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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천 님의 서재입니다.

격투기 유망주가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스포츠, 현대판타지

소고천
그림/삽화
소고천
작품등록일 :
2022.05.11 10:07
최근연재일 :
2022.07.19 23:58
연재수 :
6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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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747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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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72,227

작성
22.06.18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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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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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글자
17쪽

37. 창의성 (01)

DUMMY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 번쯤 위기를 맞이합니다.”


무대아래 긴장된 표정을 짓는 24명의 참가자를 내려다보며 말한 크리스가 갑자기 주먹을 움켜쥐고 가드를 들어 올렸다.


“상대가 안면을 노린다고 생각하고 든 하이 가드. 그런데 갑자기 옆구리에 니킥이 날아들 때면 많은 생각이 들죠.”


허공에 주먹을 몇 차례 날린 그녀가 옆구리를 부여잡으며 풀썩 주저앉았다. 또다시 시작된 크리스의 연극에 이번에는 에단이 웃음을 참아가며 대사를 입혔다.


“아, 줫됐구나. 어떻게 해야 하지?”


에단의 목소리에 합을 맞춘 크리스가 엉거주춤 일어나선 다시 스트레이트를 날렸다.


“젠장, 몸이 말을 안 들어! 호흡도 힘들고, 코어에서는 힘이 세는 것 같아.”


다니엘이 둘의 열연에 웃음을 흘리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본래라면 그 라운드는 포기하게 되겠죠. 그런데 그게 마지막 라운드라면? 점수에서는 뒤지고 있고, 컨디션도 상대가 더 좋은 상태. 그럴 때 우리는 본능적으로 느낍니다.”


다니엘의 부연 설명과 함께 에단의 진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승부수를 걸어야 할 때라는 거죠. 앞으로 여러분들에게도 그런 상황이 올 겁니다. 상대를 때려눕히고 KO 든 탭이든 받아야 할 때가 말이죠.”


무대 위에서 낙무아이(무에타이 선수) 흉내를 내던 크리스가 이번에는 양팔을 옆으로 쭉 폈다.


“당장 3초 전에 내가 어디에 서 있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 상황. 그럴 때 여러분들이 찾아야만 하는 건 '근본'이에요.”


그녀가 지금부터 하는 말이 핵심이라는 듯 목소리를 키웠다. 특히나 강조한 근본이란 말에 참가자들은 조금 알쏭달쏭한 표정과 함께 침묵했다.


“근본이라면 베이스를 말하는 건가요?!”


조금 심오한 배경 설명에 입을 꾹 닫고 무대만 올려다보던 참가자들. 그 사이에서 레이첼이 어색한 표정으로 뺨에 붙은 마이크를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렸다.


“그러니까 무의식에서 나오는 습관적인 베이스에 몸을 맡겨야 하는 상황이 생길 거란 말이죠?”

“맞습니다.”


다니엘이 그녀의 해석에 사람 좋은 미소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가 빠르군요. 불리한 상황을 역전하는 법은 자신의 무기를 가장 잘 다루는 데서 시작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 곰이라도 데려올 셈입니까?”


투박한 억양의 러시아어가 들리자 참가자들의 표정이 두려움으로 물들었다. 별의별 미션을 다 준비하는 제작진이라면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하하, 아쉽게도 그건 아닙니다. 여러분들의 안전을 생각해야 하거든요. 아무래도 방송이라 심의 규정을 지켜야 하는 의무도 있고요.”

좋은 생각이지만 아쉽다는 표정으로 미하일의 말을 받은 크리스의 대답에 참가자들이 질린 얼굴이 되었다.


"그래서 미션은 어떻게 진행되냐? 그건 바로!"

"체급에 차이를 둘 거다."


진행을 이어받던 에단이 이제껏 한 마디도 하지않은 라클란의 옆구리를 툭툭 찔렀다.


“으음, 주짓떼로(주짓수하는 남자)와 주짓떼라에게서 가끔 농담으로 회자되는 말이 있다.”

“......”

“10kg이면 띠 하나만큼 실력 차이다. 블루와 퍼플 벨트의 차이다 뭐 이런 말.”


귀찮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리며 좌중을 훑어보던 라클란의 시선이 주원에게 고정된 채로 설명을 이어갔다.


“그만큼 체중의 차이는 절대적이다. 남은 시간은 하루. 내일 이 자리에 모일 때면 너희는 10kg 많은 놈들과 맞붙게 될 거다.”

