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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名夢 님의 서재입니다.

백가제해(百家濟海): 1. 형제의 전쟁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드라마

완결

無名夢
작품등록일 :
2017.12.01 22:32
최근연재일 :
2019.04.10 00:13
연재수 :
6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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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94
추천수 :
114
글자수 :
339,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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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2.19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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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7. 곰나루에 모여 논하다 (2)

DUMMY

청년이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좌중에 고했다.


“늦게 도착하여 죄송합니다. 신소도국의 새 천군, 달온 천군님의 명을 받고 온 별장 백가(苩加)입니다! 제가 늦은 이유는... 장군님!”


그는 옆의 갑옷을 입은 노인을 바라보았다. 백발이 성성하나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진 노인은 백가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좌중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외쳤다.


“소장은 목만치(木滿致)라고 합니다! 백 별장을 달려오는 길에 마주쳐 이리 늦게 오게 되었소.”


좌중은 노인의 이름을 듣고 술렁거렸다.


“목만치라면...”


“좌현왕(左賢王), 부여곤(夫餘昆)의...”


목만치는 웅성거리는 말을 듣고 웃으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소장은 백제 좌현왕 부여곤 전하의 늙은 신하 목만치요! 좌현왕 전하께서 계시는 왜국 하내(河內)는 여기서 멀어 바로 구원군을 보내지 못하니, 축자(筑紫)에 있던 소장을 1백의 군사와 함께 보내어, 비록 많은 군사를 보내지는 못하지만 백제를 지켜내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이셨소!”


좌중은 다시 웅성거렸다. 개로왕의 동생이며 14년 전 왕명으로 열도에 건너가 그 지역의 소국들은 물론 망명한 구(舊) 진왕실의 계승자들을 무자비하게 제압하여 이름이 널리 알려진 ‘야차’ 왜왕 부여곤의 이름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연신이 목만치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흠... 와주셔서 고맙소이다, 목 장군. 백제를 지킨다...”


연신이 백가를 보고 물었다.


“신소도국 별장 백가라고 했는가?”


“예. 비미국 신지 어른.”


“듣기로, 신소도국에 새 천군께서 들어섰다지? 혹시 천군께서 백제국에 대한 예언을 한 것이 있는가? 신소도국은 대대로 마한 전체를 아우르는 제사지인 국읍이니, 우리도 예언을 듣지 않을 수 없지 않은가.”


“예! 새 천군님께서는 바로 그 예언을 전해드리라 하셨습니다.”


연신이 관심을 보이며 물었다.


“그러한가? 전해주시게!”


좌중이 백가를 주목했다. 백가는 잠시 뜸을 들이고 새 천군 달온의 예언을 그대로 읊었다.


“예언은 이렇습니다... 삼한은, 망하지 않는다! 모두 땅에 맞서 하늘과 물을 돕고, 하늘과 물은 삼한을 도우니 상서롭다!”


좌중은 술렁거렸다. 고구려 편에 서자고 주장했던 국융의 표정이 굳어지는 반면, 진남과 부여루, 목만치의 표정이 밝아졌다.


연신은 잠시 생각하더니 백가에게 다시 물었다.


“흠... 무슨 뜻인지 조금은 알 것 같군. 그런데 이 회의 조금 전에 소문으로 들은 바로는... 말금, 그러니까 자네의 선대 천군께서 마지막 굿에서 말씀하신 예언이... ‘백제가 망한다’였다던데, 맞는가?”


국융의 표정이 밝아졌다. 진남, 부여루, 목만치의 얼굴이 굳어졌다.


백가는 말금의 예언을 떠올린 후 어두운 표정으로 답했다.


“그렇...습니다.”


연신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새 천군으로 들어선 분은 이제 신내림을 받았고, 보령이 갓 스물이라던데... 그것도 맞는가?”


“그렇습니다.”


좌중이 또 시끄러워졌다.


