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을령 님의 서재입니다.

얼음의 아리시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을령
작품등록일 :
2015.03.16 00:00
최근연재일 :
2019.04.08 22:19
연재수 :
72 회
조회수 :
37,646
추천수 :
775
글자수 :
553,977

작성
15.04.16 16:26
조회
398
추천
10
글자
19쪽

제7장 - 이렇게 쉽게 끝날리가 없지(1)

DUMMY

리비안의 마탑은, 총 일곱 개의 층으로 이루어진 원통형태의 거대한 건축물이다. 보통 마법사들의 터전이 그러하듯이, 마탑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몇 명의 마법사들이 존재하는지, 하다 못해 영주의 본 모습이 어떠한지 조차도 비밀에 싸여 있는 이 마탑은, 어지간한 능력의 마법사가 아니고서는 아예 발조차 들일 수 없는 미지의 장소다.

1층에서부터 2층까지는 온전히 리비안의 주인인 므로도스가문의 영주성이 자리하고, 그 위층부터는 수많은 마법사들이 리비안의 주인인 므로도스가를 위해 새로운 마법을 개발하는 연구실과 마법사들이 마법을 닦는 수련실이 있었고, 수많은 마법서적과 마법대륙으로부터 전해진 룬어와 마법물품들에 대한 자료들이 풍부하게 마련되어 있는 도서관이 존재했다. 그러나 그것도 대략적인 이야기 일뿐, 보다 세세한 사실들은 역시 알려진 바가 없었다.

보통의 영주성과는 확연히 다른, 깊고 음습한 기운이 풍기는 광활한 늪지대와 7층의 마탑을 뛰어 넘어 훨씬 높이 자란 기괴한 모양의 나무들이 숲을 이루는 오지의 정글 속에 파묻혀 있

는 듯이 자리한 마탑은, 리비안의 일반 주민들이 살고 있는 시가지와도 20여 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에 있어서, 그 실체조차 보지 못하고 죽는 리비안의 주민이 있을 정도로 접근이 힘든 곳이었다.

그런 베일에 싸인 이 곳, 리비안의 마탑 지하에 위치한 드넓은 동공에 웬일로 수십 명의 마법사들이 모여있었다. 둥근 원통형의 벽을 촘촘하게 매우며 꽂혀있는 수많은 촛불이 밝히고 있는 것은, 그 옛날 센틀러의 마법동굴에 있던 것보다 족히 대여섯 배는 큰 동그란 모양의 마법진이었다.

마법진의 문양을 따라 금빛의 가루가 뿌려져 있고 붉은 로브로 온 몸을 가리고 있는 삼십 여 명의 마법사들이 그 것을 따라 둥글게 에워싸고서 서 있었다. 그들의 붉은 로브의 등 뒤에는, 금빛의 마법진 위에 파란색지팡이와 붉은색지팡이가 서로 엇갈리게 놓여 있는 가문의 문장이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들과 약 열 걸음쯤 떨어진 곳에, 마찬가지로 붉은색 로브를 입은 수십 명의 마법사들이 서서히 빛을 발하고 있는 마법진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법진 옆에 가장 가까이 서 있던 마법사 한 명이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 상단에 위치한 자리에 서 있는 낡은 로브를 입은 중년의 남자에게로 다가갔다. 중년의 남자는 마법사들 중에서 후드로 얼굴을 가리지 않은 몇 명의 인물들 중에 하나였는데, 적갈색의 머리카락을 뒤로 단정하게 묵은 채로, 딱딱하게 굳어진 얼굴을 하고서 마법진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타지아의 마탑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낡은 로브의 남자는 아무런 말없이 약간, 고개만 끄덕여보였다.

