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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 쓰는 흑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나라다
작품등록일 :
2022.01.04 18:12
최근연재일 :
2024.03.1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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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2,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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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29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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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63화

DUMMY

화르르륵!


“하아악!”


불길에 휩싸여 괴로워하는 수십의 고스트들.

나는 녀석들을 복도 구석에 몰아넣은 후 파이어볼을 날려 마무리했다.


용도를 다했으니 죽여서 전리품을 얻는 것.

한마디로 토사구팽이었다.

아니지.

살모사와 유령이니까... 사사령팽(蛇死靈烹)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녀석들이 사라진 자리에는 원혼석이 여기저기 흩뿌려져 있었다.


이를 모두 챙긴 나는 다시 중앙의 큰 방으로 돌아왔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이곳.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지금은 정적만이 감돌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여기저기 흩뿌려져 있는 원혼석을 모두 주운 후 한 번 세어보니 그 수가 대략 30개였다.


“3층은 다음에 가야겠지?”


“그렇다.”


3층에는 정예 몹도 출현한다.

게다가 보스도 꽤 강한 편이라 현재로서는 클리어할 수 없는 상황.


“그럼 여기서 계속 사냥하자.”


“그러지.”


아무튼 성가신 살모사 놈들을 다 처리했으니 이제는 마음 놓고 2층에서 사냥할 수 있었다.

출입 통제를 하지 않아도 2층은 원래 사람들이 오기 꺼리는 곳이기에 우리는 몇 시간 동안 이곳을 독식할 수 있었다.

두둑이 원혼석을 모은 후 우리는 아지트로 돌아가기 위해 귀환석을 사용했다.


“진짜 되네?”


로니가 말 한대로 아지트로 무사히 귀환할 수 있었다.

보통은 던전의 주인이 허락하지 않느니 뭐니 하는 메시지가 뜨면서 귀환이 되지 않았다.


“이 몸을 감히 누가 막는단 말인가.”


“뉘예뉘예, 그러시겠지요.”


어쨌든 잘 돌아왔으면 그만이다.


“오셨군요, 주인님.”


“응. 나 여기 좀 앉을게.”


“예. 편히 앉으십시오.”


포션 재료가 쌓여있는 책상 앞에 앉은 나는 잠시 이를 밀쳐 두고 오늘 수확한 원혼석들을 모두 올려놓았다.


“아니, 이건 원혼석 아닙니까?”


“맞아. 모으느라 고생 좀 했지.”


원혼석에 관심이 생겼는지 제임스는 포션 만드는 것을 제쳐두고 내 곁으로 다가왔다.


“잘 봐라. 이제 마술을 보여줄 테니까.”


나는 원혼석 하나를 손바닥에 올린 후 가볍게 주먹을 쥐었다.

그리고 원혼석에다가 힐을 시전했다.


“자 이제 검은 돌이 하얗... 엥?”


주먹을 다시 폈을 땐 그저 검은 가루만이 남아 있었다.


“에이, 실패했네. 한 번 더.”


손을 턴 후 나는 다시 한번 원혼석을 쥐었다.

그리고 힐을 쓴 후 손을 펼치자.


“봤지? 검은 돌이 흰 돌이 됐습니다.”


검었던 원혼석이 하얗게 변해있었다.


“부활석... 정화하신 거군요.”


부활석.

흑요석처럼 까만 원혼석을 힐로 정화할 경우 진주처럼 하얀 부활석으로 변한다.

물론 실패하면 가루가 되어버리지만...

그나저나 왜 이름이 자비석이니 사랑석이니 이런 게 아니라 부활석인 걸까?


“응. 필요해서 말이야.”


사실 굳이 손에 쥐고 정화할 필요는 없었다.

평소 대상에게 마법을 쓰듯이 하면 그만.

장난이 끝난 나는 본격적으로 원혼석에 힐을 사용했다.

일부는 가루가 되고 일부는 정화됐다.

그렇게 한참을 힐을 쓴 끝에 나는 수십 개의 부활석을 건질 수 있었다.


“로니. 남는 거 없어? 너도 몇 개 주웠잖아.”


“있다. 하지만 네게 줄 것은 아니다.”


갑자기 손 위에 데미안을 소환한 로니.

그리곤 원혼석을 쥔 다른 손을 녀석에게 갖다 대자.


“엥?”


데미안이 원혼석을 먹기 시작했다.


“뭐야? 걔가 그걸 왜 먹어?”


“후후.”


다른 건 아예 관심도 주지 않던 녀석이 원혼석만큼은 맛있게 받아먹고 있었다.


“원혼석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디오, 그러니 틈나는 대로 모아야 할 것이다.”


