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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령 님의 서재입니다.

얼음의 아리시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을령
작품등록일 :
2015.03.16 00:00
최근연재일 :
2019.04.08 22:19
연재수 :
7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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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655
추천수 :
775
글자수 :
553,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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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4.20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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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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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글자
17쪽

제7장 - 이렇게 쉽게 끝날리가 없지(5)

DUMMY

"실례했습니다."


은빛 체인 메일을 입은 병사가 붉은 로브의 인영에게 암을 전하고는 몸을 돌려 멀어져갔다. 이미 해가 달 속으로 사라져 어둠이 내려앉은 시각. 붉은 로브를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서, 뒤돌아 사라지는 은빛 체인 메일의 병사를 바라보던 아리시아가 멀리 커다란 달빛에 검은 실루엣을 그려내고 있는 수십 개의 성탑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세일루니아왕국의 퓰리츠왕가의 성.

원래 세일루니아의 수도 퓨리스는, 지금의 리아센 제국의 동쪽에 위치해 있었다. 그 옛날 대륙을 질타하던 세일루니아제국의 거대한 황궁은 세워진 지 고작 백여 년 만에 모두 무너져버리고, 이제는 리아센 제국의 작은 변방 도시로 전락해 있었다. 일개 백작가의 사유지가 되어 버린 그곳을 뒤로하고 북쪽으로 밀려온 세일루니아의 왕가가 새로 도읍을 정한 곳이 지금의 수도 퓨리스였다.

세일루니아왕국의 성은 대륙을 반으로 가르며 이어진 나카강에서 뻗어 나와 흐르는 센토나강의 중앙에, 마치 섬처럼 솟아 난 땅 위에 지어져 있었다. 3층 높이의, 같은 모양의 건물 세 개가 백여 미터 간격을 두고 지어져 있고, 그 건물을 다시 성벽으로 이어 가운데가 비어있는 삼각형 형태를 이루고 있는 거대한 성이었다. 세 개의 각 성에는, 다시 각각 네 귀퉁이를 기점으로 성탑이 솟아올라 있고 그 성탑 끝에는 왕가의 상징인 프킬루스의 그림이 그려진 깃발들이 나부끼고 있었다. 세차게 흐르는 강물을 넘어 왕궁을 드나들기 위해서는 성문을 내려 다리를 놓는 수밖에는 없는 요새와도 같은 곳이었다.

아리시아는 잠시 어둠속에서 휘날리는 세일루니아왕국의 깃발을 바라보고 있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폈다. 검은 색 마차 한 대가 대로를 지나쳐 왕성 쪽으로 사라졌고, 그와 함께 조금 전 병사가 사라진 쪽에서 다시 일단의 병사들이 주위를 살피며 아리시아가 있는 곳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수도 퓨리스의 규모는 의외로 그리 크지 않아서 므로도스가문이 지배하고 있는 리비안 만큼도 되지 않았다. 다만, 상주하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군인이거나, 상인, 귀족들이어서 보통 자작가문의 성만한 저택들이 수도 없이 늘어서 있었으며 해가 사리진 늦은 시각임에도 불구하고 마차들은 끊이지 않고 거리를 지나다니고 있었다. 일반 평민들은 거리에 많지 않았고, 세 개의 뿔을 가진 검은 박쥐모양의 마물이 그려져 있는 은빛 체인 갑옷을 입고서, 서너 명씩 짝을 이룬 병사들이 곳곳에서 나타나 수시로 검문을 하며 귀찮게 하고 있었다.

지금 막, 서쪽 외성을 지나 시가지로 들어선 아리시아는 그 짧은 시간에 벌써 다섯 번째 검문을 받은 터였다. 늘 담담함을 유지하던 아리시아도 이대로 계속 검문을 받으며 시내를 돌아다니는 일은 그다지 즐길만한 것이 되지 못했다. 사실 아리시아가 알지 못하는 것이 있었으니 아무리 지금 수도의 분위기가 어수선하다고 하지만, 지나다니는 모든 이들을 일일이 검문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아리시아처럼 수상한 모습을 한 사람을 골라 수색을 하고 있는 것인데 아리시아는 아직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암을 확인 한 후, 태도를 달리하는 병사의 모습만 봐도 알 수 있듯이, 하다못해 그녀의 붉은 로브에 므로도스가문의 문장만 새겨 있었어도 검문의 반은 피할 수 있을 터였다.

