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힐 쓰는 흑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나라다
작품등록일 :
2022.01.04 18:12
최근연재일 :
2024.03.19 00:05
연재수 :
109 회
조회수 :
44,486
추천수 :
663
글자수 :
572,793

작성
23.03.31 16:05
조회
186
추천
2
글자
12쪽

75화

DUMMY

궁금한 건 또 못 참는 성격인지라, 나는 곧바로 그들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저 멀리에 보이는 그들.


“어? 누님이네?”


멀리서도 눈에 들어오는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

선두에 선 그녀는 다름 아닌 블러드 나이트의 길마 다르크였다.


“저기 그 건방진 년도 있군.”


안광을 찌푸린 로니.

다르크의 바로 뒤에 있는 니싸를 보고 하는 말이었다.


“다들 어디로 가는... 아! 설마?”


그들의 진군 방향을 보니 전에 니싸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건 바로.


“오호... 교주를 잡으시겠다?”


이교도 교주 레이드.

그때 말했었던 레이드 날이 바로 오늘인 모양이었다.


“타이밍 기가 막히네.”


일정이 비밀이라고 해서 그냥 잊고 넘겼는데, 운이 좋게도 그들과 만날 수 있었다.

한번은 직접 구경하고 싶었는데 일이 이렇게 풀릴 줄이야...


물론 교주 공략 영상은 유튜브에 이미 올라와 있었다.

하지만 그건 그저 영상일 뿐.

눈앞에서 실제로 구경하는 것과 영상으로 보는 것은 천지 차이다.


“로니. 들키지 않게 천천히 따라가자.”


“후후.”


우리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석상 뒤로 몸을 숨겼다.

그리고 한참 그들이 지나간 후에야 서서히 그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수십이나 되는 인원이 지나간 길이라 그런지 몹들과 한 번도 마주치지 않았다.

그렇게 그들에게 들키지 않으면서 한참을 나아가던 무렵.


“저기구나.”


저 멀리에 언뜻 보이는 제단.

보스 레이드에 앞서 이들은 제단 주변을 돌며 잡몹들을 먼저 처리했다.

그 일에 정신이 팔려있을 동안, 나와 로니는 제단에 가장 가까이에 있는 석상으로 잽싸게 몸을 옮겼다.

그리고 바짝 석상에 붙어 완전히 몸을 숨겼다.


주변 정리가 끝나자 이들은 다시 한곳에 모였다.

그리고 가장 앞에서 전달 사항을 외치는 다르크.


“무리하지 마십시오! 죽지 않는 게 최선입니다. 기회가 오늘만 있는 것은 아니니, 노력은 하되 안 될 것 같으면 즉각 물러나십시오!”


나는 고개를 살짝 내밀어 그녀를 살펴보았다.


암녹색 방패와 검.

두 부위만큼은 +2 강화가 된 아콘템이었다.


[다르크]

HP / MP : 300 / 60

힘 / 지력 : 250 / 0

방어력 / 저항력 : 54 / 32


*사용 스탯 : 435

*미사용 스탯 : 0


“와... 저 누님 도대체 현질을 얼마나 한 거야?”


지난번 보다 확연히 올라간 능력치.

사용 스탯만 보자면 우리보다 훨씬 높았다.

현재 나와 로니의 사용 스탯은 대략 290.

게다가 그녀의 장비 역시 로니보다 더 좋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능력치만 따지자면 로니가 훨씬 강했다.

로니의 힘과 HP를 합한 값은 대략 800.

이게 다 바이탈 스트렝스라는 개사기 스킬 덕분이었다.


“왜 그리 빤히 쳐다보는가?”


“사기적인 자식...”


“갑자기 쓸데없는 소릴 하는군.”


아무튼 이 둘의 능력치를 비교하고 있던 무렵.


“오오. 시작한다, 이제.”


마침내 준비를 마친 그들이 일제히 제단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제단의 크기는 상당했다.

높이는 사람 허리 높이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 면적이 족히 운동장만 했다.


다르크의 명령하에 이들은 신속하게 제단의 가장자리를 따라 이동했다.

