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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 쓰는 흑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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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다
작품등록일 :
2022.01.04 18:12
최근연재일 :
2024.03.19 00:05
연재수 :
10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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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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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3
글자수 :
572,793

작성
23.03.24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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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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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68화

DUMMY

대부분은 로니에게 어그로가 끌려 그쪽으로 달려갔다.

나에게 다가오는 것은 둘.

녀석들의 속도도 제법 빨랐지만, 헤이스트 효과를 받은 나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이었다.

뒤로 빠지면서 나는 따라오는 두 녀석에게 홀리 힐을 시전했다.


“그으으...”


힐을 맞자 괴로워하는 좀비.

힐의 또 다른 장점은 시전하자마자 나가는 즉발 스킬이란 점이었다.

공격 마법처럼 소환 시간이나 투사체가 날아가는 시간 따윈 없었기에 도망치면서 사용하기엔 최고였다.


흘끗 로니를 보니 역시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오히려 달라붙은 좀비들이 불쌍할 지경.


하지만 상급 던전이 이렇게 쉬울 리가 없었다.

마침내 자리에서 일어나는 네크로맨서.


“제법이군...”


녀석이 쥐고 있던 해골 지팡이로 땅을 내려찍자.


“...뭔데 저건!?”


녀석의 주변 바닥이 군데군데 깨지면서 갑옷을 입은 해골들이 땅속에서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해골 기사들이었다.

족히 30마리는 되는 녀석들.


헌데 의아했다.

해골 기사는 중급 중에서도 최약체인 녀석.

설령 수백 마리의 해골 기사들에게 둘러싸인다 해도 지금의 나는 절대 죽을 수가 없다.

방어력이 높아져서 아예 피해를 받지 않기 때문.

보스가 소환한 것 치고는 너무 약한 몹 아닌가?


네크로맨서가 다시 한번 손을 내젓자 해골 기사들이 반으로 나뉘어 나와 로니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를 향해 지팡이를 겨누며 녀석이 말했다.


“얌전히들 있거라...”


지팡이에선 곧 검은 사슬 형태의 마법이 쏘아져 날아왔다.

움직임을 느리게 만드는 슬로우.

하지만 전에도 그랬듯, 우리에겐 흑마법이 통하지 않았다.

이에 의아해하는 네크로맨서.


“수상한 녀석들이군...”


녀석이 다시 한번 지팡이로 땅을 찍자 또다시 해골 기사 30마리가 땅을 뚫고 올라왔다.

이번엔 30마리 전부가 포위망을 갖추며 나를 향해 다가왔다.


때마침 달려든 좀비 둘을 처리했을 무렵.


“아오... 왜 이리 많아!”


팬들에게 둘러싸인 연예인마냥, 나는 해골 기사들에게 둘러싸였다.

그때 네크로맨서가 또 한 번 나를 향해 지팡이를 치켜들었다.


스으으으.


지팡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은 기운.

곧 구체의 형태로 둥글게 뭉치더니 나를 향해 날아오기 시작했다.


예전에 해골 마법사가 선보였던 것과 같은 공격.

하지만 이 또한 흑마법의 일종이었다.

구체를 맞고도 멀쩡한 나를 보며 네크로맨서가 말했다.


“어째서... 아무렇지 않은 것이냐...”


“알아서 뭐 하게, 인마.”


피해를 받지 않을 걸 알았기에 나는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허나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평범한 플레이어였다면 꼼짝없이 죽었을 것이다.

슬로우에 걸린 채로 허우적거리다가 저 100짜리 트루뎀 공격을 몇 번 받게 되면 아무리 강한 플레이어인들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인제 보니 이 해골 놈들도 문제였다.

약한 녀석들이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는데, 알고 보니 내 움직임을 막는 길막 용도였던 것.


아무튼 나는 녀석들을 무시하고 네크로맨서를 향해 홀리 힐을 날려 보냈다.

녀석의 저항력은 55, 나의 힐량은 57.

근소한 이 2만큼의 차이 덕분에 나는 녀석에게 57만큼의 트루뎀을 입힐 수 있었다.


“네 이놈...”


첫 유효타에 분노하는 녀석.

그러든 말든 나는 마나가 다 떨어질 때까지 계속해서 네크로맨서에게 힐을 시전했다.

하지만.


“내 너희를 너무 얕보았구나...”


녀석이 지팡이를 위로 추켜올리자.


스스스스스.


나를 둘러싼 해골 기사 중 절반에게서 검은 기운이 빠져나가 녀석에게로 흡수되었다.

순식간에 모두 차오른 네크로맨서의 HP.

아놔...


“디오, 해골부터 처리해야 한다.”


옆에서 들려온 로니의 충고.

이에 나는 전략을 바꾸어 곧장 파이어볼을 소환했다.


