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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령 님의 서재입니다.

얼음의 아리시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을령
작품등록일 :
2015.03.16 00:00
최근연재일 :
2019.04.08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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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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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3,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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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5.15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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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제9장 - 어둠의 신전으로 모시겠습니다.(5)

DUMMY

“이보시오. 우리가 그걸 따지며 기다려 줄 시간이 없소이다.”


“당신은 물러나 계십시오.”


크레이트의 날이 선 외침이 날아들었지만 정작 코럭은 콧방귀만 뀌어보이고는 차터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이거 약속이 다르지 않습니까? 차터님?”


“잠시만 기다리시오. 보시다시피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한 것 아닙니까? 곧 끝날 일입니다.”


다른 이들이 아무리 반쪽짜리기사라며 빈정거린다고 해도 그들끼리는 명예를 아는 기사요, 신을 따르는 사제이다. 검을 뽑아든 이상 이대로 물러서는 일은 있을 수 없었다.


그러나 코럭의 입장에서는 이 상황이 마음에 들 리 없었다. 코럭이 재차 나서려는데 그의 곁으로 마법사 한 명이 다가와 귓속말을 전했다.


“조금만 기다려보시지요. 차터의 실력도 제법 나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다가 저 크레이트란 어둠의 기사에게 차터가 패하기라도 하면?

코럭이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두 사람의 입에서 동시에 마법주문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와 함께 두 사람의 검에 회색빛 오러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자신의 검에 맺힌 어둠의 마기를 확인 한 순간, 두 사람의 신영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상대를 향해 달려나갔다.

보통 기사들의 결투에서는 오러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것이나, 어둠의 기사인 두 사람은 정말이지 사생결단이라도 내려는 듯, 흉흉한 기운이 피어오르는 검으로 상대의 급소를 베어갔다.


크레이트와 차터의 실력은 비등했다. 아니 사실 실력으로만 본다면 나이로 보나 경험으로 보나 차터가 유리한 것이 사실이었으나, 한차례 맞부딪쳐 본 바로는 크레이트의 검이 그에게 조금도 밀리지 않았다. 한차례의 격돌 후, 잠시 뒤로 물러 선 차터의 입에서 작은 침음성이 흘러나왔다.


그런 차터의 허리를 향해 크레이트의 검이 날아들었다. 침착하게 크레이트의 검을 쳐낸 차터가 여세를 몰아 크레이트의 목을 베어갔다. 그러나 그의 검도 이내 크레이트의 검에 막혀 튕겨져 나갔다.

공격을 가할 때도, 방어를 할 때도 계속해서 뒷걸음질을 치는 쪽은 차터였다. 다시 서너 차례의 공방이 이루어지자 차터의 몸은 처음 그가 서있던 장소보다도 열 걸음이나 물러나 있었다. 크레이트는 쉴 새 없이 검을 휘둘러 그를 윽박질러 왔다. 더 이상 이대로 밀리고만 있을 수 없어, 차터는 마지막 힘을 다해 검을 내리쳤다. 사제복을 입기 이전, 근위기사였던 스승에게서 전해진 비전의 요체를 그대로 담은 한 수였다.

자신의 머리로 떨어지는 검을 거의 주저앉다시피 피해내며 막아낸 크레이트.

그의 머리 위에서 부딪친 두 사람의 검이 잠시 움직임을 멈추고서 그 상태로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그러나, 곧 몸을 일으켜 세운 크레이트와는 달리 차터가 두 걸음 뒤로 밀려나며 결국 먼저 검을 거두어 들였다. 승기를 잡은 크레이트가 차터의 코 앞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차터가 대비할 틈도 없이 뻗어나간 크레이트의 검이 결국 차터의 오른쪽 어깨를 뚫었다. 피가 쏟아져 나오는 어깨를 부여잡고 뒷걸음질 치는 차터의 목옆에 크레이트의 검이 멈춰 섰다.

크레이트와 차터의 눈이 공중에서 마주쳤다. 금방이라도 불꽃을 쏟아낼 것만 같은 크레이트의 눈을 바라보던 차터가 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내가졌네. 자네의 믿음이 나를 눌렀네.”


크레이트가 검을 거두고서 말했다.


"차터님께서 신의 뜻을 따르지 않은 탓이겠지요."


말을 마친 크레이트가 아펠렉상단주 코럭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결과가 지어졌습니다. 신의 뜻은 보시는 바와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더러 물러나라?”


어이없다는 듯, 반문을 던진 코럭이 차터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차터경 실망스럽구려? 정말 이대로 약속을 파기하시겠소?”


