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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림 님의 서재입니다.

하남자의 메이저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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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림
작품등록일 :
2024.07.30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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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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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6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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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하남자의 메이저리그 - 스프링 캠프 01 -

DUMMY

- 스프링 캠프 -



“이번 겨울에는 돌아오지 못한다고?”

“프로에 다시 도전할 기회가 생겨서요.”


어머니는 윤세호의 말을 듣고는 눈썹을 세웠다.


“프로에 다시 도전한다고?”


그는 아들이 프로 선수로 뛰는 동안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 그녀는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이번에는 그렇게 길게 가지 않을 테니까요.”


희망이 보이지 않으면 오래 고민하지 않고 다른 길을 선택하겠다는 말.

어머니의 눈썹이 다시 아래로 내려왔다.


“네 뜻이 그렇다면 말릴 수 없겠지. 하지만 너무 무리하지 마라.”

“무리하지 않아요. 제가 경험이 적은 게 아니잖아요.”


20대 중반의 아들.

80년을 사람의 삶이라 하면 이제 겨우 30% 지점을 지났을 뿐이었다.


“아버지에게는······.”

“아버지한테는 대신 전해주세요.”


윤세호의 아버지 윤국진은 다소 고집이 센 중년인이었다.


‘아버지께서 알면 이랬다저랬다 한다고 또 한소리 하시겠지.’


기대가 컸던 만큼 아버지는 그의 은퇴에 크게 실망한 바 있었다.


“아버지께 일을 너무 숨기진 마라.”

“이쪽 일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제가 직접 말씀드릴게요.”


윤세호는 트리플A까지 올라간 후 아버지에게 선수 복귀를 알릴 생각이었다.


‘그쯤은 되어야 제대로 이야기할 수 있겠지.’


짧으면 1년 길면 2, 3년은 걸릴 것 같았다.


“미국에서 생활할 돈은 있는 거니?”

“한국에서 번 돈도 있고, 구단 스텝으로 일하면서 받은 돈도 있어요.”


윤세호는 그간 모은 돈으로 어려운 마이너리그 생활을 어느 정도는 버틸 수 있다고 계산했다.


‘최근 마이너리그 연봉도 올랐으니까.’


마이너리그는 코로나 이후 선수들의 연봉이 대폭 상승한 바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미국 임금 근로자 평균 연봉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힘들면 엄마한테 말해.”


윤세호의 집안은 부유한 것은 아니었지만,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돕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괜찮아요. 저 성인이에요.”


윤세호는 몇 마디 이야기를 더 한 뒤에 전화를 끊었다.


“후우······.”


긴 한숨이 절로 나왔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걸까?”


테스트 후 오르테가는 며칠만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며칠이 일주일이 되고 다시 보름이 되었다.


“내일이면 도현 선배도 돌아간다.”


이도현이 귀국하기 전에 계약을 마치지 못했으니, 함께 귀국할 수도 없었다.


‘여기 남아서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수밖에.’


쏟아진 물은 담을 수 없고, 쏘아진 화살은 멈출 수가 없었다.

그는 일단 달릴 수밖에 없었다.


다음 날.

시애틀 국제공항.

윤세호는 손을 흔들며 이도현을 전송했다.


“1월에 보자.”

“선배님, 그럼 스프링 캠프에서 뵙겠습니다.”


일이 잘 되면 마이너리그 선수로 스프링 캠프에 참여할 것이고, 일이 잘 안 풀리면 다시 구단 스텝으로 스프링 캠프에 참여하게 될 터였다.


“야, 너무 걱정하지 마라. 오르테가는 믿을 수 있는 친구니까.”


이도현이 오르테가를 믿고 있는 이유는 그와 알고 지낸 시간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한국에서 뛴 용병 중에 오르테가만큼 성실한 친구는 보지 못했지.’


그는 오르테가라면 믿고 일을 맡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선배님 신인 시절에 오르테가가 한국에 있었다고 했던가요?”

“당시에 2년 연속 3할 30홈런 쳤었잖아.”

“제가 중학교 시절에는 프로야구에 관심이 없어서······.”


중학교 시절 윤세호는 메이저리그만 바라보던 소년이었다.

이도현이 멈칫하며 물었다.


“설마 내가 신인왕 탈 때도?”


윤세호는 그의 물음에 살짝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야! 신인 3할 20홈런이었다!”


이도현은 데뷔 첫해 유격수 포지션에서 타율 0.321, 홈런 22개를 기록해 신인왕은 물론 올스타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래도 선배님 MVP시즌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도현이 MVP를 수상할 때 윤세호는 2군에 머물러 있었다.


“녀석······.”


그는 윤세호의 어깨를 툭 한번 쳐준 뒤 몸을 돌렸다.


“계약하면 연락해.”

“전화하겠습니다.”

“시차가 있잖아. 전화 말고 메시지.”

“알겠습니다.”


이도현은 뒤를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이고는 출국장 쪽으로 사라졌다.

홀로 남은 윤세호가 한숨을 내쉬었을 때였다.

