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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령 님의 서재입니다.

얼음의 아리시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을령
작품등록일 :
2015.03.16 00:00
최근연재일 :
2019.04.08 22:19
연재수 :
7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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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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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3,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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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4.1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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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제6장 - 므로도스가의 마법사이십니까?(6)

DUMMY

한편 식당에서는 여전히 붉은 로브의 마법사들과 푸른 로브의 마법사들이 아리시아를 사이에 두고서 날선 시선을 주고받고 있었다. 푸른 로브의 마법사들 뒤로 세 명의 기사들이 그들을 감싸며 들어서자, 푸른 로브의 마법사들의 어깨에 뭔가 모르게 힘이 들어가 보였다. 그 분위기에 조금은 위축이 들만도 했지만, 그러나 아리시아는 물론이고, 마리엔에게서도 위축된 기미는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아리시아에게서 고개를 돌린 마리엔이 아리시아의 뒤에서 기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제라드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번 학술 대회 일은 왕궁에 직접 탄원서를 제출하겠어요.”


말을 마친 마리엔이 대답도 듣지 않고서 아리시아에게로 다시 고개를 돌렸다.


“이제 자리를 옮기죠. 제게 할 말이 있죠? 이곳은 이야기를 나누기에 적합하지가 않은 거 같네요.”


아리시아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또 다시 아리시아는 설명할 수 없는 야릇한 기분에 빠져들었다.

센틀러도 그랬다. 아프산을 헤매고 있던 자신을 센틀러는 아무런 경계의 빛 없이 자신의 연구실로 안내했었다.

아리시아가 마리엔의 분홍빛 눈동자를 바라보며 생각에 빠져 들고 있을 때, 자신이 건넨 물음에 아무런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아리시아를 마리엔 역시 흥미로운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 스스로도, 또, 앞에 서있는 검은 머리의 여인의 행동도 모두 이해가 가지 않으면서도 왠지 자연스럽고, 또 익숙해서 마리엔은 그것이 흥미로웠다. 자신도 모르고 있던, 사람에 대한 순수한 흥미로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다섯 살 무렵, 그녀가 마법을 익히기 시작한 이후로 그녀에게 친구나, 마음을 터놓을 동료 같은 것은 없었다. 그녀는 강해져야만 했고, 그래서 지금까지 늘 마법에 대한 열정만을 삶의 목표로 삼아 달려왔다. 그랬던 그녀에게 처음으로 호감이라는 감정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었다. 아니 아직은, 그저 익숙함이나 친근함이라고 하는 표현이 맞겠지만, 어쨌든 그 익숙함의 실체마저도 그녀는 너무나도 궁금해졌다.

조급한 마음에, 마리엔이 아리시아를 이끌고 급히 걸음을 옮기려고 하는데 헤로킬이 그런 마리엔을 다시 불러 세웠다.


“우리를 이리 무시하고서 멋대로 사라지겠다는 건가?”


마리엔의 도도한 눈빛이 헤로칼에게로 향했다.


“이대로 끝내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때 헤로킬을 물리며 제라드가 앞으로 나섰다. 그가 마리엔을 향해 자신의 마법지팡이를 들어 올리며 낮고 엄숙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나, 제라드 진 포이리안은, 므로도스가로부터 참을 수 없는 모욕을 받은 바, 지금 므로도스가에 마법대전을 신청하는 바이오."


제라드에게 향한 마리엔의 눈가가 가늘어졌다. 마법대전이란 기사들의 1대1 결투처럼 마법사들이 자신의 명예를 걸고서 서로 대련을 벌이는 것이었다. 기사들과 다른 것이 있다면 서로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장소에서 서로 마법의 기술을 겨룬다는 점.

