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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왕k님의 서재입니다.

리어스(Re 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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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왕k
작품등록일 :
2014.01.14 00:13
최근연재일 :
2021.06.12 14:54
연재수 :
380 회
조회수 :
573,971
추천수 :
9,808
글자수 :
3,615,518

작성
16.07.30 13:59
조회
810
추천
4
글자
34쪽

Ⓡ 6장. 미래에의 지표. (8)

한 권이 끝날 때, 가슴에 남는 글이 되길 바랍니다.




DUMMY





겨울이지만 아침 하늘은 밝았다. 하지만 마치 시간이 거꾸로 가듯, 모두의 마음은 어둠으로만 물들었다.


희망에 가득 차 열심히 세었던 집계는 결과적으로 7천만에도 못 미친다. 남은 시간도 이제 고작 한 시간.


수없는 민중이 그들을 선택했지만, 그 이상의 사람들이 선택하지 않았다.


...실패는 실패다.


“에라, 게으름뱅이 바보 자식들...!”


광장 이곳저곳이 차츰 웅성거렸다. 무관심한 타인에 대한, 낮지만 거센 분노가 여기저기 터져 나온다.


밤새 꿇어앉았던 부왕이 천천히 일어섰다.


“우선, 지금까지 함께 해 주신 여러분께, 너무나도 깊은 감사를 표합니다.”


운대 아래. 짧고도 깊게 고개 숙인 그는,


“그리고... 이 또한 민중의 선택. 그러니 비판할 수는 있어도 미워해서는 안 됩니다. 그저 생각과 선택이 달랐다는 것만으로 폄하하고 증오했던 과거였습니다. ...우리만은 그러지 맙시다.”


웅성임이 차츰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는 다시,


“우리는 민중을 신뢰했기에 이 자리에 있습니다. 이제 와서 불신할 수는 없잖아요.”


“하지만...”


앞쪽 줄의 남자가 손을 들었다.


“그 믿음이 배반당한다는 것은... 견디기 힘들군요.”


“배반을 미리 걱정하는 신뢰는 의미가 없습니다.”


또 다른 이가 거수하며 말했다.


“그럼 이대로 패배해야 하는 겁니까?”


“우리는 패배하지 않았습니다. 참가자가 무려 6천만을 훌쩍 넘었고, 가집계한 결과 순혈 아샤르도 30만 가까이나 참여해 주셨습니다.”


뭇 사람들이 꽤나 놀라 주변을 살폈다.


이 자리에 앉은 이는 많지 않았지만, 조용히 와서 서명만 하고 사라진 이들은 훨씬 많았음은 통계 화면으로도 드러났다.


“지난 17년. 같은 시민으로 살아왔다 하나 부정할 수 없던 심리적 장벽이 있던 두 종족이, 이처럼 마음을 모은 일은 아직 없었습니다. 그러니 지금 이 자리는 그 자체로 가치 있는 것은 물론, 이제 절대로 소수일 수 없는 우리 존재야말로 앞으로의 정책과 민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게 왜 패배입니까?”


옅은 동조의 공기 속에 이영은 진한 웃음으로,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 일을 마음에 새기고 미래에도 꾸준히 살피고 목소리를 내는 겁니다. 그러니 마지막까지 우리 의지를 보이고 서로를 격려해줍시다. ...참으로 수고 많으셨습니다. 거듭 감사드립니다.”


약간의 침묵을 두고 가볍게 터진 몇몇의 박수 소리. 그것은 이윽고 대광장 전체에 퍼졌다. 이 광경을 상호 수신하고 있던 다른 광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옆 사람끼리 손을 마주잡았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태반이었지만 눈빛만은 따뜻했다. 무언이지만 그 대화 역시 깊었다.




8시 30분. 베라 아샤르의 도심을 뒤덮은 공기가 일순간 짧게 떨렸다. 조만간 있을 일제 상승. 그 선두가 될 이 도시의 주동력로가 각 추진부에 에너지를 보내는 것이다.


이어 상승 시퀀스를 예고하는 로사의 음성이 개인의 팔찌뿐만 아니라 가능한 모든 매체를 통해 전달되었다. 외곽으로 통하는 문도 차츰 봉쇄되었다.


올 것이 왔다. 모두가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 가운데, 황궁 정문이 부산해진다 싶더니 이윽고 네 명의 친위기사가 운대 위로 뛰어올랐다.


그녀들의 등장은 명백한 예고이니, 모두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어제는 화면이었던 황제. 하지만 오늘은 친히 옥좌에 앉았다...?!


예를 마친 이영이 정중히 물었다.


“어쩐... 일이십니까? 이래저래 바쁘실 텐데...”


옥좌에서 잠시 군중을 훑어본 황제는 낮게 웃으며,


“일은 로사가 하는 거고... 사냥에 실패한 배고픈 늑대들을 좀 위로해주려 나왔지. ...그동안 고생 많았다. 하지만 마음대로 되진 않았으니, 이걸 어떻게 하나?”


“세상 일이 원래, 잘 안 되는 일이 더 많죠. 하지만 마음먹기 따라서 달라지기도 하니, 저는 만족합니다.”


“네 개인적인 만족이야 짐이 뭐라 할 바 아니지. 하지만 이제 이 일의 반동은 너희들 생각보다 클 것이다. ...솔직히 말해봐라. 두렵지 않으냐?”


“...무섭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요.”


“그렇겠지. 한번 품었던 희망이 사라지면, 공포는 예전보다 몇 배로 돌아오니까. 하지만 그건 자업자득. 그대들이 원하는 대로 의사 표현의 자유는 허용했다. 허나 그대들의 책임까지 무마시켜줄 순 없다네.”


“알고 있습니다. 허나 후회는 없습니다. 저는 제 양심에 따라 행동했고, 책임 역시 기꺼이 질 겁니다. 모두도 마찬가지. 두렵지만 짊어져야 할 몫이겠지요.”


“너는 짐의 일족. 다른 이들 역시 짐의 신민. 그런 이들이 이렇게 비난받게 되어 몹시 유감이다.”


어두운 표정의 황제는 낮은 한숨으로,


“그리고 이 자리의 순혈 그대들은, 어쩌면 지상인 신민들보다 더 심한 비난을 받을 터. 그런데도 이만한 숫자가 모여들다니,.. 이건 역사에 남을 일일 게다.”


마치 적진에 들어온 원정 응원단처럼, 상당수의 순혈들은 지상인들과는 구분되게 앉아 있었다.


황제는 그 집단 중 하나를 지목하며,


“...짐이 직접 나온 것은, 그 이유를 꼭 물어보고 싶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니, 아직도 그대들이 스스로를 정의라 믿는다면 허심탄회하게 대답해주기 바란다. ...일단 혹시 이 중에서, 이번 폭거로 가족을 잃은 이가 있다면 손을 들라.”


망설임 끝에 거수가 여럿 솟았고, 이를 본 사람들은 경악했다.


의외로 숫자가 많다...?!


그중 늙은 여자 한 명을 집어낸 황제가 물었다.


“...그대는 복수하고 싶지 않은가?”


어둠이 드리워진 그녀가 대답했다.


“솔직히 하고 싶습니다. 화나고, 슬퍼요...”


“그럼 왜 여기 있나?”


분노를 섞은, 하지만 체념도 드러난 그녀였다.


“엉뚱한 곳에 화풀이를 할 수는 없잖아요. 가디언즈 놈들이야 찢어 죽여야 할 거지만, 그 외의 것은 죽은 제 아들이 싫어할 것 같습니다. ...그 애는 착한 애였습니다. ...착한 아이였습니다...”


더는 말을 잇지 못한 노파는 얼굴을 감싸며 주저앉아버렸다. 주변 사람들의 다급한 위로가 이어졌다.


