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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령 님의 서재입니다.

얼음의 아리시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을령
작품등록일 :
2015.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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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08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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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6.09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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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제10장 - 당신이 사라 시헤리드로군요(3)

DUMMY

리아센제국.

3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이 제국은, 그 전, 천 년에 가까운 시간을 대륙의 맹주로 군림했던 아이리스제국을 고작 3년의 시간 만에 무너트리고 유프레이시아 대륙의 반이 넘은 영토를 차지한 대제국이다.


그 위업을 마친 이는 초대 황제 차돌프 대제이나, 사실 상, 리아센의 영웅은 100여 년 전, 일게 노예의 신분에서 왕좌에 올라 리아센의 문화와 국력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킨 프초왕과 그의 가신들이었다.

대륙 남서쪽 끝자락에 위치한 소국에 불과하던 리아센은 대륙전쟁 전, 50년 전만 하더라도 초기 부족국가형태를 채 벗어나지 못한 후진 국가로, 사실 왕국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민망한 수준이었다. 다른 소국들과 마찬가지로 그들 역시 인접하고 있는 아이리스제국과 무수한 국지전을 벌여야만 했고, 번번이 아이리스군에 패한 리아센의 수만은 포로들이 아이리스에 노예로 잡혀 들어가고는 했다.

프초왕은 이들 노예들 중 한 명이었다.

아이리스제국의 대귀족에게 노예로 팔려갔던 여덟 명의 리아센인들이 탈출을 시도하여 마도 왕국의 유적으로 흘러들어가게 되는데, 그들 중 한 명이 바로 프초왕이고, 그 일곱 명의 노예가 훗날, 그의 최측근 가신으로 성장하게 되는 7대 공작이 된다. 리아센의 전설 속에서 이 여덟 명의 영웅들은 세리아니얀왕국으로 향하는 배를 빼앗아 옛 마도왕국의 유적을 찾아들어가 그곳에서 리아센의 7대 보물을 얻게 되는 것으로 전해지나, 진실 된 역사에서는 태풍을 만나 난파된 배에서 극적으로 살아난 여덟 명의 노예가 우연히 결계를 넘어 세리아니얀왕국으로 흘러들어가 그곳에서 고대 마도 왕국의 유적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 정설이다. 하지만 거기에도 약간의 비밀이 깃들어 있는데, 그들이 일곱 가지의 보물을 얻게 되는 과정에는 세리아니얀왕국의 국왕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황가의 몇 명에게만 비밀리에 전해진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전까지 리아센 왕국은 왕국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만큼 낙후 된 곳이었다. 그 전까지 제대로 된 문자하나가 없었으며, 풀을 찾아 떠돌며 차우나 말등을 길러 생활하는 유목민이나, 그것도 모자라 아예 수렵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곳이었다. 그나마 농축산 기술도 그 수준이 여타 다른 왕국들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져 늘 기아에 허덕이는 실정이었다. 오죽하면 당시 영토 확장에 열을 올리던 아이리스의 황제가 리아센의 수도를 직전에 두고서 말을 돌려 되돌아왔을 정도였으니 그 현실은 더욱 참혹했다.

그런 곳의 출신, 그것도 도망친 노예들이 마도왕국의 유적을 찾았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으며, 설령 그곳에서 행운으로나마 마도시대의 보물들을 얻었다고 한들, 제대로 글 한 줄 읽을 줄 모르는 그들이 3년의 시간 만에 뛰어난 학식과 검술, 그리고 마법을 익혔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여하튼, 그 프초왕과 그를 따르는 일곱 명의 리아센인이 유적을 나섰을 때는 지금의 마스터급의 검사 다섯 명과 세 명의 7서클의 마법사로 탈바꿈 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의 현실에 맞춰보아도 작은 소왕국에 다섯 명의 마스터와 세 명의 7서클마법사라는 전력은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하물며 당시에는 지금의 족히 세 배 이상의 힘을 가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고향으로 되돌아온 이 여덟 명의 리아센인들은 그 후, 우후죽순으로 떠돌던 부족들을 빠르게 병합해, 리아센을 장악나가기 시작했고, 그와 맞물려 리아센은 급속도로 성장하기 작했다.