마리엔이 이름을 떨치게 된 계기도 사소한 다툼으로 인해 벌어진 마법대결에서 4서클의 마법을 펼쳐 보인 후였다. 그런데 그런 자신에게 지금 제라드가 마법대결을 신청한 것이었다. 스무 살의 나이에 4서클에 들어선 자신과 이십대 후반에 3서클인 제라드가 마법대련을 펼쳐서 그에게 좋을 이유가 없었다. 행여나 그가 지금 당장 4서클에 들어서서 자신과 같은 경지에 오른다고 해도, 조금은 명성을 얻을 수 있겠지만, 나이가 어린 마리엔에겐 그다지 불리할 것이 없었다. 아니면 5서클에라도 들어섰다는 말인가?

그때, 제라드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그려졌다. 그리고는 어딘가 음흉하다 싶은 목소리가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다만 마리엔이 아닌 아리시아에게로 시선을 옮겨간 후였다.


"마법대전을 받아들이시겠소? 므로도스가의 마법사 아리시아님?"


뜻밖의 결론에 지금까지 도도한 표정을 유지하던 마리엔의 표정이 깨어졌다. 그러나 그런 마리엔은 전혀 안중에도 두지 않고 제라드가 말을 이어갔다.


“만약, 내가 진다면 므로도스가문이 이번 학술대회에 참가 할 수 있도록 자리를 내드리겠소. 대신 아리시아님께서 패하신다면 므로도스가가 우리 포이리안가에게 고개를 숙여 사죄를 하셔야 할 것이오.”


"잠깐만, 그게 무슨 말이죠?"


마리엔이 제라드의 어깨를 낚아채며 잡아당겼다. 무례한 행동이었지만, 마리엔도, 또 제라드도 그것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오히려 제라드는 더 없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말 그대로요. 마법사 마리엔. 이분, 므로도스가문을 대표하시는 아리시아마법사님께 마법대전을 신청한다는 것이오."


제라드와 아리시아를 번갈아 바라보는 마리엔이 할 말을 잠시 잃고 얼굴을 굳혔다.

그때, 2층에서 금빛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반쯤 가린 여인과 그녀의 호위무사로 보이는 건장한 체격의 남자 둘이 계단을 내려왔다. 계단을 내려오던 여인의 시선이 잠시 아리시아에게로 머물렀다. 아리시아 역시 피하지 않고 그녀의 시선을 받았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며, 여인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지고 그 순간, 윗 층 어딘가에서 리아나의 외침 소리가 울려 퍼졌다.


“레이드!”


그리고 그 직후, 창문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리아나의 긴 비명소리가 이어지다 사라졌다. 아리시아와 미리의 신영이 동시에 튕겨지듯이 2층을 향해 날아들었다.





순식간에 소리가 난 방에 도달한 아리시아가 주위를 살펴보니, 낯선 남성이 깨진 창문 밖으로 허리를 내 밀고선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리시아가 창을 막고 서 있는 남자를 급히 밀쳐내고서 지체 없이 창문 밖으로 몸을 날렸다.

창가 밑에는, 네 명의 남자가, 누군가의 몸에 올라타고 있는 리아나의 팔과 몸을 붙잡고서 잡아당기고 있었다.

쿵!

지축을 울리며, 모래 먼지가 사방으로 흩날렸다. 그 모래 먼지를 뚫고 아리시아의 신영이 그대로 리아나를 에워싸고 있는 남자들에게로 날아들었다. 그리고 그와 거의 동시에 리아나의 허리를 붙잡고 서 있던 남자가 옆구리를 부여잡고서 멀리 날아가고, 곧이어 두 팔을 잡고 있던 남자들이 차례로 양쪽으로 날아가 바닥을 뒹굴었다. 언제 뛰어 내렸는지 미리가 달려들어 머리에 피를 흘리고 있는 리아나를 끌어 않았다. 그 사이 리아나에게 깔려 거의 실신하다 시피 누워 있던 남자가 비틀거리며 몸을 일을켰다. 아리시아가 그 남자에게로 다가가 남자의 턱밑에 봉을 들이 밀었다.


“레이드, 당신이 왜 여기에 있는 거죠?”