“...아픈 상처를 헤집어 미안하이.”


스스로도 짧게 위로한 황제는 고개를 슬쩍 저으며,


“다른 말을 하고 싶은 이는 있는가?”


한 중년 남자가 손을 들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저는 되묻고 싶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구하는데, 꼭 이유를 달아야합니까?”


“그건 아니지. 하지만 사람이라... 이건 의외군. 우리에게 있어 지상인은 어떤 존재였더냐. 왜, 갑자기 원숭이가 사람으로 보이는 이유라도 있느냐?”


문득 부왕이 끼어들어,


“저기, 그건 위험 발언이십니다. 여기 있는 이들은 대부분 지상인이지만, 폐하의 신민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지상인을 인간으로 인정하시고 아샤르에 끌어들인 분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폐하가 아닙니까?”


“짐 역시, 본인이 선택할 수 없는 출신 따위로 비하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시궁창에서 지상인을 건져내어, 씻기고 차려 입혀 집안에 들여놓은 것은 짐의 통치와 아샤르의 체제, 무엇보다 로사다. ...순혈 여러분. 솔직히 말해보자. 그때 짐이 결정했다 해서 안심하고 지상인을 공중도시에 들인 건 아니잖은가. 설령 지상인들이 사고를 쳐도, 로사와 그 체제라면 괜찮을 거라 믿었기 때문 아닌가?”


상당수의 순혈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물론 지난 세월 나아졌다고는 하나, 우리 지상인들은 순혈과 비교한다면 아직은 수준 차이가 난다. 이 자리의 순혈들은 느끼고 있을 터, 다만 감히 말할 수 없을 뿐이지. ...우리가 품은 지상인들조차 종종 견디기 힘들 때가 있는데, 로사의 통제 밖의 국외 지상인들은 더더욱 견디기 힘든 존재일 것이다. ...그런 이들을 왜 감싸고 있느냐, 바로 이 말이다.”


“...그게 참, 설명하기 어렵네요...”


남자는 스스로의 머리를 긁으며 한참 생각하다,


“일단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제 와서 마음 놓고 죽이기에는... 저흰 지상인과 너무 섞여 버렸다고요.”


“섞여 버렸다...”


“기르는 개는 물론, 엄연히 기계이자 노예인 론비샤조차도 함부로 대하지 않는 우리 순혈들입니다. 그런 우리들에게 있어 지상인은, 일단 답답해도 말은 통하고, 싫지만 재미있는 구석도 있고, 짜증나는 인간도 많지만 친구도 있고... 게다가 통혼까지 한 마당이니... 국외 지상인을 부정하면 이들까지 부정하게 됩니다. ...그건 너무 심하고, 오히려 야만스럽다는 생각일까요...”


남자는 더더욱 뒤통수를 긁으며,


“이미 티얀을 격침시킨 우리들입니다. 90억은 너무 과해요. ...제가... 잘 설명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럼 그 능력자 100만 명은? 범죄자니 죽이라고 말했던 그대들 아니냐.”


“그건 그 영자각인으로 좀 흐지부지된 셈이랄까요. 선조가 못할 짓을 한 것은 사실이니까요... 물론 능력자들이 잘못인 것은 맞으니 처벌은 해야겠지만 뭐랄까요, 죽이라고 외치는 건... 이제는 좀 바보 같아졌습니다...”


“이를테면, 늦었지만 죄책감이라는 건가...?”


낮게 혀를 찬 황제에게 부왕이 읍하며,


“폐하. 저희는 충분히 생각했고, 양심에 따라 이미 결정했습니다. ...부디 존중해 주십시오.”


“그런가. 괜한 호기심으로 그대들이 모욕감을 느꼈다면 사과하겠네. 허나 결정은 번복되지 않는다. 알지?”


“민중의 선택을 받지 못한 이상, 저희도 이제 와서 떼를 쓸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저희는, 지금껏 순혈만의 세상이 그랬던 것처럼 로사의 권위, 시조의 명성... 그런 탓에 감히 외치지 못했던 현실에는 더 편승하지 않을 겁니다. 이 점은 분명 밝히고 싶습니다.”


“패배자 주제에 여전히 로사를 흔들 작정이냐.”


“로사가 옳다면 당연히 따릅니다. 허나 부당함이 있다 생각된다면, 앞으로도 저희는 다시금 맞서고 외칠 겁니다. 저희의 마음도 분명 민심이니, 앞으로 잘 헤아려 주시기를 마지막으로 부탁드립니다.”


“지나친 오지랖이지만... 뭐, 됐어. 슬슬 시간이다.”


사람들은 묘한 이질감을 느꼈다. 무중력의 우주로 나가기 위해 로사가 도시 전체에 중력제어를 건 순간, 여러 감각이 혼란을 겪은 것이다.


“이제 마지막으로 말하겠습니다.”


돌아선 부왕은 사람들을 향해 읍하고는,


“오늘의 일. 그 책임은 대대손손 기억하고 짊어져야 할 겁니다. 어렵고 힘든 책임이니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고, 후손들의 원망도 들을 수 있겠죠. 허나 피해서는 안 됩니다. 오늘을 잊어버린 그 때부터, 우리는 또 다른 유혈을 우리 스스로 허용해버리게 될 테니까요.”


그 양손이 기도하듯 마주잡아졌다.


“노력했지만 이루지 못한 이 무능에, 저는 부디 용서를 빌고 싶습니다. 괴로운 세상에 시달리다 덧없이 죽어버릴 이들에게도 말하고 싶습니다. ...한번 죽었던 제가 지금의 세상에 비로소 행복을 찾았듯이, 지금 죽을 이들이 우주를 돌고 돌아 언젠가 다시 태어난다면, 그 때에도 이 별을, 지구를 찾아줄 것을... 기원합니다.”


그는 젖은 눈시울로 고개를 들었다.


“그 때까지 우리는 그들을 잊지 않을 겁니다. 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다짐하고 또 다짐하니, 부디 평안히 가시기 바랍니다. ...이상입니다...”


마치 속죄하듯 민중을 향해 엎드린 그. 그에 맞추어 이곳저곳에서 조용한 탄식과 괴로운 신음, 슬픈 울음이 배어나왔다.


이제 죽어버릴 지구인 수십 억. 그들을 위한 기도와 염불도 적지 않게 울려 퍼졌다.


그런데...


“지구인들은... 그래도 마지막에는 인간으로 가는구나. 이렇게 슬퍼하는 이가 많으니 말이다...”


마치 소음을 음미하듯 눈을 감았던 황제가 문득,


“이젠 됐어...!”


강대한 능력자. 그 힘에 의해 증폭된 목소리는 음향 시스템을 우습게 뛰어넘어 천둥이 되었다.


침울했던 사람들이 깜짝 놀라 얼어붙었다. 하지만 아랑곳하지 않은 황제는 스스로의 팔찌를 조작했다.


“...옛다, 선물이다...!”


영문을 모르던 사람들. 하지만 반투명의 기둥이 표시하던 숫자가 변동함을 깨닫고는 탄성을 질렀다.


순식간에 불어난 그 숫자는 무려 330만 표에 근접했다. 이것으로 총 집계는 7천 2백만 표 이상이 되었다.


무수한 경악에 황제는 고개를 모로 꼬며 웃었다.


“이게 어떤 것인지 다들 궁금하겠지? 이건 말이다. 지금은 여기 없는, 우주에 나가있는 군인들의 표라네. ...그대들은 알지 못했겠지만 지난 밤, 군령본부의 주도로 우리 우주함대의 투표가 있었거든.”


황제가 남은 사정을 설명했다.


약 6시간 전. 작전지휘를 위해 아파켄에 총장부를 차려놓았던 케네리스 아시야 원수가 전군에 포고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모든 병사의 팔찌 화면에 나타난, 아샤르 제복군인 1인자가 선언했다.


