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장. 무대 뒤의 속삭임. (1)
한 권이 끝날 때, 가슴에 남는 글이 되길 바랍니다.
Ⅰ
다음 날인 9월 10일. 황제는 우현왕의 성혼 사실을 공표하고 축전을 보냈다.
또한 상대인 안전보장원 보좌실장 리 카츠에게는 백작 칭호 및 준황족의 지위를 부여했다. 정식 성혼이 끝나면, 그는 부왕에 책봉되어 황족의 일원이 될 것이다.
국내외의 반응은 몹시 다양했지만, 가장 놀라고 또한 조소하는 쪽은 역시 가디언즈였다.
“세상 살다 보니 별 일이 다 있네...”
소식을 들고 온 왕은 계속 어이없이 웃었지만, 찻잔을 기울이는 로이엘은 시큰둥했다.
“그렇겠죠.”
“...안 놀라니?”
“알고 있었으니까요.”
“뭐?”
사정을 들은 왕은 입을 크게 벌렸다.
“그래서 허겁지겁 달려와서 건져준 건가.”
“그런 셈이죠.”
줄곧 울적한 로이엘. 이미 이유를 아는 왕이 물었다.
“...이야기는 들었다. 광고 건은 어떻게 할 작정이지?”
세기의 소식에 묻혀버린, 하지만 중요도에서는 못하지 않을 몇 줄의 광고가 그 발단이다.
오늘 아침, 영국 가디언 지(誌) 인터넷 판에 올라온 토막 광고는 당장 가디언즈에 포착되었다.
그 내용은 ‘진실과 남겨진 이를 찾고 싶은 자, 얼굴을 보이라.’ 라는 짧은 것이지만, 베아르와 로이엘은 당장 알아챘다.
가디언즈의 시작은 영국, 그리고 그 매스컴 역시 영국에 있으니 이는 다분히 의도적인 처치다. 게다가 광고를 낸 사람은 로이엘 폰 카이젤. 이건 로이엘과 아샤르 마리칸과의 연관을 나타낸 것이다.
또한 진실은 아미에와 얽힌 것이며, 남겨진 이는 바로 아카기의 시신이다. 소녀는 격노했다.
“비겁해! 하필이면 시신을 도구로 만남을 제안해요?”
하지만 어머니는 담담히 답했다.
“그렇게만 볼 것도 아니지. 전쟁에서 패를 아끼는 것은 바보나 하는 짓이고... 거래란 건 서로 조건을 내미는 것부터 시작하는 거니까...”
“뭐에요, 옹호해주시는 거에요?”
“...상황은 냉정히, 정확하게 봐야 한단다. 위에 서는 자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야. 기분만으로 살아왔다면, 난 지금껏 살아 있지 못했을 거야.”
베아르는 씩씩거리는 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너는 멀지 않은 시일 내에 내 뒤를 잇게 된다. 조직을 책임지는 만큼 많이 생각하고 많이 고민해야 해.”
젊디젊은 어머니의 이마에 순간 주름이 졌다.
“...엄마는 오래 살기 힘들잖니.”
문득 마음이 아파진 로이엘은 급히 그 품에 안겼다.
언제나 자신을 안심시켜준 그녀의 가슴팍은, 푸근하고 또한 좋은 향내가 났다. 아이처럼 그 젖무덤에 얼굴을 비벼댄 소녀가 외쳤다.
“...오래 사셨으면 좋겠어요. ...누구는 그렇게나 오래 사는데... 세상은 불공평해요...!”
딸의 등을 쓰다듬으며 어머니는 중얼거렸다.
“그렇지만은 않단다. ...내게 복수의 기회를 준 것 역시 세상이니. ...그리고 불공평하다면 스스로 싸워 공평하게 해야지.”
나뿐만 아니라 전 인류가...!
“...네게는 많은 것을 남겨주마. 너는 그걸로... 네가 원하는 것을 하면 돼. ...알았지?”
그러니 이제 그 광고에 대한 답을 할 차례다.
“나갈 생각이냐?”
“조금 더 생각해볼게요.”
하지만 사실 소녀는 흔들리고 있었다.
아카기의 문제도 있지만, 앞으로 자신이 아버지에게 어떻게 취급받을 것인가. 그에 따라 앞으로의 조직과 그녀의 행보도 정해질 것이니, 그것은 스스로의 미래에 대한 결정 욕구인 셈이다.
