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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령 님의 서재입니다.

얼음의 아리시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을령
작품등록일 :
2015.03.16 00:00
최근연재일 :
2019.04.08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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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3,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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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4.07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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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제6장 - 므로도스가의 마법사이십니까?(1)

DUMMY

말러 일행과는 한참 떨어져 있는 허물어진 유적의 벽 뒤에 두 명의 인영이 멀리 보이는 아리시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대단한 여인이군.”


일반적인 여행자들이 두르는, 그러나 새 것처럼 윤기가 흐르는 갈색 가죽 로브로 전신을 가리고서 서 있던 인영에게서 굵은 남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의 옆에서, 역시 같은 모양의 로브로 머리까지 깊게 가리고 있는 인영에게서 이번에는 무척이나 맑은 여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저 여인이, 설원의 마검사 인가요?”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잠시 여인에게 머물렀던 시선을 다시 아리시아에게로 돌렸다.


“그런 것 같군.”


“그들의 하수인일까요?”


햇빛에 반짝이는 금빛의 머리카락이 살짝 드러난 남자의 고개가 다시 끄덕여졌다.


“그럴 가능성이 커, 설원의 마검사라는 칭호가 알려진 건, 얼마 되지 않았지만, 아렌이라는 마을의 주민들 이야기로는 저 여인이 모습을 나타낸 건, 4년 전부터라고 해.”


로브 속 여인이 무언가 떠올랐는지 고개를 살짝 쳐들었다.


“리아뎅이란 자가 스말턴이란 자에게 암살범을 보내기 시작한 때와 일치하는 군요.”


남자의 시선이 다시 여인에게로 돌아왔다.


“저 여인이 모습을 드러낸 건, 루엔의 달과 올레아의 달의 두 번뿐이었다고 하네. 그 외에는 행적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이야기야. 그리고 리아뎅이란 자가 시레스에 공격 명령을 내리기 사흘 전에 그녀가 시레스에 모습을 드러냈네. 납치 되는 카니치트의 외동딸의 목숨을 구하면서.”


남자의 말을 듣고 있던 여인이 옆에 튀어 나온 석판 위에 다리를 꼬고 앉았다. 그리고는 로브 속에서 튀어나온 분홍빛 손으로 턱을 고이며 말했다.


“그렇다면 반마족……, 이겠지요?”


“단정할 수는 없지만, 그 쪽일 것이라고 생각해.”


물론 저 정도의 힘과 기술을 가진 자가 인간 중에도 없지는 않았다. 마스터라고 불리는 자들, 그러나 그 특별한 인간들은 오래전부터 이미, 그들이 속한 조직에 의해 모든 움직임이 파악되고 있었다.

여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므로도스가와 관련이 있다고 하던데요? 그렇다면 그들도 인간의 편에 선 자들을 알고 있겠군요.”


남자의 입가에 조소가 그려졌다.


“그런 자들이 뭘 알겠어. 왕궁에서 무슨 장난을 친 거겠지. 아무튼 이 사실을 알게 되면, 그 므로도스가의 가주란 자의 입이 귀에 가 걸리겠군.”


“그렇다면 므로도스가에 들어서기 전에 일단 처리해야겠군요.”


여인의 시선이, 이미 반쯤 녹아내리기 시작하는 샤코로스에 가서 멈췄다.


“왜, 싸워보고 싶나?”


로브 속에서 살짝 드러난 여인의 붉은 입술이 살며시 미소를 그렸다.


“전투 방식도 특이하고, 무척 흥미로워요.”





“자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다음 날, 소튜강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서 말러가 자신의 옆에 서서 역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용병대장 라크를 향해 물었다. 라크는 버릇처럼 자신의 머리를 한 번 쓱, 문지르며 입을 열었다.


“이곳 소튜강을 지나서 건너편으로 보이는 길을 따라 한 시간쯤 더 걸어가면 타지아로 들어설 수 있습니다. 사실 이곳 소튜강부터 타지아의 영지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전 타지아를 지나 리비안으로 갈 생각입니다.”


