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無名夢 님의 서재입니다.

백가제해(百家濟海): 1. 형제의 전쟁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드라마

완결

無名夢
작품등록일 :
2017.12.01 22:32
최근연재일 :
2019.04.10 00:13
연재수 :
62 회
조회수 :
17,493
추천수 :
114
글자수 :
339,531

작성
18.03.30 00:08
조회
220
추천
1
글자
10쪽

32. 웅진성의 술렁임

DUMMY

해구의 제안으로 시작된 웅진성 진왕궁의 중수(重修)가 마무리된 것을 축하하기 위한 연회가 벌어지던 음력 2월, 남쪽에서 올라온 첩보가 잔치의 즐거움을 만끽하던 문주왕과 해구를 비롯한 신료들을 긴장시켰다. 해구가 급보를 고한 병사에게 다그쳤다.


“틀림없으렷다? 좌현왕 전하께서 벽비리국에 도착했다?”


“예, 몇 번을 다시 확인한 소식이옵니다!”


“왜국왕의 위는 누구에게 맡겼다 하더냐?”


“모대 왕자님께서 대리 통치를 맡았다 하옵니다.”


문주왕은 목만치에게 시선을 돌렸다.


“달솔께서는 알고 계셨소?”


“아니옵니다, 폐하. 좌현왕 전하와 자주 서신을 주고받는 것은 사실이오나, 한 달 전에 서신을 보낸 후 답장이 없어 설마 하내를 떠나 귀국하셨는지는 알 수 없었사옵니다!”


해구는 씁쓸한 표정으로 입꼬리를 올리며 생각했다.


‘흥, 모를 리가. 적어도 저 늙은 여우가 귀국을 종용한 건 확실하겠지! 그런다고 정말로 왜 왕위까지 훌훌 털고 돌아올 줄이야. 무슨 속셈인 것이냐, 부여곤.’


문주왕은 가라앉은 분위기를 띄우려 했다.


“자, 오늘은 마땅히 기뻐해야 하는 날이니 좌현왕의 귀국 건은 내일 다시 논의하도록 하지요! 어서들 술잔을 드십시다. 풍악도 다시 울려라!”


연회가 재개되어 왕과 신료들의 술자리는 다시 왁자지껄해졌다. 하지만 해구는 미소를 띠고 술잔을 부딪치면서도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이었고 목만치와도 팽팽한 견제의 눈길을 주고받았다.


다음날 아침, 조정 회의를 위해 등청한 해구와 목만치는 각각 자신을 따르는 신료들을 불러 모아 사전 논의를 시작했다. 해구가 좌평 진남과 달솔 연신, 한솔 진로 등을 보고 물었다.


“좌현왕 부여곤이 신미로 복귀했다는 소식은 다들 들으셨겠지요? 대체 어쩌려고 돌아온 것인지 짐작이 가십니까? 저로서는 정말 어리둥절할 뿐입니다. 짐작이 가는 이유가 있기는 하지만...”


진남이 답했다.


“뭔가 도전하려 한다는 느낌이 듭니다... 태자 삼근(三斤) 왕자님에 이어 대왕 계승 서열 2위가 아닙니까? 특히나 태자께서 아직 열세 살에 불과하시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연신이 놀라워하며 말했다.


“설마... 대왕위를 노린다는 겁니까. 그건 반역이 아닙니까? 그렇다면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점은 모진 고생을 해서 얻은 왜국 왕위를 지키며 편안히 지내면 될 터인데 역모 의심을 또 받아가면서까지...”


진남이 굳은 얼굴로 말을 보탰다.


“이해가 가지 않더라도 지금 우리가 추측해볼 수 있는 귀국 이유는 그것 밖에 없소이다. 그걸 전제로 대책을 논의하는 수밖에 없소!”


해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


“진남 장군의 말씀이 옳소! 좌현왕이 무슨 명분을 내걸든 그 속에 있는 의도는 백제국의 대왕위에 도전해보겠다는 욕심인 겁니다. 명분이야 둘러대기 나름이지요. 제가 좌현왕이라면 다사다난한 왜왕 노릇에 심신이 지쳐 왕위를 내려놓고 신미에서 쉬겠다... 또는 폐하께 마지막 도움을 드리려 한다.. 이런 핑계를 댈 것이오, 후후...”


“그렇다면 우리가 취할 대책은 무엇이 될는지요?”


