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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 쓰는 흑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나라다
작품등록일 :
2022.01.04 18:12
최근연재일 :
2024.03.19 00:05
연재수 :
10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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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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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72,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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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30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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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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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74화

DUMMY

“크아... 고생한 보람이 있구나.”


425개라니...

개당 500골드라 쳐도 20만 골드가 넘는다.

고스트를 소환하느라 들어간 돈의 약 10배.


“이걸... 다 어디서 구해오신 겁니까?”


“치킨 한 마리 뜯었어. 은근 낭만 있는 녀석이었네. 꽃을 이렇게나 모아두고 말이야.”


“예? 치킨이요? 그게 무엇입니까?”


“있어, 그런 게. 아무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요걸로 마나 포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우리 제선생님.”


“서... 선생님이요? 말씀 낮추십시오, 주인님. 제가 어찌 주인님께 선생님이란 말을 듣겠습니까.”


“농담이야, 농담. 뭘 또 그렇게 진지하게... 아무튼 잘 좀 만들어줘.”


“예! 맡겨만 주십시오.”


필드 보스 중에서도 하피 퀸은 젠 타임이 무척 긴 편이다.

적어도 다음 젠은 한두 달 후.

그때가 되면 나는 또 한 번 녀석을 노려볼 것이다.


.

.

.


“하아아아...”


다섯 마리의 레드 고스트들이 거대 병정개미를 둘러싸고 HP를 빨아먹고 있었다.

녀석이 강력한 턱으로 이들을 절단하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HP가 바닥나며 무릎을 꿇은 병정개미.


“됐다. 가서 이제 광석 캐.”


나의 명령에 뒤에서 곡괭이를 들고 대기하던 해골 기사 두 마리가 광석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고스트들은 병정개미가 드랍한 템을 가지고 나에게로 돌아왔다.


“잘했어. 잠시 쉬고 있어.”


해골 기사들이 광석을 다 캘 때까지 나는 잠시 휴식 시간을 갖기로 했다.


소환수를 부릴 수 있게 되면서 사냥이 너무나도 쉬워졌다.

직접 나설 필요 없이 명령만 내리면 알아서들 행동하니 말이다.

물론 그 대신 골드 소모가 심하긴 하지만...


또한 로니와 떨어져 따로 사냥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로니는 현재 통로에서 토파즈 골렘을 사냥하는 중이었다.

전투 실력도 사기인 데다 힐링 포션도 몇 개 쥐여 주었으니 내가 없어도 죽을 일은 없었다.


“다 캤어? 그럼, 잘게 좀 부숴봐.”


두 해골 기사는 캐낸 광석을 곡괭이로 마구 찍어 잘게 부쉈다.

작업이 끝나자, 나는 파이어볼을 소환해 광석 쪼가리들이 있는 곳으로 날려 보냈다.


화르륵!


불길이 꺼지고 난 자리에는 콘 알갱이와 소량의 아콘 알갱이가 남아 있었다.

시키지 않아도 고스트 한 마리가 눈치껏 그것들을 챙겨와 내게 바쳤다.


또 다른 광석을 캐기 위해 나는 지도를 열었다.

다음 행로는 어디로 정할까 하며 잠시 고민하던 찰나.


[흠흠... 디오님... 계시오?]


이 목소리는...


[오랜만입니다, 불카누스님.]


불카누스였다.

이번에는 쪽지가 아니라 귓속말이 왔다.

이렇게 대화하니 무슨 무협지에서 보던 전음 같네...


[하하. 잘 지내셨소? 보내신 쪽지는 잘 봤소. 한동안 바빠서 이제야 접속하는구려. 그래, 어디서 만나겠소?]


[창고지기 앞에서 보죠. 지금 사냥 중이라 한 10분 정도 걸릴 것 같네요.]


[알겠소. 끝나면 연락주시오.]


[네.]


녀석들의 소환 시간이 조금 남아 있어 나는 계속해서 사냥을 이어 나갔다.

이윽고 시간이 다 되어 녀석들이 사라지자, 나는 요새로 귀환하여 창고지기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여기 있소!”


“미리 와 계셨네요.”


“나도 방금 왔소. 하하하.”


뭔가 기분이 좋아 보이는 불카누스.


“못 보던 사이에 멋있어지셨소! 처음 보는 옷인데... 이런 옷도 있었소?”


“아...”


네크로맨서 세트를 보고 하는 말이었다.


“있더라고요. 흑마법사 전용 템이라 남몰래 구했습니다.”


“오오... 그렇구려. 참으로 신기하오.”


“네. 뭐 어쨌든...”