“우리 군인 여러분도 시민의 일원. 당연히 자신의 의사를 밝힐 권리와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의 표를 모아 본국에 전달하겠습니다. 팔찌 서명 역시 충분히 유효하겠죠. 이것으로 모든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앞으로 있을 공략에 마음을 모으도록 하겠습니다.”


느닷없는 선포에 경악한 지휘관들. 그를 대표해 쿠라프 원수가 급히 군령본부로 통신을 넣었다.


“총장 각하. 이건 월권 아닙니까? 군인은 정치에...”


“그러니 시민 자격으로 투표한다고요. 그리고, 우리가 없는 곳에서 우리 의사 따윈 상관없이 모국의 운명이 결정된다? 이건 참을 수 있습니까? 사령장관께서는, 군인이란 이름으로 모두에게 개목걸이를 거실 셈입니까?”


“...지금 적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럴 때가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군심으로는 세리사오르 공략이 차질을 빚습니다. 그러니 더더욱 논란거리를 없애야지요. 의견을 모아 전달하고, 본국에서의 결론에 수긍할 수 있다면 군심을 정돈할 수 있습니다. 아닙니까?”


말문이 막힌 동료를 향해 케네리스는 태연히 웃으며,


“그러니 부하들의 입을 미리 막는, 그런 간 큰 분은 없으실 거라 믿습니다. ...아시겠지요?“


명분이야 군심을 정돈한다는 것. 또한 찬반투표에 불과하므로 누군가를 편든 것은 아니지만, 실질적으로는 지상 시위에 보탬이 되는 조치가 아닐 수 없다.


이에 강경파들은 당연히 반발했지만, 현실이 이미 장벽이고 무엇보다 부하들이 걸리자 차마 저지하진 못했다.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투표는 순식간에 끝났다.


“현재 나가 있는 병력은 순혈 성인의 절반인 총 400만. 그 중 7할 이상이 동조한 그 표인 거야. 무저항의 민중을 향해 차마 방아쇠를 당길 수 없는, 지난 내전을 겪은 우리 군의 결정인 걸세. 이제 알겠나...?”


아주 짧은 침묵 후 환호성이 해일처럼 일었다. 믿지 못할 표정 속에서도 각자의 쥐어진 손이 힘껏 잡혔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엄청난 지지를 얻었다.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손을 들어 소란을 가라앉힌 황제는 허공을 향해,


“...그렇게 되었으니, 로사는 지금 당장 상승을 중지하고, 대신 국민 투표 절차를 바로 밟도록.”


“폐하...! 함대의 표를 보태도 숫자는 모자랍니다...!”


급히 떠오른 화면과 로사의 경고에도 황제는 태연히,


“이건 말이다. 사실 처음부터 불가능했지. 왜냐. 이 법은 우리 인구가 천만대에 머무르던 시절에 만들어진 것이다. 그 때야 300만이 모일 수도, 다 서명하기도 불가능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수십 배의 인구. 우리가 갖고 있는 광장의 넓이와 기둥의 숫자를 감안하면, 고작 하루 남짓의 시간 동안 기둥마다 초당 4명은 찍어줘야 8천만 명을 겨우 맞출 수 있지. ...그런데 이게 물리적으로 가능하지 않으니, 그렇다면 해석을 달리 해야지?”


“...달리 하신다면...”


“법이 만들어진 당시를 고려해서 치환, 오로지 순혈 표로만 집계해도 무방할 것이다. 현재 순혈 성인은 약 8백만. 그 중 3백만 이상이 서명했으니 헌법의 조건은 충족한다고 본다. 아니면 설마, 처음부터 불가능했던 조건을 여전히 고집할 셈은 아니겠지. ...어떤가?”


로사는 한동안 침묵하다,


“...말씀에 일리는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태도를 바꾸심은 대체 무슨 영문입니까?”


“그 악조건 속에서도 이만한 사람이 모였다. 이제는 짐도 무시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드네만...?”


“설령 그렇더라도 저와 논의도 없이 결정하십니까? 게다가 폐하의 분노는 어디로 갔습니까?”


“일개 신민도 관용을 택했다. 짐이 그보다 못해서야 되겠는가? ...논의? 짐에게 그만한 권한도 없던가?”


“저 역시 권한은 갖고 있습니다.”


“그럼 국민투표까지 갈 것 없이, 이번에는 우리 둘의 정의를 비교하고 모두의 선택을 받아볼까?”


황제는 재빨리 옥좌에서 일어나,


“이렇게 모인 여러분의 의지는 지금껏 충분히 보았다. 그를 보아, 이번 영자각인 발동조치는 짐의 이름으로 취소할 생각이니, 부디 신민 여러분의 지지를 바란다.”


순간 2백만 군중. 그리고 수십 개의 화면을 그득 메운 사람들의 환호가 도시를 뒤흔들었다.


“모두 조용히 하십시오...!”


무표정. 하지만 틀림없이 경악한 로사가 급히 외쳤다.


“경고합니다. 아무리 황상이셔도 이건 독단입니다...!”


“반대하는 이도 물론 많겠지만, 짐은 짐의 의지로 이 쪽을 택했을 뿐이야.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는가?”


“그렇다면 제 결정은 이대로 무시당하는 겁니까? 이건 탄핵감입니다...?!”


로사의 경고에도 황제는 즐겁게 웃으며,


“자네도 보았잖은가? 지상인 문제에 무려 7천만 표가 모였네. 짐을 건드리면 어느 정도의 표가 모일까? 할 테면 해 보라지. 짐은 자신 있다네.”


“저희가 반드시...! 폐하를 지켜드리겠습니다...!”


부왕이 외치고 동조하는 환호. 그것은 분화 직전의 화산처럼 일어 올랐다. 로사가 다시 다급히,


“...그럼 당면한 다른 과제. 세리사오르와 가디언즈 건은 어쩌실 겁니까? 능력자 건은요?”


“짐이 생각해둔 바가 있으니 그건 논외로 해도 좋아. 요는 말일세. 비록 일련의 사태에서 지구인들의 행태가 괘씸하지만, 보다시피 그래도 인간의 정으로, 양심으로 우리의 관용을 바라는 민중이 이만큼 모였어. 짐은 그 의지를 존중하고 민중은 짐을 지지할 것일세. ...그대라면 짐의 신임투표까지 갔을 경우의 예측 연산은 이미 끝냈겠지? 각자의 승산은 어떨까? ...짐이 불리할까?”


입을 다물어버린 로사. 황제는 자신만만 웃으며,


“그렇겠지. 이런 일로 쫓겨나기에는, 그동안 짐은 꽤 잘했거든. 더 할 말 있을까?”


“...어째서 제 결정을, 아니 저를 거부하시는지요...”


무표정의 그녀지만 어쩐지 서글퍼 보였다.


“저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비록 여러분에 의해 만들어진 처지지만, 여러분의 어머니 역할에 충실했습니다.”


“알지, 내 다 알지... 왜 모르겠나.”


“그동안 여러분에게 모자란 것은 없었습니다. 아샤르의 모든 것이 낯설고 두렵기까지 할 지상인 여러분도 이제는 기꺼이 수긍하고 받아들이는, 그런 제가 만든 세상입니다. 그런데 왜 그 세상을 깨부수려 하십니까?”


그 노력과 헌신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것. 그녀가 사람이었다면 너무도 억울한 표정이었을 것이다.


“아니라는데도... 모자라서 거부하는 것이 아닐세.”


달래듯 나긋한 황제. 하지만...


“모자라요...!”


여리지만 날카로운 여자의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저희가, 로사께서 주시는 것 때문에... 이 나라에서 기꺼이 산다고요...? 아뇨... 그건 틀려요...!”


