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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名夢 님의 서재입니다.

백가제해(百家濟海): 1. 형제의 전쟁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드라마

완결

無名夢
작품등록일 :
2017.12.01 22:32
최근연재일 :
2019.04.10 00:13
연재수 :
6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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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92
추천수 :
114
글자수 :
339,531

작성
18.01.26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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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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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16. 14년 전: 애증(愛憎)의 후폭풍

DUMMY

겨우 정신을 차리고 환궁한 개로왕은 다음날 신료 둘을 은밀히 불러 부여곤에게 대왕인 자신을 기망한 죄와 가병들을 보내 겁박하고 해치려 한 역모죄를 물을 것을 명했다.


“부여곤의 좌현왕 작위와 정로장군 군호를 박탈하고, 그의 모든 재산과 영지를 몰수하라! 역모죄는 짐이 친국하여 다스릴 것이다! 재증걸루와 고이만년, 그대들은 도미부인... 귤희라는 여인이 누군지 알아내고 어디로 갔는지 그 일당들과 함께 반드시 찾아 내거라!”


달솔 재증걸루와 은솔 고이만년이 물었다.


“폐하, 만약 그 여인을 찾으면 어찌 할까요? 역시 역모죄로 처단하심이 마땅하지 않으시온지...”


왕이 답했다.


“무슨 소리... 반드시 털끝 하나 건드리지 말고 살려서 데려오라! 그 여인이야말로 짐이 부여곤에게서 몰수하는 가장 귀중한 것이니!”


재증걸루와 고이만년 역시 전날 금군 병사들처럼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답했다.


“대왕 폐하의 명을 받드옵니다!”


‘내 도미부인을 반드시 차지하고야 말겠다. 얼굴? 흥,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옥에 다녀오는 한이 있어도 그때 그 모습으로 돌려놓고야 말 것이야!’


왕은 집착에 불타는 다짐을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이 때 내관이 고했다.


“폐하, 관군장군 부마도위(冠軍將軍 駙馬都尉) 부여례(夫餘禮) 입시이옵니다!”


올해(461년) 예순이 넘었고, 개로왕의 선왕인 비유왕의 사위이며 한성으로 통하는 물류의 7할을 넘게 담당할 정도의 거상(巨商)이기도 한 부여례가 왕을 뵙고자 한다는 소식에 개로왕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뭐라? 경(卿)께서 무슨 일로? 흠... 주위를 물리도록 하라!”


신료들은 대전을 빠져나가고 부여례가 들어왔는데 그의 얼굴빛은 흙빛이 되어있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게다가 왕을 보자 당장 무릎을 꿇더니 통곡하며 외치기 시작했다.


“폐하! 신부터 죽여주시옵소서! 소신의 불민함이 오늘의 화를 불렀사옵니다--!”


“아니, 경께서는 왜 이러시는 것이오? 무슨 죽을죄를 청하신다는 말씀이오?”


왕은 어이없어 하며 물었다. 부여례는 우물쭈물 다음 말을 꺼내지 못하다가 겨우 입을 떼었다.


“폐.. 폐하를 기망하고 농락한 여인의 이름이 귤희라고 들었사옵니다.”


개로왕은 마음이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그.. 그렇소만...”


“귤희는... 제 막내여식의 아명(兒名)이옵니다! 지금의 이름은 부여향(夫餘香)이옵고... 흑흑...”


“하!”


왕은 기가 막혀 입을 벌리고 말을 잇지 못하다가 부여례에게 물었다.


“그... 그런데... 어찌하여 온 백제를 가진 거나 다름없는 부를 이룬 경의 막내여식이... 강가의 초가에 빈한하게 숨어 살고 있었더란 말이오?”


“흑흑... 귤희 그 녀석이... 좌현왕 전하를 깊이 연모하였지요... 전하께서도 마음이 있으시니 그 녀석을 받아들이셨을 겁니다. 그런데 전하께선 본부인이 계시지 않았습니까? 그럼에도 귤희가 첩이 되어서라도 전하의 곁에만 있겠다고 하니 소신의 속이 뒤집어지지 않았겠습니까... 그래서 그 녀석을 내쳐버리고 없는 자식 셈 치고 살았지요... 그런데 기어코 오늘의 화가... 거기에 자기 얼굴까지... 어흑흑흑...”