“이거, 무슨 말을 믿어야 되는 거요.”


“새 어린 천군의 말이 맞는 건지... 죽은 늙은 천군의 말을 믿어야 하는 건지...”


백가는 눈을 감고 잠시 생각에 잠긴 후, 좌중을 돌아보며 깨물었던 입술을 열었다.


“소장, 한 말씀 드려도 되겠습니까!”


모두 조용히 백가를 주목했다. 백가가 외치듯 말을 이어갔다.


“소장의 나이 이제 스물! 작은 나라에 있는 어린 별장의 짧은 소견이지만 들어주십시오! 소장은 두 천군님의 예언들을 이렇게 헤아렸습니다. 말금 천군님의 예언은 한성이 함락되고 진왕 폐하께서 붕어하시는 것을 말함이고, 달온 천군님의 예언은 삼한의 소국들이 힘을 합쳐 백제를 도와 다시 일어서는 것을 말함입니다! 땅에 맞선다는 것은 넓은 땅을 가진 고구려에 맞서는 것! 그리고 하늘과 물이 돕는다는 것은 하늘을 섬기고 물을 건너는 삼한, 즉 이를 아우르는 백제를 돕는다는 것!”


좌중이 다시 술렁였다.


“흠... 듣고 보니 그럴 듯 하구먼.”


“과히 틀린 말은 아닐세...”


국융은 좌중의 반응이 백제를 돕는 데 쏠리자 어쩔 줄 몰라 하다가 분노하며 일어서 외쳤다.


“여러분, 이런 예언에 휘둘리겠습니까? 아니면 지금 우리 꼴을 똑바로 보고 더 나은 선택을 하겠소? 옛 맹주를 버리고 새 맹주를 찾는다! 전 이게 맞다고 보오. 잊지 마시오. 지난 20년 간 백제국이 우리를 어떻게 다뤘는가를... 후회하지 마시오!”


이 때 백제 달솔 진남이 굳은 표정으로 일어서서 국융에게 다가왔다. 조금 전 국융의 주장에 칼까지 바닥에 꽂으며 분노했던 그다. 국융은 이번에는 긴장하여 식은땀을 흘리며 진남을 지켜보았다.


진남은 국융 앞에 다가오더니, 돌연 무릎을 꿇었다. 좌중은 모두 놀라 그를 주시했다. 국융은 크게 당황하여 손사래를 쳤다.


“이게 무슨 짓이오? 이런다고...”


진남은 눈물을 흘리며 통곡했다.


“달솔 진남, 백제국을 대표하여 사죄드리겠소.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오... 백제국을 도와주시오...”


국융은 눈을 흘기며 툴툴거렸다.


“달솔 정도가 사죄한다고 될 일이었으면... 도통 믿을 수 있어야지!”


“자자, 달솔님. 그만하면 되었소이다.”


보다 못한 연신이 진남에게 다가가 몸을 일으켜주고는 좌중을 돌아보며 외쳤다.


“이제 모두 결정을 해야 할 때요! 옛 맹주를 버리고 새 맹주를 찾는다! 동의하시는 분이 있으시오?”


좌중은 손드는 이 없이 조용했다. 국융은 계속 이죽거렸다.


“흥, 예언 따위에 다들! 마음대로들 하시오. 나중에 된통 당하지나 말고...”


연신이 말을 이었다.


“그럼 국융 읍차님의 의견은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신소도국 새 천군의 예언을 따라, 힘을 합쳐 백제국을 도와 다시 세우는 것으로 결정하도록 합시다. 동의하십니까?”


국융을 뺀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거나 손을 들며 답했다.


“예!”


연신과 진남은 물론 백가, 목만치, 부여루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 때 회의장의 문이 다시 열렸다. 좌중의 눈이 또 문으로 쏠렸다. 전령이 달려 들어와 좌중 앞에 무릎을 꿇었다. 연신이 물었다.