외친 이는 30세 전후의 여자. 하지만 에노모토 하루조차 그에 비하면 장신으로 보일만큼 극히 왜소하다.


아샤르의 국주가 문명의 어머니와 대화하는 그 사이에 끼어든다?


그야말로 엄청난 용기이면서도 무례임에, 경악한 이들이 시선을 집중했다.


“...정말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모양이군.”


스스로도 놀란 표정의 황제가 말했다.


“무례는 탓하지 않겠다. 대신 대답해 다오. 우리의 위대한 어머니에게, 대체 뭐가 모자란다는 거냐?”


외치긴 했지만 쏟아지는 시선, 그리고 황제가 직접 말을 걸어옴에 그녀는 명백히 겁먹은 표정이었다.


하지만 문득 입술을 깨문 그녀는 마침내 더듬거리며 말했다.


“제... 이름은... 정금실입니다. 그리고 출신은...”


“성장기의 영양실조가 두드러지는, 그 체구만 봐도 예전 북한 출신이란 건 알겠다. ...그래서? 말해보련?”


부드럽게 말을 걸어줌에 부쩍 용기를 얻은 듯, 그녀는 훨씬 안도감에 젖은 얼굴로 다시 말했다.


“...그 전까지 개성에 살았던 저. 제가 열 살 때에 전쟁이 있었고, 운 좋게 저희 가족은 베라 이주에 당첨되었어요. 이주 첫 세대라 무척 불안했지만, 막상 겪게 된 생활은 그야말로 꿈과 같았어요...”


의식주는 풍족하고 삶의 걱정은 없었다.


무엇보다, 막혔던 입이 열리고 배움의 길도 트였다.


“저는 아직 기억합니다... 잊을 수가 없어요. 하늘에서 내려온 거대한 배들. 싸움은 졌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두려움에 젖은 우리들에게... 누가 보였는지 아세요? ...군복을 입었지만 무척 예쁜, 그리고 빛나도록 당당한 언니였죠. ...바로 우현왕 전하십니다.”


꿈꾸듯 실눈을 감은 그녀가 황홀하게 말을 이었다.


“그 분께서 말씀해주셨어요. ...이제는 굶주리지 않아도 되고, 권력에 두려워할 필요 없고, 그야말로 사람답게 살 수 있을 거라고요. 저희는 너무나도 기뻤지요.”


“...네 말대로 구 북한 주민들은 가장 큰 수혜자. 그 혜택을 준 것은 로사다. 그런데도 여전히 뭔가 모자란다? 네가 그리 말할 자격이 있느냐?”


“하지만...! 저희가 감사하고 기뻐했던 것이 뭔지 아세요...? 그건요... 패전한 적국 주민, 철저하게 세뇌된 원숭이들. 아무 짝에도 쓸데없고 오히려 골칫덩이일 그런 우리에게... 그 분은 환영한다고 말씀해 주셨거든요...!”


그녀는 문득 얼굴을 감싸 쥐었다.


“...그리고 폐하와 로사의 아샤르는, 저희들을 기꺼이 받아주시고 사람으로 살게 해 주셨습니다. 바로 그것, 과거를 묻지 않고 받아주신 그 너그러움과 배려가... 비록 다른 인종이고 우리도 나름 역사와 문화가 있지만, 아샤르를 이제는 조국으로 여기고 앞으로도 계속 따르고 싶어 하는 이유에요.. ...저만 그런가요?”


“...아닙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부왕이 거들어 외치자, 적지 않은 이들이 박수와 환호로 더욱 거들었다.


잠시의 소란이 가라앉은 후, 그녀는 얼굴에서 손을 떼었다. 그 뺨은 습기로 번득였다.


“...그런데 지금은 어떻죠...?! 저희가 자랑스러워했던, 앞으로도 살고 따라가고 싶은 아샤르는 이제 더는 없을지도 몰라요...! 그래서 나왔어요. ...먹을 것은 감사하지만 저희는 개돼지가 아니에요. 수십억이 죽는 걸 막지 못하는 죄책감도 크지만, 모처럼 얻었던 낙원이 사라지는 것은 너무나도 싫어요. ...자기만 안다고 하실지 모르지만, 제 마음이 그런 걸요... 그런 걸요...”


폭풍처럼 가슴 속을 드러낸, 이제 더 말하지 못한 그녀는 바닥에 엎드려 흐느꼈다.


황제는 낮게 혀를 차며,


“다른 이들도 그러하냐...? 그런 기분이냐...?”


‘예’ 라며, 수많은 대답이 뭉쳐져 메아리 쳤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로사에게로 다시 고개 돌린 황제는,


“이 말이 틀리진 않네. 이대로 지구인들을 죽인다면, 우리 지상인들은 더 이상 우리를 따르지 않겠지. 아무리 민중이 망각의 존재라도, 이건 근원적인 소망일세.”


“그건 본말이 전도된 것은 아닐까요? 방금 저 분이 말씀하신 관용은, 사실 우리의 압도적인 힘과 강건한 체제에서 기원한 겁니다. 우리가 약하면 그게 가능한 일인가요? ...하지만 이번에 우리가 입은 타격은 크고, 그것도 모자라 회생 불가능한 상황에 우릴 빠트리려 하는 저 지구인과 가디언즈라는 강력한 세균에게서, 제 자식인 여러분을 보호하는 제 행동이 그리 문제입니까?”


“문제라기보다는 선택의 차이지. 그대의 행동도 아샤르를 위하는 것이지만, 우리가 택한 길 역시 아샤르를 위하는 길일세. 어째서인지 말하자면...”


황제는 실눈을 뜨며,


“비유하자면, 여기 한 아이가 있네. 그 시작은 평범하여, 배고픔과 눈물과 똥오줌으로 점철된 요람 태생일세. 좀 자라서 스스로 먹을 것을 구할 수 있게 되자, 어른이 되기 위해 아귀처럼 먹었지. 그런데 막상 정신을 차리고 보니, 먹을 것을 위해 한 배를 타고 난 형제들을 죽이고 홀로 남은 자신을 깨닫게 된 거야...”


“...그건... 궤멸전쟁을 겪은 우리 아샤르입니까?”


로사의 반문에도 황제는 즉답 대신 말을 이었다.


“자신의 손에 묻은 피. 너무 두려운 나머지 아이는, 아무 고민 없이 기댈 수 있는 엄마를 원했네. 결국 스스로 만들어낸 엄마와 그 요람. 여기라면 행복할 거라며 아이는 들어갔네. 하지만 이미 제법 자란 아이에겐 그 요람은 너무 작았고, 때문에 아이는 스스로의 팔다리를 구겨 넣고, 삐져나온 부분은 잘라버리기까지 했지. 바로 그 부분이 이제 우리를 아프게 하지.”


“가디언즈군요. 그러니 그 치명적 질병의 치료를 위해, 여러분에게는 무균실을 미리 권해드렸던 겁니다.”


“그렇겠지. 엄마 말씀 잘 듣는 착한 아이에게는, 그 요람에서는 모든 것이 풍족하고 말썽도 없을 것일세. 하지만 방 안에만 머무른다면 친구 역시 없을 테지.”


“친구요...? 지구인들 말씀이신가요? ...거듭 말씀드리지만, 저들은 무식하기 짝이 없을 뿐더러 너무나도 야만스럽고도 사악한 이들입니다. 그 실례를 일일이 말씀드린다면, 지구가 수명을 다할 때까지 말해도 모자랄 겁니다. ...그렇듯 상종하지 못할 이들 아닙니까?”


