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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천 님의 서재입니다.

격투기 유망주가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스포츠, 현대판타지

소고천
그림/삽화
소고천
작품등록일 :
2022.05.11 10:07
최근연재일 :
2022.07.19 23:58
연재수 :
6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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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767
추천수 :
1,557
글자수 :
372,227

작성
22.06.01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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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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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글자
13쪽

23. 여섯 장님과 코끼리 (02)

DUMMY

그레이시 후마이타. 주짓수의 창시자 격인 카를로스 그레이시와 엘리오 그레이시가 브라질에서 처음 문을 연 체육관이다.


체육관의 규모는 초창기 UFC를 휩쓸었던 엘리오 그레이시의 이름과 함께 미국으로 전역으로 뿌리를 뻗은 1세대 유파다.


주원의 기억에 따르면 카를로스 그레이시의 성을 잇는 앨리스 그레이시, 곧 그레이시 가문의 일원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왜 딜런 이라는 흑인 참가자는 앨리스보고 근본도 없는 계보라고 조롱했단 말인가.


주원이 과거의 기억을 더듬어봤지만, 마땅히 떠오르는 점은 없었다. 역사가 짧고 빠르게 발전한 주짓수 특성상 뿌리내린 가짓수가 셀 수 없이 많았기에.


“각 팀의 대표 간의 경기는 정확일 1주일 뒤에 치러질 겁니다. 궁금한 점 있습니까?”


“다시 한번 말하지만, 승점이 낮은 6팀은 전원 탈락이에요.”


“그런데 태그 매치도 아닌데 왜 팀 미션이죠?”


클로징 멘트와 함께 궁금한 게 있냐는 듯 에단이 참가자들을 바라보자 누군가 질문했다.


“저희 심사위원 넷은 여러분들의 안전에 신경 쓰니까요.”


“개인전으로 미션을 드리기에는 여러분들의 인원수가 너무 많습니다. 아직 저희가 모든 것을 통제하기에는 손이 부족합니다.”


크리스와 에단이 대답했고, 다니엘이 카메라와 참가자를 교차로 돌아본 뒤 마이크를 집었다.


“저희는 감정이 잔뜩 섞인 스파링을 피하고자 합니다. 개인 훈련 시간에 악감정을 갖고 상대를 대하는 장면은 방송으로도, 훈련상으로도 부적합하니까요.”


확실히 그랬다. 참가자 모두가 경쟁상대인 개인 토너먼트는 확실히 스파링에 감정이나 악의가 섞일 여지가 있다.


하지만 팀을 이룬다면 기술 교류는 덤이고 적어도 그들끼리는 안전한 스파링 파트너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


“이해하셨으면 돌아가셔도 좋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이번 미션 명은 분석과 전술입니다.


***



붉은빛을 자그맣게 빛내며 돌아가는 카메라와 촬영 각도에서 절묘하게 벗어난 녹음장치. 주원은 FFC 로고가 붙은 모형 팻말 앞에 있는 소파에 앉아있었다.


“주원, FFC 생활은 어떻습니까.


“만족스럽습니다. 훈련 시설도 매우 우수한 편이고, 식사도 괜찮고요.”


최근 들어 유독 PD 크레이그와 자주 인터뷰를 갖는 듯하다. 주원이 웃으며 대답했고, 크레이그가 당연하다는 듯 가슴을 내밀었다.


“올림픽 센터의 시설을 많이 참고했습니다. 아마 미국 최고 수준일 거예요. 수영장이든 체육관이든 말이에요.”


“그런 것 같네요. 안 그래도 올림픽 센터 인테리어랑 비슷하다 했어요.”


“음? 가본 적 있었나요? 거리가 꽤 있는데.”


“어... 사진으로 봤어요.”


조금 뜨끔했던 주원의 대답에 고개를 갸웃거린 PD 크레이그가 대본을 들어 올렸다.


“음, 아무튼 인터뷰 시작하겠습니다. 주원 씨 경기 스타일은 시시각각 바뀌는 것 같습니다. MMA에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했잖아요?”


