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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 쓰는 흑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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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다
작품등록일 :
2022.01.04 18:12
최근연재일 :
2024.03.19 00:05
연재수 :
10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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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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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72,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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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1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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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07화

DUMMY

겁 없는 녀석들답게 고스트들은 일제히 트롤을 향해 날아갔다.

이에 트롤은 눈을 번득이며 돌기둥과도 같은 방망이를 들어 올렸다.


후우우웅!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이곳까지 들릴 정도로 녀석은 방망이를 거세게 휘둘렀다.

하지만 물리 공격으로는 고스트에게 피해를 입힐 수는 없었다.


“너희들도 이제 출동!”


어그로는 고스트들이 끌어줄 것이었다.

나는 대기하고 있던 교주들에게도 출격 명령을 내렸다.


트롤은 분개해하며 방망이를 휘둘러댔다.

하지만 칼로 물을 베는 것처럼 방망이는 그저 고스트의 몸통을 지나갈 뿐이었다.


“우오오오오!”


뜻대로 되지 않자 녀석이 분노의 함성을 질렀다.

그리곤 숨을 크게 들이켰다.


“쿠와아아아!”


괴성과 함께 녀석은 입에서 거대한 화염을 뿜어냈다.

마치 화염방사기를 보는 느낌이었는데 날쌘 고스트들은 이를 가뿐히 피해내고 있었다.


녀석이 고스트들에게 정신이 팔려있는 동안 교주들은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곤 얼마 지나지 않아 일정한 간격으로 넓게 자리를 잡았다.


준비가 끝난 이들은 지팡이를 높게 추켜들었다.

그리곤 이를 바닥에 내리꽂았다.


“오호...”


뭘 하려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녀석들의 입 모양을 보니 뭔가 주문을 외는 듯했다.


지팡이에선 대량의 검은 기운이 흘러나왔다.

기운은 곧장 바닥에 깔리더니 이내 어딘가를 향해 흘러가기 시작했다.


“주, 주인님! 저것 보십시오!”


거대한 붓으로 곡선을 그리듯, 기운은 인근에 있는 지팡이를 향해 이동했다.

그렇게 점과 점이 연결되자 보스를 중심으로 한 거대한 검은 원이 형성되었다.

허나 이게 끝이 아니었다.


“설마...”


이번엔 기운들이 원을 가로질러 직선으로 뻗어나갔다.

그렇게 다섯 직선이 동시에 나아가는 것을 보고서야 나는 이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었다.


오망성이었다.

이교도 교주도 그랬고, 혼이 나간 교주도 밟고 서 있었던 바로 그 오망성이었다.


오망성이 완성되자 교주들은 다시 지팡이를 뽑아 들었다.

그리곤 보스에게 이를 겨누며 곧장 슬로우를 날려 보냈다.


촤르륵!


움직임이 둔해지자 녀석은 그제야 교주들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리곤 숨을 들이켠 후 이번엔 교주를 향해 화염을 뿜어냈다.


움직임이 빠르지 않은 교주이기에 이를 쉽사리 피해내지 못할 듯했다.

하지만.


“오오! 저거였구나!”


교주는 미끄러지듯 기묘한 움직임을 선보이며 가뿐하게 이를 피해냈다.


타겟이 된 교주가 이를 피할 동안 나머지 네 교주는 검은 구체를 소환했다.

그리고 소환이 끝나자마자 이를 녀석에게 날려 보냈다.


“쿠워어어!”


꽤 아픈 유효타들이 적중하자 녀석은 고통스러워하며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주, 주인님! 사, 상처가!”


“그래, 그러니까 트롤이지.”


괜히 녀석이 트롤인 게 아니었다.

몸에 난 네 개의 상처는 말도 안 되는 속도로 다시 아물어 가고 있었다.


“이제 시작해야겠네. 고스트들! 너희들도 공격해!”


화력을 집중해야 할 시간이 찾아왔다.

나의 외침에 고스트들 역시 썬더 라이트닝을 소환하여 녀석에게 날려 보냈다.


화아악!


콰르르릉!


구체와 라이트닝이 동시에 작렬하자 녀석은 휘청거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자세가 무너지는 와중에도 녀석은 소환수들을 향해 화염을 뿜어댔다.


목표가 된 고스트는 재빨리 이를 피했다.

허나 이번 화염은 그 끝을 모르고 계속해서 뿜어져 나왔다.


아예 화염방사기 모드로 전환한 듯했다.

