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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천 님의 서재입니다.

격투기 유망주가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스포츠, 현대판타지

소고천
그림/삽화
소고천
작품등록일 :
2022.05.11 10:07
최근연재일 :
2022.07.19 23:58
연재수 :
6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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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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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72,227

작성
22.05.16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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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글자
14쪽

9. 준비! 미국으로! (02)

DUMMY

“커허헝ㅡ”

“으음···”


얼마나 잤을까. 최주원은 옆 좌석에 앉은 유진의 코 고는 소리에 인상을 찌푸리며 눈을 떴다. 도착까지 두 시간 정도 남은 걸 확인한 주원은 눈가를 비비며 속으로 읊조렸다.


‘MMA 백과사전’

-띵!!!


[MMA 종합 백과사전]


[최주원의 MMA 종합 성취도]


[사용인-최주원의 기억을 분석합니다···. 완료.]


[복싱 성취도 37% → 44% ]

[유도 성취도 59% → 65%]

[태권도 성취도 7 → 31%]

[레슬링 성취도 21% → 30%]

[주짓수 성취도 23% → 30%]


[현재 백과사전의 수준은 ‘어린이용’입니다. MMA 백과사전의 기능은 독자의 수준과 정비례합니다]


약 반년 동안 열심히 훈련한 결과는 꽤 만족스러웠다.


2013년의 한국 주짓수는 아직 성장중이기에 배울 기회가 적었던 주짓수의 성취도는 아쉬웠다. 하지만 태권도의 성취도 상승 폭은 자신도 놀랄 만큼 놀라웠다.


유도 성취도가 65%까지 오르자 비슷한 자세가 많은 레슬링의 성취도도 함께 올라갔다. 이상하게도 65%를 넘기지 못했는데, 더 이상 숙련도의 개념을 벗어나 그 이상의 어떤 깨달음이 필요한 것 같다.


최주원은 창밖의 구름을 보며 아몬드와 땅콩을 씹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조급해하지 말자. 성장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


비행기에서 나와 입국 심사를 끝낸 최주원은 유진과 함께 LA 국제 공항에 도착했다. 그리고 순간 그는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찰칵! 찰칵!


눈앞에서 섬광탄이 터진 것처럼 눈을 뜨기가 힘들었는데. 손으로 눈을 살짝 가리고 앞을 보니 그와 유진의 얼굴을 향해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유진을 향한 것 같았다.


“은퇴를 선언하시고 FFC MMA 오디션에 참가한다는 루머가 있는데 사실입니까?”

“태권도에서 종합 격투기로 전향하는 게 사실입니까? 칸나 씨!?”

“칸나 씨 여기 좀 봐주세요!”


유진은 담담한 기색이었는데, 이런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 기자들에게 다가가 마이크 앞에 서서 카메라를 향해 입을 열었다.


“앞으로는 메달이 아닌 챔피언 벨트를 위해 훈련할 겁니다. 번복은 없습니다.”


-찰칵


이어지는 질문들은 가볍게 무시하고 공항 밖으로 걸어가는 유진. 그를 바라보던 최주원은 잠깐 멍하던 정신을 차리고는 유진의 뒤를 쫓았다.


택시에 탄 유진은 핸드폰으로 어느새 올라온 기사들을 보며 낄낄대고 있었다. 유진은 방금 한 자기 대사가 멋지지 않았냐면서 호들갑을 떨었고 최주원은 피곤하다는 듯 무시하고 잠깐 잠을 청했다.


***


“네 엄마, LA 도착했어요. 밥도 먹었고요.”

[그래, 대학교 개강할 때 잘 맞춰서 돌아오렴. 놀지만 말고 외국인 친구들이랑 얘기도 하면서 영어 스피킹도 틈틈이 하고.”]

“알죠, 알죠. 저 영어 잘해요.”

[대마초나 마약 같은 건 손도 대지 말고 알겠지?]

“알아요, 저 그런 성격 아닌 거 아시잖아요.”

[그래, 2학기 때 있을 토익이랑 토플시험 공부할 겸 영어 공부도 계속해라. 끊을게~]

.

“하아···.”


엄마와 통화를 끊은 최주원은 휴대폰의 검은 화면으로 비춰 보이는 자신과 눈이 마주쳤다. 깊게 한숨을 쉰 그는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다 에어비앤비 숙소의 냉장고를 향해 걸어갔다.


“똥 씹은 표정을 보아하니 너희 엄마랑 통화했구나?”

