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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名夢 님의 서재입니다.

백가제해(百家濟海): 1. 형제의 전쟁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드라마

완결

無名夢
작품등록일 :
2017.12.01 22:32
최근연재일 :
2019.04.10 00:13
연재수 :
62 회
조회수 :
17,490
추천수 :
114
글자수 :
339,531

작성
18.04.21 00:14
조회
169
추천
1
글자
8쪽

36. 불길한 기회

DUMMY

신소도국에 다녀온 문주왕의 전령은 뜻밖의 답변을 들고 왔다.


“천군께서 기우제의 제사관을 맡지 못할 것 같다?”


문주왕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부여곤과 함께 왕의 부름을 받아 알현한 해구가 전령에게 물었다.


“그 연유가 뭐라고 하더냐?”


“폐하께 이 서신을 전해 달라 하셨습니다. 그 이유를 써놓았다고...”


전령이 올린 서신을 받아 펴본 왕은 미간을 찌푸리며 다시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번에는 하늘이 정한 제사장과 제사관이 따로 있다 계시를 받았으니 본인은 사양할 수밖에 없다면서 용서를 구하는 내용이오... 무슨 뜻인지 도통 모르겠소이다.”


해구가 달온의 서신에 대한 해석을 거들었다.


“기우제의 제사장은 폐하뿐이시고 천군 달온이 될 수는 없으니 따로 있다 한 것일 테고, 제사관을 사양한다는 것인데... 누구를 대안으로 세워야 할지 모르겠사옵니다, 폐하.”


문주왕은 해구와 부여곤 두 사람을 번갈아 보고 생각에 잠기더니 부여곤에게 말했다.


“내신좌평 좌현왕께서 기우제 준비를 주관하시는 김에 제사관을 맡으면 어떠시겠소? 가뭄과 그 대처를 놓고 신료들의 질타가 이어졌었는데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일 수 있지 않겠소?”


“현명하신 판단이시옵니다, 폐하!”


해구가 맞장구를 쳤다. 부여곤은 심각한 표정으로 답했다.


“마땅히 다른 대안도 없는 듯 하니... 소신 부여곤, 기우제 제사관의 왕명을 받드옵니다!”


“고맙소! 만약 기우제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면 그건 하늘이 짐을 버리지 않았다는 뜻이 될 뿐만 아니라 내신좌평께서 나라에 큰 공을 세우는 결과가 될 것이오!”


“예, 황공하옵니다. 폐하!”


알현이 끝나고 퇴청하는 해구의 머릿속에는 새로운 계획이 짜여 지기 시작했다.


‘천군 달온이 내게 기회를 줄 때가 다 있구나! 이거다. 기우제라면 부여곤을 도모할 천재일우의 기회인 게야. 무장도 하지 못하고 제를 지낼 동안 옴짝달싹할 수도 없을 테니...’


목만치의 자택에 모여 궁에서 돌아온 부여곤의 설명을 들은 목만치, 백가, 해례곤은 걱정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폐하께서 명하신 거라고는 하지만, 병관좌평이 기우제를 기회로 어떤 음모를 꾸미지 않을지 걱정스럽습니다.”


해례곤이 말했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례가 시작되면 전하와 폐하 모두 무장과 이동이 불가능하실 상태일 테니까요.”


백가가 동의하자 목만치도 고개를 끄덕였다.


“병권을 잡고 폐하의 신뢰도 얻고 있는 해구가 그런 기회를 놓칠 리가 없습니다... 콜록... 기우제를 준비할 동안에 충분한 대비를 해야 하지요. 백강구(白江口) 쪽에 있는 축자군 뿐만 아니라 벽비리국을 비롯해 신미의 우군(友軍)들을 최대한 빨리 불러모으겠습니다!”


눈을 감고 굳은 표정으로 듣고 있던 부여곤이 긴 한숨을 쉬더니 눈을 뜨고는 명했다.


“후... 백성들의 고충을 위로하기 위한 기우제거늘 여기에서조차 싸움에 대비해야 한다니 서글프기 그지없소! 목 장군께서 생각하신 대로 하시되 되도록 병관좌평의 감시망에 걸려들지 않도록 조심해주시오.”


“예, 전하.”


백가는 여전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천군 달온이 받은 계시가 불길하옵니다. 제사장과 제사관이 따로 있다... 신소도국의 천군은 맹주국의 제사에 불리게 되면 응하지 않았던 적이 없었기 때문이지요. 무슨 큰일이 일어나는 게 아닐지 염려스럽습니다.”


부여곤이 말을 받았다.


“아무리 코앞의 일이지만 우리가 앞날을 제대로 알 수 있겠는가? 특별히 불길한 예언으로 보이지는 않네만... 우리는 그저 최선을 다하여 어려움이 있으면 극복하고 운명이 이끄는 길로 나아갈 뿐일세.”


기우제를 닷새 앞둔 날이었다. 웅진성에서 백강구 쪽으로 달리던 한 병사에게 괴한 세 명이 달려들었다. 괴한들은 목만치의 수하인 이 병사와 수차례의 칼싸움을 벌인 뒤 사라졌다. 병사는 그 사이 자신이 전하던 서신이 바뀐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같은 날 역시 목만치의 서신을 가지고 벽비리국으로 달리던 다른 병사는 괴한 여러 명에게 습격당해 목숨을 잃었다. 서신을 그들에게 뺏긴 것은 물론이었다.