“우선은 좌현왕이 신미에 계속 머무를 것이냐, 아니면 웅진성으로 오려 하느냐에 달렸소. 그가 신미에 눌러앉는다면 내전을 각오하고 군사적 대비를 해야 할 터이고, 웅진성으로 온다면 그가 조정 내의 세력을 키우는 걸 최대한 막아야겠지요.”


해구가 내놓은 대책에 다른 해구파 신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말을 이었다.


“어차피 좌현왕의 귀환을 막을 수 없다면 전자보다는 후자가 우리에게는 좀 더 수월한 대책이 될 거요. 그의 세력이 목만 길게 늘어난 새 꼴이 될 것이니 말이오. 그렇다면 좌현왕이 반드시 웅진성으로 오게 만들어야 하오. 그것도 최대한 빨리! 신미 여러 나라에서 군사라도 모을 시간을 주지 말아야 하니까요.”


“그렇다면 그 새의 목만 자르면 일이 끝나는 거군요, 하하... 묘책이옵니다! 하지만 그가 웅진성으로 반드시 오게 할 방법이 있는지요?”


연신의 질문에 해구는 자신 있다는 듯 웃으며 답했다.


“제가 생각해놓은 방안이 있으니 여러분은 지켜만 보셔도 되오! 하하하...”


한편 목만치는 자신의 편에 선 신료들을 불러 모았으나 온 사람은 젊은 달솔 백가와 한솔 해례곤, 그리고 낮은 관등의 벼슬을 가진 몇몇 이들 뿐이었다. 목만치가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전하께서 귀국하셨다! 내가 자주 종용하기는 했으나 이렇게 빨리 기별도 없이 오실 줄은 몰랐네. 신료들이 귀국 의도를 많이 의심하지 않을까 염려되는데... 폐하도 물론이고.”


어두운 얼굴의 백가가 말했다.


“병관좌평 해구 각하를 비롯한 신료들은 틀림없이 전하의 역모를 운운하며 우리를 압박하려 할 겁니다! 기회를 보아 전하와 관계있는 신료들을 뿌리 뽑으려 할지도 모르지요.”


해례곤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벽비리국을 비롯하여 전하를 도울 수 있는 신미의 소국들부터 군사를 모아야 하지 않을 지요? 제 백부님은 판단이 선 사안에 대해서 시간을 허투루 보낼 분이 아닙니다.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야 합니다!”


목만치가 말했다.


“둘 다 옳은 말일세. 당장 조정에서 논의가 될 사안이니 해구 등의 역모 의심에 대응하여 폐하를 안심시키고 설득할 말을 만들어보겠네. 군사적인 준비도 시작해야겠지! 전하께서 이곳으로 오시느냐, 또는 벽비리국에 눌러앉아 계실지도 서신을 보내 여쭤보겠네. 그에 따라 우리의 대응이 달라질 수 있으니까 말일세.”


이윽고 문주왕이 소집한 조정 회의가 시작되었다. 왕은 부여곤의 귀국 소식을 다시 확인하며 물었다.


“어제 조정에 급보가 날아들었소. 왜왕위에 있던 좌현왕 부여곤이 왕세자 모대에게 대리 통치를 맡기고 신미의 벽비리국으로 은밀히 귀국했다 하오. 짐이나 신료들에게 알리지도 않고 갑자기 귀국한 연유가 무엇이며, 어떤 대응책을 강구해야 할지 논의하도록 합시다!”


해구가 미소를 띠며 나섰다.


“폐하! 신 병관좌평 해구 아뢰옵니다.”


모두의 시선이 해구에게 쏠렸는데, 특히 목만치, 백가, 해례곤 등은 해구의 눈빛을 보고 긴장하기 시작했다.


‘전하의 귀국 의도가 불순하다고 성토하겠군!’


그런데 해구의 입에서 나온 말은 뜻밖이었다.


“좌현왕 전하의 출중함은 백제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정도지요. 이제는 왜국 사람들도 다 겪어보고 알게 되었을 것이옵니다. 신이 추측하기로는 전하께선 힘든 고비를 넘고 오랫동안 수행해온 왜왕의 통치 임무에 지치셔서 휴식을 취하시려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문주왕이 되물었다.


“경께서도 좌현왕의 귀국에 별다른 의도가 없다고 여기시는 것이오?”


“예 폐하. 그렇사옵니다!”


목만치 등은 의아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해구가 말을 이었다.


