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대탈출(상). (4)
한 권이 끝날 때, 가슴에 남는 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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Ⅳ
“...안 돼요...!”
...라는 말을 꿀꺽 삼킨 루이코. 대신 무릎 위에 놓인 그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동석한 세리사조차 불안한 눈동자를 굴렸다.
적이 두려워서가 아니다. 어제까지의 가족의 안녕은 이제 사라지고, 매일이 걱정으로 가득찰 것이다.
“우리는 혈통으로 이 자리에 있고 또 그만한 능력도 있어. 때문에 기대 받으며, 이를 저버릴 수는 없다.”
이미 내린 결정이지만 늦은 동의라도 구하듯, 황제는 모인 이들을 차분히 둘러보았다.
세리사와 루이코, 라피스... 그리고 마리아...
혈연도 아닌 마리아가 가족의 자리에 있음은, 원래는 당연한 일이었다. 일단 라피스가 인정한 준황족이다.
위계만 따지면 총재와 제후왕과 동급인 준황족의 지위는, 황족의 약혼자 혹은 단 한 명의 친구에게 주어진다. 피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혈육처럼 생각함이다. 실제로 모두가 가족처럼 대했었다.
물론 지금의 황제에겐 그녀가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숫기 없는 딸의 거의 유일한 친구. 그 덕에 자기 집만큼 동궁에 머무르는 일이 잦고, 또 충분히 출입을 허용한 마리아를 새삼 쫒아낼 명분도 없었다.
잘못이라면 딸을 부르지 않고 직접 찾아간 황제에게 있을까. 다행히 마리아가 줄곧 침묵함에 감사하며, 재빨리 시선을 딸에게 옮긴 아버지가 천천히 물었다.
“...두려우냐?”
대답 없는 딸에게 그는 한숨처럼 말했다.
“두려울 수 있겠지. 하지만 말해두고 싶은 것은, 오늘 피한다면 내일은 더 큰 용기가 필요할 거란 사실이다.”
“...아뇨. 두렵지 않아요.”
말이든 행동이듯, 언제나 상당히 굼떴던 딸치곤 빠른 대답이다.
의아함에 살짝 커진 황제의 동공에는 이제는 장성한, 하지만 자신에게는 아직도 마냥 어려보이는 열여덟 살 딸이 비춰졌다.
이제 만개하는 황족다운 미모. 검은 머리카락과 보라색 눈동자. 이 아이는 정말이지 죽은 아이를 빼박았다.
아아, 지난 세월 얼마나 아껴왔던가.
“아직 거짓말이 서툴러. 네 심장 고동이 말해주잖니.”
“...약간일 뿐이에요. 아무래도 겪어보지 못한 일이니까. 하지만 할 수 있을 거에요.”
“생각보다는 어려울 거다. 이제 와서 고백하는데 나 역시 첫 싸움에서, 솔직히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없진 않았거든.”
살인과 전쟁이라면 훨씬 젊어 어리다 싶을 때였지만, 그 때는 자신 이외에는 그리 생각하지 않아도 되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상대와 싸우는 전쟁은 다르다. 적뿐만 아니라 아군도 생각해야 한다.
아군의 비명은 적의 총탄만큼 뼈아픈 공격이다.
“하지만 부황은 해내셨잖아요. ...저도 해 보이겠어요.”
딸은 속눈썹을 내리깔았다. 차마 두려움을 보이긴 싫은, 그 연약한 구석을 보면서도 황제는 웃었다.
“좋은 각오다. ...부탁한다.”
어렸을 적 그랬듯이 머리를 쓰다듬으려다, 더는 아이가 아니라는 생각에 황제는 손을 멈추었다.
“조만간 라므의 별궁으로 옮기자꾸나. 군 사령부들이 다 거기에 있으니.”
“...네.”
“세리사. 루이코. 너희들과도 당분간 이별이겠군. 하지만 곧 만나게 되겠지. ...무사히.”
