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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림 님의 서재입니다.

하남자의 메이저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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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림
작품등록일 :
2024.07.30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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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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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5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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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하남자의 메이저리그 - 다시 찾은 마운드 05 -

DUMMY

결론부터 말하면 완벽했다.

오르테가는 윤세호가 던진 투심을 받고는 탄성을 터트릴 정도였다.


‘완벽히 들어왔다.’


마치 백도어 슬라이더처럼 바깥쪽 스트라이크존 밖에 머물던 공이 홈플레이트를 지나며 안쪽으로 흘러들어왔다.

주심으로서는 손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공이었다.


“나이스 볼!”


홈플레이트 뒤쪽에 서 있던 이도현도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 대결 때보다도 좋은데?’


그는 스피드건에 찍힌 숫자를 읽었다.


“89마일(143.2km).”


포심 패스트볼이 91마일에서 93마일까지 나오는 것을 생각하면 그리 나쁜 구속이 아니었다.

오르테가는 구속을 확인한 뒤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은 안쪽!”


두 번째 투심 패스트볼도 날카롭게 들어왔다.

팡!

오르테가는 미트에서 공을 빼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좋아!”


그는 윤세호에게 네 개의 투심 패스트볼을 던지게 했는데 위쪽 코스에 던진 공 하나가 어긋났을 뿐 나머지 세 개는 완벽하게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왔다.


‘20-80스케일로 환산하면 60점은 줄 수 있겠어.’


60점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상위권 재능이었다.

다시 말해 오르테가는 윤세호의 투심 패스트볼이 물건이라고 평가한 것이었다.


“투심은 됐고, 이제 슬라이더와 스위퍼를 던져 봐.”


그는 이 두 구종 중 하나만 괜찮아도 윤세호와 계약을 추진하고자 했다.


“둘 중 어떤 걸 먼저 던질까요?”

“스위퍼부터 가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윤세호는 마지막으로 던진 투심 패스트볼이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난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호흡을 가다듬고는 스위퍼 그립을 잡았다.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에······.’


그의 손을 떠난 공이 스트라이크존을 아슬아슬하게 빗나갔다.

팡!

오르테가가 미트에서 공을 빼며 목소리를 높였다.


“나이스 볼!”


그는 아슬아슬하게 들어온 스위퍼가 괜찮다고 생각했다.


‘이 정도 공이면 프레이밍으로 충분히 스트라이크를 만들 수 있다.’


피츠버그 주전 포수 제이스 브라운의 프레이밍 능력을 생각하면 이 정도 공이 오히려 좋았다.


“리, 구속은 어땠어?”


이도현은 깜빡 잊었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84마일(135.2km)!”


스위퍼도 구속이 나쁘지 않았다.


‘스위퍼가 84마일이면 슬라이더는 86마일 정도 나오겠군.’


오르테가가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물었다.


“리, 어떻게 생각해?”


피칭 테스트 도중 이도현의 의견을 구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뭘 어떻게 생각해, 아직 다 보지도 않았잖아.”


오르테가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을 받았다.


“그렇지. 아직 다 보지 않았지.”


그는 다시 윤세호에게 스위퍼를 세 개 요구했는데 세 개 중 두 개를 스트라이크존에 나머지 하나가 아슬아슬하게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났다.


‘훌륭해. 투심과 스위퍼만으로도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이름을 올릴 수 있겠어.’


윤세호가 빠르게 몸을 풀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셋업맨 앞에서 나오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다음은 슬라이더를 보도록 하지.”


윤세호는 슬라이더라는 말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이쪽은 스위퍼보다는 자신이 있다.’


그는 앞서 스위퍼 둘이 아슬아슬하게 스트라이크존에서 벗어난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슬라이더는 제대로 넣을 수 있다.’


그의 손을 떠난 공이 정확히 포수 미트에 꽂혔다.

팡!

오르테가는 슬라이더를 받은 뒤 미소를 지었다.


‘나이스 볼이군.’


그는 목소리를 높이는 대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이도현에게 물었다.


“이 친구 왜 배팅볼 투수 같은 걸 하고 있던 거야?”


지금 보여준 것만으로도 충분히 메이저리그에서 한 자리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최근에 좋아진 거야.”

“최근에?”

“본인 말로는 드라이브 라인 베이스볼의 힘이라고 하더군.”


오르테가는 드라이브 라인 베이스볼의 도움을 받은 투수를 여럿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곳을 거친다고 해서 마이너리그 투수가 메이저리그 투수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거짓말.”

“본인이 그렇게 말했다니까.”


오르테가는 다시 홈플레이트 뒤쪽으로 돌아왔다. 그러고는 윤세호에게 여러 구종을 요구했다.

윤세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가 요구하는 코스에 공을 던졌다.