부여례의 통곡이 이어졌다. 왕은 그의 통곡이 잦아질 때를 기다려 입을 열었다.


“경의 슬픔은 짐이 이해할 만하겠소. 하지만 짐의 분노도 그에 못지않을 게요. 한 가지만 묻겠소. 내치셨다는 말씀은 그 뒤로 귤희의 행방을 알지 못하셨다는 게지요? 도움을 주신 적도 없고요?”


“흑... 그렇사옵니다! 내치고 나서도 후회가 되어 백방으로 어디로 갔는지 알아보았습니다만... 그렇게 이름까지 바꾸고 살고 있을 줄은... 지금 제가 드리는 말씀은 하늘에 맹세코 모두 사실이옵니다!”


부여례가 엎드려 절하며 말했다. 개로왕은 잠시 생각하고는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짐을 습격하고 귤희를 빼간 괴한들은 경의 가병이 아니었다는 말인데...”


부여례가 답했다.


“아마도... 백궁(苩弓)이란 자가 이끄는 좌현왕 전하의 가병이었을 것이옵니다... 좀 오래되었지만 전하께서 직접 소신의 집으로 찾아오셔서 귤희를 첩으로 받아들이겠다고 청하신 적이 있었지요. 소신은 당연히 거절하였고요. 그 때 본 적이 있사옵니다...”


“흠. 그자들을 찾거든 필히 먼저 도륙해야...”


부여례가 다시 머리를 조아리며 호소했다.


“폐하! 하오나 소신... 소신 감히 청하옵니다! 귤희와 좌현왕 전하께서 폐하께 지은 죄가 매우 엄중한 것은 사실이오나, 그 녀석과 전하의 신분을 박탈하고 내치는 것으로 끝내시고 더 이상 찾지 않으심이 어떠하실런지요? 그 녀석이 저에게 은밀히 도움을 청하더라도 절대로 응하지 않고 폐하께 고할 것이옵니다!”


“그게 무슨...”


왕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가만... 방치해서 사실상 유배를 보내라... 하지만 짐은 귤희를 어떻게든 후궁으로 들일 생각이니 경께서는 경과 여식의 안위에 대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오. 물론 아무리 동생이라도 부여곤 이놈은 역모죄로 다스려야겠지요!”


“하지만 폐하, 제 여식은 제가 가장 잘 아옵니다. 그 녀석은 좌현왕 전하께서 돌아가신다면 반드시 따라죽을 것이옵니다! 전하와 떨어진다 해도 반드시 그분께 돌아가려 할 것이옵니다. 그 타고난 미모까지 포기하는 것을 보시지 않았사옵니까? 폐하께서 조금의 용서와 아량을 베푸신다면 소신과 그 녀석, 전하 모두 감읍할 것이옵니다...”


“끙...”


왕은 잔뜩 찌푸린 얼굴을 하고 생각에 잠겼다. 잠시 후 그는 다시 부여례에게 물었다.


“만약, 짐이 경의 청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경은 어떻게 할 요량이오?”


부여례는 잠시 전과 달리 결심에 찬 굳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무리 폐하시지만... 제 자식의 목숨이 달린 일... 어떤 결과가 있다고 해도 소신,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옵니다! 귤희 그 녀석도 자기 뜻대로 좌현왕 전하를 따라 죽겠지요. 폐하께선 형제도 잃고 귤희의 상한 얼굴이나마 역시 영원히 볼 수 없으실 겁니다!”


“뭐요? 경도 지금... 짐을 겁박하는 것이오? 진실로 역모죄를 같이 뒤집어쓰고 싶으신 것이오!”


왕은 이렇게 큰소리를 쳤지만, 한성의 경제권을 쥔 부여례가 어떤 사태를 벌일지는 모를 일이었다.


‘그 딸에 그 애비가 아닌가. 하... 정말 위협이 되는 자는 따로 있었군. 이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이 확실히 서로에게 이득이다. 아... 하지만... 귤희를 이렇게 떠나보내야 한단 말인가. 그것도 곤이 놈과 같이...’


개로왕은 단단히 쥔 주먹을 떨면서 한참 다시 고뇌하다가 천천히 입을 떼었다.


