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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령 님의 서재입니다.

얼음의 아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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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령
작품등록일 :
2015.03.16 00:00
최근연재일 :
2019.04.08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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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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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3,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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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4.14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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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0쪽

제6장 - 므로도스가의 마법사이십니까?(8)

DUMMY

“결국 1대1이군요.”


카리첼의 얼굴이 굳어졌다. 패하기는 했지만, 그런대로 선전한 대결이어서 한껏 고무되어 있던 마리엔으로써는 그런 카리첼의 근심어린 표정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기대를 넘어선 결과예요. 카리첼님. 마법도 모르시는 분이 4써클의 마법사를 궁지에 몰아넣은 거니까요.”


카리첼이 그런 마리엔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욕심을 조금 더 내 보았네.”


그리고는 아리시아를 흘끔, 쳐다보고는 말을 이었다.


“그래도, 조금은 지친 기색이라도 내비치셨으면 좋았을 걸 그랬습니다.”


못내 아쉬운 속내를 다시 내비치면서도 그의 표정은 밝아져 있었다.


“저들이 무슨 대결을 해 올까요?”


그런 카리첼을 바라보며 마리엔이 다시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카리첼 마저도 세 번째 대결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지는 짐작을 할 수가 없었다.

사실 그는, 따로 생각해 둔 모종의 계획이 있었다.

바로 아리시아의 정체, 정령사라는 신분을 이용해서 결과에 패하더라도, 그 결과와 상관없이 므로도스가를 다시 한 번, 세상에 알릴 방안을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역사상 정령을 다룬 인간은 없었다. 먼 옛날 대륙에 존재 했다고 전해지는 소수 종족이 정령을 다뤘다는 이야기가 신화처럼 전해지고는 있지만, 그러나 그것은 이미 몇 천 년 전의 기록에서나 간혹 볼 수 있는 이야기이며, 그 후, 대륙에서 인간이 정령을 다루었다는 기록은 어떤 문헌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지금 마법력도 느껴지지 않는 아리시아가 얼음의 구를 만들어 내고 있는 데도 그것이 정령의 힘이라고는 그 누구도 생각하고 있지 못했다.

만약, 그녀가 정말 정령을 다룬다면, 일류 최초이자, 더 나가서 마법학회 전체를 뒤흔들만한 대사건이 되는 일이었다. 거기다 그녀는 므로도스가문의 귀한 인재.

그래서 카리첼은 조금 전, 센틀러의 관을 확인 한 순간, 어쩌면 이번 마법대전이 므로도스가에게 해가 되기는커녕 오히려 큰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그 생각을 더욱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아리시아의 태도에서 비롯되었다. 줄곧 무표정한 얼굴로 일관하고 있었지만, 얼음 속에 잠긴 센틀러를 바라보는 아리시아의 눈빛은 무척이나 경건하고, 또 애잔했다. 그저 잠시 마법을 가르쳐 준 스승을 대하는 제자의 눈빛이 아니었다. 카리첼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센틀러 각하의 유해가 맞네.”


관 안에는 투명한 유리 같은 얼음 속에 센틀러가 잠을 자고 있는 것처럼 누워 있었다.


“그런데 아리시아님 센틀러각하의 유해를 모신 관의 보존마법이 무척 특이 하군요. 이런 얼음이라니요. 이건 어떤 보존마법입니까? 마나의 흔적마저도 느껴지질 않는군요.”


문득 의아한 생각이 떠올라 고개를 들고 질문을 던지는 카리첼에게 아리시아가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정령의 힘입니다.”


“정령의 힘이라니요?”


되묻고 있는 카리첼도, 옆에서 잠시 다른 생각에 잠겨 있다가 호기심에 고개를 든 마리엔도 아리시아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리시아가 자신의 손바닥을 들어올렸다. 갑자기 아무것도 없던 아리시아의 손에 차가운 바람이 휘몰아치더니 점차 투명한 얼음의 구가 만들어져 아리시아의 손바닥 위를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이게, 뭡니까?"


