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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천 님의 서재입니다.

격투기 유망주가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스포츠, 현대판타지

소고천
그림/삽화
소고천
작품등록일 :
2022.05.11 10:07
최근연재일 :
2022.07.19 23:58
연재수 :
61 회
조회수 :
50,802
추천수 :
1,557
글자수 :
372,227

작성
22.05.26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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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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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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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8. 기회 (03)

DUMMY

FRESHMAN FIGHTING CAMPUS


약칭 FFC. 리얼리티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만큼 숙소의 개인실을 제외하고는 언제 어디서나 녹화용 카메라가 돌아간다.


참가자들의 스토리를 생생하게 전달하기엔 아주 좋은 방법. 방송 분량을 계속해서 확보 해야하는 이유로 때문에 참가자들은 특별한 사유 없이는 외출이 불가능하다.


게다가 사람들이 잘 오지 않는 시외. 버스도 다니지 않아서 나가고 싶어도 거리상 쉽지 않다.


"맞아 주원, 평범하게 나갈 방법은 아니야."


"그럼?"


"크흠, 들어와!"


유진이 문밖을 향해 소리치자 FFC 체력단련실의 문이 열렸다. 발을 딛는 이는 아까 낮에 경기에서 봤던


"네이든 디아즈?"


짧게 깎인 머리, 듬성듬성 보이는 땜빵이 주원의 시선을 빼앗는다. 하이킥을 맞고도 앞으로 걸어오던 좀비가 왜 여기 있단 말인가. 분명 그는 유진의 회축을 맞고 패배했을 텐데.


"음··· 반가워. 주원 최(CHOU)라고 해."


"네이든 디아즈. 초에···. 초이라고 부르면 되나?"


"편한대로해. 그런데 네가 왜..."


본래 네이든은 여기 있으면 안 된다. 주원의 기억에 따르면 그는 FFC 시즌 1에서 탈락 후 시즌 2로 합류하는 게 수순이다. 자신이 무언가를 잘못 건드렸을까.


알 수 없었다. 빠르게 돌아가는 주원의 머릿속에 여러 가지 가정이 떠오른다. 네이든이 여기 있을 수 있는 이유는 아마도.


"찬스? 심사위원 중 하나가 찬스를 썼겠지. 아마 크리스 씨가 썼을테고."


"뭐야, 인마 이거 탐정이냐?"


순간 미국 북부 사투리를 내뱉으며 조금 놀란 듯 입을 동그랗게 벌린다. 반응을 보니 주원은 대충 알겠다는 투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서. 유진? 여기 네이든이랑 네가 말한 그 방법이랑 상관있는 거냐?"


미심쩍은 표정을 띄운 주원이 의심스러운 목소리로 말하자 유진이 손짓했다. 이에 네이든이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더니 빙글빙글 돌린다.


-찰랑찰랑!


“페라리 타보고 싶지 않아?”



***



[주짓수 - 리어네이키드 초크 성취도 : 43%}


"똑바로 말해. 이게 누구 차라고?!"


"주... 주원 얘 운전 중이잖아. 그 손 놓고 얘기해 내가 다 설명한다니까?"


이성을 잃은 두 눈. 덜덜 떨리는 목소리. 들썩거리는 어깨까지.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모습이다.


"초이! 이거 놓고 ... 켁켁!"


혹시 최주원의 탈을 쓴 앨리스일까. 유진은 머릿속에 떠오르는 말도 안 되는 상상에 고개를 털었다. 그리곤 뒷좌석에서 손을 뻗어 네이든의 목을 잡고 흔드는 주원을 서둘러 말렸다.


"젠장, 내가 미쳤지. 펜싱 그게 뭐라고."


"음··· 그래도 크리스씨 보기와는 다르게 귀여운 취향이네."


"그... 그래! 그 사람 차고가 우리 집 보다 넓을 걸? 하나쯤 없어져도 '오늘은 다른 차 타고왔나' 하실 분이라고. 주차장에서 봤잖아. 가방에 차기만 열 개가 넘더라니까?"


주원이 조금 진정된 듯 하자 유진이 어색하게 웃으면서 룸미러에 걸린 토끼 인형을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 속사포처럼 덧붙인 네이든이 룸미러를 힐끗 훔쳐보자 주원의 체념한 듯한 눈빛이 비친다.


"하... 그래, 그래서 계획은 있겠지?"


"당연하지! 들어봐."

"그래 초이, 우리가 그렇게 생각없는 놈들은 아니- 켁켁!"


다시금 주원이 마수를 뻗자 유진이 서둘러 말한다.


"사흘!"


"......"


"일단 우리한테 사흘이란 시간이 있어 주원. 하하, 그렇게 보지 말아줄래? 나 무서워..."


주원과 눈이 마주친 유진이 어깨를 흠칫 떨며 말을 이어간다.


"이... 일단 2주간 훈련이 좀 강도가 있었잖아. 그래서 참가자들이나 심사위원들한테 휴가를 준다는 걸 들었어."