그리고... 가장 궁금한 것은 따로 있다.
매체로만 접한 황제. 항상 무의식의 공포와 증오를 담아 바라봤던 적의 괴수. 그리고...
피를 나눠준 생물학적 아버지와도 같은 사람이다.
그는 과연 어떤 사람일까...?
이목을 피한 늦은 밤에 황제가 선언했다.
“로이엘의 처우를 정했어.”
모인 이들은 모두 숨을 삼켰다.
황후와 차비, 우현왕과 그 혼약자가 참가 멤버로, 이 일에 대해 알고 있고 또한 털어놓을 수 있는, 이른바 일가라 부를 수 있는 모든 이다.
“그 애가 내 적자이자 장녀라는 것은 분명히 한다. 따라서 그 아이가 돌아오면... 성인이 된 후 아리칸까지 줄 생각이다. ...나는 그 아이에게 해준 것이 전혀 없다. 아니, 오히려 해만 끼쳤어. 그러니 가질 수 있는 최대의 것을 줘야 한다 생각해. 정당한 권리이기도 하고...”
유키나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그건 혼자만의 결정이신가요?”
“누구에게 물을 것이 있나?”
“...모든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시고요? 의회, 조정, 국민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미리 말해서 이용 여지를 줄 수 없잖으냐? 만약 문제가 된다면 내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다. 어차피 그 아이는 나보다 훨씬 빨리 죽고, 그러니 아리칸은 명목일 뿐이잖아?”
“하지만... 그 권리를 지켜주어야 할 아이가...”
세리사도 어렵게, 오직 그녀만이 할 수 있을 위험한 질문을 꺼냈다.
“...로이엘만은 아니잖아요.”
모든 이의 시선이 집중되자, 루이코는 당혹감 속에서도 바로 대답했다.
“저는 괜찮습니다. ...그러니 폐하의 뜻대로...”
바라던 대답을 들은 황제는 끄덕였다.
“...고맙다. 그리고 미안해.”
“...아닙니다.”
루이코는 배를 만지며 조금 웃었고, 유키나는 이영을 곁눈질하며 말했다.
“만약 그 아이... 황녀께서...”
황제가 장녀로 공언한 이상 함부로 대할 수 없다.
“가디언즈에 대한 관대한 처벌이나 협상, 혹은 사면을 바라면요? 그래도 엄연한 국가 반역 세력인데...”
사람의 심리란 것이, 일단 한 번 몸담았던 곳이라면 함부로 부정하기 힘든 법이다. 그것은 지나간 시간에 대한 후회를 남기기 싫은, 일종의 인지부조화다.
“해줘야지. 베아르도 목숨까지는 됐고... 힘의 폐기와 연금 정도라면 양보할 생각이다.”
“...약해요.”
깊은 탄식을 섞은 항변에 황제는 잘라 말했다.
“원한을 오래 품는 것은 좋지 않아. 다소 억울해도 참아야지. 우리는 감정을 접고 지켜야 할 이가 많잖아?”
“가디언즈는요? 사면 정도로 만족하지 못한다면...?”
“...지난 번 이야기, 그들이 먼저 걷어찬 기회지만 정말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줄 생각이다.”
“자치구...겠군요. 역시 정치적 부담이 심하실 겁니다.”
“그래도 해 줄 생각이다. 용서받지 못할 죄는 있어도... 대화하지 못할 사람이 있다고는 생각지 않아.”
황제의 마음이 약하다고 일견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이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껏 아주 악간의 여지라도 있다면 최후의 최후까지 관대함을 베풀고 기회를 주었던 그 탓에, 오늘의 이영과 유키나가 있고 세리사는 마음의 짐을 덜었다.
그 관대함은, 비록 최선은 아니었을지언정 최악은 항상 피했었다. 황제의 모든 일처리는 그러하다.
또한 복수보다는 관대함이 그의 정체성. 그리고 그것이 그들이 그를 따르는 이유다.
“그리고 베아르와 가디언즈를 말살한다고 하면, 장차 로이엘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테니까.”
가디언즈의 궤멸은 국가의 홍복이지만, 로이엘에게는 몸담았던 요람을 부수고 정을 끊어버리는 셈이다.