두 배는 커진 눈을 하고서 되묻는 카리첼에게 아리시아가 다시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정령의 힘입니다."


조금 전과 똑같은 대답이었지만, 그제야 무언가를 깨달은 카리첼과 마리엔이 서로의 얼굴을 잠시 바라보다 다시 고개를 아리시아에게로 돌렸다. 의혹에 찬 카리첼의 목소리가 다시 이어졌다.


“그럼 이, 센틀러각하께서 누워계신 관 안의 얼음을 아리시아님께서 직접 얼리셨다는 말씀이십니까? 그 정령의 힘으로.”


아리시아는 여전히 담담한 얼굴로 아무런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카리첼은 아직도 대련장 바닥에 비산해 부서져 있는 얼음의 조각들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저 정도 크기의 얼음의 구를 만들어내는 마법은 아직 전해지지 않고 있었다. 사실 조금은 비효율적이라고나 할까? 보통, 화염의 마법은 그 속성상, 마법이 발현 됐을 때의 형태에 크게 구애받지 않았지만, 얼음 마법의 경우는 얼음의 모양을 변형시켜, 화살이나 창 등, 대부분 개인을 공격하는 위주로 발전 되어왔다. 그래서 대규모 살상력을 지닌 화염마법보다 그 위력은 강했지만, 효율의 측면에서 화염마법에 밀리는 면이 없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네 명의 장정이 들고서도 힘에 붙여 쩔쩔매던 관을 어떻게 운반해 왔는지도 의문이었다. 분명 아프산에서 이곳까지 십여 일을 걸어서 왔다고 했는데 그녀의 일행은 고작, 작고 어린 두 명의 여인이 전부였다.

대체 어떤 정령과 계약을 맺은 것일까?





카리첼이 생각에 빠져 있는 사이, 그 시간 제라드가 머물고 있는 천막 안에서는, 무겁게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심각한 대화가 오가고 있었다.


“저게, 무엇입니까?”


아직도 상기된 얼굴을 진정시키지 못한 제라드가 소리치듯 헤르킬에게 물었다. 그러나 헤르킬 역시도 생각에 잠겨있을 뿐, 이렇다 할 말을 꺼내지 못했다.


“확실한 건 아이스볼은 아니라는 것이야.”


체도르트가 팔짱을 끼고 있던 팔을 풀고서, 옆에 선 여인이 들고 있는 쟁반 위에 놓인 술잔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하지만…….”


말을 끝맺지 못하고 헤르킬에게로 고개를 돌리는 제라드를 바라보며, 체도르트의 고개도 함께 돌아갔다.


"제라드 너도, 헤르킬 자네도 저 여인에게서 마나의 흔적을 찾지 못했다지? 할 말이 있으면 해보게."


헤르킬의 얼굴에 작은 그늘이 드리워졌다. 자신이 장담했던 바, 그것에 대한 해명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체도르트도 알고 있지 않겠는가? 그녀에게서는 마법을 시전하는 중에도 마나의 기운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세상에 그런 마법사는 존재하지 않았다. 설마 그녀가 7서클의 벽을 넘어서기라도 했단 말인가?

술잔을 비우며 한동안 헤르칼에게로 시선을 가져가던 체도르트가 빈 술잔을 옆에선 여인이 들고 있는 쟁반 위에 올려놓으며 말을 꺼냈다.


“자, 마지막은 어떻게 풀어 갈 생각이지?”


이번에도 헤르킬은 뜸을 들이며 말을 꺼내지 못했다. 체도르트가 다시 입을 열며 제라드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전세를 뒤엎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마법결투겠지만…….”


제라드와 체도르트의 눈이 마주쳤다.

그때 드디어 헤르킬이 입을 열었다.


