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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령 님의 서재입니다.

얼음의 아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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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령
작품등록일 :
2015.03.16 00:00
최근연재일 :
2019.04.08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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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4.13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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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쪽

제6장 - 므로도스가의 마법사이십니까?(7)

DUMMY

축제 준비가 한창인 타지아의 중앙광장에 난데없이 드넓은 대련장이 마련되었다. 물론 마법의 도시답게 마법사들 간의 분쟁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곳이라, 그것이 그렇게 낯설지는 않다고 해도, 대게의 기사들의 결투가 그렇듯이, 보통의 마법대전도 이처럼 거창한 대회장까지 마련될 정도는 아니었다. 보통은 시비를 가려줄 참관인 몇 명을 대동한 채로 조용히 치러지는 것이 대부분이고, 거기다 제라드가 비록 영주의 아들이기는 하지만, 아리시아는 이제 제대로 그 실력조차 알려진 바가 없는 신인. 그런 두 사람의 마법대전을 이처럼 요란스럽게 열 필요는 없었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은 이번 마법대전을, 그저 축제의 한가지 행사처럼 인식하고 있었다.

축제에 들뜬 사람들이 삼삼오오 짝을 이룬 채로 중앙 광장으로 모여드는 모습을 바라보며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마음을 졸이고 있는 이들이 있었으니, 다름 아닌, 마리엔을 비롯한 므로도스가의 마법사들과 리아나, 미리였다. 그러나 정작 아리시아만은 표정에 달라진 점 하나없이 평온하기만 했다.

대련장의 한 편, 주요인사들을 위해 따로 마련된 자리에 앉아서 지근거리는 머리를 감싸고 있던 마리엔이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대련장 한 편에 서 있는 아리시아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아리시아는 예의 그 철봉을 창처럼 부여잡고 서서, 마치 주군을 지키는 기사처럼 당당한 모습으로 멀리 보이는 타지아마탑의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미라엔은 그런 아리시아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내가 몇 살처럼 보이죠?”


“네?”


되묻는 자신에게 아리시아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라드라는 사람보다 제 나이가 어리다고 느껴진다면 비기기만 해도 일단 므로도스가에 체면은 그런대로 지켜 드린 것 같아서 말입니다.”


두말하면 잔소리다. 아니 설사 그녀가 제라드와의 마법대전에서 패하더라도 어느정도 비등한 수준만이라도 유지해준다면 그것만으로 다시 한 번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 만한 사건이 될 수도 있었다. 마리엔 자신과 함께 비슷한 또래의 여마법사가 므로도스에 한 명 더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배가 되어 부풀려지게 될 테니까.

하지만, 3서클의 마법사와의 대결을, 마법도 모른다는 사람이 무슨 수로 비긴단 말인가?




생각에 잠겨있는 마리엔에게, 므로도스가의 붉은 로브를 입은 중년의 마법사 한 명이 달려와 마리엔의 귓가에 대고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센틀러각하의 관을 마탑으로 옮겨놓았네. 그리고 본가에 연락도 취해놓았으니, 마법대전이 끝나면 바로 떠날 수 있을 걸세.”


마리엔은 아무런 말없이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중년의 마법사는 짙은 갈색 눈썹을 치켜 올리며 아리시아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덧붙여 말했다.


“정말 보고서도 믿을 수 없는 일이네. 센틀러각하께서 돌아가시고, 거기다 마법을 할 줄 모르는 아이를 제자로 두셨다니.”


마리엔이 이번에는 옅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중년의 남자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카리첼님 덕분에 확인이 되었어요. 그리고 할아버지께 전해드릴 편지가 있다고 하니 가보면 더 자세히 알 수 있겠지요.”


그때, 모여든 군중들 사이에서 잠시 웅성거림이 시작 되고 곧, 사람들을 헤치고 이십여 명의 파란색 로브를 걸친 마법사들이 안으로 들어섰다. 그중 무리를 이끌고 온 듯 한 중년의 남자가 주위의 군중들에게 손을 들어 보이고는 줄곧 비워 두었던, 그늘막이 세워져 있는 빈 곳으로 가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카리첼의 시선이, 중년의 남자를 향해 급히 달려가는 포이리안의 마법사 헤르킬의 모습을 쫓다가 되돌아와, 다시 마리엔에게로 향했다.