북쪽 왕가의 별장.

그 한 줄의 문장만으로 수많은 고급 저택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이곳에서 왕가의 별장을 찾는 일은 그녀로써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일단 왕궁을 기준으로 북쪽으로 향해 무작정 다가가 보는 수밖에 별 도리가 없었다.

결정을 내린 아리시아가 다가오는 병사들을 피해 발걸음을 옮기려다가, 잠시 멈칫 거리는가 싶더니 곧 누구도 알아차릴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어디론가 사라졌다.

낡은, 소가죽으로 만든 로브를 눌러 쓴 자가 지금 막, 대로의 한 잡화점 골목 안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어느새 은밀히 따라붙은 아리시아가 일정한 거리를 유치한 채로 그의 뒤를 밟았다. 조금씩 좁아지며 마치 미로처럼 얽혀드는 골목을 수십 번 꺾어 들어 간 인영은 어느 허름한 술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 술집처럼 허름한 건물들이 늘어서 있고, 곳곳에 속살을 노출시킨 여인들의 모습이 보이는 곳이었다. 대로 쪽을 쉴 틈 없이 돌아다니던 병사들도 보이지 않는 이곳은, 어쩌면 늦은 밤, 수도 내의 어느 곳보다도 부산하고 활기가 넘쳐 보였다.

휘청거리는 걸음으로 다가와 아리시아의 팔을 잡아끌던 여인이 자신을 돌아보는 아리시아와 눈이 마주치자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주저앉아 이까지 부딪치며 떨고 있는 여인을 흘끔 내려다보던 아리시아가 고개를 돌려 뒤쫓던 남자가 사라진 술집을 바라보았다. 이곳 유흥가에 늘어선 건물들 중에서도 유독 낡고, 볼품없는 술집이었는데 그 겉모습과는 달리 환하게 불이 켜진 건물 안에서 사람들의 떠드는 소리가 밖에까지 들려왔고, 계속해서 사람들이 드나들고 있었다.





리비안의 마탑 지하 1층에는 수십 명의 사람이 손을 잡고 에워싸야 모두 막아 설 만큼 커다란 마법진이 그려져 있다. 일명 <이동의 방>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세일루니아 왕국에서 장거리 마법을 가능하게 하는, 마법진이 그려진, 몇 안 되는 장소였다. 그래서 마법스크롤이나 이동마법진을 이용해서 리비안으로 넘어 오는 자들은 으레 이곳을 좌표로 삼았다. 그곳에 서너 명의 붉은 망토를 입은 므로도스가의 가신들이 모여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중, 원래는 붉었을 것이나, 이제는 희끗하게 센 하얀 머리에 섞여 연한 분홍빛을 띠는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동여맨 노인에게서 낮은 한탄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왕께서 쓰러지셨는데……."


아무리 왕국에서의 세력이 약해진 므로도스가문이라고 해도, 이런 엄청난 일이 벌어졌는데도 그 사실을 제때에 알아채지 못하다니. 아니 그건 그렇다고 쳐도, 지금까지 제대로 사실 확인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심스러움에 연신 한 숨을 내 뿜고 있는 마웅후작을 바라보며 마레드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공교롭게도 할아버님의 장례로 어수선한 때였습니다."


마레드의 위로에도 마웅은 고개를 내 저을 뿐이었다. 다른 사람은 모르고 있는 것을 자신들만이 알고 있다고 해도 당연한 것이라고 넘길 판에 이건 너무나 수치스러운 일이었다. 그만큼 수도의 장악력이 떨어진 탓이리라, 하다못해 마탑에 상주하는 므로도스가의 마법사들도 제법 되었건만 아무도 이 일을 알아차린 자가 없었다.


"왕자저하께서 이런 우리를 어찌 생각하시겠느냐."


