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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名夢 님의 서재입니다.

백가제해(百家濟海): 1. 형제의 전쟁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드라마

완결

無名夢
작품등록일 :
2017.12.01 22:32
최근연재일 :
2019.04.10 00:13
연재수 :
6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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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114
글자수 :
339,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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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27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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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56. 두 번째 사신단

DUMMY

“여기 계셨군요.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시는지요?”


매잠도를 떠나 이틀째, 장강의 하류를 거슬러 올라가는 배 위에 가만히 서서 물결을 바라보는 백가에게 해례곤이 다가와 물었다.


“그간의 일을 돌아보고 있었네. 한성이 함락된 지 두 해 반밖에 안 지났고, 웅진성의 변고는 한 해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어.”


“그렇습니다. 제가 은솔님과 함께 하게 될 줄도, 여기 이렇게 바다를 건너와서 왜국 사신단의 이름으로 건강성까지 가게 될 줄도 그 땐 까맣게 몰랐지요.”


해례곤이 백가의 시선을 따라 물결을 바라보며 말했다.


“운명이란 게 참 기이하이... 소꿉놀이 같이 하던 달온이 내가 자란 신소도국의 천군님이 되셨다. 또 예전에 돌아가신 아버지의 연을 따라 곤지왕 전하를 만나고 따르고... 그 분이 끔찍하게 가신 것도 모자라 자네와 함께 사마 왕자님을 따라 이리로 피해 와야 했는데...”


“그래도 이젠 은솔님께서 웅진성으로 다시 돌아가실 날이 머지않았습니다.”


“그런 것 같네. 진남 좌평과 천군님이 대두성을 되찾고 백제국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일만 남았어. 우리가 그 성의 비밀 침투로를 자세히 적어 보낸 것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군. 찬수류 수호장이 편지를 잘 보냈겠지?”


“예, 수호장님이 확약한 대로 편지가 무사히 전해질 것입니다. 그 분은 알면 알수록 든든하기까지 합니다. 천지사방의 바다와 강물을 속속들이 꿰고 있더군요.”


“그렇지, 후후... 그런데, 나중에 우리가 돌아갈 때 자네는 가지 않을 작정인가?”


백가는 웃으며 해례곤의 말을 받았다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예, 이미 들으셨군요. 들으신 대로입니다. 대목님께서 제게 부탁하신 큰일이 있어서죠.”


“대목님께서?”


해례곤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군사력을 키운다고요?”


갑판 아래 공간에 놓인 탁자 앞에 앉은 월지향에게 사마가 놀란 눈으로 물었다. 사마의 옆에서 월지향과 이야기를 나누며 차를 마시던 왕경칙의 눈도 커졌다.


“그렇습니다. 직각장군. 저희 상단은 이미 수군(水軍)과 다름없는 해상의 치안대를 운용하고 있지요. 또 심유지의 반란 때는 첩보부대를 꾸려 소도성 대장군께 도움을 드린 적도 있습니다. 저는 이들을 육지로 확대시켜 오월 지역 일대의 치안 유지는 물론 회남(淮南) 일대를 침략하곤 하는 북위(北魏)와의 전투에도 대비한 상비군을 육성해 귀국 조정의 짐을 덜어드리려 합니다!”


“흠... 그 동안 월지향 상단의 공은 조정에서도 잘 알고 있소. 또 회계 태수(會稽 太守) 관할인 심국부(沈國府)를 상단에서 흡수했으니 공식적인 지위를 인정받는 것도 이번 사신단에게 조정에서 내릴 선물이 될 것이오. 하지만 상비군이라... 독자적인 군사력을 갖춘다면 이게...”


“조정과 장군께서 무엇을 우려하시는지는 잘 압니다! 저희는 백제의 깃발을 걸고 별도의 군사력을 양성하긴 하겠지만 오월의 여러 이족(異族)들과 송나라 조정의 동맹 및 이들의 자치권이 유지되는 한, 상비군의 최고지휘권은 여전히 황제 폐하께 있게 될 것이니 심려 마시라 소 대장군께 잘 말씀드려주시지요.”


“왜국이 아니라 백제의 깃발이라면 외양상 집아관의 관할이 되겠군요. 후... 소 대장군과 황제 폐하께 말씀은 올리겠지만 이 사안은 중대한 데다 조율해야 할 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니니 시일을 두고 논의를 이어가야 할 것이외다.”


“물론입니다, 장군!”


월지향이 눈에 미소를 띠며 답했다.


“그래서 대목님께서 해 한솔님에게 오월에 남아 달라 청하신 것이군요.”