긴 화염이 곳곳에 뿌려지자 다른 고스트들 역시 자리를 피할 수밖에 없었다.


딜을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고스트들의 딜 공백이 생기자 녀석의 상처는 다시 빠른 속도로 아물어 갔다.

뭔가 대책이 필요했다.


“주인님...”


제임스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와 보스를 번갈아 보았다.

이에 나는 가볍게 코웃음을 치며 제임스의 어깨 위에 있는 데미안을 향해 손을 뻗었다.


“데미안, 일로 와.”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데미안은 총총 뛰어와 내 손바닥 위로 올라왔다.


나는 인벤에서 곧장 맹독 포션을 꺼냈다.

그리고 이를 데미안에게 내밀며 녀석에게 한 가지 부탁을 했다.


“이거 들고 저기로 날아가. 저 무식한 괴물이 입을 벌릴 때, 그때 그 안으로 이걸 집어넣어 버려. 할 수 있지?”


처음으로 녀석에게 맡기는 전투 임무였다.

데미안은 발로 포션 주둥이를 쥐며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너만 믿는다. 가라!”


손바닥을 떠밀어 올리자 데미안은 쏜살같이 저곳으로 날아갔다.


정말 빠른 속도였다.

저 정도면 가히 투사체를 능가하는 수준이었다.


“제임스, 잘 봐라. 니가 만든 작품을 말이야.”


“......”


정신없이 전투가 벌어지는 가운데 데미안은 트롤의 머리 위로 높게 날아올랐다.

허나 크기가 워낙 작다 보니 트롤은 이를 알아채지 못한 듯했다.


길고 긴 화염이 잠시 끊어졌다.

녀석은 입을 벌려 다시 한번 숨을 들이켰다.

그 순간.


휘이이익!


데미안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엄청난 속도로 활강했다.

그리고 녀석의 입 안에 포션을 던져놓은 후 급선회하여 다시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크웁!”


목구멍으로 포션이 들어가자 트롤은 잠시 입을 닫고 목을 움켜쥐었다.

하지만 늦었다.


“쿠어어억!”


몸속에서 포션이 깨졌는지 녀석은 괴로움에 몸서리치고 있었다.

꼴을 보니 중독된 것이 확실했다.


“봐라. 니가 만든 게 얼마나 강력한지.”


겉으로 보았을 땐 별 피해가 없는 듯했다.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았다.


“주, 주인님! 상처가 아물지 않습니다!”


“그래. 저게 바로 A급 맹독 포션이다.”


맹독 포션은 말 그대로 중독 피해를 입히는 포션이다.

특히나 A급은 그 위력이 가히 두려워할 만한 수준이었다.


중독에 걸리면 지속적으로 HP가 줄어든다.

여왕개미의 독낭으로 만든 이 포션 덕분에 중독 피해가 녀석의 HP 리젠을 상쇄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트롤 공략의 핵심이었다.

드래곤 나이트 역시 맹독 포션을 이용해 트롤을 공략했었다.


사실상 리젠이 되지 않자 소환수들의 공격이 고스란히 피해로 들어갔다.

이에 얼마 지나지 않아 녀석의 HP가 2,000 이하로 뚝 떨어졌다.


“쿠오오오!”


괴성과 함께 녀석이 또 한 번 화염을 토해냈다.

하지만 그 대상이 소환수가 아닌 자신의 방망이였다.


2페이즈의 시작이었다.


화염은 이전 페이즈보다 더욱 강렬해졌다.

불방망이를 완성한 녀석은 먼저 교주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콰아앙!


땅이 갈라질 정도의 엄청난 공격이었다.

허나 교주들은 기묘한 움직임으로 잘 피하고 있었다.


연이어 공격이 이어졌다.


콰앙! 콰앙! 콰아앙!


연속된 방망이질에 땅은 지진 난 것처럼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것이 문제였다.


“젠장...”


땅이 갈라지니 마법진도 깨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마법진이 일그러지자 교주들의 움직임이 느려졌다.


결국 사달이 나고 말았다.

한 교주가 불방망이에 맞고 쓰러진 것이었다.


“커억!”


실로 엄청난 위력이었다.

방망이질 한방에 교주의 HP가 절반이 날아가 버렸다.


고스트들을 공격했으면 좋았으련만 녀석은 그들은 무시한 채 집요하게 교주들만 노렸다.


콰앙! 콰아앙! 콰앙! 콰앙!


“크어억!”


“으아악!”


마법진과 함께 교주들도 얻어터졌다.