"그래도 왕궁을 떠나시자마자 우리를 찾고 계십니다."


아들이 연이어 던진 말이 조금은 위로가 된 것일까? 마웅 후작의 검버섯이 피어오른 얼굴 위로 드리워졌던 그늘이 조금 걷혔다.


"그래도 너무 갑작스럽구나. 왕께서는 이제 고작 일흔 살도 되지 않은 나이시다."


마법사가 아니라면, 평범한 평민들도 여든 살은 거뜬히 넘긴다. 하물며 왕궁에서 세일루니아 최고의 신관들과 치료사들의 관리를 받으며 생활하는 왕이다. 세일루니아 700년 역사 속에서도 백 세를 넘기지 못하고 단명한 왕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때, 마법진 위에 붉은 빛이 감돌기 시작했다. 마웅후작과 마레드가 잡생각을 날려버리고는 마법진 앞으로 조금 다가가 섰다. 곧, 마법진 위로 붉은 빛이 더욱 강하게 솟아올라 한순간 사방으로 눈부신 빛을 내 뿜고는 사라졌다. 빛이 사라진 마법진 위에 로브를 뒤집어 쓴 다섯 명의 사람이 모습을 나타냈다.

맨 앞에 서 잠시 주위를 살피던 인영이 먼저 머리를 뒤집어쓰고 있던 후드를 걷어냈다. 진한 녹색빛이 감도는 머리카락에 날카로운 눈매를 지닌 중년의 남자가 얼굴을 드러냈다. 그의 벌어진 로브의 앞 틈으로 온통 검은 빛의 푸킬루스가 입에 푸른빛의 검을 물고 있는 문양이 새겨진, 은빛 갑옷이 드러났다. 중년의 기사는, 다시 한 번,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펴보다가 뒤에선 작은 키의 인영에게 길을 열어주었다. 중년 기사의 뒤에서 모습을 드러낸 로브인이 잠시 자신의 앞에 서 있는 마웅후작을 응시하고 서 있다가 가만히 손을 들어 목에 맨 줄을 풀어 로브를 벗었다. 옆에 선 기사에게 로브를 건넨 자줏빛 머리의 청년이 천천히 마법진 위를 걸어 내려왔다.


‘고작 다섯 명의 호위뿐인가?’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자줏빛 머리카락의 청년, 세일루니아 왕국의 세 번째 왕자 율란 폴 퓰리츠를 바라보는 마레드의 미간이 좁아졌다. 이것은 두 가지를 의미했다. 이동해 오는 거리를 늘리기 위해서 인원수를 줄였거나, 아니면 왕자가 호위 몇 명만을 대동한 채 도망치듯, 왕궁을 빠져 나왔거나. 하지만 전자일 리가 없는 것이 조금이라도 거리를 늘리려고 했다면 적어도 한 명쯤, 마법사가 끼어있을 터였다. 그러나 그의 곁에 있는 자들은 로브로 몸을 가리고 있을지언정 모두 갑옷을 입은 기사들뿐이었다. 수없이 많은 의문들이 떠올랐지만, 마레드는 애써 표정을 숨기며 반갑게 왕자를 맞았다.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왕자저하."


헝클어진 자줏빛 머리카락을 정리하며, 청년, 율란 폴 퓰리츠가 한쪽 무릎을 꿇고 예를 올리는 마웅후작과 마레드자작을 번갈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스승님을 만나니 한결 마음이 편하군요."


"소신이 변변치 못해 왕자님을 제대로 모시지 못했습니다."


마웅후작은 정말로 황송한 듯이 몸도 일으키지 못하고서 고개를 숙인 채 말을 이었다. 그런 마웅에게 다가간 율란이 손수 그의 팔을 잡아 일으켰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스승님께서 이렇듯 영지를 잘 다스리고 계시니 제가 이렇게 다시 스승님을 찾는 날이 온 걸요. 일어나세요. 어떤 말씀을 들으셨는지는 모르지만, 아직 절망할 때는 아닙니다."