“저 사람이 이곳, 타지아의 영주대리를 맡고 있는 체도르트 자작입니다. 제라드의 형이지요.”


마리엔이 고개를 끄덕이며 시선을 다시 아리시아에게로 돌렸다. 아리시아의 시선이 잠시 체도르트에게 머물렀다가 아무런 감흥도 없는 얼굴로 되돌아왔다.

그 때 단상 위로 초록색 로브를 두른 노인이, 두 명의 마법사를 대동한 채로, 한껏 기른 하얀 수염을 쓰다듬으며 걸어 나왔다. 순간 웅성거리던 주위의 소음도 모두 잦아들고 고요가 찾아왔다. 노인이 주위를 한 번 휘둘러보고는 입을 열었다. 노마법사에게서 나이에 맞지 않는 우렁찬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여신 올레아니스님의 뜻에 따라, 또 먼 바다 너머 마법의 선조이신 셀타의 마법정신을 이어, 이곳 세일루니아의 타지아에서 마법대전을 펼치게 됨을 알립니다. 전, 이번 마법대전의 참관인 겸, 심사관을 맡게 된 켄도러스의 마법사 아벨라크라고 합니다."


아벨라크가 군중들을 향해 고개를 숙여보이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제 옆에 서 계신 두 분은…….”


말을 잠시 멈춘 아베라크가 그의 뒤쪽에 시립해 있는 두 명의 마법사를 손으로 가리키자 두 명의 마법사가 한 걸음씩 앞으로 걸어나왔다. 한 명은 하얀색 로브를 입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적갈색의 로브를 입고 있었는데, 하얀로브의 뒤에는 펼쳐진 책 위에 붉은색 시약이 담긴 유리병이 떠있는 문양이, 또 적갈색 로브의 뒤에는 금빛의 마법진 위에 세 개의 불꽃문양의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먼저 하얀 로브의 옅은 파란색 머리카락을 지닌 중년인을 향해 시선을 가져간 아벨라크가 입을 열었다.


“이분은, 클로브린가의 자비느 마법사님이십니다. 그리고…….”


적갈색 로브를 입고 있는 금발의 중년여인에게 손을 가져간 아벨라크가 말을 이었다.


“이분은, 왕궁 마법사단의 제3부대소속 마법사이신, 데세닌, 마법사님이십니다.”


소개에 맞춰 고개를 숙이는 두 마법사를 바라보던 아벨리크가 다시 고개를 관중들을 향해 돌리고서 말을 이었다.


“이, 두 분과 제가 함께 이번 마법대전에 심사를 맡겠습니다.”


그리고는 곧, 좌우, 단상 아래에서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는 아리시아와 제라드를 차례로 바라보며 말했다.


“두 분, 포이리안 가의 제라드마법사와 므로도스가의 아리시아마법사께서는 단상 위로 올라와 주시기 바랍니다.”


아리시아와 제라드가 단상으로 걸어와 아벨라크의 양 옆에, 각각 두 걸음 쯤 벌어진 곳에 나란히 섰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에 마법지팡이를 굳게 잡고서 호기롭게 선 제라드가 군중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였다.





체도르트 진 포이리안이, 제라드와는 달리 담담한 얼굴로 단상으로 올라서는 아리시아의 움직임을 쫓으며 헤르킬에게 물었다.


“저 여인인가?”


옆에 선, 마법사 헤로킬이 네, 하고 짧게 대답하며 고개를 조아렸다. 체도르트가 초록빛 턱수염을 매만지며 인상을 구겼다.


“범상치 않군. 제라드가 너무 큰일을 벌인 것이 아닌가?”


헤르킬이 다시 고개를 조금 조아렸다.


“그러나, 저 여인에게서는 마나의 흔적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체도르트가 의아한 얼굴로 헤르킬을 바라보았다.


“자네가 확인한 것인가?”


“네.”


헤르킬이 자신 있게 대답했다. 미간을 찌푸린 체도르트가 이번에는 멀리 선 마리엔에게로 시선을 던졌다.

무슨 생각인 거지?

분명히 무언가 숨겨진 의도가 있을 것이다. 므로도스가는 수백 년간 세일루니아의 마법학회를 주무르던 거물들, 그런 자들이 자신의 살을 깎아먹을 짓을 할 턱이 없었다. 그때 들려온 아벨라크의 목소리에 체도르트가 상념에서 깨어나 시선을 다시 대련장으로 돌렸다.





