다는 대답이었다.


“자네가 보기에 15일인가? 60일인가?”


캠 존슨 단장이 10일짜리 부상자 명단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개막전 합류가 불투명할 정도라면 10일짜리 부상일 리 없다는 뜻이었다.


“15일에 가까운 60일인 것 같습니다.”


만약 60일 명단에 등재가 된다면 전반기 등판이 어려울 수도 있었다.


“하필 지금······.”

“캠, 대체 선발이 필요합니다.”

“알고 있네.”


캠 존슨 단장이 미키 필드 부단장에게 전화를 건 이유도 대체 선발을 선택하기 위해서였다.

그가 미키 필드 부단장에게 물었다.


“자네는 누굴 로스터에 올리는 게 좋을 것 같나?”


제러드 존스가 부상자 명단으로 빠지게 되면 피츠버그는 40인 로터에 속한 선수 한 명을 26인 로스터에 올릴 수 있었다.


“두 가지 길이 있습니다.”

“두 가지?”


미키 필드 부단장은 어느 한 선수를 추천하는 대신 방법론을 이야기했다.

이는 선수 선택에 대한 책임을 단장인 캠 존슨에게 넘기기 위함이었다.


“첫 번째는 선발 투수를 트리플A에서 올리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4선발부터 한 칸씩 앞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4선발 베일리 필터로 4선발 제러드 존스를 대신하고, 그의 빈 자리는 다시 5선발 제이크 우드포드가 메우는 방식이었다.

이는 아직 시즌이 개막하지 않았기에 쓸 수 있는 방법이었다. 시즌 중이라면 선발 투수의 등판 날짜를 당기는 일은 시도조차할 수가 없었다.


“두 번째 길은 무엇인가?”

“선발 투수 대신 불펜을 한 명 올리는 겁니다. 이 경우에는 오티즈를 선발로 쓸 수 있겠죠.”


피츠버그 불펜의 롱 릴리프 젠 오티즈는 선발이 가능한 투수였다.

그는 실제로 지난 시즌 선발로 나선 5경기에서 2승을 올린 바 있었다.


“음, 오티즈를 선발로 쓴다인가?”


이쪽도 나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오티즈를 대신할 롱 릴리프가 마땅하지 않단 말이지.’


팀 전력만 생각하면 전자를 택해야 했다. 하지만 전자에는 문제가 한 가지 있었다.


‘전자의 문제는 세호인가?’


윤세호.

그는 시범 경기에서 선발로서 실력을 증명해 보인 바 있었다.

하지만 그를 콜업하면 100만 달러의 메이저리그 승격 보너스를 지급해야 했다.


‘개막과 동시에 100만 달러인가?’


캠 존슨 단장은 살짝 억울한 감이 있었다. 그의 침묵이 길어지자 미키 필드 부단장이 말끝을 높였다.


“캠? 들립니까?”


캠 존슨 단장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후······. 양쪽 모두 고민이 있어서 말일세.”


미키 필드 부단장은 그의 고민이 무엇인지 꿰뚫어 보고 있었다.


“아마 제 고민과 같은 고민인 것 같군요.”


전자를 선택하면 세호의 보너스가 걸리고, 후자를 선택하기에는 가프너의 흔들리는 폼이 걱정이었다.


“자네도 나처럼 결론을 내리지 못했나?”


그의 물음에 미키 필드 부단장이 대답했다.


“전 결정을 내렸습니다.”


캠 존슨 단장이 눈썹을 세웠다.


“결정을 내렸다고?”

“하지만 캠과 제 결정이 같진 않을 겁니다.”

“일단 자네의 결정을 들어보고 싶군.”

“제 결정은······.”


캠 존슨 단장은 미키 필드 부단장의 결정과 그 이유를 듣고 난 뒤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미키, 이번 일은 자네 생각대로 처리하게.”


그는 미키 필드 부단장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 * *


인디애나 폴리스 빅토리아 필드.

빅토리아 필드는 피츠버그 파이리츠의 트리플A팀 인디애나 폴리스 인디언스의 홈구장이었다.

이곳의 넓은 그라운드는 예상 이상으로 잘 관리가 되어 있었다.


“스카이 박스도 제대로 갖춰져 있고, 잔디도 메이저리그 구장 부럽지 않은데?”


윤세호는 외야 왼쪽으로 메리어트 호텔을 보며 두 손을 위로 올렸다.

스프링 캠프에서 룸메이트였던 가프너가 함께 몸을 풀며 말을 받았다.