“걱정이 많으시니까”

“나 참, 그보다 우리 다이어트 계획이 어떻게 되는 거야?”


유진은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며 단백질 쉐이크를 흔들면서 물었다. 최주원은 그런 유진을 바라보며 주머니에서 작은 노트를 펼쳐 읽는다.


“FFC 오디션까지 한 달 남았으니까··· 네가 지금 몇 킬로지?”


“한 77kg 정도 될걸?”


“나도 마찬가지야, 그럼 7kg는 빼야 한다는 건데 예선 전날에 2.5kg 정도 수분을 뺀다고 생각하면 4.5kg 정도를 미리 빼야 해. 한 달에 4.5면 쉬운 난이도야. 알지?


“그런데 주원, 어차피 상시 계체라면서. 괜히 계체할 때마다 살 빼서 컨디션 망가지는 거 아니야?”


유진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자 최주원은 노트를 쳐다본 채 말을 이었다.


“네 말대로 계체는 합숙할 때 주기적으로 할 거야. 일단 내 말 믿고 해봐.”


주원의 기억대로라면 계체 측정은 수시로 하지만 그만큼 오차범위를 널찍하게 줄 것이다.


“오케이, 근데 오늘은 LA 첫날이니까 나가서 실컷 먹고 오면 안 되냐?”

“미쳤냐?”

“오케이.”


***


-쐐액! 퍽!! 퍼벅퍽ㅡ!

-땡!!!!


“오케이ㅡ!”

“수고했습니다! 한국에서 오셨다고요?”

“네, 좋은 스파링이었습니다.”

“뭘요. 스파링하고 싶으면 또 오세요!”


LA 에 한 MMA 체육관에서 나온 최주원과 유진은 사온 블랙커피를 마시면서 시내를 걸어 다녔다. 한국과는 다르게 10월의 LA는 햇빛이 뜨겁게 내리쬐어 더웠다. 길을 걷던 유진이 덥다는 듯 머리를 뒤로 넘기며 물었다.


“너 그런데 갑자기 스파링 스타일이 바뀌었다?”


“맞아, 큰 기술 위주지?”


“응, 너 큰 기술 한국에서는 잘 안 썼잖아? 네 특유의 허리 기술 말고는.”


최주원의 어깨에 팔을 걸친 유진이 묻자, 주원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했다.


“스파링때 큰 기술을 자꾸자꾸 써줘야 실전에서도 그나마 쓸 타이밍을 잡을 수 있어.”


“뭐? 자세히 설명해봐.”


“우리는 실제로 경기할 때는 무조건 평소보다 살짝 위축되게 되어있어. 그래서 스파링 때 이렇게 훈련하지 않으면, 실전에서는 하이리스크 기술을 절대 못쓴다는 거지 적중률도 낮아지고.”


“야~ 너 진짜 계획적이다. 그런 건 어디서 배웠냐? 나 태권도 할 때는 코칭스텝 말대로 훈련하고 실전에선 내 맘대로 했거든.”


선수들 인터뷰를 따러 다니면서 선수들에게 직접 들었으니 꽤 정교한 계획이긴 하다. 사실 유진 이놈이 더 대단한 거다. 경기할 때 전술이고 뭐고 감각적으로 해결하니까.


‘아마도 재능의 영역이겠지···’


한국에서 유진과 훈련하면서 느낀 점은 자신은 복싱과 태권도를 유진처럼 쉽게 섞을 재능은 없다는 것이다. 서로 다른 복싱 스텝과 태권도 스텝을 자연스럽게 녹이는 것은 특유의 통통 튀는 박자감을 가진 유진에게만 가능한 영역일 것이다.


박자감. 부러운 재능이다. 하지만 최주원은 주눅이나 좌절 따위의 감정은 들지 않았다. 자신의 영역이 아닌 부분까지 얻겠다는 건 아직 자신의 영역조차 확실히 하지 못한 최주원에게는 욕심이기에.


단지 각오할 뿐이다.


‘일단 유도 성취도가 70%를 뚫는 걸 목표로 하자. 노아를 이겼을 때 60대를 뚫었고, 이후론 내 성장이 체감될 정도였으니까.’


그리고 주원에게는 백과사전이 있다. 본인의 실력에 대한 지표.


‘지표를 잘 활용하면 성장에 도움이 된다. 훈련 방향성 측면에서 도움이 확실히 돼.’