"첫 번째 종목선택은 손님인 므로도스가의 아리시아마법사께서 선택하시겠습니다."


아벨라크의 시선이 아리시아에게로 향했다. 아리시아는, 미소를 지은 채 자신을 바라보는 아벨라크를 향해, 모두가 들을 수 있을 만큼의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제의하는 종목은 5서클 이동마법진을 그리는 것입니다.”


“ 뭐요?”


의아한 눈으로 되묻는 아벨라크에게 아리시아가 담담한 얼굴로 짧은 설명을 덧붙였다.


"5서클의 이동마법진을 누가 더 빠르고 정교하게 마법스크롤 위에 새겨 넣을 수 있는지를 겨루었으면 합니다."


아리시아의 말을 끝으로, 조금씩 술렁거리기 시작하는 군중들의 웅성거림을 뚫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 선 마리엔의 목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전, 므로도스가의 마리엔 진 므로도스예요. 마법스크롤의 제작은 마법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죠. 우리 므로도스가에서는 그 기본을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잠시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던 세 명의 심사관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경우가 없지는 않았다. 마법가문 중에는 여러 가지 분파가 있어서, 어느 가문은 마법스크롤 제작에 특화되어 있고, 어떤 가문은 마법물품을 만드는 분파가 있으며, 어떤 가문은 오로지 방어마법에만 치우친 분파도 있었다. 보통 그런 가문들은 자신들의 특기를 살려 이런 것들을 겨루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아리시아의 선택을 의아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므로도스가문이 바로 화염을 위주로 하는, 그것도 공격마법에 특화된 호전적인 가문이라는데 있었다.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세 명의 심사관이 이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두 명의 심사관이 양 옆으로 비켜서며 대표로 역시 아벨라크가 나섰다.


“좋습니다. 하지만 5서클의 마법은 대결을 펼치기에는 너무나 오랜 시간이 예상되니, 심사관의 재량으로, 마법대전 제, 3조항의 룰에 따라 3서클 화염의 보호 마법진을 염색종이 위에 빠르고 정확하게 그려내는 사람을 첫 번째 우승자로 선택하겠습니다.”


말을 마친 아벨라크가 아리시아와 제라드에게로 번갈아 고개를 돌렸다. 아리사아가 고개를 끄덕였고, 잠시 얼굴을 찡그리던 제라드도 ‘좋소’, 하고 짧게 대답하며 대결을 받아들였다.

고개를 끄덕인 아벨라크가 단상을 내려와 푸른색 로브를 입은 마법사 몇 명에게 무언가를 지시했고, 곧 대련장 안에 책상이 놓여지고 그 위에 몇 가지 마법도구들이 준비되었다.





아리시아와 제라드가 약 20여 미터 정도 떨어진 위치에 놓인 책상 앞에 앉았다. 그리고 아벨라크의 뒤에 서 있던 두 명의 심사관이 두 사람이 앉아있는 책상 옆으로 각각, 다가가 붙어 섰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심사관 아벨라크가 자리에 앉은 아리시아와 제라드를 한 번 바라 본 후에 한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그럼 바로, 첫 대결을 시작하겠습니다. 주어진 시간은 한 시간, 그 안에 마법스크롤을 완성해 가져와 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시작해 주십시오.”


아벨라크가 올렸던 손을 내리는 것과 동시에 책상 옆에 서 있던 두 심사관이 3서클 화염의 보호마법이 그려져 있는 마법스크롤을 각각 두 사람의 책상 옆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아리시아와 제라드가 거의 동시에 펜을 들어올렸다. 아리시아는, 물론 마법도구의 도움 없이도 마법스크롤을 만들어 낼 수 있었지만, 컴퍼스를 비롯한 마법사들이 마법스크롤을 만들 때 사용하는 모든 마법도구들을 이용했다. 그럼에도 아리시아의 손놀림은 제라드보다 훨씬 빨랐다.