“네, 그렇습니다. 왕자님. 어차피 군사를 키우는 데는 시간이 걸리는 데다 젊은 해 한솔님이 그 임무에 걸 맞는 인재라 판단했지요.”


사마의 말에 월지향이 답했다.


서기 478년 음력 2월, ‘왜왕 무’의 증인인 백가와 해례곤, 사마가 포함된 두 번째 ‘왜국’ 사신단의 배는 사흘 째 되던 날 단양(丹陽)에 닻을 내렸고, 사신단은 육로를 통해 건강성으로 향했다. 집아관 한솔 목간나가 건강성 청명문(淸明門) 앞에서 이들을 맞았다. 다음날, 목간나를 필두로 사마 일행이 황궁에 입궐하여 대전(大展)의 조정 회의에 모습을 드러냈다. 어린 황제 옆에 앉은 소도성이 입을 열었다.


“황제 폐하께서는 석 달 전, 왜국 사신이 왜국왕 무(倭國王 武)의 표문을 올려 자칭 사지절 도독 왜.백제.신라.임나.가라.진한.모한 7국제군사 안동대장군(使持節 都督 倭百濟新羅任那加羅秦韓慕韓 七國諸軍事 安東大將軍)의 관작을 청한 일에 대해 논의하고 처분을 내리고자 하시오.”


대전 안의 신료들은 고개를 숙인 채 침묵을 지켰다.


“우선, 직각장군 왕경칙이 칙명으로 회계 앞바다 매잠도에 가서 왜왕 무의 자녀와 측근이라는 세 사람을 조사하고 여기 대동하여 왔음을 알리는 바이오. 왕 장군은 왜왕 무가 16년 전 왜국의 어지러운 정세를 평정한 백제국 좌현왕(左賢王) 부여곤이라는 사실, 그리고 그가 이 표문을 작성했다는 사실에 한 치의 거짓도 없음을 보증할 수 있소?”


“예! 그렇사옵니다. 소신 왕경칙, 칙명에 따른 조사 결과 표문의 작성자와 그 내용이 진실함을 확인하였사옵고, 여기 그 증인으로 지난 번 왜국 사신으로 왔던 백제국 한솔 목간나 외 세 분을 모셨사옵니다! 세 분은 황제 폐하, 녹상서사 소도성 대장군, 그리고 모든 신료께 인사를 올리시지요!”


“백제국 은솔 백가,”


“백제국 한솔 해례곤,”


“백제국 왕자이며 왜왕 무 부여곤의 친자인 부여융, 송나라 황제 폐하와 신료 분들을 뵙사옵니다!”


백가, 해례곤, 사마는 왕경칙의 요청을 받자 허리를 굽혀 황제와 조정 신료들에게 인사했다. 왕경칙이 말을 이었다.


“세 분의 출자(出自)와 이력에 대해서는 폐하와 녹상서사께 이미 자세한 기록을 올렸사옵니다. 녹상서사께서는 폐하의 처결을 청하시지요.”


소도성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공표하기 시작했다.


“그간 조정에서는 이번 왜국의 표문과 함께 지난 효무제(孝武帝) 시절 대명(大明) 연간 백제국과 왜국의 표문 및 사신기록을 면밀히 살펴보았소. 그 결과 대명 원년(원년- 서기 457년) 백제국왕 부여경(夫餘慶- 개로왕)의 표문에서 부여곤이 정로장군 좌현왕에 임명된 기록을 발견하였고, 또 그 표문에 찍힌 ‘진왕지인(辰王之印)’이라는 인장(印章)이 이번 왜국 표문에 찍힌 것과 같음을 확인하였소이다. 대명 6년(서기 462년)에는 왜국 조공사신이 내빙한 기록이 있는데 당시 조정은 왜 왕세자 흥(興)을 안동대장군(安東大將軍)에 제수하였소. 그런데 그 직후에 왜왕세자 흥이 죽고 왜왕 무가 서면서 이미 ‘7국제군사 안동대장군’을 자칭했다는 기록이 붙어있는 게 발견되었소. 혹시 이에 대해 알고 있는 분이 있으면 말씀해주시오.”


“신 백제국 한솔 목간나, 녹상서사의 말씀 중 마지막 부분에 대한 자초지종을 아오니 아룁니다. 왜왕세자 흥은 왜국 구(舊)왕실의 혈통인 시변왕자(市邊王子)로, 좌현왕이 왜국을 평정하기 전 왜왕위를 주장했던 이들 중 한 명이옵니다. 그는 당시 아직 왕위에 오르지는 못한 형편이라 왕세자를 칭했고, 송 조정의 관작을 제수 받아 왕의 권위를 주장하려던 시도로 생각되는데 사신을 보낸 직후 좌현왕의 화살로 처단되었사옵니다. 이 사실을 당시 집아관의 백제국 우현왕(右賢王) 부여기(夫餘紀) 장군이 알고 송나라 조정에 알렸다 들었사옵니다. 우현왕 휘하에서 15년을 근무했던 사법명(沙法明) 좌평의 증언이니 확실하옵니다.”