머리를 몇 번 흔들고서, 정신을 차린 레이드가, 잠시 아리시아의 얼굴을 바라보다 긴 한숨을 내쉬고 선, 들고 있던 흰색 천에 싸인 검을 옆에 선 남자에게 건넸다.


“이걸…… 응?”


하지만 레이드는 하던 말을 끝맺지 못하고 내뻗던 팔을 거두었다. 풀어진 하얀 천사이로 드러난 은색의 손잡이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녹색독사카니>가 카니치트가의 가보이기는 했지만, 말러도 리아나도 원체 함부로 들고 다니던 터라, 레이드 역시 그 검의 모습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카니치트가의 가보는, 검집은 물론 손잡이마저도 은은한 녹색의 빛을 띠고 있었다. 레이드가 급히 천을 한 겹 벗겨냈다. 그러자 짧은 검신에 보석으로 장신 된 검집을 지닌 여성용 장검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건…… 카니치트가의 보검이 아니었나?”


엄청난 실수였다. 레이드의 얼굴이 무참하게 구겨졌다. 그 순간 무언가 푹, 자신의 가슴을 강타해왔다. 피할 겨를도 없이 일격을 허용한 레이드가 멀리 날아가 바닥을 뒹굴었다.

십여 미터쯤 날아가 피를 흘리며 쓰러진 레이드의 앞으로 아리시아가 천천히 다가섰다.


“다시 한 번 묻죠, 당신이 왜 여기에 있는 거지요?”


그때, 아리시아를 향해 용병차림의 청년 다섯 명이 각자 무기를 빼어들고서 달려들었다.


“멈춰.”


레이드가 급히 손을 뻗어 그들을 멈춰 세웠다. 그들은 절대로 그녀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자리에서 일어선 레이드가 들고 있던 리아나의 검을 아리시아게 던지며 말했다.


“아시지 않소. 당신이 파놓은 함정에 보기 좋게 빠졌으니, 비웃든 말든 맘대로 하시오.”


영문을 몰라 그저 레이드를 노려보고만 있는 아리시아에게서 고개를 돌린 레이드가 자신의 동료들을 향해, 돌아가자!, 하고 소리치며 그대로 몸을 돌려 걸어가기 시작했다.

순간 눈가를 찌푸리고 서 있던 아리시아가 레이드의 뒤를 쫓으려고 발을 떼려는데, 이번에는 뒤에서 누군가가 아리시아의 발길을 붙잡았다.


"멈추시오. 마법사 아리시아!"


달려 온 사람은 다름 아닌 제라드였다. 주위를 한 번, 휘휘, 둘러보던 제라드가 소란 통에 모여든 사람들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마침 잘 되었소. 여러분, 오늘, 타지아의 마탑축제의 첫 날을 맞아, 여기 므로도스가의 마법사이신, 아리시아님과 저, 제이드 진 포이리안이 지금, 마법대전을 펼칠 것입니다."


마치 유세장에 나온 출마자처럼 양손을 번쩍 들어 올리고서 소리치는 제라드를 잠시 바라보던 아리시아가 이미 저만치 점으로 변한 레이드의 뒤를 잠시 바라보다 몸을 돌려 리아나에게로 다가갔다. 미리가 리아나의 이마에 난 상처에서 흐르고 있는 피를 닦아주고 있었다. 리아나에게 다가선 아리시아가 검을 건네주었다. 검을 건네받는 리아나를 바라보며 이마에 난 상처에 포션을 바르던 미리가 물었다.


“어찌되신 거예요. 아가씨?”


리아나가 잠시 아리시아와 미리를 번갈아 바라보다가, 고개를 숙이고서 검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며 설명을 시작했다.





레이드의 일격에 정신을 잠시 잃었지만, 리아나는 체력만큼은 그 누구보다 뛰어난 아이였다. 천천히 돌아오는 의식 속에서 레이드의 목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훌륭한 연기로군."


금발의 여인이 얼굴 한가득 흥미로운 기운을 품은 채로 웃으며 말했다.


