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장. 시간의 끝을 잡다.-03
경계를 넘는 자들! 타키온
이제는 그들이 그렇게 바라마지 않던 새로운 능력을 얻게 될 것이다.
원하던 원하지 않던 그들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백호가 아니 자신만의 삶을 말이다.
“후후후, 이제는 돌아가야 할 때다. 내가 가고자 했던 시간의 현장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시간의 틈 사이에 머물러 있던 육체에 영혼이 안착해야 한다. 시간을 역으로 거슬러 올라 어렸을 때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될 육체에 말이다.
틈 사이에 낀 육체에 손을 댔다.
스스스스스…….
영혼과 육체의 결합은 곧바로 시작됐다.
내 육체임에도 낯선 느낌이 든다. 이제 막 성년이 되어가는 육체니 그럴 만도 하다.
“크으윽! 젊어져서 좋기는 하지만 두 번은 할 일은 절대 아니군.”
시간의 차이 때문인지 모르지만 영혼과 육체의 괴리로 인한 고통이 상당하다.
“크윽!”
인과율을 비튼 대가로 얻은 결과이기에 겸허히 받아들여야 하는 일이지만 견디기가 힘들 정도로 고통스럽다.
안정화가 끝나가는 것인지 고통이 점차 가신다.
“후우~. 이제 끝난 건가?
격렬했던 고통이 완전히 사라졌다.
원래 내 육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고통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후후후, 과거의 시점으로 돌아왔으니 이제부터 시작이다. 우리 가족들을 파멸로 몰아넣기 이전 시점이지만 가만히 있을 놈이 아니니 대가를 치르도록 해 주마.”
절대로 잊을 수가 없는 기억이다.
모든 것을 앗아간 이전 시점으로 돌아왔지만 그 때의 기억이 뇌리에 아로새겨져 있다.
우리 가족을 불행으로 이R는 그 놈이 결코 가만히 있을 리도 없다.
천재적인 엔지니어이자 에너지공학자였던 아버지는 에너지 분야에 종사하시면서 탁월한 발명품을 여러 개 만들어 내셨다.
그것을 기반으로 회사를 차리셨고, 꽤나 전도가 유망한 벤처기업으로 성장시키셨다.
아버지가 발명한 것들 중 사업성이나 상품성이 뛰어난 것들은 대부분 회사를 만드신 후 나왔다.
특히나 마지막 발명품은 정말이지 세상을 변화시킬 만 한 경이로운 것이었다.
특허를 빌려주고 로열티만 받기만 해도 벼락부자, 아니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될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발명품이었다.
그런 발명을 했지만 아버지는 바보였다. 곽노원의 술수로 인해 모든 것을 빼앗겼으니 말이다.
동업자로 자금을 댔던 곽노원을 너무 믿었던 것이 실수였다.
아버지는 곽노원을 어릴 적 친구라고 믿었겠지만 그는 일부러 접근을 했던 것이었다.
연구와 기술개발에만 천재였던 아버지는 세상사에 너무 무지했다. 세기의 발명을 했음에도 그것이 자신에게 미칠 영향을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었으니 말이다.
어느 순간 이상하다고 생각했을 때는 당신이 연구하고 만들었던 발명품들의 소유권은 이미 곽노원에게 넘어간 후였다.
회사의 지분마저도 어찌된 일인지 남의 소유가 되어 버렸다.
회사의 경영을 곽노원에게 모두 맡기고 연구와 개발에만 몰두한 탓이었다.
믿었던 친구에게 배신을 당하고 자신이 연구했던 모든 것을 빼앗긴 아버지는 백방으로 손을 썼지만 허사였다.
그리고 그날, 울분을 참지 못하고 곽노원에게 항의를 하고 돌아온 아버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놈의 명령을 받은 자들이었다.
아버지는 놈이 보낸 자들에게 두들겨 맞아 인사불성이 되셨고, 옆에서 그것을 말리던 동생은 놈들에게 잘못 맞아 혼수상태가 되어버렸다.
마침 군복무를 끝마치고 설레는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던 나는 이런 처참한 광경을 봐야만 했다.
정신을 차릴 수 없는 혼란한 상태에서 나는 돌아가시기 직전의 아버지로부터 마지막 유언을 들을 수 있었다.
죽음으로 향해 가시면서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남기신 것이었지만 들으면서도 나는 믿을 수가 없었다.
아버지가 남긴 유언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던 경외의 세계에 관한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불신은 얼마가지 못했다. 죽음 직전에 아버지는 보통사람들이 사는 세상의 이면에 존재하는 세계에 대한 확실한 증거를 보여 주셨기 때문이다.
증거뿐만이 아니었다.
아버지는 세상 사람들이 특별하게 생각하는 힘을 얻을 수 있는 단서를 나에게 남기셨다.
유언을 듣고 난 후 아버지가 연구했던 성과를 빼앗기 위해서 접근을 했다고 생각했었는데 생각이 바뀌었다.
곽노원이 아버지를 파멸시킨 이유가 어쩌면 발명하신 것들을 빼앗으려 했기 때문만이 아닌 것이 확실했기 때문이었다.