그리고 약 십여 분의 시간이 경과된 후에 아리시아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섰다. 숨을 죽인 채 바라보고 있던 군중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모두의 시선이 아리시아에게로 향했다. 아리시아는 아무런 주저함도 없이 옆에 선 심사관 자비느마법사에게 마법스크롤을 건네주었다. 이미 아리시아가 마법스크롤을 그리는 모습을 지켜보며 반쯤 넋이 나가있던 자비느가 그녀가 건네는 마법스크롤을 얼떨결에 받아들었다. 그리고서도 그는 자신의 손에 들린 마법스크롤과 아리시아를 한동안 번갈아 바라보고만 있었다.


“자비느마법사님.”


그때, 아벨라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린 하얀로브의 자비느가 번쩍, 정신을 차리고서 한 손을 들어올렸다.


“아, 아리시아 마법사의 스크롤이 완성 되었습니다.”


말을 마친 자비느가 뛰다시피 아벨라크에게로 다가갔다. 순간 제라드도, 제라드의 곁에 서 있던 데세닌마법사도 모두 놀라 동작을 멈춘 채로 고개를 돌렸다.

아리시아가 제시한 종목이니 당연히 제라드보다 빠를 것이라고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그러나 그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속도에 마법사들 모두가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대결에 주어진 한 시간의 제약은 3서클 마법진을 그리는데는 조금 부족한 면이 있었다. 어지간히 숙련된 자가 아니라면 그 시간 안에 완성해 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아리시아는 불과 십여 분 만에 그것을 완성 해 낸 것이었다.

자비느에게 마법스크롤을 건네 받아든 아벨라크의 눈도 저절로 커질 수 밖에 없었다. 가만히 마법스크롤을 내려다 보던 아벨라크가 고개를 들고서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다시 한 번, 자비느를 바라보았다. 아리시아가 마법스크롤을 그리는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고 있었던 자비느도 믿을 수 없기는 마찬가지였지만, 그것을 또한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분명히 그녀가 손수 마법진을 완성해 냈습니다. 어떠한 눈속임도 없었음을 가문의 이름을 걸고 맹세합니다.”





곧, 다시 50여 분의 시간이 흐른 후에 겨우 시간에 맞춰 마법스크롤을 그려낸 제라드가 스크롤을 심사관들에게 건네주었다.

판결은 금방 내려졌다. 아벨라크가 앞으로 걸어 나와 낮지만 모두가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1차전은 므로도스가의 아리시아마법사의 승리입니다.”


군웅들 속에서 단 두 명의 박수소리가 울려퍼졌다. 물론 리아나와 미리였다.


“역시 아리시아 대 마법사님이세요.”


“우리 스승님은 아무도 따를 수 없지. 스승님. 화이팅!”


멀리, 군중들 속에서 자신을 향해 두 손을 흔들어대고 있는 미리와 리아나를 발견 한 순간, 아리시아는 자신이 사이보그임을 다시 한 번, 감사하게 생각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쯤 분명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으리라. 그런 두 사람과는 다르게 마법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일반 사람들에게 이런 대결은 그다지 흥미롭지가 못한 것이었다. 시큰둥한 주위의 반응에 제라드가 코웃음을 흘리며 아리시아를 비웃었다. 하지만 아리시아는 조금의 표정변화도 없이 자신의 철봉을 들고서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감흥이 떨어진 제라드가 시선을 다시 체도르트에게 돌렸다. 체도르트의 얼굴에 나타난 표정만으로는 그의 감정을 읽을 수 없었지만, 이 결과가 그다지 즐겁지 않음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잠시 침울해져 있는 제라드에게 체도르트의 옆에선 헤르킬이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런 헤르킬에게 굳은 결심이 담긴 표정으로 마주 고개를 끄덕여 보인 제라드가 아벨라크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아벨라크가 마침 자신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제라드에게로 시선을 던지며 말했다.


“제 2대결은 포이리안가의 제라드마법사가 선택하시겠습니다.”


그의 말에 제라드가 한 발, 앞으로 걸어 나오며 말했다.


“저는 마법 컨트롤을 겨루고 싶습니다. 바로 아이스볼의 컨트롤 능력대결입니다.”


컨트롤 능력대결. 일 전에 마리엔이 명성을 떨치게 된 마법대결이었다. 그때, 마리엔은 네 개의 불의 구를 정확하게 만들어 내어 약 십여 분간, 공중에 띄워 놓은 채로 유지하고 있었다.