검을 내려놓고 서 어깨에 흘러내리는 피를 지열하고 있던 차터의 얼굴에 당황한 빛이 드러났다.


“이번 일은 없던 것으로 합시다. 돈은 빠른 시일 내에 갚아 드리겠소.”


“그 빚이 무려 천골드요. 천골드. 그대가 그걸 무슨 수로 갚겠다는 말이요?”


짜증스러움이 묻어 있는 목소리로 차터를 몰아붙이는 코럭을 바라보다 크레이트가 차터에게 고개를 돌려 말했다.


"혹시........ 차터님? 또 도박을 하셨습니까?"


단번에 알아차리고 던진 크레이트의 질문에 낯빛을 붉힌 차터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욕망의 신께서 나를 이끄셨네........"


크레이트가 한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고개를 저었다.


어쩐지 그의 신력이 불안하더라니.


“그래서 저들을 팔아넘기려 하셨구요?”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차터가 먼 산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런 차터를 바라보던 크레이트가 코럭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나도 모아둔 돈이 조금 있으니 차터님을 도와 금방 마련해 드리겠소. 이만 물러가 주시오.”


‘어쩐다........’


대답 없이, 코럭은 고민에 빠졌다. 비록 차터가 부상을 입은 상태라고는 하나, 어둠의 기사가 둘이나 되었다. 일반 기사들 보다 검술실력은 조금 미치지 못할지 모르지만, 그들의 검에 어린 어둠의 마기는 꽤나 강력한 힘을 지나고 있었다. 보통, 이런 경우라면 다른 생각 할 것 없이 물러나야했겠지만, 그러나 저 멀리, 수레 위에 말없이 앉아있는 마리엔을 바라보고 있자니 자꾸만 떠오르는 아쉬움이 발길을 돌리지 못하게 잡았다. 그가 곁에 선 마법사에게로 시선을 가져갔다. 그러자 입가에 비릿한 미소를 머금은 그가 다시 귓속말을 속삭였다.


“크레이트라는 기사는 테일과 바글로가 어느 정도 막아 줄 겁니다. 팔을 다친 차터와 마법사 마리엔은 차바들로 충분히 제압할 수 있구요. 문제 될 것은 없습니다.”


갈색의 털을 곤두세우고서 으르렁 거리고 있는 거대한 늑대형의 마수 차바.

제국 서쪽에 주로 서식하는 이 마수는 세일루니아 동부에 서식하는 붉은 튜바들처럼 마계의 마물들 틈에서 살아남은 행성 바르아 토종의 맹수이다.

대륙 서부의 끝, 산악지대에서 발호한 리아센 제국의 먼 조상들은 대대로 차바를 길들여 사냥이나, 전쟁에 이용해 왔는데, 지금의 와서는 리아센만의 특별한 전쟁 도구가 되어 버린 상태였다.


‘일찍 출발한 본단은 오늘 중으로 헤르난에 도착할 것이다. 그 이후에는 문제 될 것이 없지. 어둠의 기사들을 처리한 후에 여인들을 데리고 바로 세일루니아로 넘어간다.’


결정을 내린 코럭이 마법사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 것이 신호라도 되는 듯, 그의 뒤에서 건장한 체격의 검사 두 명이 몇 걸음 앞으로 걸어 나왔다. 모두 빡빡 깎은 머리에 울퉁불퉁한 근육이 드러나는 검은 색의 민소매 조끼를 껴입은 그들의 손에는 이미 날카롭게 빛을 내며 반짝이고 있는 검이 들려있었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낀 크레이트가 천천히 뒷걸음질을 쳐 아리시아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당신의 그 철봉, 얼음의 창을 몇 번 쏠 수 있습니까?”


급박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구원을 청하려 한 것인데 아리시아에게서 돌아오는 대답이 없었다.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아리시아는 그런 자신을 그저 빤히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물론 자신이 가지고 있는 마법물품의 약점을 누군가에게 알려주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그러나 지금은 위급한 상황이다. 이것저것 따지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그 철봉의 비밀은 내가 죽을 때까지 발설하지 않겠습니다. 신께 맹세하는 바요. 그러니 말해주십시오. 몇 번정도 사용이 가능한지.”


그러나 여전히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다.


“두 번? 아니면 세 번?”


다시 물었지만 역시나 검은 머리 여인의 고집은 꺾이지 않았다.


