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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천 님의 서재입니다.

격투기 유망주가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스포츠, 현대판타지

소고천
그림/삽화
소고천
작품등록일 :
2022.05.11 10:07
최근연재일 :
2022.07.19 23:58
연재수 :
6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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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782
추천수 :
1,557
글자수 :
372,227

작성
22.07.01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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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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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글자
13쪽

49. 토너먼트

DUMMY

"정, 정말입니까?"

"그렇다니까. UFC 측에서 먼저 제안한 거야. 시청률도 좋고 커뮤니티 반응도 괜찮아서겠지. 그러니까 제대로 진행해 봐."


잘못 들었다는 듯 둥근 테의 안경을 고쳐 쓴 남자가 곱슬기 있는 머리칼을 쓸어 넘겼다.


"알겠습니다. 국장님."

"그런데 편집점을 정말 그렇게 잡을 건가?"

"무슨 말씀이십니까."

"초이랑 그레이시 말이야. 그래도 명색이 격투기 서바이벌 프로그램이지 않나. 러브라인도 좋지만 본 주제에 집중하는 게 낫지 않겠냐는 말이야."


검붉은 넥타이를 쓰다듬은 방송국장이 넌지시 묻자 크레이그가 인상을 팍 찌푸렸다.


"국장님, 분명 편집권은 전적으로 맡긴다고."

"아니, 나도 뭐라 하는 건 아니야. 그냥 그렇다는 거지."

"저는 액션영화라도 여주인공이 있는 영화를 좋아합니다. 시청자들 반응도 좋고요. 둘이 풋풋하고 좋아 보이지 않습니까?"


아무래도 크레이크에게서 편집 방향을 고칠 의향이 느껴지지 않자, 한숨을 푹 내쉰 국장이 손을 저었다.


"됐네 됐어. 아무튼 기회는 제대로 살리라고."

"그건 걱정 마세요. 제가 누굽니까."


그렇게 말하며 확신에 찬 미소를 짓는 크레이그를 본 국장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



“나는 뭐 가족들이랑 보냈지.”

“아, 하긴 보통은 가족들이랑 보내긴 하니까.”

“너희는 크리스마스에 뭐했어?”


크리스마스의 여운이 남아있는 FFC 참가자들은 체육관에 모여 떠들고 있었는데


‘이런 젠장 우리만?’

‘그런 것 같아요.’


눈빛을 교환한 유진과 레이첼이 속을 한숨을 쉬었다. 본래 계획은 크리스마스 당일에는 베니스 해변을 보며 와인이라도 즐기려 했으나.


-그럼 지금은, 너라면 어떻게 방어할 거 같은데?


늦바람이 무섭다고, 뒤늦게 주짓수 바람이 분 주원이 온종일 앨리스와 붙어 스파링하는 탓에 와인은 기각.


-주원, 밥은 그래도 나가서 먹을 거지?

-다녀와, 파스타 남은 거 먹으면 되니까.


그렇게 말하는 탓에 기껏 예약해둔 레스토랑은 레이첼과 유진 둘이서 가게 된 것이다. 주원이 주짓수에 빠져 허우적거리자 믿었던 앨리스마저 가르치는 자신도 신이 난다는 듯 열정적으로 변해버렸고.


“우, 우리는 서핑하고 놀았지?”


서핑이 유일한 추억이 되어 버렸다.


유진은 남미 출신의 구릿빛 피부색이 인상적인 호세의 물음에 쓴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 속을 알지 못하는 호세가 의아한 얼굴이 되었다.


“서핑? 재밌었을 것 같은 데 표정이 왜 그래?”

“아무것도 아니야.”

“그, 그냥 뭐 재밌었어요.”


유진과 레이첼이 옅은 한숨을 내뱉을 그때 뒤에서 발음이 새 조금 멍청하게 들리는 억양이 들려왔다.


“으하하, 딱 봐도 거기까지 가서 훈련했겠지. 그래서 그렇게 표정이 썩은 거고.”

“그래 네이든, 정답이야. 주원이 성격 너도 알잖아.”