그렇게 대를 이어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던 그들은 94년 전, 정치적으로 부패하여 쇠락해가던 아이리스제국과 3년간의 전쟁을 치른다. 그리고 3년 만에 그 당시 제국 아이리스가 차지하고 있던 영토의 대부분을 그대로 복속하여 지금의 제국 리아센을 탄생시키게 된다.



가지각색의 키 작은 선인장들이 끝도 없이 펼쳐진 벌판에 마차 한 대가 지나다닐 만큼의 넓이로 구불구불 이어진 길이 나 있다. 그 옛날 리아센의 3대 황제 차돌프 바르디카에 쫓기 던 세일루니아의 왕이 후퇴도중 이름 모를 풍토병에 목숨을 읽었다고 전해지는 이 길은, 어딘가에 세일루니아 왕의 무덤이 있다고 전해져 <저주를 품은 왕의 무덤>라는 이름이 전해진다.

아벨산맥을 넘어 후퇴한 세일루니아인들을 뒤로한 체 리아센 황제가 회군을 한 이 후로 수도 리아센트와 동부의 소도시들을 이어주는 중요한 길이 되었지만, 또한 <저주를 품은 왕의 무덤>이라는 불길한 이름으로 인해 사람들의 왕래가 그다지 많지 않아 군데군데 잡풀들이 솟아 나 있기 까지 했다.

마차라고 부르기에는 왠지 민망한 수레 한 대가 그 잡풀들을 뉘이고 긴 수레바퀴자국을 관도 위에 그리며 달리고 있다. 아니 달린다기보다는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편이 맞았다. 어딘가 위태롭게, 휘청거리는 수레를 한 마리의 거대한 소가 끌고 있었는데 온몸이 하얗고, 얼굴 주위로, 마치 사자의 갈기처럼 털이 나 있으며, 아래턱에는 염소처럼 수염이 자라나 있는 소였다. 소는 이마에서 앞으로 길게 뻗은 세 개의 뿔을 좌우로 흔들어 대며 느린 걸음으로 수레를 끌고 있었다. 그 크기가 보통 기사들이 타고 다니는 말의 두 배에 달하는 크기를 지녔는데, 지구의 말보다도 더 큰 이곳의 말들과 비교해 본다면 그 힘 또한 지구의 소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강했다. 주로 대 상단들이 무거운 짐을 싣고 나르는 일에 쓰이는데, 이 챠우라는 이름의 소를 몰아 사람이 타고 있는 수레를 끌고 있는 사람은 다름이 아닌 어둠의 기사 크레이트였다.


"와! 그렇다면 리아센의 공작들 모두 마스터라는 말인가요?"


자신의 옆에 앉아 자신이 들려주는 리아센의 이야기를 들으며 연신, 감탄사를 연발하고 있는 리아나를 바라보며 크레이트의 입가에도 자연스레 미소가 번졌다.


“처음에 공작의 작위를 내려 받은 일곱 명의 가신들 중에 검의 가문은 네 가문이었지요. 하지만 그 중에 두 가문이 사라지고, 지금은 새로이 네 개의 공작가가 추가되어 모두 여섯 가문이 검의 명가로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새로 추가된 공작가문 중에 하나가 시헤리드공작가문이지요."


"그 샘프리스 사후, 처음으로 여 마스터를 배출해 냈다는 시헤리드가문이군요."


"잘 알고 계시네요. 리아나님. 사라 시헤리드님이시지요. 리아센의 태풍이라고 불리우며, 시헤리드 공작가의 첫째 딸이자 샘프리트 기사학교의 교장직을 맡고 계시구요."


리아나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지어졌다.


“크레이트님은 사라님을 뵌 적이 있나요?”


“곧 도착할 바델영지의 영주이신 헤리온 자작부인께서 옛날, 사라 시헤리드님과 샘프리트 기사학교에서 함께 수학했던 후배이십니다. 저와도 조금 안면이 있는데, 저 번에 말씀드렸던, 샘프리트 기사학교에 추천장정도 써주실 만큼의 인연은 됩니다. 몇 년 전, 사라님께서 이곳 바델 영지에 오신 적이 있었죠. 그때 헤리온 자작부인의 배려로 만찬회장에서 잠시 뵌 적이 있습니다.”