"그래서."


"그리고 크리스씨는 집이 시에틀이라 비행기로 간다더라고. 네이든이 크리스 씨랑 비하인드 촬영할때 들었데... 문제는-"


"휴가를 받은 스태프들도 공항에 북적일 테니 우리는 비행기를 탈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전화위복. 스태프들이 휴가를 받는 만큼 카메라도 몇 대 안 돌아갈 것이다."


네이든과 유진이 머리를 맞대 고심한 계획을 주원이 다 예상이 간다는 듯 줄줄 불자 둘은 어색하게 웃는다. 완전히 엉터리 뿐인 계획은 아니었다.


머릿속으로 귀결되는 점은 이미 돌아가기는 늦었다는 사실.


"그래 말은 되네. 나도 모르겠다."


망연자실한 듯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는 주원이었다.



***



네바다에서 콜로라도 주로 향하는 진입도로에 설치된 검문소.

절제된 곡선미가 돋보이는 잘빠진 페라리의 창문이 열렸고 밖으로 내민 네이든의 손에는 운전면허증이 쥐어져 있었다.

가슴 팍에 총을 맨 군인이 유진과 네이든의 운전면허증을 쳐다보며 말한다.


"누가 대낮에 페라리를 끌고 다니나 했더니. 금메달리스트 ID 검사도 해보고 영광입니다, 하하. 뒷 자리분은?"


군인의 인사에 주원의 눈치를 보는 유진.


"하하, 아닙니다. 들었어 주원? 내가 미국에서 이정도야."


"이 쪽은 북한에서 오신 주원 초···이 고요. 네 여권 확인 됐습니다!"


"··· 감사합니다."


뽀빠이를 연상케하는 두꺼운 팔뚝의 미군 아저씨다운 농담에 주원이 멋쩍게 웃었다. 오케이 사인이 떨어지자 가볍게 경례한 네이든이 악셀을 밟는다.



-부우웅!


페라리 FF의 제로백은 3.7초. 순식간에 고속도로에 입성했고 계기판 속 바늘이 하늘로 치솟는다. 창문을 통해 느껴지는 속도감을 느끼며 말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미친 짓이야."


"낄낄, 초이. 현대인 대부분이 반쯤 미쳐있대."


듬성듬성 빈 앞니를 빛내며 웃으며 말했다.


"오 네이든, 좋은 말인데?"


"그렇지? 옛날에 크랙 사업을 같이하기로 약속했던 친구가 말해줬어."


"크랙? 아, 코카인?"


어딘가 맛이 간 대화를 듣다 보니까 주원은 머리가 아파옴을 느꼈다. 뒷자리에 앉아있던 주원은 한순간의 영감에 속아 이 미친놈들의 계획에 휘말려버린 자신을 탓했다.


"네이든, 제발 운전이나 똑바로 해."


"그래서 그 코카인 사업은 어떻게 된 거야?"


"유진."


"아 궁금하잖아! 난 한 번도 안 해봤다고."


최주원이 인상을 찌푸리자 유진이 뭐 어떠냐는 듯 어깨를 으쓱댄다.


-부우웅... 끼익!


네이든이 핸들을 돌려 갓길에 차를 세우자, 유진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잘 가다가 왜 그래? 졸려서?"


차를 세운 네이든이 품속을 뒤지더니 라이터와 담뱃갑을 꺼내 흔들었고 주원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이며 차 문을 열었다.


"떨 한 대할래?"


"그거 대마였냐?"


2013년의 네바다주는 대마가 불법일 텐데 능력도 좋다. 아니지, 따지고 보면 주원 일행은 지금 네바다가 아닌 콜로라도 주에 서 있었다.


"잠깐. 지금 콜로라도는 대마가 합법이긴 한대. 그럼 네이든 너 설마 그거 때문에···."


퍼즐이 맞춰지자 두통이 두 배가 되어 돌아온다. 주원은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눈을 흘기자 네이든 입에 물린 궐련은 직접 말았는지 조금 모양이 엉성한 게 대마초가 확실하다.


유진이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고 주원은 손사래 친다.


"좋지, 한 대 말아줘."


역시 둘 다 미친 게 확실했다. 뻐끔거리며 도넛을 만드는 네이든이나 엄지를 치켜세우며 콜록대는 유진이나 말이다.


“어휴······. ”


대마초 특유의 고무 타는 냄새에 최주원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때 주원의 머릿속에 한 가지 의문점이 피어오른다.


"잠깐, 대마초는 흡연 운전이 불법인데?"


주원의 물음에 둘은 뭐 그런 걸 묻느냐는 듯 눈썹을 치켜세우며 입을 뻐끔거린다.


"네가 하면 되잖아."

"면허 없어?"


"······"


그렇게 한참을 달렸을까. 바퀴가 닳는 것은 아닌지, 마모된 바퀴를 보고 크리스가 눈치채지는 않을지 따위의 걱정을 하다 보니 어느새 눈앞의 풍경이 바뀌었다.