나는 곧장 창고에서 자루를 몇 개 꺼냈다.


“콘만 담았어요. 무기는 있으니까 아콘은 한동안 모아놓으려고요. 저번처럼 방어구만 좀 부탁드립니다.”


“알겠소. 최대한 잘 만들어 보겠소.”


용건은 이렇게 끝이 났다.

서로를 보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우리.


“......”


“......”


더 할 말이 없어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그럼 먼저 가볼게요.”


“아... 그러시오...”


다시 몸을 돌려 발걸음을 옮기려던 찰나.


“그... 있지 않소...”


“......?”


“음... 어... 그러니까...”


뭔가 머뭇거리는 불카누스.


“말씀하세요.”


“그게...”


눈알을 굴리는 모습이 꼭 할 말이 없는데 어떻게든 할 말을 쥐어짜 내는 사람 같았다.

헤어지기 아쉬워 잠시 붙잡아 두려는 것처럼.


“아! 생각났소! 하피 퀸 말이오. 레이드에 성공했다고 들었소.”


“음... 그랬죠.”


며칠 전 하피 퀸을 잡아 레이드 성공 메시지가 고원 전체에 퍼졌다.

그것 때문에 또 게시판이 한동안 시끌시끌했었다.

아마 불카누스도 이를 본 보양.


“어떻게 잡으신 거요? 무지 강한 녀석이라고 들었소만.”


“그거야 뭐...”


일일이 말할 수 없지.


“영업비밀입니다.”


“영업비밀이라... 그렇구려. 헌데 내가 알기로 디오님은 남들과 같이 사냥하지 않는다고 들었소만. 그럼 혼자 잡으신 거요?”


“네. 아, 혼자는 아니죠. 로니랑 같이 있었으니까요.”


“오오...”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하는 불카누스.


“그러고 보니 로니님은 잘 계시오?”


“네. 로니야 뭐... 너무 잘 지내서 탈이죠.”


“허허허. 지금은 어디 계신 거요?”


“개미굴에 있어요.”


정확히는 개미굴로 가는 통로지만.


“개미굴이라... 말로만 들었소만 개미굴도 상당히 까다로운 곳이라 들었소.”


“그렇죠. 원체 개미 수가 많으니...”


“부럽소. 나도 언제 한번 개미굴에 가 봤으면 좋겠소. 부끄럽지만 전투에는 워낙 소질이 없어서 말이오.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오.”


“장비가 좋으니까 괜찮으실 거예요. 다음에 시간 괜찮으면...”


“...괜찮으면?”


“저랑 한번 같이 가요.”


불카누스를 보니 문득 저번에 만났던 조선망치가 생각났다.

늘 쇠만 두들기는 게 답답해서 길드원들과 같이 사냥 나왔다던 조선망치.

불카누스 역시 그런 것 같아 뭔가 짠한 느낌이 들었다.


“저... 정말이오?! 내... 내가... 디오님과 함께 말이오?!”


“네.”


“하하하! 이것 참, 영광이오! 이 미천한 대장장이가 디오님과 함께할 수 있다니 말이오!”


“뭘 또 영광까지야...”


어지간히도 기쁜 모양이었다.

마치 원하던 장난감을 사주겠다는 말을 들은 아이처럼.


“아무튼 제작 다 되면 연락 한 번 주세요. 급한 건 아니니까 천천히 하셔도 되고요.”


“알겠소. 조만간 연락드리겠소.”


“그래요. 그럼 또 잘 지내시고 다음에 보도록 하죠. 저는 이만...”


그렇게 작별 인사를 나눈 후 또 한 번 발길을 돌리려던 찰나.


“디오님.”


“......?”


“그... 괜찮으시다면 다음에...”


“......?”


“내 공방에 한번 놀러 오지 않겠소?”


“공방이요?”


“그렇소. 그... 고... 고양이도 있다오. 고양이 보러 한번 오지 않겠소?”


“......!?”


고양이를... 보러 오라고?

그러면서 얼굴에 홍조를 띠는 불카누스.


...이 새끼 뭐지?

나중에는 혹시 라면 먹고 가라고 하는 건 아니겠지?


.

.

.


며칠 뒤.


“참 꺼림칙하게 생겼네, 저거...”


“후후.”


나와 로니가 도착한 곳은 이교도들이 서식하는 미친 자들의 사원.

이름은 사원이지만 꽤 넓은 필드인 이곳에는 사원 건물 대신 괴이한 모양의 석상이 듬성듬성 세워져 있었다.


“잔챙이들은 후딱 처리하고 안으로 쭉쭉 들어가자.”