잠시의 기다림이 지나고, 서서히 금빛의 기운을 발하던 마법진 위로 붉은 색을 띤 불기둥이 솟아올랐다. 그와 함께 마법진을 둘러 서 있던 수 십 명의 마법사들이 각자 손에 들고 있던 마법지팡이를 높이 쳐들고서 일제히 마법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한참동안 이어지던 마법사들의 주문이 끝나고 천장을 뚫어버릴 듯이 뿜어내던 불기둥이 서서히 사라지자 여섯 명의 인원이 마법진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양 옆으로 세 명씩 일렬로 늘어 선 그들의 중간에는 하얀 천에 싸인 긴 상자모양의 물건이, 크고 작은 가방들과 함께 놓여 있었다.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아요."


경건한 분위기를 단 숨에 깨버리는 어린 소녀의 외침이 울려퍼지고, 그녀의 바로 뒤에 서 있던 갈색 머리의 여인의 목소리가 그 뒤를 이어서 들려왔다.


"조금만 적응이 되면 괜찮아 지실 거예요."


"미리 넌 이걸 해 본 적이 있었어?"


갑작스럽게 날아온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고, 얼굴을 굳힌 채로 눈알만 굴리고 있는 여인을 구해 준 건, 정적을 부수며 들려온 발굽소리였다.

마법진 위에서 잠시 주위를 둘러보던 붉은 로브를 입은, 그 로브보다 더 붉은 머리카락을 지닌 여인이 마법진 위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 마법진을 둥글게 감싸고 있던 마법사들이 뒤로 몇 걸음 물러서 길을 터주고, 붉은 로브를 휘날리며 중년인이 함께 그녀의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윽고 중년인의 앞에 선 붉은 머리의 여인, 마리엔이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다녀왔습니다. 아버지.”


중년인이 그녀와 잠시 눈을 맞춘 후에, 아직도 마법진 위에서 하얀상자를 내려다보고 있는 여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검은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린 여인은 하얀 천에 싸인 상자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서 있다가 고개를 돌렸다.


“아비지, 이분이 아리시아님이세요. 아리시아님, 제 아버님이신 마레드 던 므로도스 자작님이세요.”


마리엔의 말에 아리시아와 중년인이 시선을 교환했다. 입술을 굳게 다문 중년인, 마레드의 모습은, 정말이지 센틀러의 젊은 시절의 모습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닮아 있었다. 아리시아를 한참 동안 바라보던 마레드가 성큼성큼 마법진 위로 걸음을 옮겼다.


“자네가 아리시아로군. 잘 왔네.”


마레드가 건네는 짧은 인사에 아리시아는 작게 고개를 숙여 보일 뿐이었다. 마레드는 그런 아리시아에게서 고개를 돌리고서 센틀러의 관으로 다가가 관을 싸고 있던 하얀 천을 조심스럽게 풀었다. 카리첼을 비롯한 몇 명의 마법사들이 다가와 그를 도왔고, 이윽고, 관의 뚜껑이 열렸다. 마레드의 곁에 서 있던 카리첼이 마레드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알아 보시겠습니까?”


마레드는 조금, 고개를 끄덕였다.

마레드와 카리첼은, 지금은 비록 주종의 관계와 같은 처지였지만, 불과 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이곳 마탑에서 허물없이 함께 공부하던, 친구사이였다. 물론 젊은 시절 마레드의 할아버지인 센틀러 후작에게 마법을 배운 적이 있는 그들은 하지만 열아홉 살 이후, 센틀러를 본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얼음 속에서 마치 잠을 자고 있는 듯이 편안하게 누워있는 센틀러의 모습은, 하얗게 샌 머리카락을 제외하고는 자신의 아버지인 마웅 후작과 너무나 닮아 있었다.

그때, 비명 같은 소리를 지르며 커다란 석문이 열리고 마레드의 것보다 더욱 낡은 붉은 로브를 입고 있는 노인이 서너 명의 마법사들을 대동한 채로 느린 걸음으로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손에 든 얇고 단단해 보이는 마법지팡이로 땅을 짚으며 걷고 있었는데 그 붉은 빛이 도는, 이제는 거의 검은 색으로 보이는 마법지팡이 또한 세월의 흔적이 노곤하게 배어있었다.