위로하는 웃음에도 세리사와 루이코는 굳은 표정이었다. 하지만 황제가 일어섬에 그녀들도 따라 일어섰다.
동궁을 지나 북궁으로 향하는 황궁 지하철. 그 노선 안에서도 모두가 침묵했다.
마침내 입을 연 황제가 왼쪽을 보았다.
“루이코.”
“...네?”
“미안하다.”
“아뇨.”
어깨를 부르르 떨면서도 애써 태연한 표정의 그녀가,
“피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오베레이도 비슷한 충고 정도는 해줬겠지?”
“...사실이긴 해요.”
피한다면 영원한 멍에다. 위험이 있다 해도 지나치지 않도록 딸에게는 수를 쓸 거다.
지금은 각오가 필요할 뿐. 오베레이는 그리 말했다.
“하지만 이 일은 많은 이들을 구하는 거죠. 우리 딸이 겁을 먹고 회피한다면, 마음 한 편으로는 제가 더 실망할지도 모르죠...”
“너다운 씩씩한 대답이군. 허나 눈은... 젖어있네.”
“...어찌 안 그래요.”
억지로 눈물을 참은 그녀가 고개를 숙였다.
“...죄송해요. 아침에는 멀쩡히 배웅할게요.”
서궁으로 향하는 환승역. 먼저 내린 차비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황제는 낮게 한숨 쉬었다.
“물러터진 나와는 달리, 평소에는 엄한 어미이지만 속내는 당연히 그렇지 않겠지. 새삼 말해 무엇하랴만...”
“...그러니 무리하지 말아야 해요.”
비로소 입을 뗀 황후였다.
“당신과 라피스 두 사람 다.”
“너는 괜찮고?”
“이제는 제가 더 강하지 않나요?”
“아직이야...!”
정색하며 잘라 말한 황제가 이내 고개를 꼬며,
“...음. 아닌가?”
12년 전 싸움으로 상당히 힘을 잃은 남편. 아내가 성장이 없었대도 이제는 비등할 것이다. 매사 망설임이 적다는 점에서는 그녀가 우위일지도 모른다.
순간 매 맞는 남편이 된 자신을 상상으로 떠올리며 쿡쿡 웃던 황제는, 마침내 아내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자. 당분간 만나지 못할 테니. ...유대를 쌓아볼까?”
30년을 같이 산 그녀였지만 신혼처럼 기대왔다.
지난 며칠의 추억. 그리고 앞으로의 장구한 미래. 복잡한 머리를 달래려 눈을 감고 소파에 앉았던 황제의 귓가에 발소리가 들렸다.
슬슬 올 때가 되었지. 그렇다면...
하지만 들어온 이가 예상과는 다름에 황제는 꽤나 놀랐다.
“네가 무슨 일이냐.”
“백부님을 뵙습니다...”
아비의 유전자는 단 한 조각도 받지 않았을 테지만, 공교롭게도 아비와 같은 검은 머리와 눈동자. 그리고 아주 살짝 그을린 연갈색 피부의 어린 소년이 읍했다.
“나는 널 부른 적이 없을 텐데. ...그렇지 않으냐. 카프랑?”
황제는 일부러 불쾌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제 내 부름에도 오지 않겠다는 거냐. 네 어미는?”
“그렇진 않습니다.”
자리도 권하지 않는 분노에 소년은 다소 당혹해하며,
“다만 조금 늦어질 것 같으니, 제게 먼저 찾아뵈라고... 그리 말씀하셨을 뿐이라...”
황제는 다리를 풀며 천천히 자리를 권했다.
“그런 거라면 됐다. 몇 달 못 본 사이 또 자랐구나. 카프랑.”
우현왕자 세라비 카프랑 루베르. 올해 열두 살로 빠른 성장기의 한창이다.