자신의 뒤에서 갑작스럽게 들려온 목소리에 말러가 고개를 돌렸다. 커다란 상자를 짊어지고 서 있는 아리시아가 여전히 차가운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결국 그렇게 결정을 하신 겁니까?”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는 아리시아를 바라보며, 말러가 곰곰이 생각에 잠겨 있다가 르마스와 리아나를 한 번 바라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저희는 바로 수도로 향하겠습니다.”


말러의 말에 라크는 뒤에 선 대원들에게 고개를 돌렸다. 대원들 모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함께 수도로 가시는 거 아니셨습니까?"


어딘가 불안에 젖어있는 라크의 물음을 애써 외면하면서 아리시아가 고개를 돌려 르마스를 바라보았다. 르마스는 아무런 말도 없이 자신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그런 아리시아와 대원들을 번갈아 바라보는 라크의 얼굴에 난처한 기색이 감돌았다. 하루도 되지 않아 그들의 계획에 다시 차질이 생기고만 것이었다.




하얀 달 주위로 마지막 황금빛 노을이 세상을 비추고 있는 저녁 무렵.

언제 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사람들로부터 <살아있는 자의 쉼터>라고 불리는 곳이 있었다. <잠을 먹는 유령의 땅>에서 유일하게 안전한 장소라고 여겨지는 곳이었다. 오래 전, 검투사들의 격투장이나 연극의 공연장이었던 것으로 추측되는 거대한 원형의 석조 건물은 거의 온전한 모습으로 이곳 평원에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적어도 수백 명의 인원은 한꺼번에 모여 앉아 쉴 수 있을 만큼의 거대한 규모를 지닌 석조 구조물이었다.

제법 튼튼한 벽으로 둘러쳐진, 아늑한 자리에 용병대들을 쉬게 한 후에 자리에서 일어선 라크가 조금 늦게 불을 지피고 있는 말러 일행에게로 다가갔다.


“저기, 자작님?”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거의 바닥에 가슴이 닿을 듯이 엎드린 자세로 장작을 향해 바람을 불어대던 말러가 눈물이 글썽거리는 눈을 비비며 고개를 들었다.


“무슨 일이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불을 지피던 손을 멈추고서 바르게 앉아, 말러가 자신의 옆의 자리를 권했다. 르마스가 엉덩이를 살짝 들어 자리를 넓혀 주었다.


“조금 전, 도와주신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자리에 앉기 전에 라크가 고개를 숙였다.


“나야, 뭐 한 일이 있다고, 아리시아님께서 큰일을 하셨지.”


말러의 말에 라크가 아리시아에게로 고개를 돌렸지만 그녀는 이쪽에는 조금의 관심도 기울이고 있지 않았다. 멋쩍게 잠시 서있던 라크가 말러의 옆에 앉으며 입을 열었다.


“어차피 이렇게 함께 이동하게 된 거, 저 번에 말씀 하셨던 그 계약, 지금도 유효 한지 여쭙고 싶습니다.”


그의 말을 듣고 있던 말러가 잠시 아리시아를 바라보고 있다가 한쪽 눈을 찡그리며 말했다.


“자네들의 실력을 어찌 평가해야할지…….”


순간, 라크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아닌 게 아니라 자네들 정도의 실력이면, 백 명이 와도 아리시아님 혼자…….”


그때, 말러의 입을 막으며 르마스가 소리쳤다.


“자작님!”


자신의 입을 막고서 황금빛으로 물들어 가는 대지의 먼 어딘가를 가리키는 르마스의 손길을 따라 그의 시선이 옮겨갔다. 저 먼 지평선에, 족히 백여 명은 됨직한 한 무리의 사람들이 한눈에 봐도 불량스러운 걸음으로 자신들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저거 우리한테 오는 거 아니겠지?"


“이런, 씨!”