기사들의 갑옷마냥 은빛에 가까운 옅은 분홍빛이 나는 머리카락을 가지런히 빗어 넘긴, 다부진 표정을 지닌 노인은 센틀러의 첫째 아들이며, 현 리비안의 영주인 마웅후작이었다. 그의 등장에 모든 마법사들이 일제히 의복을 정리하며 허리를 굽혔다. 노인은, 그런 마법사들에게는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관 앞으로 다가왔다.

찔러도 피 한 방울 흘러나올 것 같지 않은 시린 눈빛으로, 노마법사는 자신의 아버지를 잠시 내려다보다가 곧 고개를 돌렸다. 검버섯으로 뒤덮인 차가운 얼굴로 주위를 더듬던 노인의 시선이 아리시아에게서 멈추었다. 중년인, 마리엔의 아버지 마레드자작이 입을 열었다.


“아리시아마법사입니다.”


그의 말을 들었는지 듣지 못했는지, 노인은 조금의 움직임도 없이 아리시아의 눈을 쏘아보기만 했다. 아리시아는 조금도 위축되는 것 없이 담담한 눈빛으로 노인의 시선을 받았다.

노인의 얼굴에 무언가 마땅치 않은 빛이 어렸다가 곧 사라졌다. 그런 노인을 바라보던 아리시아가 폼에서 서찰을 하나 꺼내 노인에게 건넸다. 노인은, 이번에는 아리시아의 손에 들린 두툼한 편지를 한동안 쏘아보다가 그것을 받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차가운 표정은 여전 했지만, 노인은 아주 가끔씩 눈이 가늘어지거나 자신도 모르게 짧은 한숨을 내 뱉기도 했다. 편지를 모두 읽은 노인이 여전히 굳어 있는 표정을 풀지 않은 채로 시선을 다시 아리시아에게 향했다.


“내가 마웅이네.”


노인에게서 가래가 끓는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아리시아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서 이번에는 자신의 등에 맨 가방 안에서 몇 가지 물건들을 꺼내 노인에게 건넸다. 이번에는 옆에 섰던 마레드자작이 그것을 받아 안의 물건들을 살폈다. 센틀러의 마법지팡이와 수십 권의 책을 확인하는 마웅후작과 마레드자작에게 아리시아는 마지막으로 품속에 넣어 두었던 책 한 권을 꺼내 마저 건넸다. 그것이 므로도스가를 찾은 진정한 이유인, 8클레스의 마법서의 필사본이었다. 마웅후작은 책을 몇 장 넘겨 내용을 확인해 보고는 역시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얼굴을 옆으로 돌렸다.


“테온.”


노인의 나직한 음성에 옆에 서 있던 마법사가 한 발 앞으로 다가왔다.


“손님들을 방으로 안내해 드리게.”


짧게 말을 마친 노인이 대답도 듣지 않고 아리시아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아리시아마법사. 관 안에 든 얼음을 없애줄 수 있겠나?”


노인의 말에 아리시아가 즉시 센틀러를 덮고 있는 얼음 위로 손을 얹었다. 그 순간, 마치 보석처럼 단단해 보이던 얼음이 순식간에 녹아 물로 변하며, 물속에 잠겼던 센틀러가 물 위로 떠올랐다.

호기심에 가득 찬 눈으로 아리시아의 움직임을 지켜보던 이들이 놀라며 지르는 낮은 탄성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정령의 힘을 목격했던 마리엔은 물론이고, 이미 아리시아의 존재를 알고 있던 마웅후작과 마레드자작마저도, 너무나 간단해서 또한 이해가 가지 않는 현상에 놀라고 있으니, 그녀의 힘을 들어본 적도 없던 다른 마법사들의 표정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경악에 차 있었다. 다만 깊게 눌러 쓴 후드 때문에 그 표정이 들어나지 않았을 뿐이었다.