“이것 보십시오. 나도 좋아서 당신을 도와주려는 건 아니란 말입니다. 지금 저들에게 붙잡히면 당신도 또........ 리아나 양도 난처한 상황이지 않소. 그러니 내 말을 잘 듣고 따라주시오. 저 마수들은 차바라는 것들입니다. 뮬르켄만큼 강하진 않지만 그 속도는 훨씬 빠르지요. 나 혼자서는 솔직히 세 마리의 협공도 당해낼 자신이 없습니다. 그러니 우린 힘을 합해야만 한단 말입니다. 다행히 저들은 당신의...... 비밀을 모르고 있는듯하니, 일단 내가 신호를 보내면, 당신과 당신의 제자가 남은 두 마리만 상대해 주십시오. 두 마리의 공격을 잠시 막아만 주셔도 됩니다. 그러면 나와 차터님이 남은 세 마리를 물리치고 어떻게든 막아내 보겠습니다.”


크레이트는 아리시아의 대답도 듣지 않고 한 발 앞으로 나갔다. 이제는 신의 뜻에 맡기는 수 밖에 별 도리가 없었다. 그의 고개가 차터에게로 향했다. 이미 일전을 각오한 차터도 반대편 손으로 검을 집어 들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함께 크레이트의 신영이 쏜 살같이 앞으로 튀어 나갔다.


“지금이오.”


두 마리, 아리시아라는 여인이 더도 말고 딱, 두 마리만 잡아주면 좋다. 그렇지 않다고 해도 어제의 그 위력만큼의 얼음의 창이 쏘아지면 적들을 당황하게 만들기에는 충분할 터였다.


“이........”


그의 입에서 우렁찬 기합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니 막 터져 나오려고 했다. 하지만 그 순간, 그의 양쪽 귓가를 스치고 차가운 바람이 휙, 하고 지나쳐갔다. 그의 머리카락이 휘날리며 동시에 슝, 슝, 슝, 슝,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연달아서 들려왔다. 그리고 그의 앞으로 달려들던 두 명의 검사가 무언가에 튕겨져 나가 저 멀리 나뒹굴었고, 그와 거의 동시에 빠르게 달려들던 다섯 마리의 차바들이 마치 공기가 들어찬 풍선이 터지듯 큰 폭발음을 내며 공중에서 터져버렸다. 정말 거짓말처럼 사라져버린 차바들이 있던 공간에는 서리가 내린 듯, 하얀 가루가 휘날리다가 그 마저도 바람에 날아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아....... 아........ 아....... 아?”


맥이 쑥, 빠져버린 기합소리가 멈추고, 하늘 위로 검을 치켜 든 채, 엉거주춤한 자세로 선 크레이트가 아직도 상황 판단이 되지 않은 얼굴로 두리번거리다가 아리시아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런 자신을 무심한 눈으로 바라보며 서 있는 아리시아.

그렇게 잠시의 시간이 흐르고, 다시 아리시아의 검은 머리카락이 휘날리더니 거센 돌풍이 그녀의 주위로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또 다시 순식간에 열 개의 얼음의 창이 그녀의 머리 위에 떠올랐다. 하늘 위에서 맹렬한 기세를 내뿜으며 회전하고 있는 얼음의 창들을 바라보며 크레이트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무슨 마법물품이........”


아무리 뛰어난 마법사가 마법을 부여했다고 해도, 그 마법수준은 8클레스를 넘지 못한다. 그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지금까지 인간이 도달한 마법의 끝은 8클레스가 마지막이니까.

그런데 열 개의 얼음의 창이라니.

10서클 마법사와 맞먹는 힘이란 말인가? 아니면 고대 마도왕국의 물건을 차지하기라도 한 것일까?

자신의 두 눈을 비비며 아리시아의 머리 위에 떠있는 얼음의 창을 다시 세어보려는데 그 얼음의 창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아니 보이지도 않을 만큼 빠른 속도로 그의 옆을 지나쳐갔다. 아주 차가운 바람을 일으키며.

크레이트와 마찬가지로 멍한 얼굴로 아리시아의 머리 위에 떠 있는 얼음의 창을 바라보고 있던 상단주 코럭은 갑자기 자신의 앞으로 날아든 얼음의 창에 놀라 그 자리에서 두 눈을 질끈 감고 쓰러졌다.

그러나 자신의 이마를 꿰뚫고 지나갔을 시간이 한참이 지났건만 조금의 아픔도 느껴지지 않았다.

가만히 참고 있던 그가 결국 질끈 감고 있던 두 눈을 천천히 떴다.

그리고 그는 다시 한 번 놀라 뒤로 나자빠지고 말았다. 그의 눈 앞에서 여전히 얼음의 창이 강한 바람을 일으키며 회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으악!