“흠... 그렇군요.. 왜왕 무가 예전부터 7국제군사를 자칭했다는 기록인데, 그럼 부여곤이 백제왕까지 겸했다는 말이 아니오?”


“왜국의 평정은 부여곤과 그의 친형인 백제국왕 부여경이 맹약한 숙원(宿願)이었사옵니다. 두 분의 사이가 그리 좋지는 않았사옵니다만 이 목표에 대해서만큼은 뜻이 일치했습니다. 즉 백제국왕과 좌현왕이 왜왕 무의 지위를 공동으로 겸하는 뜻이지요. 다름 아닌 집아관에서 왜왕 무의 즉위와 관작 자칭 사실을 알린 까닭이기도 합니다.”


소도성과 신료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목간나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모든 사실관계가 확인되었으니 이제야말로 황제 폐하의 칙명을 받들 차례입니다. 폐하! 명을 내리소서!”


소도성은 황제에게 두루마리를 건네며 고개를 숙였다. 그를 따라 사신단과 모든 신료들이 머리를 조아리자, 10세도 채 되지 않은 황제는 차분한 표정으로 두루마리를 천천히 펴더니 낭독하기 시작했다.


“짐은 다음과 같이 왜왕 무의 관작 요청에 대한 처결을 내리노라! 짐은 왜왕 무를 사지절 도독 왜.신라.임나.가라.진한.모한 6국제군사 안동대장군에 제수하노니 왜왕 무는 동남이(東南夷) 여러 나라를 다스리고 교화하는 데 힘쓸지어다! 승명(升明) 2년 봄, 대송(大宋)제국 황제 유준(劉準).”


‘6국제군사에 안동대장군이라... 예전 왜왕과 같은 급이군..’


‘백제가 빠졌다. 지금 받는 답서는 모대 세자님께 전해질 텐데... 모대 세자님이 금상폐하의 후계로 유력한데 진왕위에 오르시려면...’


‘선대 개로왕 폐하의 관작은 진동대장군(鎭東大將軍)... 백제를 급이 낮은 안동대장군의 관할로 하기는 적당하지 않다는 뜻인가.. 하긴 개로왕 폐하와 좌현왕 전하 모두 돌아가셨고 모대 세자님은 왜국에 있으니..’


사마와 목간나, 해례곤의 머릿속은 ‘6국제군사’에 대한 해석으로 분분했다. 조정 회의가 끝나고 대전을 나서던 사신단 일행은 소도성, 왕경칙, 소순지와 마주쳤다.


“뜻한 바를 이루셨으니 후련하시겠습니다. 소도성 대장군께서 여러분을 오늘 저녁 자택 만찬에 초대하셨소!”


“예, 장군! 애써 주시니 감사합니다. 저희가 목표했던 바에는 약간 미흡하지만 이 정도면 천신만고 끝에 바다를 건너온 이 분들의 고생에 보답이 된 것 같습니다!”


왕경칙이 목간나가 지닌 답서 두루마리를 보고 웃으며 말을 건네자 목간나가 사마와 백가 등을 쳐다보며 답했다.


“미흡하다는 건 아무래도 ‘6국제군사’에서 백제가 빠진 문제이겠군요. 여러분이 백제국의 신료 분들이니 그리 된 사정은 미루어 짐작하시고 계시리라 믿소. 오늘 저녁에 월지향 대목과 함께 뵙겠소이다, 하하하!”


“예, 이번에는 해구의 반란으로 혼란스러운 작금의 백제국 정세를 고려하신 것이겠지요. 저녁에 뵙겠습니다, 대장군!”


소도성이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목례한 후 걸음을 옮겼고 사신단 일행은 답례한 후 황궁 동문 쪽을 향했다. 그날 저녁, 사신단과 월지향, 일부 송나라 신료들이 소도성의 자택에 모였다. 왜왕 무의 국서에 대한 사안이 마무리된 터라 분위기는 매우 화기애애했다.


“이렇게 다시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대장군!”


월지향의 인사에 소도성이 미소를 보였다.


“하하, 이제는 모두들 마음을 편히 놓으시고 즐기세요. 참, 오늘 오신 왜왕 무의 증인 세 분께는 처음 제대로 인사를 드리겠소. 은솔 백가와 한솔 해례곤이라 하셨던가요? 그리고 부여융 왕자...”


