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장. 죽음의 대지, 카모르!-04
경계를 넘는 자들! 타키온
쐐애액!
도주하는 사나이를 향해 브로신이 던진 대거가 한줄기 섬광처럼 허공을 날았다.
퍽!
간발의 차이로 브로신이 던진 대거가 나무 깊숙이 꽂혔다.
파파팟!
사나이를 쫓는 레폰드 백작의 신형이 조금씩 빨라졌다.
제자의 죽음을 목격한 그의 눈을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반드시 적을 죽이겠다는 적개심만이 가득했다.
‘뒤를 받쳐드려야 한다.’
화살 맞은 멧돼지처럼 적을 향해 달려가는 레폰드 백작을 보며 브로신 또한 빠르게 뒤를 쫓았다.
‘지겨운 추격전도 조금 있으면 끝이군.’
레폰드 백작의 뒤를 쫓으며 사나이의 움직임을 계속 주시하던 브로신이다.
방금 전 레폰드 백작의 일격을 막아낸 후 테이몬드를 죽이기는 했지만 언 듯 사나이의 입가에서 흘리는 피를 봤다.
‘네 놈의 얼굴을 볼 시간이 머지않았다.’
내상을 입었으니 얼마가지 못하고 레폰드 백작에게 잡힐 것이라고 판단했다.
타타타탁!
앞서 가던 사나이가 거대한 나무의 줄기를 발로 찍으며 위로 빠르게 올라갔다.
팟!
나무위로 올라 간 사나이는 가지에서 가지로 탄력을 이용해 빠르게 건너뛰며 도주했다.
‘으드득, 놓치지 않는다.’
레폰드 백작은 시선을 위로 두고는 오러를 사용해 사나이를 계속해서 쫓았다.
눈에 보이는 상대를 쫓는 일은 그에게는 별로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이미 분노가 그의 몸을 지배하고 있었기에 지친 몸임에도 상당한 빠른 속도였다.
한동안 쫓는 자와 쫓기 자의 추격전이 이어졌다.
좀처럼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 것을 보면 사나이도 지친 듯 했다. 전처럼 빠르게 시야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이상하군.’
한 동안 사나이를 쫓던 브로신은 다시 이상함을 느꼈다.
내상을 입은 것이 분명함에도 거의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함정일 수도 있다.’
또 다시 유인하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브로신은 레폰드 백작을 쳐다보았다.
‘뭐지? 어째서 저렇게 이성을 잃으신 거지?’
어째서 인지는 모르지만 평소 자신이 보아왔던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이미 분노로 물들어 말려도 듣지 않으실 것 같구나. 그렇다면 놈의 의도대로 따라주는 척하며 역습이나 함정에 대비를 해야겠다.’
정신없이 사나이를 쫓고 있는 레폰드 백작은 자신이 말려도 추적을 늦출 것 같지는 않았다.
혹시 모를 함정에 대비하기 위해 브로신은 속도를 조금 늦추었다.
“엇? 백작님!!”
앞서 달려가던 레폰드 백작의 신형이 갑자기 아래로 푹 꺼졌다.
타타탁!
“백작님, 움직이지 마십시오.”
레폰드 백작의 신형이 아래로 꺼진 이유는 그가 딛고 있는 땅이 늪지였기 때문이다.
낙엽이 덮고 있어 미처 알아차리지를 못하고 그대로 빠져 버린 것이다.
‘큰일 날 뻔 했다.’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면 같이 빠졌을 것이 분명 했기에 브로신은 간담이 서늘했다.
만약 두 사람이 동시에 빠졌으면 어찌 해볼 도리도 없이 늪에 빠져 죽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젠장! 놈이 노리고 있는 것이 이것이었을 줄이야. 백작님, 자꾸 움직이시면 더욱 빠져 듭니다. 양팔을 최대한 벌리고 가만히 계십시오. 줄을 구해 보겠습니다.”
“크으, 알겠네.”
레폰드 백작에게 주의를 준 브로신은 빠르게 주변을 훑었다.
섣불리 구하다가는 자신도 위험할 수 있었기 레폰드 백작을 끌어낼 것을 찾아야 했다.
“저거면 되겠군.”
브로신은 나무를 타고 오르는 넝쿨이 보였다. 단검으로 넝쿨을 잘라온 브로신에 끝에 나무를 묶어 레폰드 백작에게 던졌다.
휘익!
탁!
“백작님, 넝쿨을 잡으십시오.”
“알았네.”
“끌어당길 테니 힘을 주지 마십시오.”
레폰드 백작이 넝쿨을 잡자 브로신은 천천히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브로신의 재빠른 조치로 레폰드 백작은 무사히 늪지를 빠져 나올 수 있었다.
“후우, 미안하네.”
“아닙니다. 다행이 제가 속도를 늦추었기에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위험할 뻔 했습니다.”
“놈을 쫓아야 하는데 지나갈 수 있겠나?”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레폰드 백작의 물음에 브로신은 주변을 뒤져 돌을 찾았다.
사람 머리통만 한 돌들을 구해 온 브로신은 하나씩 1미터 간격으로 앞으로 던지기 시작했다.
처음 몇 개는 그대로 늪지로 빠져 들었다.