“사라님은...... 어떤 분인가요?”


크레이트가 멋쩍게 뒷머리를 긁적이며 웃었다.


“뭐 잠깐 뵌 것이라 정확히 말을 할 수는 없지만, 딱히 검사로서의 기도 같은 걸 지니지 않은 평범한 여인이었습니다. 오히려 그래서 그것이 더 인상적이였을 수도 있구요.”


리아나는 무언가 더 물어보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머릿속에 자꾸만 타지아에서 만났던 사기꾼 사라의 얼굴이 떠올라 흥이 날아가 버렸다.


“뭐, 리아센 제국을 여행하시다보면 자연스럽게 사라님에 대한 일화들을 많이 듣게 되실 겁니다. 적어도 이 리아센에서 그 분만큼 유명한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어딘가 시무룩해진 리아나 때문에 말을 멈춘 크레이트가 가만히 뒤를 돌아보았다. 수레 위에는 아리시아와 마리엔이 양편에 마주 않아 있고, 끝자리에 홀로 앉은 미리는 무언가 심각한 얼굴로 턱을 고이고서 생각에 잠겨 있었다.

꼿꼿한 자세로 앉아 마법서를 읽고 있는 마리엔과는 달리, 아리시아는 손위에 올려 진 무언가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흥미를 잃고 고개를 돌리려던 크레이트가 신기한 것을 발견한 아이처럼 눈을 뻔쩍 떴다. 아리시아의 손 위에 있는 것은 작은 칼이었다. 그것은 얼음으로 만들어진 투명한 단도였는데 아리시아의 손 위에서 빙글빙글 돌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동작을 멈추고는 서서히 떠올랐다. 그리고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서서히 공중을 휘젓고 다니기 시작했다.


‘대체 어떻게 저런 마법이 가능할 수 있지?’


마차를 모는 것도 잊은 체, 크레이트는 아리시아의 얼음의 단도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마법서를 읽다가 문뜩 떠오른 상념에 아리시아는 눈앞에 얼음의 단도를 만들어 내 나름의 컨트롤 훈련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손 위에 바람이 일어났다. 그것의 원리는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 그저 자신의 의지에 의해 나타나는 힘이라는 것외에는 딱히 그것을 증명할 어떠한 이론도 찾아내지 못했다.

정말 이상한 것이 센틀러의 연구실을 떠난 지 고작 두 달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였지만 초능력, 그러니까 그녀의 정령력은 그전에 지구에서의 그것과는 확연하게 달라져 있었다. 지구에서도 그녀는 얼음의 창을 만들 수 있었고, 얼음의 검을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후로는 그것을 조금 더 빠르게, 또 단단하게 만드는 훈련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처음에는 그저 마법을 흉내 내, 그저 쏘아 보내기만 했던 얼음의 화살은 이제는 열 개 이상 만들어 낼 수 있을 만큼 발전해 있었으며, 또한 하나하나 조종이 가능해져 이제는 공중에서 이렇듯 자유자제로 움직일 수가 있었다. 물론 열 개의 화살을 컨트롤하는 것은 모두 아슈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고, 만약 그 컨트롤의 정확도를 조금만 낮춘다면 서른 개의 얼음의 화살도 만들어 낼 수 있을 만큼발전한 상태였다.

정말 비약적인 발전이었다. 거기다 마족 펠츠르토를 상대하면서 그녀의 얼음의 대검과 얼음 갑옷도 더욱 단단해 졌고, 모양도 점점 세련되고 정교해져갔다. 그러니까 자신의 기억 속에 떠오른 어떤 모습을 그대로 구연해 내는 정도에 까지 이른 상태였다.


'지구에서 지금만큼 컨트롤을 할 수 있었다면 그들을 이길 수 있었을까?'


아리시아는 고개를 저었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자신보다 더 뛰어난 실력을 지닌 수 많은 초능력자들이 모두 힘을 합해 대항 했지만 실패한 일이었다.


