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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령 님의 서재입니다.

얼음의 아리시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을령
작품등록일 :
2015.03.16 00:00
최근연재일 :
2019.04.08 22:19
연재수 :
7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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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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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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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3,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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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4.19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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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제7장 - 이렇게 쉽게 끝날리가 없지(4)

DUMMY

“또……, 있었나?”


청년은 갑자기 나타나 자신의 검을 쳐낸 여인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붉은 로브로 몸을 감싸고 있는 흑발의 여인은 한쪽 손에 든 보석처럼 투명한 대검을 자연스럽게 늘어뜨린 채로 서서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다른 반마족인가?’


사실 그는 반마족을 그리 많이 만나보지 못했다. 마성을 각성한 이후, 그가 본 반마족은 제국의 한적한 변방의 성에서 초로의 노인으로 분장을 한 채 검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던 저록이라는 이름의 가여운 반마족과 검을 취한 자신을 제국에서부터 뒤쫓아 온, 저 앞에 쓰러져 있는 모겐이라는 자뿐이었다. 그래서 그에게 조금의 노련함만 있었어도 자신의 앞에 서있는 여인에게서 조금의 마기도 흘러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 차렸겠지만 그러지 못했다. 다만 자신의 대검을 쳐낸 여인의 투명한 검에 흐르고 있는 차가운 기운에 강한 호기심을 느끼며 왠지 모를 흥분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의 하얗던 얼굴이 점점 검붉어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두 눈마저 검붉게 변하기 시작했다.


"그가 마성을 개방하려고 합니다. 피하십시오."


한손으로 자신의 목을 부여잡은 채, 모겐이 피끓는 목소리로 소리를 쳤지만 아리시아는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점점 검붉게 변하고 있는 눈앞의 청년을 뚫어져라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오히려 모겐의 말에 정신을 차린 것은 청색머리의 반마족 청년이었는데 그는 점점 근육을 부풀리며 검붉은 색으로 달아오르고 있는 팔뚝을 내려다보다가 눈을 감고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그렇게 몇 번 심호흡을 하고 눈을 뜨자 뜨겁게 달아오르던 열기가 식고, 부풀어 오르던 몸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다시 평범한 인간형의 몸으로 돌아온 그가 자신의 팔뚝을 돌려보며 낮게 읊조렸다.


"아직도 힘이 더 남아 있었던 건가?"


지금의 힘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점점 마기를 제어할 수 있게 되고 그 끝에 다다랐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자신이 찾아내지 못한 힘이 더 남아있는 듯했다.

들릴 듯 말 듯, 그의 입에서 낮은 웃음소리가 흘러나올 때, 산 아래쪽 황폐한 평야 위에서 붉은 빛줄기가 솟아오르더니 곧 그곳에 세 명의 인영이 모습을 나타났다. 모두 하얀색 로브를 입고 있는 빛의 사제들이었는데 그들은 빠른 걸음으로 그들이 싸움을 벌이고 있는 곳을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자신이 있는 곳으로 달려오고 있는 세 인영을 바라보다 고개를 들린 반마족 청년이 아리시아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인간의 편에 선 자인가?"


인간의 편에 섰다?


"반마족이 아닌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연달아 물음을 던지는 그에게 아리시아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가 없었다. 인간도 반마족도 아닌 자신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그녀는 그 답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정말 이곳 바르아, 아니 전 우주에 단 한 명 남은 지구인, 아니 그것도 아니라 완전한 사람이 아닌 지구의 정령의 혼을 지닌 지구인에 의해서 만들어 진 기계일 뿐이었다. 그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녀는 결국 그 물음의 답을 그냥 덮어 버리며 고개를 저었다.


"모릅니다. 그리고 전 누구의 편에도 서지 않습니다."


아리시아의 대답을 들은 청년의 얼굴에 진한 호기심이 떠올랐다. 그리고는 순간 너무나도 순박해 보이는 미소를 머금은 채로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너도 나와 같은가?"


인간도 마족도, 아니 인간에 편에 선 반마족도, 마족의 편에 선 반마족도 아닌 그런 자. 청년은 아리시아의 대답을 듣고서 그런 오해 속으로 빠져들었다.


"맞는 말이야. 인간도 마족도 아닌 우린가 왜 마족의 편에서고 인간의 편에 서야만 하지? 난 누구의 도움도 없이 내 힘만을 믿고 살아갈 것이다."