“하하, 해보고 싶은 건 다 해봐야 하는 성격이라서요. 스타일을 찾아가는 중입니다.”


“그렇군요.”


구체적인 질문에 추상적인 대답이었지만 표현이 매끄러웠기에 괜찮은 그림이 나올 듯했다. 대본을 힐끗 훔쳐본 크레이그가 초승달 눈이 되어 입을 열었다.


“으흐흐, 질문입니다. 주원.”


“...... 네.”


“앨리스 그레이스와 무슨 사이입니까?”


“콜록콜록!”


전혀 예상치 못한 질문에 물을 들이켜던 주원이 콜록거렸다. 무슨 의도냐는 듯 눈을 가늘게 뜨는 주원.


“무슨 말입니까?”


“흐흐, 알면서 왜 그래요. 주원 당신이 유일하게 앨리스에게 손을 내민 참가자라는 거 아십니까?”


“아무 사이 아닙니다. 미국에서는 친구끼리 어깨동무도 못 하나요?”


조금 엮이는 정도면 몰라도 스캔들은 사양이다. 주원이 단호한 어조로 대답하자, 크레이그 PD가 어깨를 으쓱였다.


“하지만 앨리스는 주원 당신 이외의 인물과 5마디 이상의 대화를 이어가지 않아요. 물론 시비가 걸리거나 할 때는 예외지만요.”


‘그 정도였다고?’


아무래도 13시즌 앨리스의 성격은 예상 밖으로 차가운 듯하다. 인터뷰실에 잠깐 정적이 흘렀고 주원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한다.


“그렇게 엮으셔도 아무 사이 아니라는 사실은 변함없습니다.”


“그녀는 아름답잖아요? 주원, 인정해요. 당신은 혈기 왕성한 나이고 앨리스도 마찬가지죠. 조금의 호감도 없다는 게 말이 됩니까?”


“확실한 건 하나입니다. 저는 그녀가 좋습니다. 이성으로서가 아닌 MMA 선수로서 말이에요.”


주원이 판을 뒤집으며 일축하자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신 크레이그가 턱을 쓰다듬었다.


“알겠습니다. 아직 앨리스가 주짓수로 크게 보여준 게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말이에요. 하하하!


마지막까지 여지를 남겨두는 크레이그 PD였다.



***



“딜런,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FFC 본관 3층에 마련된 참가자들을 위한 카페. 메인 촬영 때 주원과 시비가 붙었던 딜런의 팀원 중 한 명이 불안감이 담긴 목소리로 물었다.


“뭘 어떻게 해?”


“딜런, 너도 알잖아. 그 녀석 만만하게 볼 게 아니라고.”


“저번에 보니까 그냥 복서 같던데 뭐.”


참가자들 사이에는 주원의 이름이 알게 모르게 퍼져있었다. 첫날 수영 훈련부터 웨이트까지 버텨낸 걸로 모자라 개인 훈련도 병행하는 미친놈.


“딜런 일단 우리도 준비는 제대로 하자. 조기 탈락이라도 하면 우리 선수부에서 쫒겨날 걸?”


실적으로 성과를 증명하는 후마이타 그레이시 유파 특성을 생각하면 정말로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팀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딜런이 핸드폰을 껐다.


“알, 알겠어. 일단 주력은 복싱 같지?”


“그건 확실한 거 같긴 해.”


“애초에 걔 경기는 너무 빨리 끝나서 분석할 틈도 없었다고...”


불안감에 눈빛을 흐리는 팀원들을 본 딜런 이 가슴을 펴고는 팡팡 두들겼다.


“걘 이제 20살이야. 그 정도 복싱 실력이면 그냥 복서라고. 그리고 잊었어? 복싱은 주짓수에 안돼.”


“그래도 그 녀석 발이 빨라 보여서 말이야. 그라운드로 데려올 방법은 있어?”


“그건 1주일 동안 태클 연습 위주로 하면 괜찮을 거야. 너 레슬러라면서?”


딜런이 문제 없다는 듯 손을 휘휘 저으며 말을 하는 동시에.