테스트는 그렇게 10분 정도 더 이어졌다.


* * *


워싱턴주 켄트.

이도현과 오르테가는 낡은 식당에서 오늘 테스트 결과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물건이야.”


이도현이 포크를 멈추며 말을 받았다.


“속단하는 것 아니야?”

“세호는 여섯 개 구종을 던질 수 있는데 그중 셋이 메이저리그급이야.”


오르테가가 메이저리그급이라고 뽑은 구종은 투심과 스위퍼 그리고 슬라이더였다.


“여섯 개 구종이면 포심과 투심, 스위퍼와 슬라이더 그리고 커브와 체인지업인가?”


이도현의 말을 들은 오르테가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스플리터는 아직 많이 부족하지.”


스플리터까지 제대로 던졌다면 윤세호는 일곱 구종을 던질 수 있는 투수였다.

이도현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 스플리터에 내가 당했어.”


오르테가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


“정말로 그 스플리터에 당했다고?”


이도현이 다시 포크를 움직이며 대답했다.


“자네는 스플리터가 온다고 알고 받은 거잖아.”


오르테가는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깨달았다.


“음, 던지는 구종이 많아서 어떤 공이 들어올지 타자는 예측이 힘들다는 말이군.”

“타자의 허를 찌를 수 있다면 60마일(96.5km)짜리 슬로우볼도 결정구로 쓸 수 있지.”

“맞는 말이야.”


이도현이 물었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마이너리그 캠프 초대장을 줄 거야?”


오르테가가 어깨를 으쓱했다.


“초대장은 무슨.”


이도현은 그의 대답에 멈칫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설마 초대장을 보내지 않을 생각인가?”


오늘 테스트는 누가 보아도 좋았다. 그럼에도 오르테가는 초대장을 보내지 않으려 하는 것 같았다.


“초대장은 보내지 않을 거야.”


이도현의 미간에 골이 파였다.


“오르테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


오르테가는 그의 미간이 좁아진 것을 보고는 두 손을 테이블 위로 올렸다.


“워, 워, 진정하라고.”


이도현이 살짝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 진정하게 됐어? 자네는 그렇게 좋은 공을 받고도 마이너리그 캠프 초대장을 보내지 않을 작정이야?”


오르테가가 담담하게 그의 물음에 답했다.


“마이너리그 캠프 초대장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말이야.”

“뭐?”

“1월 메이저리그 스프링 캠프 초청은 어때?”


이도현은 오르테가의 물음에 눈을 크게 뜨지 않을 수 없었다.


“메이저리그 스프링 캠프 초청이라고?”


오르테가가 나이프를 들며 말했다.


“스플릿 계약을 하면 메이저리그 스프링 캠프에 초대를 받을 수 있지.”


메이저리그 스프링 캠프에 참여하는 것은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든 선수만이 아니었다.

메이저리그 팀들은 마이너리그 선수들과 막 입단한 유망주들까지 모두 참여하는 대형 캠프를 열었다. 그리고 마치 생존 게임을 진행하듯 스프링 캠프에서 메이저리그 26인 로스터에 남을 인원을 선발했다.

이도현이 재차 물었다.


“캠프에 초대를 받는다고 해도 메이저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할 수는 없을 텐데?”


오르테가는 그의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물론이지. 메이저리그가 어디 만만한 곳이던가?”


그는 아직 윤세호가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럼, 어떻게 할 생각이야?”

“스프링 캠프에서 보여준 기량에 따라 세호의 리그를 배정할 작정이야.”


1월에 시작하는 메이저리그 스프링 캠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더블A나 트리플A에서 시즌을 시작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였다.


“음, 그건 나쁘지 않군.”

“세호 정도 되는 재능을 로우 싱글A 캠프에서 낭비할 수는 없지.”


오르테가는 윤세호의 재능을 최소 하이 싱글A리그로 잡고 있었다.


‘조금만 다듬어도 피츠버그 불펜에 힘을 보태줄 수 있을 테지.’


그는 일단 윤세호를 불펜으로 추천하고자 했다.


“리.”


오르테가가 목소리를 낮추자 이도현이 두 손을 모았다.


“내게 따로 할 말이 있는 모양이군.”

“지금 여기서 내가 말한 내용. 모두 확정된 건 아니야.”


이도현이 포크로 고기를 찍으며 말을 받았다.


“자네가 단장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어.”


스플릿 계약이나 메이저리그 캠프 초청은 모두 피츠버그 파이리츠 단장의 허락이 필요했다.


“확답은 못 하지만 캠이 허락해줄 가능성은 커.”


피츠버그 단장 캠 존슨은 대형 FA계약보다는 팜에서 올라오는 신인을 선호했다. 그는 가능성이 보이는 신인에게는 언제든 기회를 주고자 하는 사람이었다.


