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장. 경계선. (1)
한 권이 끝날 때, 가슴에 남는 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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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가디언즈와의 접선일은 6월 17일이다.”
세리사와 유키나, 이영을 불러 모은 황제가 말했다.
“장소는 남태평양의 한 무인도. 참가자는 짐과 우현왕, 저쪽에서는 명왕 1인과 장로가 나온다고 하더군.”
미국에 있던 장헌창의 최종보고는 이미 은밀히 올라와 있었다. 이영이 물었다.
“그런데... 대체 그동안 무슨 조사를 하신 겁니까? 또, 그 지경이 벌어지도록 왜 연락도 없으셨어요?”
“남겨진 이들은 이름값이 있다. 큰일이 있어도 현상 유지는 잘 해줄 거라 생각했었지. 다만... 아이를 노릴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 며칠이야 싶었는데, 아차 싶어 돌아왔지만 이미 늦어버렸지...”
그도 전지전능이 아닌 엄연한 사람이다. 모든 것이 평온하도록 부러 대역을 세웠건만, 오히려 그 덕에 일이 더럽게 꼬인 셈이었다.
시기적으로도, 황제가 자리를 비우지 않았더라면 빌미를 잡힐 일은 없었다. 가디언즈와의 접촉 시한이 닥쳐온 촉박한 조사기간이 아니었다면, 즉 루이코의 임신이 공개된 이후 황제가 자리를 비웠다면 또 사정이 달라졌을 수 있다.
어찌 보면 가장 취약한 순간에 루이코가 임신했고, 황제가 자리를 비웠으며 황태녀파가 나선 셈이다. 역사에는 가정이 없다지만 그 하나라도 빠졌다면...
아쉬움은 모두에게 짙었다.
여왕이 물었다.
“얻으신 건 있었나요?”
“시간이 너무 없어 그리 많진 않지만, 어느 정도는... 그러니 그 내용을 지금부터 말하겠다.”
모두가 자세를 바로 했다.
“리에게 들은 바로는 가디언즈는, 1848년에 영국에서 결성되었다. 하지만 그 끈은 무려 기원전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맞지?”
이영이 끄덕였고 황제는 다시,
“일인 전승. 그게 사제든 부모자식간이든, 뚜렷한 목적을 갖고 힘과 지식이 끊어지지 않도록 비밀리에... 이건 보통 의지를 갖고는 안 되는 일이야. 또한 뚜렷한 목적, 즉 외계문명의 등장과 예상되는 혼란을 막고, 그 기술을 손에 넣어 세상을 윤택하게 한다... 라는 것은 좋은데... 여기서 의심 가는 것은 두 가지.”
황제는 손가락을 하나 폈다.
“대체 우리 존재는 어찌 안 것인가지. 우리는 철저히 스스로를 숨겨왔다. 흔적이라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남기지 않았대도 무방하고, 아주 작은 흔적도 세월 따라 사라질 것이었지. 그런데도 가디언즈는 우리 존재를 알고 있었다. ...이게 무슨 뜻일까?”
유키나가 대답했다.
“...그 시조는, 이미 아샤르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맞아. 더불어 이건, 단순히 알고 있는 정도가 아니라 상당히 이해하는 수준이야. 그렇다면 그 시조는 아샤르와 분명한 연관이 있어.”
“하지만 지상행은 엄금되어 있었습니다. 우리 기술뿐만 아니라 영자력을 실용할 수 있는 인간 역시... 지상에 있을 리가 없잖아요.”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어. 하지만 가능성을 무시하다가는 현실을 놓쳐. 아무리 지상과의 접촉이 없었다지만, 비공식적인 일이야 제법 있었겠지. 당장 나조차도 지상에 두 번, 심지어는 세리사도 한 번 내려갔지.”
세리사가 말했다.
“하지만 접촉기간은 굉장히 짧았는데...”
“여기에 단서가 되는 것은 바로 영자력. 아샤르 인이라도 일반인이 아니란 이야기야. 지구에 전승시키고 실제로 전력화를 성공시킨 상당한 수준의 능력자. 또 리를 통해 파악한 것은, 가디언즈의 영자력이 우리보다 깊이가 얄팍할지언정, 본질 자체는 같은 부류라는 것. 그 기원은 우리가 맞다. 따라서...”