-마이크 테스트. 원 투 쓰리. 참가자 여러분은 2층 구내 식당으로 모여주시길 바랍니다.



같은 시각, 주원 일행이 있던 구내 식당에도 방송이 들려왔다.


“쩝쩝, 우린 여기 있으면 되겠네.”


“적당히 먹지? 당장 다음 주에 경기 잡힐지도 모르는 데 계체 생각도 해야지.”


입으로 마카로니를 욱여넣던 유진의 포크 질이 멈췄다. 다른 참가자들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하자 옆에서 핸드폰을 쳐다보던 네이든이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무슨 일이지? 초이 그 예언 같은 거 좀 다시 해봐.”

“무슨 예언 타령이야.”


“그래, 넌 뭐든지 알잖니? 짐작 가는 게 있을 거 아니야.”


밥 먹던 내내 말없이 포크 질만 하던 앨리스도 거들었다. 세 명의 시선이 갑작스레 집중되자 주원은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음, 오늘로 촬영 3주째니까 아마 방송이라도 틀려나 보지.”


“방송? 뭔 방송?”


“여러분 잠시 주목!!!”


유진이 고개를 갸웃거릴 그때 어디선가 PD 크레이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옆에는 낑낑대며 98인치 크기의 텔레비전을 옮기는 스태프들이 보인다.


“저희 프로그램 첫 방송은 다 같이 봐야지 않겠습니까? 정확히 10분 남았네요! 여러분의 반응도 찍어야 하니까 착석해주세요!”


크레이그의 말에 소름 돋는다는 듯 양팔을 쓰다듬는 유진과 네이든. 둘이 죽이 척척 맞는 게 꼭 형제 같다.


참가자들이 거의 다 모였고 식판이 식당 한구석에서 낑낑거리던 스태프들의 작업도 끝난 듯하다.


“흐흐, 재밌게 시청하셨으면 좋겠네요. 여러분.”


곧이어 텔레비전이 켜짐과 동시에 크레이그가 주원 일행이 위치한 테이블을 힐끗 보더니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식당을 나갔다.


“뭐야? 저 PD는 우리 볼 때마다 음흉하게 웃는다니까?”

“그러게, 좀 불안하긴 하네.”


“시작한다!”


인상을 쓴 주원 일행이 텔레비전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FFC 로고를 시작으로 나레이션이 흘러나왔고 각 분야의 거장들이 등장했다.


-마지막으로 후마이타 유파의 수장 중 한 명! 라클란 그레이시입니다. 펜암 월드 챔피언쉽....


곧이어 심사위원들이 비행기를 타는 장면과 함께 각 주를 돌아다니는 장면이 나왔다.


센프란시스코, 새너제이, 샌안토니오 등등의 도시의 참가자들이 차례차례 등장했고 이어서 익숙한 해변과 함께 더더욱 익숙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참가자 중 상위 열 명안에는 들 것 같습니다.


도발적인 멘트와 함께 등장한 주원의 얼굴. 참가자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주원이 분명히 그 뒤로 해명을 덧붙였음에도 크레이그의 편집은 절묘했다. 그 뒤로는 주원이 1차 예선이었던 스파링에서 상대 파이터에게서 가볍게 탭을 받는 장면이 나왔다.


“와 주원아, 너 화면발 죽인다!”


“......”


-뭐야 쟤 복싱 베이스 아니었어?

-저건 무슨 기술이지, 유도인가?


유진이 텔레비전을 향해 포크 질을 하며 호들갑을 떨었다. 식당에서 지켜보던 다른 참가자들이 숙덕거렸지만 주원은 무표정하게 텔레비전을 바라볼 뿐이었다.


‘5분 정도 나왔네. 다른 애들이 2분 정도 나왔으니까... 크레이그 씨가 그리는 그림은 대충 알겠는데...’


1시간 분량의 방송에서 5분이면 스포트라이트나 다름없다. 유튜버 모드가 된 주원이 기억을 더듬으며 속으로 중얼거릴 그때


-저 녀석...... 주짓수에 재능이 있어.