거의 욕에 가까운 말을 내뱉으며 몸을 일으키려던 라크가 순간, 자신의 바지을 낚아채는 무언가 때문에 다시 주저 앉고 말았다. 잔뜩 찌푸린 얼굴을 돌려 바라보니 어느새 달려든 말러가 자신의 종아리를 부여잡은 채 소리치듯이 말했다.


“계약하세.”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하늘에서 금세 수십 발의 화살비가 그들을 향해 날아들었다.


“젠장! 피해.”


라크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모두의 신영이 한순간에 흩어지며 화살을 피해 달아났지만, 한 발 늦어버린 미리와 리아나가 그만 화살비의 사정권 안으로 들어서 버렸다. 미리가 리아나를 덮치듯이 감싸 안고, 말러가 검을 휘두르며 뛰어 드는데, 그보다 먼저 아리시아가 철봉을 들어 올리고서 파앗! 하고 소리를 치며 그녀들의 곁에 몸을 낮추고 앉았다.

깜짝놀라 몸만 웅크리고 있던 리아나가 살며시 고개를 들고 바라보니, 한 쪽 손을 위로 들어 올린 아리시아가 마치 유리처럼 투명한 둥근 방패하나를 들고서 자신은 물론이고, 자신의 몸 위에 엎드려 있는 미리와 옆에 쪼그리고 앉은 르마스까지 모두를 화살비로부터 지켜주고 있었다.


“역시 대마법…….”


생각 없이 떠오른 말을 내 뱉으려던 리아나의 입을 미리가 손을 올려 급히 틀어막았다.

그 사이 고개를 돌린 아리시아가 자신의 옆에서 몸을 웅크리고 앉아서 화살비를 피하고 있는 르마스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세리안, 인간인 척하지 말고 나가.“


르마스의 얼굴에서 순식간에 핏기가 사라졌다.


"비밀인데…… 약속 해 놓고……."


"그런 약속 한 기억 없어."


미리의 양손에 의해 두 귀가 가려진 채로 아리시아를 향해 의심스러운 눈빛을 마구 쏘아대고 있는 리아나를 애써 외면하며 르마스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그러나 그런 것은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듯이, 아리시아에게서는 거침없이 금기의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제 알았어. 세리안.”


르마스가 거의 울어버릴 것만 같은 얼굴로 손을 내 저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리시아는 계속해서 하고 싶은 말을 쏟아냈다.


“당신은 이들을 보호하고 있는 게 아니지? 검을 찾아 올 어떤 자들을 기다리고 있는 거지. 이들은 단지 미끼일 뿐이고. 난 그런 당신에게 이용당하고 있는 것이고.”


순간, 르마스의 얼굴에서 장난기가 사라졌다. 그사이 쉴 틈 없이 쏟아지던 화살비가 멈추었고, 얼음의 방패를 거두어들이고서 자리에서 일어서는 아리시아를 바라보며 르마스가 따라 일어서며 입을 열었다.


“그래, 아리시아의 말이 맞아.”


생각지도 못한 대답이어서 아리시아의 얼굴에 오히려 당혹스러운 빛이 떠올랐다. 그녀는 그가 부인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92.25퍼센트, 그럴 것이라고, 하지만 또 빗나가 버렸다. 르마스의 시선이 저 멀리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는 용병들에게로 향했다.


“마족의 눈으로 바라보는 인간들은 정말 한심스러워.”


고개를 내저으며 르마스의 청록색 눈동자가 다시 아리시아에게로 향했다.


“아리시아는 어떨 것 같아? 어떠한 거대한 힘이 수백만 명의 인간들을 위협하고 있어. 하지만, 몇 명의 인간만 희생을 시키면 그들을 모두 살릴 수가 있지. 아리시아에게 그런 선택이 주어진다면 아리시아는 어떻게 할 거지?”


르마스의 눈이 아직도 미리의 품에 안겨서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리아나에게로 향했다.