“물론 여러분들이 이길 거라고 생각지는 않아요. 그저 그 과정에서 가장 날카로운 칼을 찾게 되겠죠.”


라클란의 투박한 말에 크리스가 웃으며 설명을 이어갔다.


“저희는 그걸 보고 싶은 거예요. 그러니까 여러분은 시그니쳐 요리를 준비해 와야 할 거예요.”



***



"주원, 내 근본은 뭘까?"


FFC 본관 3층 카페에서 커피를 홀짝이던 유진이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유진과 주원뿐만 아니라 다른 참가자들도 어디선가 머리를 싸매고 있을 것이다.


"그걸 왜 나한테 물어봐."

"야, 개인전이라도 물어볼 수 있잖아. 좀 친한 놈들은 끼리끼리 스파링도 하고 있다고."


유진이 창가 너머로 보이는 훈련실을 향해 손짓하며 말했다. 주원은 잠시 턱 끝을 쓰다듬었다.


"너라면 태권도겠지."

"뻔한 대답 말고. 그 숄더 펀치처럼 떠오르는 게 있을 거 아니야."


유진이 주원의 어깨를 이리저리 흔들며 재촉했다. 자신이 무슨 백과사전이라도 되는 양 맹목적인 믿음을 보이는 유진의 모습에 피식 웃은 주원이 입을 열었다.


"넌 박자감이 좋아. 그래서 태권도가 베이스가 된 거고."

"그 반대 아니야? 태권도 베이스이기에 박자감이 생긴 거라던 지."


그의 말을 곱씹어 돌려주는 유진의 대답. 주원이 잠시 눈을 감았다. 평소에 장난스러운 성격의 유진은 가끔 이상한 데서 날카롭다. 이것도 태권도의 영향일까?


'유진의 말이 맞아. 태권도가 유진의 근본을 만들었다고 볼 수는 없어. 얘가 가진 박자감이 태권도랑 잘 맞았던 거야. 확실하게 대답할 수 없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에 주원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인상을 찌푸리는 그를 이상하게 바라본 유진이 웃어보였다.


"그럼 내 역전의 열쇠는 역시 태권도인가."

"그래, 차라리 너 같은 경우는 쉬운 케이스지. UFC에서도 역전포가 되는 건 킥이 많고."

"좋았어. 네가 말해 주니까 뭔가 안심이 되네. 그럼 난 샌드백이나 좀 치다 와야겠다. 나중에 저녁 먹을 때 보자고?"


그 말을 남기고 유진은 고마움에 주원의 어깨를 한 번 주물러 주고는 계단을 향해 걸어갔다. 다른 참가자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져 개인 훈련하느라 정신이 없을 것이다.


창의성과 근본.


주원은 테이블 위 노트에 오랜만에 한글로 글씨를 휘갈겼다. 근본은 한국에 뒀기에 한글로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랄까.


마르코가 말한 주원의 강점은 창의성. 생각해보면 이전의 생을 MMA 경기 분석에 쏟아냈었다. 그렇다면 타인의 경험으로 가득한 이 기억이 주원의 근본이 아닐까.


하지만 수 없이 많은 타인의 경험이 근본이 되어 케이지에서 실력으로 개화 될 수 있는지는 다른 문제다.


마르코가 말했던 창의성이라는 강점은 주원의 기억에 가깝다. 그럼 이는 어떻게 녹여내야 할까.


'애초에 창의성이 근본이 될 수 있나?'


짧은 머리칼을 쓸어 올린 주원은 테이블에 고개를 묻었다.


"뭐야 여기서 자는 거야?"


귓가를 간지럽히는 목소리에 고개를 살짝 들어 올린 주원의 시야에 금갈색 머리칼이 들어왔다.


"아, 너구나. 무슨 일이야?“

"그냥 커피 마시러 왔는데 엎어져 있길래.“


어깨를 한번 으쓱해 보인 앨리스가 맞은편의 자리에 커피를 내려놓고 앉았다.


"그냥 머리가 좀 복잡해서.“

"너한테도 그럴 때가 있구나?“


주원의 말에 신기하다는 듯 입술을 동그랗게 말고 사나운 눈매를 뭉갠 그녀가 입을 열었다.


“너라면 머리 아플 일이 절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무슨 기계도 아니고. 그럴 수도 있지.”

“내일 미션 때문이야?”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의 침묵을 보이는 주원의 모습에 앨리스가 빨대를 휘적거렸다.