우웅. 우웅.

전화를 건 사람은 오르테가였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그는 재빨리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오르테가가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세호! 부단장을 설득했어. 곧 좋은 소식을 전해줄 수 있을 거야.”

“팀장님, 감사합니다.”

“세호, 거기에서 조금만 더 기다려줘.”


단장이 아닌 부단장이라는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일단 큰 고비는 넘긴 것 같았다.


“아, 그리고 에이전트는 있나?”


윤세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실제로 계약하게 되면 도현 선배님과 같은 에이전트를 쓰려고 합니다.”

“타이거 스포츠 말이군.”


오르테가는 타이거 스포츠라면 큰 문제 없이 일을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타이거 스포츠는 보라스나 무라드 같은 에이전트는 아니니까.’


타이거 스포츠의 최대 강점은 무난함이었다. 다만 너무 무난해서 초대박 계약은 성사시키지 못한다는 단점도 함께 가지고 있었다.


* * *


“뭐? 단장님이 휴가?”


피츠버그 프런트의 공식적인 휴가는 내일부터였다.


“단장님께서는 하루 먼저 떠나셨습니다.”


오르테가가 다급하게 물었다.


“어디로 가신다고 이야기하지 않으셨나?”

“마이애미로 가신다고 하셨습니다.”

“마이애미?”


오르테가는 즉시 마이애미 항공권을 발권했다. 그는 윤세호 계약을 내년으로 넘길 생각이 없었다.


‘내년까지 미루면 리에게도 면이 서지 않는단 말이지.’


그는 윤세호 계약의 최종 결재를 받기 위해서 마이애미로 날아갔다.


7시간 뒤.

마이애미 로트섬.

섬의 프라이빗 해변은 일반인들의 접근이 금지되어 있었다.

이곳의 해변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섬의 주인과 그의 초대를 받은 이들뿐이었다.

캠 존슨 단장은 초대를 받은 손님 중 한 명이었다. 그가 빨대를 놓으며 고개를 갸웃했다.


“자네도 여기로 휴가를 온 건가?”


그가 고개를 갸웃한 것은 오르테가의 복장이 휴가와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단장님, 휴가가 아니라 계약 허락을 받기 위해서 찾아왔습니다.”


캠 존슨 단장은 몇 시간 전 전화를 떠올리고는 선글라스를 벗었다.


“아, 국제 유망주 계약이라고 했던가?”

“국제 유망주 계약은 아니고 스플릿 계약입니다.”


캠 존슨 단장은 다시 한번 고개를 갸웃했다.


“스플릿 계약이라고?”

“한국에서 리와 한 팀에서 뛰던 선수입니다.”


캠 존슨 단장은 이도현과 같은 팀에서 뛰었던 선수라는 말에 목소리를 살짝 높였다.


“아, 리 로드와 같은 팀에서 뛰던 선수를 데려오는 건가?”


그는 이도현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었기에 한국 선수 출신 선수에게 호감이 있었다.


“부상 때문에 방출된 이후, 우리 팀에서 스텝으로 일하고 있던 선수입니다.”


캠 존슨 단장은 금시초문이라는 듯 눈을 크게 떴다.


“우리 팀에서 스텝으로 일하고 있었다고?”

“부상 치료를 하면서 겸사겸사 돕고 있었습니다.”

“그래?”

“세호 윤이라고 합니다. 우리 팀 선수들은 그냥 세호라고 그를 불렀죠.”


캠 존슨 단장은 왠지 세호라는 이름이 귀에 익었다.


‘세호라. 어디서 들어 봤더라?’


오르테가는 그에게 윤세호가 배팅볼 투수였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 도움이 되는 이야기는 아니니까.’


그가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단장님, 제가 직접 그가 부상에서 회복된 것을 확인했습니다.”

“자네가 메디컬 테스트를 한 건가?”

“그라운드에서 공을 받아 봤습니다.”


오르테가는 한국에서 1루수와 지명 타자로 뛰었지만, 마이너리그 시절에는 포수를 본 적도 있었다.

캠 존슨 단장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오랜만에 미트를 꼈단 말이군.”

“제가 직접 보는 게 가장 정확할 테니까요.”

“스카우트 팀은 뭐라고 하던가?”


윤세호의 계약이 지금까지 밀린 이유는 스카우트 팀의 반응이 시원찮았기 때문이었다.


“제 말을 믿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캠 존슨은 스카우트 팀과 육성 팀이 어긋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 자네가 날 찾아온 이유를 알겠군.”


오르테가는 가슴이 차가워졌다.


‘여기서 계약이 깨지는 건가?’


캠 존슨이 계약에 반대한다면 오르테가로서는 방법이 없었다.


“단장님.”

“자네가 보기에 그 친구 포텐이 어느 정도 된다고 생각하나?”

“1년만 다듬으면 메이저에서 쓸 수 있습니다.”

“포지션은 투수라고 했지?”


오르테가가 테스트를 위해 공을 받았으니, 윤세호의 포지션은 당연히 투수가 될 수밖에 없었다.