잠시, 물 위로 떠오른 센틀러를 바라보던 후작이 센틀러의 시신을 들어올리고 있는 마레드자작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바로 아버지의 장례를 올릴 것이네. 준비해 주게.”





그즈음, 말러 일행은 수도 퓨리스의 거대한 성벽을 바라보며 서있었다. 왕국의 수도답게 저녁무렵, 성문 앞은 상단 일행으로 보이는 약, 서른 명쯤의 인원과 여러 대의 마차들로 인해 길게 줄이 세워져 있었다. 정문 앞에서는 은빛의 갑옷을 입은 네 명의 기사가 길게 늘어 서있는 사람들의 암과 마차 안의 짐들을 하나하나 확인하고 있었다. 달은 점점 차올라 해를 집어 삼키고, 그로 인해 사위는 조금씩 어둠으로 뒤덮이고 있었다.

길게 늘어선 줄의 끝에서 고개를 내밀어 앞쪽의 상황을 살피던 라크가 왠지 크다 싶은 목소리로 말했다.


"비록 힘든 여정이었지만 아무 탈 없이 도착해서 다행입니다. 자작님."


갑작스럽게 말을 걸어오는 라크를 흘끔 쳐다보며 말러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단 한차례의 위험도 없었다.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지만 한 편으로는 ……. 말러는 자신의 품속에 잡히는 거대한 주머니를 만지작거리며 입맛을 다셨다. 말러가 그러거나 말거나 아랑곳하지 않고 라크가 말을 덧붙였다.


"이제 대금을 정산해 주십시오."


말없이 걸음을 옮기려던 말러가 자신도 모르게 획, 고개를 돌렸다. 그런 말러를 행해 라크가, 도대체 저 얼굴에서 어떻게 저런 표정이 지어질 수 있을까? 의문이 들만큼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은 얼굴로 공손히 두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그 순간, 마치 세상의 모든 것을 멈추어 버리는 정지마법에라도 걸린 듯이, 모두의 움직임이 멈췄다. 좀처럼 깨질 것 같지 않던 정적은 말러의 입에서 흘러나온, 너무도 작아서 그 정지마법 속 같은 정막함이 아니였다면 알아들을 수 없었을 것만 같은 작은 목소리에 의해서 깨어졌다.


"조금…… 깎아주면 안 되겠나?"


라크의 얼굴에 그려졌던 미소가 한순간에 사라졌다.


"왜이러십니까? 점잖으신 분께서……."


그와 함께 은빛도끼 용병대의 모든 대원들의 마땅치 않은 눈빛이 순식간에 말러를 향해 쏟아졌다.


“르마스는 대체 어디로 간 거야?”


괜히 애꿎은 르마스를 찾으며 입맛을 다시 한 번 다신 말러가 품속에서 꺼낸 주머니를 라크를 향해, 조금 세게 내던졌다. 그럼에도 주머니를 받아든 라크의 얼굴에는, 그 엄마의 품 속에서나 지을 법한 미소가 다시 한 번 꽃이 피듯이 퍼지며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이어져 흘러나왔다.


“성문 안까지 편안하게 모셔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몇 명 남아있지 않은 상단 일행을 지나쳐, 은빛의 갑옷을 입은 기사 하나가 다가와 말러 일행을 휘둘러보다가 조용히 물었다.


“혹시 카니치트가분들 이십니까?”


암을 꺼내려고 품속을 더듬던 말러가 휘둥그레진 눈으로 멀뚱멀뚱 쳐다보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어떻게 알았소?”


대답하는 말러를 바라보며 기사가 다시 한 번 물었다.


“말러 자작 되십니까?


말러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내가 말러 자작이요. 왕궁에 신변을 요청해야…….”