“일단 마법결투나, 표적대결은 그다지 유리해 보이지 않습니다. 저 여인의 괴이한 마법은 상대하기가 곤란할 테니, 지식대결 같은 것으로 마지막을 가져가는 것이 차라리 낫습니다.”


헤르킬의 말을 듣고 있던 체도르트가 의자에 깊이 몸을 묻으며 말했다.


“저 여인은, 제라드가 네 개의 얼음의 구를 생성하는 것을 보고도, 고작 두 개의 구만을 만들었다. 그렇다는 것은 2서클, 그것도 제대로 컨트롤을 할 줄 모르는 반쪽짜리 천재일 가능성이 높아.”


“그러나…….”


“결정은 제라드에게 맡기세나.”


체도르트의 고개가 헤르킬에게서 가차 없이 돌아섰다. 헤르킬의 눈가가 가늘어졌다. 이미 이곳, 타지아의 임시영주로써 그 능력까지도 인정받고 있는 그는 가문 내에서도 이미 백작가의 차기 가주로 거의 내정이 되어있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에게도 한 가지 흠이라면 흠이 있었으니, 그의 마법실력이 그다지 특출 나지 않다는 점이었다. 이제 마흔 살의 나이에 들어선 그가 3서클에 머물러 있을 때, 그의 열 살, 아래 동생인 제라드가 4서클의 벽을 허물고 올라선 것이었다. 물론 아직까지는 포이리안가의 모든 사람들이 백작가를 이을 첫 번째 인물로 체도르트를 꼽고 있었지만, 그에게는 제라드 역시 그다지 곱게 보이지는 않을 터였다.

그때 제라드가 무거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전, 이번에 무너질 대로 무너진 므로도스가의 힘을 꺾어 놓고 싶습니다."




아벨라크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마지막, 세 번째 대결은 우리 심사관들이 종목을 선택하는 것이 관례이나……."


아벨라크가 조금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잠시 숨을 내쉬었다가 말을 이었다.


"포이리안가문에서 므로도스 가문에 마법 결투를 신청해 오셨습니다."


마법 결투?

사람들의 얼굴에 의혹의 빛이 떠올랐다. 특히나 마법사들을 비롯한 마법에 대한 어느 정도의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 표정은, 그것이 더욱 심했다. 마리엔 역시 조금 놀란 기색을 띄우며 카리첼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마법결투는 마법대전 중에도 좀처럼 보기 힘든 격한 대결이었다. 원래 마법사는 그 수가 적고, 또한 높은 경지의 마법사일수록, 그 존재가치가 어마어마하게 커서, 마법대전과 같은 사소한 다툼으로 마법사의 심신을 위태롭게 하는 일은 없도록, 국법으로 보호를 받고 있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마법대전의 규칙도 마법사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그 종목들이 정해졌다.

그러나, 특별한 경우에 이렇듯이 목숨을 건 결투가 이루어지고는 하는데, 그래도 그것은 정말 가문의 원수처럼, 정말 뼈에 사무친 원한관계가 아니라면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는 일이었다.


"아리시아마법사님, 포이리안 가문의 제안을 받아들이시겠습니까?"


아벨라크가 여전히 당혹한 표정을 지우지 못한 채로 아리시아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아리시아가 잠시 아벨라크를 바라보다 그를 향해 물었다.


"마법결투가 무엇이죠?"


아벨라크가 잠시, 할 말을 잃고, 주저하고 있는 사이에, 마리엔이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뛰어나오며 소리쳤다.


"심판관님! 아리시아님께서 마법대전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셔서 그런 것이니 잠시 상의를 하고 결정을 내리고 싶습니다."


그녀의 말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아벨라크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몸을 돌려 대련장을 내려가는 아리시아를, 마리엔과 카리첼이 앞으로 뛰어나가듯이 마중을 나가 맞았다. 주위에서 흘러나오는 비웃음 소리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마리엔이 작은 소리로 설명을 시작했다. 그런 그녀의 표정덕분에 사위는 금세 조용히 가라앉았다.