율란왕자의 말을 듣고 마웅과 마레드가 몸을 일으켰다. 제대로 된 사정을 알 수 없는 마웅과 마레드의 입장에서는 지금 수도의 사정이 더 없이 궁금하기만 했다. 그런 두 사람을 얼굴을 바라보던 율란이 그들의 뒤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마웅과 마레드가 자신들 뒤에서 아직도 몸을 일으키지 못하고 엎드려 있는 세 명의 마법사를 바라보았다. 마웅이나 마레드의 입장에서는 누구보다도 믿음직스러운 가신들이었지만, 그렇다고 한들 율란이 조심스러워 하는데 그들이 그것을 모른 척 할 수는 없었다.


"일단 안으로 드시지요."


그런 마웅을 향해 율란이 애써 웃음을 지어보였다.






“조금 전에 당신이 나온 술집 안에 레이드, 그가 있는 건가요?”


이마에 검은색 띠를 두르고 갈색머리카락의 남자는 쉽게 기침을 멈추지 못했다. 조금 전, 레이드의 지령을 받고서 술집을 나와 막 골목을 돌아들어 온 그는,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검은 머리의 여인에게 일격을 받고 쓰러진 상태였다.

시레스의 성문에서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던 큰 키의 여인. 그때 그는 뮬르켄을 잡으러 떠났던 토벌대 중의 한 명이었다. 그의 이름은 아돌, 비록 젊은 나이였지만, 시레스 북부자경대원들 중에서 그 성장 속도가 제법 빨라 레이드의 눈에 든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어떻게 공격을 당했는지도 모르게 지금 바닥에 누워 있는 것이었다. 적어도 시레스의 성문에서 그녀를 처음 보았을 때만 하더라도 그녀와의 대면이 이렇게 떨리는 일이 될 줄은, 그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이곳에 온지는 얼마나 되었습니까?"


아리시아의 질문이 계속 이어졌지만, 청년에게서는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기침을 멈춘 청년은 이제야 상황파악이 되었는지, 이제는 제법 강단이 있는 표정으로 입을 다물고는 눈까지 감아버렸다. 잠시 그런 청년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던 아리시아가 덥석, 그의 손목을 붙잡았다. 깜짝 놀라 감았던 눈을 동그랗게 뜬 청년이, 급히 손을 빼내려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녀의 완력을 당해 낼 수가 없었다. 혈기가 넘치는 청년이 아무렇지도 않게 넘기기에는 너무나 수치스러운 일이었다. 괜히 얼굴마저 붉게 달아오를 즈음에, 갑자기 으슬으슬 몸이 떨려오기 시작했다. 손목을 잡고 있는 아리시아의 손으로부터 차가운 냉기가 전해져와 온몸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무슨 일을 당하고 있는지 채 정신을 수습하기도 전에 아리시아의 질문이 다시 들려왔다.


"조금 전, 술집 안에 레이드가 있는가 물었습니다."


청년의 거무스름하던 얼굴에 핏기가 사라지며, 이제 새하얗게 변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입을 꾹 다문 채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레이드는 그가 모시는 주군, 어찌 쉽게 대답을 해줄 수 있겠는가?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대답은 충분했다. 아리시아는 그런 그를 죽일 생각은 없었다.


"언제 이곳에 도착했죠?"


“이, 이틀이 되었습니다.”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청년이 결국 입을 열었다. 아리시아가 덤덤한 얼굴을 유지한 채로 계속 질문을 던졌다.


"말러자작의 행방에 대해 아는 것이 있나요?"


"모릅니……다. 사일 전에, 이곳 성문에서 병……사들에 의해 끌, 끌려갔다는 소문을 듣고 우리도 찾……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아리시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북쪽에 왕가의 별장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알고 있는 게 있나요?”


북쪽 왕가의 별장?

