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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 쓰는 흑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나라다
작품등록일 :
2022.01.04 18:12
최근연재일 :
2024.03.19 00:05
연재수 :
10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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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474
추천수 :
663
글자수 :
572,793

작성
22.09.01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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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49화

DUMMY

방금 전의 대련으로 로니는 패링을 익혔다.

교관에게는 볼일이 끝났지만,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에르윈.

그녀가 나섰다는 것은 곧 히든 퀘스트가 발동될 것이라는 걸 의미했다.


“잡담이나 하자고 부른 건 아닐 테고,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여기까지 데려온 겁니까?”


나의 질문에 에르윈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차차 말씀드리려 했습니다만, 단도직입적으로 물으시니 저도 바로 말씀드리지요. 이교도들 때문입니다.”


“이교도라...”


이교도는 날갯짓 고원에 존재하는 인간형 몬스터.

쉽게 말해 부화의 땅에서의 도적들과 같은 존재였다.


“알고 계시겠지만, 그들 때문에 항상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인간이되 인간이길 포기한 그 미친 자들 때문에 말입니다.”


이교도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광신도에 가까운 녀석들이다.

게다가 도적들과는 달리, 주로 마법사들로 구성되어 있어 상대하기가 매우 까다롭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도 요새까지 쳐들어오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긴 하지요. 하지만 그건 너무 안일한 생각입니다. 놈들이 무슨 일을 벌이려고 하는지 모르시니 그렇게 말씀하시겠지요.”


“...일이요?”


입을 닫은 에르윈.

잠시 침묵이 흐른 후.


“...악마 소환. 그들은 악마를 불러들이려 합니다.”


“악마요?”


“그렇습니다.”


금시초문이다.

이 게임에 악마도 있었나?


“처음 듣는 이야기네요. 근데 악마라는 게 있긴 합니까?”


그러자 로니가 답했다.


“있다.”


“...정말?”


“물론.”


홈페이지에 악마가 있다는 정보는 올라오지 않았다.

선발대들이 알고도 제보하지 않은 것일까?

아니면 아직 누구도 만나지 못했을 만큼 강력한 몬스터이기 때문인 걸까?


“걔들이 어딨는데?”


“땅속 깊은 곳. 가장 높은 곳과 맞붙어 있다.”


“뭐? 땅속이라면서 가장 높은 곳이랑 붙어있다는 건 또 뭔 소리야?”


“때가 되면 알게 될 것이다.”


또 시작하셨다.

로선생의 지만 아는 이야기.


“저 역시 처음 듣는 이야기군요. 당신은... 누구시죠?”


로니에게 흥미를 보이는 에르윈.


“너 따위가 알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런 흥미 따위는 가뿐히 짓밟아 주시는 로선생.


“아니, 그건 그렇고. 그래서 악마를 소환하는 걸 우리보고 막아달라는 겁니까?”


“비슷합니다. 허나 디오님이 막는 것이 아니라 저희가 막는 것이지요. 다만 이에 힘을 좀 보태달라는 말씀을 드리려고 이렇게 모신 겁니다.”


선발대의 정보에 의하면 에르윈과 교관들은 간헐적으로 필드로 나서서 이교도들을 물리친다고 알려져 있다.

즉, 그때 우리에게 참전할 것을 부탁한다는 말.


“말을 이상하게 하는군. 힘을 보태다니? 누가?”


날이 선 로니의 말투.

이에 에르윈의 눈이 가늘어졌다.


“당연히 그쪽이지요.”


이번엔 그녀도 물러서지 않았다.


“훈련만 하다 보니 머리가 어떻게 된 모양이군. 보탠다는 말은 어떨 때 쓰는 말인지 모르는 건가?”


“무슨... 뜻입니까?”


차가워진 에르윈의 말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로니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강자가 약자에게 말할 땐 보탠다고 할 수 있겠지. 하지만 약자가 강자에게 말할 땐 보탠다는 것이 아니라 부탁드린다고 해야 하는 것이다. 너는 지금 우리에게 부탁해야 한다는 상황이란 말이다.”


이에 에르윈의 표정이 확연히 굳었다.


“그 말은... 당신이 나보다 강하다는 뜻입니까?”


“그걸 이제 알았나?”


그리곤 말을 더 이상 섞고 싶지 않았는지, 로니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간만 낭비했군. 가자 디오. 신전에도 가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


“응? 아... 그렇지.”