‘이제 소용이 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그러나 아리시아는 그들 카자르인을 상대 할 수 있을 만큼의 능력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 시작은 지금 눈앞에 떠있는 이 투명한 얼음의 단검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악, 나무요! 크레이트님!”


멍하니 단검의 움직임을 쫓고 있던 크레이트가 리이나의 외침에 깜짝 놀라 돌아보니 어느새 길을 한참이나 벗어 난 차우가 거대한 나무기둥에 머리를 처박기 직전이었다. 깜짝 놀란 크레이트가 급히 고삐를 당겨 소를 멈춰 세웠다. 리아나의 외침에 마법서를 읽고 있던 마리엔도, 생각에 잠겨있던 미리도 놀라 고개를 들었다.

식은땀을 닦아낸 크레이트가 뒷통수를 긁으며 고개를 돌렸다.


“이제 헤리온자작영지가 가까워 오나보네요. 나무들이 보이는 거 보니.”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하는 마차 위에서 아리시아는 다시 마법서를 꺼내 읽기 시작했고, 크레이트는 어딘가 주눅이 들어 간 듯 어깨를 축 늘어드리고서 힘없이 마차를 몰았다. 그런 크레이트에게 리아나가 물었다.


“그러고보니 리아센은 검사의 제국이라고 불리죠? 헌데 7대 가신 중에 세 곳은 마법사가문이 아닌가요?”


“리아센의 공작들 중에 마법가문은 채라이더 공작가문과 베아리트 공작가문 두 곳 뿐입니다. 물론 두 가문 역시 훌륭한 마법사 가문이지만, 검의 여섯 가문에는 아무래도 힘에서 밀리는 경향이 있지요. 그래도 리아센에 이 두 마법가문마저 없다면, 리아센도 지금의 세를 유지하기는 힘들겠지요.”


크레이트가 말을 마치자 이번에는 마차 뒤쪽, 책을 읽고 있던 아리시아가 크레이트에게 질문을 던졌다.


“채라이더 가문에 대해 알고 계신 것이 있으시면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던 크레이트가 다시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사실 리아센에서 마법가문은 그리 크게 화제가 되지 못합니다. 지금은 수도의 리아센마탑의 탑주에는 베아리트가문의 콜더 젠 베아리트공작이 맡고 있고, 베아리트가문에 밀린 채라이더 가문은 요 몇 년간 그다지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채라이더 젠 카트라 공작에 대한 소식은 없었나요?”


잠시 눈을 치켜뜨고서 생각에 잠겼던 크레이트는 그러나 다시 고개를 저었다.


“전,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니예요.”


말없이 고개를 저어 보인 아리시아는, 이내 관심을 끊고 마법책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무리 리아센이 검의 제국이라고 해도 마법가의 공작가문이 두 곳 뿐이라니 이상해요. 다른 한 곳은 아예 없어졌나요?”


아리시아를 대신해 리아나의 질문이 이어졌다.


“사실 처음 일곱 가신에서 들었던 세 공작가문 중에, 지금 리아센에 남은 마법가문은 채라이더 공작가문 뿐입니다. 남은 두 곳은 제국이 세워질 무렵, 사라져버렸지요. 그들이 사라진 이유는 아직까지 정설로 전해지는 것은 없습니다. 다만...... 어?”


중간에서 말을 끊은 크레이트가 급히 차우의 속도를 늦췄다. 마차의 속도가 줄어들자 모두의 시선이 앞으로 향했다.


"무슨 일이지?"


멀리, 초록색 넝쿨들에 쌓인 거대한 바델의 외성이 모습을 드러냈는데, 바델성의 성문 앞이 웬일인지 어수선했다. 성문을 통과하기 위해 길게 늘어선 사람들 주위로 말에 탄 여러 명의 기사들이 모여 있었는데 그들의 모습이 어딘가 일사 분란하지 않고 어수선하기 짝이 없었다.

크레이트가 다시 천천히 차우를 몰아 성문 앞으로 다가가자, 검은색 말 위에서 회색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이것저것 지시를 내리고 있던 중년의 여인이 다른 기사들 사이를 비집고서 다가왔다. 마부석에서 뛰어내린 크레이트가 여기사를 향해 알은 채를 했다.


