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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 쓰는 흑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나라다
작품등록일 :
2022.01.04 18:12
최근연재일 :
2024.03.19 00:05
연재수 :
10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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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502
추천수 :
663
글자수 :
572,793

작성
23.03.23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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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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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67화

DUMMY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어... 난 할 얘기가 없는데.”


물론 그렇지 않다.

차마 입이 안 떨어져서 그렇지.


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내 옆에 걸터앉은 로니.


“너답지 않군.”


나답지... 않아?

나 다운 게 뭔데!

라고 삼류 드라마처럼 외치고 싶었지만.


“사람이 어찌 맨날 힘낼 수 있겠냐. 쉬엄쉬엄하는 날도 있어야지.”


하며 대충 둘러댔다.


“뻔한 거짓말을 하는군.”


“......”


지그시 나를 바라보는 로니.

저 안광을 보고 있자니, 더 이상 핑계 대는 것은 먹히지 않을 듯했다.


“내가 부족해서 그런다. 이 못난 내가.”


“그건 당연한 것 아닌가.”


하여튼 이놈 새끼는 위로 한마디를 할 줄 몰라요.


이왕 말이 나온 김에 나도 몸을 일으켜 자리에 앉았다.


“그래요. 죄송합니다, 선생님. 못나서 정~말 죄송합니다.”


“전혀 죄송하지 않은 말투군.”


“당연하지! 잘못한 게 없는데.”


“후후.”


내가 봐도 나 자신이 참 못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서 그냥 솔직하게 로니에게 말하기로 했다.


“...네가 요즘 너무 강해져서 그런다.”


“강해지다니?”


“강해졌잖아. HP도 엄청 늘어나고. 너는 앞으로 쭉쭉 치고 나가는데, 나는 제자리인 것 같단 말이야. 하긴, 금수저 물고 태어난 니가 내 마음을 알겠냐.”


다 털어놓고 나니 속은 시원해졌다.


“금수저? 그걸 왜 문 단 말인가?”


“...그런 게 있어.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네가 사는 세계에선 태어날 때 수저를 무는가 보군.”


내가 잘못했다.

알아듣지도 못할 말을 해서.


“그냥 니가 엄청 세졌다는 뜻이야.”


“필멸자의 입장에선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군. 하지만 디오, 그 말에 동의할 순 없다.”


“충분히 강해지셨거든요.”


“그렇지 않다. 넌 나의 진정한 힘을 모른다.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니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


사실 로니와의 격차 때문만은 아니었다.


지난번 악마 위트를 만난 이후로 누군가가 악마에 대한 정보를 공개했다.

그 역시 유명한 카오 플레이어였는데, 또 다른 악마와 만난 영상을 녹화해서 유튜브에 올린 것이었다.

이미 악마와 만난 소수의 플레이어들이 정보가 새어 나가지 않게 입을 꾹 닫고 있었으나, 결국 이 영상을 계기로 모두에게 알려지고 말았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좋은 방향으로든 안 좋은 방향으로든.


앞으로 PK가 더 심해질 게 뻔했다.

그저 쓸모없는 줄만 알았던 타락이 사실 소중한 화폐나 다름없는 것으로 판명 났으니 말이다.


살모사 길드뿐만 아니라 더 많은 카오 길드가 생겨날 것이다.

하여 갈수록 카오들과 마찰을 빚을 수밖에 없을 터.

그래서 내게 힘이 필요했다.

더욱 강한 힘이.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가.

이미 어마어마하게 돈지랄을 한 핵고래 플레이어들도 많은데 말이다.


물론 로니와의 계약으로 그의 권능을 누린 덕분에 나 역시 상당히 강해지긴 했다.

하지만 그래도 부족했다.

우리의 전력이라고 해봐야 고작 나와 로니 둘뿐.

개인이 강하다고 한들, 길드에 대항하기엔 부족했다.


“그리고 이 몸의 권능을 누린다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일인지 모르는군.”


“모르는 건 아냐. 근데... 위대한 것까진 잘 모르겠네.”


“위대하다.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만큼.”


“...그렇다 치자.”


“후후. 아직은 모를 수밖에.”


“......”


그때 마침.


“드디어! 드디어 성공했습니다!”


세공을 하던 제임스가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났다.

무슨 일인가 싶어 슬쩍 다가가 보니.


“이게... 그 구슬?”


“예! 맞습니다!”


네 번째 시도 만에 드디어 부활석 구슬을 만들어냈다.


“성공했군.”


뒤이어 다가온 로니.