그렇게 속절없이 닷새가 흘러 기우제 당일이 되었다. 이날 아침까지도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고 빗줄기 대신 햇빛이 유난히 덥게 쏟아졌다. 웅진성의 남문 앞 평지에서 백강 남안에 솟아 있는 절벽 끝 정지산 정상에 마련된 제단까지 길 양옆으로 하얀 깃발들이 줄지어 늘어섰고, 깃발들 주위마다 병사들이 경계를 섰다. 특히 기우제 제단 앞에는 작은 홍문(虹門)이 들어섰고 그 밖으로 금군(禁軍)과 해구의 사병들은 물론 부여곤 휘하의 수십 장병들까지 병사들이 집중적으로 배치되어 있었다. 목만치, 백가, 해례곤은 갑옷을 입고 완전 무장한 채 부여곤 휘하 장병들 앞에 서서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이윽고 멀리 웅진성 남문 쪽에서 제례를 위한 관복과 관모 차림의 부여곤이 제단으로 통하는 계단길을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목만치는 제단의 홍문으로 가는 구릉 길을 오르던 부여곤과 눈이 마주치자 그의 앞으로 와 말했다.


“전하, 이미 이곳은 말할 수 없이 긴장도가 높아있사옵니다. 부디 홍문 안에 들어서시더라도 사방을 조심하시기를 바라옵니다!”


부여곤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알겠소. 하지만 고위 신료들 모두 제단 앞으로 들어올 것이고 폐하께서도 행차하실 예정이지 않소? 홍문 안에서는 누구나 비무장이어야 하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오.”


이렇게 대답하고 홍문으로 들어서는 부여곤의 표정은 평안하면서도 뭔가 결심을 한 듯 다짐이 드러나는 눈빛을 담고 있었다.


‘저 표정, 어디서 봤더라... 오래 전에 누군가가 분명 저런 표정을...’


기억을 더듬던 목만치는 불현 듯 한 가지 기억을 떠올리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아뿔싸... 설마 그런 결심을 하신 것인가! 해구 일당들이 정말 어떤 음모를 꾸몄다면 지금이 위험한 순간이 아닌가.. 게다가 축자군과 벽비리국에서 답신이나 병사 이동의 소식도 전혀 전해지고 있지 않으니...’


목만치는 백가와 해례곤에게 조용히 말했다.


“오늘이 운명의 날일 수 있네... 전하의 표정을 보니 예전 백궁의 표정이 생각났어. 자네들도 마음을 단단히 먹고 대비하게. 만약의 경우 자네 둘은 꼭 살아남아야 해!”


백가와 해례곤이 답했다.


“저는 이미 각오하고 있습니다... 전하의 그 표정 저도 보았습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야 말 것입니다. 저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고요... 하지만 장군께선 어찌 저희 둘만 살아남으라고 말씀하십니까?”


목만치는 조금 웃으며 말했다.


“알지 않는가..? 난 살만큼 살았어... 이곳에 뼈가 묻히더라도 여한이 없네...”


세 사람은 모두 각자 허리춤의 칼을 꼭 붙잡은 채 사방에 경계의 눈빛을 쏘았다.


홍문 안에 들어선 부여곤은 제단 바로 앞까지 나아가 오른편에 섰다. 신료들이 차례로 들어와 부여곤을 뒤따라 제단 양 옆으로 늘어섰다. 그들의 표정은 어딘가 모르게 과하게 긴장된 심사를 드러내고 있었다. 이들을 보는 부여곤은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했다.


‘폐하께서 오셨어야 할 시간이 지나고 있다. 해구도 보이지 않는 군... 정녕 여기가 내 속죄를 위한 자리인가... 아아, 지금 여기는 아니길 바랐는데... 과연 살아남을 이들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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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61. 전환(轉換)의 해 (2) 19.04.03 98 1 22쪽
60 60. 전환(轉換)의 해 (1) 19.03.27 95 1 14쪽
59 59. 상봉(相逢) 19.03.20 62 1 12쪽
58 58. 일식(日蝕)과 참새 19.03.13 107 1 15쪽
57 57. 탈환(奪還) 19.03.06 99 1 12쪽
56 56. 두 번째 사신단 19.02.27 89 1 17쪽
55 55. 백강격변(白江激變) (3) 19.02.20 118 1 11쪽
54 54. 백강격변(白江激變) (2) 19.01.30 85 1 14쪽
53 53. 백강격변(白江激變) (1) 18.12.26 107 1 14쪽
52 52. 강좌일변(江左一變) (3) 18.12.19 89 1 17쪽
51 51. 강좌일변(江左一變) (2) 18.12.12 109 1 16쪽
50 50. 강좌일변(江左一變) (1) 18.12.05 113 1 13쪽
49 49. 미대(尾代)의 전쟁 18.11.28 153 1 16쪽
48 48. 기생반(紀生磐) 19금 18.11.21 64 1 10쪽
47 47. 문주왕 붕(崩) 18.11.14 138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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