황제는 세리사를 보며 잠시 미간을 좁혔다.
“의심할 수 있는 경우는 딱 하나가 있지 않아? 지상에 있어서는 안 되는 능력자. 짐작가지 않니?”
잠시 생각하던 황후가 눈동자를 크게 키웠다.
“설마...!”
황제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베아르.”
세리사는 물론 유키나의 엉덩이까지 들썩였다.
“누굽니까, 그게?”
이영이 묻자 황제가 답했다.
“광기사라 불리는, 제어가 풀린 친위기사다. 더불어 세리사를 공격해... 지금의 상처를 준 녀석이지.”
자신도 모르게 배를 쓰다듬는 세리사와, 절로 일그러지는 얼굴의 유키나를 이영은 번갈아 바라보았다.
아직 의아한 그에게 짧게 설명해준 황제가 다음 말을 이었다.
“우리 존재와 기술 수준을 파악하고, 높은 수준의 영자력 지식까지 전부 겸비한 시조, 그 후보는 그 녀석 하나밖에 없어. 또한 우리에 대한 명백한 적의까지... 모든 조건이 맞아 떨어지는 최적의 경우다.”
여왕이 물었다.
“하지만 베아르는... 당시 남은 수명이 30년 정도였어요. 어느 세월에...”
“녀석은 지상에서 아이를 키웠고 그게 내가 죽인 녀석이야. 또 다른 아이를 키우고 힘과 목표를 부여하기에는, 30년은 짧은 시간이 결코 아니다. ...그날, 놓친 베아르가 가장 원할 만한 것이 뭐가 있을까.”
세리사가 중얼거렸다.
“우리에 대한 복수... 그리고... 가질 수 없는 자신의 아이...일까요?”
“그래. 남은 시간동안 홀로 살았다고는 생각하기 힘들어. ...다시 정리하자. 만약 우리가 이후로도 공중도시를 지상에 두고 제국 봉인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 후손은 자신의 힘을 드러내지 않고 지상에서 살았을 거다. 근데 그 후손이 이어져 마침내 가디언즈가 되었다면?”
단서를 찾아 그는 존 스팅레이의 고향, 영국 브리스틀부터 먼저 찾았다. 시간과 인명이 알려져 있는 이상 조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브리스틀 시청에 남은 출생기록으로 1796년생, 그리고 살았던 장소와 그가 운영했던 화물취급소를 찾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대외적인 그는 거의 완전하게 무명이었다. 조사는 처음부터 막혀버렸다. 그래서 황제는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렸다. 그것은 지구 인류가 갖고 있는 신비주의의 영역이었다.
공교롭게도 가디언즈가 창립되고 초기 활동을 한 시기와 겹치는, 즉 19세기 중후반부터 지구 인류의 신비주의, 특히 오컬트 방면은 이론적으로 급격히 체계화되었고 또한 영국은 그 중심지였다. 이것이 과연 우연일까?
만약 가디언즈에서 갖고 있는 영자역학의 작은 편린이 근세 오컬트의 시발점이 되었다면...?
존 스팅레이가 ‘떠난 외계인이 돌아와서 언젠가 지구를 노릴 것’ 이라는, 그런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들고 조직을 탄생시킬 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 본인이 영자력 능력자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그 힘을 본 사람들이 전부 그 말을 믿고 따랐을까?
스팅레이가 포섭에 실패한 이들 중에서, 낭만주의의 끝이었던 그 시대에 넘쳐났던 신비주의자와 자칭 마술사가, 가디언즈와 다른 길을 걸으며 그래도 얻은 작은 흔적을 근세 오컬트에 남기지는 않았을까.
그 가설을 따라 브리스틀에 이어 세계에 흩어진 오컬트 및 신비주의 영역을 조금씩 탐색한 그는, 결국 기겁할만한 사실을 찾을 수 있었다.
그것은 20세기 최후의 마술사이자, 근세 오컬트의 정립자라 평해진 알레이스터 크롤리(Aleister Crowley)가 지었다는 마도서인, 이른바 법(法)의 서(書)였다.