그것을 감안해도 리 카츠의 이 유복자는 또래보다 숙성해, 키만 따지면 라피스에 못지않았다.
“그래. 요즘은 무얼 하고 지내느냐?”
“평소와 다름없습니다.”
과연 그럴까. 황제는 생각했다.
비록 감히 드러낼 수는 없다 해도, 이 녀석의 수준은 그 또래의 기대값보다 상당히 높다. 분명 적지 않은 노력, 그리고 훈련이 있었을 것이다.
깊게 생각하면 서로 곤란하다. 황제는 화제를 돌렸다.
“그래. 그건 그렇고, 네 어미가 너를 먼저 보낸 건 좀 의아하군. 내가 부른 것은 네 어미에게 용건이 있기 때문이고, 아직은 네가 낄 자리가 아닐 텐데. 그리고 그 차림은 뭐냐?”
카프랑의 차림은 황제를 알현하는 예복이 아니다. 훨씬 간편하고 몸에 붙는, 즉 싸움을 대비한 것이었다.
소년은 여전히 당혹한 표정으로 급히 답했다.
“그게... 저도 싸울 생각으로...”
“뭐야?”
황제는 순간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애송이가 못하는 말이 없구나. 지금 이 자리도 그렇지만, 더 엉뚱한 곳에도 끼어들 셈이냐.”
“하지만...”
“아무리 급해도 네 손까지는 필요하지 않다. 네가 미덥지 않아서가 아니라, 넌 아직 아이일 뿐이야.”
녀석을 싸움에 배제하는 이유는 또 있다. 설마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의 경우 녀석은 최후의 보루다.
어른이 모두 없어진다면 자리를 채워줘야 한다. 이것은 싸움 이상 무거운 짐일 수도 있다.
“하오나... 이건 제 모왕(母王)의 뜻이기도 하니...”
“뭐야?”
황제는 자신도 모르게 자세를 바로 했다. 뻗어진 상반신과 얼굴이 소년에게로 기울었다.
“정녕 네 어미가, 유키나가 그렇게 말했다고?”
“...그렇습니다만...”
“제 정신이냐...!”
소년의 하반신이 들썩거리도록 탁자가 울렸다.
“이제 열두 살 먹은 애송이를, 그것도 자기 자식을 어른의 싸움에 내보내? 대체 무슨 생각인 거냐...!”
분노는 깊었지만 오래가진 않았다. 황제는 일어섰다.
“앞장서라.”
“네?”
자신을 아껴주는 백부. 또한 부친처럼 존경하는 이.
하지만 어머니와의 관계도 잘 알고 있는, 때문에 그를 항상 어려워하던 소년이 두 눈을 크게 떴다.
하지만 황제는 단호했다.
“네 어미를 만나야겠다.”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이쪽으로 불렀지만, 질책할 생각이라면 다르다.
십년이 넘도록 한 번도 찾지 않은, 사실은 찾지 못했던 곳으로 그는 향했다.
...그렇게 기세 좋게 들이닥친 황제. 하지만 그가 멈칫한 것은 몹시도 태연한 누이 때문만이 아니었다.
“어머나. 이 어려운 곳까지 발걸음을 하시다니.”
황제의 갑작스런 방문 덕에 주변은 알게 모르게 대소란. 하지만 천연덕스럽게 소파에서 일어서는 여왕의 옆자리에는, 한 벌의 겉옷이 마치 사람처럼 펼쳐져 있다.
그것이 누구의 것이었는지는 황제도 모를 수가 없었다. 그야말로 유품이다.
풍문이긴 하지만, 그녀와 언제나 함께 한다고 들었다. 식사할 때는 의자에, 거실에서는 소파에, 심지어는 침대에도 같이 놓인다고도 들었다.
그걸 본 것만으로도 이미 한 풀 꺾인 황제에게, 누이는 천천히 건너편 자리를 권했다.