“아리시아가 지금 구한 이 인간소녀의 목숨이, 저기 저자들보다 나은 목숨일까?”


아리시아의 고개가 온갖 흉악스러운 병장기를 빼들고서 자신들을 향해 달려오는 용병들에게로 향했다.

그리고 그때, 말러의 외침이 들려왔다.


“라크, 용병들과 리아나를 보호해 주게. 불리해지면, 리아나를 데리고 도망을 쳐도 좋아.”


그리고는 품에서 커다란 자루 하나를 빼내 라크를 향해 던졌다. 날아온 부대가 그의 발밑에 떨어지며 금화 수십 개를 쏟아냈다.


“계약금이네. 목숨을 걸어볼 만 할 거야. 어차피 저들이 노리는 건 나 하나뿐이니.”


유난히 짙은 녹색의 빛을 띠고 있는 검을 치켜든 말러의 고개가 이번에는 아리시아에게로 옮겨갔다. 아리시아는 자신을 향하는 그의 눈을 피하지 않고 마주 바라보았다.


“아리시아님, 리아나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대답도 듣지 않고, 말러가 고개를 돌렸다. 그런 말러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아리시아의 고개가 다시 르마스에게로 돌아왔다.


“만약, 나에게 그런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 닥쳐온다면, 난, 모두를 구하는 것으로 하겠어. 그 확률이 1퍼센트도 되지 않는다고 해도.”


르마스에게서 고개를 돌린 아리시아가 용병들을 향해 달려가는 말러의 뒤를 따라 붙었다.


“내가 막을 테니 당신이 딸을 지키세요.”


말러의 곁을 순식간에 지나치며 아리시아가 바람처럼 용병들에게로 날아들었다.

용병들을 향해 내달리는 그녀의 머릿속에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희미한 기억 하나가 그려졌다. 아니 그녀가 사이보그가 되기 이전, 인간이었던 때의 기억을 담아둔 아슈타가 자기 마음대로 하나의 영상을 꺼내 플레이 시켜 내보이고 있는 것이 틀림 없었다.




“잠수함에 올라 타라는 내말이 안들리나, 제인! 리차드를 잡아.”


인도네시아의 수마트라섬 모처에 자리하고 있는 제3연합군의 기지로 수십 미터 높이의 해일이 밀려들어오고 있었다. PSP37부대를 이끌고 있는 소령, 조셉은 홀로 연합군의 진지를 향해 달려 나가는 금발의 청년을 바라보며 그와 가장 가까이에 서 있던 금발의 여인에게 소리쳤다. 곧바로 그를 따라 달려 나가는 그녀와 함께 검은 머리의 여인 하나가 리차드의 옆으로 따라 붙었다.

땀으로 눌어붙은 노란 머리카락을 뒤로 하며 리차드가 소리쳤다.


“왜 따라와. 돌아가! 주은.”


“늦었어요.”


하지만, 들려온 대답은 바로 뒤를 이어 달려 온 금발머리의 여인의 것이었다.


"늦었어요. 리차드 돌아가요."


“아직 늦지 않았어. 주민들을 지하 벙커로 피신시킬 수만 있다면 살릴 수 있다. 내가 벙커의 입구를 막아보겠어.”


그의 설명은 어느 정도, 그럴듯해 보였다. 지하 벙커로 주민들을 대피시킬 수만 있다면, 해일이 덮친다고 해도, 그 물이 섬을 모두 빠져 나갈 때까지 수많은 사람들을 살릴 수 있었다. 적어도 쇠를 녹이는 그의 능력이라면, 마치 땜질을 하듯이 물한방울 새들어오지 못하게, 입구를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리차드 곧, 카자르인들이 닥칠 거예요. 지금 도망치지 않으면, 그들과 전면전을 펼쳐야 해요. 그렇게 되면 더 이상 가망이 없습니다.”


갈림길에서 잠시 걸음을 멈춘 리차드가 제인과 주은을 번갈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니 나 혼자 가겠다는 거야. 어서 돌아가.”