“디오, 어서 사용해라.”


나에게 구슬을 건네는 제임스.

매끈하게 잘 깎아진 구슬을 받아 든 나는 곧장 지팡이 머리 부분에 끼웠다.

그러자.


솨아아아.


눈부신 하얀 빛을 발하는 구슬.

곧 빛이 사그라든 후 지팡이를 확인하자


[신성한 흑단 나무 지팡이 +4] [C급]

마법력 : 18

*+2 강화 : 마법력 +2

*+4 강화 : 마법력 +2

*백마법 위력 +30%

*사용 제한 : 지력 30 이상


“오...”


+10%였던 백마법의 위력이 +30%로 증가했다.


“멋지십니다. 주인님.”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제임스.


“고맙다, 제임스. 고생 많았어. 혹시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예? 먹고 싶은 것이요?”


“응. 진짜 할 수 있으면 살살 녹는 업진살이라도 사다 주고 싶다.”


“하하. 그게 뭔진 모르겠지만 전 괜찮습니다. 유령인 제가 무슨 음식을 먹겠습니까.”


“어쨌든. 먹는 거 아니더라도 뭐든 갖고 싶은 것 있으면 말해.”


“음... 갖고 싶은 것이라면...”


잠시 고민하는 제임스.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요즘 세공이 재밌어서 재료가 더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크으...”


완벽하다.

어쩜 이리 대답도 이쁘게 할 줄이야.

만점짜리 모범생이다.


“때가 됐군.”


갑자기 내 어깨에 손을 올리는 로니.


“때라니?”


“나약한 네가 강해질 때라는 소리다.”


“...뭔 소리야?”


“가자.”


“어딜?”


“강해지러. 이제 이 몸의 진정한 권능을 누려 봐야 하지 않겠는가?”


.

.

.


“...여기?”


“그렇다.”


로니가 데리고 온 곳은 부화의 평원의 인던인 지하 묘지.


“이제 가도 되는 거야?”


“쉽진 않을 것이다.”


정확히는 지하 묘지의 히든 던전인 지하 신전을 가리켰다.


[지하 신전] [상급]

*어둠의 마법이 느껴지는 곳입니다.

*최대 입장 가능 인원 : 4명

*입장 제한 : 없음

입장하시겠습니까?


조건을 충족해 미리 뚫어는 놨지만 한 번도 가본 적은 없는 곳.

상급 던전인 것도 있었지만, 백마법의 위력이 강해지기 전엔 소용이 없다고 로니가 거듭 말했기 때문이다.


“언제는 뭐 쉬운 게 있었나? 가자.”


백문이 불여일견.

여기까지 온 이상 물러날 생각은 없었기에, 나는 주저 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던전 내부는 지하 묘지와 비슷하게 언데드 던전 특유의 음산한 분위기가 깔려있었다.

다만 신전이라는 이름 때문인지 좀 더 엄숙한 느낌이었다.


상급 던전인 만큼 나는 긴장한 채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그런데.


[전사 좀비] [중급]

HP / MP : 100 / 0

공격력 / 마법력 : 42 / 0

방어력 / 저항력 : 15 / 15


“...약한데?”


좀비긴 했지만, 차림새를 보니 원래는 숲에 있던 도적 전사인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스탯도 빈약한 수준.


“그오오오.”


세 마리가 우릴 향해 다가오고 있었지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앞서나간 로니가 망치로 다 박살 냈기 때문.


던전 초반이니 쉬운 건가 하며 계속해서 안으로 들어갔지만.


“쟤는 궁수네.”


이번엔 전사 좀비와 별 차이가 없는 궁수 좀비가 나타났다.

녀석 역시 도적 궁수의 좀비 버전.


어느 정도 나올 몹들이 예상된다 싶으니 나는 금세 긴장이 풀어졌다.

그저 로니에게 힐만 밀어주면 될 뿐.


어둠의 전당과는 달리 인던 바탕의 히든 던전이기에 그 크기가 그리 크지는 않았다.

게다가 몹들도 약하다 보니 우리는 머지않아 2층으로 내려가는 계단 앞에 다다를 수 있었다.


“너무 쉬운데? 진작 왔어도 되는 거 아냐?”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말하니까 내려가기 무섭잖아. 2층에 뭐가 있나?”


괜히 겁을 주는 로니.


“포션은 잘 챙겨왔는가?”


“응. 넉넉히.”


장기전이 될지도 모르니 로니는 출발 전 나에게 마나 포션을 충분히 챙기라고 말했었다.