아이에겐 오래도록 상처일 터. 때문에 각자가 마음에 담은 것이 있어도 쉬이 반대하진 못했다.
하지만 이 일로 그가 겪어야 할 고난을 잴 수 없음에, 모두의 가슴이 먹먹했다.
황제가 힘주어 말했다.
“그리 알고... 답이 오는 대로 면담하고 이어 포섭에 들어간다.”
황후가 물었다.
“...어떻게 설득하실 건가요?”
“구체적으로 생각한 것은 없는데...”
“...정말요?”
유키나는 고개를 꼬았다.
그녀가 겪어온 그는, 다소 음흉하다 느낄 만큼 계획성 좋은 이다. 그런데 지금은 상당히 무계획하다.
황제는 어깨를 으쓱했다.
“솔직하게 대화하면 통할 거다.”
그 말에, 그가 딸아이를 상대로 속셈을 품고 대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과, 겪어보지 않은 아이에 대한 신뢰가 있음은 그 자리의 모두가 알았다.
“나는 가겠어. 경사를 앞두고 너무 무거운 이야기만 해서는 곤란하지. 다들 이야기 나누도록...”
황제가 떠나자, 무거운 공기를 헛기침으로 흩어낸 세리사가 입을 열었다.
“두 사람, 요즘 바쁘다며...? 좋겠네.”
알게 모르게 남편에게 전염된 듯 짓궂게 웃는 세리사의 질문에, 유키나는 웃고 이영은 뒤통수를 긁었다.
실제로 지금의 일상은 한가함과 번잡함의 순환이다.
한가함이라면, 비록 아직 거처를 같이 쓰진 못했지만 그들이 왕궁에 있는 시간에는 게으름의 극치를 보여주듯 노닥거렸다.
반대로 번잡함이라면, 민폐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는 최대한 눈에 띄는 밖에서 시간을 보내려 애썼다.
황제에 이어 조정과 의회에서도 축전을 보내고, 더불어 노린 듯이 장래의 현왕 부부가 몇 군데에 공개적으로 얼굴을 비추자 겨우 경사 분위기는 조성되었다.
그렇게 지난 열흘, 여전히 경악 일색이긴 해도 대놓고 말하는 경우는 없다. 표면적인 손해라고 해 봤자, 일과 후 몰래 즐기던 MMORPG게임 하나 그만둔 정도다.
이영의 경우, 그동안 친하게 지내면서 본명을 주고받은 길드원에게 사건 직후 바로 배신당해 계정이 밝혀졌다. 그리고 친구의 입막음을 위해 모처럼 접속하자마자 무수한 결투신청을 받고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같이 다니던 캐릭터(근육질 전사)의 주인이 누구인지도 예측되면서, 원망의 쪽지와 묘한 선물이 폭증했다.
이미 그들의 인생 자체가 충분히 파란만장한 게임이다. 그러니 새삼 마음 상하거나 놀랄 일도 아니었다.
“아, 그리고... 축하드려요. 차비마마.”
“감사합니다. 우현왕 전하. 리 군.”
루이코는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그게 순수한 기쁨만은 아님은 모두가 알고 있다.
어제인 9월 21일, 궁내성 산실청에서 실시한 성별검사 결과가 드디어 나왔다.
“...어울리는... 예쁜 이름을 생각하셔야겠네요.”
유키나가 씁쓸히 말했고 서로가 눈치를 보았다. 결과는 최악으로 향하고야 말아, 태어날 아기는 황녀다.
아들이었다면 로이엘이 후계자가 될 일은 없다. 그러니 평지풍파를 하나마나 덜 수 있었건만...
약간의 침묵을 깬 이는 세리사였다.
“그러니 유키나... 전에 했던 이야기 말인데...”
“알아요. 생각은 해 왔습니다. 말하지요.”
유키나는 부담을 털듯 어깨를 으쓱했다.
“앞으로 벌어질 수 있는 모든 나쁜 가능성에 대비한, 태중 아기씨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책이지요.”
“그 가능성에는 편애...도 들어 있을까요?”
루이코가 반문했다.
손가락은 깨물면 모두 아프다. 하지만 그래도 경중은 있어, 황제가 단독으로 로이엘의 처우를 결정함은 그 심리의 반증이다. 물론 정치적인 결단이기도 하다.