하지만, 말러가 자신의 사정을 모두 털어 놓기도 전에 한쪽 손을 들어 올린 기사의 신호에 창을 든 수십 명의 병사들이 달려와 말러 일행을 에워싸기 시작했다.


“검을 버리고 투항하라.”


갑자기 들이 닥친 병사들을 휘둘러보며 놀란 라크가 소리쳤다.


“우린 용병이요. 이들과 아무런…….”


“조용히 해!”


라크를 향해 윽박을 지르며 다가온 기사가 오러까지 일으킨 검을 라크의 목 앞으로 들이 밀었다. 기사가 내미는 검에 놀라 주저앉으며 당황스러운 표정을 그대로 드러낸 라크의 낮은 울부짖음이, 깜짝 놀라 대열을 무너뜨리며 모여든 상단 일행들의 수군거림 속에서 울려 퍼졌다.


“이씨, 어째 쉽다 했어.”






숨이 막힐 듯이 끈적끈적한 기운이 마탑 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원래가 범접하기 힘든 마법사들의 공간이기는 했지만, 거기다 센틀러의 부음소식까지 더해진 이곳, 리비안의 분위기는 더욱 침울하고, 음침하기까지 했다.

리비안의 영주 마웅 덴 므로도스 후작을, 그의 아들 마레드와 손녀인마리엔, 그리고 카리첼이 바라보고 있었다. 마웅후작은, 그들이 집무실 안으로 들어선 이후에도, 줄곧 창가 앞에서 한참동안 뒷짐을 지고 서서 달빛에 반짝이는 늪지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버지.”


마레드의 부름에 천천히 몸을 돌린 마웅후작에게서 들릴 듯 말 듯 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리아센 제국의 카트라 공작이라."


조금 전, 아리시아는 후작과 그의 가족들에게 그날 있었던 일을 조금의 가감도 없이 사실그대로 이야기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물론 그녀의 말을 모두 믿는 사람은 없었다. 카트라공작만 하더라도 7서클에 오른 대마법사이며, 리아센의 기사라고 한다면 그 실력 또한 세일루니아 왕국의 정예 기사들과 맞먹는 실력을 지닌 기사들일 터였다. 그런 자들을 그녀 혼자서 물리쳤다니.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말들을 그녀는 털어놓고 사라졌다. 게다가 후작을 비롯한, 아프산의 마법동굴의 위치를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아렌마을에서 아프산의 마법연구실까지 뛰어가 센틀러를 구했다는 황당무계한 이야기까지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이야기였다.


"아마도…… 할아버지께선 철없는 어린아이에게 정을 주신 모양입니다."


어렵게 입을 연 마레드를 바라보다 후작이 편지를 꺼내 마레드에게로 건넸다. 그것은 센틀러가 죽기 전날 밤에 남긴 편지였다. 거기에는 그날 있었던 간략한 상황과 아리시아에 대한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리시아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겨 있는 염려와 기대까지도.

심각한 표정으로 편지를 다시 덮는 마레드를 향해 이번에는 마리엔이 입을 열었다.


"오늘 아침에 있었던 마법대전에서 아리시아님께선 3서클의 마법진을 불과 십여 분 만에 그려내는 놀라운 재능을 보였어요. 거기다 4서클에 들어선 포이리안가의 마법사 제라드를 궁지로 몰아넣으셨구요."


그녀의 말을 카리첼도 거들었다.


"저도 함께 지켜보았지만, 후작님, 그리고 자작님. 그녀의 정령력은 상상을 넘어선 실로 놀라운 힘이었습니다."


“그럼 자네는 그녀의 말을 믿는다는 말인가?”


마레드가 카리첼을 향해 의문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적어도 그가 알고 있는 한 카리첼은 함부로 무언가를 단정하고, 가볍게 입을 여는, 그런 사람은 아니었다.