“다만... 전하께서는 아직 일선에서 물러나기에는 이르시니 백제국과 폐하를 위하여 공을 세우실 기회를 드림이 어떠하실지 여쭈옵니다!”


왕도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벼슬을 주자는 말씀이시오? 솔직히 짐은 이제 와서 좌현왕이 귀국한 의도에 의심이 가던 차요. 그런데 벼슬이라... 혹 웅진성에서 짐의 곁에 있어야 하는 벼슬을 말씀하시는 것이오?”


“폐하께서 우려하시는 바는 소신들도 잘 알고 있사옵니다. 바로 그렇기에 좌현왕 전하를 도성으로 불러올리자는 것이옵니다. 전하께서 벼슬을 받지 않고 신미에 계속 머무르신다면 그것이야말로 의심할 만한 일이지요. 신은 전하를 왕명의 출납과 일반 내정을 담당하는 내신좌평(內臣左平)에 제수하시면 어떨까 사료되옵니다!”


목만치는 아차 싶다는 표정을 지었다. 백가와 해례곤도 무언가 깨달은 듯했다.


‘당했다. 허를 찌르는 기습과 같구나. 반격할 틈도 없이 입구를 봉쇄한 꼴이다. 16년 전 저 자가 전하를 사면하고 왜국으로 보낼 것을 건의했다고 들었는데... 같은 수법에 또 당하다니! 이번엔 들판에 내보내는 것이 아니라 집안에 인질로 잡아두는 것이냐.’


‘외통수다! 폐하께서 내리는 벼슬을 전하께서 받지 않으신다면 역모의 혐의를 뒤집어쓰거나 적어도 의심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문주왕은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신좌평이라... 왜국을 오래 다스린 좌현왕이 맡기에 적당한 벼슬 같소이다. 그런 분이 내신좌평이 된다면 백제국의 내정이 한결 나아진다는 기대를 해도 되겠지요! 정말 백제국을 위한 일인데 좌현왕이 설마 마다하겠소? 하하하...”


웅성거리는 신료들도 대체로 수긍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목만치 등은 체념한 듯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굳게 입을 다물었다. 왕이 결론을 내며 명을 내렸다.


“병관좌평의 의견대로 좌현왕을 내신좌평에 제수하도록 합시다. 그럼 조속히 좌현왕이 있는 벽비리국으로 임명 사절단을 보낼 것이니 준비하도록 하오!”


해구와 목만치를 비롯해 신료들이 일제히 답했다.


“예, 명을 받드옵니다, 대왕 폐하!”


조정 회의가 끝나고 퇴청하는 목만치, 백가, 해례곤 등은 억지웃음을 거두고 하나같이 어두운 표정이었다. 백가가 목만치에게 조용히 토로했다.


“형세가 어렵게 되었습니다. 저들이 이렇게 빨리 움직이면 전하께서 신미의 세를 규합하실 시간도 없고, 웅진성으로 오신다 하더라도 모두의 경계가 집중된 상태에서 우리가 의도한 세력 균형을 도모하기가 쉽지 않을 거니까요!”


목만치는 씁쓸한 입맛을 다셨다.