LA의 푸른 하늘을 보면서 양손을 움켜쥐며 최주원은 다시금 마음을 정리했다. 길거리에서 갑자기 멈춰 궁상을 떠는 듯한 그를 보며 유진이 입을 열었다.


“영화 찍냐?”

“너한테 그런 말 듣고 싶진 않은데.”

“하아··· 넌 똑똑한 것 같으면서도, 멍청해 보인다니까?”

“유진, 닥쳐”


***



노을빛이 내린 고층 건물들. 산책 삼아 나온 LA 시내에서 주원의 발걸음이 알록달록한 폰트의 간판 앞에서 멈췄다.


<SMALL ARENA>

‘스몰 아레나? 여기도 오랜만이네···.’


옛 추억에 잠긴 최주원은 호기심이 생겨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복층 구성의 넓은 원형 홀, 그 가운데에 커다란 기둥이 있었고 텔레비전이 다각도로 붙어있었다.


UFC의 본고장다운 스포츠 바. 큰 기둥을 중심으로 바 테이블이 둘러싸여 있었다. 가게의 가장자리에는 UFC 글씨가 붙어있는 스포츠 베팅 슬롯들이 줄을 서 있다.


‘경기나 조금 보고 갈까?’


[UFC FIGHT NIGHT IN LAS VEGAS! 코메인 이벤트! 뒷손 스트레이트로 영국의 신성 키이라가 안드리아나를 꺾고 승리를 차지했습니다!!!]


텔레비전이 잘 보이는 중앙 바 테이블에 자리가 있었다. 체중 감량 중인 주원은 샐러드 위주의 메뉴를 발견하고 바텐더를 부르려는 그때


“F**K!!! 키이라가 이기는 게 말이 돼? 이런 %$^&@”


‘깜짝이야···.’


찢어지는 여자 목소리에 흠칫한 주원이 고개를 돌렸다. 골드 브라운톤의 머리칼에 고개를 처박은 소녀가 보였는데 그녀의 손아귀에서 종이 한 장이 보인다.


<아레나 펍 베팅 ··· 베팅 금액 50$ >


‘애걔걔? 50 달러가지고 무슨 욕이란 욕을···.’


주원이 귀엽다는 듯 웃음을 참았다. 그때 주원의 시선을 느낀 소녀가 고개를 홱 쳐들었다.


“뭘 봐! 돈 잃은 거 첨보냐?!”


광기와 분노가 엿보이는 커다란 회색 눈이 이글거리며 주원을 주시했다. 다음은 라틴계 혼혈 특유의 날카로운 콧대를 찡그리고 앙다문 분홍빛 입술 사이로 나오는 저렴한 단어들. 주원의 기억 속 누군가와 굉장히 닮았는데,


<앨리스 그레이시 (Alice Gracie)>


[주짓수 성취도: 69%]


눈 앞의 푸른 창이 주원의 기억을 보증하는 듯했다. 69%의 높은 주짓수 성취도로 보아 그녀가 확실히 맞다.


“너··· 앨리스 그레이시?”

“뭐야, 너 누구야. 나 알아?”


최주원의 입에서 자신의 이름이 나오자 수상하다는 듯 의자를 당기고 고개를 기울이며 얼굴을 들이민다. 주원은 부담스럽다듯 그녀의 어깨를 손바닥으로 밀어내며 입을 열었다.


“맞구나. 잠깐 좀 떨어져서 얘기-”

-척!

[주짓수 - 리스트락 성취도 : 41%]


밀어내는 손바닥을 빠르게 잡아끌어 꺾으려는 앨리스. 동시에 허공에 맺히는 푸른 글씨를 본 주원은 황급히 팔꿈치를 밀어 빼냈다. 주원이 빠져나가자 그녀는 살짝 놀란 듯 중얼거렸다.


“빠져나갔어?”


후속 연계를 준비하는 듯한 그녀의 모습에 주원의 머릿속으로 회귀 전 그녀와 했던 인터뷰가 스쳐지나간다.


<어릴땐 예쁘다고 쫓아다니는 남자애들이 너무 많았어요. 주원 씨 표정 안풀어요!?>

<앨리스 그건 좀··· , 네 어릴 때 성격을 우리가 아는데···.>

<······뭐라고요, 주원?>

<앨리스, 그 주먹 내리고 말해.


주원이 눈동자를 빠르게 굴린다. 순간 다시 분석 전문 유튜버가 된 주원은 머릿속으로 2013년도 앨리스의 이력을 전부 훑은 후 소리쳤다.