그나저나 이놈 자식은 뭐 그리 숨길 게 많은지, 속 시원히 뭘 미리 알려주는 적이 없다.


늘 그렇듯 로니가 앞장서서 계단을 내려갔다.

나 역시 뒤따라서 내려가 보니.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내려가자마자 우릴 반기는 것은 다름 아닌 간부 좀비.


[간부 좀비] [중급]

HP / MP : 180 / 0

공격력 / 마법력 : 50 / 0

방어력 / 저항력 : 25 / 15


좀비임에도 불구하고 도적 간부일 때보다 스탯은 조금 더 높았다.

하지만 날갯짓 고원의 몹들에 비하면 한참 약한 수준.

이 정도면 그냥 내가 몸빵해도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머지않아 주술사 좀비도 나타났다.

곧장 내게 마법을 쏘아 보낸 녀석.

하지만.


“뭐 이리 약해?”


마나 쉴드에 막혀 내게 아무런 피해를 주지 못했다.

백마법의 위력이 증가한 덕에 블레스드 레지스턴스의 효과가 더욱 증가하여 내 저항력이 녀석의 마법력을 뛰어넘었던 것.


“어째서... 어째서...”


“뭘 어째서야 인마. 니가 약해서 그런 거지.”


말도 섞기 싫은 녀석에게 나는 홀리 힐을 시전했다.


“흐아악!”


힐량이 상대 언데드의 저항력 이하인 경우에는 아무런 피해를 주지 못하지만, 그것을 초과하게 되면 힐량 전체가 트루 데미지로 들어간다.

그래서 언데드를 상대로는 공격 마법보다 힐이 더 강할 때가 종종 있었다.

아무튼, 깔끔하게 힐 두 방에 처리된 녀석.


“가자, 로니”


사실 지금 우리 스탯으로 봤을 땐 곧바로 보스 방을 향해 달려도 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도감을 완성하기 위해 우리는 2층 전체를 돌기 시작했다.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그렇게 2층의 녀석들을 모조리 소탕한 후.


“여기구나.”


보스 방임을 알리는 고급스러운 입구 앞에 도착한 나와 로니.


“디오. 들어가면 내가 널 일일이 보호해줄 수 없다. 알아서 잘 피해 다니도록.”


“그런 말 하니까 더 무섭잖아.”


“그리고 공격 마법보다는 힐을 사용하는 게 좋을 것이다.”


“그건 뭐... 내가 알아서 할게.”


전략이라고 할 만한 게 없을 정도로 간단한 그의 조언.

보스가 어떤 녀석일까 궁금해하며 나는 로니의 뒤를 따라 입구 안으로 들어갔다.


쿠웅!


들어가자마자 철창이 내려와 우리의 퇴로를 막았다.

이건 뭐 보스 방의 뻔한 패턴이고.


양쪽 벽에는 등불들이 쭉 늘어서 있었다.

복도와도 같은 길을 따라 깊숙이 들어가자, 계단 형식의 제단이 있는 넓은 방에 다다를 수 있었다.


제단 가운데 고풍스러운 의자에는 검은 로브를 입은 누군가가 차분히 앉아 있었고, 양옆으로 간부 좀비들이 다섯 마리씩 무릎을 꿇고 있었다.


“누구인가...”


보스에 걸맞은 아주 음산한 목소리.

후드를 쓰고 있어 얼굴이 보이진 않았지만, 초록색의 두 눈만은 밝게 빛나고 있었다.


[네크로맨서] [상급]

HP / MP : 800 / 500

공격력 / 마법력 : 20 / 100

방어력 / 저항력 : 40 / 55


오우...

보스라 할 만한 상당한 스탯.

내가 본 몹 중에 가장 강한 녀석인 듯했다.


로니는 대뜸 검지로 네크로맨서를 가리키며 말했다.


“내려와라.”


그러자 가볍게 실소를 터트리는 녀석.


“여기가... 어딘 줄 아느냐?”


허나 그런 말은 로니에게 먹히지 않는다.


“내려와라.”


다시 한번 명령하는 로니.


“가엾은 것...”


녀석이 길게 한숨을 내뱉던 순간.


피잉!


로니가 대뜸 화살을 날렸다.


날아간 화살은 네크로맨서 바로 옆에 있던 간부 좀비가 뛰쳐나와 대신 맞았다.

이로써 시작된 전투.


“가거라...”


녀석이 손을 내저으며 명령하자 무릎을 꿇고 있던 나머지 녀석들이 모두 일어나 일제히 우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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