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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名夢 님의 서재입니다.

백가제해(百家濟海): 1. 형제의 전쟁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드라마

완결

無名夢
작품등록일 :
2017.12.01 22:32
최근연재일 :
2019.04.10 00:13
연재수 :
6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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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19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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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39,531

작성
18.03.06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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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25. 강좌(江左)의 정쟁(政爭)

DUMMY

사법명은 왕경칙 일행을 맞기 위해 빈소로 가고 목간나가 조문단에게 인사하며 말했다. 수려하다고 할 수는 없는 용모였으나 부드럽고 신중한 성격이 묻어났다.


“대목님은 다시 또 뵈옵니다. 산원 백선도 오랜만에 보는구나. 이 분은 처음 뵙는군요. 저는 집아관에서 우현왕 전하와 달솔 어른을 보좌해온 한솔 목간나입니다.”


장새가 목간나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월지향 상단의 행수 장새요. 처음 뵙겠습니다, 한솔님.”


월지향이 장새에게 목간나를 소개하며 말했다.


“목 한솔님은 어려서부터 아버지를 따라 신미와 가야, 왜국을 넘나들며 견문이 많고 여러 나라 말에 능통하시지요. 이곳에 오신지도 10년이 넘으니 송나라 말은 물론 풍습과 정세에도 박식하십니다.”


목간나가 겸연쩍어하며 말했다.


“과찬이십니다. 그저 부친의 활약을 보고 배운 바에 불과하고 이곳에 와서는 우현왕 전하와 달솔 어른의 지도를 받은 덕분이지요.”


백선이 덧붙여 말했다.


“제가 사내라면 이분처럼 집아관에서 외교에 종사하고 싶었을 겁니다. 참, 목만치 장군의 막내아들이시기도 하고요.”


장새가 놀라워했다.


“아, 그랬군요! 최근 소식으로는 목만치 장군이 축자군 일백을 이끌고 웅진성의 조정에 합류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예전의 달솔 벼슬도 회복하셨고요.”


“네, 그렇습니다. 전해 들었습니다.”


목간나가 웃으며 답했다. 월지향은 뭔가 더 말할 표정이었으나 침묵을 지켰다. 목간나는 월지향이 부여곤의 충신인 아버지 목만치와 잘 알던 관계라는 것을 몰랐으나 월지향은 이를 알리기를 원치 않았다. 그는 다른 말을 꺼냈다.


“한솔님께도 알려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는 달솔 어른과 같이 우현왕 전하께서 훙서하신 현장을 보고 오는 길이지요. 모두가 동의한 결론은 전하께서 자진하신 것이 아니라 살해당하셨다는 겁니다! 범인은 송나라 학사 유상이고요.”


목간나의 표정이 굳어졌다. 잠시 후 그가 입을 뗐다.


“꺼림칙하기는 했습니다.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지요. 유상에 대한 의심은 저도 했었습니다만 결국 그게 사실이기가 쉽겠군요. 송나라 조정 감국의 조사도 신뢰가 잘 안 가는 것이... 조정의 복마전에 가장 크게 휘말려 있는 곳 중의 하나가 감국이라 합니다.”


월지향이 답답함을 토로했다.


“결국 우리가 요구할 일은 사건의 재조사와 범인으로 의심되는 유상에 대한 문초, 그리고 배후 색출과 처벌인데... 모두 쉽지 않은 일들로 여겨지지요.”


“흠...”


모두 어두운 표정으로 앉아 있는 다실로 사법명과 거구의 송나라 신료 한 명이 들어왔다. 월지향이 일어서 인사했고 모두가 따랐다. 사법명이 소개했다.


“직각장군 왕경칙 대인이십니다. 무장(武將)이시지요. 사귀(四貴) 중 한 분인 중령군 소도성 장군의 조의를 전하러 오셨습니다.”


왕경칙이 걸걸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백제국 우현왕 부여기 전하의 훙서에 다시 한 번 애도를 표합니다!”


사법명과 월지향은 자체조사의 결과와 살인 결론을 왕경칙에게 설명했다. 왕경칙은 난감해 하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젓기도 했다.