"아니요. 당신이 말한 대로 그대로 일이 진행되니 그것이 더 놀라웠어요. 정말 사라를 좋아하는 르마스란 아이로군요."


여인은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결국 허리까지 굽혀가며 즐거워했다.


"뭐, 이 아이에 대해서는 조금 알고 있으니까."


말끝을 흐리는 레이드를 향해 금발의 여인이 다시 입을 열었다.


"정말 탐나는 아이예요. 정의롭고, 순수하고."


레이드가 쓰러져 있는 리아나를 잠시 바라보고 있다가 말을 잇는 여인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당신이 찾는 물건이 이것인가요?”


여인이 하얀 천에 싸인 검을 들고 흔들었다. 그런 여인을 향해 레이드가 한쪽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급히 검을 거두어 간 여인이 이번에는 장난기가 흐르는 눈으로 레이드를 바라보았다.


“왜 이래요?”


그런 여인을 바라보다 레이드 옆에 선 남자에게 고갯짓을 보냈다. 갈색머리에, 이마에 검정색 띠를 두르고 있는 청년이 여인을 잠깐 노려 본 후에, 품에서 작은 주머니를 하나 꺼내 여인에게 던졌다. 붉은색 주머니를 공중에서 낚아 채는 여인에게 레이드가 말했다.


“나머지 50골드요. 이제 아래에 있는 사람들이 눈치 채기 전에 조용히 이곳을 빠져 나가시오.”


여인은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검을 레이드에게 던졌다.


“확인해보지 않겠어요. 당신을 또 만날 것 같은 기분이 들거든요. 다음에도 부탁해요.”


몸을 돌린 여인이 바닥에 쓰러져 있는 리이나를 흘끔 내려다보고는 문밖으로 사라졌다. 여인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서 있던 레이드가 청년에게로 몸을 돌렸다.


“우리도 이만 가지.”


“저 아이……. 저대로 둬도 괜찮겠습니까?”


바닥에 쓰러져 있는 리아나를 가리키며 묻는 청년에게 씁쓸한 미소가 담긴 얼굴로 레이드가 말했다.


“괜찮아. 몸은 제법 튼튼한 아이니까. 어서 나가자.”


그리고 창문을 열고 아래로 뛰어내렸다. 그때, 레이드! 하고 자신의 이름을 소리쳐 부르는 여자아이의 목소리와 함께 공중에 떠 있는 자신의 몸 위로 무언가가 날아와 매달렸다.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바람에 나풀거리는 금발머리카락이 보였다. 떨어지는 중에도 등뒤에서는 리아나의 외침이 계속해서 울려퍼지고 있었다.


“이검은 절대 못내 줘.”


그리고 그녀의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쿵, 리아나와 레이드의 몸이 동시에 바닥으로 패대기쳐 졌다.


"뭐, 이런 무식한……."


2층, 그다지 높지는 않다고 해도, 어린아이까지 등에 매단 채로 떨어진 레이드의 충격은 적지 않았다. 다행히 레이드의 몸을 매트삼아 충격을 줄인 리아나는 재빨리 레이드의 손에 들린 자신의 검을 움켜잡았다. 하지만 레이드도 검만은 절대 빼앗길 수가 없었다. 어린여자아이와 커다란 덩치의 남자가 검을 부여잡고서 바닥을 뒹굴었고, 곧 서너 명의 남자들이 리아나에게 달려들어 그녀의 허리와 팔을 붙잡았다. 사방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그 순간, 또 다시 커다란 굉음과 함께 강한 진동을 울리며 아리시아가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던 것이었다.





리아나의 설명을 듣고, 미리와 아리시아는 어이가 없어 잠시 멍한 상태가 되었다. 그리고는 동시에 리아나의 손에 들린 검으로 시선이 옮겨졌다. 그러니까…… 범인은 저 검이었던 것이다. 레이드도, 어제의 그, 반마족도. 너무나 어이가 없어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있는 아리시아에게 어느새 달려 온 마리엔이 다짜고짜 물었다.