외마디 비명과 함께 몇 바퀴를 굴러 내려갔지만, 그러나 코럭은 다시 한 번 놀라고 말았다. 몸을 바로 새우고서 고개를 드니 여전히 그의 앞에 얼음의 창이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눈앞에 있던 얼음의 창이 자신을 계속 따라 오며 그의 눈앞에서 휘돌고 있었다. 지금까지 상단 일을 하면서 세상에 벌어지는 일들을 많이도 보고 들었던 그였지만 그런 마법이 존재한다는 말은 들어보지도 못했다.

그는 알지 못했지만, 이미 기절해 쓰러진 자들을 빼고는 다른 부하들도 모두 그와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었다.

바지아래가 축축하게 젖을 만큼 놀라 얼이 빠져있는 그에게 아리시아의 무미건조한 목소리가 전해져 왔다.


“모두 돌아가십시오. 그리고 저희를 잊어주시기 바랍니다.”


그 말을 마치는 것과 동시에 적들의 눈 앞에 멈춰 서 있던 열 개의 얼음의 창이 공중으로 솟구쳐 올라가기 시작했다. 동시에 하늘 위로 쏘아진 열 개의 얼음의 창은 한 대 어우러져, 마치 공중 곡예를 펴치 듯, 일정한 간격으로 공중을 날아다니다가 갑자기 방향을 바꿔 급강하 하기 시작했다. 한데 뭉쳐진 얼음의 창들이 떨어진 곳은 조금 전 그들이 몸을 숨기고 있던 거대한 돌기둥.

열 개의 얼음의 창이 누워있는 기둥으로 사정없이 날아가 박혔다. 커다란 폭발음이 울리며 사방으로 차가운 기파가 밀려왔다. 그와 함께 피어오른 먼지구름이 온 사방을 뒤엎고, 그 주위, 수 십 미터의 반경 안에 서 있던 모든 이들이 충격파에 몸을 가누지 못하고 날아가 쓰러졌다.

잠시 후, 다시 먼지가 걷히고 드러난 그 자리는, 절대 부서지지 않을 것처럼 누워있던 거대한 크기의 돌기둥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고 허허 벌판으로 변해 있었다.




“뭐하시는 겁니까? 정말 저들을 그냥 놓아주시는 겁니까?”


몸을 가누지 못하는 이들을 서로서로 부축해 자리를 뜨고 있는 상단일행을 바라보며, 아직도 피가 멈추지 않아 흘러내리고 있는 어깨를 부여잡고서 다가온 차터가 아리시아에게 따져 물었다.


“그러면 어찌해야 합니까?”


“그들은 아리시아님과 친구분들을 해하려 한 자들입니다. 당연히 모두 죽여야지요.”


그 순간, 아리시아의 머리 위로 도서관에서 읽었던 어둠의 성서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 누군가 내 물건을 탐한다면 그 자의 눈알을 파고, 손목을 잘라라. 누군가 내 몸을 해하려 한다면, 그 자의 두 눈알을 파고, 혀를 자르고, 그 후에 목을 잘라라. 누군가 내 가족을 해하려 한다면 그 자의 두 눈알을 파고 혀를 뽑은 후에 목을 자르고 그의 가족의 두 눈알을 파고 혀를 뽑고 목을 잘라라.


어둠의 신의 교리는 그와 같이 전했다. 아리시아가 차터를 똑바로 바라보며 되물었다.


“그렇다면 그보다 먼저 당신이 우리를 저들에게 팔아넘기려 했으니, 제가 당신을 어찌해야만 하는 것입니까?”


잠시 아리시아를 바라보고 서 있던 차터가 흠흠, 하고 헛기침을 내뱉고는 고개를 돌렸다.


“죄송합니다.”


먼 산위로 고개를 돌리고서 서 있는 차터를, 가만히 서서 바라보고 있는 아리시아에게 이번에는 크레이트가 다가와 허리를 깊숙이 숙이며 말했다.

아리시아의 시선이 크레이트에게로 향했다. 고개를 든 크레이트의 얼굴에 침울한 기운이 서렸다.


“아리시아님을 의심하고 있었습니다.”


조금 전, 크레이트는 리아나에게 급히 다가가 아리시아에 대해 물었다. 크레이트의 말을 들은 리아나는 정말 해맑은 웃음을 지어보이고는 그에게 아리시아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위대한 마법사이며, 정령사이고, 또한 강한 검사라고, 리아나는 그렇게 설명해 주었다. 어쩌면 더욱 믿기 힘든 말일지도 몰랐지만, 그러나 크레이트는 더 이상 아리시아를 의심하지 않기로 했다.


“반쪽자리기사인 제가 아리시아님을 사기꾼이라고 생각했다니 우습군요."