화염의 구는 가장 기초적인 마법으로, 마법사는 자신의 서클 수만큼 그 구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그러니까 7서클의 마법사는 일곱 개의 화염의 구를 한 번에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마법대전의 룰에서 가장 많이 겨루어지는 것이 이 대결이며, 마법사들은 이 대결을 통해 자신의 마법실력을 드러내는데 이용하기도 했다.

대신 므로도스가문이 화염주문에 강점이 있는 반면, 포이리안 가문은 물의 주문에 강점을 지닌 바, 그는 그 마법의 종류를 화염이 아닌 얼음으로 바꾼 것이었다.

심사관 아벨라크가 다시 손을 들어올렸다. 그를 바라보며 아리시아가 잠시 마리엔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마침 아리시아를 바라보고 있던 마리엔과 아리시아의 시선이 마주쳤다. 아리시아는 조금 전, 마리엔과 나누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그럼 마법스크롤을 그리는 건 자신이 있다는 말이지요?”


마리엔이 몇 번 째 되물었다. 그럴 때마다 아리시아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그런 아리시아를 바라보며 마리엔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만약 첫 번째 대결에서 이길 수만 있다면, 지더라도, 1대2의 패배였다. 그렇게 되면 설혹 패한 다 할 지라도 가문에 그리 크게 누가 되지는 않을 터였다. 다만 남은 대결에서 그녀가 너무 터무니없는 실력으로 패했을 경우가 조금은 문제였다. 그때, 아리시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리엔님께서 생각하시기에 저들은 어떤 걸 제안 할 것 같습니까?”


그때 두 사람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카리첼이 다가와 끼어들었다.


“아리시아님. 제가 한 말씀 올려도 될까요?”


아리시아가 돌아보니 작은 체구에 어딘가 병약해 보이는 중년인이 날카로운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카리첼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마법사는 아리시아의 대답도 듣지 않고 입을 열었다.


“그는 아마 3서클에 들어선 자신의 마법실력을 뽐내고 싶을 겁니다. 다만, 보통 마법대전은 서로의 장점을 극대화 하고, 단점을 집어내는데 있습니다. 우리의 장점은 화염마법이고, 저들의 장점은 물의 속성을 가진 마법입니다. 서로 상극이라 할 수 있지요. 그렇다면 그는 아마 아이스 볼에 대한 컨트롤 대결을 제안할 겁니다.”


아리시아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카리첼이 말을 이었다.


“그러면 아리시아님은 무조건 패배를 인정하십시오. 싸워볼 필요도 없이요.”


그의 말에 미간을 잔득 찡그린 마리엔이 끼어들었다.


“그래선 아리시아마법……님이 너무 비참해 지게 되잖아요. 가문에도 별로 좋지 않아요.”


카리첼이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만약 아리시아님께서 이번 마법대전에서 므로도스가의 체면을 조금이라도 살려보실 생각이시라면, 반드시 그래야만 합니다.”


아리시아가 무표정한 얼굴로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카리첼이 그런 아리시아에게 조금은 악당들의 그것 같은 미소를 지으며 작게 속삭였다.


“그렇게 된다면 저들을 분명히 다음 대결에 또 물의 속성과 관련된 마법을 제안하게 될 겁니다. 아니 완전히 들떠서 공격마법으로 겨루자고 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원래 마법대결의 마지막은 거의가 표적 맞추기나, 공격마법의 횟수대결로 이루어지니 그런 방향으로 가겠지요. 그렇게만 된다면 지더라도 극적으로 지는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아리시아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아벨라크의 손이 내려갔다.


“대결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순간, 제라드의 입에서 마법주문이 흘러나왔다. 아이스볼 마법주문이었다. 이리시아는 잠시 마리엔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옆에 서서 자신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카리첼을 바라보았다. 지금 패배를 선언하라는 것이었다.

아리시아의 고개가 다시 제라드에게로 향했다. 마법지팡이를 조심스럽게 부여잡고 선 제라드의 마법주문은 거의 끝을 향해가고 있었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굳은 표정의 아리시아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러나 그녀는 패배를 인정하는 말 대신 조용히 마법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셀뮤데 케르뮤아샤리드 어모마퍼크로 …….”