고스트들이 계속해서 썬더 라이트닝을 쏘아 보냈지만 이것만으로는 화력이 부족했다.


결단을 내려야 했다.

나는 교주들을 향해 힘차게 소리쳤다.


“도망치지 말고 싸워! 죽는 한이 있어도 한 번이라도 더 공격해!”


피한다고 피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어차피 맞아 죽을 바에 한 번이라도 더 공격하는 것이 이득이었다.


나의 명에 교주들은 일어서자마자 구체를 소환했다.

그리고 죽음을 각오하며 녀석에게 이를 날려 보냈다.


콰르르릉!


화아악!


화력이 집중되자 녀석의 HP가 빠르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콰앙! 콰아앙! 콰앙!


녀석이 교주들을 모두 박살 내버렸기 때문이다.


“제길...”


녀석의 HP는 1,500까지 떨어졌다.

다음 페이즈까지 버틸 수 있으면 좋겠지만 쉽게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마나를 아껴야 했기에 추가소환도 할 수 없었다.

하여 고스트들이 해내기만을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이판사판이다! 너희들도 공격만 해!”


맹독 포션의 중독 효과도 곧 끝나 갈 시간이었다.

뒤가 없는 상황이기에 고스트들이 전멸하는 한이 있어도 어떻게든 끝을 내야 했다.


“쿠오오오!”


교주를 모두 처리한 녀석은 곧장 고스트를 노리기 시작했다.

이에 불방망이가 붉은 궤적을 그리며 한 고스트를 덮쳤다.


“하아악!”


화염이 더해진 공격이기에 고스트는 방망이에 맞고 그대로 추락했다.

다른 네 고스트가 마법을 쏘아 댔지만 녀석은 이를 무시한 채 추락한 녀석을 박살 내 버렸다.


“조금만 더...”


이제 남은 HP는 1,350.

정말이지 어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또 한 번 불방망이가 붉은 궤적을 그렸다.

이에 또 다른 고스트가 그대로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콰아앙! 콰앙!


무자비한 방망이질에 또 하나가 사망했다.


아직 남은 HP는 1,280.

이제는 승부수를 띄워야 했다.


“간다. 까짓거.”


확실하지 않으면 승부를 걸지 말라고 배웠지만 때로는 확실하지 않아도 승부를 걸어야 할 때가 있다.


스스스스스.


나는 손을 펼쳐 데스 오브를 소환했다.

그러면서도 시선은 트롤을 향해 고정했다.


또 한 번 무지막지한 방망이질이 이어졌다.

이제 남은 고스트는 둘.


“로니, 슬슬 준비하자.”


“...헌데 꼭 이 방법을 써야 하는가?”


“당연하지!”


타이밍을 맞추는 게 중요했다.

이어 또 하나의 고스트가 바닥에 내리꽂히는 순간.


“잘 봐라, 제임스. 네 주인의 진정한 힘을.”


나는 남자답게 로니의 등에 업혔다.


“...주인님?”


준비는 끝났다.


“가자, 로니!”


로니는 못마땅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곤 차지를 사용해 빠르게 질주해 나갔다.


“......”


멀어지는 제임스를 보니 차마 말을 잇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안다, 나도.

지금 내 모습이 추하다는 거...


또 하나의 고스트가 유명을 달리했다.

이제 남은 고스트는 마지막 하나.


불방망이가 상대를 향해 붉은 궤적을 그리고 있었다.

그리고 썬더 라이트닝이 간발의 차로 마지막 고스트의 손을 떠났다.


콰아앙!


콰르르릉!


두 공격이 교차하며 서로를 가격했다.

고스트가 바닥에 처박히고 말았지만 트롤은 추가로 방망이질을 하지 않았다.


“쿠와아아아!”


녀석은 갑자기 가슴을 내밀며 협곡이 무너지라 포효했다.

그리고 피부가 점점 붉게 달아오르던 순간.


화르르르륵!


녀석이 전신에서 화염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3페이즈의 시작이었다.


“됐다! 됐어!”


가까스로 HP가 1,000 이하로 떨어진 덕분에 녀석이 마지막 페이즈에 돌입했다.

물론 그 여파로 고스트가 불길에 휩쓸려 사망했지만 제 역할을 다하고 사라졌기에 그리 마음이 아프지는 않았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순간이 찾아왔다.


“꽉 잡아라, 디오.”


질주하던 로니는 잠시 허리를 굽혔다.

그리곤 대지를 박차 하늘 높이 도약했다.


“우와... 이게...”


오크 로드에게서 배운 스킬, 리프 어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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