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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천 님의 서재입니다.

격투기 유망주가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스포츠, 현대판타지

소고천
그림/삽화
소고천
작품등록일 :
2022.05.11 10:07
최근연재일 :
2022.07.19 23:58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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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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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22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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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40. 주짓수와 서핑 (02)

DUMMY

“이건 미친 짓이야···.”

“에이 그 정도는 아니야.”

“넌 미친 게 분명해···. 아니, 미쳤어.”


사람들이 몰리는 관광명소인 베니스에도 주짓수 체육관은 있었다. 새것처럼 뻣뻣하고 질긴 재질의 도복 소매를 만지작거린 앨리스가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크리스마스 이브라고······. 이브란 말이야···.”

“그런 기념으로 딱 한 시간만 하자. 어차피 서핑 강사님 스케줄도 딱 맞는데.”

“젠장, 그럼 체육관은 통째로 빌린 거야?”

“당연하지, 누구한테 받는 과외인데.”


원래라면 주원은 베니스에 올 계획이 없었다. 한밤중의 모략으로 억지로 데려온 것이나 다름없었기에 앨리스로선 주원의 부탁을 거절할 명분이 부족했다.


“후..... 비쌌을 텐데? 체육관 말이야.”


매끈한 초록빛 매트 위는 텅텅 비어 주원과 앨리스뿐이었다.


“마르코 씨한테 받은 돈이 많아서.”

“아, 플로리다에서···. 얼마 받았는데?”


얼마나 받았길래 체육관을 통째로 빌렸을까. 호기심이든 앨리스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주원이 머리를 긁적거리며 입을 열었다.


“만 달러.”

“푸흡!”


2013년도 환율로 따지면 1,000만 원이 조금 넘는 금액. 그 말을 들은 앨리스가 매트 위에 엉덩이를 찧었다.


“미··· 미친. 그렇게 많이?”


처음 주원 그도 계좌에 찍힌 금액을 확인했을 때는 그녀와 비슷하게 반응했다. 당혹스러움에 마르코에게 전화를 걸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야, 그냥 투자라고 생각해. 나한테 큰돈은 아니니까.

-하지만 액수가 조금 크지 않습니까.

-에헤이! 푼돈이라니까? 너 이제부터 돈 쓸 일 많다? 훈련캠프 같은 거 알지. 어설프게 꾸려도 최소 오천 달러는 쓸 텐데, 그냥 받아둬.


사실 마르코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급하게 찾던 스파링 파트너가 코치 일 까지 해주었으니, 만 달러가 전혀 아깝지 않았다. 결국 경기를 이기기도 했고.


-...... 그렇게까지 말씀 하신다면 거절하지는 않겠습니다.

-흐흐, 그래. 그래야 주원 너답지. 나중에 비싼 술이라도 한 번 쏴. 나 경기 없을 때 말이야.


나중에 다 갚으라는 뉘앙스의 말이었지만 주원이 본 마르코는 그런 인물이 아니었다. 플로리다의 화창한 날씨만큼 따뜻했던 그 목소리를 떠올리자 조금 가슴이 먹먹해졌다.


“좋은 분이야. 내가 운이 좋았지.”

“후···. 좋아, 그냥 해보자. 너랑 한 판 해보고 싶기도 했고.”


주원의 표정이 더없이 진지해지자 앨리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도복을 입고하는 만큼 힘 조절 없이 해볼까?”

“음, 괜찮겠어?”

“참나, 언제는 나보고 최강이라며. 쪽팔릴 일은 없을 테니까, 걱정마.”


그 말을 끝으로 앨리스는 매트에서 일어나 보폭을 넓게 섰다. 오른팔은 앞으로, 왼발은 뒤로.


‘주짓수로는 누구한테도 안 져.’


앨리스도 주원의 진중한 얼굴에 눈빛을 고쳤다. 그녀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주원의 주짓수 실력은 유도식 암바 정도밖에 기억나지 않았다. 애초에 FFC에서는 그라운드 위주로 경기를 풀어가지 않던 그다.


저번 미션을 통해 그의 가능성을 조금 확인하긴 했지만, 아직 그뿐이다. 정보의 총량에서부터 차이가 날 것이 분명하다.


‘넘어지는 것만 좀 조심하면-’


쾅!!!


주원의 동태를 살피며 이어가던 생각이 끊어졌다. 동시에 환한 조명이 정면으로 그녀의 눈에 들어왔고, 주원의 웃는 얼굴이 보였다.


“테이크다운으로, 2점. 맞지?”

“······ 빠르긴 하네.”


마르세 한 보, 단번에 거리를 좁힌 주원이 그녀의 소매와 가슴 깃을 잡고 엎어 친 것이다. 멱살을 잡은 채 그대로 깔아뭉개려는 주원.


하지만 빠르게 상황을 파악한 앨리스도 가만있지 않았다. 그녀는 하늘을 보고 누운 상태로 팔로는 주원의 목을, 발로 지면을 밀었다.


마치 포복 훈련의 한 동작처럼 빠르게 압박하려는 주원에게서 도망친 그녀가 공간을 확보. 곧바로 다리를 벌려 주원의 허리춤을 감싸 안았다.