“으... 좋소이다... 짐은 추포의 명을 거두겠소이다. 하지만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 어디서 사는지는 파악해놓도록 명하겠소! 경도 그들에게서 오는 소식이 있다면 빠짐없이 짐에게 고해야 할 것이오!”


부여례는 표정을 풀고 다시 머리를 조아렸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


왕은 내관에게 일러 명했다.


“재증걸루와 고이만년에게 다시 칙명을 전하라. 부여곤과 귤희를 은밀히 추격하라 하고, 작위 박탈과 영지 몰수도 그대로 진행하라. 단 추포의 명은 거두겠다!”


“예, 폐하!”


개로왕의 명을 확인한 부여례는 다시 엎드려 절하고 뒤로 물러나 나갔다. 왕은 지끈거리는 머리에 손을 얹고 눈을 감았다.


‘이게 다... 이틀 만에 벌어진 일이다. 그 얼굴을 볼 일이 없었더라면... 곤이가 얽혀있지 않았더라면... 아... 그 찰나의 아름다움을 잊지 못하겠구나. 평생을 잊지 못할 듯하구나. 누가, 왜 짐에게 이런 저주를 내리는가...’


한성의 남쪽, 아직 푸르지만 누런빛이 간간이 감돌기 시작한 어느 풀숲 언덕 앞에서 부여곤은 가병 두 명만 대동하고 귤희를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 후, 눈 밑 얼굴을 천으로 감은 여인과 한 장수, 수 명의 병사들이 언덕 위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여인을 본 부여곤의 뺨에 눈물이 맺혀 흐르기 시작했다. 이윽고 여인과 부여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언덕길에서 마주 보고 달려가 포옹했다. 여인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러 핏자국이 군데군데 있는, 뺨을 감싼 천으로 번졌다. 둘은 한참을 어떤 말도 없이 그렇게 끌어안고 있었다.


“좌현왕 전하, 한시가 급하옵니다. 우선 떠나시지요.”


귤희를 왕에게서 구해 데리고 온, 신소도국의 별장이면서 부여곤을 돕던 백궁이 말했다.


“아래 냇가에 말을 준비해두었습니다.”


부여곤을 모시고 온 가병이 고했다. 부여곤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귤희를 감싸 안고 걸음을 옮겼다.


“폐하의 진노가 대단할 것이옵니다. 분명히 신분 박탈과 추포령, 영지 몰수령이 내려졌을 테지요. 안전한 곳으로 숨으셔야 할 듯합니다. 우선은 소신이 별장으로 있는 신소도국으로 가시지요. 그곳의 국읍 소도는 대역 죄인이라도 일단 들어가면 당분간 함부로 건드리지는 못합니다.”


백궁이 청했다. 귤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럽시다...”


얼마 후, 초가을의 숲이 우거진 샛길로 말을 탄 행렬이 달렸다. 석양이 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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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62. 동성왕 즉위 (1부 완결) 19.04.10 170 3 16쪽
61 61. 전환(轉換)의 해 (2) 19.04.03 98 1 22쪽
60 60. 전환(轉換)의 해 (1) 19.03.27 95 1 14쪽
59 59. 상봉(相逢) 19.03.20 62 1 12쪽
58 58. 일식(日蝕)과 참새 19.03.13 107 1 15쪽
57 57. 탈환(奪還) 19.03.06 99 1 12쪽
56 56. 두 번째 사신단 19.02.27 89 1 17쪽
55 55. 백강격변(白江激變) (3) 19.02.20 118 1 11쪽
54 54. 백강격변(白江激變) (2) 19.01.30 85 1 14쪽
53 53. 백강격변(白江激變) (1) 18.12.26 107 1 14쪽
52 52. 강좌일변(江左一變) (3) 18.12.19 89 1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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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 서신(書信)과 속도전 18.02.27 207 1 11쪽
22 22. 다섯 번째 이름 18.02.16 190 1 12쪽
21 21. 하내(河內)의 봄에서 한성의 가을까지 18.02.13 222 1 19쪽
20 20. 13년 전: 곤지왕(昆支王) 즉위 18.02.09 253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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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5. 14년 전: 도미부인 (2) 19금 18.01.23 143 3 12쪽
14 14. 14년 전: 도미부인 (1) 19금 18.01.19 167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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