“알아.”


할 일이 점점 늘어나는 느낌이었다.

원혼석도 모으랴, 포션 재료도 모으랴, 사냥도 하랴.

어찌 된 게 가면 갈수록 더 바빠지는 것 같았다.


“저... 주인님. 그런데 이건 어떡하실 생각입니까?”


“......?”


쭈뼛거리며 부활석에 관심을 보이는 제임스.


“부활석 말입니다. 제가 알기론 이 자체로는 쓸 수 없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지. 세공을 해야 하니까.”


부활석의 경우 백마법의 위력을 올려주는 구슬을 만들기 위한 재료가 된다.

그 구슬을 제작하는 스킬이 바로 세공술.


“안 그래도 괜찮은 세공사가 있나 알아보고 있어.”


이에 우물거리던 제임스가 조심히 입을 열었다.


“...괜찮으시다면 제가 한번 해봐도 되겠습니까?”


“뭘?”


“세공 말입니다.”


“니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제임스가 세공을?


“...해본 적 있어?”


“오래전에 잠시 해본 적이 있습니다. 아주 오래전이지만요.”


“그래?”


“제가 살아있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당시 사랑하던 여인에게 선물할 반지와 목걸이를 만드느라 한참 세공을 했었지요.”


올...

짜식... 제법 낭만이 있네.


“음... 상관은 없어. 근데 포션 만드느라 바쁠 텐데 여력은 있어?”


“물론입니다. 이제 제법 손에 익어서 문제없습니다.”


하긴.

포션을 그렇게 만들어 댔는데 이제는 눈감고도 만들 수 있겠지.


“좋다. 한번 해봐! 남한테 맡기느니 너한테 맡기는 게 낫지. 최대한 지원해줄 테니까 재료 걱정은 하지 말라고.”


“감사합니다!”


“뭘 감사해. 내가 더 고맙지.”


전사에게 있어 대장장이가 필수이듯, 법사에게 있어서는 세공사가 필수다.

이참에 전적으로 믿을 수 있는 세공사를 육성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공부하겠다는 자식에게 빚을 내서라도 도와주려는 부모의 마음이 이런 것일까?

아무튼 한동안은 어둠의 전당에서 죽치고 살아야 될 판이었다.


.

.

.


어느덧 무더운 한여름이 찾아왔다.


“아~ 하겐다즈 1+1은 못 참지.”


이번 달 행사 품목 중 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도 1+1 대상이었다.

참을 수 없다.

편의점 실세의 권한으로 나는 종류별로 하나씩 총 10개의 파인트를 추가로 발주 넣었다.


매장정리까지 마친 후 나는 곧바로 관리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시원하게 후추 박사를 한 잔 들이켰다.


“크으... fuck yeah~”


늘 그렇듯, 내 손은 알아서 공식 홈페이지를 뒤져보고 있었다.


“뭐 재밌는 게 없... 응?”


그때 내 관심을 끈 한 게시물.


“미친... 뚫었다고?”


자타공인 최강 길드, 드래곤 나이트가 협곡을 통과했다는 소식이었다.

당시 영상도 함께 올라와 있었다.


날갯짓 고원에서 다음 지역으로 이어지는 길인 ‘통곡의 협곡’.

많은 길드에서 뚫기를 시도했지만 난이도가 여간 지랄 맞은 게 아니다 보니, 아무도 성공하지 못하고 있었다.

헌데 최초로 이들이 뚫어냈다.

그것도 아주 완벽하게.


영상을 보니 감탄이 절로 나왔다.

길드원 모두가 어디 가서 당당히 어깨 펴고 다닐 수 있을 수준의 플레이어들.

그중 압권은 단연 하데스였다.


“돈을 얼마나 처바른 거야?”


전신에 두른 암녹색 장비.

게다가.


“아콘은 저런 색으로 빛이 나는구나.”


장비에서 뿜어져 나오는 짙은 녹색의 빛.

못해도 +7 강화는 되어 보였다.


템만 좋은 것이 아니었다.

누구나 인정할 만한 그의 통솔력.

최선두에서 방패로 수비를 하면서도 전황을 살펴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GOAT. 말이 필요 없다.

-저거 도대체 몇 강짜리 아콘인가요? 와...

-실제로 직관하면 지릴 듯.

-하데스의 그곳에선 매화꽃 향이 난다오.

->...남궁 형이 그걸 어찌 아시오?

-영상 몇 번째 돌려보는 건지 모르겠네.

-제발 꼬추는 2cm...


이외에도 찬양 일색의 댓글이 수도 없이 달려있었다.


솔직히 대단하긴 했다.

그것이 실력이든 자본력이든 간에 말이다.