“냉정해져. 리차드.”


그때, 어느새 다가온 조셉이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소리쳤다.


“지금 그 사람들을 포기하면 더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어. 우린 카자르 인을 몰아낼 때까지, 단 한 명의 인간이라도 더 많이 살려 낼 수 있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조셉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인 제인이 리차드의 팔을 부여잡았다. 그런 제인에게서 팔을 빼낸 리차드의 푸른 눈이 웃음을 띠우며 말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의 잘못으로 이곳의 기지가 발각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곳 주민들을 버려두고 우리만 빠져나간다니요. 우리가 그자들을 물리치기 위해 인간이라는 것을 포기해버리는 순간 우린 카자르인들에게 패하고 말 겁니다.”


말을 마치고 돌아서는 리차드에게 제인은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제인, 주은을 데리고 어서 돌아가.”


“나, 리차드와 함께 갈래요.”


몸을 돌려 달려나가려는 리차드에게 주은이 말했다. 제인과 조셉의 시선이 주은에게로 향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녀 스스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한 적이 없었다. 늘 수동적이었으며, 아니 맹목적으로 리차드의 명령을 따르기만 했었다.

그런 그녀가 처음으로 리차드의 말을 듣지 않은 것이었다.


“내 능력이면, 문을 더 잘 막을 수 있을 거예요.”


잠시 그녀의 검은 색 눈동자를 바라보던 리차드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아리시아의 눈앞으로 녹이 잔뜩 슬은 대검이 날아들었다. 그것을 바라보며 아리시아는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눈앞에서 검을 들고 달려드는 조금은 뚱뚱한 몸집을 지닌 갈색머리의 중년인을 바라보았다. 검이 그녀의 머리를 향해 휘둘러졌다. 하지만 그 검의 속도는 너무나 느려서 검을 든 그의 팔이 그의 귀쯤에서 머물렀을 때, 이미 속도를 높인 아리시아의 신영은 그의 옆을 지나치고 있었다. 옆을 지나치며 아주 살짝, 철봉으로 그의 발등을 찧은 다음이었지만, 함께 달려들던 용병들조차도 그녀의 모습을 제대로 본 사람은 없었다.

쓰러지는 용병의 모습은 확인도 하지 않고서 아리시아는 자신의 옆으로 달려드는 용병 두 명의 종아리와 허벅지를 철봉으로 내리쳐 부러뜨리고, 또 다시 달려드는 두 명의 용병의 명치와 가슴을 철봉으로 내리쳐 밀어내 버렸다. 사방으로 나뒹구는 용병들을 바라보고서야, 용병들은 공격을 멈추고서 그녀를 에워싸기 시작했다. 철봉을 들고 선 그녀의 주위로, 팔과 다리를 붙잡고서 뒹굴고 있는 용병들과 엎드려서 속의 것을 토해내고 있는 용병들의 고통에 찬 신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려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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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89 티말
    작성일
    15.04.07 15:57
    No. 1

    사실..봉이라기엔 이상한 뭉특한거...일테지.

    굴러라!
    하고 외치니 구를 시간이 되었다고 소리가 들려왔다.
    아, 그 반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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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제7장 - 이렇게 쉽게 끝날리가 없지(2) +3 15.04.17 511 14 17쪽
39 제7장 - 이렇게 쉽게 끝날리가 없지(1) 15.04.16 399 10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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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제6장 - 므로도스가의 마법사이십니까?(7) 15.04.13 425 14 27쪽
35 제6장 - 므로도스가의 마법사이십니까?(6) 15.04.12 533 12 19쪽
34 제6장 - 므로도스가의 마법사이십니까?(5) +2 15.04.11 502 8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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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제5장 - 제게 검술을 가르쳐 주실 수 없나요?(5) +1 15.04.03 421 12 17쪽
25 제5장 - 제게 검술을 가르쳐 주실 수 없나요?(4) +2 15.04.02 550 14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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