“음... 더 불리해질지도 모른다. 최대한 견디면서 기회를 볼밖에...”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백가제해(百家濟海): 1. 형제의 전쟁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1부 완결 후기 19.04.10 158 0 -
공지 연재 재개 19.02.20 55 0 -
공지 연재 일시 중단 공지(1월 말까지) 19.01.09 61 0 -
공지 소연, 심유지, (종)엄지, 장경아... 18.12.19 105 0 -
공지 연재 재개 공지 18.11.14 97 0 -
공지 장기 휴재 공지 (11월 복귀) +2 18.07.23 173 0 -
공지 6월까지 주1회 연재 공지 18.05.18 109 0 -
공지 5월 15일 연재 재개 공지 18.04.27 122 0 -
공지 4월 13일 연재 재개 공지 18.04.06 136 0 -
공지 2월 27일 연재 재개 공지 18.02.19 141 0 -
공지 1월 19일 연재 재개 공지 및 향후 간단 줄거리 18.01.09 255 0 -
공지 <백가제해> 1부를 시작하며 17.12.06 417 0 -
62 62. 동성왕 즉위 (1부 완결) 19.04.10 170 3 16쪽
61 61. 전환(轉換)의 해 (2) 19.04.03 98 1 22쪽
60 60. 전환(轉換)의 해 (1) 19.03.27 95 1 14쪽
59 59. 상봉(相逢) 19.03.20 62 1 12쪽
58 58. 일식(日蝕)과 참새 19.03.13 107 1 15쪽
57 57. 탈환(奪還) 19.03.06 99 1 12쪽
56 56. 두 번째 사신단 19.02.27 89 1 17쪽
55 55. 백강격변(白江激變) (3) 19.02.20 118 1 11쪽
54 54. 백강격변(白江激變) (2) 19.01.30 85 1 14쪽
53 53. 백강격변(白江激變) (1) 18.12.26 107 1 14쪽
52 52. 강좌일변(江左一變) (3) 18.12.19 89 1 17쪽
51 51. 강좌일변(江左一變) (2) 18.12.12 109 1 16쪽
50 50. 강좌일변(江左一變) (1) 18.12.05 113 1 13쪽
49 49. 미대(尾代)의 전쟁 18.11.28 153 1 16쪽
48 48. 기생반(紀生磐) 19금 18.11.21 64 1 10쪽
47 47. 문주왕 붕(崩) 18.11.14 138 1 14쪽
46 46. 모반(謨反)의 기운 18.07.17 188 1 11쪽
45 45. 새로운 국면 18.07.10 234 1 15쪽
44 44. 회생 18.07.03 135 1 13쪽
43 43. 꼬리를 적시다(濡其尾) 18.06.26 134 1 11쪽
42 42. 추격 저지 18.06.19 133 1 13쪽
41 41. 계획 18.06.12 132 1 10쪽
40 40. 미제(未濟) 18.05.29 205 1 11쪽
39 39. 대치(對峙) 18.05.22 182 2 11쪽
38 38. 경각(頃刻) 18.05.15 154 1 11쪽
37 37. 흑룡(黑龍) 출현 18.04.24 181 1 9쪽
36 36. 불길한 기회 18.04.21 170 1 8쪽
35 35. 배신 혹은 충성 18.04.17 174 2 12쪽
34 34. 당부 18.04.13 161 1 11쪽
33 33. 승낙의 조건 18.04.03 159 1 11쪽
» 32. 웅진성의 술렁임 18.03.30 221 1 10쪽
31 31. 곤지(昆支) 귀국 (2) +2 18.03.27 268 2 12쪽
30 30. 곤지(昆支) 귀국 (1) 18.03.23 183 1 10쪽
29 29. 해구(解仇) 복귀 18.03.20 242 1 13쪽
28 28. 신미(新彌)의 이무기 두 마리 18.03.16 228 1 14쪽
27 27. 서쪽 바다의 방벽 18.03.13 196 1 11쪽
26 26. 백강의 풍랑 18.03.09 205 1 14쪽
25 25. 강좌(江左)의 정쟁(政爭) 18.03.06 216 1 10쪽
24 24. 집아관 살인 사건 18.03.02 218 1 12쪽
23 23. 서신(書信)과 속도전 18.02.27 207 1 11쪽
22 22. 다섯 번째 이름 18.02.16 190 1 12쪽
21 21. 하내(河內)의 봄에서 한성의 가을까지 18.02.13 222 1 19쪽
20 20. 13년 전: 곤지왕(昆支王) 즉위 18.02.09 253 1 14쪽
19 19. 13년 전: 지옥원정대 18.02.06 192 1 12쪽
18 18. 13년 전: 섬왕자 (嶋君) 18.02.02 264 2 13쪽
17 17. 14년 전: 도피와 음모 18.01.30 239 1 13쪽
16 16. 14년 전: 애증(愛憎)의 후폭풍 18.01.26 255 1 9쪽
15 15. 14년 전: 도미부인 (2) 19금 18.01.23 143 3 12쪽
14 14. 14년 전: 도미부인 (1) 19금 18.01.19 167 2 11쪽
13 13. 때를 기다리다 18.01.09 275 1 10쪽
12 12. 협박과 환대 18.01.05 327 2 11쪽
11 11. 피난과 질책 18.01.02 343 1 12쪽
10 10. 열도(列島)와 군도(群島) 17.12.29 408 2 14쪽
9 9. 탈취(奪取) 17.12.26 419 2 12쪽
8 8. 마주침 17.12.22 530 3 9쪽
7 7. 곰나루에 모여 논하다 (2) 17.12.19 540 3 9쪽
6 6. 곰나루에 모여 논하다 (1) 17.12.15 591 3 10쪽
5 5. 너는 누구냐 17.12.12 746 4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