“사실, 자작님께서 느끼시는 것만큼, 터무니없는 말로는 들리지 않습니다. 전 오늘 그녀를 보면서, 아마 마법대전의 규칙을 벗어나 정말 제대로 된 실력을 겨루었다면 그녀는, 5서클의 마법사도 능히 혼자서 상대할 만큼의 힘을 지녔다고 감히 평가하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정령력이 무서웠던 것은, 특별히 마법주문을 외울 필요도 없이 바로 마법을 능가하는 힘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이며, 그러면서도 그녀는 조금도 지치지 않는 체력을 보여주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전 그녀가 우리 므로도스가에 부족한 부분을 상당부분 채워줄 수 있는 귀중한 재원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게다가 그녀는 지금 딱히 어딘가에 귀속 될 만한 연고도 없어보였으니까요. 그녀를 꼭 잡아야만 합니다."


마레드가 다시 한 번 진지하게 물었다.


"그래, 마법대전에서 벌어졌던 상황을 자세히 설명해 보게."


마레드의 말이 끝나자 마자 카리첼은 오늘 아침에 있었던 마법대전의 상황을 자세하게 이야기했다. 그의 말이 이어질수록 마레드의 얼굴에는 점점 더 의혹의 빛이 가득해 졌다.


"그게 정말인가?"


"정말예요. 아버지. 카리첼님의 말씀은 오히려 그녀의 실력을 조금 낮게 보셨다고 생각해요. 전 그보다 더 대단하다고 판단해요."


이미 4서클에 들어선 마리엔의 증언이었다. 제대로 판단이 서지 않아, 마레드는 결국 마웅후작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지금까지 아무런 말도 없이 그들의 대화를 듣고만 있던 마웅이 마레드를 향해 입을 열었다.


“조사대는 어찌 됐느냐?”


“아침에 카리첼의 연락을 받자마자, 제3마법대를 아프산으로 파견했습니다. 적어도 3일 후면 돌아 올 겁니다.”


잠시 고개를 숙이고서 생각에 잠겼던 후작이 얼굴을 들었다.