“마법 결투는 말 그대로 마법사들이 마법으로 결투 벌이는 것이에요. 하지만 서로 무자비하게 마법을 난사하게 되면 자칫 서로 몸을 상할 수가 있으니, 약간의 룰이 있어요. 우선 공격자가 먼저 마법주문을 외워요. 그 마법주문을 듣고, 방어자는 그에 맞는 방어마법을 생각하고, 다시 그 방어마법의 주문을 외워요. 그 동안 공격자는 방어자의 주문이 끝날 때까지 공격을 할 수 없어요. 방어자가 완전히 주문을 끝낸 후에 공격자의 공격이 시작 되죠. 그렇게 서로 번갈아가며 공격과 방어를 반복하고, 심판관이 그 후에 판결을 내려요. 다만, 방어자든 공격자든, 한 번 주문에 들어가서 중간에서 실패하거나, 마법이 발현되지 않을 시에는 곧바로 패하게 되요.”


설명을 모두 들은 아리시아는 아무런 대답도 없이 고개를 작게 끄덕인 후에 몸을 돌렸다. 마리엔의 목소리가 아리시아를 붙잡았다.


“이 결투 거절해도 되요.”


아리시아가 고개를 돌렸다.


“그렇게 되면 어떻게 되죠?”


목숨을 건 대결을 굳이 받아들일 필요는 없었다. 물론 조금 체면이 상하겠지만 그리 클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상관없어요. 심사관들이 다시 다른 종목을 선택하면 그 것으로 대결을 하게 될 거예요.”


잠시 생각에 잠겼던 아리시아가 입을 열었다.


“어차피 어떤 대결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유리할 건 없습니다. 이런 결투가 내겐 더 좋습니다.”


아리시아가 다시 고개를 돌리고서 대련장 위로 올라섰다. 그런 아리시아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마리엔도 걱정스러운 마음을 애써 감추며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제자리로 돌아온 아리시아를 바라보던 아벨라크가 아리시아를 바라보며 물었다.


“결투를 받아들이시겠소?”


아리시아가 작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런 아리시아에게 온화한 미소를 지어보인 노마법사가 힘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럼 대결을 시작하겠소. 아리시아마법사께서 먼저 공격을 시작하십시오."


잠시 멀리 선 제라드를 바라보던 아리시아의 입에서 곧바로 마법주문이 흘러나왔다.


"셀뮤데 케르뮤아샤리드 어모마퍼크로 ……"


그것은 조금 전, 선 보였던 아이스볼 마법이었다. 제라드는 긴장한 채로 몸을 살짝 굽혔다. 높게 쳐든 아리시아의 오른 손에 세차게 휘몰아치는 얼음의 구가 생성되었다. 다만 그 구는 작은 야구공정도의 크기를 유지하고 있었다.

곧 아벨라크에게서 조금 전 보다 더 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제라드마법사 방어하시오."


아벨라크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제라드의 입에서도 마법주문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곧, 그의 앞에 투명한 얼음의 장벽이 하나 생겨났다. 투명한 얼음의 장벽은 제라드의 몸을 단단히 막고 서 있었다. 곧바로 아벨라크가 아리시아에게 소리쳤다.


"아리시아마법사 공격하시오."


순간, 아리시아가 휘몰아치는 얼음의 구를 세차게 집어 던졌다. 그 모습이 어딘가 우스꽝스러워보여서 몇 몇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마법사들에게서는 그와는 반대로 의미를 할 수 없는 탄성이 흘러 나왔다. 얼음의 구의 속도가 생각보다 빨랐기 때문이었다. 보통의 마법의 구는 가장 기초적인 마법으로 그 속도가 그다지 빠르지 않았다. 몸이 웬만큼만 날쌘 사람은 정신만 차리면 쉽게 피해 낼 수 있었다. 다만 이런 시합에서는 정정당당히 순수한 마법으로만 방어를 해야 했으니 공격을 정면으로 받아야 했지만, 만약 그렇지 않다고 해도 저 정도의 빠르기라면, 피해내기가 쉽지 않을 거 같았다.