“이제부턴 또 모르네. 지금 명줄이 간당거리는 상황이지만, 우리 예상과는 달리 저들도 나름 깨달은 것이 있는 모양이잖은가. 서로 피터지게 싸워온 저들도, 마지막 순간에는 서로에 대한 사랑과 용서를 외쳤잖은가...? 그러니 앞으로 달라질 거고, 달라지게 할 걸세.”


로사는 어이없이, 그리고 처음으로 인간처럼 웃었다.


“그럼, 친구를 사귀게 된 아샤르는 대체 무엇을 얻습니까? 응당 지켜야 할 안정과 안전을 희생하고, 그렇게 갖은 위험과 질시를 감수할 가치가 있습니까?”


“있네. 그것으로, 줄곧 아이에 사춘기에 머물렀던 아샤르는, 비로소 어른이 된다네.”


“...어른요?”


“그렇지. 어른이란 뭔가? 나이만 먹으면 자연히 되는 것인가? 아니야. 성장이란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부딪히며 때로는 다툴지언정 대화와 우정을 나누고, 무엇보다 스스로를 되돌아볼 때에 비로소 이루는 거라고.”


연거푸 고개를 저으며 황제가 말했다.


“...그 긴 세월의 우리는, 기술과 체제를 극한으로 가다듬으면 언젠가 이상적인 미래가 올 거라 믿었네. 그래서 그대에게 기대고 그 틀 안에서 살았지. 그러나 우리는 사실 조금도 성장하지 못했지. 그 결과가 바로 지난 내전과 우리가 남긴 죄악의 찌꺼기들일세. ...하지만 오늘에 이르러 우리는 비로소, 과거를 청산하고 미래를 볼 기회를 얻은 걸세. 그것은...”


기묘한 즐거움이 그 입가에 머금어졌다.


“우리에게 잘못한 이를 용서하고 그 반대도 행하는 것. 그것으로, 우리가 인간이니 어쩔 수 없이 가질 수밖에 없던, 그대의 품에서도 채 끊지 못했던 피와 증오와 오만이라는 불행의 사슬을 끊어내는 걸세. 또한 그 어떤 무력과 기술이나 체제보다, 사람을 향한 관용과 용서야말로, 우리 아샤르가 걷고 그 누구라도 기꺼이 따라올 수 있는... 바른 미래에의 진정한 지표일 걸세.”


놀랍게도, 문득 일어난 황제는 로사에게 읍했다.


“그 마음은 잘 압니다. 어머니...”


갑자기 바뀐 그 태도는 무척 정중했다.


“...걱정되시겠죠. 혹시 우리가 다치면 어머니는 더 아프시겠죠. ...허나 스스로 생각하고 겪기 위해, 진정한 어른이 되기 위해 감히 당신의 말을 거부해봅니다. ...부디 용납하시길 바랍니다.”


부모에게 하는 간청 그 자체. 어느덧 숙연해진 200만 군중이 따라 읍했다.


그리고, 황제의 존대를 거부하지 않은 아샤르의 어머니가 마치 중얼거리듯 말했다.


“...말썽꾸러기 자식을 둔 부모가 이런 마음이겠군요.”


만들어진 신. 감정 따윈 없을 로사는 놀랍게도, 어느덧 깊은 한숨을 쉬며 눈을 감고 있었다.


영겁 같은 짧은 침묵. 다시 눈 뜬 그녀는 천천히, 힘겹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 건에 대해서는... 황상과 민중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믿기 힘든 결과에 환호성이 물결쳤다.


바라마지 않은 일이었지만, 진짜로 저 어머니가 고집을 꺾었다...!


흥분과 환희에 물든 군중에게 로사가 말했다.


“다만, 칼스 황제 폐하와 신민 여러분께, 주제넘지만 제가 당부 하나쯤 드려도 괜찮겠습니까?”


새삼 무엇일까. 재차 긴장한 군중에게 그녀가 말했다.


“...이번에는 비록 제 결정이 거부당했을지언정, 저는 언제나 여러분의 편입니다. 그러니 앞으로의 여러분에게는 질책보다 격려가 필요하다 판단합니다. ...원하시는 대로 하시는 이상, 부디 잘 되길 바랍니다.”


뜻밖의 격려. 멍한 군중을 향해 로사가 다시,


“그리고... 너무 힘들면, 혹시라도 지치면 언제든지 제게 다시 돌아오세요. 돌아온 탕아... 하지만 사랑하는 여러분을 위한 식사와 잠자리를, 저는 언제나 준비하고 있겠습니다. ...아시겠죠?”


반항한 자식. 그에 대한 원망 대신 최후의 최후까지 자애로운 어머니.


그녀를 향해 아들이 깊게 절했다.


“거듭 감사를 표합니다...”


“그럼 저는 물러갑니다. ...평안한 하루 되십시오.”


로사가 사라진 허공. 잠시 바라보던 황제는 뒤돌아섰다.


어느덧 들뜬 그가 외쳤다.


“그럼 정식으로 선언하니, 이 건에 대한 그대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지구인들에 대한 위해는 멈추도록 하겠다. 가디언즈 사태는 짐이 따로 수습할 것이며, 영자각인에 대해서도 가장 평화적이고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해낼 것이다. ...이상이다.”


광장을 넘어 베라 아샤르조차 뒤흔들 듯 굉장한 환호가 일었다.


그리고, 손을 잡고 껴안으며 발을 구르는 등의 여러 형태의 즐거움이 조금 가라앉자...


“...황상...?!”


“맙소사...! 이게 무슨...?!”


사태를 깨달은 이들이 급격히 조용해졌다.


지금 운대 위이 벌어진 일, 그 광경을 목도한 이들이 황급히 부복했고 몹시도 당황해했다.


그야말로 전대미문. 어느덧 몸을 굽혀 자신이 지배하는 민중에게 부복한 황제였다.


과거 자신의 아내가 그랬듯 납죽 엎드려 이미 이마가 바닥에 닿은 그는, 마치 신음하듯 외쳤다.


“과거 3만의 지구인과 300만 동족을 죽게 만든 우리들의 입에서, ...저들도 인간이다. 죽이기보다는 살리자... 그런 말이 나오는 것을... 짐은 참 오래 기다렸다네... 너무나도 오래지만, 그대들을 믿고 기다렸다네..!.”


그는 끝내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러니... 오늘 이 자리에서 짐은, 너무나도 자랑스러운 신민 여러분에게... 말로 다할 수 없는 무한한 감사를 표하는 바이다. ...진정으로 감사한다.”


급히 운대 위로 올라간 부왕이 그 어깨에 손을 대며,


“...저희야말로 너무 늦어서... 죄송합니다. ...혼자 참아 오신 그 세월이... 그저 송구합니다.”


이영은 생각했다.


...이 사람은... 그는 정말로 오래 기다려왔을 거다.


누구보다 그 피에 젖었기에, 그 누구보다 괴롭기에...


오늘을 꿈꾸었을 것이다.


“...정말로 감사한다...!”


매제의 부축을 받아 일어선 황제. 그는 다시금 군중을 바라보다 한 번 더 읍했다.


누구보다 강인한 이. 하지만 그 감은 눈매에는,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작은 이슬이 마침내 맺혔다.




이미 축제가 된 바깥에서는 아직도 환호성과 노랫소리가 멈추지 않는다.


늦은 아침식사를 간단히 나눈 후 정무궁으로 향하는 복도. 옆에 붙어 발걸음을 재촉하는 이영에게 황제가 말했다.


“...아직 끝난 게 아냐. 사실 시작이지...”


“그렇겠지요. 그래도 앞으로도 잘 될 겁니다.”


부왕은 마치 꿈꾸는 표정으로,


“진짜 이렇게 되다니... 지금도 실감이 가질 않아요.”


황제도 즐거운 웃음으로 답했다.