“몸은 괜찮아요? 사진으로 볼 때는 많이 다쳤던 것 같은데.”


레이첼의 물음에 네이든은 입을 벌렸고 듬성듬성 비어있는 치열이 드러났다.


“미, 미친놈. 이 새낀 주원이랑은 다른 쪽으로 미쳐있어.”

“그걸 다 뽑으신 거예요?”

“응, 치료받기엔 내 지갑이 너무 얇아서 말이야.”


안 그래도 눈가에 음영이 짙던 네이든이 바람이 숭숭 새는 미소를 지어 보이자 흉악한 인상을 넘어 오싹하기까지 했다.


“멍청아, FFC에서 보험처리 해줄 텐데 제대로 치료받으라니까.”

“좋은 아침 초이. 그런데 보험 같은 것도 있었냐?”

“와, 존나 무섭게 생겼어. 너도 당분간 내 쪽으로 웃지 마.”

“시벌. 내 얼굴이 어때서요.”


어느새 체육관에 발을 들인 주원과 옆에 바싹 붙어 있던 앨리스가 외계인이라도 본 듯 눈가를 가리며 말하자 네이든이 시무룩한 표정이 되었다.


우웅!


그때 흡사 포크레인처럼 카메라를 부착한 채 촬영 기구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제작진들의 발걸음도 분주해졌다.


"반갑습니다!!!"


힘 있게 퍼져나간 활기찬 목소리와 함께 무대 위 커튼이 젖혀졌다. 모습을 드러낸 크리스의 뒤로 다른 세 명의 심사위원이 보였다.


"크리스마스는 잘들 보내셨죠?"


생각해보면 미션의 포문은 항상 크리스가 열었다. 그녀의 안부 인사에 쉽사리 대답하지 못하는 참가자들이 우물쭈물하자, 에단이 앞으로 나왔다.


"흠, 확실히 사람이 많이 줄었구먼."


FFC 첫날에 체육관이 터질 듯 붐볐다면 지금은 확실히 한산했다. 무대 아래를 내려다보던 에단의 옆으로 라클란이 튀어나왔다.


“주원, 혹시 크리스마스 다음 날에 코리 체육관에 방문했나?”

"아니, 촬영 시작은 대본 대로 좀..."


항상 과묵했던 라클란이 주원의 행적을 캐묻자 옆에 서있던 에단도 당황한 기색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네, 좋은 체육관이더군요."

"초이, 너 외출권으로 체육관에 갔어?"

"존나 미친놈일세."


긍정의 대답을 들은 다른 참가자들이 질린 기색으로 주원을 바라보며 중얼거렸지만, 정작 그는 별 감흥이 없는 듯했다.


"거기서 세미나도 했다고 들었는데. 설마 첫 벨트를 코리한테 받았나?"


촬영 시작부터 주원과 라클란에게 카메라가 집중됐다. 어딘가 언짢은 표정이된 라클란이 주원을 추궁했다.


"음, 그건 아닙니다. 벨트를 받긴 했지만요."

"그러면 누구한테!"


사실 코리가 자기에게 띠를 받지 않겠느냐 제안하기는 했다.


-제가 볼 땐 초이씨 실력은 파란 띠는 됩니다. 아무리 경력이 중요하다 한들 실력이 먼저고요. 방문하신 김에 혹시 저한테...?


코리가 했던 말을 잠시 떠올린 주원이 입을 열려던 그때.


"내가 줬어."


별안간 청문회가 돼버린 촬영장, 날카롭게 외친 그녀에게 참가자와 심사위원의 시선이 돌아갔다.


"와, 주원아 나한테 말도 없이?"

"앨리스 씨한테 받으셨군요. 주원 씨에게 주짓수라... 이번 미션 변수가 있을 지도 모르겠네요."

"후회하게 될 거다. 반쪽짜리 주짓떼라에게 띠라니."


에단과 크리스가 신기함이 담긴 눈빛을 보내는 반면, 라클란의 얼굴은 붉게 물들어있었다. 매끈하게 뻗은 콧대를 치켜든 앨리스가 입을 뗐다.