야단을 치러 왔지만 이제부터는 마치 야단을 맞을 것처럼, 황제는 보기 드물게 굳은 채 겨우 앉았다.
눈짓으로 아들과 다른 이들을 물리친 유키나는 따라 앉았다. 하지만 굳어버린 황제에게 한동안 이죽거리듯 입술을 조금 움찔거리다, 그녀가 마침내 먼저 말했다.
“용건은 알고 있어요. 아들... 카프랑 이야기죠?”
“왜냐.”
찻잔에는 손도 대지 않은 황제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니면 카프랑이 말한 것은 거짓이고, 사실은 날 부르기 위한 것이냐. 내가 뛰어올 거라 생각했던 거냐.”
“그건 너무 나갔어요.”
그녀는 조금 변했다.
결혼 후에도 한동안 소녀 같았지만, 지금은 머리를 조금 자르고 화장과 치장도 했으며 옷도 어른스러워졌다.
이미 어머니가 된 그녀는 여전히 이죽거리며,
“그 아이가 참가하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나요?”
“당연하지. 녀석은 미성년자. 더는 이유가 있나?”
“하지만 강해요. 오라버니가 애지중지하는 그 따님보다는, 이미 카프랑 쪽이 좀 더 뛰어나지요.”
“그건 이미 알고 있어. 허나...!”
“지금은 손이 필요할 텐데요?”
“그렇다고 아무 손이나 빌릴 판...!”
“카프랑은 아무 손이 아니에요.”
여왕은 감히 황제의 말을 잘랐다.
“그리고, 오라버니가 처음 전장에 나간 때는 몇 살이었죠? ...지상에서의 그 싸움은 전쟁이 아니었나요?”
그 역시 그가 고작 열 셋, 미성년일 때의 일이다.
“그 때의 오라버니와 지금의 카프랑은, 과연 유의미한 차이가 있을지 의문이네요.”
“유키나...”
그는 타이르듯이 어조를 낮추어,
“내가 카프랑을 남겨두는 이유는 알 거다.”
“여차하면 그 애가 제위를 잇겠죠. 뭐, 세상이 뒤집어져도 그럴 일은 없겠지만.”
“그것도 있지만 나는, 저 아이가 피를 보는 것은 되도록 어른이 된 이후였으면 한다. 위험하고도 잔혹한 전장이 될 거다. 아이의 정서를 생각한다면...”
“그럼 이 싸움에 빠졌을 경우에는 어떻게 되나요?”
“...어떻게라니...”
“제 아들이지만, 또한 카츠의 아들이에요.”
줄곧 웃던 눈에 순간 칼날이 섰다.
“아버지는 많은 이를 구하기 위해 싸우다 목숨까지 잃었죠. 그런데 아들은 조금 어리다는 이유로 빠진다...?”
“...세간의 평가 따위를 언제부터 신경 썼지?”
“누가 남의 눈을 신경 쓴대요? 그 아이의, 카프랑의 자존감은? 말씀하신대로 장차 그 아이가 어른이 된 후에, 과연 이 싸움에 빠졌음을 자랑스러워할까요? 어리다는 이유, 그것으로 과연 누굴 탓할까요?”
“유키나...”
“자책. 그게 훨씬 더 아이의 정서에 문제가 되겠죠.”
“허나...”
황제는 새삼 느꼈다. 이거, 설득이 쉽지 않다.
“위험한 전장이다. 뭐가 있을지 모른다고. 우리들만으로 간단하게 쓸어버리고 피난 자체를 무위로 돌릴 수도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반드시 예상해야 해.”
“...그럴지도 모르죠.”
“만약 그 애가 잘못되면 그 때는 자존감이고 뭐고 없다. 그리고 카프랑의 그릇이 크다면, 잠시의 자책이나 수치심은 참아낼 거다. 그리고 장차 더 큰 일을 해내겠지. 이건 기대할 수 없느냐?”