“재조사는 사귀 네 분의 의견만 일치한다면 어떻게든 이루어질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 의견의 일치가 관건이고, 유상에 대한 문초는 그가 먼 방계(方係)이기는 해도 유씨(劉氏) 황족인지라 조심스럽습니다. 또 그가 범인인 것이 밝혀진다 해도 소도성 장군의 통제 하에 문초하고 처벌한다면 진실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되겠으나, 만에 하나 황제 폐하의 귀에 들어가게 된다면 직접 국문하신다고 할 터인데...”


장새가 물었다.


“황제 폐하의 국문이라면 더 확실한 방법이 아닙니까? 무엇이 문제가 될는지...”


왕경칙은 머뭇거리다 목소리를 낮춰 토로했다.


“이것 참... 현재 우리나라 조정의 치부(恥部)라 말씀드리기 부끄럽습니다만... 폐하께서 아직 어리시고 성정이 꽤나 광포... 하신지라... 죄인 아닌 사람도 즐겨 죽이시는데 죄인으로 의심되는 자라면 죄를 밝히는 것보다 일단 어떻게 죽일까를 궁리하시고 곧바로 직접 살해하실 겁니다!”


장새와 백선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까 대목님 말씀이... 그 뜻이었군요. 황제... 라면 독 따위를 쓸게 아니라... 흠...”


“어떻게 죽일까를 궁리하신다는 건 무슨 뜻인지요? 게다가 유상이 황족이라는데...”


왕경칙은 더욱 말 꺼내기를 조심스러워하다가 한숨을 길게 내쉬고 겨우 입을 열었다.


“후우... 정말 부끄러운 말씀입니다만... 요컨대 폐하께선 누군가의 죄가 중요한 게 아니고 오직 그를 죽이는 방법을 고민하고 창안하신다는 거지요! 손재주도 좋으셔서 살인 도구를 직접 만드시기까지 합니다... 황족도 예외가 아닙니다. 근래 수년 간 황실의 피비린내를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뿐입니까.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소 장군을 포함한 사귀 네 분도 폐하께서 언제 돌변하여 죽이려 드실지 몰라 무척이나 두려워하실 정도입니다.”


“참 내, 그런 단단히 돌아버린 미친놈이 황제라고... 당장 끌어내리지 않고 뭐한답니까?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면서 말이죠!”


장새가 분에 차 백제 말로 소리쳤다. 사법명과 목간나가 놀라 손바닥을 입에 가져다 대며 조용히 하라는 몸짓을 보였다. 왕경칙은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상황을 보고 이해한다는 표정을 짓고는 다시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소 장군님께서도 참 입장이 애매하시게 되었습니다. 광포한 성정에 끔찍한 일들만 벌이신다고 하나 계승에 문제가 없는 황제 폐하를 어찌하실 수도 없고, 그렇다고 불만을 가진 다른 황족들께 반기를 들라 부추기실 수도 없고요. 이를테면, 건평왕(建平王) 유경소(劉景素) 전하 같은 분 말입니다.”


사법명이 뭔가 생각난 듯 말을 끊었다.


“잠깐, 건평왕이라고요?”


모두 그에게 고개를 돌렸다.


“건평왕... 일전에 그분이 우현왕 전하께 서신을 보내오신 적이 있습니다. 전하께서 답장을 보내셨는데... 그게 훙서하시기 불과 닷새 전이었지요!”


월지향이 말을 덧붙였다.


“맞습니다. 저번에 저와 논의하신 게 그 서신 내용이었지요. 건평왕 전하는 남서주 자사(南徐州 刺史)로 계시온데, 집아관의 주된 물품 거래처를 제 상단에서 남서주의 다른 상단으로 바꾸자는 제안을 하셨습니다. 저로서는 당연히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이었고, 우현왕 전하께서도 다행히 저와 생각이 같아 거절하는 내용의 답장을 보내셨습니다.”


왕경칙이 반문했다.


“혹시 건평왕 전하를 배후로 의심하시는 건지요? 집아관의 물품 거래라면 그렇게 규모가 큰 것도 아닌데, 그런 거래를 거절했다고 우현왕을? 글쎄요...”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조용히 대화를 듣다가 말을 꺼낸 목간나에게 모두가 시선을 집중했다.