“헤리온 자작부인을 뵙습니다.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오랜만에 뵙네요. 어둠의 기사 크레이트경.”


중성적인 목소리에, 단단한 체구를 지닌 헤리온 자작부인은 수레 위의 인영들을 한 번 살피고는 크레이트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 답했다. 대게의 기사들과는 다르게 어둠의 기사인 자신에게 경의 호칭을 붙여주는 여기사에게 크레이트는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네고는 헤리온 자작부인의 뒤쪽을 향해 잠시 시선을 던졌다가 다시 자작부인과 눈을 마주쳤다.


“헤리온 자작께서도 나와 계시고....... 성 내에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무표정하던 헤리온 자작부인의 눈가에 옅은 주름이 잡혔다. 그녀가 보일 수 있는 기쁨의 표현 중에 제일 위에 있을 듯 한 미소가 드러났다.


“네, 오늘 사라 시헤리드님께서 방문하시겠다고 연락을 해 오셔서 기다리고 있는 중이예요.”


“아!”


곁눈질로 헤리온 자작부인의 모습을 훔쳐보던 리아나가 ‘사라 시헤리드'라는 말에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내뱉었다. 그런 리아나에게 시선을 던지는 헤리온부인에게 리아나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저는 체도얀가문의 견습기사 르마스라고 합니다.”


“아! 체도얀! 영지가 멀어 자작님을 직접 뵌 적은 없지만 훌륭한 기사라고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잘 계시는가?”


“네.......”


직접 본적이 없기로는 마찬가지인 리아나의 입에서 흐릿할 수밖에 없는 대답이 흘러나오자, 헤리온 자작부인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아직 기사로서의 기도는 갖추지 못했군. 특히 여기사가 되겠다면 더욱 마음을 다잡아야할 거야.”


사실 바델의 영주 헤리온자작은 검술에 그다지 재능이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의 아내 헤리온자작부인이 오러를 더 능숙하게 다루기로 유명했는데, 리아센 동부에선 제법, 그 이름이 널리 알려진 여기사였다.


“명심하겠습니다.”


“아! 여기 계신 분은 저와 같이 몽트라므님을 모시는 어둠의 사제, 아리시아사제이시고, 옆에 분은 에오르타자작가문의 수석마법사이신 메리앤님이십니다.”


홀로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리아나를 위해 크레이트가 다른 일행들을 소개했다. 말없이 고개만을 끄덕이는 헤리온 자작부인에게 크레이트가 다시 물었다.


“헌데, 혹시 그것 말고 다른 일도 있는지요?”


잠시 뜸을 들이던 헤리온 자작부인은, 그러나 이내 고개를 내저으며 돌아섰다.


“아니예요. 사라님께서 도착하시면 작은 연회를 열 생각이니, 크레이트경도 참석해 주세요.”


“말씀만으로도 감사드립니다.”