바로 제라드가 읊고 있는 아이스볼의 주문이었다. 그때, 마법주문을 마친 제라드의 어깨 위로 하나의 아이스불이 떠올랐다. 감았던 눈을 뜨고서 아리시아를 바라보던 제라드의 얼굴에 비릿한 미소가 번졌다. 역시 검은머리의 여인은 아무런 마법도 쓸 수 없는 것이었다. 그와 함께 세 개의 아이스볼이 또 생겨났다. 그의 머리 위로 총 네 개의 아이스볼이 두둥실 떠올라 있었다.


오!

순간 여기저기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마리엔 역시 가늘게 떠진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4서클에 들어선 건가?'


그때, 아리시아가 두 팔을 들어올렸다. 곧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오던 주문이 끝나고 그녀의 두 손바닥 위에 회오리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곧, 그 회오리 속에서 투명한 빛을 내 뿜으며 빠르게 회전하는 얼음의 구가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제라드의 성취에 놀라고 있던 마법사들의 시선이 이번에는 아리시아에게로 향했다. 마법사들의 눈이 휘둥그레지며, 모두의 고개가 일제히 갸웃뚱 틀어졌다. 자신의 머리 위에 네 개의 얼음의 구를 만들어 놓고서 아리시아를 지켜보고 서있던 제라드의 미간도 구겨졌다.


'뭐하는 짓이지?'


그 사이 아리시아의 손바닥 위에서 맹렬한 기세로 회전하던 두 개의 구가 점점 그 크기를 불리기 시작했다. 야구공 만하던 구가 축구공 크기로 커졌다. 마법사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대체 저게 뭐지?”


“저거 아이스 볼은 아이스 볼 같은데.”


그저 둥그렇게 생긴 얼음의 구 네 개가 머리 위에 둥실 떠서 흔들거리고 있는 제라드와는 달리 축구공 만한 얼음의 구가 아리시아의 두 손바닥 위에서 맹렬하게 회전하며 차가운 냉기를 사방으로 뿌려대고 있었다. 그 탓에 아리시아의 손 위에 놓인 구는 마치 축구공의 몇 배의 크기로 커 보이기까지 했다. 그에 그것을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술렁이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여기저기에서 박수소리와 환호성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특히나 리아나와 미리의 목소리는 조금 전 보다도 더 커져 있었다.


“역시 아이스볼은 아리시아님 것이 최고예요. 저 것 좀 보세요. 아가씨.”


“그러게 저렇게 크게도 하실 수도 있으셨구나. 저번에 기사들이 저 걸 봤다면 그때 아리시아님께서 얼마나 봐주고 계셨는지를 알고 감사의 눈물을 흘렸을 텐데. 아쉽다 아쉬워.”


“맞아요. 아가씨.”


급기야 평정심을 잃은 제라드의 마법의 구가 공중에서 파삭, 하고 부서지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것을 바라보던 아리시아가 손 안에서 휘돌고 있는 얼음의 구를 천천히 멈춰 세웠다. 아리시아의 손에서 회전을 멈춘 커다란 얼음의 공이 바닥으로 쿵, 하고 떨어졌다. 그와 동시에 마치 유리가 깨어지듯이 산산이 부서져 사방으로 쏟아져 내렸다. 아리시아의 양 옆으로 햇빛을 받은 얼음의 파편들이 보석처럼 빛나고 있었다.


“도대체 그게 무슨 마법이냐?”


제라드가 숨을 헐떡거리며 소리쳤다. 그런 제라드를 바라보며 아리시아가 무표정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가문의 비전을 알려달라는 말씀이십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가장 기초적인 마법에 무슨 비전이 있다는 말인가? 하지만 제라드는 더 할 말이 없었다. 그녀의 마법이 너무나 괴이했기 때문이었다. 당혹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돌린 제라드의 눈에 역시나 눈가를 찌푸리고 앉은 체도르트와 헤르킬의 놀란 얼굴이 들어왔다. 제라드의 4서클의 성취가 그녀의 괴상한 마법에 묻혀버리고 있었다.

세 명의 심사관 역시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모여 이야기를 주고 받기 시작했다. 그들의 대화는 오랜 시간 계속 되었다. 관중들은 아직도 웅성거리며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고, 제라드는 붉어진 얼굴로 아리시아를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오랜 시간이 흘러, 하얀 수염을 한 번 쓰다듬으며 아벨라크가 단상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는 주위를 돌아보았다. 일순간 수많은 사람들이 모인 대련장 주위에 고요가 찾아들었다.