“몸이 빨리 풀리는 친구라 불펜에 힘을 보태줄 겁니다.”


캠 존슨은 그의 설명을 듣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몸이 빨리는 불펜 투수인가? 그런데 스카우트팀은 왜 반대한 건가?”


오르테가가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대답했다.


“최고 구속이 93마일(149.6km)로 낮은 편이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부상 경력이 있습니다.”

“음, 구속이 낮다? 불펜으로 뛴다면 1, 2마일 정도는 구속이 더 나올 수 있지 않겠나?”


윤세호의 구속이 1, 2마일 더 올라온다고 해도 메이저리그 평균 구속 이하였다.


“아마 그 정도는 나올 겁니다.”


캠 존슨이 오른손 검지를 돌리며 말했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금액이군.”

“단장님, 금액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스플릿 계약이지만, 올해는 마이너리그에서 보낼 테니까요.”


캠 존슨은 빙빙 돌리던 검지를 멈추고는 오르테가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 친구를 마이너리그 연봉으로 데리고 있을 수 있다면, 문제가 없지 않은가?”


메이저리그는 선발은 비싸게 불펜은 싸게 굴리는 경향이 있었다.

그는 싼 불펜이라면 언제든 환영이었다.


“스카우트 팀에서는 나이가 걸린다고 합니다.”

“나이?”

“내년에 25세가 됩니다.”


캠 존슨이 오른손을 내리며 말했다.


“해외 프로팀 출신 선수를 데려오는데 나이가 많은 건 당연한 것 아닌가? 그리고 25세라면 특별히 많은 것도 아니지 않은가?”


내년을 마이너리그에서 보내고 다음 해 메이저리그에 데뷔하게 된다면 엘리트 코스를 밟은 선수들보다 2, 3년 정도 데뷔가 늦는 것이었다.


“그게······.”


캠 존슨이 혀를 차며 말했다.


“쯧, 그 친구 말이야. 듀란이 미는 유망주와 포션이 겹치는 모양이군.”


폴 듀란은 피츠버그 파이리츠 스카우트 총책임자였다.


“그럴 가능성도 있습니다.”

“오르테가, 개인의 성과보다 팀이 먼저가 아닌가?”

“맞습니다.”

“유망주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아. 트레이드에 쓸 수도 있고 말이지.”


오르테가는 예상한 것보다 일이 쉽게 풀린다고 생각했다.


‘캠은 계약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만족하는 것 같다.’


그가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


“그러면 계약을 그대로 진행할까요?”


여기서 Yes라는 대답이 나오면 마이애미까지 온 보람이 있었다.

그러나 캠 존슨은 바로 진행하라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오르테가.”

“예, 단장님.”

“리는 뭐라고 하던가?”


캠 존슨은 허락에 앞서 같은 팀이었던 이도현의 의견을 듣고자 했다.


“사실은 리가 추천한 선수입니다.”

“리가?”

“같은 팀에서 뛰었기에 장단점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캠 존슨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다면 안심할 수 있겠지.”


그는 스플릿 계약임에도 신중하게 접근하고자 했다.


“단장님, 계약을 진행할까요?”


캠 존슨이 멈칫하며 말끝을 높였다.


“자네답지 않게 계약을 서두르는군. 혹시 그 친구에게 내가 모르는 문제라도 있나?”


오르테가가 계약을 서두르는 이유는 윤세호를 더는 기다리게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단장님, 올해를 넘기게 되면 그 친구가 다른 팀과 계약할지도 모릅니다.”


캠 존슨은 경쟁 구단이 있다는 말을 믿지 않았다.


“그 친구 말이야. 구속도 낮고, 특별히 인기 있을 유형은 아니지 않은가?”

“싼 불펜은 어느 팀이나 환영이니까요. 특히 성적이 낮은 쪽에서는······.”


싸다.

캠 존슨이 윤세호와 계약이 당긴 가장 큰 이유도 이것이었다.


‘마이너리그 최저 연봉으로 긁을 수 있는 복권이라는 말이군.’


그가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흠, 어느 구단이나 싼 맛에 쓸 수 있는 친구란 말이군.”

“메이저에 올라와 성적을 잘 낸다면 트레이드 카드로도 쓸 수 있을 겁니다.”


싼 불펜 투수는 리빌딩하는 구단이 원하는 매물 중 하나였다.


“그 정도 구속이면 메이저에서 좋은 성적까지는 힘들겠지. 100만 달러 안쪽으로 진행하게.”


캠 존슨이 말한 100만 달러는 메이저리그 승격 시 윤세호가 받게 되는 보너스였다.


‘승격 보너스는 얼마가 되어도 상관없겠지. 올해는 마이너리그에서 보낼 수밖에 없으니까.’


오르테가는 생각했다. 중요한 것은 메이저리그 캠프 초대장이라고.


‘세호라면 캠프에서 충분히 실력을 보여줄 거야.’


그는 윤세호의 실력을 믿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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