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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名夢 님의 서재입니다.

백가제해(百家濟海): 1. 형제의 전쟁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드라마

완결

無名夢
작품등록일 :
2017.12.01 22:32
최근연재일 :
2019.04.10 00:13
연재수 :
62 회
조회수 :
17,488
추천수 :
114
글자수 :
339,531

작성
18.03.23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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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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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30. 곤지(昆支) 귀국 (1)

DUMMY

하내(河內)의 겨울은 서북 방향 바다 건너 웅진성이나 벽비리국보다는 늦게 찾아왔지만, 하내 북동부의 소국들이 포진한 고지대 산간 지역은 이미 한겨울이었다. 곤지왕(昆支王)은 뒤따라 줄지어 따라오는 병사들과 마찬가지로 갑옷 위에 털가죽 옷을 껴입고 말을 탄 채 하내로 통하는 산길을 통해 내려오고 있었다. 두 달 전 그는 왜국에서 이탈하려는 분위기를 보이던 이 지역의 소국들을 신속(臣屬)시키기 위해 친히 출정했고, 몇 개 소국이 궤멸하고 대부분의 소국들이 항복하여 목적은 달성되었다. 조속히 왜왕궁으로 귀환하려는 왕의 심기를 읽은 듯 대사인(大舍人) 금주리가 아뢰었다.


“이 쪽 가파른 산길을 내려가면 지대가 많이 낮아지니 날씨도 조금 따뜻해질 듯하옵니다, 전하.”


왕이 갑옷 어깨에 묻은 눈을 털어내며 말했다.


“그렇구나. 어서들 돌아가서 휴식을 취해야 할 터인데... 앞으로 이틀 길이면 되겠느냐?”


“예, 전하.”


“궁에 또 목만치 장군의 서신이 도착했다고?”


“그렇사옵니다. 병관좌평 해구의 군권 장악과 사로군 8천의 철수 이후 웅진성에 또 중대한 일이 있는 건 아닌지 여겨지옵니다.”


곤지왕이 길을 재촉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도 혹시 해구와 관련된 일이라면... 가만히 놔두고 볼 일은 아닌 듯싶구나. 목 장군은 계속 과인이 백제로 귀국하기를 바라는 눈치였는데... 그 때가 오고 있는 것인가...”


금주리는 궁금한 표정으로 왕을 바라보았다.


“전하, 그 때라면...”


씁쓸한 웃음이 왕의 입가에 흘렀다.


“후후... 대사인 자네도 알지 않는가. ‘하늘의 뜻’이 정해준 시간 말일세.”


“목만치 장군께서 진왕의 인과 함께 보냈던 서신에 전하께 있다고 한 그 ‘뜻’ 말씀이옵니까? 그렇다면 전하께서는 진실로 백제국으로...”


“아직 궁에 왔다는 서신을 보지도 않았지 않은가? 과인은 그것을 보고 난 후 생각해볼 걸세.”


“예, 전하, 당분간 그 사안은 신의 입에 담지 않겠사옵니다. 궁으로 귀환하신 후에 이르시옵소서.”


이틀 후 초겨울답지 않게 온화한 날씨를 보이는 하내의 응신왕릉 근처에 곤지왕의 북부 원정대 행렬이 모습을 드러냈다. 응신왕릉에서 왜왕궁에 이르는 길에 백성들이 쏟아져 나와 왕과 원정대를 환영했다.


“곤지왕 전하 천세, 천천세!”


“태평성대, 천세!”


왕은 말 위에서 백성들을 돌아보며 만면에 미소를 지었다. 행렬이 왜왕궁으로 들어서자 우호장(右護將) 미대(尾代), 그리고 후궁 치희(稚姬)와 동녀군(童女君)이 왕을 맞아 일제히 예를 표했다.


“북적(北狄) 평정을 감축드리옵니다!”


말에서 내린 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소! 그 동안 궁과 하내에는 별일이 없었지요?”


미대와 동녀군이 답했다.


“예, 전하! 소국들의 움직임에 큰 특이 사항은 없었사옵니다.”


“궁도 평온했사옵니다.”


왕은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다행이오. 과인이 이 곳에 온지 14년이 되었지만 지금만큼 평온했던 적이 없던 것 같소. 이제 북쪽도 조용해졌으니, 왜국의 안정을 위해 과인이 할 일은 다해간다는 느낌이 드오이다. 참 미대 장군, 목만치 장군으로부터 서신이 왔다고요?”


“예, 내전에 드신 후 살펴보시지요, 전하.”


“그러겠소. 대사인은 두 식경 후 내전에 들도록 하라.”


왕의 뒤에서 머리를 조아리고 있던 금주리가 답했다.


“예, 전하.”