"나 갈 띠 매는 여자야. 신경 쓸 것 없잖아?"


보라와 갈 띠부터 스승의 자격이 생기는 주짓수. 그녀의 말대로 시비 걸 껀덕지를 잡을 수 없었던 라클란이 움켜진 주먹을 뒤로 숨기며 고개를 돌렸다.


"촬영 재개하지."

"이미 촬영 중입니다.“


라클란의 어색한 진행에 에단이 우물쭈물 거리자 이번에는 다니엘이 앞으로 나와 섰다.


"주원에게 주짓수라... 기대되긴 하는 군요. 마침 이번 미션도 팀 미션이고요."

"팀 미션?"


다니엘의 말을 들은 참가자들이 웅성거리는 가운데 주원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 암벽등반이라는 터무니없는 개인전이 나와야 하는데?'


기억과 다르게 흘러가는 전개에 주원의 무표정이 깨졌다. 항상 흑인 특유의 인자한 웃음과 함께 참가자들을 내려다본 다니엘이 목소리를 키웠다.


"때로는 백번 천번 샌드백을 치며 훈련하는 것보다야 한 번의 강렬한 실전이 도움 될 때도 있죠."


다니엘이 포문을 열자 에단이 말을 받았다.


"첫 데뷔로 UFC에서의 실전! 이보다 강렬한 기회가 있겠습니까?"

"없고말고요! 그래도 조금 걱정되긴 하네요. 아직 본격적인 코칭이 없었는데..."

"인생은 실전이야 크리스, 오늘부터 2인 1조 팀 토너먼트입니다!!!"


성대를 긁는 에단의 외침이 체육관 천장을 때렸고, 참가자들은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 반응에 웃음을 터트린 크리스가 설명을 이어갔다.


"저희 프로그램 인기가 생각보다 좋아서 UFC에서 콜라보 제안이 들어왔거든요."

"그리고 그 기회는 토너먼트의 우승자에게만 돌아가게 될 것 입니다."


UFC와의 협업 촬영. 그리고 참가자 간의 토너먼트, 설명이 끝나지 않았지만 의미하는 바는 분명했다.


"그래서 남녀 각각 최후의 1인, UFC 무대를 맛볼 기회를 드리는 특별 미션이 있을 겁니다. 승자는 UFC와 단 한 경기지만 계약하게 되는 거죠.“


단 한 경기라 할지라도 데뷔라면 정식 데뷔가 맞다. UFC와의 계약 경험이 하나의 스펙이 되는 현재의 MMA 판에 얼굴 도장을 찍을 기회.


"아, 물론 토너먼트에서 패배한다고 한들 FFC를 떠날 필요는 없습니다."


다니엘의 부연 설명에 몇몇 참가자가 가슴을 쓸었다.


"하지만 그 강렬한 기회를 잃어버리는 거죠. 실전 경험이 있고 없고는 굉장한 격차를 만들긴 할 겁니다. 돈도 돈이고요."


그리고 에단의 설명이 이어졌다.


먼저 남녀 한 쌍이 서로의 코치 겸 팀이 되어 토너먼트를 진행한다. 물론 둘 중 한 명이 먼저 탈락한다고 해도 기회는 개별적으로 적용된다고 한다.


그렇다한들 조언을 구할 상대는 필요하다. 서로에게 많은 전술과 전략을 공유할 수 있는 동반자는 경기 준비에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10분 드리겠습니다. 파트너를 찾으세요!"


크리스의 폭탄선언과 함께 좌중이 술렁였고.


"레이첼, 나랑 하자. 네 머리가 필요해!!!"

"네이든, 개자식아! 내가 먼저 왔어."

"호세, 저리 꺼져. 먼저 온 게 뭐가 중요해. 선택은 레이첼이 하는 거지."

"음, 머리싸움은 이미 주원 씨한테 졌는데... 왜 다들?"