계단을 향해 걸어가는 로니.

아... 이거 분위기상 안 일어날 수도 없고...

결국 나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로니의 뒤를 따라갔다.

그때.


“정말 그냥 가실 겁니까? 악이 판치고 있는 이 상황을 내버려 두고 말입니까?”


에르윈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우리를 향해 외쳤다.

이에 로니는 그녀를 슬쩍 한번 쳐다보았다.

허나 곧 시선을 다시 거두고 계속해서 발길을 옮겼다.


“수아르께서 지켜보고 계십니다! 정말 이대로 악을 방관하실 겁니까!”


수아르.

역린이나 다름없는 그 단어.


로니가 걸음을 멈추었다.

안광에서 뿜어져 나오는 무시무시한 살기.

창을 쥔 그의 팔에선 검보라색 기운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안 돼, 로니. 참아야 돼.”


나는 재빨리 로니의 손목을 붙잡았다.

요새 내에서 NPC를 공격했다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

그런 내 뜻을 알아차린 것일까.

로니는 안광을 갈무리하고 다시 기운을 거둬들였다.


“후후. 가소롭군.”


몸을 돌려 에르윈을 향해 다가가는 로니.


“애송이. 수아르를 본 적이 있나?”


“...그분께선 항상 저희를 지켜보고 계십니다.”


“말귀를 못 알아듣는군. 실제로 수아르를 본 적이 있냐고 물었다.”


“......”


“본 적이 없으니 그렇게 지껄이는 것이겠지. 수아르는 악에 대해 논할 자격도 없는 년이다.”


“신성모독입니다! 어찌 감히!”


“하하하! 모독? 그깟 모독이 뭐 어떻단 말인가? 그래서 그 년이 나를 벌하기라도 한다는 말이냐?”


“당신...”


이를 꽉 깨문 에르윈은 살기 어린 눈빛으로 로니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로니는 이를 무시하며 무기걸이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리곤 목검 두 자루를 집어 들고 다시 에르윈 앞으로 다가와 한 자루를 그녀에게 던지며 말했다.


“내가 볼 땐 너나 이교도나 다를 바가 없다. 맹목적으로 수아르를 추앙하는 꼴을 보면 말이지.”


목검을 받아든 에르윈이 대뜸 반박했다.


“헛소리! 내가 그들과 같다고?”


“그렇다. 정신이 나갔다는 점에서는.”


로니는 목검을 손으로 훑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어차피 이교도들은 처단할 셈이었다. 허나 그 전에, 건방진 네년의 버릇을 좀 고쳐놔야겠군.”


“당신... 정말 미쳤군.”


“후후. 누가 미쳤는지는 곧 알게 될 터. 그리고.”


로니는 에르윈을 향해 목검을 겨누며 말했다.


“지고 나면 내게 손을 보태라. 이교도를 물리칠 때, 그때 말이다.”


“당신이 진다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검을 내리고 천천히 실내의 중간으로 발길을 옮기는 로니.

이에 에르윈도 그를 따라 발길을 옮겼다.


“대련 규칙은 어떻게 할 거지?”


“필요 없다. 검을 섞어보면 누가 더 강한지 알게 될 터.”


이후로는 둘 다 말이 없었다.

그저 서로를 향해 목검을 겨눌 뿐.

굳이 내가 나서서 중재할 필요도 없었다.

곧 싸움이 시작될 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부동자세로 서 있는 로니와 에르윈.

서로의 눈빛이 교차하던 순간.

에르윈이 먼저 달려들며 로니의 얼굴을 향해 검을 내질렀다.


따악!


찌르기를 가볍게 걷어낸 로니.

두 목검이 부딪치자 경쾌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만 튕겨 나간 목검은 기묘한 곡선을 그리며 다시 한번 로니의 얼굴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이에 로니는 한걸음 옆으로 비켜서며 다시 한번 목검을 걷어냈다.


패링이 성공한 것은 맞았다.

하지만 성공한다고 해서 항상 상대방의 허점이 드러나는 것은 아니었다.

뒤가 없는 공격일수록 걷어냈을 때 허점이 크게 드러나지만, 에르윈의 공격은 그렇지 않았다.

이는 막혔을 때를 고려하여 그녀가 공격을 펼쳤기 때문이다.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다.

그렇지만 그 내용은 일방적이었다.

공격을 퍼붓는 에르윈.

이를 막아내기만 하는 로니.