그 일부 내용은 범상히 넘길 수 없었다. 법의 서 2장 50절의 ‘나는 푸르고, 내 신부는 빛나는 금빛이다. 하지만 은은히 붉게 빛나는 불빛이 내 눈 안에 있고 내 장신구의 색은 보라색과 녹색이다’ 라는 구절과, 76절의 4638ABK24ALGMOR3YX2489RPSTOVAL'라는 암호이다.
후자는 놀랍게도 영자역학 공식의 일부를 가리킨다 해석되었고, 전자는 어쩌면 황제 자신을 가리키는 것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보라색은 황제와 황실의 색, 여기에 녹색을 덧붙인 것은 좌현왕가 문장의 색이다. 또한 아샤르 문법에서, 사람을 청색에 대비하는 경우는 변하지 않는 젊음을 뜻하며, 빛나는 금색의 신부는 플라티나 블론드의 머리카락을 가진 세리사나 친위기사 공통의 특징인 금빛 눈을 가리킬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아키라의 사례처럼, 영자변환으로 숨어든 능력자가 숙주의 몸을 지배할 때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것이 바로 붉은 눈이다. 루이코가 보았던 붉은 눈의 아키라는 이와 연관된 현상이다.
그러니, 이 구절 전부가 그 당시 살았던 우리들을 표현하는 것이라면?
법의 서 대부분은 과대망상, 혹은 황제 스스로도 번역하기 힘든 의미 없는 말로 생각되었지만, 만약 이 몇 구절이 젊은 크롤리가, 당시에 이미 노인이 되었을 존 스팅레이와 접촉한 후 남겼을, 아샤르의 영자역학 및 자신들의 존재에 대한 흔적이라면...?
이를 이영의 증언과 연관 짓는다면, 가디언즈는 아샤르 기원의 영자역학 및, 그 시대의 인물이 아니라면 가질 수 없는 꽤나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확신에 가까운 가설을 세우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것을 증거삼아, 가디언즈의 창시자와 베아르의 후손이 동일인물이거나 최소한 깊은 연관이 있음을 짐작할 수 있어. 하지만 그렇다면, 그렇게 기약 없고 까다로운 조건까지 걸어가며 조직을 만들 구상까지 하고 있었다면... 이것은 대체 무엇을 노리는 것일까?”
유키나가 대답했다.
“본격적으로 우릴 칠 생각이겠죠.”
“맞아. 당시의 아샤르가 그대로 국체(國體)를 유지했다면, 비록 조직을 만들었대도 조금이라도 드러나는 순간 지상이 불탔을 거다. 아무리 불간섭원칙이 있대도 능력자, 그것도 조직까지 지상에 돌아다닌다는 것은 절대 용납하지 않았을 거다. 그런데도 은밀하게나마 조직을 만들었음은, 베아르는 봉인령이 떨어지고 우리가 지구를 떠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유키나가 신음하듯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돌아올 때까지... 실력을 기른다? 돌아오지 않는다면 좋고, 돌아온다면 보복하고 몰아내기 위해서? 그런데 어떻게 떠난다는 걸 알았을까요?”
“그날 이후 종적은 감추었지만, 이후 내전 및 그에 따른 혼란에 더 이상의 추적은 없었어. 우주선을 격추시킨 도발에도 잠잠했지.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베아르가, 내전 이후 혼란을 틈타 아샤르에 숨어 들어왔을 확률이 있다면? 그래서 이것저것 파악하고 우리가 떠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 아주 떠나는 것도 아니고 돌아올 종족... 하지만 기회라고 생각했을 수 있지 않을까.”
황제는 떫은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지상 인류도 발전 가능성은 있었어. 장차 기술을 축적해서 우리처럼 되지 말라는 보장이 있나.”
“그래도 너무 요원하지 않습니까? 어느 세월에...”
“그렇지만도 않아. 산업혁명 후 고작 300년 만에 지구 인류도 우주에 도달했어. 그리고 우리가 살았던 그 시절, 헬레니즘 문명권 하나만 해도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 무제이온, 원시적인 증기기관까지 있었지.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 시대적, 사회적 필요가 받쳐줬다면, 물론 다른 형태였겠지만 산업혁명은 2천년 빠르게 일어날 수도 있었어. 문명이란 것은, 계기만 있으면 폭발적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그건 우리 아샤르 역사가 이미 앞서 증명한 거야. 그렇다면 베아르가 기대할 만도 하지 않았을까.”
