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끝없는 도주-01
경계를 넘는 자들! 타키온
6장. 끝없는 도주
‘후후후, 이제야 움직일 생각인 모양이군. 조금은 고민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결단이 상당히 빠른 자다.’
파팟!
기척을 숨기고 마을 주변으로 다가온 자들이 일제히 화전민들을 죽이는 자들에게 몸을 날리고 있다.
화전민을 죽이고 있는 자들을 향해서다.
나설 수 없어 정말 안타까웠는데 정말 다행이다.
마을 사람들을 살릴 수는 없겠지만 복수를 해 줄 수는 있을 것 같다.
‘빠르군.’
습격한 자들 중에서 제일 강한 자가 달려오고 있는 중이다.
소리하나 없이 덤불을 튀어나와 빠르게 다가오는 모습이 무슨 그림자 같다.
“적이다!!”
다른 아이를 안고 장내를 지켜보고 있던 자가 급하게 소리를 지른다.
어두운 밤이지만 충천하는 화광 때문에 자신들을 향해 빠르게 다가오는 암습자들을 볼 수 있었던 모양이다.
상당한 실력자이니 그럴 만도 하겠지만 나름 움직임이 은밀했는데 그걸 알아차리다니 감각만큼이나 눈이 좋은 자다.
“응?”
소리를 질렀던 자가 의문성과 함께 고개를 돌린다. 뒤에서 달려오는 은밀한 살기를 느낀 모양이다.
서걱!
덤불을 튀어나와 달려온 사나이의 검이 사선으로 휘둘러졌다. 다른 아이를 들고 있던 자의 머리가 그대로 갈라지며 피와 뇌수를 뿌려졌다.
후후후, 하나는 성공적으로 제거됐다.
놈의 기감을 흐리게 한 보람이 있는 것 같다.
“차앗!”
얼굴을 적시는 적의 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나이는 신형은 멈추지 않는다.
한 명을 베자마자 나를 안고 있는 자에게 곧장 다가온다.
휘이익!
이크! 조심!
날카로운 검이 가슴을 지나간다.
자칫 잘못하면 나까지 베어버릴 것 같은 기세에 몸에 소름이 돋는다.
창!
검과 검이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린다.
내가 약간 방해를 했음에도 습격을 알아차리고 쉽게 방어해 내는 것을 보면 쉽게 볼 자가 아니다.
나를 안고 있는 있음에도 일격을 막고 자리를 피한 후 기운을 끌어올리는 것이 순식간이다.
가지고 있는 기운으로 볼 때 습격해온 자보다 실력이 약간 높은 것 같으니 쉽게 당할 것 같지 않다.
습격한 사나이가 검을 멈추지 않는다.
공격이 막힐 것을 어느 정도 예상을 한 모양이다.
회심의 일격 같았는데 검이 막히자 순식간에 공격패턴을 바꾼다.
쐐-애액!
연계동작도 그렇고, 반응 한 번 무지하게 빠르다.
무척이나 영활하게 움직이며 검을 휘둘러 나를 들고 있는 자를 위협하는 것이 살벌하기 그지없다.
차차창!
일정한 법칙에 따라 종횡으로 누비며 짓쳐드는 검격은 무척이나 날카롭다.
그렇지만 나를 들고 있는 자도 굉장하다. 적어도 습격한 자보다 동급이거나 한 수 정도는 앞서는 것 같다.
제법 무거울 텐데 옆구리에 한 손으로 나를 들고 있으면서 여유 있게 방어하는 것을 보면 쉽게 결착이 나지 않을 것 같다.
아무래도 도울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 같다.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면 안 될 것 같으니 말이다.
* * *
‘으음, 기세를 감추고 있기는 하지만 소드마스터가 분명하다. 이자를 최대한 빨리 제거해야 수하들의 희생이 적어진다.’
동료가 죽었음에도 적은 여유를 가지고 있다.
은은히 검에 감싸인 오러의 형태를 보면 오러블레이드도 쉽게 만들 수 있는 것 같지만 손속에 사정을 두고 있었다.
자신의 정체를 밝혀내기 위해 검세를 보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검으로 경지를 이루었다는 소드마스터가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나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한단 말이지. 후후, 방심한 것이 네 패착이 될 것이다.’
상대가 마스터라는 것을 알게 된 사나이는 결단을 내렸다.
화전민촌을 장악하고 두 아이를 납치 한 후, 사람들을 죽이고 있는 자들의 숫자는 모두 20명이다.
자신이 이끌고 온 수하들이 적의 두 배나 되는 인원이기는 하지만 일이 여기만 정리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오래 끈다면 자신에게 결코 유리할 리 없었다.
부웅!
사나이는 검에 마나를 주입했다. 진동음과 함께 무형의 칼날이 검에서 솟아 나왔다.
다른 이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칼 하나가 그의 검 끝에 생긴 것이다. 사나이는 주저하지 않고 강렬하게 검을 휘둘렀다.
카캉!
두 배가 넘는 쾌속한 속도로 검을 휘둘렀지만 상대방도 만만치 않았다. 사나이의 검을 막아낸 그의 검에는 어느 새 푸른빛의 오러블레이드가 맺혀 있었다.
“호오!”
상대의 눈에는 이채가 서려 있었다.
잘라졌어야 정상이것만 사나이의 검이 흠 하나 없이 무사했기 때문이다.
오러블레이드 맺힌 자신의 검을 막아낸 것에 대해 흥미가 일어난 것이다.
“차앗!”
부웅!
사나이가 다시금 전력을 기울여 검을 휘둘렀다.
대기가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검이 날았다. 상대 또한 검을 휘둘러 막아 나갔다.
쾅!!
검과 검이 부딪치는 소리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강렬한 폭음이 울렸고, 마나의 충돌로 인한 강력한 충격파가 주변을 휩쓸었다.