“그래. 내가 기대한 것 이상으로 많이 모였고, 다들 내가 원하는 말들을 해 주었어. ...오늘은 몹시도 기쁜 날이군. 너도 참으로 수고했고... 고맙다.”


“별 말씀을... 폐하야말로 너무 고생하셨습니다.”


살짝 고개 젓는 부왕의 어깨를 황제가 두들기는 찰나, 복도 중앙에 떠오른 로사의 화면이 보고했다.


“아직 사람들이 남아 있지만 두드러지는 치안 문제는 없습니다. 자진 해산때까지는 내버려두겠습니다.”


“알았네. 잠시 살펴보고, 그리고...”


황제는 뒤통수를 긁으며,


“미안하이. 괜히 그대만 덤터기를 썼어. 반항한 자식에게 설교까지 들은 엄마라. 참 꼴이 우스워졌으니...”


“괜찮습니다. 최선의 결과가 나왔으니 만족합니다.”


“거듭 미안해. ...그동안 수고했다.”


“폐하께서도 고생하셨습니다.”


옅은 웃음을 남기고 사라진 그녀.


“...로사는 역시 대단하네요.”


이영은 감탄했다.


물리적으로 실존할 수는 없다지만, 모든 것을 예측할 수 있다는 라플라스의 악마에 가장 가까운 존재인 그녀.


초월적인 것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그래. 그렇지... 그렇고말고.”


숨김없는 감탄의 목소리. 황제는 문득 손을 모았다.


“그녀야말로 진정 위대한, 우리 어머니시라네.”




수고하셨어요.


작가의말

마누라 병구완에 바빠야 할 녀석이 만사 내팽개치고 열정적으로 참가하고, 또한 토론 내내 공돌이가 지나칠 정도로 말빨이 좋았다고 생각하신 분이 있다면...

...네. 그런 거에요. ㅎ.


이 파트를 위해서 두 장면을 미리 준비했었습니다.

2부 4권 12장의 파트 3. 황태녀였던 세리사가 군중 앞에 부복하는 것과, 

3부 3권. 1장의 파트 1. 점령한 개성 지역에 행해진 유키나의 방송.

군중 앞에 무릎꿇음은 그 때와 같지만, 그 의미는 다르겠죠.

오래도록 비워둔 칸에 답을 써넣은 것 같아 나름 좋습니다... ㅎ


다음 파트는 이 일의 배경, 6장 1에서 알론 테일러와 불청객(누군지는 빤하죠)의 대화입니다. 마지막까지 이어지는 포석이 될 예정인데... 언제 써먹을지는 저도 모르겠군요.


다음에 뵙겠습니다.


<대사로 보는 다음 파트>


“...그럼 그동안의 강경하신 태도도... 설마...?”

덕분에 오랜만에 악역을 맡고 있네.”


“기술과 체제는 원래 중립적. 그걸 악하게도 선하게도 만드는 것은 바로 인간이라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 작성자
    Lv.99 고철아주큰
    작성일
    16.07.30 23:29
    No. 1

    데우스 엑스 마키나.
    기계장치의 신이 가장 인간적으로 묘사되는군요.
    뭐, 장치적인 측면이 아닌. 되려 칼스가 그 장치가 되긴 했지만 말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대마왕k
    작성일
    16.07.31 12:53
    No. 2

    미래의 예상에서, 인간 이상의 합리성과 도덕률을 갖춘 인공지능의 등장은 예견되어 있습니다. 현대 문명은 기술 문명이고 당분간 벗어나지 않겠지만, 이번 장은 문명 주체가 누구이며 뭐가 중요한가를 다뤄봤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4 정도령
    작성일
    16.07.31 10:22
    No. 3

    자 그럼 이제 가디언드가 숨겨놓은 테러수법이 발견되려나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대마왕k
    작성일
    16.07.31 12:54
    No. 4