“인디애나 폴리스 사람들에게 홈팀이 어디냐고 물으면, 모두 인디언스라고 대답하지.”


인디애나 폴리스 인디언스는 이곳 사람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야구단이었다.


“음, 그러니 이 정도 시설을 갖출 수 있었던 건가?”


빅토리아 필드의 시설은 웬만한 메이저리그 구단 못지않았다.

전광판에는 선수들의 하이라이트 필름을 다시 볼 수 있는 Full HD급 전광판이 설치되어 있었으며, 스카이 박스는 물론이고 일반석 의자조차 상당한 퀄리티를 지니고 있었다.


“인디언스는 단순한 마이너리그팀이 아니야. 여기 선수들은 정말로 시즌을 치른다고.”


트리플A팀은 메이저리그로 올라가기 위한 통과점이 아니었다.

이곳에서 뛰고 있는 선수 중 상당수는 자신이 인디언스의 선수라는 의식을 갖고 있었다.


“인디언스의 지난해 성적은 어땠지?”

“작년에는 그저 그랬어.”


지난 시즌 인디애나 폴리스 인디언스는 에이스 폴 스킨스가 메이저리그로 콜업되며, 에이스를 시즌 중반에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저 그렇다면 하위권은 아니라는 말이지?”

“세호, 네 발목을 잡을 팀은 아니야.”


인디애나 폴리스 인디언스는 실력이 있는 선수에게는 충분한 결과를 낼 수 있는 팀이었다.

윤세호는 몸을 풀다가 순간 멈칫하며 얼어붙었다.


“어!”


가프너는 그가 멈칫하자 고개를 갸웃했다.


“왜? 대낮에 유령이라도 본 거야?”


그의 물음에 윤세호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저 친구 누구야?”


윤세호가 가리킨 선수는 인디언스의 선발 투수 미치 화이트였다.


“누구긴 누구야? 미치잖아.”


윤세호가 혼잣말하듯 말했다.


“박찬호 선수잖아.”

“음?”

“너무 비슷해.”


미치 화이트는 대한민국 야구 레전드 박찬호와 도플갱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비슷한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다만 그는 메이저리그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피츠버그의 트리플A팀 인디애나 폴리스 인디언스와 계약하게 되었다.


“미치가 누구하고 비슷하다는 거야?”

“찬호 박.”

“찬호 박? 아, 그 혹시 텍사스에서 뛰었던?”

“맞아.”


박찬호는 LA다저스에서 전성기를 보냈지만, 가프너는 박찬호의 텍사스 시절 모습만 기억하고 있었다.


“너무 비슷해서 놀랐네.”


가프너가 오른발을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너무 비슷하다니? 찬호 박은 동양인이잖아.”


그는 윤세호가 박찬호와 미치 화이트의 비슷함을 과장한다고 생각했다.


“인종이 다르긴 하지만 정말 비슷하다고.”


외야에서 몸을 풀고 있던 두 사람에게 인디언스 구단 스텝이 다가왔다.


“미스터······.”


구단 스텝은 종이쪽지를 읽다가 눈살을 찌푸렸다.


“미스터 유노?”


가프너는 그의 물음에 피식하며 대답했다.


“미스터 유가 아니라 그냥 세호라고 불러. 그리고 세호는 내가 아니라 저 친구야.”


윤세호가 어깨를 으쓱하며 스텝에게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인디언스 스텝이 그에게 고개를 돌리며 대답했다.


“세호, 짐을 챙겨서 피츠버그로 돌아오라는 연락입니다.”


윤세호는 순간 귀를 의심했다.


“피츠버그로 돌아오라고요?”

“제가 전달받은 사항은 여기까지입니다.”


가프너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설마 세호를 구단 스텝으로 다시 복귀시키려는 건가?’


그렇다고 하기에는 윤세호가 스프링 캠프와 시범 경기에서 보여준 것이 적지 않았다.


“후······. 알겠습니다.”


윤세호는 짧은 한숨을 내쉰 뒤 고개를 가프너에게 돌렸다.


“아무래도 피츠버그에서 뭔가 트러블이 일어난 모양이야.”

“트러블?”

“지난해 내가 관리하던 훈련장이나 장비에 이상이 생겼다던가.”


가프너는 그의 말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음, 그럴 수도 있겠네.”


윤세호는 연말 휴가를 가지 않고 PNC파크에 머물면서 그곳의 훈련시설을 사용한 바 있었다.