두 식경 후, 곤지왕은 내전에서 목만치의 서신에 붙은 봉인을 뜯어 펼쳤다. 서신을 읽어 내려간 왕은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 생각에 잠겼다가 금주리에게 서신을 넘기며 말했다.


“목간에 필사(筆寫)하면서 내용을 보고 한 번 생각해보게나. 과인이 어찌해야 할는지...”


금주리가 서신을 받아 필사하는 동안 왕은 침묵을 지켰고, 끝날 즈음이 되서야 입을 열었다.


“대사인 자네는 이 서신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던가? 자네가 과인의 입장이라면?”


금주리는 필사를 마저 끝내고 붓을 놓더니 머리를 조아렸다.


“소신은 백제국이나 웅진성에 가본 적이 없어 그 실상은 잘 모르옵니다. 하지만 진왕 폐하께옵서 병관좌평 해구라는 분의 의견을 대부분 따르신다는 건 결국 백제국의 권력이 해구 그 분께 거의 넘어간 거나 마찬가지 아니겠는지요? 사신 파견이나 사로군의 이동 같은 중차대한 일들이 병관좌평의 뜻대로 결정되고, 이제는 그 분이 웅진성에 있는 진왕궁(辰王宮)의 중수(重修)까지 건의했는데 폐하께서 바로 받아들여 공사가 시작되었다는 거니까요.”


왕은 눈을 감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눈을 뜨고 말했다.


“이번에는 웅진성의 백성들이 겨울 동안 고생을 하겠군. 목 장군이 웅진성으로 간지 1년여 동안 백제국의 조정을 해구와 그 세력이 장악했네. 목 장군은 항상 소수파에 머무니 지금의 전횡을 막을 방법이 없겠지. 이제는 정말 때가 된 듯하네. 더 늦기 전에 귀국하여 조정의 균형을 도모해야겠어! 정사년(丁巳, 서기 477년) 새해 정월에 출발하는 것을 목표로 준비하도록 명할 걸세.”


금주리도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귀국을 결심하셨습니까! 하오면 황공하오나 왜왕위는 어찌하실 것이옵니까?”


“과인은 왜왕 이전에 백제 좌현왕이며 대왕 폐하의 신하임에 변함이 없지! 진왕실을 위협할 수 있는 가문의 권신이 발호하려는 데 가만히 있을 수 없다네. 왜왕위는... 축자에 있는 세자 모대(牟大)의 나이가 이미 스물다섯, 용맹하고 총명하며 근래 수년 간 축자의 소국들을 잘 다스려왔으니 경험도 쌓였네. 세자를 하내로 부르도록 준비하겠네. 축자의 통치는 백발(白髮) 왕자가 잇게 할 것이고. 그리고... 과인이 떠나더라도 자네는 여기서 중한 일을 맡길 테니 걱정 마시게.”


“세자께서 오셔서 왜왕위를 이으신다면 왜국의 앞날도 든든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신에게 중한 일을 맡기시다뇨, 전하! 소신이 감히 그럴 깜냥이 되는지 두려울 뿐이옵니다...”


왕은 고개를 저었다.


“과인은 열 네 해 동안 자네에게 모든 기록을 맡기며 조정 대사를 알게 하고 의견을 묻기도 했지. 그 때마다 현명한 비책을 내놓았던 것을 잊지 않고 있네. 또 그 오랜 세월 동안 자네의 빈틈없는 일처리와 장서각(藏書閣)을 관리하는 능력을 지켜보았고. 그 능력과 지혜를 오랫동안 발휘할 벼슬에 임명할 것이니 그리 알고 있게!”


금주리는 머리를 조아렸다.


“황공하옵니다, 전하!”


열흘 후, 곤지왕은 조정 회의를 소집하여 중대 발표를 했다.


“과인이 즉위한지 열 네 해, 근래에 북부의 소국들을 평정한 것을 마지막으로 왜국의 대부분이 과인과 대왕 폐하의 판도에 들어왔소! 또 백성들의 삶이 지금처럼 평안한 적이 드물고 왕실의 안정이 유지되고 있으니, 과인은 이제 소임을 다 했다 여기며 왕위를 세자 모대에게 물려주고 백제국으로 떠나고자 하오!”


놀란 신료들의 만류가 이어졌다.


“아니 되옵니다, 전하!”


“전하의 보령과 건강 모두 한창이시온데 퇴위를 논하시오면 이 나라가 흔들리게 되옵니다. 명을 거두어주소서!”


우호장 미대가 아뢰었다.


“하오시면, 전하! 퇴위를 논하시기보다는 세자 전하께 대리 통치를 맡기심이 어떠하실는지요?”


왕이 말했다.


“대리 통치라?”