    7장 즈음 될 겁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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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9 8장. 괴물의 낙원 (7) 21.06.05 78 2 20쪽
378 8장. 괴물의 낙원 (6) 21.05.28 65 2 19쪽
377 8장. 괴물의 낙원 (5) 21.05.15 63 1 18쪽
376 8장. 괴물의 낙원 (4) 21.05.08 59 1 20쪽
375 8장. 괴물의 낙원 (3) 21.04.30 66 1 19쪽
374 8장. 괴물의 낙원 (2) 21.04.24 66 2 20쪽
373 8장. 괴물의 낙원 (1) 21.04.23 68 1 19쪽
372 7장. 다시 찾은 대지. (7) 21.04.17 71 1 19쪽
371 7장. 다시 찾은 대지. (6) 21.04.16 62 1 19쪽
370 7장. 다시 찾은 대지. (5) 21.04.10 69 2 19쪽
369 7장. 다시 찾은 대지. (4) 21.04.09 67 2 21쪽
368 7장. 다시 찾은 대지. (3) 21.04.03 70 2 20쪽
367 7장. 다시 찾은 대지. (2) 21.04.02 116 1 22쪽
366 7장. 다시 찾은 대지. (1) 21.03.28 77 1 20쪽
365 6장. 동상이몽. (7) 21.03.27 98 1 19쪽
364 6장. 동상이몽. (6) 21.03.21 70 1 18쪽
363 6장. 동상이몽. (5) 21.03.20 92 2 20쪽
362 6장. 동상이몽. (4) 21.03.13 107 1 21쪽
361 6장. 동상이몽. (3) 21.03.12 97 2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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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7 5장. 올림포스 아카데미. (5) 21.02.28 75 1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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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4 5장. 올림포스 아카데미. (2) 21.02.20 83 1 20쪽
353 <15권. 괴물(怪物)의 낙원 後> 5장. 올림포스 아카데미. (1) 21.02.19 136 2 18쪽
352 4장. 대탈출(하). (8) -4부 1권 끝- 20.10.03 182 3 22쪽
351 4장. 대탈출(하). (7) 20.10.02 154 2 23쪽
350 4장. 대탈출(하). (6) 20.09.26 153 1 22쪽
349 4장. 대탈출(하). (5) 20.09.25 115 1 22쪽
348 4장. 대탈출(하). (4) +2 20.09.19 118 3 24쪽
347 4장. 대탈출(하). (3) +2 20.09.18 121 2 22쪽
346 4장. 대탈출(하). (2) 20.09.12 124 2 19쪽
345 4장. 대탈출(하). (1) 20.09.11 139 1 23쪽
344 3장. 대탈출(중). (7) 20.09.05 120 1 21쪽
343 3장. 대탈출(중). (6) 20.09.04 107 1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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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1 3장. 대탈출(중). (4) 20.08.28 118 1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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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1 2장. 대탈출(상). (1) +2 18.10.14 336 3 20쪽
330 1장. 역사의 변화는 언제나 격류. (3) +2 18.09.08 328 2 21쪽
329 1장. 역사의 변화는 언제나 격류. (2) +2 18.09.01 333 3 21쪽
328 1장. 역사의 변화는 언제나 격류. (1) +4 18.08.25 299 4 25쪽
327 4부. 또 다른 세상 <14권. 괴물(怪物)의 낙원 前> 프롤로그 : 발버둥 +2 18.08.25 249 4 2쪽
326 3부. 미래에의 지표 편 후기. +8 18.07.29 259 4 2쪽
325 Ⓡ <13권. 미래(未來)의 지표 後> 에필로그 : 각자의 꿈 +2 18.07.29 250 3 38쪽
324 Ⓡ 8장. 내일에의 선물. (10) +2 18.07.29 219 3 24쪽
323 Ⓡ 8장. 내일에의 선물. (9) +4 18.07.29 210 4 25쪽
322 Ⓡ 8장. 내일에의 선물. (8) +6 18.04.07 263 6 26쪽
321 Ⓡ 8장. 내일에의 선물. (7) +6 18.01.27 321 5 25쪽
320 SS(Special Story) : 구원자 +6 17.12.28 352 5 36쪽
319 SS(Special Story) : 회상(回想) 17.12.28 329 3 17쪽
318 Ⓡ 8장. 내일에의 선물. (6) +3 17.03.18 497 4 26쪽
317 Ⓡ 8장. 내일에의 선물. (5) 17.02.25 357 3 30쪽
316 Ⓡ 8장. 내일에의 선물. (4) +2 17.02.12 457 4 24쪽
315 Ⓡ 8장. 내일에의 선물. (3) +2 17.02.05 627 3 25쪽
314 Ⓡ 8장. 내일에의 선물. (2) +2 17.01.22 535 3 22쪽
313 Ⓡ 8장. 내일에의 선물. (1) +2 17.01.07 641 4 23쪽
312 Ⓡ 7장. 성배(聖杯)는 피를 원한다. (10) 16.12.24 492 4 25쪽
311 Ⓡ 7장. 성배(聖杯)는 피를 원한다. (9) +2 16.12.11 604 3 24쪽
310 Ⓡ 7장. 성배(聖杯)는 피를 원한다. (8) +4 16.11.26 540 4 24쪽
309 Ⓡ 7장. 성배(聖杯)는 피를 원한다. (7) +2 16.11.13 629 3 26쪽
308 Ⓡ 7장. 성배(聖杯)는 피를 원한다. (6) +6 16.10.23 706 5 26쪽
307 Ⓡ 7장. 성배(聖杯)는 피를 원한다. (5) +4 16.10.08 700 5 26쪽
306 Ⓡ 7장. 성배(聖杯)는 피를 원한다. (4) +2 16.09.25 744 3 27쪽
305 Ⓡ 7장. 성배(聖杯)는 피를 원한다. (3) +4 16.09.10 730 4 27쪽
304 Ⓡ 7장. 성배(聖杯)는 피를 원한다. (2) +8 16.09.03 705 3 25쪽
303 Ⓡ 7장. 성배(聖杯)는 피를 원한다. (1) +4 16.08.20 630 4 23쪽
302 Ⓡ 6장. 미래에의 지표. (9) +6 16.08.06 715 3 27쪽
» Ⓡ 6장. 미래에의 지표. (8) +4 16.07.30 811 4 34쪽
300 Ⓡ 6장. 미래에의 지표. (7) +6 16.07.16 860 4 32쪽
299 Ⓡ 6장. 미래에의 지표. (6) +4 16.07.03 758 4 27쪽
298 Ⓡ 6장. 미래에의 지표. (5) +4 16.06.18 750 5 24쪽
297 Ⓡ 6장. 미래에의 지표. (4) +6 16.06.05 731 5 25쪽
296 Ⓡ 6장. 미래에의 지표. (3) +6 16.05.21 838 4 27쪽
295 Ⓡ 6장. 미래에의 지표. (2) +4 16.05.15 1,122 3 25쪽
294 Ⓡ <13권. 미래(未來)의 지표 後> 6장. 미래에의 지표. (1) +4 16.05.08 869 5 24쪽
293 Ⓡ 5장. 판도라의 상자. (6) +6 16.04.30 960 5 21쪽
292 Ⓡ 5장. 판도라의 상자. (5) +4 16.04.20 940 7 25쪽
291 Ⓡ 5장. 판도라의 상자. (4) +6 16.04.09 812 9 25쪽
290 Ⓡ 5장. 판도라의 상자. (3) +10 16.03.26 984 8 26쪽
289 Ⓡ 5장. 판도라의 상자. (2) +4 16.03.20 852 8 21쪽
288 Ⓡ 5장. 판도라의 상자. (1) +4 16.03.12 1,056 7 19쪽
287 Ⓡ 4장. 난장판. (6) +2 16.03.05 731 4 22쪽
286 Ⓡ 4장. 난장판. (5) +4 16.02.27 845 7 25쪽
285 Ⓡ 4장. 난장판. (4) +4 16.02.20 978 8 28쪽
284 Ⓡ 4장. 난장판. (3) +4 16.02.13 1,044 9 26쪽
283 Ⓡ 4장. 난장판. (2) +2 16.02.06 1,040 6 22쪽
282 Ⓡ 4장. 난장판. (1) +2 16.01.30 986 6 20쪽
281 Ⓡ 3장. 열리는 문. (4) +2 16.01.23 840 9 20쪽
280 Ⓡ 3장. 열리는 문. (3) +2 16.01.16 1,014 8 24쪽
279 Ⓡ 3장. 열리는 문. (2) +2 16.01.09 1,054 7 21쪽
278 Ⓡ 3장. 열리는 문. (1) +2 16.01.02 832 9 21쪽
277 Ⓡ 2장. 보다 강인한. (4) +4 15.12.26 1,006 12 21쪽