“이번 두 번째 대결의 승리자는, 포이리안가의 제라드마법사입니다.”


아벨라크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곳곳에서 사람들의 박수소리가 흘러 나왔다. 그러나 이번에도 박수소리는 그리 크지 않았다. 대신 곳곳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법을 모르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아리시아의 두 개의 얼음의 구가 더 크고, 강해 보였던 탓이었다.

제라드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러나 한 번 내려진 결정이 바뀌는 일은 없었으므로 더 이상 나서지는 않았다. 그 대신 아벨라크가 관중들의 동요를 잠재우며 말을 이었다.


“조용히 하시오. 마법대전의 심사는 공정하게 이루어집니다. 이번 대결의 목적은 아이스볼의 컨트롤에 중점을 둔 대결이었소. 제라드마법사가 더 많은 수의 아이스볼을 더 훌륭하게 컨트롤 해 내었소. 반면…….”


잠시 말을 끊은 아벨라크가 아리시아의 주위에 흩어져 있는 얼음의 조각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 아리시아마법사의 마법은, 아이스볼이 아니었습니다. 해서 이번 승리는 포이리안가의 승리입니다. 두 마법사께서 마법력을 많이 소모하셨으니 한 시간의 휴식을 취한 후에 마지막 대련을 속개하겠습니다.”


말을 마치고 돌아서던 아벨라크의 시선이 자신도 모르게 아리시아에게서 멈추었다. 지친 기색이 역력한 제라드와는 달리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바로 몸을 돌려 대련장을 걸어 나가는 아리시아에게서는 조금의 지친 기색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아벨라크의 고개가 저절로 갸웃거려졌다. 그녀가 마법을 시전하는 동안 그는, 그녀에게서 마나의 기운을 조금도 느끼지 못했다. 무엇일까? 행여 8서클의 경지에라도 이른 것인가? 그것은 조금의 가능성도 없는 생각이었다. 그 사이 성큼성큼 계단을 내려간 아리시아는 마리엔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대체, 대체…….”


자신에게로 다가오는 아리시아를 기다리지 못하고 달려 나왔으면서도 마리엔은, 마치 턱이 빠진 사람처럼 입을 벌리고는 제대로 말도 잇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마리엔의 모습이 마치 자신을 보고 놀라던 센틀러의 모습과 겹쳐 보여서 아리시아의 얼굴에 작은 미소가 그려질 뻔 했다. 아니, 아마 자신이 인간이었다면 정말 환한 미소를 지어주었으리라. 아무리 도도한 척을 하고, 마법사인 양 괴팍한 짓을 해도, 마지막에는 아리시아 자신의 안위만을 걱정하고, 그녀를 위해 몸을 사리지 않던 센틀러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 사이 다가 온, 카리첼이 조금은 상기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정말 대단한 능력을 숨기고 계셨군요.”


어느새 리아나와 미리도 달려와 있었다.


“왜 스승님께서 패하신 거죠? 이건 완전 편파판정이예요.”