만약 루이코에게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가, 자칫 그녀가 자기 자식의 처우에 대해 미리 원망했다면 아무래도 사이가 틀어질 수도 있다. 때문에 황제는 혼자 결정하고 또한 책임도 온전히 혼자 뒤집어쓰려는 것이다.
만약 루이코가 원망했다면 이는 상의 없이 결정한 황제의 과실이며, 그녀가 웃으며 받아들인다면 곧 너그러움과 관대함이니 그녀의 입장은 설 수 있다.
루이코도 이제 약간은 닳은 편이라 이 역학관계는 알 수 있었다. 어차피 거부할 수 없는 결정이니 그녀는 따랐지만, 그래도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유키나는 턱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오라버니라면 최대한 공평하게 대해주시겠죠. 하지만 돌아올 따님으로부터 시작될지 모를, 가족 불화를 막으려면 당연히 안전책이 필요하겠죠.”
아버지가 오래 살아 유명무실할 테지만, 황태녀는 그 자체로도 상당한 권력이고 자동으로 세력을 만든다. 본인이 원하지 않아도, 서로의 주인을 위해 언니파와 동생파가 다툴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리고 서로의 감정도 문제다.
하필 생모를 심하게 연상시키는 지상인 여자에게서 나온 배다른 동생. 그를 언니가 미워하지 말라는 보장이 없고 그 반대의 경우도 미묘하다.
모계가 엉망이고 적대조직에서 자란 후계자에 비해, 지상인이라 해도 정식 차비 소생으로 훨씬 지지도가 높을 루이코의 아이다. 자신의 자리를 빼앗은 언니에게, 성장한 차녀는 과연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 것인가.
이 역학관계는, 여러모로 가족의 불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상당히 농후하다. 루이코는 낮게 신음했다.
“불화라면, 저는, 아니 이 아이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저는...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는데...”
그들 일족은 권력자 집단이다. 가정불화래도 그 충격력은 보통과는 격이 다르다.
권력이 무서운 이유는, 얻기도 힘들뿐더러 지키기도 힘들고, 한번 그 마당에 뛰어들게 된다면 권력 그 자체가 생존의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루이코의 손을 차분히 잡으며 세리사가 말했다.
“유키나. 방법이 있다니 일단 말해봐.”
“...그럼...”
세리사가 조언을 구한 후 유키나는 몹시 고민했다. 황제가 책했지만 그녀도 마냥 놀고만 있던 것도 아니다.
“일단 대전제. 로이엘 황녀께서 귀의하시고 아무 문제없이 지낸다면 몰라도, 막상 문제가 터진 이후에는 늦겠죠. 그러니 다소 앞서나감은 알고 있지만 예방책은 필요하고, 이 방법으로 태어날 아기씨는 꽤 두텁게 보호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모두가 화색이 되었지만 유키나는 예외였다.
“하지만 동시에 위험하기도 하니, 이 일은 언니가 맡으셔야 해요. 차비마마가 하신다면 찍힐 수 있습니다.”
긴장 가운데 세리사가 반문했다.
“...내가? 그리고 찍힌다...? 무슨 의미지?”
“차비마마는 당사자. 저 같은 경우에도 친동생은 아니고 또한 정치적으로 얽혀 있는 현왕입니다. 하지만 언니는 비교적 자유롭고, 무엇보다 우리들과 격이 달라요. 그 누구에게도 말이죠.”
“알았어. 내가 할게.”
별 고민 없는 흔쾌한 대답에 루이코는 고갯짓과 눈짓으로 감사를 보냈다.
유키나가 다시 말했다.
“그리고 찍힌다는 의미는, 오라버니라면 경위 정도는 눈치 채실 거니 이 방법을 굳이 탓하지는 않으실 거에요. 또한 그동안 차비마마는 처신을 아주 잘 하셨어요. 일부러 정치 기반도 만들지 않으셨고 때문에 상당한 지지를 얻고 계십니다. 하지만 뚜렷한 힘이 없다면 상대에게 경계는 받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게 문제에요.”
유키나는 루이코에게 동정의 시선을 감추지 않았다.