276 Ⓡ 2장. 보다 강인한. (3) +8 15.12.19 1,029 9 26쪽
275 Ⓡ 2장. 보다 강인한. (2) +4 15.12.12 991 11 19쪽
274 Ⓡ 2장. 보다 강인한. (1) +4 15.12.05 1,109 10 22쪽
273 Ⓡ 1장. 가시나무 둥지. (4) +6 15.11.28 1,114 16 19쪽
272 Ⓡ 1장. 가시나무 둥지. (3) +6 15.11.21 1,255 14 22쪽
271 Ⓡ 1장. 가시나무 둥지. (2) +8 15.11.14 1,028 11 22쪽
270 Ⓡ 1장. 가시나무 둥지. (1) +4 15.11.07 881 7 22쪽
269 Ⓡ <12권. 미래(未來)의 지표 前> 프롤로그 : 시작, 궤멸, 재생의 역사 +6 15.10.31 1,231 9 26쪽
268 Ⓡ <11권. 애증(愛憎)의 파편> 에필로그 : 각자의 밤 (+ 작말후기) +4 15.08.08 890 12 24쪽
267 Ⓡ 8장. 웃을 수 없는 영화. (7) +4 15.08.01 1,031 16 21쪽
266 Ⓡ 8장. 웃을 수 없는 영화. (6) +4 15.07.26 818 10 25쪽
265 Ⓡ 8장. 웃을 수 없는 영화. (5) +4 15.07.18 833 11 25쪽
264 Ⓡ 8장. 웃을 수 없는 영화. (4) +2 15.07.11 1,073 11 22쪽
263 Ⓡ 8장. 웃을 수 없는 영화. (3) +4 15.07.04 1,388 14 20쪽
262 Ⓡ 8장. 웃을 수 없는 영화. (2) +4 15.06.27 1,317 16 21쪽
261 Ⓡ 8장. 웃을 수 없는 영화. (1) +4 15.06.20 1,544 13 32쪽
260 Ⓡ 7장. 만화경(萬華鏡). (4) +6 15.06.14 1,341 15 27쪽
259 Ⓡ 7장. 만화경(萬華鏡). (3) +4 15.06.07 968 13 25쪽
258 Ⓡ 7장. 만화경(萬華鏡). (2) +2 15.05.30 1,290 12 29쪽
257 Ⓡ 7장. 만화경(萬華鏡). (1) +12 15.05.23 955 13 24쪽
256 Ⓡ 6장. 바퀴는 멈추었다. (5) +4 15.05.17 1,067 14 22쪽
255 Ⓡ 6장. 바퀴는 멈추었다. (4) +4 15.05.16 911 15 21쪽
254 Ⓡ 6장. 바퀴는 멈추었다. (3) +2 15.05.10 1,036 18 27쪽
253 Ⓡ 6장. 바퀴는 멈추었다. (2) +4 15.05.09 1,076 18 23쪽
252 Ⓡ 6장. 바퀴는 멈추었다. (1) +4 15.05.03 1,107 9 22쪽
251 Ⓡ 5장. 돌고 도는. (3) +4 15.05.02 1,096 11 23쪽
250 Ⓡ 5장. 돌고 도는. (2) +4 15.04.26 1,000 13 23쪽
249 Ⓡ 5장. 돌고 도는. (1) +4 15.04.25 1,120 13 22쪽
248 Ⓡ 4장. 모자라고 비었기에, 갈구하고 채워진다. (3) +2 15.04.19 1,019 12 21쪽
247 Ⓡ 4장. 모자라고 비었기에, 갈구하고 채워진다. (2) +4 15.04.18 1,113 15 21쪽
246 Ⓡ 4장. 모자라고 비었기에, 갈구하고 채워진다. (1) +6 15.04.12 1,437 13 18쪽
245 Ⓡ 3장. 무대 뒤의 속삭임. (3) +6 15.04.11 1,339 16 17쪽
244 Ⓡ 3장. 무대 뒤의 속삭임. (2) +6 15.04.04 1,261 12 28쪽
243 Ⓡ 3장. 무대 뒤의 속삭임. (1) +6 15.03.28 1,438 15 18쪽
242 Ⓡ 2장. 맺은 끈과 꼬인 끈. (3) +2 15.03.25 1,395 17 17쪽
241 Ⓡ 2장. 맺은 끈과 꼬인 끈. (2) +4 15.03.21 1,149 12 18쪽
240 Ⓡ 2장. 맺은 끈과 꼬인 끈. (1) +2 15.03.18 1,298 15 19쪽
239 Ⓡ 1장. 빛과 그림자. (3) +4 15.03.14 1,381 20 17쪽
238 Ⓡ 1장. 빛과 그림자. (2) +4 15.03.11 1,299 16 15쪽
237 Ⓡ 1장. 빛과 그림자. (1) +8 15.03.07 1,428 20 18쪽
236 Ⓡ <11권. 애증(愛憎)의 파편> 프롤로그 : 일방통행 +8 15.02.27 1,746 20 12쪽
235 과거의 유산 후기 & 공지 +16 14.12.29 1,521 19 3쪽
234 Ⓡ <10권. 과거(過去)의 유산> 에필로그 : 바보 이반의 나라는 평화로웠다 +10 14.12.28 1,277 23 27쪽
233 Ⓡ 8장. 죽음에 이르는 병. (3) +10 14.12.27 1,047 19 28쪽
232 Ⓡ 8장. 죽음에 이르는 병. (2) +10 14.12.21 1,194 16 26쪽
231 Ⓡ 8장. 죽음에 이르는 병. (1) +12 14.12.20 1,679 21 22쪽
230 Ⓡ 7장. 요구받은 혈채(血債). (3) +14 14.12.14 1,403 18 16쪽
229 Ⓡ 7장. 요구받은 혈채(血債). (2) +6 14.12.13 1,167 27 22쪽
228 Ⓡ 7장. 요구받은 혈채(血債). (1) +12 14.12.07 1,433 19 18쪽
227 Ⓡ 6장. 피로 씻은 피. (3) +10 14.12.06 1,722 21 19쪽
226 Ⓡ 6장. 피로 씻은 피. (2) +12 14.11.30 1,467 25 20쪽
225 Ⓡ 6장. 피로 씻은 피. (1) +12 14.11.29 1,623 23 16쪽
224 Ⓡ 5장. 장미꽃밭 아래 피어나는 양귀비꽃. (3) +12 14.11.26 1,711 20 16쪽
223 Ⓡ 5장. 장미꽃밭 아래 피어나는 양귀비꽃. (2) +14 14.11.23 2,045 19 19쪽
222 Ⓡ 5장. 장미꽃밭 아래 피어나는 양귀비꽃. (1) +10 14.11.22 1,593 23 22쪽
221 Ⓡ 4장. 겨울을 대비하는 이들의 자세. (3) +14 14.11.19 1,630 30 19쪽
220 Ⓡ 4장. 겨울을 대비하는 이들의 자세. (2) +16 14.11.16 1,330 22 21쪽
219 Ⓡ 4장. 겨울을 대비하는 이들의 자세. (1) +8 14.11.15 1,605 19 18쪽
218 Ⓡ 3장. 음모의 시작. (3) +12 14.11.12 1,745 22 21쪽
217 Ⓡ 3장. 음모의 시작. (2) +4 14.11.11 1,589 25 19쪽
216 Ⓡ 3장. 음모의 시작. (1) +8 14.11.10 1,505 23 20쪽
215 Ⓡ 2장. 마음의 끈. (3) +14 14.11.09 1,742 39 21쪽
214 Ⓡ 2장. 마음의 끈. (2) +6 14.11.08 1,627 24 25쪽
213 Ⓡ 2장. 마음의 끈. (1) +6 14.11.02 1,585 27 20쪽
212 Ⓡ 1장. 그들의 봄. (3) +10 14.11.01 1,321 15 12쪽
211 Ⓡ 1장. 그들의 봄. (2) +12 14.10.26 1,719 19 14쪽
210 Ⓡ 1장. 그들의 봄. (1) +6 14.10.25 1,701 26 18쪽
209 Ⓡ <10권. 과거(過去)의 유산> 프롤로그 : 10년, 그 변화의 흐름 +12 14.10.20 1,501 33 6쪽
208 변혁의 시대 후기 & 설문. +18 14.10.12 1,372 25 8쪽
207 Ⓡ <9권. 변혁(變革)의 시대> 에필로그 : 변혁의 시대 +14 14.10.11 1,817 29 28쪽
206 Ⓡ 8장. 두려움을 지우는 말. (3) +8 14.10.10 1,583 21 17쪽
205 Ⓡ 8장. 두려움을 지우는 말. (2) +10 14.10.09 1,343 24 20쪽
204 Ⓡ 8장. 두려움을 지우는 말. (1) +8 14.10.08 1,444 23 19쪽
203 Ⓡ 7장. 경계선. (3) +10 14.10.07 1,605 22 16쪽
202 Ⓡ 7장. 경계선. (2) +6 14.10.06 1,434 19 18쪽
201 Ⓡ 7장. 경계선. (1) +14 14.10.05 2,117 21 18쪽
200 Ⓡ 6장. 신의 아들. (3) +12 14.10.04 1,703 27 18쪽
199 Ⓡ 6장. 신의 아들. (2) +10 14.10.01 1,841 27 25쪽
198 Ⓡ 6장. 신의 아들. (1) +10 14.09.30 1,430 26 23쪽
197 Ⓡ 5장. 돌이킬 수 없는 일. (3) +4 14.09.29 2,449 21 19쪽
196 Ⓡ 5장. 돌이킬 수 없는 일. (2) +8 14.09.28 1,738 23 21쪽
195 Ⓡ 5장. 돌이킬 수 없는 일. (1) +10 14.09.27 1,875 24 22쪽
194 Ⓡ 4장. 많이 아픈 찔러보기. (3) +8 14.09.26 1,956 28 16쪽
193 Ⓡ 4장. 많이 아픈 찔러보기. (2) +4 14.09.25 1,609 29 15쪽
192 Ⓡ 4장. 많이 아픈 찔러보기. (1) +8 14.09.23 1,723 25 18쪽
191 Ⓡ 3장. 불편한 진실. (3) +20 14.09.21 2,154 33 21쪽
190 Ⓡ 3장. 불편한 진실. (2) +8 14.09.19 1,718 22 17쪽
189 Ⓡ 3장. 불편한 진실. (1) +8 14.09.18 1,638 32 19쪽
188 Ⓡ 2장. 인간의 땅. (3) +6 14.09.16 1,986 33 19쪽
187 Ⓡ 2장. 인간의 땅. (2) +8 14.09.15 1,924 21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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