광활한 평지의 연속인 미국답지 않게 공기 좋고 푸른 빛 언덕. 그 위에 커다란 돔 형태의 건물이 주변에 푸른색 에스펜 나무와 섞여 웅장하면서 아름답다.


"야, 정신 차리고 내려."


최주원이 차를 세우고 뒷자석을 돌아보자 유진과 네이든이 대마 기운에 널브러져 있었다.


-빵!!!


최주원이 미간을 주무르며 클락션을 울리자 그제야 허둥지둥 일어나는 게 앞으로의 고생길이 훤했다. 뭉기적거리는 둘을 끌고 발걸음 옮기던 주원이 투덜댄다.


"미국에서 무면허 운전이라니."

"으하하, 초이 우린 이제 한 배를 탄거야."


주원도 이젠 포기했다는 듯 아무 말 없이 표정을 구긴 채 걷는다. 유진이 그런 주원의 눈치를 살피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어색하게 웃는다.


"다 왔어. 여긴 오랜만에 오네."


고개를 들자 보이는 건물 가운데에 올림픽의 상징인 다섯 개의 고리가 겹쳐 있었고 그 아래로는 커다란 간판이 보인다.


<United States Olympic Training Center>

<미국 올림픽 트레이닝 센터>


***


-꾸웨에엑!


식도를 긁는 소름돋는 감각은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다. 길게 늘어뜨린 붉은 빛 포니테일이 입가를 건드려 토사물이 묻어났지만 그녀는 모르는 듯 했다.


"메이브, 훈련도 적당히 해야지. 또 그러고 있니? 휴식도 훈련의-"


“휴식도 훈련의 일환이다. 알아요, 코치··· 우욱!"


트레이닝 센터 직원들이 늘상 있는 일이라는 듯 청소도구를 챙겨 달려왔다. 곧장 장소가 바뀌어 이번에는 얼울 물에 들어가 이빨을 부딪치는 그녀.


-으··· 으흐으···. 휴식도···. 훈련의 으그극···.


"메이브 정말이지 못 말리겠구나···. 그나저나 오늘 친구 온다고 하지 않았니?"


-첨벙!

"맞다!"


물에 빠진 고양이처럼 튀어오른 그녀가 허겁지겁 샴푸를 손에 짜며 붉은 머리칼에 퍼 발랐다. 빠르게 거품을 씼어낸 그녀가 수건을 두르며 소리친다.


"코치님, 뒷정리좀 부탁드려요. 죄송해요!"


서둘러 몸을 닦고 머리를 대충 말린 그녀가 트레이닝복을 걸친다. 올림픽 센터 정문을 열고 주변을 둘러보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메이브, 오랜만이야. 여전히 예쁘네."


"소름 돋는 소리하지마 유진. 그런데 뒤에는?"


유진의 뒤에 서 있는 처음 보는 남자 둘. 한쪽은 이마가 툭 튀어나와 눈가에 그림자가 짙게 지는 게 꼭 마피아 보스 같았고,

그 옆에는 뚜렷한 이목구비에 유쾌한 인상의 동양인은 어울리지 않게 근심이 가득한 분위기를 풍긴다.


"이쪽은 네이든이랑 주원. 인사해, 내 친구들이야."


"메이브 사틴. 펜싱 선수에요."


***



답답하다는 듯 풀어 헤친 붉은 머리칼. 커다란 눈에 황당함이 맺히며 두툼한 입술이 열린다.


"아니 유진, 말이 된다고 생각해? 나 곧 있으면 세계 선수권 대회야. 다른 사람 가르칠 시간이 있을 거라 생각해?"


"꼭 필요해. 콜로라도까지 12시간을 운전해서 왔어. 이렇게 부탁해."


유진이 일방적으로 혼나는 모양새인 듯 보이자 이번에는 주원이 부탁했다. 그녀가 적당히 쫒아내겠다는 마음을 먹었는 지 못마땅하다는 어투로 계속해서 거절하자 주원이 방법을 바꾼다.


"그럼 훈련은? 같이 훈련이나 할 수 있다면 방식이라도 구경하고 싶은데. 또 시간 남으면 배우기도 했으면 좋겠고."


순간 주원과 메이브의 시선이 얽혔다. 오랜 시간 운전했다 들었는데 그의 눈빛에는 흐트러짐이 없었다. 순간 팔을 기는듯한 닭살에 메이브도 조금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한다.


"내 훈련 말하는 거니? 유진, 말 안해줬어? 남자 여자 가릴 거 없이 나랑 훈련하고 나서 다 도망갔다고?"


메이브가 미심쩍은 눈으로 주원을 쳐다보자 유진이 퉁명스레 말한다.


"얘도 네 과야. 너랑 비슷하다고."


작가의말

이번에는 아침에 올려봤는데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네요...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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