사삭!
사나이는 검이 막히자 충격파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신형을 쾌속하게 앞으로 전진시키며 빙그르 몸을 돌렸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수배나 빠른 몸놀림으로 사나이의 신형이 잠시 시야에서 사라졌다.
“어?”
푹!
역수로 쥐어진 사나이의 검이 배에 틀어 박혔다.
‘크으, 어, 어떻게?’
소드마스터의 감각을 속이는 움직임이라고는 해도 막지 못할 것은 없었다. 뭔가가 이상한 느낌이 들지만 않았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크으, 마왕의 자식이라고 하더니. 내가 방심했구나.’
품에 안긴 아이의 눈이 보였다.
무서워 벌벌 떨고 있어도 모자랄 텐데 슬며시 미소 짓는 모습에 전율이 일었다.
마치 예상대로 됐다는 표정이다.
자신을 오싹하게 만든 기운은 아이에게서 흘러나왔던 것이었지만 더 이상 생각을 이어나갈 수 없었다.
“끄르르르…….”
붉은 핏물이 입으로 넘어오며 정신이 아득해졌다.
지시를 받은 대로 마왕의 자식이 분명했지만 더 이상 정신을 유지할 수 없었다.
배로 파고는 검에서 있어난 기운이 속을 갈가리 찢어 놨기 때문이다.
“젠장 시간을 너무 끌었다.”
카밀의 검들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잘 막아주던 수하들이 쓰러져 가고 있었다.
쑤욱!
상대의 죽음도 확인하지 못하고 검을 뽑아 낸 사나이는 싸움터로 몸을 날렸다.
“차앗!”
서걱!
“크으윽!”
포효하는 사자가 따로 없었다.
사나이가 싸움터에 뛰어 든 후 검을 휘두를 때마다 여지없이 하나의 생명이 거두었다.
사나이가 싸움터로 뛰어 든 후 10여분이 지나기 전에 화전민 마을에 피를 불러 온 자들이 모두 전멸 했다.
“마을 사람들은?”
전장을 정리한 후 불타는 오두막을 보며 사나이가 수하에게 물었다.
“마을 사람들 중 두 아이를 제외하고는 생존자는 한명도 없습니다. 미안한 일이지만 마을사람들의 시체도 모두 불타고 있는 오두막에 던져 넣었습니다.”
“희생자는?”
“모두 여덟이 당했습니다. 시체를 처리할 여유가 없기에 드러날 만한 것은 모두 회수하고, 불타고 있는 집에 모두 집어넣었습니다.”
“으음, 몬스터의 밥이 되는 것 보다 나을 테지.”
사나이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 나왔다. 희생자가 너무 많았다.
아이들의 소재지가 너무 넓게 퍼져 있어 인원을 나눌 수밖에 없기에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결과였다.
“카밀의 검은?”
“같이 집어넣었습니다. 그곳에서 나온 자들을 여기 저기 뿌려 놨으니 놈들에게 약간의 혼란을 줄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제 어떻게 하실 겁니까?”
“놈들이 타고 온 말 꼬리에 불을 붙이고 사방으로 보낸다. 그리고 숲길을 빠져나가 약속된 장소로 간다.”
“마스터, 그것은 위험합니다. 놈들의 이목이 짝 깔려 있습니다. 놈들에게 의심을 불러일으키고, 유인책을 마련한다고 해도 금방 발각이 될 겁니다. 그리고 너무 먼 거리라서 아이들이 견뎌내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차라리 숨겨진 워프게이트를 이용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수하의 말에 사나이는 얼굴을 굳혔다.
“그것은 더 위험하다. 아쉬운 일이기는 하지만 마법전력 만큼은 아직까지 우리가 그자들보다 아래다. 숨겨진 워프게이트를 사용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놈들은 분명 마나의 흔적을 쫓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놈들에게 그곳까지 들키게 된다. 그러니 지금으로서는 카밀의 검이 사용하던 말로 이목을 흐리고 원래 계획한 대로 이동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
“죄송합니다.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카밀의 검이 움직였다면 뒤를 받치는 성법사들도 움직였을 텐데 말입니다.”
마스터라 불린 사나이의 설명에 수하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다. 그것이 아이들을 안전하게 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니까. 하지만 우리는 앞으로의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 놈들과 단시간에 승부를 낼 수 없으니 말이다. 그곳으로 가는 동안 놈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우리를 추적해 올 테니 아주 위험한 임무다. 각오는 되어 있나?”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떻게 해서든지 성공을 시킬 겁니다.”
“그래, 믿는다.”
사나이는 수하들을 둘러보며 눈빛을 빛냈다.
이중 태반이 목적지로 가는 동안 죽을 것이고, 시체조차 거두어 줄 여유조차 없을 것이기에 자신의 마음에 담아 두려는 것이다.
‘몇 명의 아이가 나타났는지는 모르지만 우리가 가장 늦었으니 모두들 아이들을 구하는데 성공했을 것이다.’
사나이는 다른 곳으로 향한 자신의 동료들을 믿었다.
모두 8군데로 나뉘어 아이들을 찾아 떠났다. 자신의 목숨보다 더 귀한 사명이 아이들을 구하는 것임을 모두가 알고 있다.
이곳과 마찬가지로 동료들이 희생됐겠지만 임무를 성공시켰을 가능성이 높았다.
수하들을 둘러본 사나이는 아이 하나를 안아들었다.
수하들 중 하나가 다른 아이를 안았다. 나머지 수하들은 두 사람을 호위하는 형태로 진형을 짰다.
“가자!”
파파파팟!
준비가 끝나자 사나이와 일행은 빠르게 화전민촌을 벗어나 숲길을 내달리기 시작했다.
* * *
세상은 하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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