아리시아는 달려오자마자 투덜대는 리아나의 머리를 무표정한 얼굴로 쓰다듬어 주고는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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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의 아리시아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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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제10장 - 당신이 사라 시헤리드로군요(10) 19.04.08 57 1 13쪽
71 제10장 - 당신이 사라 시헤리드로군요(9) 19.04.06 53 1 13쪽
70 제10장 - 당신이 사라 시헤리드로군요(8) 19.04.03 55 1 13쪽
69 제10장 - 당신이 사라 시헤리드로군요(7) 19.04.02 63 1 17쪽
68 제10장 - 당신이 사라 시헤리드로군요(6) 19.03.29 59 1 12쪽
67 제10장 - 당신이 사라 시헤리드로군요(5) 19.03.27 56 1 15쪽
66 제10장 - 당신이 사라 시헤리드로군요(4) 19.03.25 106 1 13쪽
65 제10장 - 당신이 사라 시헤리드로군요(3) +1 15.06.09 411 4 18쪽
64 제10장 - 당신이 사라 시헤리드로군요(2) +1 15.06.02 372 7 12쪽
63 제10장 - 당신이 사라 시헤리드로군요(1) 15.05.26 484 9 15쪽
62 제9장 - 어둠의 신전으로 모시겠습니다.(6) +1 15.05.18 403 7 16쪽
61 제9장 - 어둠의 신전으로 모시겠습니다.(5) +1 15.05.15 402 7 17쪽
60 제9장 - 어둠의 신전으로 모시겠습니다.(4) 15.05.13 477 10 20쪽
59 제9장 - 어둠의 신전으로 모시겠습니다.(3) 15.05.12 353 8 24쪽
58 제9장 - 어둠의 신전으로 모시겠습니다.(2) +1 15.05.05 428 4 20쪽
57 제9장 - 어둠의 신전으로 모시겠습니다.(1) +1 15.05.04 484 6 18쪽
56 제8장 - 모두 제국으로 가는 건가요?(10) +2 15.05.03 464 11 22쪽
55 제8장 - 모두 제국으로 가는 건가요?(9) +1 15.05.02 387 5 19쪽
54 제8장 - 모두 제국으로 가는 건가요?(8) 15.05.01 450 9 15쪽
53 제8장 - 모두 제국으로 가는 건가요?(7) +2 15.04.30 381 6 19쪽
52 제8장 - 모두 제국으로 가는 건가요?(6) +1 15.04.29 335 7 23쪽
51 제8장 - 모두 제국으로 가는 건가요?(5) +2 15.04.28 462 10 17쪽
50 제8장 - 모두 제국으로 가는 건가요?(4) +2 15.04.27 436 9 22쪽
49 제8장 - 모두 제국으로 가는 건가요?(3) 15.04.26 416 10 21쪽
48 제8장 - 모두 제국으로 가는 건가요?(2) 15.04.25 496 9 19쪽
47 제8장 - 모두 제국으로 가는 건가요?(1) +2 15.04.24 477 7 20쪽
46 제7장 - 이렇게 쉽게 끝날리가 없지(8) +2 15.04.23 504 15 19쪽
45 제7장 - 이렇게 쉽게 끝날리가 없지(7) +2 15.04.22 379 9 21쪽
44 제7장 - 이렇게 쉽게 끝날리가 없지(6) +2 15.04.21 548 11 23쪽
43 제7장 - 이렇게 쉽게 끝날리가 없지(5) 15.04.20 459 10 17쪽
42 제7장 - 이렇게 쉽게 끝날리가 없지(4) +1 15.04.19 526 11 17쪽
41 제7장 - 이렇게 쉽게 끝날리가 없지(3) 15.04.18 535 15 20쪽
40 제7장 - 이렇게 쉽게 끝날리가 없지(2) +3 15.04.17 511 14 17쪽
39 제7장 - 이렇게 쉽게 끝날리가 없지(1) 15.04.16 399 10 19쪽
38 제6장 - 므로도스가의 마법사이십니까?(9) +2 15.04.15 566 11 22쪽
37 제6장 - 므로도스가의 마법사이십니까?(8) +2 15.04.14 347 14 20쪽
» 제6장 - 므로도스가의 마법사이십니까?(7) 15.04.13 425 14 27쪽
35 제6장 - 므로도스가의 마법사이십니까?(6) 15.04.12 533 12 19쪽
34 제6장 - 므로도스가의 마법사이십니까?(5) +2 15.04.11 501 8 16쪽
33 제6장 - 므로도스가의 마법사이십니까?(4) 15.04.10 464 13 16쪽
32 제6장 - 므로도스가의 마법사이십니까?(3) +1 15.04.09 591 11 15쪽
31 제6장 - 므로도스가의 마법사이십니까?(2) +3 15.04.08 408 11 11쪽
30 제6장 - 므로도스가의 마법사이십니까?(1) +1 15.04.07 626 12 17쪽
29 제5장 - 제게 검술을 가르쳐 주실 수 없나요?(8) +1 15.04.06 562 9 18쪽
28 제5장 - 제게 검술을 가르쳐 주실 수 없나요?(7) 15.04.05 504 13 18쪽
27 제5장 - 제게 검술을 가르쳐 주실 수 없나요?(6) +1 15.04.04 449 11 14쪽
26 제5장 - 제게 검술을 가르쳐 주실 수 없나요?(5) +1 15.04.03 421 12 17쪽
25 제5장 - 제게 검술을 가르쳐 주실 수 없나요?(4) +2 15.04.02 550 14 17쪽
24 제5장 - 제게 검술을 가르쳐 주실 수 없나요?(3) +1 15.04.01 463 15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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