쾅!


주원의 손바닥이 바닥에 부딪혔다. 이는 흔들리는 상체를 단단히 고정하는 지지대가 되었다.


“뭐야, 막았어?”


앨리스가 의외라는 표정으로 주원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주원의 등골이 서늘해졌다.


[주짓수, 힙 범프 스윕 : 80%]


불리한 자세나 상황에서 벗어나 포지션을 회복하거나 역전하는 스윕. 그녀의 스윕 시도는 노련했다.


가장 먼저 주원의 목깃을 끌어당겼다. 그리고 1초 정도였을까, 그녀의 손아귀를 뜯어내고자 주원이 고개를 들어 올리고 뒤로 몸무게를 싣는 그때.


순간 뒤로 쏠린 주원의 체중이동을 놓치지 않고 허리를 들어 엉덩이로 주원의 배를 미는 스윕을 시도한 것이다. 위기에 손을 뒤로 짚어 버틴 주원의 팔이 부들거렸다.


그녀의 MMA 성취도에 비해 턱없이 높은 점수. 주원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마치 썰매를 타듯 도복이라는 밧줄을 당기고 엉덩이를 밀어 올린 것이다.


‘도복만 있으면 그 성취도가 다르다는 건가.’


물 흐르듯 부드러운 테크닉에 주원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바닥에 누워있는 그녀를 보며 입을 열었다.


“내가 여자였으면 뒤집혔을 거야.”

“됐어. 기본기는 좋네 계속하자.”


동시에 다시금 둘의 신형이 얽히고 뒤집히길 여러 번 반복했다. 주원의 완력을 어느 정도 가늠했는지 기술의 정교함은 더욱 짙어졌다.


아무리 주원이 많은 경기를 봐왔더라 해도 투자한 시간이 너무나 차이 났다. 주원이 모든 카드를 다루고자 한다면, 그녀는 어렸을 적부터 주짓수라는 우물만을 파왔던 것이다.


주원도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그녀의 테크닉을 의식하며 떠오르는 방법을 계속해서 시도했다.


‘나도 아직 까지 탭(항복)은 안 쳤어. 뭔가 방법이 있을 텐데.’


순간 주원의 머릿속에 전구가 깜빡였다.


압박을 멈추고 앨리스의 가슴팍에 파묻은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러자 앨리스가 기회라는 듯 똑같이 몸을 일으켰고.


짝짜꿍을 하는 아이들처럼 마주 보고 앉는 형태. 그 상태로 주원은 그녀의 한쪽 바짓단을 잡고 옆 굴렀다.


파박, 팍!


[주짓수, 베림보로 : 27%]


형편없는 숫자였지만


“무···. 무에야?”


확실한 효과가 나타났다. 그녀와 주원의 다리가 실뜨기하듯 얽혔고, 주원은 그대로 옆으로 뎅굴 굴렀다. 그러자 그녀의 엉덩이가 하늘로 떴고.


‘모르겠다. 내가 했지만 이건 그냥···.’


그 과정 또한 너무나 미숙해 확실치 않았다. 다만 분명한 건 그녀의 등에 주원이 붙어있었고, 두 다리는 앨리스의 허리춤을 단단히 잠갔다.


“바, 방금 그거 어떻게······.”


그녀의 얼굴이 당혹스러움으로 물들자 주원도 잠시 머뭇거렸다. 그야 베림보로는 아직 정확히 정리된 기술이 아니었으니.


“정보의···. 비대칭성.”


주원의 중얼거림이 텅 빈 체육관 천장에 부딪혔다.



***



주짓수 스파링을 끝내고 가볍게 샤워를 마친 둘은 말없이 베니스 해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굉장히 어색한 침묵이 주원과 앨리스 사이를 갈라놓았다.


체스 초보가 그랜드 마스터를 이긴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 그리고 그 주인공이 주원이 돼버린 것이다. 물론 그 뒤로 눈이 돌아간 앨리스가 주원에게 탭을 여러 번 받긴 했다.


하지만 딱 한 번이지만 등을 빼앗겼다는 사실에 충격이 컸던 앨리스였다.


“완전히···. 처음 보는 기술이었어······.”

“음···.”

“아니야, 말하지 마. 인정해야 할 건 받아들여야지. 그리고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지금도 잘 기억이 안 나.”


기분 나쁘다는 기색은 아니었다. 담담하게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에는 분노보다는 의욕이 느껴졌다.


“더 열심히 해야겠어.”

“지금도 잘하고 있잖아.”


주먹을 꽉 움켜쥐고 눈을 빛내는 그녀는 새로운 목표를 찾은 듯했다. 천천히 걸음을 옮기던 앨리스가 고개를 홱 돌려 주원을 바라봤다.


“주원.”

“응?”

“너 말이야.”

“뭔데···?”


마치 그녀의 회색 눈이 햇빛에 부딪혀 붉은 기가 아른거렸다. 불타오르는 듯한 그 분위기에 주원이 조금 뒷걸음질 치며 되물었다.