“전하께서 왜왕의 지위를 유지하신 채 떠나시오면 이 나라의 왕위가 바뀌지는 않으니 백성과 조정이 안심할 것이며, 대리 통치를 맡으신 세자 전하께서는 당분간 하내의 사정과 조정의 상황을 익히며 언제라도 왕위를 이을 준비가 되니 가장 좋은 방안이 아니겠사옵니까?”


웅성거리던 신료들은 대리 통치 방안에 찬성하는 쪽으로 의견들이 모아졌다.


“전하께서 떠나시겠다는 의지가 확고하시다면, 우호장의 방안이 나라가 평안하고 뒤탈이 없는 좋은 생각이라 사료되옵니다! 그리 명해주시옵소서!”


잠시 생각에 잠겼던 왕이 명을 내렸다.


“좋소이다. 그대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대리 통치를 공위(空位)에 대비한 대안으로 택하도록 하겠소. 과인은 정사년 새해 정월에 세자 모대가 하내로 온 후 홀로 떠날 것이오! 백제국에는 두 해 정도 머무르지 않을까 예상되니 두 분 비(妃)께서는 너무 아쉬워 말고 기다려주시면 되오.”


신료와 후궁들이 답했다.


“왕명을 받드옵니다, 전하!”


“또 오늘 과인은 하내의 행정을 총괄할 비직(費直) 벼슬에 대사인 금주리를 임명하니 대사인은 명을 받들어 세자의 통치를 돕고 하내의 백성과 강산을 평안케 하도록 하라!”


금주리는 놀라워하며 엎드렸다.


“전하! 비천한 제게 이리 큰 벼슬을 내리시오니 황공함을 금할 수 없사옵니다!”


신료들은 놀라워하며 불만 섞인 표정들을 지었지만 감히 곤지왕에게 나서서 반대하는 이는 없었다. 더구나 금주리의 능력에 대해서는 의심하는 이가 없었기 때문에 트집 잡을 구석도 찾기 힘들었다.


‘대사인에서 돌연 비직이라니... 전례가 없던 일이다. 전하께 붙어 다니더니 출세했군!’


왕은 이어 백제로 향하는 길의 대략적인 일정을 발표했다.


“과인은 축자를 거쳐 우선 신미의 벽비리국에 당분간 머무르며 웅진성에 복귀할 준비를 할 것이오. 그 이후의 일정은 대왕 폐하의 명에 따라 달라지겠지요. 과인과 연락을 취하실 분들은 이를 감안하도록 하오!”


“예, 전하! 뜻대로 하시옵소서!”


신료들은 머리를 다시 조아렸다. 하지만 신료들 중 응신계 왕족이나 그들과 친한 이들은 왕에 대한 불만과 자신들을 위한 기회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강압통치와 회유에 찍소리 않고 지내긴 했다만 이제 왜국을 왜국답게 만들 기회가 올지도 모르겠군...’


‘떠나겠다니... 곤지왕은 왜국이 백제의 신하라는 생각이 뼛속까지 박혀있었어. 이제 백제왕의 끄나풀을 몰아낼 날이 오기를 기대할 수 있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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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61. 전환(轉換)의 해 (2) 19.04.03 98 1 22쪽
60 60. 전환(轉換)의 해 (1) 19.03.27 95 1 14쪽
59 59. 상봉(相逢) 19.03.20 62 1 12쪽
58 58. 일식(日蝕)과 참새 19.03.13 107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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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2. 웅진성의 술렁임 18.03.30 220 1 10쪽
31 31. 곤지(昆支) 귀국 (2) +2 18.03.27 268 2 12쪽
» 30. 곤지(昆支) 귀국 (1) 18.03.23 183 1 10쪽
29 29. 해구(解仇) 복귀 18.03.20 242 1 13쪽
28 28. 신미(新彌)의 이무기 두 마리 18.03.16 228 1 14쪽
27 27. 서쪽 바다의 방벽 18.03.13 196 1 11쪽
26 26. 백강의 풍랑 18.03.09 205 1 14쪽
25 25. 강좌(江左)의 정쟁(政爭) 18.03.06 216 1 10쪽
24 24. 집아관 살인 사건 18.03.02 218 1 12쪽
23 23. 서신(書信)과 속도전 18.02.27 207 1 11쪽
22 22. 다섯 번째 이름 18.02.16 190 1 12쪽
21 21. 하내(河內)의 봄에서 한성의 가을까지 18.02.13 222 1 19쪽
20 20. 13년 전: 곤지왕(昆支王) 즉위 18.02.09 253 1 14쪽
19 19. 13년 전: 지옥원정대 18.02.06 192 1 12쪽
18 18. 13년 전: 섬왕자 (嶋君) 18.02.02 264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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