“좀 비켜라, 이것들아!”


그리곤 내 발밑에 이를 떨구었다.


화르르륵!


파이어볼이 폭발하며 나를 중심으로 화염이 솟아올랐다.

이에 시커멓게 그을린 녀석들.

한 번 더 파이어볼을 사용하자 녀석들 대부분이 잿더미로 변했다.


“괜히 상급 던전이 아니구만.”


성가신 해골들은 로니에게도 덕지덕지 달라붙어 있었다.

게다가 간부 좀비까지 합세해 있는 상황.


나는 제임스가 만들어준 C급 마나 포션을 재빨리 들이켰다.

응급용으로 쓰려고 눈물꽃을 구입해서 몇 병 만든 것이었는데, 이렇게 빨리 사용하게 될 줄은 몰랐다.


파이어볼을 소환하자마자 나는 로니가 있는 곳으로 날려 보냈다.

한 번으로 부족해 또 한 번 날려 보내자, 주변의 많은 해골 기사들이 잿더미가 되었다.


운신이 자유로워진 로니는 이를 놓치지 않고 좀비부터 처리했다.

허나 또 한 번 해골 기사를 소환한 네크로맨서.

저 자식, 저것 좀 소환 안 하면 안 되나...


단순히 길막 문제만이 아니었다.

이 해골 자체가 네크로맨서에게는 힐링 포션이나 다름없었기 때문.


“로니! 뭐 좋은 방법 없어?”


이에 멀리 떨어진 로니가 나를 보며 답했다.


“버텨라! 기회가 올 것이다.”


로니 또한 당장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는 모양.


그래도 상황이 더 나빠지지는 않았다.

묘하게 형세가 균형을 이루고 있었기 때문.

마나 포션도 마나 포션이지만 악마에게서 구입한 룬석 덕분에 마나 회복력이 조금 더 늘어난 덕분이기도 했다.


허나 이것이 불만이었을까.

또 한 번 지팡이를 치켜든 네크로맨서.


“확실히 끝내주마...”


이번에도 녀석의 지팡이 끝에서 검은 기운이 흘러나왔다.

헌데 아까와는 조금 달랐다.

뒤늦게 초록색 기운도 함께 흘러나오고 있었다.

뭔데 저건 또...


검은색 구체는 아까 것보다 훨씬 컸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는 초록색 기운이 뭉쳐서 만들어진 해골 대가리가 자리 잡고 있었다.


“하아아아아!”


턱을 벌린 해골 대가리가 소름 끼치는 숨소리를 내뱉었다.

그리고 이내 구체와 함께 빠른 속도로 나를 향해 날아왔다.


아...

이번엔 진짜로 죽는 건가...


도망쳐도 소용없을 것이었다.

보나 마나 유도탄처럼 나를 쫓아올 테니.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 했다.

죽으면 다음에 또 도전하면 되는 거지, 뭐.


나는 마음을 편히 먹고 양팔을 벌렸다.

그리고 눈을 감은 채 입 냄새날 것 같은 저 해골 대가리를 순순히 받아들였다.


화아아아악!


가슴을 밀치는 충격이 전해졌다.

하지만.


“...음?”


눈을 떠보니 살짝 밀려난 것 외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뭘 그리 한가하게 있나, 디오.”


“나 왜 멀쩡하냐?”


“몇 번을 말하는가, 흑마법은 통하지 않는다고.”


“아...”


아니, 흑마법이 안 통하는 건 알고 있었지.

근데 저건 꼭 가불기처럼 생겼잖아.


“어째서! 어째서 이것도 통하지 않는 것이냐!”


결국 화를 버럭 내는 녀석.

화내면 지는 건데, 하남자새끼.


“정신 차려라, 디오. 곧 기회가 올 테니.”


“알았어.”


그 스킬이 필살기이긴 했는지 네크로맨서의 마나가 완전히 바닥나있었다.


“도와줄게, 로니.”


밑천을 다 드러냈으니 더 이상 네크로맨서를 무서워할 필요가 없었다.

나는 로니 주변에 달라붙어 있는 녀석들을 먼저 제거하기로 했다.

그때.


“돌아와라!”


분노에 찬 네크로맨서의 명에 간부 좀비 하나가 네크로맨서에게 곧바로 돌아갔다.


“결국... 이 방법까지 쓰게 될 줄이야...”


또 한 번 네크로맨서가 지팡이를 땅에 꽂자 이번엔 해골 기사가 아니라 여러 개의 갈비뼈가 바닥에서 튀어나왔다.

그리고 흉갑의 형태로 조립되더니 이내 좀비의 몸통에 장착되었다.

잠깐만...

이거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푸욱! 푹! 푹!


덫처럼 쩍 벌어진 뼈 흉갑의 끝부분이 녀석의 살을 깊숙이 파고들었다.