"당신 정말 우리 가문의 마법사예요?"


마리엔을 보고서야 겨우 정신을 수습한 아리시아가 대답대신 자신의 암을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 암을 받아든 마리엔이 은색의 암을 천천히 살펴보았다. 두 개의 마법지팡이와 므로도스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잠시 표정을 굳힌 채로 고개를 든 마리엔이 다시 물었다.


"이거……, 이 걸 만들어 준 사람이 대체 누구죠?"


아리시아가 낮고 평온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프산에서 센틀러님을 만났습니다. 하지만 전 마법사가 아니예요.“


센틀러?

가문에 그런사람이 있던가?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던 마리엔의 얼굴에 놀라움이 깃들었다.


"아……."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아프산의 모처에 마련되어 있는 가문의 비밀연구실로 들어갔다는 자신의 증조부의 이야기를 아버지에게서 들은 기억이 떠올랐다.

마리엔의 눈이 다시 아리시아에게로 향했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사실일까?

마법동굴로 들어가신 가문의 어른이 왜 제자를 거두신 걸까?

믿을 수도, 믿지 않을 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이었다.

그때 다시 제라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러분께 정식으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분이 바로 저와 곧 마법대전을 펼치게 되실 므로도스가문의 대표 마법사이신 아리시아님입니다."


제라드의 손이 아리시아에게로 향했다. 주위에 모여있던 수십 명의 시선이 일제히 아리시아에게로 향했다. 무표정한 얼굴로 잠시 그들을 바라보던 아리시아가 마리엔에게 고개를 돌렸다.


"마법대전이 뭐죠?"


마리엔이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마법사가 마법대전을 몰라요?"


아리시아가 눈가를 살짝 찌푸리며 낮게 말했다.


"조금 전에도 말씀 드렸다시피 나는 마법사가 아닙니다."


"아무리 그렇다고 그래도……, 잠깐만! 뭐라구요?"


깜짝 놀란 마리엔이 갑작스럽게 목소리를 높였다. 제라드의 떠드는 소리를 듣고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다시 마리엔에게로 일제히 몰려들었다. 마리엔이 잠시 주위를 살피다가 목소리를 낮췄다.


"지금 그게 무슨 말이예요?"


줄곧 도도함을 유지하던 마리엔의 표정이 어린아이처럼 무너져내리고 있었건만, 그러거나 말거나 아리시아의 입에서 담담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난, 전혀 마법을 할 줄 모릅니다."


마리엔이 자꾸만 높아지는 목소리를 애써 잠재우고며 구겨진 얼굴로 속삭였다.


"그런데 왜 말을 하지 않은 거죠?"


"보시다시피."


아리시아가 아직도 부등켜 안고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리아나와 미리를 가리켰다. 그러고 보니, 이 난리 통에 그녀가 그 것에 대해 해명할 시간이 없었다. 그 사이 제라드는 이렇게 일을 벌인 것이고. 마리엔의 미간이 저절로 구겨졌다.

어쩌지?

그녀의 고개가 여직 마법대전에 대해 주저리주저리 떠들고 있는 제라드에게로 향했다. 아리시아가 므로도스가의 마법사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지만, 제라드는 이것을 노린 것이 분명했다. 고민에 빠져 있는 그녀의 귀에 아리시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내가 마법사가 아니라고 하면, 므로도스가의 명예에 심한 손상을 입게 되나요?”


“그건…….”


마리엔은 다시 생각에 잠겼다. 지금 마법대전을 피하는 것과 마법대전에서 아리시아가 패했을 경우 어느 쪽이 더 피해가 적을 것인지를 가늠해야 했다. 그때 다시 아리시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마법대전의 방식이 어떻게 되죠.”