그의 침울한 음성에 잠시 그를 바라보고 있던 아리시아가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인간은 모두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마치 자신은 인간이 아니라는 듯, 한발 떨어져서 이야기하는 그녀의 화법은 어딘가 이질감이 느껴지는 것이었지만, 딱히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전 어둠의 신 앙트라므님의 교리를 따르는 사제이지 않습니까?"


"사제는 인간이 아니던 가요?"


다시 할 말을 잃은 크레이트의 고개가 저절로 숙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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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제10장 - 당신이 사라 시헤리드로군요(9) 19.04.06 53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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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제10장 - 당신이 사라 시헤리드로군요(4) 19.03.25 106 1 13쪽
65 제10장 - 당신이 사라 시헤리드로군요(3) +1 15.06.09 411 4 18쪽
64 제10장 - 당신이 사라 시헤리드로군요(2) +1 15.06.02 372 7 12쪽
63 제10장 - 당신이 사라 시헤리드로군요(1) 15.05.26 484 9 15쪽
62 제9장 - 어둠의 신전으로 모시겠습니다.(6) +1 15.05.18 402 7 16쪽
» 제9장 - 어둠의 신전으로 모시겠습니다.(5) +1 15.05.15 402 7 17쪽
60 제9장 - 어둠의 신전으로 모시겠습니다.(4) 15.05.13 477 10 20쪽
59 제9장 - 어둠의 신전으로 모시겠습니다.(3) 15.05.12 352 8 24쪽
58 제9장 - 어둠의 신전으로 모시겠습니다.(2) +1 15.05.05 428 4 20쪽
57 제9장 - 어둠의 신전으로 모시겠습니다.(1) +1 15.05.04 484 6 18쪽
56 제8장 - 모두 제국으로 가는 건가요?(10) +2 15.05.03 464 11 22쪽
55 제8장 - 모두 제국으로 가는 건가요?(9) +1 15.05.02 387 5 19쪽
54 제8장 - 모두 제국으로 가는 건가요?(8) 15.05.01 450 9 15쪽
53 제8장 - 모두 제국으로 가는 건가요?(7) +2 15.04.30 381 6 19쪽
52 제8장 - 모두 제국으로 가는 건가요?(6) +1 15.04.29 335 7 23쪽
51 제8장 - 모두 제국으로 가는 건가요?(5) +2 15.04.28 461 10 17쪽
50 제8장 - 모두 제국으로 가는 건가요?(4) +2 15.04.27 436 9 22쪽
49 제8장 - 모두 제국으로 가는 건가요?(3) 15.04.26 416 10 21쪽
48 제8장 - 모두 제국으로 가는 건가요?(2) 15.04.25 496 9 19쪽
47 제8장 - 모두 제국으로 가는 건가요?(1) +2 15.04.24 477 7 20쪽
46 제7장 - 이렇게 쉽게 끝날리가 없지(8) +2 15.04.23 503 15 19쪽
45 제7장 - 이렇게 쉽게 끝날리가 없지(7) +2 15.04.22 378 9 21쪽
44 제7장 - 이렇게 쉽게 끝날리가 없지(6) +2 15.04.21 548 11 23쪽
43 제7장 - 이렇게 쉽게 끝날리가 없지(5) 15.04.20 458 10 17쪽
42 제7장 - 이렇게 쉽게 끝날리가 없지(4) +1 15.04.19 526 11 17쪽
41 제7장 - 이렇게 쉽게 끝날리가 없지(3) 15.04.18 534 15 20쪽
40 제7장 - 이렇게 쉽게 끝날리가 없지(2) +3 15.04.17 511 14 17쪽
39 제7장 - 이렇게 쉽게 끝날리가 없지(1) 15.04.16 399 10 19쪽
38 제6장 - 므로도스가의 마법사이십니까?(9) +2 15.04.15 565 11 22쪽
37 제6장 - 므로도스가의 마법사이십니까?(8) +2 15.04.14 347 14 20쪽
36 제6장 - 므로도스가의 마법사이십니까?(7) 15.04.13 424 14 27쪽
35 제6장 - 므로도스가의 마법사이십니까?(6) 15.04.12 533 12 19쪽
34 제6장 - 므로도스가의 마법사이십니까?(5) +2 15.04.11 501 8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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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제6장 - 므로도스가의 마법사이십니까?(3) +1 15.04.09 591 11 15쪽
31 제6장 - 므로도스가의 마법사이십니까?(2) +3 15.04.08 408 1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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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제5장 - 제게 검술을 가르쳐 주실 수 없나요?(6) +1 15.04.04 449 1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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