“그아아아아!”


이에 괴성을 지르며 눈이 시뻘게진 녀석.


[광포한 간부 좀비] [상급]

HP / MP : 500 / 0

공격력 / 마법력 : 80 / 0

방어력 / 저항력 : 40 / 40


보자마자 도적 왕 비스의 모습이 떠올랐다.

인제 보니 비스가 입었던 뼈 흉갑도 다 저 녀석 짓이었나?


“가서 저놈들을 갈가리 찢어버려라!”


겨우 잡몹들을 처리했는데 이건 또 뭔...


검은 기운이 넘실거리는 도끼를 든 간부 좀비가 나를 향해 달려왔다.

움직임이 더욱 빨라진 녀석.

하지만 로니도 곧장 내 앞으로 달려와 망치를 휘두르며 녀석의 앞길을 막았다.


“건방진 것. 이 몸을 앞에 두고 누굴 노리느냐!”


훌쩍 뒤로 물러난 녀석의 시선이 로니에게 돌아갔다.

어그로가 확실히 끌린 상황.


“디오. 신경 쓰지 말고 계속 네크로맨서만 노려라.”


“알았어.”


마침 나와 네크로맨서 둘 다 마나가 바닥난 상황.

상황이 상황인 만큼 최선을 다해야 했다.

이에 나는 또 한 번 마나 포션을 들이켰다.


로니와 좀비의 싸움은 팽팽했다.

필드 보스인 비스만큼은 아니지만, 준 보스에 해당할 정도로 상당히 위협적인 녀석.

몸놀림이 매우 빨라 로니 역시 선뜻 공격할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힐로 좀비를 먼저 죽일까도 싶었지만, 네크로맨서가 또 무슨 숨겨진 한 수를 지니고 있을지 몰랐다.

해서 로니가 말한 대로 나는 네크로맨서만 상대하기로 마음먹었다.


마나가 다 찰 때까지 얌전히 기다렸다.

이윽고 풀 마나가 되자마자 나는 녀석에게 홀리 힐을 연속으로 시전했다.


트루뎀이 들어가며 HP가 팍팍 줄어드는 네크로맨서.

허나 녀석 역시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회복된 마나를 사용해 다시 한번 해골 기사를 소환한 것.

다만 마나가 부족했는지 이번엔 그 숫자가 15마리밖에 되지 않았다.


소환된 녀석들은 네크로맨서에게 기운이 빨리며 모두 맥없이 무너졌다.

또다시 만피가 된 네크로맨서.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자...

이건 장기전으로 가야 한다.


로니와 좀비가 현란하게 싸우는 동안, 나와 네크로맨서는 마나가 차기만을 기다리며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내가 힐을 쓰면 녀석이 다시 해골로 피를 채웠다.

그렇게 똑같은 패턴이 몇 차례나 반복됐다.

하지만 조금씩 차이가 나기 시작했다.

녀석이 점차 만피를 채우지 못하게 된 것.


마나 회복에 있어 근소하게나마 내가 앞서고 있었다.

하여 승부가 조금씩 내게 기울고 있었다.


이후로도 같은 상황이 몇 차례 반복됐다.

포션 재사용 시간이 돌아오자마자 나는 또 한 번 마나 포션을 들이켰다.

그리곤 사정없이 홀리 힐을 날려 보냈다.


“으윽... 감히...”


처음으로 녀석의 HP가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이에 급히 해골 기사를 소환하던 찰나.


“고생했다, 디오.”


좀비를 상대하던 로니가 갑자기 차지를 사용해 네크로맨서를 향해 질주했다.


퍼억!


로니의 몸통 박치기에 네크로맨서가 뒤로 튕겨 나가며 나뒹굴었다.

그리고 미처 일어나지도 못하던 순간.


슈와아아악!


검보라색의 기운이 녀석을 덮쳤다.


“흐아악!”


눈과 입에서 초록색 빛이 뿜어져 나오는 녀석.


[???이 네크로맨서에게 429의 피해를 주었습니다. 네크로맨서가 사망하였습니다.]


정말 질기게 버티던 녀석이 마침내 쓰러졌다.

본체가 죽어서일까.


“그어어...”


날뛰던 좀비 역시 맥없이 그 자리에 쓰러졌다.


“후우... 빡세네.”


확실히 상급 던전은 상급 던전이었다.

부화의 평원 마지막 히든 던전이라 할 만한 난이도.


잠시 숨을 고른 나는 이내 로니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네크로맨서가 쓰러졌던 자리에는 시체는 없어지고 전리품만 남아 있었다.

적지 않은 양의 골드.

대략 20개는 되어 보이는 원혼석들.

그리고.


“...뭐지 이건?”


처음 보는 검은색의 책도 바닥에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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