갑자기 짜증이 난 마리엔이 일그러진 얼굴로 아리시아에게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화를 낼 수가 없었다. 아리시아의 표정이 너무나 담담했기 때문이었다. 잠시 아리시아의 검은 눈동자를 바라보던 마리엔의 입에서 결국 긴 한숨이 터져나왔다.


“마법대전은, 총 세 번, 겨루게 되요. 우선, 각자 자신이 좋아하고, 재능있는 종목을 선택해서 우열을 가리죠. 그리고 그 대결에서 우열을 가지지 못하게 되면 대회의 참관인이 마지막 대결 종목을 내놓고, 그 마지막 대결을 겨뤄 최종 결판을 내려요.”


거기서 잠시 말을 끊은 마리엔이 다시 얼굴을 굳히며 침울한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포이리안가의 영지에요. 당연히 제라드, 그에게 유리한 대결이 이루어지겠죠.”


말을 끝맺고 나서 고개를 든 마리엔이 아리시아를 바라보고 있는데도 아리시아는 아무런 말도 없이 생각에 잠겨 있었다.

역시 걱정이 되는 것이겠지?

포기 해야 할까?

실수라고는 해도 자신의 명예를 위해 마법도 모르는 이를 마법대전에 출전시킬 수는 없었다.

결심을 굳힌 마리엔이 아리시아를 향해 고개를 드는데 그녀보다 먼저, 아리시아에게서 무척이나 뜬금없는 질문이 날아들었다.


“내가 몇 살처럼 보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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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제10장 - 당신이 사라 시헤리드로군요(9) 19.04.06 52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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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제9장 - 어둠의 신전으로 모시겠습니다.(2) +1 15.05.05 427 4 20쪽
57 제9장 - 어둠의 신전으로 모시겠습니다.(1) +1 15.05.04 484 6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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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제8장 - 모두 제국으로 가는 건가요?(2) 15.04.25 496 9 19쪽
47 제8장 - 모두 제국으로 가는 건가요?(1) +2 15.04.24 477 7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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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제7장 - 이렇게 쉽게 끝날리가 없지(3) 15.04.18 534 15 20쪽
40 제7장 - 이렇게 쉽게 끝날리가 없지(2) +3 15.04.17 511 14 17쪽
39 제7장 - 이렇게 쉽게 끝날리가 없지(1) 15.04.16 398 10 19쪽
38 제6장 - 므로도스가의 마법사이십니까?(9) +2 15.04.15 565 11 22쪽
37 제6장 - 므로도스가의 마법사이십니까?(8) +2 15.04.14 347 14 20쪽
36 제6장 - 므로도스가의 마법사이십니까?(7) 15.04.13 424 14 27쪽
» 제6장 - 므로도스가의 마법사이십니까?(6) 15.04.12 533 12 19쪽
34 제6장 - 므로도스가의 마법사이십니까?(5) +2 15.04.11 501 8 16쪽
33 제6장 - 므로도스가의 마법사이십니까?(4) 15.04.10 463 13 16쪽
32 제6장 - 므로도스가의 마법사이십니까?(3) +1 15.04.09 591 11 15쪽
31 제6장 - 므로도스가의 마법사이십니까?(2) +3 15.04.08 408 11 11쪽
30 제6장 - 므로도스가의 마법사이십니까?(1) +1 15.04.07 626 12 17쪽
29 제5장 - 제게 검술을 가르쳐 주실 수 없나요?(8) +1 15.04.06 562 9 18쪽
28 제5장 - 제게 검술을 가르쳐 주실 수 없나요?(7) 15.04.05 503 13 18쪽
27 제5장 - 제게 검술을 가르쳐 주실 수 없나요?(6) +1 15.04.04 449 11 14쪽
26 제5장 - 제게 검술을 가르쳐 주실 수 없나요?(5) +1 15.04.03 421 12 17쪽
25 제5장 - 제게 검술을 가르쳐 주실 수 없나요?(4) +2 15.04.02 550 14 17쪽
24 제5장 - 제게 검술을 가르쳐 주실 수 없나요?(3) +1 15.04.01 463 15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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