무거운 공기 속에 황제는 한 잔 차로 목을 축인 후,
“다시 돌아와서, 우리가 떠난 탓에 지구는 문명발달사에서 한 번은 있을, 기술의 대대적인 발전과 축적의 시간을 벌었어. 베아르 개인의 힘으로는 아샤르를 절대 잡을 수 없다. 하지만 지구 문명이 과학 문명을 칭할 수 있을 수준까지 올라온다면, 우리는 예전처럼 유유자적 행동할 수 없다. 여기에, 비록 지구인 육체라는 한계는 있어도 능력자의 씨앗이 지구에 있다면, 부족하나마 우리와 대항할 힘 정도는 갖추지 않을까?”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까지 성장할까요? 어디까지나 기대에 불과할 뿐... 너무 희박한 확률 아닙니까?”
“희박한 확률의 복권은 항상 잘 팔리지. 또 당장 이 땅, 황령에 존재했던 남한을 보라고. 기술도 자원도 자본도 아무 것도 없던 그들이, 50년도 지나지 않아 굉장한 자본과 기술력을 쌓아냈어. 그렇듯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지구 인류. 반면 우리는 가진 힘을 스스로 봉인하고 정체된 민족이다. 상호 격차는 생각보다 빨리 좁혀질 수도 있는 거야.”
유키나는 낮게 웃었다.
“하지만 그 계산은 빗나갔군요. 아직 이들의 기술 수준은 우리 발끝에도 못 미치고... 더불어 가디언즈는 이제부터 쫓겨 다니기 바쁠 겁니다. 그녀는 자기 후계자와 지구의 미래 역량을 과대평가한 것임이 분명해요.”
“그렇게 된 것일 수도 있지. 베아르가 원하는 대로만 미래가 흘러가는 것은 아니고... 하지만 지금은, 우리가 예전처럼 지상을 우습게 볼 수 있는 정도는 아니게 되었다는 것은 분명해. 아샤르는 아직 소수민족이다. 기술과 영자력의 우위를 제외한다면 말할 것도 없겠지.”
황제는 낮은 한숨을 쉬었다.
“막대한 인구, 그동안 독자 문명을 발전시킨 자존심, 어느 정도의 기술 축적에... 저항의 상징으로 가디언즈가 존재한다면... 우리가 쉽게 상대할 수 있을까?”
쉽게 대답하는 이는 없었다.
“물론 이 경우는 베아르에 초점을 두었을 때의 이야기다. 다른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어. 하지만 가장 개연성이 있을 가설이라고 본다.”
몇몇이 몸을 조금 떨었다.
만약 그렇다면 대대로 남겨둔 저주와 증오다. 그녀의 원한이 얼마나 깊을지 아무도 쉬이 재지 못할 것이다.
베아르는 무력감과 분노에 떨며 죽어갔을까. 아니면 아주 작은 희망을 걸고 미래를 기대하며, 자신의 복수를 이룰 수 있는 미래의 성장을 기대했을까.
그 원한과 집념으로는 분명 후자일 것이다.
“만약 가디언즈가 베아르의 남겨진 의지의 연장이라면, 우리 역시 지금까지와는 다른 각오로 그들을 대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작은 폭거부터, 장기적으로는 물밑선동과 각국과의 이해관계를 쌓게 된다면,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아군보단 적이 많게 될 거야.”
그렇게 된다면 황제의 꿈도 끝이다.
“루이코 문제로 부랴부랴 돌아와야 했었지만, 덕분에 캔 것은 적지만 아무튼 이것이 지난 조사의 결과다. 기원전부터 이어지는 그들의 기원. 우리에 대한 정보. 그리고 적의까지. 가장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가설일 거야. ...다른 것이 있을지는 아직 모르지만...”
“...다른 것이 있었으면 좋겠네요. 이건...”
세리사가 중얼거렸다.
그녀는 이 자리에 있는 그 누구보다 광기사를 가까이 접했고, 또 그 원한과 증오에 대해 절감했다.