“이 방법으로 인해 아기씨는, 본인은 부정해도 장녀에게 좀 더 마음이 쏠릴 그런 잔정 많은 부친, 그리고 배경 없는 모친 슬하의 차녀가 아니라, 장차 황태녀가 되실 언니와 거의 대등한 입장에 올라섭니다. 그렇기에, 원래 힘없는 처지였다면 낮은 확률로나마 받지 않았을 그 경계를, 이 조치로 인해 도리어 높게 받을 수도 있어요. 그러니 이건 양날의 검이 될 테지요.”
“경계...”
루이코는 신음했다. 아픈 과거는 이미 충분히 많다.
유키나가 다시 말했다.
“정리하자면 이 방법은, 7할의 위험 확률이 있더라도 또한 3할은 분명히 있을 안전 확률에 걸고 그저 순응할 것인가, 위험 확률을 9할로 올리는 대신 여차할 경우 분명히 대항할 힘을 갖추는 것인가. 마마께서 후자를 선택하신다면 들려드리겠습니다. ...듣고 싶으세요?”
모든 시선이 루이코를 향했다. 잠시 눈을 내리깔긴 했지만, 그녀는 그리 오래 망설이지 않았다.
“...들려주세요.”
다시 떠진 눈꺼풀 아래, 어머니의 눈동자는 단호했다.
10월 7일. 답신 광고가 올라온 것은 영국 가디언처럼 전통과 역사에 빛나는 언론, 프랑스 르몽드(世界)지였다. 칼스 황제의 이름이 무슨 뜻인지를 생각하면, 이 역시 다분히 의도적인 것이다.
이어 안전보장원으로 스팸을 가장한 메일이 왔다.
접선은 11월 4일 정오. 서로 홀로 나올 것이며, 대화 후 어떤 결과에도 서로를 힘으로 구속하지 않는다.
장소는 아샤르가 정했다. 그에게 있어서도 추억의 땅인 첸레이. 지구에서의 바이칼 호다.
아샤르 령 내지지만 거의 사람이 살지 않고 러시아와의 국경이 멀지 않기에, 아샤르 국내 심층부나 제 3국을 택할 수 없는 그들에겐 최적의 장소다.
일정을 정한 황제의 얼굴은 남모를 빛과 그림자가 골고루 드리워져 있었지만, 그래도 기한을 불과 3일 남겨두고 초조해하던 차에 반응이 있음에 내심 기뻐했다.
그는 애써 평상시처럼 한 달을 보냈다. 가디언즈 문제에 대해 연일 묻는 정부에는, 우현왕의 국혼이 있음을 이유로 들어 케르케스를 지난 후로 답을 미루었다.
하와이 테러의 여파가 남아 있는지라 국내 경계는 여전하니 건드릴 것 없고, 다만 남몰래 몇몇 측근이 드나들며 앞으로의 일을 대비했다.
그 외의 모든 것은 조용했다.
세리사 역시 로이엘의 거처를 미리 준비했다.
돌아온 아이가 쉬이 엄마라고 불러주기를 당장은 바라지 못한다. 하지만 딸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존재가 생긴다는 것은, 영원토록 아이를 갖지 못하는 그녀에겐 의미가 깊었다.
그녀는 다짐했다.
아미에가 내게 미래를 준만큼, 나도 그 아이의 미래를 지켜 주기 위해 싸워나갈 것이다.
부디 잘 되기를. 기도할 신은 없음에도 세리사는 손을 마주잡고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그 곳에는 그들의 고향이 있었고, 또한 오랜 세월을 고독으로 보냈던 자신을 감싸듯이 비춰준,
수많은 별들이 있었다.
수고하셨어요.
- 작가의말
업로드 할 수 있었네요. 헉헉... 아직 숙제가 남아 있지만 뭐 할 수 없죠.
대신 수요일 연재는 일이 예정되어 있으니 쉬겠습니다. 파트 정리도 잘 안 되고...
자, 여기까지 읽어오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등장인물들의 성향 그대로 일은 흘러갑니다. 그말인즉슨 성향만 아신다면 앞으로의 전개도 어느 정도 예상될지도... 모르죠...?
조만간 베아르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만, 이게 그녀에 대한 쉴드가 될지 모르겠습니다. 뭐, 실드쳐줘도 그게 그거겠지만 그녀가 이유없이 행동하진 않습니다. 그런 의미죠.
...두 달 논것이 큰지, 공모전 영향인지, 선작은 늘었는데 독자분이 절반은 사라졌습니다. 눈물나네요. 하하;
그저 분발이 약일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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