“넌 유도 잘하잖아. 그럼 그걸 살리면 되는 거 아니야?”

“흠... 넌 어떻게 할건데? 생각 있어?”

“나?”


다른 참가자들과 달리 천하 태평한 얼굴의 앨리스가 신기했던 주원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앨리스가 피식 웃음을 흘리고는 대답했다.


“난 그냥 하던 대로 할건데?”

“음.”

“장난치는 거 아니야. 그리고... 네가 그랬잖아.”


농담처럼 얘기하는 그녀의 반응에 쓴 웃음을 지어 보인 주원. 앨리스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책상에 턱을 괴고 주원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내 주짓수가 최강이라며. 너처럼 머리 잘 돌아가는 양반이 직접 해준 말인데 맞겠지.”

“어...”


그녀가 조금 부끄럽다는 듯 머리칼을 넘기며 기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런 감정은 주원에게 전해지지 않았다.


“아니야, 그 말이 맞아. 네 말이 맞다고, 앨리스.”

“응?”

“고마워, 도움이 됐어.”


그 말을 끝으로 주원은 자리를 박차고 계단으로 뛰어갔다.


“씨, 지가 마신 건 지가 버려야 할 거 아니야.”


홀로 남은 앨리스는 전구처럼 눈을 빛내며 깜빡인 주원이 사라진 방향을 멍하니 바라봤다.



***



"플로리다 여행은 즐거우셨습니까?"

"네 따뜻한 곳이었어요. 사람들도, 날씨도요."


FFC 글자가 크게 박힌 세트장을 뒤로한 가죽 소파에 앉아있는 주원. 바로 앞에는 붉은빛을 반짝이는 카메라와 크레이그 PD가 마주 보고 있었다.


"주원 당신은 정말 특이한 참가자입니다. 아십니까?"

"전 딱히 모르겠네요."

"흠, 원래 본인의 상태는 자각하기 힘들긴 하죠.“


고개를 갸웃거리는 그를 힐긋 본 크레이그는 대본을 대충 넘기며 주원의 이름을 찾았다.


"인터뷰 시작하겠습니다. 주원, 당신은 성장이 빠른 참가자입니다. 비법이 있을까요?"

"제가 성장이 빠른 편입니까?"

"처음 FFC 1차 예선 당시에는 주목할 점이 두 가지뿐이었죠. 유도 베이스라는 사실과 한국에서 왔다는 점 말이에요."

"흠."

"그런데 요즘은 타격도 많이 좋아지지 않았습니까. 처음 인터뷰할 당시에는 재능이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하셨잖아요."


그렇게 대답했던 기억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주원은 본인이 큰 재능을 타고났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머릿속에 든 타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훈련하고 공부한 덕분 아닐까.


라클란이 주짓수에 재능이 있다고 했던 말도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주짓수 적으로 보여준 부분도 암바 정도뿐이었고.


"잘 모르겠네요. 타격은 플로리다에서 마르코 씨의 도움이 컸습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정말 제대로 알려주셨거든요."


겸손하게 말하는 주원의 대답에 딴죽 걸 만한 부분이 없었다. 크레이그가 피식 웃으며 몇 차례 질문을 던지다 대본을 힐긋 바라보곤 목소리 톤을 깔았다.


"크흠, 마지막 질문입니다. 오늘 있을 미션을 대비해 가져온 계획이 있을까요? 주원 당신이라면 독특한 방법이 있을 것 같거든요."

"이번에는 없습니다."

"네?"


숙제 따위는 하지 않았다, 라는 듯 당당하게 말하는 주원의 모습에 잠시 휘청거린 크레이그가 더듬더듬 수습했다.


"그, 그러니까 평소에도 많이 고민하는 부분이라 어려움이 없었다는 거겠죠?"

"아니요. 이번에는 진짜 무계획입니다."

"허... 허허. 이유는요?"

"그냥, 한번 맡겨보고 싶어서요."

“음......”


크레이그가 뭐라 더 질문을 던지려다 더없이 진중한 주원의 표정에 입을 다물었다.



***



체육관의 내부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어제와 그대로 중앙에는 케이지가 있었고 그 주위로 카메라 스태프들이 삼각대를 세우는 등 촬영 준비를 끝마친 상태.


케이지를 중심으로 자리를 잡은 참가자들은 남녀 할 것 없이 FFC 로고가 붙은 기능성 티를 입고 있었고 아래로는 반바지 차림이었다.


"스포츠 브라가 편한데."


