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장. 죽음의 대지, 카모르!-02
경계를 넘는 자들! 타키온
‘별도로 움직이고 있는 모양이군. 놈들의 목적지가 카모르 밀림지대였다니…….’
벤트워스는 당혹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들을 탈취한 자들의 정체를 파악해야 하는데 어쩌면 목적을 이루지 못할 지도 모른 다는 생각이 든 때문이다.
‘카모르 밀림지대는 마력이나 신성력이 통하지 않는 곳이라 마법사나 성기사들이 들어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들어가는 순간 오직 죽음뿐인 곳이니.’
기사들이 다루는 오러는 사용할 수 있지만 마법사의 마력과 신관들이 행사하는 신성력은 사용할 수 없는 곳이 바로 카모르 밀림지대다.
사용하는 순간 똑같은 수준의 반발력이 작용해 내상을 입기 때문이다.
‘할 수 없이 추적은 이제 포기해야겠군.’
벤트워스는 손을 들어 후퇴신호를 보냈다.
아이들을 탈취한 자들이 금역으로 들어 간 것이 확실한 이상 추적은 포기해야 했기 때문이다.
세그남공작가의 기사들을 의식한 것인지 벤트워스와 카밀의 검들은 조용히 장내를 물러나왔다.
숲을 빠져 나온 벤트워스는 카밀의 검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이제부터는 임무를 변경한다. 아이들을 탈취한 자들이 남긴 흔적들을 다시 역추적 한다. 사소한 것 하나라도 절대 놓치지 마라. 지금까지의 행적을 보면 놈들을 도와주는 자들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들이 누구이며 어떤 목적으로 아이들을 탈취 했는지 반드시 알아내야 할 것이다.”
“예.”
조용하지만 힘 있는 대답이 숲에서 흘러나왔다.
“모두 맡은 지역으로 흩어져 단서를 찾도록.”
사사사사-삿!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벤트워스의 주변에 있던 카밀의 검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제국 곳곳에 흩어져 처음부터 다시 흔적을 추적하기 위해서였다.
* * *
브로신은 카모르 밀림지대에 남겨진 흔적을 유심히 살피고 있었다.
카모르로 들어온 브로신은 흔적을 따라가며 자신이 추적하는 사나이의 행동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어째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자는 지금 경계를 따라 움직이고 있다. 유인하고 있는 건가? 아니면…….’
카모르 밀림지대의 경계에서 멀지 않은 곳을 따라 일정한 간격을 두고 달리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유인하려는 것은 분명하지만 다른 이유도 있는 것 같았다.
‘우리를 따돌리고 목적한 곳에 가까워지면 안으로 들어가 도주할 생각인 모양이니 일단은 말씀을 드려야겠군.’
정확히 간격을 지키는 모습이 심상치 않았지만 의도가 보이기에 이대로 있을 수는 없었다.
“백작님, 놈은 백 미터 정도의 거리를 두고 경계를 따라 서쪽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놈은 계속 경계를 따라 달리다가 목적지가 나오면 밀림지대로 들어가 우리의 추적을 따돌릴 생각인 것 같습니다. 아마도 안전한 루트를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놈도 카모르를 두려워하는 것이로군. 계속 쫓도록 하게.”
잠시 지체했지만 머지않아 꼬리를 잡을 것이 분명했기에 레폰는 브로신을 재촉했다.
“알겠습니다. 무엇이 나올지 모르니 조심하십시오.”
브로신은 빠른 속도로 숲을 헤쳐 나가기 시작했다.
‘나타났다.’
10여 분 쯤 그렇게 브로신의 뒤를 쫓았을 때 레폰드는 적의 꼬리를 잡았다. 전방 20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나무 사이로 사라지는 사람의 뒷모습을 볼 수 있었다.
“쫓아라.”
파파팟!
레폰드와 테이몬드가 급하게 앞으로 질주했다.
그 뒤를 브로신이 따르고 뒤를 이어 스트랭스와 헤이스트마법을 걸고 쫓아오고 있던 마법사가 따랐다.
타다다닥!
곳곳에 흔적이 난무 했다. 급히 도망친 듯 낙엽이 패이고 나뭇가지가 꺾인 흔적이 역력했다.
굳이 브로신의 도움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쫓을 수 있는 흔적이 남아 있었다.
‘이상하다.’
레폰드와 테이몬드의 뒤를 쫓던 브로신은 이상한 예감을 지울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애써 흔적을 최소화 자가 보란 듯이 흔적을 남기는 것이 어쩐지 불안했던 것이다.
‘어쩌면…….’
“으아악!!”
뒤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에 브로신의 생각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자신의 예감이 맞았던 것이다.
“제길!!”
브로신을 급히 신형을 돌려 뒤로 달렸다.
나는 듯이 달려온 브로신은 가슴에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는 크로를 볼 수 있었다.
한 자루 단검이 크로의 심장을 꿰뚫고 있었고, 붉은 선혈이 흘러나와 바닥을 적시고 있었다.
“놈이 노린 것이 바로 이것이었군.”
일부러 흔적을 남기고 자신들의 시선을 돌린 후 마법사인 크로를 죽인 것이 분명했다.
타다닥!
“무슨 일인가?”
비명소리를 듣고 다시 돌아 온 레폰드 백작이 브로신을 향해 물었다.
“저길 보십시오.”
브로신의 지적에 시선을 돌린 레폰드는 나무 위에 걸린 옷을 볼 수 있었다.
나뭇가지로 뼈대를 만들고 그 위에 옷을 입혀 놓은 인형이 넝쿨에 매달린 채 나무위에 걸려 흔들리고 있었다.