그러나 그에 대한 것은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밀려오는 한기에 이제는 모든 감각이 사라지는 듯했다. 눈물, 콧물에 침까지 흘려가며 세차게 고개를 흔드는 청년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아리시아의 눈에 청년의 허리에 매달린 작은 가방이 들어왔다. 가방을 열어보니 잡다한 물건들 속에서 작은 지도 한 장을 찾을 수 있었다. 정 중앙에 강을 끼고 있는 삼각형의 성이 그려져 있었다. 이곳 퓨리스의 지도가 틀림없었다. 아리시아는 지도를 꼼꼼하게 아슈타 안에 새겨 넣었다. 그리고는 그것을 다시 가방에 넣어, 이미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는 청년의 허리에 다시 메달아 주었다. 청년의 목을 짚어 맥박을 확인해보니, 당장 죽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방치하고 떠날 수는 없었다. 잠시 주위를 살피던 아리시아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붉은 턱수염의 사내는 허겁지겁 앞에 놓인 양념고기와 스프를 번갈아 떠 넘겼다. 늦은 저녁식사에 너무나 배가 고팠던 탓이었다. 맛있는 음식을 떠넘기고 있는 중에도 그의 얼굴에는 짜증스러움이 가시지 않았다. 이곳에 온지 3일. 말러자작에 대한 단서는커녕, 이제 자금마저 모두 바닥이 난 상태였다. 그의 이름은 랜도. 레이드 일행 중에 유일하게 자경대의 일원이 아닌 자였다. 그래서 그가 맡은 일은 벨로프 자작과의 중간 연락책이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이곳 수도에서 벨로프 자작과의 연락이 끊긴 탓에 괜히 말러자작에 대한 탐문에 정신없이 수도를 돌아다니며 발품을 팔고 있었다. 그런 그가 두 번째 고깃덩이를 입안으로 집어넣으려는 찰라, 술집의 문이 벌컥 열리며 꼬마아이 하나가 달려 들어와 소리치듯이 말했다.


“혹시 여기에 레이드라는 사람을 아시는 분이 계신가요?”


순간, 깜짝 놀란 랜도가 입에 문 고깃덩이를 뱉어 내고서 고개를 돌렸다. 왁자지껄 떠들어 대던 사람들의 시선이 일순간 아이에게로 향했다. 그런 사람들의 시선을 아랑곳 하지 않고 아이가 다시 입을 열었다.


“혹시 여기…….”


“아, 아이야.”


다시 소리치려는 아이의 목소리를 급히 막으며 랜도가 아이에게로 달려갔다. 말을 멈춘 아이가 험상궂은 얼굴의 남자에게서 한 발 물러서며 급히 뒤에 감추고 있던 물건을 불쑥 내밀었다. 다 떨어진, 꼬질꼬질한 옷을 입은 아이의 때가 잔뜩 낀 얼굴을 바라보던 랜도가 아이의 손에 들린 물건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게 뭐냐?”


“어떤 사람이 레이드라는 사람을 알고 있는 사람을 찾아서 이걸 전해주라고 하셨어요.”


랜도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아이의 손에 든 물건을 받아 들었다. 그것은 검은 색의 머리띠였다. 물건을 알아 본 랜도가 아이를 향해 다급하게 물었다.


“이게 어서 났느냐?”


아이는 말없이 문을 열고는 손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급히 문을 열고 나온 랜도가 아이가 가리킨 곳을 바라보니 멀리 길바닥에 누군가가 쓰러져 있는 것이 보였다.


"아돌?"