모두들 레이드에만 정신이 팔린 상황.


“로니. 우리 올라가서 보자.”


궁금해진 나는 아예 석상을 타고 올라갔다.

높은 곳에서 보니 이 광경이 한눈에 잘 들어왔다.


제단은 동그란 원의 형태로 흡사 거대한 동전과도 같은 형태였는데, 그 안에는 큰 오망성이 그려져 있었다.

정말로 악마를 소환하려는 느낌이 물씬 풍겨졌다.


“많이도 왔네.”


얼추 봐도 대략 50이 넘는 인원.

10명씩 짝지어진 다섯 무리가 각각 오망성의 꼭짓점에 자리를 잡았고, 다르크는 중앙에 있는 교주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멀리 있어서 뭐라고 하는지 들을 수는 없었지만, 교주를 향해 검을 추켜세운 걸 보니 대충 시비를 거는 듯했다.

그래야 레이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니까.


뭐가 그리 웃긴 지 교주는 허리를 뒤로 젖히며 크게 웃어댔다.

그러더니 잠시 후, 힘차게 지팡이를 제단에 내리꽂았다.


교주를 중심으로 검붉은 기운이 퍼져나갔다.

그 기운은 곧 오망성을 타고 흘렀고, 이내 제단 전체가 잠시 진동하더니 오망성의 각 꼭짓점에서 무언가가 소환되기 시작했다.

다름 아닌 정령이었다.


“호오... 저거 상대하기 쉽지 않을 텐데...”


중급 정령 다섯과 상급 정령 다섯.

총 10마리의 정령이 제단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저급한 정령 따위나 부리는군.”


“뉘예뉘예. 그러시겠지요.”


로니의 눈에나 하찮아 보였지, 사실 정령은 상당히 강력한 소환수였다.


양 주먹을 사납게 휘두르는 우람한 체격의 불 정령.

기다란 뇌전 창을 사용하는 호리호리한 체격의 번개 정령.

그리고 얼음 활로 얼음 화살을 쏘아내는 가녀린 체격의 얼음 정령까지.

어느 것 하나 까다롭지 않은 녀석이 없었다.

특히나 상급 정령은 보통의 정예 몹보다 강해, 사실상 준 보스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블러드 나이트 길드 역시 단단히 준비를 하고 온 듯했다.

누구 하나 당황하는 기색 없이 미리 짜온 듯한 전략에 따라 질서 있게 행동하고 있었다.

10명으로 이루어진 각각의 무리는 중급 정령 하나와 상급 정령 하나를 맡아 상대하기 시작했고, 교주는 다르크가 상대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녀 혼자만은 아니었다.

다르크 뒤에서 그녀를 보조하는 법사만 해도 다섯.

힐을 몰아받으며 최대한 버텨낼 생각인 듯했다.


교주는 절대 일 대 일로 상대할 수 있는 보스가 아니었다.

보아하니 길드원들이 정령을 다 잡아낼 때까지 보스의 어그로를 받아낼 작전인 듯했다.

그야말로 정석 중의 정석.


새삼 다르크가 대단해 보였다.

용병을 고용해 오크 장군을 잡던 시절을 지나, 이젠 저 강력한 보스를 상대로 레이드를 펼치는 길드의 길마라니...

참으로 난사람이다 싶었다.


레이드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교주의 어그로가 다른 곳으로 튀지도 않았고, 정령들 역시 각 무리들과 싸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확실히 흐름이 좋아 보였다.


싸움 구경하러 왔더니, 불구경도 할 수 있었다.

맹렬히 불 주먹을 휘두르며 미쳐 날뛰는 두 불 정령.

재밌는 두 구경거리를 흡족하게 지켜보던 순간.


“...뭐야 저건 또?”


저 멀리에서 무언가가 우르르 몰려오고 있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하필 이 타이밍에?

나는 곧장 지도를 열었다.

그러자.


“미친...”


지도상에서 수십 개의 빨간 점이 제단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뱀 새끼들인가...”


집단 적으로 행동하는 수많은 카오들.

살모사 길드가 아니라면 설명될 수가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제단으로 들이닥친 이들.