“자신의 흔적이 발견되고 백작님이 쫓기 시작하면 마법사가 제일 뒤쳐질 줄 알고 마법사를 노린 것이 틀림없습니다.”
“제기랄!!”
“백작님, 짐작이기는 하지만 놈은 이곳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중일 겁니다.”
브로신은 말을 하며 날카로운 눈초리로 주변을 쓸어보았다.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브로신의 대답이 끝나기 무섭게 레폰드와 테이몬드는 감각을 최대한 끌어 올리며 주변을 살폈지만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
“걸리는 것이 없군. 브로신, 놈을 찾을 수 있겠나?”
“주변을 살펴보겠습니다. 백작님과 테이몬드님께서는 엄호를 좀 해주십시오.”
스윽!
스르르릉!
레폰드 백작과 테이몬드는 검을 빼어 들고는 오러를 끌어 올린 후 브로신을 호위하기 시작했다.
한참을 뒤지던 브로신이 고개를 흔들었다.
“백작님 놈이 이미 자리를 떠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트랩을 이용해 시간을 번 것이 틀림없습니다.”
“영리한 놈이로군. 놈이 어디로 향한 것 같은가?”
“흔적이 전혀 없습니…….”
“왜 그러나?”
말을 하다 멈추는 브로신을 바라보며 테이몬드가 물었다.
“저기를 보십시오.”
브로신이 가리킨 곳은 나무 위였다. 도주하는 자의 흔적을 쫓아가던 방향에 있는 나무 위에 흔적이 남아 있었다.
나뭇가지 부분에 흙이 묻어 있는 것이 보였던 것이다.
“놈을 쫓을 수 있겠나?”
“가능합니다.”
레폰드의 질문에 브로신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지상에서와는 달리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듯 나무껍질에 남아있는 흔적들이 역력했다.
비록 나무위에 남겨져 있지만 충분이 찾을 자신이 있었다.
“따라 오십시오.”
“조심하게.”
타타타타탁!
나무를 이용해 도주한 것이 확실했지만 브로신은 흔적을 쫓았다.
다시 10여분을 쫓자 나무 위에서 내려 온 것인지 바닥에 흔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나무와 나무사이가 꽤 먼 곳도 있었는데 소리조차 내지 않고 나무를 건너 뛰어 도주하다니 원숭이 같은 놈이로군. 놈은 우리를 유인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브로신은 흔적을 쫓아가면서 답답한 가슴을 억누를 수 없었다. 자신이 추적하는 자는 이곳 카모르에 대해 무척 잘 알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지형에 대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큰 차이가 있었다.
겁이 나는 것은 아니지만 적이 의도하는 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 그로서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우드득!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소리가 밀림에 울려 퍼졌다.
“저 곳이다.”
소리가 나는 동시에 일행의 시선이 한곳으로 돌려 졌다.
지금 까지 도주하던 방향과는 달리 카모르밀림지대 안쪽에서 나는 소리였다.
“제가 쫓겠습니다. 두 분은 저를 엄호해 주십시오.”
브로신이 먼저 나서 소리가 난 방향으로 달렸다. 두 사람도 검을 든 채로 빠르게 뒤를 따랐다.
‘미세하기는 하지만 점점 안쪽으로 들어가고 있다.’
계속해서 소리가 나고 있었기에 추적은 어렵지 않았다. 유인하는 것이 분명했지만 소리가 나는 한 쫓을 수밖에 없었다.
1시간여를 쫓던 브로신은 새로운 흔적을 발견 할 수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듯 지금까지와는 달리 흔적이 무척이나 크게 남아 있었다.
아무리 봐도 일부러 의도한 것은 아닌 같았다.
도주하는 자의 흔적 주변에 전혀 다른 것이 보였다. 지금까지는 전혀 볼 수 없었던 것이었다.
새로이 나타난 존재가 도주하고 있는 자를 습격한 것이 분명해 보이는 흔적이었다.
‘흔적이 급하다.’
남겨 있는 흔적을 보면 다급하게 벗어난 빛이 역력했다.
‘아무래도 몬스터를 만난 모양이로군. 하지만 이렇듯 훑듯이 지나간 흔적이 일렬로 이어지는 몬스터라니…. 혹시 모르니 조심을 해야겠다.’
뭔가 누른 흔적이 일렬로 계속해서 이어져 있었다. 나무위에서 내려온 그 흔적은 사나이이가 남긴 흔적을 따라 이어져 있었다.
“뭔가?”
“놈은 뭔가에 쫓기고 있습니다.”
“놈을 쫓는 것이 있다는 말인가?”
“맞습니다. 몬스터에게 기습을 받은 것이 분명합니다. 일단은 따라가야겠습니다. 놈이 몬스터에게 쫓기는 것이 분명해 보이니 말입니다. 남겨진 흔적으로 봐서는 저도 알지 못하는 몬스터 같으니 모두 주의하십시오.”
“알았네.”
레폰드 또한 괴이한 흔적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터라 브로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주의를 당부한 브로신은 다시 추적을 개시했다.
일일이 살피지 않아도 확실히 추적할 수 있는 흔적이 자신들을 인도하듯 남아 있었다.
“조심하십시오!!”
앞서가던 브로신이 갑자기 고개를 숙이고는 두 사람을 향해 외쳤다.
“엇!”
레폰드 백작은 브로신의 머리를 지나쳐 자신에게 다가오는 물체에 경호성을 지르더니 들고 있던 검을 휘둘렀다.
세상은 하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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