‘연말에 훈련 기구를 망가뜨린 기억은 없는데 말이야.’


그는 살짝 무거운 마음으로 빅토리아 필드를 떠났다.


* * *


피츠버그로 돌아온 윤세호가 처음 만난 인물은 놀랍게도 타이거 스포츠의 찰리 킴이었다.


“세호!”


윤세호는 그의 환호성에 고개를 옆으로 기울였다.


“찰리, 기분 낼 타이밍이 아닌 것 같은데요?”

“축하합니다!”

“축하요?”

“빅리그 승격 소식 못 들으셨습니까?”


윤세호는 그의 물음에 눈을 크게 떴다.


“빅리그 승격이라고요?”

“오늘 결정된 것으로······.”


윤세호는 두 손을 뻗어 찰리 킴의 어깨를 쥐었다.


“그게 정말입니까?”


찰리 킴이 빠른 어조로 대답했다.


“세호, 26인 로스터에 올랐으니, 피츠버그로 오게 된 것 아닙니까? 그리고 오늘 캠 존슨 단장과 기자회견도 있습니다. 저도 그것 때문에 피츠버그까지 날아온 것이고요.”


26인 로스터에 기자회견까지.

들으면 들을수록 모를 이야기였다.


“기자회견이라고요?”

“캠 존슨 단장이 피츠버그 지역 기자들과 한국 기자들을 불러 모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캠 존슨 단장은 윤세호를 26인 로스터에 올리기로 한 뒤 그것을 최대한 이용하고자 했다.


“전혀 듣지 못했습니다.”

“저기, 손 좀.”


윤세호가 어깨에서 손을 떼자 찰리 킴이 자세를 바로잡으며 말했다.


“흠, 흠. 캠 존슨 단장은 입단식 비슷한 인터뷰를 하려는 것 같습니다.”


윤세호는 연말 휴가 기간에 스플릿 계약을 체결했기에 입단 인터뷰 같은 것이 전혀 없었다.


“갑자기 일이 왜 이렇게 된 거죠?”


찰리 킴이 눈을 가늘게 뜨며 대답했다.


“어제 시범 경기에서 제러드 존스가 부당을 당해 세호가 콜업된 것 같습니다.”


피츠버그 3선발 제러드 존스의 부상.

윤세호는 이 이야기를 찰리 킴으로부터 처음 듣게 되었다.


“제러드 존스가 부상을 당했다고요?”

“마지막 경기에서 수비 도중에 발목에 부상을 당한 듯 보였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군요.”


찰리 킴이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피츠버그 구단은 당장 선발진에 구멍이 나서 세호를 콜업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제러드 존스의 부상은 윤세호에게는 행운이었다.


“한 마디로 운이 좋았다는 말이네요.”


찰리 킴은 그의 말을 듣고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단순히 운이 좋았던 게 아닙니다. 세호 선수가 시범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면, 다른 선수가 콜업되었을 겁니다.”


맞는 말이었다.

캠 존슨 단장이 100만 달러의 승격 보너스를 감수하고서라도 그를 콜업한 이유는 그가 시범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었다.


“자, 안으로 들어가죠.”


윤세호와 찰리 킴이 PNC파크 안에 들어서자 기자들이 달려와 인터뷰를 요청했다.

찰리 킴은 그들의 앞을 막아서며 정중하게 말했다.


“다들 길을 비켜주시죠. 인터뷰는 잠시 뒤 존슨 단장님과 함께할 예정입니다.”


공식 인터뷰에서 모든 것을 이야기하겠다.

그의 정중한 한 마디에 기자들이 길을 터주었다.

윤세호는 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뭔가 이상한데······.’


일이 거짓말처럼 너무나 잘 풀리고 있었다.


‘꿈이라도 꾸고 있는 건가?’


그러나 그의 메이저리그 승격은 절대 꿈이 아니었다.

미키 필드 부단장은 그를 콜업하기 위해 캠 존슨 단장을 이렇게 설득한 바 있었다.


- 이번 시즌 세호를 콜업한다면, 그게 언제가 되었든 100만 달러를 지급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일찍 콜업하는 게 좋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세호를 개막전에 앞서 콜업하게 되면 리 로드와 함께 아시아 마케팅에 힘을 줄 수가 있습니다.


100만 달러는 어차피 쓸 돈이니, 아까워하지 말자.

그리고 이번 일을 역으로 이용해 아시아 마케팅에 힘을 실 자.

윤세호의 메이저리그 승격은 계산에 따른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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