무언가 알 수 없는 이유들이 여럿 있는 듯 보였지만, 더 캐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라 크레이트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러났다. 리아나를 비롯한 아리시아의 일행들 모두 어둠의 신전에서 받아온 암으로 신원을 확인 받은 후에 성문을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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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제10장 - 당신이 사라 시헤리드로군요(9) 19.04.06 52 1 13쪽
70 제10장 - 당신이 사라 시헤리드로군요(8) 19.04.03 55 1 13쪽
69 제10장 - 당신이 사라 시헤리드로군요(7) 19.04.02 62 1 17쪽
68 제10장 - 당신이 사라 시헤리드로군요(6) 19.03.29 59 1 12쪽
67 제10장 - 당신이 사라 시헤리드로군요(5) 19.03.27 56 1 15쪽
66 제10장 - 당신이 사라 시헤리드로군요(4) 19.03.25 106 1 13쪽
» 제10장 - 당신이 사라 시헤리드로군요(3) +1 15.06.09 411 4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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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제10장 - 당신이 사라 시헤리드로군요(1) 15.05.26 483 9 15쪽
62 제9장 - 어둠의 신전으로 모시겠습니다.(6) +1 15.05.18 402 7 16쪽
61 제9장 - 어둠의 신전으로 모시겠습니다.(5) +1 15.05.15 401 7 17쪽
60 제9장 - 어둠의 신전으로 모시겠습니다.(4) 15.05.13 477 10 20쪽
59 제9장 - 어둠의 신전으로 모시겠습니다.(3) 15.05.12 352 8 24쪽
58 제9장 - 어둠의 신전으로 모시겠습니다.(2) +1 15.05.05 427 4 20쪽
57 제9장 - 어둠의 신전으로 모시겠습니다.(1) +1 15.05.04 484 6 18쪽
56 제8장 - 모두 제국으로 가는 건가요?(10) +2 15.05.03 464 11 22쪽
55 제8장 - 모두 제국으로 가는 건가요?(9) +1 15.05.02 386 5 19쪽
54 제8장 - 모두 제국으로 가는 건가요?(8) 15.05.01 450 9 15쪽
53 제8장 - 모두 제국으로 가는 건가요?(7) +2 15.04.30 381 6 19쪽
52 제8장 - 모두 제국으로 가는 건가요?(6) +1 15.04.29 335 7 23쪽
51 제8장 - 모두 제국으로 가는 건가요?(5) +2 15.04.28 461 10 17쪽
50 제8장 - 모두 제국으로 가는 건가요?(4) +2 15.04.27 436 9 22쪽
49 제8장 - 모두 제국으로 가는 건가요?(3) 15.04.26 416 10 21쪽
48 제8장 - 모두 제국으로 가는 건가요?(2) 15.04.25 496 9 19쪽
47 제8장 - 모두 제국으로 가는 건가요?(1) +2 15.04.24 477 7 20쪽
46 제7장 - 이렇게 쉽게 끝날리가 없지(8) +2 15.04.23 503 15 19쪽
45 제7장 - 이렇게 쉽게 끝날리가 없지(7) +2 15.04.22 378 9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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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제7장 - 이렇게 쉽게 끝날리가 없지(5) 15.04.20 458 10 17쪽
42 제7장 - 이렇게 쉽게 끝날리가 없지(4) +1 15.04.19 526 11 17쪽
41 제7장 - 이렇게 쉽게 끝날리가 없지(3) 15.04.18 534 15 20쪽
40 제7장 - 이렇게 쉽게 끝날리가 없지(2) +3 15.04.17 511 14 17쪽
39 제7장 - 이렇게 쉽게 끝날리가 없지(1) 15.04.16 398 10 19쪽
38 제6장 - 므로도스가의 마법사이십니까?(9) +2 15.04.15 565 11 22쪽
37 제6장 - 므로도스가의 마법사이십니까?(8) +2 15.04.14 347 14 20쪽
36 제6장 - 므로도스가의 마법사이십니까?(7) 15.04.13 424 14 27쪽
35 제6장 - 므로도스가의 마법사이십니까?(6) 15.04.12 532 12 19쪽
34 제6장 - 므로도스가의 마법사이십니까?(5) +2 15.04.11 501 8 16쪽
33 제6장 - 므로도스가의 마법사이십니까?(4) 15.04.10 463 13 16쪽
32 제6장 - 므로도스가의 마법사이십니까?(3) +1 15.04.09 590 11 15쪽
31 제6장 - 므로도스가의 마법사이십니까?(2) +3 15.04.08 408 11 11쪽
30 제6장 - 므로도스가의 마법사이십니까?(1) +1 15.04.07 626 12 17쪽
29 제5장 - 제게 검술을 가르쳐 주실 수 없나요?(8) +1 15.04.06 562 9 18쪽
28 제5장 - 제게 검술을 가르쳐 주실 수 없나요?(7) 15.04.05 503 13 18쪽
27 제5장 - 제게 검술을 가르쳐 주실 수 없나요?(6) +1 15.04.04 449 11 14쪽
26 제5장 - 제게 검술을 가르쳐 주실 수 없나요?(5) +1 15.04.03 421 12 17쪽
25 제5장 - 제게 검술을 가르쳐 주실 수 없나요?(4) +2 15.04.02 550 14 17쪽
24 제5장 - 제게 검술을 가르쳐 주실 수 없나요?(3) +1 15.04.01 463 15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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