아리시아의 손을 떠난 얼음의 구가 제라드의 앞을 단단히 막고 선 얼음의 장벽을 때렸다. 그와 함께 얼음의 구가 깨어지며, 사방으로 비산했다. 그와 함께 얼음의 장벽 역시 그 타격점을 시작으로 사방으로 금이 가기 시작하더니 산산이 부서져 내렸다.

아리시아의 눈이 살짝 가늘어졌다가 돌아왔다. 아벨라크의 목소리가 울렸다.


“제라드마법사가 방어를 성공했소. 이제 제라드 마법사 공격하시오.”


제라드가 마법주문을 읊기 시작했고, 곧 그의 양 어깨 위에 가늘지만, 매섭게 빛을 내며 반짝이고 있는 얼음의 창이 하나 생겨났다.


“자, 어디 막아보십시오.”


제라드가 호기롭게 소리쳤고, 그 와함께 다시 아벨라크의 목소리가 울렸다.


“아리시아 마법사 방어하시오.”


아벨라크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아리시아는 자신은 앞에 철봉을 세차게 내리 꽂았다. 그리고는 눈을 감고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헤르뮤 비케 모드라가 ……."


가만히 마법주문을 듣고 있던 마법사들의 얼굴에 일제히 의문의 기운들이 피어올랐다. 서로 눈치를 보며 바라보았지만, 마법사들의 얼굴은 대부분 모두 같은 표정들이었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주문. 어떤 마법이 펼쳐질지 호기심이 가득 찬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바라보는 사이 아리시아에게서 들리던 마법주문이 끝을 맺었다. 그와 동시에 아리시아가 자신의 앞에 꽂힌 창을 부여잡았다.

파앗.

그와 함께 부여잡고 있던 아리시아의 봉 주위로 바람들이 휘몰아쳐 불어오기 시작하더니 조금씩 얼음 조각들을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금세, 얼음의 방패가 생겨났다. 단지 지금까지 그녀가 만들어 냈던 방패 보다 조금 작은 크기였다.


"갑니다."


제라드가 소리를 내지르자 그의 어께 위에 떠있던 얼음의 창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아리시아에게로 날아들었다. 얼음의 창은 4써클의 마법으로 그 위력은 마법의 구보다 더 강했고, 더욱 무서운 것은 일정한 방향으로 발사되면 그 방향을 바꿀 수 없는 마법의 구와는 달리, 4서클의 얼음의 창은 적의 움직임을 쫓아 방향이 바꾸며 공격을 가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아리시아는 자신의 가슴을 향해 날아드는 얼음의 창을 방패를 들어 막아냈다. 방패에 부딪친 얼음의 창은 그 즉시 산산이 부서져 사방으로 파편을 날리며 사라졌다.

오!

마법사들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아리시아의 움직임은 마치 기사들의 그것처럼 역동적이었다. 마치 오랜만에 등장한 마검사의 모습을 보는 듯해서, 기사들을 아래로 내려다보며 무시하는 마법사들조차도, 그녀의 움직임을 보면서 자신들도 모르게 탄성을 내지른 것이었다. 그러면서 마법사들의 시선이 아리시아를 지나 그녀의 뒤에 서서 아리시아를 바라보고 있는 마리엔 일행에게로 옮겨갔다. 그동안 화염주문에 치우쳐있던 므로도스가문에서 물의 속성을 지닌, 그것도 전혀 새로운 마법을 개척해 낸 것이었다.

잠시 아리시아의 움직임에 작은 탄성을 뱉어내던 아벨라크가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아리시아마법사 방어 성공이오. 계속해서 아리시아마법사께서 공격을 하실 차례입니다."