“인사드리옵니다.”


세 사람이 소도성에게 목례했다. 옆에 앉은 그의 맏아들 소색이 이들을 유심히 보며 말했다.


“모두 젊은 분들이신데, 왕자님은 아직 약관이 되지 않아 보이시는군요.”


소순지가 소색의 말을 받듯이 말했다.


“왕자님은 제 아들놈들과 보령이 비슷하신 듯 보입니다. 하하하, 실례가 안 되신다면 생년이...”


“임인년(任寅年- 462년) 생입니다. 좌현왕께서 왜국으로 가시던 도중에 저를 낳아 백제 땅으로 돌려보내셨다 합니다.”


사마가 약간의 미소를 띠며 답했다. 이를 듣는 월지향의 눈이 조금 흔들렸다.


“하하, 그러시군요. 제 맏아들 소의(蕭懿)보다는 한 살이 적고, 둘째 소연(蕭衍)이보다는 두 살이 많으십니다. 오월에 머무시는 동안 서로 친해졌으면 좋겠습니다. 너희들, 인사를 드리거라!”


소순지의 명에 만찬에 동석한 소의와 소연이 사마에게 인사했고, 사마가 답례했다. 풍악이 울리며 술이 오가고 시간이 많이 흐른 때였다.


“우리 소씨 집안이 난릉(蘭陵)의 명문이었다 하나 남천(南遷)한 이후로는 가세가 오랫동안 변변치 않아 무예 실력 외에는 내세울 재주가 별로 없는데, 손님들께 실례는 아닌가 싶소, 하하. 흥이 올라왔으니 여기 모인 소씨 중에 시 한 수 읊을 사람은 없는가?”


“제가 한 수 올리겠사옵니다!”


“오, 연이 네가? 하긴 순지 자네 가솔들이 우리 집안에선 문재(文才)가 가장 뛰어나긴 하지.”


“하하, 과찬이시옵니다. 연아. 네가 지은 시를 읊는 것이냐?”


소순지가 묻자 소연이 머리를 조아렸다.


“송구하옵니다. 제 재주는 아직 일천하여 감히 창작시를 올리지는 못하고 사령운(謝靈運)의 명시(名詩)를 들려드리려 합니다.”


“오 그래, 한 번 읊어보려무나.”


풍악이 멈췄고, 소연은 일어나 허공을 바라보며 천천히 시를 읊기 시작했다.


“규룡(虯龍)은 물에 잠겨 그 자태 그윽하게 뽐내고, 기러기 울음소리 멀리 날고 있는데(潛虯媚幽姿 飛鴻響遠音)...”*


이렇게 시작하여 길게 이어지는 시에 모두들 잔을 놓고 상념에 잠겼다. 아직 송나라 말이 짧은 백가와 해례곤은 월지향이 귓속말로 해주는 설명을 들었다. 사마는 대충은 알아듣는다는 듯 가끔씩 고개를 끄덕였다.


“...어찌 옛 사람만 지조를 지켰을까, 고뇌가 이제야 사라지네(持操豈獨古 無悶徵在今).”*


소연이 시 낭독을 끝내자 대부분의 참석자가 감탄의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찬사를 보내기 시작했다.


“대단하군, 대단해.”


“역시 신동(神童) 소리를 들을 만 했군! 저렇게 긴 시를 멋들어지게 읊다니..”


“대단하구나, 연아. 규룡이라니, 갓 이무기를 벗어나 새 뿔이 난 작은 용.. 그건 설마 네 자신을 일컫는 것이냐? 하하하...”


소색이 소연에게 뼈있는 칭찬을 했다. 소연은 조금 당황해하며 답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이제 뜻을 펴기 시작한 우리 소씨 집안을 생각하였사옵니다!”


“그래? 기특하구나, 하하하...”


소도성이 소색 대신 반응을 보이며 웃었다. 소색은 침묵을 지키며 생각했다.


‘저 시는 낙향하여 풍류를 즐기며 경치를 묘사하는 내용이지만 시를 지은 이는 송나라 조정에 핍박받고 칩거했던 자이다. 소연 저 녀석이 이것까지 알고 있다면 그냥 읊은 시는 아닐 텐데.. 볼 때마다 자세를 낮추는 그 아비 소순지부터 항상 마음에 걸려..’


“하하하... 자, 멀리서 오신 손님들께서는 시를 읊을 분이 안 계시오?”


소순지가 만면에 웃음을 보이며 물었다.