“오랜 세월이었죠. 살아온 세월과는 비교할 수 없이 짧지만, 참으로 오랜 세월이었죠. 지난 십년은...”
뜬금없지만 아주 짙은 회한에, 그에 못지않은 깊은 회한이 답했다.
“그랬지. 길었지...”
“그리고 그리 된 것은, 사실은 딱히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죠.”
황제는 답하지 못했다.
유키나의 이 말은 가장 진실에 가깝다. 하지만 그 말을 그가 하는 순간, 살얼음 같았던 최소한의 관계마저 자칫 깨진다.
자격은 오직 그녀에게만 있었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이란 건 참 묘하더군요. 때문에 우린 떨어져 지냈고, 저는 카프랑을 키우는데 모든 것을 쏟았어요.”
“알지. 내 다 알지...”
“하지만 항상 후회했어요. 오라버니보다 저를 더 원망했어요. 어째서 좀 더 일찍 깨어나지 못했던가. 왜 그가 죽는 자리에 내가 없었던가...!”
“...네 탓이 아니다.”
“사람의 마음이란 묘하다, 그리 말씀드렸어요,”
이제는 다소 처참한 표정의 여왕이 씹듯이 말했다.
“때문에 카프랑도 가는 거에요. 위험한 전장이니까 같이 싸우는 거에요. 죽든 살든 우린 함께 할 겁니다. 그게 가장 후회가 없겠죠. 설령 이 결정으로 어떤 후회가 있어도, 그 때 그 후회만큼은 아니겠죠.”
황제는 순간 루이코의 그 젖은 눈을 떠올렸다.
똑같은 전장이지만 사랑하는 아이를 눈물로 보내는 어머니. 그리고 이처럼 등을 떠미는 어머니.
...어느 쪽이 옳은 것일까?
“제 각오는 확고합니다.”
역시 젖은 눈의 유키나는 단언했다.
“설령 황명이라도 이는 막으실 수 없을 겁니다.”
“...알겠다.”
이건 졌다. 완패다. 그리 생각하며 황제는 말했다.
“하지만... 이건 명령이 아니라 부탁이다만...”
“...말씀하시죠.”
“서로가 바라보는 풍경이 같았던 그 시절. 이제 그만큼은 기대할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러니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이 네겐 가당치도 않을지도 모르지만...”
“...본론이나 말씀하시죠.”
“그래서 말인데...”
시간이 흐른 후, 황제는 결국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나중에 따로 말할 기회가 있겠지.”
원컨대, 그 기회는 없기를 바란다.
“뭐에요. 못 본 사이 싱거워졌어.”
비로소 그녀는 살포시 웃었다. 비웃음이 아니었기에 기뻐해야 했지만 황제의 마음은 무겁기만 했다.
내용이야 어찌 되었든, 모처럼 대화다운 대화를 나누었음은 기쁘다.
하지만 애써 서로 외면하던 동안 어느새 그녀 안에 자리 잡아버린 알 수 없는 어둠. 마침내 그것을 발견한 황제의 마음도 물들듯 어두워졌다.
돌아가는 길에도 황제는 몇 번이고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말했어야 했을까.
아니다. 유키나는 절대 바보가 아니다. 그러니 자신 안의 어둠을, 이 어리석음을. 스스로 깨달을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자신이 차마 지적하지 못한 것은 그럴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만약 그리한다면, 그것은 사랑하는 동생의 마음에 다시금 큰 상처를 입힐 것이다.
걸음걸음 발자국마다 망설임과 후회를 남기며, 하지만 그래도 그는 걸었다.
멈추면 빠져죽는 늪. 미지의 전장이 코앞에 있었다.
수고하셨어요.
- 작가의말
10년 넘게 잊혀졌던 그녀를,
조금은 다루지 않고 넘어갈 수가 없습니다.
나중에 오늘의 그녀 모습을 상기할 때가 올지도 모르죠.
주말쯤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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