곧, 아리시아가 낮은 소리로 주문을 외웠다.


“쿠르니즈 케뮤낙 세르 비즈가 …….”


마법사들의 고개가 다시 갸웃 거렸다. 이번에도 처음 들어보는 마법주문이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온 탓이었다. 다시 호기심에 찬 마법사들이 조금이라도 더 자세히 관찰하려고 목을 빼내기 시작했다.

아리시아는 자신의 손에 정신을 집중했다. 짧은 마법 주문이 끝나고, 그녀의 손에 팔뚝 정도의 길이를 지닌, 마치 고드름을 끊어 내 온 것같은 얼음의 창이 생성되었다.

창은 아리시아의 손 위에서 마치, 끝에 드릴이라도 달린 것처럼 맹렬하게 회전하고 이었다.

아벨라크가 그 창을 바라보며 아리시아에게 물었다.


“준비가 끝난 것이오?”


아리시아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벨라크가 다시 제라드에게 방어를 주문하자, 이내 제라드의 입에서 마법주문이 흘러나왔다. 조금 전과 같은 것이었지만, 주문시간이 훨씬 길었다. 마법주문이 끝나자 그의 앞에 투명한 얼음의 벽이 두 개, 겹겹이 생겨났다. 보통의 얼음의 구로는 무너뜨릴 수 없는 얼음의 벽이었다.


"아리시아 마법사 공격하시오."


그와 동시에 아리시아가 자신의 손에서 맹렬한 기세로 돌고 있는 얼음의 창을 잡아 집어 던졌다. 그 속도는 조금 전 자신이 던진 얼음의 구보다 훨씬 빨랐고, 제라드의 얼음의 창보다도 더 빨라서 보통의 안력으로는 그 속도를 따라잡을 수조차 없었다.

순식간에 날아와 벽을 강타한 얼음의 창은 맹렬한 기세로 휘돌며 첫 번째 얼음의 장벽을 부수고서 날아가 다음 장벽에 부딪쳤다. 그와 함께 빠지직, 얼음의 벽에 금이 가며 두 번째 얼음의 벽마저 뚫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깜짝 놀란 제라드가 급히 뒤로 몸을 피하며 다시 마법주문을 읊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거세게 휘돌며 얼음의 벽을 부수어가던 얼음의 창이 마침내 벽을 깨부수고서 제라드에게로 날아들었다. 그 순간 제라드의 바로 앞에 다시 하나의 얼음의 벽이 생겨났다. 제라드는 그것을 바라보며 재빨리 몸을 웅크리고서 주저 앉았다. 그 순간, 벽에 부딪친 얼음의 창이그 벽 앞에서 거세게 휘돌다가 그대로 멈춰섰다. 얼음의 창은 얼음의 벽을 반쯤 뚫고 나온 상태로 멈춰 있었다. 머리를 땅에 박은 채로 주저 앉아있던 제라드가 땀을 닦아내며 겨우 몸을 일으켰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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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99 고철아주큰
    작성일
    15.04.14 20:02
    No. 1

    아리시아 : 저는 마법사는 아닙니다. 다만 센틀러님은 제 아버지이십니다.
    모두들 충격에 빠진다. 대마도사는 정력까지 회복하는...
    아리시아 : 아니라니까!!!!
    (독자 : ㅋ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9 티말
    작성일
    15.04.15 01:28
    No. 2

