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장. 추적자들!-02
경계를 넘는 자들! 타키온
마음이 급해진 벤트워스는 카밀의 검을 이끌고 게이트를 열었다.
레폰드 백작이 추적하고 있는 위치를 파악하고 있었지만 거리가 멀기에 좌표를 찾아 공간 이동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이트를 통해 최남단 신전까지 직행한다면 레폰드 백작과 거리를 반나절까지 줄일 수 있었다.
* * *
처음에는 시야를 번갈아서 공유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들의 감정이 조금씩 느껴지고 있다.
어찌된 일인 지 모르겠다.
마치 빙의가 된 것처럼 이 사람들은 나에 대해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알아낸 정보로는 세계를 넘어 다른 세상에서 링크가 되면 일부나마 공유가 된다고 했었다.
정보가 잘못 된 것 같다. 의식에 직접 접속을 하는데도 느끼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저기 마차가 보입니다.”
말을 달리는 기사 하나가 소리를 지른다.
내가 타고 왔었던 마차를 발견한 모양이다.
기사가 사용하는 언어가 내가 살고 있는 세계에는 없는 것이 분명함에도 알아들을 수 있다.
기사의 외침에 시야가 고정되자 청량한 기운이 눈으로 몰리더니 갑자기 멀리 점으로 보이던 마차가 가까이 다가온다.
‘굉장하군!’
바로 눈앞에 있는 것처럼 선명하게 보이는 마차의 형상이 믿어지지 않는다.
믿을 수 없는 현상이지만 그렇다고 믿지 않을 수도 없다.
이것도 능력인가 보다.
이자의 몸에서 알 수 없는 기운이 휘돌더니 이렇게 됐다. 아마도 그 기운이 안력을 높인 모양이다.
이들이 말하는 마나가 눈에 집중되어 매의 눈 보다 시력이 강화된 것이 분명하다.
이 자가 사용하는 마나에 대한 활용법이 언 듯 떠오른다. 책으로 접하는 지식이 아니라서 흐릿하지만 점점 명확해 진다.
‘내가 마나라고 인식하자마자 정보가 점점 선명하게 전달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인지해야할 정보의 이름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할지도 모르겠구나. 그렇다면 이들의 언어에 대해 배워야 하는데……. 으음!’
깨달음에 가까운 마나의 활용법이 전해지는 것과는 다른 현상이 갑자기 발생했다.
간신히 해석하는 수준이었던 언어에 대한 정보가 물밀 듯이 밀려오고 있다.
언어에 대한 인식이 들자마자 이들의 언어 체계가 각인이 되듯 내 것이 되고 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상대의 대화를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되니 답답함이 조금 풀렸다.
‘아무래도 이 자의 의식을 공유할 수 있게 된 것 같군. 마나에 대한 활용법도 이처럼 선명하게 전해 졌으면 좋을 텐데 그렇지 못한 것이 아쉽군.’
마차가 점점 가까워진다.
‘저렇게 마차를 방치할 자들이 아닌데, 뭔가 있군.’
마차를 떠나기 전에 하나가 남았었다. 그동안 흔적을 분산시키려고 노력했던 자들이다. 마차에 함정 같은 것을 만들어 놓았을 것이 분명했다.
‘남을 걱정할 처지가 아니다. 이자가 어떻게 될지 알 수는 없지만 지금은 최선을 다해 정보를 얻는 것이 우선이다. 이자의 능력도…….’
경외의 세계에서 내가 갈아탄 육신은 무사히 옮겨지고 있으니 걱정할 것은 없는 것 같다.
아직 시간이 있으니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동안 이 자의 지식을 훔쳐내야 만 한다.
사람의 몸에 빙의 된 귀신같은 형국이지만 이것 저것 가릴 처지가 못 되는 상황이다.
앞으로 있을 전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무슨 짓이라도 해야 하니까 말이다.
* * *
두드드드드!
“저기 마차가 보입니다.”
아이들을 탈취한 자들의 흔적을 쫓아 말을 재촉하던 레폰드 백작은 눈에 힘을 주었다.
마나가 돌자. 그의 눈에도 멀리 마차가 보였다.
“서둘러라. 차앗!”
레폰드 백작은 말에 박차를 가했다.
“워! 워!”
잠시 후 마차 주변에 당도할 수 있었다.
사위가 어둠으로 잠기기 시작했지만 죽어 나자빠진 말들과 마차 안을 확인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백작님! 아무도 없습니다.”
“역시.”
이미 떠났을 것이라 짐작은 했지만, 너무 아쉬웠다.
“주변을 뒤져라.”
레폰드의 지시에 브로신과 기사들이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수색이 한동안 진행되었다.
추적을 해오던 레폰드 백작이 버려진 마차를 발견한 것은 아이들을 데리고 온 사나이가 숲으로 들어가고 상당한 시간이 지났을 때였기에 레폰드 일행은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백작각하! 마차를 다시 한 번 뒤져보는 것이 어떻습니까?”
수색해도 진전이 없자. 마차 곁에서 말들을 돌보고 있던 기사 하나가 제안을 했다.
“좋아. 한번 뒤져보도록 해라. 의외의 단서가 나올 수도 있으니까.”
“예!”
레폰드 백작의 허락을 받은 기사가 마찬 안으로 들어갔다.
“너희들은 주변을 다시 한 번 샅샅이 살펴라.”
기사가 마차로 들어가고 난 뒤 레폰드는 다시 한 번 수색을 지시했다.
“예, 각하!”
콰쾅!!