“어디서 온 전령인고? 혹시...”


“예! 사로국 모루칸의 사위, 백제 왕자 문주(文周) 장군께서 보내셨사옵니다!”


연신과 진남이 환호했다.


“그렇다면!”


진남은 전령에게 물었다.


“사로국의 구원군이 오고 있는 것인가!”


“예! 그렇사옵니다! 문주 장군의 사로국 군병 1만이 한성에서 하루 거리에 다다른 바, 한성이 함락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이곳으로 방향을 트셨다 하옵니다!”


좌중 모두 기쁜 표정으로 술렁였다.


“1만이나!”


부여루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분간 고구려의 공격을 버티기에는 충분한 병력인 듯하오!”


백가도 속으로 기뻐했다.


‘예언이 맞아가고 있어!’


반면 목만치는 환호하면서도 약간 경계하는 눈빛을 보였다.


‘1만이라... 너무 많다. 고구려를 막는 데에는 충분하겠군. 하지만... 진왕실을 뒤엎는 데에도 차고 넘치겠지!’


연신이 좌중의 주의를 끌었다.


“자 여러분, 시간이 없소이다! 이제 결정이 난 이상, 한성에서 오는 군사와 백성들은 물론이고, 문주 장군의 사로국 군사를 맞이할 부대를 편성할 차례요! 병력을 차출할 소국들이 있으시오?”


병력 차출 얘기가 나오자 좌중은 조용히 서로의 눈치만 살폈다.


진남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흠....”


이 때 백가가 외쳤다.


“여기 계신 신지, 읍차 여러분!”


좌중이 백가에게 주목했다.


“신소도국 달온 천군께서는, 사실 시간이 없음을 염려하여 신소도국의 병사 80명을 소장에게 딸려 보내 백제국의 피난을 돕도록 하셨습니다! 이에 소장, 곧바로 북쪽으로 떠나 백제국 군사와 백성들을 맞이하도록 하겠습니다!”


목만치도 백가와 좌중을 돌아보며 외쳤다.


“소장 또한 1백의 축자 군사가 있으니, 문주 장군과 사로국 군사를 맞으러 동쪽으로 출병하겠소!”


연신과 진남은 반가운 표정으로 좌중에 물었다.


“많은 군사는 아니지만... 잘 되었구려. 여러분, 동의하십니까?”


“예!”


모두들 흔쾌히 답했지만, 국융은 여전히 못마땅한 표정으로 침묵을 지켰다.


백가는 좌중을 돌아보고 목만치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그럼 소장, 곧바로 떠나도록 하겠습니다!”


목만치는 웃으며 백가에게 말했다.


“알겠네! 나도 오래지 않아 떠날 걸세. 자네를 처음 보았지만, 왠지 낯설지 않군. 행운을 비네.”


백가가 웃으며 답했다.


“감사합니다! 저도 처음 뵈었습니다만, 오래 알던 분 같사옵니다. 장군께서도 무사하십시오!”


백가는 목만치와 좌중을 향해 다시 고개를 숙였다 든 후 곧바로 나갔다. 연신, 진남, 목만치는 백가가 나가는 것을 보고 기쁜 표정을 지었다.


작가의말

<주석>

* 하내(河內): 가와치, 지금의 오사카 부근 지역


* 축자(筑紫): 지금의 규슈 지역


* 사로국(斯盧國): 신라의 옛 국명


* 모루칸: 마립간(麻立干). 즉 5세기의 신라왕을 가리키는 명칭. ‘모루칸’이라는 발음은 작가의 임의적 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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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61. 전환(轉換)의 해 (2) 19.04.03 98 1 22쪽
60 60. 전환(轉換)의 해 (1) 19.03.27 95 1 14쪽
59 59. 상봉(相逢) 19.03.20 62 1 12쪽
58 58. 일식(日蝕)과 참새 19.03.13 107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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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 서신(書信)과 속도전 18.02.27 207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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