그때 아리시아의 뒤에서 모겐이 반쯤 눕다시피 했던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어리석은 아이구나. 우리는 신의 뜻을 어기고 태어난 존재이다. 그런 우리는 이 세계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 것이야. 더 이상 이 세계를 비틀어 어지럽게 하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


그의 말에 청년은 기가 막힌 듯, 멍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다가 다시 입을 크게 벌리고 웃기 시작했다.


"무슨 말이야. 신의 뜻은 무엇이고, 거기다 나의 잘못도 아닌데 왜 내가 이 세계를 걱정하고 인간과 마족을 선택해 도와야 하는가? 늙은이, 너의 말이 더 우습지 않나?"


"그렇지 않아. 곧 너의 마성도 네가 제어하지 못할 만큼 커진다. 나와 함께 왕국으로 가자. 그러면 평범한 인간으로 살아 갈 수 있어. 내가 도와 주겠다."


"저 제국의 저록이라는 멍청이처럼 노인분장을 한 채로 말인가?"


한 것 비웃음이 담긴 목소리를 남긴 청년이 모겐에게서 가차 없이 고개를 돌리고는 아리시아를 향해 물었다.


"너도 같은 생각인가?"


아리시아는 그것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만약, 그렇다면 자신도 이미 신의 뜻을 저버리고 아직도 살고 있는 사람이지 않은가? 그런 아리시아를 바라보며 청년이 밝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어때? 나와 함께 가지 않겠어? 이 세계에서 마음 것 놀아보자."


그때 산 아래, 가까운 곳에서 사람들의 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잠시 아리시아를 바라보고 있던 반마족 청년이 몸을 돌렸다.


"다시 만났을 때, 너도, 또 나도 만약 그 때도 누군가의 편에 서지 않고 지금처럼 이대로 만나게 된다면 그땐, 우리 둘이서 세상을 한 번 뒤집어 보자."


말을 마친 청년은 아리시아의 대답도 듣지 않고, 산의 정상을 향해 달려올라 순식간에 모습을 감추어 버렸다.

청년이 사라진 곳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겨 있는 아리시아에게 모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겐은 나무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었다. 이미 목과 가슴에 난 상처는 아물어 있었지만 그래도 꽤 긴 휴식이 필요했다.


"당신은 누구지?"


아리시아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런 아리시아를 모겐은 눈을 가늘게 뜨고서 바라보았다.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반마족 청년의 검은 자신도 막을 수 없는 짙은 마기에 휩싸여 있었다. 자신의 마기를 가볍게 부수어 뜨리고는 두 개의 검을 동강내 버린 강한 마기였다. 마족 중에서도 적어도 백작급의 지위에 속하는 귀족의 혼을 지닌 반마족이 아니라면 낼 수 없는, 실로 위험한 힘이었다. 그런 마기로 덮인 검을 막아낸 그녀의 검……, 아니 이미 그녀의 손에는 검이 사라지고 긴 철봉만이 들려 있었다. 누구일까? 마기를 완전히 지운 반마족인까? 아니면 마법검을 지닌 마스터급의 인간검사일까? 그러나 인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어린 외모의, 거기다 여인이었다. 정말 알 수 없는 존재였다.


"당신도 반마족이군요."


그의 질문에 마땅한 대답을 찾지 못한 아리시아가 질문을 되돌렸다. 반마족, 하지만 인간의 편에 선자. 세리안이나 미리와 같은 자였다.


"모겐님!"


그때, 풀숲을 헤치고 빛의 여사제 한 명이 모겐에게로 달려왔다. 그리고는 즉시 자신의 손에 들린 빛의 지팡이를 모겐의 손에 쥐어 주었다. 푸른 지팡이를 손에 쥔 모겐의 안색이 더 없이 편안해졌다. 원래 마기에는 상극의 힘을 지닌 빛의 지팡이였지만, 모겐과 같은, 마기를 억제하는 마법물품을 몸속에 지닌 반마족의 손에 쥐어지면, 그 마법물품과 연동되어 마기를 다스리기 힘든 반마족의 마력을 억제하는 효과를 볼 수 있었다. 그녀가 모겐을 돌보는 사이 뒤따라 온 다른 빛의 사제 두 명이 주위에 쓰러져 있는 다른 사제들의 시체들을 하나하나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안타까운 얼굴로 바라보고 있던 여사제가 비로소 아리시아를 발견하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리시아님?"


여전히 가만히 서서 반마족 청년이 사라진 언덕 너머를 올려다보고 있던 아리시아가 고개를 돌려 여사제를 바라보았다. 모겐을 돌보던 여사제가 일어나 자신에게로 다가왔다.