랜도가 급히 달려가 아돌을 부축해 일으켰다. 정신을 잃은 아돌의 몸은 마치 겨울철 얼음으로 덮인 강물에 빠졌다가 나온 사람마냥 차갑게 식어있었다. 깜짝 놀란 랜도가 급히 아돌을 들쳐 업고 나왔던 술집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술집 안으로 사라지는 랜도를 바라보며 아리시아도 몸을 돌려 달리기 시작했다. 지도에는 퓨리스의 북쪽 끝, 시가지를 벗어난 외딴 곳에 세 개의 고급 저택이 그려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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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제10장 - 당신이 사라 시헤리드로군요(9) 19.04.06 53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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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제10장 - 당신이 사라 시헤리드로군요(3) +1 15.06.09 411 4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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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제10장 - 당신이 사라 시헤리드로군요(1) 15.05.26 484 9 15쪽
62 제9장 - 어둠의 신전으로 모시겠습니다.(6) +1 15.05.18 403 7 16쪽
61 제9장 - 어둠의 신전으로 모시겠습니다.(5) +1 15.05.15 402 7 17쪽
60 제9장 - 어둠의 신전으로 모시겠습니다.(4) 15.05.13 477 10 20쪽
59 제9장 - 어둠의 신전으로 모시겠습니다.(3) 15.05.12 352 8 24쪽
58 제9장 - 어둠의 신전으로 모시겠습니다.(2) +1 15.05.05 428 4 20쪽
57 제9장 - 어둠의 신전으로 모시겠습니다.(1) +1 15.05.04 484 6 18쪽
56 제8장 - 모두 제국으로 가는 건가요?(10) +2 15.05.03 464 11 22쪽
55 제8장 - 모두 제국으로 가는 건가요?(9) +1 15.05.02 387 5 19쪽
54 제8장 - 모두 제국으로 가는 건가요?(8) 15.05.01 450 9 15쪽
53 제8장 - 모두 제국으로 가는 건가요?(7) +2 15.04.30 381 6 19쪽
52 제8장 - 모두 제국으로 가는 건가요?(6) +1 15.04.29 335 7 23쪽
51 제8장 - 모두 제국으로 가는 건가요?(5) +2 15.04.28 462 10 17쪽
50 제8장 - 모두 제국으로 가는 건가요?(4) +2 15.04.27 436 9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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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제8장 - 모두 제국으로 가는 건가요?(1) +2 15.04.24 477 7 20쪽
46 제7장 - 이렇게 쉽게 끝날리가 없지(8) +2 15.04.23 503 15 19쪽
45 제7장 - 이렇게 쉽게 끝날리가 없지(7) +2 15.04.22 378 9 21쪽
44 제7장 - 이렇게 쉽게 끝날리가 없지(6) +2 15.04.21 548 11 23쪽
» 제7장 - 이렇게 쉽게 끝날리가 없지(5) 15.04.20 459 10 17쪽
42 제7장 - 이렇게 쉽게 끝날리가 없지(4) +1 15.04.19 526 11 17쪽
41 제7장 - 이렇게 쉽게 끝날리가 없지(3) 15.04.18 534 15 20쪽
40 제7장 - 이렇게 쉽게 끝날리가 없지(2) +3 15.04.17 511 14 17쪽
39 제7장 - 이렇게 쉽게 끝날리가 없지(1) 15.04.16 399 10 19쪽
38 제6장 - 므로도스가의 마법사이십니까?(9) +2 15.04.15 566 11 22쪽
37 제6장 - 므로도스가의 마법사이십니까?(8) +2 15.04.14 347 14 20쪽
36 제6장 - 므로도스가의 마법사이십니까?(7) 15.04.13 424 14 27쪽
35 제6장 - 므로도스가의 마법사이십니까?(6) 15.04.12 533 12 19쪽
34 제6장 - 므로도스가의 마법사이십니까?(5) +2 15.04.11 501 8 16쪽
33 제6장 - 므로도스가의 마법사이십니까?(4) 15.04.10 464 13 16쪽
32 제6장 - 므로도스가의 마법사이십니까?(3) +1 15.04.09 591 11 15쪽
31 제6장 - 므로도스가의 마법사이십니까?(2) +3 15.04.08 408 11 11쪽
30 제6장 - 므로도스가의 마법사이십니까?(1) +1 15.04.07 626 12 17쪽
29 제5장 - 제게 검술을 가르쳐 주실 수 없나요?(8) +1 15.04.06 562 9 18쪽
28 제5장 - 제게 검술을 가르쳐 주실 수 없나요?(7) 15.04.05 504 13 18쪽
27 제5장 - 제게 검술을 가르쳐 주실 수 없나요?(6) +1 15.04.04 449 11 14쪽
26 제5장 - 제게 검술을 가르쳐 주실 수 없나요?(5) +1 15.04.03 421 12 17쪽
25 제5장 - 제게 검술을 가르쳐 주실 수 없나요?(4) +2 15.04.02 550 14 17쪽
24 제5장 - 제게 검술을 가르쳐 주실 수 없나요?(3) +1 15.04.01 463 15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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