오하이오주에서 온 흑인 참가자가 중얼거리자 무대 위에서 크리스가 웃어 보였다.


"FFC가 심의 규정을 준수하는 탓에 말이죠."

"다들 모인 것 같군요."


다니엘이 좌중을 내려다보며 손짓했다. 제작진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체육관 입구로 카메라를 돌렸다. 참가자들보다 키가 반 뼘 정도 큰 우락부락한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정확히 24명이네.“


참가자들 사이에서 누군가 중얼거렸다.


"자! 다들 아까 인터뷰하기 전에 체중 재셨죠?"


주원의 가슴팍에 달린 FFC 로고, 그 옆에는 ‘75’라고 쓰인 노란색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크리스는 자신의 오른쪽 가슴팍을 두드리며 말했다.


"방금 들어온 선수들은 여러분들과 같은 아마추어 선수입니다. 하지만 10kg 정도 많죠."

"자! 설명은 어제 실컷 했고 바로 진행합시다! 첫 번째로 근본을 보여줄 참가자는......“


대본을 든 다니엘이 크리스의 말을 받았다.


"랜디 앞으로 나와 주세요"


가장 먼저 지목된 이는 랜디라는 시카고 출신 참가자였다. 지명과 동시에 심사위원들은 무대 아래 참가자들에게 다가왔다.


제각각 부담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심사위원들과 촬영 스태프들이 가까이 오자 참가자들이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왜 그래요? 이제 24명뿐인데 가까이서 봐야죠?"


제대로 지켜보겠다는 크리스의 웃음 섞인 말. 체육관 중앙에 설치된 팔각형 케이지를 중심으로 참가자들과 심사위원들이 섞여 섰다.


"흐흐, 주원 아무 준비 없이 경기하겠다면서?"


옆자리에 뒷짐 지고 선 에단이 말을 건네자 주원이 입을 열었다.


"인터뷰 말씀하시는 건가요?"

"응, 무슨 의도지?"

"의도라니요?"

"무계획이지만 계획이 있을 거 아니야?"


궁금하다는 듯 은근히 묻는 에단에게서 고개를 돌린 주원이 케이지를 바라보며 달싹였다.


"그냥, 그러는 편이 더 좋을 거 같아서요.


쾅!!!


주원이 뭐라 덧붙이려 할 그때 체육관에 있는 사람들과 그의 이목이 케이지 안으로 집중됐다.


-컥!


[레슬링 - 더블렉 태클 : 58%]


아마 5초 정도일까.


랜디라는 친근한 인상의 백인 남자가 바닥에 깔리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자신보다 더 무겁고, 더 강력한 완력. 트럭에 부딪힌 승용차처럼 찌그러져 케이지 구석에 깔렸다.


“랜디 말이야, 끝난 거 같은데?”


옆에서 지켜보던 유진이 에단의 눈치를 보며 주원에게 속삭였다. 주원도 표정을 살짝 구기며 고개를 끄덕이곤 작게 달싹였다.


“쉽진 않을 거야.”


-끅!


그는 꼼짝없이 붙들려 케이지 바닥을 청소하고 있었는데, 상대가 완력의 차이로 밀어붙이는 만큼 일어나기 쉽지 않아 보였다. 이리저리 굴러다니던 랜디는 뭐 하나 제대로 보여주지도 못한 채 라운드가 끝났다.


땡!


종이 울리자 케이지 안으로 향한 크리스. 그녀의 목소리가 참가자들의 귓가를 때렸다.


“랜디,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습니까?”

“...... 전 복싱이 베이스입니다. 그라운드에서는 아무래도...”


말끝을 흐린 랜디의 친근한 얼굴이 창피함으로 물들었다.


“그렇다면 잡혀서는 안 됐습니다. 아니, 잡히더라도 아래쪽에서 주먹이라도 날렸어야죠.”


주원의 옆에 있던 에단이 말을 덧붙였다. 어울리지 않게 진중한 목소리를 뱉은 그는 참가자들을 둘러보며 이야기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여러분이 이길 거라 기대하지 않습니다. 그저 보여주시면 됩니다. 여러분의 무기를 말이죠.”

“일단 당장은 탈락자를 선정하지는 않을 거예요. 랜디가 최악이 아닐지도 모르니까요. 다음은 누구죠 다니엘?”

“다음은......”


***



척.


가볍게 주먹을 맞대고 인사를 나눈 주원은 마우스피스를 가볍게 깨물고 상대를 바라봤다.