“네 경기 보고 팬 됐어!!!”

“?”

“최근에 그래플링 인더스트리 대회 나간 적 있지?!”

“···그렇다면?”


주원은 그녀가 멈춰서자 거리를 벌리며 말을 이어 나갔다.


“거기서 봤어. 결승전 플라잉 암바는 진짜 대단하더라! 거기서 플라잉 암바각을 볼 줄이야.”


“뭐··· 뭐야 그런 거였어?”


다행히 주짓수 칭찬에 약한 건 기억 속의 그녀와 같았다. 그대로 고개를 홱 돌린 앨리스가 어디론가 사라지자, 주원은 시큰거리는 손목을 주무르며 중얼거렸다.


“13년도 앨리스는 진짜···.”


어느새 다시 나타난 그녀를 본 주원은 입을 다물었다. 그녀의 손에는 방금 막 슬롯에서 뽑은 듯 잉크가 맺힌 베팅 용지와 사인펜이 들려있었다.


[UFC FIGHT NIGHT IN LAS VEGAS! 안토니오 vs 마크! 메인이벤트! 10분 후에 만나보시죠!]


텔레비전 속 캐스터의 목소리에 후다닥 자리에 앉은 앨리스는 사인펜 꼬리를 잘근잘근 씹는다. 주원은 눈을 게슴츠레 뜨고 생각한다.


‘안토니오 실바 대 마크 헌트? 그 경기는 분명히 ···’


-부들부들


50달러가 그렇게 아까울까. 반드시 맞추겠다는 의지가 그녀의 커다란 눈망울에 맺힌다. 그런 그녀를 보며 주원이 입을 열었다.


“무승부로 써.”

“..뭐? 미쳤어?”

“만약 잃으면 50달러, 그거 내가 줄게.”

“···.”


[안토니오 대 마크! 60초 후 시작합니다!]


캐스터의 목소리에 앨리스는 세계 7대 불가사의를 목도한 학자처럼 얼음장이 되었다. 애써 움직인 사인펜 끝은 입력란을 왔다 갔다 했는데, ‘무승부’ 는 죽어도 못 쓰겠다는 듯했다. 왜 돈을 갖다 버리려는 지 이해하기 힘든 것이다.


주원은 살짝 한숨을 쉬며 일어났다. 그리고 얼음장이 된 그녀의 곁으로 다가와 사인펜을 뺏었다.


-찍!.....

-빠득! 야!!!


매끈매끈한 베팅지 사이를 가르는 사인펜 소리에 기겁한 앨리스는 어금니를 씹고는 소리친다. 주원은 안심하라는 듯 웃으며 베팅슬롯을 가리켰다.


“시간 얼마 안 남았는데? 한 30초?”


-우당탕!


자리를 박차고 나가 눈 깜짝할 사이에 슬롯에 베팅지를 집어넣고 베팅인증지를 받아오는 앨리스. 과거의 주원과 여유롭게 인터뷰하던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다.


“넌 만약 틀리면 뒤지는 거야 진짜···. 내가 끝까지 찾아가서 @$!#?#”


앨리스는 주원이 자신을 바라보며 웃고 있는지도 모른 채 중얼거리며 시선을 텔레비전에 집중한다. 주원도 고개를 들어 경기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2013년도 올해의 경기에 뽑혔었지.’


텔레비전 속 경기 양상에 따라 앨리스의 표정 변화가 과연 볼만했는데, 입꼬리가 부들부들 떨리다가도 히죽대기도 한다.


[아 마크! 쓰러졌습니다!] “으악!!!”

[다행히 케이지를 잡고 일어섭니다!] “휴우..!”

[이번엔 안토니오에게 위깁니다!] “x발! 안돼!”


저렴한 단어도 여러 번 나왔지만, 아레나 펍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그녀와 비슷했기에 크게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경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양상이 주원의 말대로 무승부에 가깝게 연출되자 이제는 입을 크게 벌리고 있다.


“어···. 어?!”

[······ 심판진의 판단 전달해드립니다! 50대 50 만장일치로 무승부입니다!]


“야아악! 진짜 무승부였어! 진짜였다고! 너 이거 어떻게 맞춘 거···.”


한차례 괴성을 질러댄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주원은 이미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대신 그녀의 앞에 메모 한 줄이 쓰인 베팅지가 보인다.


<FFC에서 보자, 너 나한테 빚진 거야.>


작가의말

항상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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