이미 모든 것을 빼앗은 곽노원이 굳이 조폭까지 동원해 뭔가를 얻으려 한 것을 보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아버지에게 또 다른 발명품들이 있을 가능성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제외했다.
경외의 세계에 대해 아버지가 밝혀내신 것을 찾았을 가능성이 훨씬 높았기 때문이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눈을 감겨 드리고 난 후에 남기신 유언대로 행동했다.
혹시라도 놈들의 눈에 띈다면 위험할 수도 있기에 일단 아버지를 그대로 놔둔 채 혼수상태인 동생을 안고 곧바로 집을 나섰다.
국내에 있을 때 아지트로 사용했던 곳으로 곧장 이동한 나는 급하게 동생과 나의 신원을 조작했다. 그대로는 동생을 병원으로 데리고 갔다가는 호랑이 아가리로 머리를 들이미는 꼴이었기 때문이다. 려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피가 말리는 시간이었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신원을 조작한 후에 늦지 않게 동생을 병원에 입원시킬 수 있었다. 군에 있을 때 벌어 놓은 돈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손도 써보지 못하고 그대로 동생을 잃어야 했을 테니까.
의식이 없는 동생을 병원에 놔두고 아버지의 유언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곽노원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존재하는 것조차 알려지지 않은 특수부대인 오메가에 근무했던 나다.
부대의 특성상 다양한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몸을 숨긴 채 군에서 배웠던 것을 바탕으로 곽노원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 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를 파멸시키고 죽음으로 몰고 간 놈의 비밀을 일부나마 알아낼 수 있었다.
그렇지만 조사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나는 곧바로 모습을 감춰야만 했다.
곽노원을 조사하면서 많은 것을 알아냈다.
곽노원이 보통의 인물이 아니라는 것과 그가 가진 조직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저 욕심 때문에 친구를 배신했다고 생각했었는데 많이 달랐다.
곽노원은 무서운 자였다. 조사하면 할수록, 놈의 실체를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몸을 떨어야만 했다.
놈은 사채조직을 운영하는 자로 세상에 알려져 있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놈은 경외(境外)의 세계(世界)를 알고 있었고, 그곳에서 얻게 된 이능을 누구보다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는 능력자였다.
곽노원은 경외의 세계를 경험하고, 특별한 힘을 얻었음에도 놈은 이능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철저히 감췄다.
특별한 능력을 지녔다는 것도 무서운 일이었지만 그보다 두려운 것은 사실 놈이 거느린 조직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현무의 실체는 정말 가공할 정도였다.
세상에 알려진 것과는 다르게 평범한 사채업자들이 아니라 무서운 조직이었다.
현무에 소속된 자들은 세상이 아는 것과는 전혀 다른 실체를 가지고 있었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세상에서 제일 잔인해질 수 있는 이능력자들의 조직이 바로 현무였던 것이다.
그렇게 놈의 실체를 하나한 알아갈 즈음 나는 한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놈들이 나를 찾아 움직이고 있다는 정황을 포착해 냈기 때문이었다.
놈은 내가 군에서 제대했다는 것을 알아냈고, 무던히도 나를 찾으려고 했다.
마지막 작전의 여파로 인해 예정보다 6개월 일찍 전역을 한 것이 천운이 아닐 수 없었다.
개인정보를 철저히 감추는 특수부대에 근무했기에 내가 아직 군에 있다고 놈들이 오판한 것이 나를 살렸던 것이다.
곧바로 모습을 감추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놈들에게 잡혀 아버지가 남긴 비밀을 털린 후 차디찬 땅속에 누워야 했을 것이 분명했다.
곽노원과 현무의 정체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을 했기에 나는 미련없이 한국을 떠났다.
놈들을 상대할 수 있을 만 한 힘을 얻기 위해서였다. 탐욕스러운 현무의 주인답게 곽노원은 후환을 절대 남기지 않는 자였기에 더욱 떠나야 했다.
동생은 병원에 남겨두어야만 했다. 매달 떨어지지 않고 병원으로 돈이 자동으로 입금이 되도록 했기에 오히려 안전한 편이었다.
한국을 떠난 후 아버지가 남긴 단서를 통해 경외의 세계에 대한 단서를 찾아 나섰다.
아버지가 남기신 단서는 어머니의 죽음과 관련이 있었다.
어머니의 죽음을 맞이한 곳을 찾았고, 그곳에서 비밀스러운 장소에서 새로운 단서를 찾을 수 있었다.
새로운 단서를 가지고 장장 1년이 넘는 대장정 끝에 인도 오지에 있는 한 사원을 찾아낼 수 있었다.
몇 년 간 그곳에 머물면서 경외의 세계를 넘기 전에 내가 가지고 있었던 몇 가지 이능을 얻었고, 경외의 세계로 넘어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었다.
3년의 시간이 흐른 후 사원을 떠난 나는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경외의 세계로 넘어가게 해 줄 수 있는 귀물들을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세상을 떠도는 동안 수많은 이능자를 만났고, 몇 번의 죽을 위기를 극복한 그것들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전부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귀물들을 얻은 후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다. 군에 있었을 때 알고 지내던 전우들의 도움으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귀물의 소유자를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세상은 하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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