“제가 한 수 읊겠습니다. 저는 공부도 변변치 못하여 창작은 꿈도 못 꾸고, 외우고 있는 멋진 시도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멀리 제가 떠나온 땅을 생각하며 읊고 싶은 시가 있습니다. 사실 시라기보다는 백제와 오월의 뱃사람들 사이에 널리 불리는 오래되고 짧은 노래이지요!”


“오, 왕자님께서요?”


사마가 시를 읊겠다며 일어나자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모아졌다. 그는 사방을 둘러보며 노랫말을 읊기 시작했다.


“임이여 물을 건너지 마오-.

임은 결국 물을 건너시네.

이내 물에 빠져 돌아가시니,

장차 임을 어이할꼬

(公無渡河 公竟渡河 墮河而死 將奈公何)”


사마의 백제 말 낭독에 참석자들은 신기한 듯 들었고 월지향과 사신단은 향수에 젖은 눈빛을 보였다. 특히 월지향은 자신이 왜국을 떠나올 때 뱃머리에서 보이던 부여곤의 모습과, 백가에게서 들은 그의 최후가 생각나 눈물이 맺히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아아, 바다를 건너지 마셔야 했을 것을...’


“무슨 노래요?”


“공후인(箜篌引)이라고 합니다. 이곳에도 기록된 노랫말이 있는 것으로 아옵니다만...”


월지향이 눈물을 애써 훔쳐내며 답했다. 소연은 꺼림직스러운 표정을 보이며 생각했다.


‘그래 얼핏 들은 것 같다, 공후인... 천년도 더 전부터 백제는 물론 고구려와 회북(淮北), 회남의 바닷가에 널리 퍼진 노래라고... 백제인들과 그 비슷한 오랑캐들은 하나같이 화하(華夏)에 굽히지 않겠다는 의식이 가득하구나.’


한편 백가는 월지향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사마를 바라보는 저 눈빛... 좌현왕 전하의 훙서에 대해 유독 자세히 묻고 눈물을 글썽이던 일... 아무래도 저 분은 사마 왕자님, 또 곤지왕 전하와 예사 관계가 아닌 듯하구나. 어쩌면 내가 달온이 말했던 도미(都彌)를 모셨고 도미부인과 함께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작가의말

* <登池上樓>, 사령운(謝靈運, 385-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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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61. 전환(轉換)의 해 (2) 19.04.03 98 1 22쪽
60 60. 전환(轉換)의 해 (1) 19.03.27 94 1 14쪽
59 59. 상봉(相逢) 19.03.20 61 1 12쪽
58 58. 일식(日蝕)과 참새 19.03.13 106 1 15쪽
57 57. 탈환(奪還) 19.03.06 99 1 12쪽
» 56. 두 번째 사신단 19.02.27 89 1 17쪽
55 55. 백강격변(白江激變) (3) 19.02.20 117 1 11쪽
54 54. 백강격변(白江激變) (2) 19.01.30 85 1 14쪽
53 53. 백강격변(白江激變) (1) 18.12.26 107 1 14쪽
52 52. 강좌일변(江左一變) (3) 18.12.19 89 1 17쪽
51 51. 강좌일변(江左一變) (2) 18.12.12 109 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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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 하내(河內)의 봄에서 한성의 가을까지 18.02.13 222 1 19쪽
20 20. 13년 전: 곤지왕(昆支王) 즉위 18.02.09 253 1 14쪽
19 19. 13년 전: 지옥원정대 18.02.06 192 1 12쪽
18 18. 13년 전: 섬왕자 (嶋君) 18.02.02 264 2 13쪽
17 17. 14년 전: 도피와 음모 18.01.30 239 1 13쪽
16 16. 14년 전: 애증(愛憎)의 후폭풍 18.01.26 254 1 9쪽
15 15. 14년 전: 도미부인 (2) 19금 18.01.23 143 3 12쪽
14 14. 14년 전: 도미부인 (1) 19금 18.01.19 167 2 11쪽
13 13. 때를 기다리다 18.01.09 274 1 10쪽
12 12. 협박과 환대 18.01.05 327 2 11쪽
11 11. 피난과 질책 18.01.02 343 1 12쪽
10 10. 열도(列島)와 군도(群島) 17.12.29 408 2 14쪽
9 9. 탈취(奪取) 17.12.26 419 2 12쪽
8 8. 마주침 17.12.22 529 3 9쪽
7 7. 곰나루에 모여 논하다 (2) 17.12.19 540 3 9쪽
6 6. 곰나루에 모여 논하다 (1) 17.12.15 590 3 10쪽
5 5. 너는 누구냐 17.12.12 745 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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