오늘 이곳에 온 이유는 상급 공격 마법을 배우기 위함이었다.

지난번 니싸가 파이어스톰을 쓰는 것을 보고 자극을 받았달까.


흑마법이 유용한 건 사실이었다.

특히나 데스 오브는 그 어떤 공격 마법보다도 강력했다.

하지만 필살기인 만큼 함부로 쓸 수 없었다.

모든 MP가 소모되는 만큼 결정적인 순간에만 써야 했다.


그래서 상급 공격 마법이 필요했다.

몹들도 점차 강해져서 점차 중급 마법으로 상대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교도 집행자] [중급]

HP / MP : 280 / 0

공격력 / 마법력 : 70 / 0

방어력 / 저항력 : 33 / 24


“원본이나 언데드나 생긴 건 비슷하네.”


던전에서 보았던 혼이 나간 집행자의 원본이라 할 수 있는 녀석.

능력치가 살짝 더 높은 것과 피부색이 조금 다르다는 것 빼고는 딱히 큰 차이는 없었다.


기괴한 곡도를 들고 설치는 녀석이었지만 로니에겐 재롱부리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결국 망치질 몇 번에 무참히 쓰러진 녀석.


중간중간 이교도 사제와 마주칠 땐 활로 대응하면 그만이었다.

화살 몇 방에 녀석도 역시 무력하게 쓰러져나갔다.


지도를 보며 최대한 녀석들이 없는 곳으로 골라 다녔다.

그렇게 10여 분이 지난 후, 우리는 정예들이 있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진짜 악마를 숭배하는 놈들이었네.”


앞선 곳과 달리 이곳의 석상은 좀 더 구체적인 악마의 형상을 띠고 있었다.

근데 내가 봤던 그 악마 놈이랑은 생긴 게 좀 다른데...

아마 진짜 악마를 본 적이 없어서 그럴지도...


“쟤는 내가 맡을 테니까, 쟤는 니가 맡아.”


“그러지.”


전사형 정예 몹인 이교도 심판관은 내가, 법사형 정예 몹인 이교도 주교는 로니가 맡기로 했다.


로니는 나와 멀찌감치 떨어져 주교에게 활을 쏘아 선공을 날렸다.

나 역시 심판관에게 최대한 사거리를 벌린 채 녀석에게 슬로우를 날려 보냈다.


촤르륵.


검은 사슬이 심판관의 몸을 휘감았다.

흉악하게 생긴 모닝스타를 들고 곧장 내게로 다가오는 녀석.

하지만 이동속도가 느려졌기에, 나는 부담 없이 라이트닝을 날려 보낼 수 있었다.


콰르릉! 콰르릉! 콰르릉!


연속해서 내리꽂히는 라이트닝.

그렇게 몇 차례 더 라이트닝을 날려 보내자 결국 녀석은 몸을 부들부들 떨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고개를 돌려보니 로니의 차지를 맞고 튕겨 나가는 주교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불쌍했다.

저 정도면 거의 교통사고 아닌가?


“로니! 뭐 나온 거 없어?”


나의 외침에 로니는 나를 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주교는 극히 낮은 확률로 상급 마법서를 드랍한다.

이곳에 사냥 온 이유가 바로 그것.


하지만 쉽게 나올 리가 없었다.

어차피 큰 기대를 하지 않았기에, 나는 일단 도감이나 완성하기로 마음먹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삼삼오오 파티를 맺은 이들이 녀석들을 사냥하고 있었다.

역시나 가장 인기 있는 몹은 주교.

하지만 그 옆에는 항상 심판관이 짝을 짓고 다니기에 주교만 골라잡을 수는 없었다.


나야 슬로우를 쓸 수 있어서 망정이지, 다른 플레이어들은 심판관을 상대로 상당히 고전하고 있었다.

특히나 저 모닝스타에 잘못 맞았다간 출혈과 더불어 스턴까지 걸린다.

한 마디로 걸리면 죽는다는 말.


나는 잠시 휴식 시간을 가지며 MP를 회복했다.

마나의 룬석이 2개나 있어 회복이 느리진 않았지만 그래도 뭔가 아쉬웠다.

타락만 많으면 남은 3칸 모두 마나의 룬석으로 채우고 싶은 심정.


그렇게 사냥과 회복을 한참 반복하자 도감 완성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녀석들이 또 어디 있나 확인하기 위해 나는 지도를 열었다.

그런데.


“...뭐야 이거?”


지도상에 나타난 수십 개의 푸른 점.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수십 명의 플레이어 무리가 어딘가로 향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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