참가자들의 웅성거림은 최고조가 되었고 최주원의 눈망울이 터질 듯 커졌다. 칭찬이 가벼운 크리스나 에단이라고 생각했는데 과묵하기로 소문난 후마이타의......


‘라클란 그레이시가 했던 말이었다고?’


“!!!”


뒤통수를 파고드는 노골적인 시선을 느낀 주원이 고개를 홱 돌리자 입술을 씹고 눈썹을 찡그린 앨리스와 눈이 마주쳤다.


이내 다시 고개를 홱 돌리는 그녀.


‘뭐지? 라클란 그레이시랑 사이가 안 좋았었나? 나중에 제대로 알아봐야겠네.’


워낙 많은 선수와 여러 가지로 주제로 인터뷰했던 주원의 머릿속에 바로 떠오르는 사건은 없었다. 애초에 미래의 앨리스 성격은 지금과 딴 판이라 갈등을 주제로 한 인터뷰가 거의 없었기에.


그 뒤로 나오는 방송은 이상하리만큼 주원네 팀에 초점을 맞춘 듯했다. 유진의 회축을 심사위원들에게 칭찬하는 장면이 나오자 다시 주원네 테이블로 이목이 쏠렸다.


-진짜 그레이시가 뭔지 보여줄 거예요. 그리고 끝까지 살아남아서 모두에게 증명할 거예요. 진짜 그레이시가 나타났음을요.


화룡점정은 앨리스였다. 특유의 높고 앙칼진 목소리 톤이 스피커를 통해 울렸다. 마치 선전포고와 같은 광오한 선언에 따른 참가자들이 욕지거리를 내뱉기도 했지만, 신경도 안 쓰는 듯했다.


그 뒤로는 다음 화를 예고하는 디트로이트, 시에틀, 뉴욕 등등의 도시 전경과 함께 방송이 마무리되었다.


노골적인 스포트라이트에 다른 참가자들의 시기 어린 시선이 쏟아졌지만, 주원은 여느 때처럼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훈련이나 하러 갈까?”


“우웩.”


***



“으하하, 좋았어 초이, 원 투 그리고 훅으로 가보자!”


-파, 팡! 펑!


복싱을 베이스로 하는 네이든은 미트 받는 솜씨가 아주 익숙했다. 네이든이 기합을 넣으며 주원을 향해 뭉텅한 미트를 휘적거렸다.


“주원!”


주원을 부르는 목소리에 가드를 살짝 내려 이마에 맺힌 땀을 훔치며 고개를 돌렸다. 웬일로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달려오는 유진.


“지금 후마이타 그쪽에서 알아차린 거 같아!”


“뭐를?”


“너 복싱인 척 하고 유도로 엿 먹일 계획 아니었어? 방송 때문에 너 유도 베이스인 거 다 알아차렸다고!”


유진이 큰일이라는 듯 주원의 어깨를 흔들며 말했다. 이내 주원이 홱 돌아서 다시 주먹을 들어 올렸다.


“네이든 부탁해.”


“어? 어어.”


-팡! 파박 팡!


“아이씨! 유도 그거 다 알아차렸다니까?”

“쓰읍! 후, 그라운드로 가지도 않을 거야. 걱정하지 마.”

“뭐?”

“푸후! 유도 기술. 쓸 필요 없을 거 같거든. 네이든 이번엔 뻗어줘.”


-슈 욱! ...파바박! 팡!!!


순식간에 거리를 벌렸다 좁힌 주원. 네이든이 들어 올린 미트에 스트레이트가 작렬했고 허공에 푸른 글씨가 맺혔다.


[최주원식 펀치디펜스 :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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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7. 실력 좋은 복서와 한판 (03) +3 22.05.14 1,209 2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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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5. 실력 좋은 복서와 한판 (01) +1 22.05.12 1,317 30 13쪽
5 4. MMA 백과사전(04) +2 22.05.12 1,384 34 14쪽
4 3. MMA 백과사전(03) +4 22.05.11 1,447 4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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