“너 주짓수 스승 말이야. 아니면 띠를 받았다거나... 아직 없지?”

“없지? 후마이타 체육관에서 매일 같이 꼬시긴 하는데.”

“좋아, 너 나한테 화이트 벨트 받아.”

“...... 뭐? 진심이야?”


벨트를 준다는 것은 주짓수에 있어서는 꽤 의미가 크다. 보통 사람도 아니고 그레이시의 이름표를 달고 말이다. 주짓수는 역사의 뿌리가 짧은 만큼 띠를 준다는 건 인(人)보증에 가깝다.


예를 들어 만약 주원이 블랙 벨트를 앨리스에게 받았다면, 주원의 실력을 앨리스의 주짓수 명예를 걸고 보증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주짓수는 벨트가 주고 받는 데에 있어 조금 보수적인 편이다.


리스크가 따르는 제안이었음에도 앨리스의 목소리는 그녀답게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쳤다.


“응, 그리고 느낌이 들었어.”

“...... 느낌? 스파링하면서?”

“그건 나중에 알려줄게. 근데 너한테 해가 되는 건 아니야. 그레이시의 이름으로 맹세해! 오히려 너도 얻는 게 많을 거야.”


그녀의 말에 주원의 동공이 이리저리 움직였다. 조금 따져보는 듯한 태도였지만, 그녀에게 언젠가 주원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품을 줄도 알아야지.


고개를 살짝 끄덕인 앨리스가 당당한 얼굴로 어서 대답하라는 듯 턱을 치켜 들었을 때, 한편 주원의 머릿속도 빠르게 돌아갔다.


‘생각해보자.’


미래에 도복 주짓수로는 남자도 이기는 기교의 정점 앨리스. 그런 그녀가 주짓수를 제대로 가르쳐 주겠다 제안한 것이다. 그렇다면 주원이 입는 손해는?


‘없다. 후마이타 유파랑 조금 껄끄러워진다는 정도.’


이것저것 머릿속으로 계산을 마친 주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주원의 수락을 본 앨리스가 평소의 날카로운 미소가 아닌 따뜻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좋았어! 내가 진짜 제대로 알려줄게. 그만해주세요, 하고 빌어도 소용없다?”


그녀의 새로운 표정을 보고 마주 웃어 보인 주원이 고개를 돌리고 발걸음을 옮겼다.


“걱정은 네가 해야 할걸?”

“왜?”

“밑천 다 털릴지도 모르니까.”

“헐? 참나, 걱정 마세요.”



***



베니스 해변 모래사장. 그 위를 덮친 파도 거품이 꿀렁거리며 곡선 형태의 물 자국을 남긴다.


울긋불긋한 물 자국 너머, 수평선을 넘어온 작은 파동이 몸을 일으키더니 허리춤은 훌쩍 넘길만한 파도가 되었다.


그리고 어깨춤을 추는 파도의 결을 타고 대각으로 가로지르는 수많은 서퍼가 보였다.


“미친 난이도가 너무 높은데?”


딱 달라붙은 서핑용 웻슈트를 입고 머리칼을 넘긴 유진이 입을 떡 벌리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 옆에서 지켜보던 주원 일행은 다 비슷한 차림새였다.


"그, 그러게요. 처음이라 좀 떨리네요."

"파도가 좀 높은 거..."


착!


그가 뭐라 덧붙이려는 그때 그의 눈 앞에 키를 훌쩍 넘기는 서핑 보드가 꽂혔다.


“걱정 마세요. 저 정도는 바라지도 않습니다.”


햇볕이 쨍쨍한 모래 사장이 자신의 일터임을 증명하듯 구릿빛 피부에 백금발의 여자가 보드 너머에서 나타났다.


“오셨군요! 선생님! 저희 드디어 실전인가요?”


설렌다는 표정의 레이첼이 옆에서 손뼉을 치며 인사했다. 추운 편인 캐나다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레저인 만큼 잔뜩 상기된 표정이었다.


“제발 아까 안전 교육에서 강조한 점, 기억해 주세요. 주원, 당신만 만 믿을게요.”


약 한 시간 정도 넷을 봐왔던 서핑 강사 타니야는 주원을 제외한 셋의 왁자지껄한 분위기에 어지러움까지 느끼던 참이었다. 주원도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앨리스 씨도 유경험자니까 많이 도와주세요.”


그렇게 그들은 보드를 들고 바닷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수심이 허리 정도까지 올라오자, 넷은 보드 위에 엎드렸다. 그렇게 자세를 바꾸기 무섭게 한참 앞서가던 강사의 목소리가 커졌다.


“자, 큰 파도가 오죠? 잘 보고 따라 해볼게요!”


풍덩!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몸을 뒤집어 보드에 매달리듯 잠수한 강사가 보였다. 그녀의 동작과 동시에 반짝이는 푸른 글씨, 처음 겪는 상황에 주원의 눈망울이 찢어질 듯 뜨였다.


[주짓수, 기본 스윕 : 13%]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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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 주짓수와 서핑 (02) +2 22.06.22 669 2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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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5. 실력 좋은 복서와 한판 (01) +1 22.05.12 1,317 3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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