레이첼이 몰려든 인파에 어지럽다는 듯 이마를 짚으며 중얼거렸다. 평소에 상냥하고 뛰어난 사교성의 정점을 달리던 그녀는 인기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앨리스는 표정을 왈칵 구겼다.


"젠장, 또 팀 미션이야?"


반면 자신 근처엔 파리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항상 무서운 눈매에 날이 선 태도로 참가자들을 대하던 앨리스다. 그녀의 실력이 어떻든 간에 팀원으로선 껄끄럽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어휴, 내 업보지 업보. 나랑은 상관없지만 말이야."


그녀에게는 든든한 사제이자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가 있었으니까.


쭈글쭈글하던 태도는 어디 갔는지 어느새 가슴을 활짝 편 그녀가 당당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어이 주원. 나랑......"


"주원 씨, 저랑 팀... 어때요?"


그렇게 찾아간 주원의 곁에는 선객이 있었다. 그것도 인기 많고 능력 좋은 경쟁자가.


'레이첼이 주원이랑?'


"시발 반칙!"


평소라면 그렇게 소리쳤어야 했지만 목소리가 목구멍에 걸려 나오지 않았다.


"저희 둘의 머리라면 우승은 저희 것이나 다름없어요."


일순간 앨리스의 표정이 굳었다. 생각해보니 두뇌 회전이 빠른 둘이라면 힘을 합친다면 못 이룰 게 없어 보였다.


"미안. 이미 생각해둔 사람이 있어서."

"쳇, 그럴 거 같긴 했어요."

"휴우! 주원아, 좋은 생각이야. 생태계를 망치지는 말자고."


레이첼의 주변에서 가슴을 졸이던 다른 참가자들이 열정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멍청한 표정이 된 앨리스도 같은 심정이었는데, 어느새 주원이 그녀를 발견하고 다가왔다.


"파트너?"

"시발, 나야 땡큐지."

"... 뭐?"

"아니, 좋다는 말이었어."

"그, 그래."


순간 속마음을 꺼내버린 앨리스가 찢어질 듯 올라가는 입 꼬리를 가려가며 말했다. 나사가 하나 빠진 듯한 그녀의 반응에 영문 모를 표정이 된 주원도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그렇게 말하고 올게?"

"잠시만! 그런데 왜 나야? 그... 레이첼이 머리도 좋고... 그래, 뭐든 잘하잖아!“


찍었던 남자가 자신을 선택한 기분이란. 얼굴에 맴도는 화끈거림을 떨쳐낸 그녀가 평소와는 달리 조심스럽게 물었지만.


"내 스승 하기로 했잖아. 그럼 뽕을 뽑아야지. 그리고 주짓수도 제대로 써보고 싶었거든."

"어... 어."


주원의 대답에는 낭만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잘 됐다는 듯한 표정, 마치 열정적인 학생이 딴생각에 잠긴 과외선생을 지적하는 모양새로


'이, 이 새끼 눈 돌아간 거 봐. 이 정도면 주짓수 중독이라고!'


학구열로 가득한 주원의 눈동자를 본 앨리스가 흠칫 몸을 떨었다. 어딘가 단단히 잘못된 것 같았지만, 되돌리기는 늦은 듯했다. 이미 주원은 제작진에게 말을 건네고 있었다.


"자, 10분 지났습니다!"


크리스의 목소리에 참가자들이 하나둘 제자리로 돌아왔고 언제나처럼 앨리스는 복잡 미묘한 표정으로 주원의 옆에 섰다.


쿵!


곧이어 참가자들의 이름이 적힌 쪽지가 담긴 통을 책상에 내려놓은 크리스. 기대감 어린 표정을 지은 에단과 다니엘이 손을 뻗어 종이를 섞었다.


"대진은 내일부터입니다. 첫날은 남성 참가자들부터고요!"

"그럼 호명하겠습니다. 미하일 대 저스틴, 호세 대 네이든......"


그렇게 대진표를 읽어가던 심사위원의 목소리가 잠시 끊겼다.


"다니엘? 누구길래 그래요?"


에단이 궁금하다는 듯 재촉하자 다니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유진 칸나 대 주원 초이."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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