하지만 나와는 상관없는 사람.

딱히 만날 일도 없기에 나는 살포시 뒤로 가기 버튼을 눌렀다.


재밌는 글이 더 없나 하며 좀 더 게시판을 살펴보았다.

그때.


“...디오 이 개새끼야?”


나를 도발하는 제목의 게시글.

관심종자들이 종종 어그로를 끌려고 이런 글을 올리기도 했다.

헌데 그런 것 치고는 조회수랑 추천수가 너무 많은데?

궁금해진 나는 곧바로 게시글을 살펴보았다.


“아... 뱀 새끼였구나.”


나를 욕하는 글과 함께 올라온 영상.

정확히 누군지는 모르겠으나, 시점으로 보아 당시 2층 중앙의 큰 방에서 죽었던 놈 중 한 명이었다.


영상을 보니 놈들의 시선에서 그때의 상황을 볼 수 있었다.

갑자기 날아든 화살과 함께 쏟아지듯 들이닥친 고스트들.

여기저기 파이어볼이 난무하며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 와중에 내 모습도 포착됐다.

저 멀리서 뒷짐 지고 느긋하게 관망하는 모습.

이렇게 보니까 제법 멋진데?

물론 의도한 건 아니지만.


녀석이 글을 올린 요지는 이러했다.

왜 카오도 아닌 우리를 습격했냐.

도대체 디오 놈은 어떻게 고스트들을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거냐.

흑마법사는 너무 사기 캐릭이 아니냐 등등.

그러면서 나와 개발사를 욕하는 것으로 글을 마무리 지었다.


“재밌는 새끼네.”


하여튼 지 맘에 안 들면 욕부터 써재끼는 놈들은 어딜 가나 하나씩 있다.

자기 딴에는 억울하다고 글을 썼겠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아주 냉담했다.


-통제하던 새끼 주제 혓바닥이 왜 이리 기누?

-정29현 잘 봤습니다. 다음에도 또 올려주세요.

-이래서 요새 살모사 길드가 통제를 안 하는 거였구나.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거죠.

-개사기네. 흑마법사가 되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예요?

-지렸다 디오.


전세 낸 것도 아니면서 지들만 던전을 쓰려는 게 좋게 받아들여질 리가 없었다.

하여튼 병신들은 지가 병신인 걸 모르는 게 문제라니까...

뿐만 아니었다.


“...도대체 왜 그렇게 PK를 해대는 걸까?”


그들이 욕을 먹는 더 큰 이유는 바로 무분별한 PK 때문.


사냥터를 통제하는 길드가 모두 카오인 것은 아니었다.

신성력이 빵빵해 푸르딩딩한 ID를 가진 이들도 통제를 하곤 했다.

골드 많다면 뭔 짓을 해도 마핵을 통해 신성력을 올릴 수 있으니까.


처음엔 그저 살모사 놈들이 악인 컨셉을 유지하려 PK를 하는 줄 알았다.

혹은 다른 세력과의 충돌 과정에서 PK를 하거나 말이다.

하지만 그 정도가 지나쳤다.

특히.


“그 미친 길마놈...”


살모사 길드의 길드 마스터는 정말 최악질이었다.

단순한 힘자랑이 아니었다.

집요하리만치 많은 이들을 죽여대는 싸이코패스 같은 놈.


“왜 그러는 걸까...”


수십 번이 아니었다.

못해도 수백 번, 혹은 그 이상 PK를 했을지도 몰랐다.


하여튼 익명이라는 게 이렇게 무섭다.

현실에선 못하던 짓을 익명이라는 가면을 쓰면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앞으로 놈들과 마찰을 빚을 일이 많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로니가 강한 편이지만 그래도 상대는 규모가 있는 길드.

대항하기 위해선 힘이 필요했다.

더욱 강한 힘이.

그러기 위해선.


“오늘 저녁 뭐 먹지?”


밥을 잘 먹어야 한다.

몰라 시벌...

싸우면 싸우는 거지.

아직 오직 않은 일에 애태우지 않는다.

그게 사나이니까.

해서 오늘 저녁은 근본 있는 음식인 돈가스를 먹기로 결심했다.


.

.

.


“오~ 하나 만들었네?”


“예. 이제 깎아내기만 하면 됩니다.”


제임스는 최근 세공에 한참 열을 올리고 있었다.

하여 지난 며칠간 어둠의 전당에서 살다시피 하며 원혼석을 많이 모아주었다.


그의 손에 들린 것은 테니스공만 한 크기의 돌덩어리.

이 울퉁불퉁한 것이 바로 구슬이 되기 전 단계인 부활석 덩어리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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