황제는 측은한 시선을 잠시 그녀에게 주었지만...
“그러니... 아직 그 실체를 뚜렷하게 잡을 수 없는 만큼, 이번의 접촉은 중요하고 또 가능한 한 평화적으로 협정을 맺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국내 통치를 안정시키는 데만 해도 지대한 방해를 받을 것이야.”
“그럼 원하시는 대로 나갈 생각이십니까.”
유키나의 질문에 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가야지. 서로가 힘으로 어떻게 하기 힘들잖아.”
“만약 실패한다면요?”
“되도록 신속하게 가디언즈를 친다. 전문기관과 전력 역시 따로 운용할 거야. 또 각국 정부를 압박하거나, 최악에는 공개 후 전면전을 선포할 수밖에. 우리가 대화 시도를 했다는, 또한 그들이 위협이라는 명분을 충분하게 밝힌다는 전제를 깔아서 말이야.”
황제의 대답에 이영은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드디어 올 것이 오는가.
“물론 정면대결만이라면 간단하게 이겨. 녀석들은 비밀결사야. 예전이든 지금이든 앞으로든, 공개적으로 인원을 충원할 수 없는 이상 그 전력은 한계가 있을 터.”
이영이 알고 있는 바도 그리했다. 남한 전체를 통틀어도, 전사가 될 수 있을 정도로 잠재 영자력을 특출하게 타고 난 인간은 자신까지 포함해서 여섯에 불과했다.
홋카이도의 추격전 당시, 칼스 황제와 루이코들을 쫒은 인원의 총수는 40명. 하지만 이 인원은 일본 가디언즈, 즉 슈고카이 전원에 외국에 존재하는 인원 중, 당장 시간에 맞춰 끌어들일 수 있는 전 인원을 입국시켜 투입한 것이다.
하지만 그 때 단 한 번 싸움으로, 가디언즈는 운용 가능한 능력자의 1할 이상을 잃어버렸다.
일본 슈고카이 인원은 30명 전후였고, 이조차도 3대 총수가 일본인이라 자기 모국의 능력자 개발 체계를 확실하게 가다듬어 만든 것이라 그 정도 숫자가 나온 셈이다. 지금 각국에 퍼져있는 조직을 모두 합쳐도, 남은 능력자는 200명 전후일 것이다.
여기까지는 그리 위협이 아니다. 하지만...
“그러나... 장차 우리는 드넓은 세계에 발을 들인다. 넓어진 세상만큼 가디언즈가 곳곳에 침투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위협적이야.”
황제는 이영을 잠시 바라보았다.
“양해해라. 그 때에는 네 동료였던 이들을 다치게 하고 죽게 할 것이다.”
“말씀만이라도 감사합니다.”
이영은 자조했다.
“역시 할 수 없는 일이겠지요. 하지만 되도록 가능성의 불씨를 살려주시기를 간청 드립니다.”
“알았다.”
황제의 수긍에 감사하면서도 이영은 잠시 생각했다.
...과연 내가, 이대로 있어도 괜찮은 걸까?
수고하셨어요.
- 작가의말
이 장의 소제목은 警戒線, 즉 경계하다 와 境界線, 즉 구분짓다... 라는 중의적 의미가 있습니다. 또한 2부 2권에 등장한 광기사와 현대 가디언즈의 접점... 눈치채신 분은 한 분 계셨습니다. 작가가 쓸데없는 등장인물을 등장시키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는 감사드리며...
좀 어렵긴 하지만 법의 서 호루스편은 사실 기반이며 19세기 신비주의에 기반한 오컬트 이론 정립 역시 역사적 사실입니다. 작중에서는 이것을 가디언즈의 설립 이후 세상에 일부 퍼진, 그 흔적으로 설정했습니다.
물론 아직까지 그들에게 있어 가설 단계입니다만 이건 앞으로의 배경이 되니 약간만 읽어두시고... 황제가 눈치챈 점과 채지 못한 점이 각각 있습니다. 그것도 나중에...
먼 미래를 기대하고 자신의 희망과 증오를 함께 남겨둔 한 인공생명의 의지. 상당한 파장을 몰고 올 겁니다. ...근데 언제 다 쓰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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