말에서 기사들이 내리는 순간, 강렬한 폭발음과 함께 마차가 터져 나갔다.
“크아아악!”
주변에 있던 기사들 세 명이 폭발로 튀어나오는 파편에 얻어맞고는 비명을 지르며 공중을 날았다.
마차 곁에 매어 두었던 말들은 대부분 폭발을 견디지 못하고 짓이겨진 어육처럼 산산이 찢겨 사방으로 흩어졌다.
후드드득!
찢어진 살점들이 비가 되어 사방에 떨어졌다.
“이런!”
레폰드 백작의 입에서 경악성이 튀어나왔다.
폭발의 여파가 가라앉은 장내에 쓰러진 기사들이 보였다.
바닥에 쓰러진 채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면 모두 죽은 것이 분명했다.
갑주를 입고 있어 말들처럼 몸이 찢겨 지진 않았지만, 갑주 곳곳에 구멍이 뚫려 있었다.
수십 개의 마차의 파편이 갑주를 뚫고 들어가 육체에 구멍을 냈으니 삶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제기랄! 마법사는 마나의 유동을 확인해라.”
레폰드 백작의 명령에 통신을 위해 따라왔던 마법사가 마나의 유동을 체크했다.
“백작님, 마나 유동이 일어난 흔적이 전혀 없습니다. 마차가 폭발한 것은 마법 때문이 아닙니다.”
“그게 사실인가?”
“그렇습니다.”
사실상 마법 이외에 이 정도의 폭발력을 일으킬 만한 것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레폰드가 알고 있기로는 제국의 비밀 병기가 이만한 폭발력을 가졌지만 그것도 마나의 흔적은 남기기에 의문이 아닐 수 없었다.
‘무서운 놈들이로군. 이런 무기까지 가지고 있었다니.’
가공할 폭발 무기에 지금까지 자신들을 따돌리던 치밀한 계획을 떠올려 보니 절대 만만하게 상대할 자들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백작님!”
망연하게 수하들을 바라보던 레폰드 백작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멀리 떨어진 탓에 피해를 입지 않은 브로신과 기사가 달려오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백작님, 놈들은 이곳에서 사라진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이곳이 아니라면 어디라는 말인가?”
“아마도 다른 곳에서 내리고 빈마차로 말들을 달리게 한 것 같습니다. 이곳에 흔적이 없으니 왔던 길을 거슬러 올라가며 살피는 것이 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브로신, 잡을 수는 있겠나?”
“말들의 상태를 봤을 때 놈들이 마차에서 내리고 달려온 것은 얼마 되지 않는 것이 분명합니다. 지금부터 우리가 온 길을 따라 수색을 하면 놈들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빨리 찾게. 놈들을 찾아 찢어 죽여야 하니 말이야. ”
레폰드 백작은 분노어린 목소리로 브로신에게 지시를 했다.
“예!”
브로신은 레폰드 백작의 지시에 자신들이 온 길을 살피면서 수색을 하기 시작했다.
흔적을 찾으며 뒤로 이동해 가다가 2시간 정도가 지났을 무렵에 마차가 잠시 머물렀던 지점을 찾을 수 있었다. 바닥을 살피며 오느라 시간이 지체된 것이다.
브로신은 말에서 내려 주변을 유심히 살폈다.
‘으음, 깊이가 틀리다.’
한동안 서있던 탓에 마차의 바퀴자국이 다른 곳보다는 조금 깊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알아보지 못할 아주 미세한 차이였지만 특급 어쌔신인 브로신의 눈을 속이지는 못했다.
흔적을 중심으로 주변을 유심히 살피는 브로신에게 레폰드 백작이 다가왔다.
“그래, 찾았나?”
“백작님, 놈들은 저 숲으로 들어 간 것이 틀림없습니다.”
브로신은 사나이가 아이들을 데리고 들어 간 곳을 정확히 가리켰다.
흔적을 지운다고 애는 썼지만 나뭇가지에 쓸린 자국은 일반적인 땅과는 야간은 다르기에 미세하게 남은 흔적을 브로신이 놓치지 않았던 것이다.
“말을 타고 놈들을 쫓을 수는 없을 것 같군.”
“그럴 겁니다. 카모르의 영향을 받아 저 숲도 우거지니 말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을 데리고 있으니 그리 빨리 가지는 못했을 겁니다.”
대륙의 여느 숲과는 달랐다.
나무와 나무 사이가 사람 둘 정도 지나갈 정도밖에는 되지 않으니 말을 타고 가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할 터였다.
“기사 둘과 말들은 여기서 돌려보내고 나머지 인원들은 곧바로 추적을 하도록 하지. 자네가 앞서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브로신을 앞세우고 추적이 시작되었다.
‘어떤 놈들인지는 모르지만 갈가리 찢어 죽일 것이다.’
치밀한 도주에 이가 갈렸다.
레폰드 백작은 분노를 삼키며 말에서 내렸고 기사들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놈들을 쫓을 테니 너희 둘은 말을 끌고 복귀한 후 지금까지 일어난 일들을 보고해라.”
“예, 단장님.”
“나머지는 브로신을 따라 간다.”
기사 둘을 남긴 레폰드는 나머지 기사들과 함께 앞서 걷는 브로신을 따라 숲으로 들어갔다.
세상은 하나가 아니다
- 작가의말
나르한 점심 시간이에요.
선작해주신분들께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많이 애독해 주시기 바랍니다.
많은 분들이 읽어주시길 바라는데.........
약간 힘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열심히 써 볼랍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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