“내가 푸시 좀 할까?”


오르테가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따로 묻지 않으면 자네가 나서진 마.”

“내가 나서면 월권이라는 건가?”

“그렇지.”


이도현은 큰 고비를 넘었다고 생각했다.


‘남은 것은 오르테가가 캠과 스텝들을 설득하는 것이겠군.’


그는 이 과정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도 오르테가라면 해낼 거야.’


오르테가는 피츠버그 팜에서 메이저리그 레귤러를 잇달아 배출해 능력을 인정받은 사내였다.


* * *


풀만이 반으로 잘린 공과 같은 물건을 내밀며 말했다.


“이건 미스터 유의 요구에 따라 이쪽에서 제작한 악력 훈련기입니다.”


윤세호는 그가 내민 악력 훈련기를 받아들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제가 말한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완성한 겁니까?”


풀만이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전에도 미스터 유와 같은 이야기를 한 투수가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시간이 부족해서 도면만 그려두었는데 데릭이 완성해 두었더군요.”


데릭은 풀만과 함께 근무하고 있는 트레이너였다.


“그래서 이걸 어떻게 사용하는 겁니까?”


풀만은 악력 훈련기를 돌려받은 뒤 그에게 훈련 방법을 설명했다.


“이렇게 실밥에 검지와 중지를 걸치고 두 손가락에 힘을 주어 움직이는 겁니다. 안쪽에 판 스프링이 있어서 쉽게 구부러지지 않죠. 판 스프링의 강도는 이쪽에서 조작할 수 있습니다.”


역시 드라이브 라인 베이스볼이었다.


‘여긴 야구 선수를 위한 모든 것이 갖춰져 있다.’


윤세호는 알면 알수록 이곳을 왜 빨리 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술 직후 이곳을 찾았다면, 더 빨리 마운드에 복귀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야.’


그는 토미존 수술을 받은 뒤 미국에서 반년 이상 머물렀기에 아쉬움이 더 컸다.


“시간이 날 때마다 사용하면 두 손가락의 악력을 키울 수 있을 겁니다.”

“훈련기 수명은 얼마나 될까요?”

“판 스프링이 약해졌다고 생각하면 전화를 주십시오. 이쪽에서 택배로 새로운 훈련기를 보내드리겠습니다.”


윤세호는 가격을 묻지 않았다.


‘가격을 고려할 물건이 아니니까.’


이 악력 훈련기는 그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물건 중 하나였다.


“오늘 입단 테스트를 받았습니다.”


풀만은 윤세호의 말에 동작을 멈췄다.


“메이저리그 구단의 테스트입니까?”

“피츠버그 파이리츠였습니다.”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겠죠?”

“그렇습니다.”


풀만이 다시 손을 움직이며 말했다.


“메이저리그에는 30개 팀이 있습니다. 아시죠?”


윤세호는 그가 어떤 의미로 30개 팀을 이야기하는지 알고 있었다.


“이번에 떨어진다고 해도 포기하지 말라는 말이군요.”

“미스터 유에게는 재능이 있습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닙니다. 미스터 유의 손끝 감각은 평균을 훌쩍 넘고 있습니다. 이런 재능을 살라지 못한다면 메이저리그에도 손실이죠.”


풀만은 윤세호의 가장 큰 재능으로 손끝 감각을 꼽았다.


‘공을 만지는 감각은 우리가 가르쳐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는 손끝 감각과 어깨는 타고 나는 것이라 생각했다.


“제구력이 뛰어나다는 말인가요?”

“제구력만이 아닙니다. 다양한 구종의 소화 그리고 완급 조절까지. 모두 손끝 감각이 중요하죠. 물론 감각만 믿고 훈련을 등한시한다면 좋은 선수가 될 수 없을 겁니다.”


풀만은 유머가 부족하다는 것을 빼면 훌륭한 트레이너였다.


“풀만,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풀만은 윤세호의 인사에 눈을 크게 떴다.


“그렇게 정중히 인사할 필요는······.”

“아닙니다. 드라이브 라인 베이스볼과 풀만 그리고 벤자민 덕분에 다시 마운드에 설 수 있었습니다.”


풀만은 그의 이야기를 들은 뒤 오른손을 내밀었다.


“미스터 유, 메이저리그 마운드에서 당신을 보길 기대하겠습니다.”


윤세호는 그와 악수하며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꼭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오르겠습니다.”


그가 손을 놓자 풀만이 말했다.


“미스터 유, 부족한 것이 있으면 전화를 해주십시오. 전화를 받지 않는다면 메일도 상관없습니다. 이쪽은 언제든 미스터 유를 도울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요.”


풀만은 순수한 마음에서 윤세호를 돕고자 했다. 이는 윤세호를 히트 상품으로 생각하는 벤자민과는 다른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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