“남서주는 경구(京口)라고 불리는 건강성의 동쪽 입구가 있는 요충지입니다. 또 모두 아시다시피 월지향 상단은 회남 일대와 회계 바닷가를 근거지로 하고, 집아관은 건강성의 백제 사신관입니다. 강좌(江左)의 세 곳이 합한다면 가히 송나라의 힘을 3할까지도, 못해도 2할 정도는 결집시킬 수 있지요. 즉 건평왕 전하의 제안은 단순한 거래 제안이 아닙니다. 백제인들 까지 포함해 건강성 동부 세력의 정치적 연합을 촉구한 거라고 할 수 있지요!”


월지향과 사법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솔의 말이 옳소. 우현왕 전하께서 그걸 거절했다는 것은...”


“건평왕이 아니라 소도성 장군과 함께 하겠다는 통보였지요. 이에 건평왕은 우현왕 전하를 도모함으로써...”


왕경칙이 번뜩이는 눈빛으로 월지향의 말을 받았다.


“소 장군님의 우군(友軍)을 꺾으려 한 것이군요! 건평왕 전하께서 확실히 폐하께 반기를 들 생각이 있으신 모양입니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월지향이 사법명과 눈빛을 교환하고는 단호하게 말했다.


“일단 집아관과 제 상단의 입장은 확실히 정해졌습니다. 이문이 늘고 줄고를 떠나 우리의 수장 어른을 잃게 한 자들과 연합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소도성 장군님께서는 건평왕과 연합한다면 얻을 게 많으시니 달리 생각하실 수도 있고요.”


왕경칙은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젓더니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흠... 아니오. 건평왕 전하와 연합한다는 건 그분을 황위에 올린다는 것인데 그건 확실히 소 장군님의 뜻이 아니외다. 그럴 일은 없을 거요.”


사법명이 말했다.


“설마... 유씨의 시대를... 끝내는..”


왕경칙이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남지 않았지요... 소 장군님께서는 때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오! 일단 유상 그 자에 대한 처분은 정해졌군요. 재조사를 추진토록 하고, 그가 범인이고 건평왕 전하의 끄나풀인 것이 확인되면 폐하께 알려...”


월지향이 눈가를 찌푸렸다.


“그 손으로 죽인다고요? 너무 끔찍하지 않습니까?”


“어차피 외국의 고위 신료를 살해한 것이니 처벌은 엄중합니다. 기괴한 방법으로 죽더라도 그런 황제를 만난 자신의 팔자를 탓해야죠! 그리고 건평왕 전하는 조만간 반드시 반란을 일으키실 것이니 모두 경계해주시길 바랍니다!”


사법명, 목간나, 조문단 모두 왕경칙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백선은 줄곧 조용히 대화를 듣고는 얼굴을 찌푸리며 몸서리쳤다.


‘듣기만 해도 끔찍하군... 우현왕 전하의 원수를 갚는다고 하는데도 꺼림칙한 기분은 여전해... 상단 일을 한다는 게 이런 줄은 계속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바다 건너 오라버니도 마찬가지 심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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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61. 전환(轉換)의 해 (2) 19.04.03 98 1 22쪽
60 60. 전환(轉換)의 해 (1) 19.03.27 95 1 14쪽
59 59. 상봉(相逢) 19.03.20 62 1 12쪽
58 58. 일식(日蝕)과 참새 19.03.13 107 1 15쪽
57 57. 탈환(奪還) 19.03.06 9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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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55. 백강격변(白江激變) (3) 19.02.20 118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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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53. 백강격변(白江激變) (1) 18.12.26 108 1 14쪽
52 52. 강좌일변(江左一變) (3) 18.12.19 89 1 17쪽
51 51. 강좌일변(江左一變) (2) 18.12.12 109 1 16쪽
50 50. 강좌일변(江左一變) (1) 18.12.05 113 1 13쪽
49 49. 미대(尾代)의 전쟁 18.11.28 153 1 16쪽
48 48. 기생반(紀生磐) 19금 18.11.21 64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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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6. 백강의 풍랑 18.03.09 206 1 14쪽
» 25. 강좌(江左)의 정쟁(政爭) 18.03.06 217 1 10쪽
24 24. 집아관 살인 사건 18.03.02 218 1 12쪽
23 23. 서신(書信)과 속도전 18.02.27 208 1 11쪽
22 22. 다섯 번째 이름 18.02.16 191 1 12쪽
21 21. 하내(河內)의 봄에서 한성의 가을까지 18.02.13 223 1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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