시끌시끌하던 체육관도 경기가 시작할 그때만큼은 조용해진다.


체중보다 10kg은 많은 상대. 아일랜드 계통의 사람인지 빡빡 깎은 머리에서는 오렌지빛이 났다. 확실히 주원보다 팔다리도 길고 사이즈도 큰 점에서 완력 차이도 있을 것이다.


땡!


종소리가 들려왔고 주원이 발을 박찼다. 몸에 익은 펜싱의 마르세와 함께 그의 인형이 뛰쳐나갔다.


“와, 저렇게 빠른 주원이 타격도 짧아 보이네.”

“그러게, 10킬로 차이가 진짜 불리한 조건이긴 하구나.”


그야말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케이지 안을 바라보던 참가자들이 수군거렸다.


역시 지면을 박차며 지른 뒷손에서는 타격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백스텝을 밟아 주먹의 회수와 동시에 거리를 벌린 주원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리치가 훨씬 길다.’


한 번의 전진이었지만 대략적인 거리감은 잡혔다.


‘그렇다면.’


머릿속에 떠올린 방법을 고민 없이 실행했다. 뒷손을 던짐과 동시에 뒷발도 전진.


[쉬프팅 레프트 훅 : 56%]


“와... 주원 씨 타격 많이 좋아졌네.”

“이것 좀 놓고 보면 안 돼?”


케이지 속 공방을 바라보던 레이첼이 감탄을 흘리며 말했다. 뒤에서 끌어안긴 형태에 앨리스가 투덜거렸지만, 그녀도 그렇게 싫은 기색은 아니었다.


“방금 봤지? 펜싱 스텝으로 간을 보다가도 이번에는 앞 손을 바꾸는 쉬프팅 스텝도 섞고 있어.”

“그게 그렇게 대단한 거야?”

타격에 문외한이나 다름없는 앨리스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레이첼이 덧붙였다.


“안 그래도 빠른 자동차에 엔진을 하나 더 단 거나 다름없지? 그런데 미심쩍은 부분이 있긴 해.”

“그게 뭔데?”

“그 쉬프팅이란 방법을 즉석에서 떠올린 느낌이야.”


딱 달라붙은 레이첼이 조금 의외라는 말투로 중얼거렸다. 그녀의 말에 앨리스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설마. 쟤가 얼마나 계획적인데.”


레이첼은 대답 없이 주원의 경기에 시선을 고정했다.


‘아니야, 정말 순수 임기응변으로 경기를 치를 셈이야. 무슨 생각이지? 처음부터 끝까지 생각나는 대로 대처할 생각인가?’


작가의말

일단 꽉꽉 담았습니다... 부디 즐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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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45. 베니스 해변에서 생긴 일 (02) +5 22.06.27 622 2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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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19. 마르세! 팡트!(01) +2 22.05.28 839 25 15쪽
19 18. 기회 (03) 22.05.26 859 22 12쪽
18 17. 기회 (02) +1 22.05.24 970 27 14쪽
17 16. 기회 (01) 22.05.23 914 22 14쪽
16 15. 적응하세요! (03) +1 22.05.22 907 26 13쪽
15 14. 적응하세요! (02) 22.05.21 946 26 13쪽
14 13. 적응하세요! +1 22.05.20 971 23 10쪽
13 12. 앨리스 그레이시 22.05.19 996 23 12쪽
12 11. 금메달리스트 +2 22.05.18 1,021 28 13쪽
11 10. 다이어트와 심리전 +2 22.05.17 1,025 29 14쪽
10 9. 준비! 미국으로! (02) +4 22.05.16 1,123 25 14쪽
9 8. 준비! 미국으로! (01) +5 22.05.15 1,163 29 14쪽
8 7. 실력 좋은 복서와 한판 (03) +3 22.05.14 1,209 26 13쪽
7 6. 실력 좋은 복서와 한판 (02) +1 22.05.13 1,235 26 14쪽
6 5. 실력 좋은 복서와 한판 (01) +1 22.05.12 1,317 30 13쪽
5 4. MMA 백과사전(04) +2 22.05.12 1,384 34 14쪽
4 3. MMA 백과사전(03) +4 22.05.11 1,447 49 13쪽
3 2. MMA 백과사전(02) +2 22.05.11 1,545 45 13쪽
2 1. MMA 백과사전(01) +1 22.05.11 1,820 56 14쪽
1 프롤로그 - 새로운 시작 +2 22.05.11 2,388 7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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