그렇게 10미터 정도를 던졌을 때 돌이 더 이상 빠져 들지를 않았다.
‘더 확인을 해봐야 한다.’
브로신은 다시 돌을 구해와 먼저 던 진 자리에서 옆으로 10여미터 떨어진 곳에서 던지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옆으로 거리를 벌리며 돌을 던졌다. 폭은 얼마 되지 않지만 상당한 거리까지 돌이 늪 속으로 빠져 들었다.
‘띠처럼 형성이 되어 있다.’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었다. 늪지가 마치 강처럼 흐르는 형태로 형성되어 있었다. 폭이 10여 미터 정도지만 길이는 알 수 없는 늪지대였다.
‘강 같은 것이 흘렀던 지역인가 보군. 직선으로 흐르지는 않았을 테고, 물줄기를 따라 뱀처럼 구불구불 할 수도 있겠구나.’
오래전 강이 흘렀고, 그 자리에 늪지대가 형성된 것만은 분명했다. 강줄기에 따라 늪지대가 형성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아 주의해야 할 것 같았다.
‘거기다가 늪지대 주변의 뭔가가 마나를 운용을 방해 하고 있다. 그냥 건너려다가는 마스터라도 낭패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마나 이상 현상이 늪지대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마스터급의 마나운용을 방해하는 것이라 그냥 건너려 하다가는 백이면 백 빠지고 말 터였다.
“백작님, 마나 이상현상 때문에 아무래도 이곳을 건너려면 나무를 이용해야 할 것 같습니다.”
늪지의 상태를 확인한 브로신이 레폰드에게 말했다.
마스터조차 함부로 상대하기 어려운 실력을 가진 어쌔신이 브로신이다. 그런 그가 극도로 주의를 기울이는 카모르라면 조심했어야 했는데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너무 급했구나. 놈이 날 이곳으로 유인한 것을 보면 앞으로 브로신의 의견을 따르는 것이 났겠다.’
늪지에서 나와 몸에 붙어 있는 이물질을 털어내던 레폰드는 마음을 고쳐먹었다.
“이제부터는 자네가 놈을 쫓게. 놓칠 수도 있으니 빨리 서둘러야 하네.”
“예, 백작님.”
잠시 후, 브로신은 나무 위로 올라가 사나이처럼 나무와 나무사이에 걸친 가지를 이용해 늪지대를 건너기 시작했다.
‘마나 이상 현상이 없으니 백작님도 충분히 건널 수 있다.’
마스터급의 능력자인 레폰드다. 균형감각이 초인의 수준에 접어든 터라 문제가 없을 터였다.
“백작님도 충분히 건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타타탁!
레폰드 백작 또한 브로신을 따라 나무로 올라가 늪지대를 건널 수 있었다.
* * *
브로신이란 자의 능력이 각인된 듯 전해져 온다.
레폰드 백작에게 빙의된 경험이 있어서 인지 이번에는 그리 놀랍지 않았다.
레폰드 백작과 마찬가지로 그의 감정선이나 일상적인 기억은 살펴볼 수 없지만 그가 가진 능력만큼은 마치 내 것인 것처럼 전해진다.
‘으음, 대단한 자군. 마스터급의 실력을 가졌는데도 철저히 감추고 있으니 말이야.’
전해진 것을 토대로 분석해 보면 레폰드 백작 못지않은 검술 실력을 가진 자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암살자로서 그가 받은 교육은 물론이고, 그동안 수행한 수련과 실전은 무척이나 도움이 되는 것들이다.
전장에서 뒹굴어 온 나인 데도 그의 능력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워야 할 것 같다.
한마디로 그는 완벽하게 자신을 감출 줄 아는 살인기계다. 마스터도 손쉽게 죽일 수 있을 정도의 실력자인 것이다.
이자는 자신이 가진 능력을 철저히 감추고 있다. 암살자라는 특성 때문인지 사사로운 인연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레폰드 백작에게도 실력을 감추고 있다.
‘뭐, 어찌 되었거나 상관없나? 후후!’
내가 경외의 세계로 온 이유는 놈들을 상대하기 위한 능력을 얻기 위해서다.
비록 놈들이 가진 능력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이런 기회가 많은 수록 나는 좋다.
분기점에 다다르기 전까지 지켜보면서 이 자의 능력을 알아내는 것도 좋은 일이다.
‘그나저나 이들을 유인하고 있는 자의 능력을 얻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시간이 조금 더 있다면 나를 이곳까지 옮겨 온 자의 능력을 알아보고 싶다.
인간 같지 않은 레폰드와 브로신을 이리 농락할 수 있다니 솔직하게 말해 무척 탐이 난다.
그렇지만 시간이 없을 것 같다. 전해지는 느낌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으니 말이다.
‘욕심을 내기 전에 가진 것부터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어야겠지.’
분기점을 지나면 내게는 더 큰 기회가 생긴다.
천곤을 사용하지 않고도 경외의 세계에 접속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일단은 만족할 수밖에.’
천천히 브로신의 능력에 집중했다.
그간 수련으로 쌓아 온 그의 능력이 카피되어 천천히 나에게 전해진다.
1권. 끝.
세상은 하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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