며칠 전, 코넬의 빛의 신전에서 만났던 빛의 제 5사제 헤르나였다.






"그럼 적어도 아렌마을의 주민들의 증언은 모두 일치한단 말이지?"


마법사답지 않게 건장한 체격을 지닌 젊은 남자가 마레드자작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로인해 아렌마을 사람들로부터 <설원의 마검사>라는 별칭까지 얻은 상태였고, 그 별칭은 시레스뿐만 아니라 세일루니아 전역으로 빠르게 퍼져 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아프산의 연구실은 어떻던가?"


"그녀의 증언과 일치합니다. 심하게 훼손 되어 있는 것은 물론이고, 곳곳에 사람의 것으로 보이는 혈흔들이 남아있었습니다. 그런데……."


노마법사. 리비안의 영주 마웅후작이 의자에 기대고 있던 몸을 일으켰다.


"무엇이든 의혹이 있으면 모두 말해보게."


젊은 마법사가 다시 미간을 구기며 입을 열었다.


"네 구의 시체를 묻어 두었다고 했으나 그 곳은 찾지 못했습니다. 그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은 것이, 여인이 말한 장소를 수색하는 도중에도 아프산의 마물인 뮬르켄의 습격을 서너 차례나 받았습니다. 여인의 몸으로 홀로, 장정, 네 구의 시체를 굳이 그 먼 곳까지 가서 파묻어야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마웅 후작은 그대로 깊은 생각에 잠겼고 그 사이, 마레드가 젊은 마법사를 내보내고는 마웅을 향해 다가가며 말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러나 생각에 잠긴 마웅후작에게서는 아무런 목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팔십삼 년의 세월을 살았다. 마법사의 나이로는 이제 그 끝을 준비해야만 할 나이가 된 것이었다. 물론 그의 아버지, 센틀러가 그러했듯이 그도 백세를 넘게 살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것은 정말로 극히 희귀한 일로 마법사가 백세를 넘기는 일은 흔한 것이 아니었다.

검버섯으로 뒤덮인 그의 미간이 흉하게 일그러졌다.

복일까? 흉일까?


“대단한 인재인 건 분명합니다. 어떻게 해서든 우리 가문에 잡아 두어야만 합니다. 아버지.”


사실, 마웅도 어느 정도 생각을 결정한 상태였다. 다만 그가 미심쩍게 생각했던 이유는 그 동안 수차례, 그의 아버지인 센틀러로부터 받아든 편지의 내용이 아리시아가 직접 가지고 온 편지의 내용과 많이 달랐기 때문이었다.

그 전에, 몇 년간 일 년에 두 번쯤, 센틀러 후작으로부터 날아 든 편지 속에도, 곳곳에 아리시아의 이야기는 적혀 있어 그녀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전에는 그녀가 정령사라는 말도 없었으며, 그저 그녀에게 놀랄 만큼 빠르게 마법진을 그리는 재능 외에 마법사로써의 능력은 특별할 것이 없다는 안타까운 심정만이 짧게 적혀있을 뿐이었다. 그래서였는지 그녀에 대한 처분은 전적으로 마웅의 판단에 맡기겠다고 그 전의 편지에는 적혀 있었다. 물론 그녀에 대한 과도한 애정이 묻어 있기는 했지만, 마법사가문의 수장을 지냈던 그도 고작 마법진을 잘 그리기만 하는 어린 여인을 마탑에 들이라고는 강요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거기다 이제 가주에서 물러 난 그가 가문에 일에 깊게 개입하는 것도 그는 원치 않아했다.

그러던 센틀러였는데 아리시아가 가지고 온 편지 속에는 어찌된 일인지 과도하다 싶을 만큼 그녀에게 호의적인 이야기들만이 적혀 있었다. 반드시 마탑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할 수만 있다면 손자들 중에 누군가와 혼인을 시켜서라도 그녀를 완전히 가문의 일원으로 만들어 두라는 말까지 남겨져 있었다.


“마레드, 너도 알겠지? 마법사 가문에 마법사 보다 강한 검사나 특별한 능력을 지닌 자가 일원으로 들어왔을 때 겪게 되는 일들을.”