    남 주인공이면 죽는다느니 하면서 농담을 할텐데 여 주인공이라 그러진 못하겠군요.
    하지만..이 말은 할 수 있겠어요.
    (주변에 아무도 없는걸 먼저 확인하고, 소리 안 들리는걸 더 확인 후에)
    아리시아는 구를겁니..(강제로 이동당했다.)
    센틀러 : 뭔가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것 같아 요구대로 강제 텔포 라는 걸
    시도해 보았는데..무슨일인거지? 으음..그럼, 다시 쉬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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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제9장 - 어둠의 신전으로 모시겠습니다.(1) +1 15.05.04 484 6 18쪽
56 제8장 - 모두 제국으로 가는 건가요?(10) +2 15.05.03 464 11 22쪽
55 제8장 - 모두 제국으로 가는 건가요?(9) +1 15.05.02 387 5 19쪽
54 제8장 - 모두 제국으로 가는 건가요?(8) 15.05.01 450 9 15쪽
53 제8장 - 모두 제국으로 가는 건가요?(7) +2 15.04.30 381 6 19쪽
52 제8장 - 모두 제국으로 가는 건가요?(6) +1 15.04.29 335 7 23쪽
51 제8장 - 모두 제국으로 가는 건가요?(5) +2 15.04.28 462 10 17쪽
50 제8장 - 모두 제국으로 가는 건가요?(4) +2 15.04.27 436 9 22쪽
49 제8장 - 모두 제국으로 가는 건가요?(3) 15.04.26 416 10 21쪽
48 제8장 - 모두 제국으로 가는 건가요?(2) 15.04.25 496 9 19쪽
47 제8장 - 모두 제국으로 가는 건가요?(1) +2 15.04.24 477 7 20쪽
46 제7장 - 이렇게 쉽게 끝날리가 없지(8) +2 15.04.23 504 15 19쪽
45 제7장 - 이렇게 쉽게 끝날리가 없지(7) +2 15.04.22 379 9 21쪽
44 제7장 - 이렇게 쉽게 끝날리가 없지(6) +2 15.04.21 548 11 23쪽
43 제7장 - 이렇게 쉽게 끝날리가 없지(5) 15.04.20 459 10 17쪽
42 제7장 - 이렇게 쉽게 끝날리가 없지(4) +1 15.04.19 526 11 17쪽
41 제7장 - 이렇게 쉽게 끝날리가 없지(3) 15.04.18 535 15 20쪽
40 제7장 - 이렇게 쉽게 끝날리가 없지(2) +3 15.04.17 511 14 17쪽
39 제7장 - 이렇게 쉽게 끝날리가 없지(1) 15.04.16 399 10 19쪽
38 제6장 - 므로도스가의 마법사이십니까?(9) +2 15.04.15 566 11 22쪽
» 제6장 - 므로도스가의 마법사이십니까?(8) +2 15.04.14 348 14 20쪽
36 제6장 - 므로도스가의 마법사이십니까?(7) 15.04.13 425 14 27쪽
35 제6장 - 므로도스가의 마법사이십니까?(6) 15.04.12 533 12 19쪽
34 제6장 - 므로도스가의 마법사이십니까?(5) +2 15.04.11 502 8 16쪽
33 제6장 - 므로도스가의 마법사이십니까?(4) 15.04.10 464 13 16쪽
32 제6장 - 므로도스가의 마법사이십니까?(3) +1 15.04.09 591 11 15쪽
31 제6장 - 므로도스가의 마법사이십니까?(2) +3 15.04.08 408 11 11쪽
30 제6장 - 므로도스가의 마법사이십니까?(1) +1 15.04.07 626 12 17쪽
29 제5장 - 제게 검술을 가르쳐 주실 수 없나요?(8) +1 15.04.06 562 9 18쪽
28 제5장 - 제게 검술을 가르쳐 주실 수 없나요?(7) 15.04.05 504 13 18쪽
27 제5장 - 제게 검술을 가르쳐 주실 수 없나요?(6) +1 15.04.04 449 11 14쪽
26 제5장 - 제게 검술을 가르쳐 주실 수 없나요?(5) +1 15.04.03 421 12 17쪽
25 제5장 - 제게 검술을 가르쳐 주실 수 없나요?(4) +2 15.04.02 550 14 17쪽
24 제5장 - 제게 검술을 가르쳐 주실 수 없나요?(3) +1 15.04.01 463 15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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