대련이 진행될수록 로니는 계속해서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


승기를 잡았다고 느낀 에르윈이 소리쳤다.


“고작 이거였나?! 이런 모습을 보여주려고 그분을 모독한 것이냔 말이다!”


“......”


말이 없는 로니.

방어하기에 급급해 대답할 여유도 없는 것일까.

뒷걸음질만 치다 보니 어느덧 남은 거리는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


이때 그가 내뱉은 한마디.


“느리군.”


...느리다고?

내가 볼 땐 전혀 안 느린데?


“이딴 실력으로 어떻게 훈련단장이 된 건지 알 수가 없군. 그렇게도 인재가 없나?”


“...뭐라고?”


그것이 발작 버튼이었다.

로니의 말에 매섭던 그녀의 공격이 한층 더 매서워졌다.


검이 날아드는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앞선 공격은 대충 내 눈으로 따라갈 수 있었으나, 이젠 그마저도 어려워졌다.

교관들과는 급이 다른 실력.

단언컨대, 지금의 저 공격은 플레이어 수준의 반응속도로는 절대 다 막아낼 수가 없다.


허나 로니는 플레이어가 아니어서일까.

뭐가 어떻게 되고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으나, 놀랍게도 모든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뒤로 밀리는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조금씩 뒷걸음질 치던 수준에서, 이젠 거의 뒤로 걸어가는 수준으로 바뀌었다.


뒤쪽 벽과의 거리가 얼마 남지 않았다.

고작해야 다섯 걸음 남짓.

폭풍처럼 몰아치는 에르윈의 눈에서는 불꽃이 튀는 듯했다.

반면 수세에 몰린 로니의 안광은 얼음장처럼 싸늘했다.


결국 벽에 다다르고 말았다.

더 이상 물러날 구석이 없는 상황.

마침내 승부가 나는 것인가 싶던 순간.


따악!


역시나 공격을 걷어낸 로니.

허나 연이은 그녀의 공격이 로니를 향해 쏘아지던 순간.


“......!”


갑자기 에르윈이 공격을 거두고 훌쩍 뒤로 물러섰다.


“후후후.”


갑자기 웃음을 흘리는 로니.


“꼴에 단장이라고 눈치가 아예 없진 않았군.”


...이게 무슨 상황이지?

처음으로 찾아온 소강상태.


“빠르기는 하나 군더더기가 많다. 겉은 화려하지만 그 속은 비어있다. 속 빈 갈대나 다름없군.”


한 발짝 나아가는 로니.


“이제 나의 검을 보여주마. 제대로 받아 낼 수 있을지나 모르겠군.”


“......”


다른 건 몰라도 이것 하나는 확실했다.

흐름이 바뀌었다.

갑자기 기세가 로니 쪽으로 기울었다.


순간 에르윈의 가슴팍을 향해 쏘아지는 로니의 목검.

하지만 이미 예상한 듯, 에르윈은 가뿐히 이를 튕겨냈다.

이어지는 그녀의 반격.

예리하게 급소를 노리고 들어갔지만, 로니 역시 이를 가뿐하게 쳐냈다.


헌데 또 한 번 이상한 상황이 펼쳐졌다.

공격이 막히자마자 에르윈이 다시 한번 뒤로 물러난 것.

그녀의 낯빛 또한 어두워졌다.


또다시 한 걸음 나아가는 로니.

이번에도 로니가 선공을 펼쳤다.

단순해 보이는 그의 공격.

이를 막아낸 에르윈이 반격에 나섰지만, 로니가 그 반격을 걷어내자 또다시 에르윈이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이해할 수 없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 걸까?

그렇게 똑같은 상황이 세 차례나 더 이어지자, 벽까지 몰렸던 로니는 어느덧 여섯 걸음이나 앞으로 나오게 되었다.


이어진 일곱 번째 공격.

나는 눈을 크게 뜨고 이를 지켜보았다.


로니의 선공.

이를 막아낸 에르윈의 반격.

마찬가지로 그 반격을 막아내는 로니.


“...어?”


일곱 번째가 되어서야 나는 어렴풋이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근데 내가 제대로 본 게 맞는 것일까?


연이어 펼쳐진 여덟 번째 공격.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선공, 반격, 재반격.

하지만 이번 공방을 보고 나서야 나는 확실히 그 변화를 알 수 있었다.


분명했다.

로니의 패링의 방식이 달라져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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