"조사대의 보고를 들어보고 판단하도록 할테니, 우선은 아버님의 장례에 차질이 없도록 신경을 쓰도록 하거라."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얼음의 아리시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4월 연재를 잠시 쉬겠습니다. 19.04.27 37 0 -
72 제10장 - 당신이 사라 시헤리드로군요(10) 19.04.08 57 1 13쪽
71 제10장 - 당신이 사라 시헤리드로군요(9) 19.04.06 53 1 13쪽
70 제10장 - 당신이 사라 시헤리드로군요(8) 19.04.03 55 1 13쪽
69 제10장 - 당신이 사라 시헤리드로군요(7) 19.04.02 63 1 17쪽
68 제10장 - 당신이 사라 시헤리드로군요(6) 19.03.29 59 1 12쪽
67 제10장 - 당신이 사라 시헤리드로군요(5) 19.03.27 56 1 15쪽
66 제10장 - 당신이 사라 시헤리드로군요(4) 19.03.25 106 1 13쪽
65 제10장 - 당신이 사라 시헤리드로군요(3) +1 15.06.09 411 4 18쪽
64 제10장 - 당신이 사라 시헤리드로군요(2) +1 15.06.02 372 7 12쪽
63 제10장 - 당신이 사라 시헤리드로군요(1) 15.05.26 484 9 15쪽
62 제9장 - 어둠의 신전으로 모시겠습니다.(6) +1 15.05.18 402 7 16쪽
61 제9장 - 어둠의 신전으로 모시겠습니다.(5) +1 15.05.15 401 7 17쪽
60 제9장 - 어둠의 신전으로 모시겠습니다.(4) 15.05.13 477 10 20쪽
59 제9장 - 어둠의 신전으로 모시겠습니다.(3) 15.05.12 352 8 24쪽
58 제9장 - 어둠의 신전으로 모시겠습니다.(2) +1 15.05.05 427 4 20쪽
57 제9장 - 어둠의 신전으로 모시겠습니다.(1) +1 15.05.04 484 6 18쪽
56 제8장 - 모두 제국으로 가는 건가요?(10) +2 15.05.03 464 11 22쪽
55 제8장 - 모두 제국으로 가는 건가요?(9) +1 15.05.02 386 5 19쪽
54 제8장 - 모두 제국으로 가는 건가요?(8) 15.05.01 450 9 15쪽
53 제8장 - 모두 제국으로 가는 건가요?(7) +2 15.04.30 381 6 19쪽
52 제8장 - 모두 제국으로 가는 건가요?(6) +1 15.04.29 335 7 23쪽
51 제8장 - 모두 제국으로 가는 건가요?(5) +2 15.04.28 461 10 17쪽
50 제8장 - 모두 제국으로 가는 건가요?(4) +2 15.04.27 436 9 22쪽
49 제8장 - 모두 제국으로 가는 건가요?(3) 15.04.26 416 10 21쪽
48 제8장 - 모두 제국으로 가는 건가요?(2) 15.04.25 496 9 19쪽
47 제8장 - 모두 제국으로 가는 건가요?(1) +2 15.04.24 477 7 20쪽
46 제7장 - 이렇게 쉽게 끝날리가 없지(8) +2 15.04.23 503 15 19쪽
45 제7장 - 이렇게 쉽게 끝날리가 없지(7) +2 15.04.22 378 9 21쪽
44 제7장 - 이렇게 쉽게 끝날리가 없지(6) +2 15.04.21 548 11 23쪽
43 제7장 - 이렇게 쉽게 끝날리가 없지(5) 15.04.20 458 10 17쪽
42 제7장 - 이렇게 쉽게 끝날리가 없지(4) +1 15.04.19 526 11 17쪽
41 제7장 - 이렇게 쉽게 끝날리가 없지(3) 15.04.18 534 15 20쪽
40 제7장 - 이렇게 쉽게 끝날리가 없지(2) +3 15.04.17 511 14 17쪽
» 제7장 - 이렇게 쉽게 끝날리가 없지(1) 15.04.16 399 10 19쪽
38 제6장 - 므로도스가의 마법사이십니까?(9) +2 15.04.15 565 11 22쪽
37 제6장 - 므로도스가의 마법사이십니까?(8) +2 15.04.14 347 14 20쪽
36 제6장 - 므로도스가의 마법사이십니까?(7) 15.04.13 424 14 27쪽
35 제6장 - 므로도스가의 마법사이십니까?(6) 15.04.12 533 12 19쪽
34 제6장 - 므로도스가의 마법사이십니까?(5) +2 15.04.11 501 8 16쪽
33 제6장 - 므로도스가의 마법사이십니까?(4) 15.04.10 463 13 16쪽
32 제6장 - 므로도스가의 마법사이십니까?(3) +1 15.04.09 591 11 15쪽
31 제6장 - 므로도스가의 마법사이십니까?(2) +3 15.04.08 408 11 11쪽
30 제6장 - 므로도스가의 마법사이십니까?(1) +1 15.04.07 626 12 17쪽
29 제5장 - 제게 검술을 가르쳐 주실 수 없나요?(8) +1 15.04.06 562 9 18쪽
28 제5장 - 제게 검술을 가르쳐 주실 수 없나요?(7) 15.04.05 503 13 18쪽
27 제5장 - 제게 검술을 가르쳐 주실 수 없나요?(6) +1 15.04.04 449 11 14쪽
26 제5장 - 제게 검술을 가르쳐 주실 수 없나요?(5) +1 15.04.03 421 12 17쪽
25 제5장 - 제게 검술을 가르쳐 주실 수 없나요?(4) +2 15.04.02 550 14 17쪽
24 제5장 - 제게 검술을 가르쳐 주실 수 없나요?(3) +1 15.04.01 463 15 1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