역시나 예상대로 전원 살모사 길드원이었다.


“후후. 첩자가 있었나 보군.”


“그런가 보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기가 막힌 타이밍.

로니의 말대로 살모사 측에서 블러드 나이트에 첩자를 하나 심어 놓은 듯했다.


제단 위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정령을 상대하기에도 급급한데 살모사 놈들까지 덮치다니...


게다가 그 숫자도 더 많았다.

대충 살펴보니 대략 70은 되는 녀석들.

누가 보더라도 블러드 나이트의 위기였다.


버텨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하나둘 죽어 나가는 블러드 나이트 길드원들.

결국 3할가량의 인원이 죽고 나서야 남은 이들 모두 귀환석을 사용해 요새로 귀환했다.


작전이 제대로 성공한 탓인지, 이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킬킬거렸다.

재수 없는 새끼들...

간만에 누님도 응원하면서 재밌는 구경이나 하려 했더니 저 망할 놈의 새끼들이 다 망쳐놨다.

에휴...


“쯧... 돌아가자, 로니. 주교나 잡으러 가자.”

김이 샌 나는 다시 석상에서 내려오려 했다.

하지만.


“기다려라, 디오.”


“왜?”


그러면서 로니는 말없이 제단을 가리켰다.


“쟤들도 레이드 하려나 보네.”


블러드 나이트가 물러났으니 이제 이곳은 녀석들의 차지였다.

온 김에 레이드까지 하려는 모습.


“아... 왜 이렇게 속이 쓰리냐...”


마음 같아선 당장 다 쓸어버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도 없었다.

소환수 몇 마리 소환한다고 저 많은 인원을 상대할 수는 없기 때문.


“정말 계속 보려고?”


“그렇다.”


로니는 요지부동으로 계속 제단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 보자 그럼. 나중에 다 도움이 되겠지.”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레이드는 레이드다.

당사자들이 아니면 좀처럼 직접 볼 수 없는 기회이기에, 일단 이를 봐 두기로 마음을 돌렸다.


카오놈들이기는 하나 살모사 놈들은 이곳 날갯짓 고원에서 가장 큰 세력이었다.

망나니들이긴 해도 오합지졸은 아니라는 말.

보아하니 아예 레이드까지 염두에 두고 온 모양인지, 이들 역시 재빠르게 다섯 무리로 나뉘었다.


블러드 나이트와 마찬가지로 각각의 무리들은 정령들을 나누어 상대하기 시작했다.

교주를 상대하는 것은 다름 아닌 살모사 길드의 부길마, 소포이.

여성 플레이어로 다르크처럼 붉은 머리카락을 자랑하고 있었는데, 인상이 참으로 악녀 같은 인상이었다.

물론 커스터마이징을 저렇게 한 거겠지만...


능력치를 보니 다르크보다는 조금 뒤떨어졌다.

하지만 그녀 뒤에 대기하고 있는 법사만 해도 일곱.

힐만 쭉쭉 밀어준다면 충분히 교주를 상대로 버텨낼 수 있을 듯했다.


“잘하긴 잘하네.”


전체적으로 꽤나 훌륭한 움직임을 선보이는 이들이었다.

각 무리들을 보니 한두 번 손발을 맞춰본 게 아닌 듯했다.

하피의 숲에서 암습이나 노리던 녀석들과는 사뭇 달랐다.

아마 레이드나 길드 간 중요 전투에 참여하는 정예 멤버들로 보였다.


카오들인 만큼 생존에 더 절박했을 것이다.

어떻게든 연옥만큼은 가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해왔을 테니 말이다.

정령을 상대하는 저 움직임에서 더욱 그런 게 느껴진달까.


소포이는 전폭적으로 힐을 받으며 교주를 상대로 버티고 있었다.

상황도 블러드 나이트 길드보다 더 좋아 보였다.

어쩌면 정말 레이드에 성공할지도...


단시간에 끝낼 수 있는 교전은 아니었다.

조금은 답답해도 최대한 안전을 기하며 레이드에 임하는 이들.


“에휴... 성공하겠네, 보니까.”