조용히 묻는 마웅의 말에 마레드도 고개를 끄덕였다. 세일루니아에는 자신들과 같은 더 많은 수의 마법사 가문이 존재했다. 물론 세일루니아의 국력이 급격히 쇄하고 지배하고 있던 영토마저 작아진 탓도 있었지만, 사실 마법사가문이, 혹은 검사 가문이, 그 힘을 잃어가는 과정은 그들의 힘이 아닌 다른 것에 의존하는 일에서부터 시작했다. 그만큼 조심스럽게 결정을 내려야만 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이용은……,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때, 세차게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마웅후작의 집무실로 달려 들어왔다. 후작의 집무실에 노크도 하지 않은 채 달려들어 온 것은 무례한 일이었지만, 붉은 로브의 젊은 마법사에게서 흘러나온 말을 들은 마웅과 마레드는 그 것을 탓할 수가 없었다.


"후작각하, 왕자저하께서 통신을 보내 오셨습니다. 왕자저하께서 곧 오신답니다."


마레드와 마웅이 동시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왕자저하께서? 기별이 있었느냐?"


마웅후작이 마레드를 바라보며 물었다. 보통 마법진이 운용되려면 시전 되는 쪽은 물론 도착지에서도 마법사들이 마법진에 준비를 해 두어야만 했다. 먼 거리일수록 성공확률을 높이는 방법 중의 하나였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마법사들이 적어도 수십 명은 모여야만 하는 것이라 미리 연락을 주고받지 않으면 그 준비가 쉽지 않았다.


"그게 수도의 마탑에서 오시는 것이 아니라 마법스크롤을 이용해 오시는 듯 했습니다."


출타 중이시라?

마웅과 마레드가 잠시 서로를 바라보았다. 세일루니아 왕가의 세 번째 왕자 율란은, 왕가의 인물들 중에서 마법사의 재능을 타고 난 자였다. 왕 루즈덴드는 포이리안 백작에게 세 째 왕자를 맡기려고 했지만, 무슨 이유인지 세 째 왕자 율란은 므로도스가에 의탁하기를 원했다. 그래서 그가 열 살이 넘었을 즈음에 리비안의 마탑에서 3년 정도 마법을 배운 적이 있었다. 그 후로 므로도스가는 그의 전폭적인 지지기반이 되는 곳 중에 하나가 되었는데, 사실 그 세력이 첫 째 왕자인 피얀왕자에게는 턱도 없이 모자란 상황이었다. 그런 그가 갑자기 왕궁을 떠나 이곳으로 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헤르나와, 그녀와 동행한 두 명의 빛의 사제들은, 죽은 빛과 어둠의 사제들을 땅에 묻고서 긴 조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을 바라보는 아리시아를 향해 모겐이 다가왔다.


“고맙다는 인사도 못했군요. 고맙소.”


이미 모든 치료를 끝내고 옷까지 갈아입고 나타난 모겐은 조금 전까지 목숨이 왔다갔다했다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멀쩡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별말씀을……."


“그 청년, 무척 위험한 자였습니다.”


잠시 산 정상을 향해 시선을 돌렸던 모겐이 아리시아에게로 다시 고개를 돌리고는 입을 열었다.


“저희를 도와주실 수 없겠습니까?”


누구일까? 한없이 궁금증이 일어났지만, 그녀에게서는 정체를 유추해 볼 만한 어떠한 이야기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아군인지 적군인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분명한 것은 도망친 푸른 머리카락의 청년만큼 그녀도 위험한 존재라는 사실이었다. 그는 그녀를 자신의 곁에 두고 지켜보고 싶어졌다.


"전, 따로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말을 마친 아리시아가 잠시 하늘 위에서 크게 몸을 부풀리고 있는 달을 바라보다 고개를 작게 숙여 보이고는 아무 말 없이 몸을 돌렸다.

갑작스러운 이별 통보에 조문을 외우고 있던 헤르나가 몸을 돌려 다가왔다.


"어디로 가시나요?"


헤르나는 예의 그 인자한 미소를 지우지 않고서 아리시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수도에 급한 일이 있습니다. 누군가가 벌려놓은 일을 처리해야 하거든요."


아리시아에게서 그녀 답지 않은 긴 설명이 흘러나왔다. 그녀의 말 속에 왠지 모를 가시가 돋아 있는 것도 같았지만, 헤르나는 아무런 내색도 하지않고 고개를 숙여보였다.


"여신 오스테아님의 행운이 함께 하길 빕니다."


그런 헤르나를 잠시 바라보던 아리시아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산길을 달려 내려갔다. 그런 아리시아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모겐이 헤르나를 향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위험한 여인이네. 어쩌면 검을 가져 간 반마아이보다 더 위험할지 모르는 여인이야."


모겐의 말을 들은 헤르나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번졌다.


"그건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어딘가 태평하기만 한 헤르나에게 모겐이 의아한 눈빛을 던졌다.