시간은 녀석들의 편이었다.

점차 HP가 줄어들기 시작하는 정령들.

반면 살모사 놈들은 낙오자 한 명 없이 모두가 쌩쌩했다.

보스가 2페이즈에 돌입하더라도 충분히 승산이 있어 보였다.


“이제 슬슬 불러야겠군.”


“뭘?”


옆을 보니 로니의 손에 납작한 무언가가 들려있었다.

손바닥 크기의 작은 석판이었는데, 그 가운데에는 새 그림이 새겨져 있었다.


빠각.


로니는 양손으로 그것을 반쪽 냈다.

그러자.


솨아아아.


석판의 단면에서 푸른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이내 비둘기 모양을 이루었다.


“...뭔데 또 이건?”


“후후.”


하여튼, 이런 희한한 건 또 어디서 구한 거야?


빛으로 이루어진 비둘기는 잠시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어딘가를 향해 날아가 버렸다.


“기다려라, 디오. 곧 재밌는 일이 펼쳐질 테니.”


“너 또 뭔 짓을 한 거냐.”


“후후.”


속 시원히 말해주는 법이 없으니, 나는 그냥 신경 끄고 다시 레이드나 구경했다.

그렇게 10여 분이 지났을 무렵.


“오는군.”


어디론가 고개를 돌리는 로니.

로니의 시선이 향한 곳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저 양반이 여기서 왜 나와?”


저 멀리서 훈련단장 에르윈이 달려오고 있었다.

그것도 제법 많은 수의 부하들과 함께 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힐 쓰는 흑마법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09 109화 +2 24.03.19 25 0 16쪽
108 108화 24.03.14 37 0 12쪽
107 107화 24.03.11 43 0 11쪽
106 106화 24.03.07 45 0 11쪽
105 105화 24.03.04 43 0 11쪽
104 104화 24.02.29 48 0 11쪽
103 103화 24.02.26 54 0 12쪽
102 102화 24.02.22 53 0 11쪽
101 101화 24.02.19 47 0 12쪽
100 100화 24.02.16 51 0 11쪽
99 99화 24.02.13 50 0 12쪽
98 98화 24.02.06 55 0 12쪽
97 97화 24.02.02 55 0 12쪽
96 96화 24.01.29 55 0 12쪽
95 95화 24.01.26 53 0 12쪽
94 94화 24.01.21 62 0 12쪽
93 93화 24.01.18 63 0 11쪽
92 92화 24.01.16 68 0 12쪽
91 91화 24.01.07 74 0 12쪽
90 90화 24.01.01 76 0 11쪽
89 89화 23.12.26 83 0 11쪽
88 88화 23.12.20 80 0 11쪽
87 87화 23.12.16 87 0 11쪽
86 86화 23.12.01 90 0 11쪽
85 85화 +1 23.11.14 104 1 11쪽
84 84화 23.10.25 94 0 12쪽
83 83화 23.10.06 110 0 11쪽
82 82화 23.05.24 160 0 12쪽
81 81화 23.05.19 134 1 11쪽
80 80화 23.05.16 145 1 12쪽
79 79화 23.05.06 164 0 12쪽
78 78화 23.04.25 185 1 11쪽
77 77화 23.04.02 208 2 12쪽
76 76화 23.04.01 183 2 11쪽
» 75화 23.03.31 187 2 12쪽
74 74화 23.03.30 175 2 11쪽
73 73화 23.03.29 183 2 12쪽
72 72화 23.03.28 181 2 12쪽
71 71화 23.03.27 188 1 11쪽
70 70화 23.03.26 188 3 12쪽
69 69화 23.03.25 188 2 11쪽
68 68화 23.03.24 188 1 12쪽
67 67화 23.03.23 191 2 11쪽
66 66화 +1 23.02.03 250 3 12쪽
65 65화 +1 23.02.02 221 3 11쪽
64 64화 23.02.01 226 4 12쪽
63 63화 23.01.29 236 3 11쪽
62 62화 23.01.26 232 3 12쪽
61 61화 23.01.20 255 4 11쪽
60 60화 23.01.18 277 5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