"저 여인은 누구지?"


그런 모겐을 향해 헤르나가 더욱 밝게 웃어 보이며 말을 이었다.


"아리시아님은 세리안님의 친구분이십니다."


그녀의 말에 모겐의 눈이 두 배로 커졌다. 그리고는 저 멀리 이제 평야를 가로질러 빠르게 작아져가고 있는 아리시아의 신영을 바라보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그분의……, 연인이셨군."


모겐을 향해 시선을 돌린 헤르나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무언가 다시 입을 열려다가 말고 도로 입을 다물고는 아리시아에게로 눈을 돌렸다. 어느새 아리시아의 모습은 지평선 끝으로 사라지고 더이상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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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제10장 - 당신이 사라 시헤리드로군요(9) 19.04.06 52 1 13쪽
70 제10장 - 당신이 사라 시헤리드로군요(8) 19.04.03 55 1 13쪽
69 제10장 - 당신이 사라 시헤리드로군요(7) 19.04.02 62 1 17쪽
68 제10장 - 당신이 사라 시헤리드로군요(6) 19.03.29 58 1 12쪽
67 제10장 - 당신이 사라 시헤리드로군요(5) 19.03.27 56 1 15쪽
66 제10장 - 당신이 사라 시헤리드로군요(4) 19.03.25 106 1 13쪽
65 제10장 - 당신이 사라 시헤리드로군요(3) +1 15.06.09 410 4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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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제10장 - 당신이 사라 시헤리드로군요(1) 15.05.26 483 9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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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제9장 - 어둠의 신전으로 모시겠습니다.(5) +1 15.05.15 401 7 17쪽
60 제9장 - 어둠의 신전으로 모시겠습니다.(4) 15.05.13 476 10 20쪽
59 제9장 - 어둠의 신전으로 모시겠습니다.(3) 15.05.12 352 8 24쪽
58 제9장 - 어둠의 신전으로 모시겠습니다.(2) +1 15.05.05 427 4 20쪽
57 제9장 - 어둠의 신전으로 모시겠습니다.(1) +1 15.05.04 483 6 18쪽
56 제8장 - 모두 제국으로 가는 건가요?(10) +2 15.05.03 463 11 22쪽
55 제8장 - 모두 제국으로 가는 건가요?(9) +1 15.05.02 386 5 19쪽
54 제8장 - 모두 제국으로 가는 건가요?(8) 15.05.01 449 9 15쪽
53 제8장 - 모두 제국으로 가는 건가요?(7) +2 15.04.30 380 6 19쪽
52 제8장 - 모두 제국으로 가는 건가요?(6) +1 15.04.29 335 7 23쪽
51 제8장 - 모두 제국으로 가는 건가요?(5) +2 15.04.28 461 1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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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제8장 - 모두 제국으로 가는 건가요?(3) 15.04.26 416 10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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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제8장 - 모두 제국으로 가는 건가요?(1) +2 15.04.24 477 7 20쪽
46 제7장 - 이렇게 쉽게 끝날리가 없지(8) +2 15.04.23 503 15 19쪽
45 제7장 - 이렇게 쉽게 끝날리가 없지(7) +2 15.04.22 378 9 21쪽
44 제7장 - 이렇게 쉽게 끝날리가 없지(6) +2 15.04.21 548 11 23쪽
43 제7장 - 이렇게 쉽게 끝날리가 없지(5) 15.04.20 458 10 17쪽
» 제7장 - 이렇게 쉽게 끝날리가 없지(4) +1 15.04.19 526 11 17쪽
41 제7장 - 이렇게 쉽게 끝날리가 없지(3) 15.04.18 534 15 20쪽
40 제7장 - 이렇게 쉽게 끝날리가 없지(2) +3 15.04.17 511 14 17쪽
39 제7장 - 이렇게 쉽게 끝날리가 없지(1) 15.04.16 398 10 19쪽
38 제6장 - 므로도스가의 마법사이십니까?(9) +2 15.04.15 565 11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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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제5장 - 제게 검술을 가르쳐 주실 수 없나요?(7) 15.04.05 503 13 18쪽
27 제5장 - 제게 검술을 가르쳐 주실 수 없나요?(6) +1 15.04.04 449 11 14쪽
26 제5장 - 제게 검술을 가르쳐 주실 수 없나요?(5) +1 15.04.03 421 12 17쪽
25 제5장 - 제게 검술을 가르쳐 주실 수 없나요?(4) +2 15.04.02 550 14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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