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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 쓰는 흑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나라다
작품등록일 :
2022.01.04 18:12
최근연재일 :
2024.03.19 00:05
연재수 :
10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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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487
추천수 :
663
글자수 :
572,793

작성
23.03.27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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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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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71화

DUMMY

화살 몇 방에 사망하여 추락한 하피.


“거지였네.”


역시나 알려진 대로 별다른 템 없이 소소한 골드만 남겼다.


“제법이군, 디오.”


“뭐가?”


“갈수록 연기력이 느는군.”


“연기는 무슨. 그냥 페이크지.”


영악한 하피 놈을 속이려면 이 정도는 해야 한다.

내가 슬로우를 쓸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을 터.


흑마법 역시 지력의 영향을 받았다.

버프 마법이 그러하듯, 디버프 마법 역시 지력에 의해 효과가 증대됐다.

지력이 300을 향해 가다 보니 슬로우의 감속 효과가 30%가 훌쩍 넘었다.

하여 로니가 활로 녀석을 처리할 수 있었다.


하피 서식지인 이곳 하피 숲은 중심부로 갈수록 눈물꽃이 많이 자생한다.

하여 숲의 가장자리에 있는 우리는 계속해서 중심부를 향해 발길을 옮겼다.


중간중간 마주치는 하피들은 앞선 녀석과 같은 신세가 됐다.

멋모르고 뒤를 노리다가 슬로우에 걸린 후 화살에 죽어 나갔다.


확실히 안으로 들어서니 하나둘 플레이어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다들 하피를 내쫓느라 고생하고 있었는데, 저 모습을 보니 슬로우가 사기라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었다.


무리 없이 하피를 잡아내며 우리는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꽃 한번 보기 어렵네.”


나무 근처에서 푸른 장미처럼 생긴 눈물꽃 하나가 자라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별것 아닌 꽃처럼 보이지만 이것 하나가 500골드가 넘는다.


이왕 이곳까지 온 이상, 나는 못 해도 수십 개는 채집해 갈 생각이었다.

하여 또 다른 눈물꽃을 찾아 발길을 옮기려던 무렵.


“뭐야 저건?”


저 멀리에서 연기가 하늘 위로 피어오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궁금해진 나는 곧장 그쪽으로 이동했다.


대략 30명가량의 인원이 모여있었다.

그중 한 법사가 나무를 향해 화염 마법을 날려 보고 있었다.


화르르륵!


시뻘건 화염이 회오리치며 나무를 휘감았다.

결국 나무는 얼마 버티지 못하고 연기를 내뿜으며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이 방화범들이 누군가 싶어 나는 좀 더 그들을 향해 다가갔다.

그러자 눈에 들어오는 낯익은 길드 문양.


“디오. 돌아가는 게 좋겠군.”


블러드 나이트였다.


“왜? 오랜만에 인사 좀 하고 가자.”


하지만 로니는 못마땅한 듯 안광을 찌푸렸다.


불을 지핀 이들은 근처에 떨어진 또 다른 나무로 이동하려 했다.

그러다 나와 로니를 발견하자.


“어? 저 사람?”


“맞다! 디오다, 디오!”


흡사 연예인을 보는듯한 반응을 보였다.

이때 방화의 주범이 나를 보곤 반가워하며 다가왔다.


“디오님!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셨어요?”


니싸였다.


“네. 그럭저럭요.”


하지만 그녀는 나보다 로니에게 더 관심이 있었다.


“로니야! 우리 귀여운 로니~ 잘 지냈어? 누나 안 보고 싶었어?”


그리곤 로니에게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으려 하자.


탁!


로니가 손등으로 그녀의 손을 쳐내며 말했다.


“건방진 것.”


하지만.


“하아... 하아... 이 까칠함... 너무 좋아...”


오히려 더 좋아하는 니싸.

이에 로니의 안광이 더욱 찌푸려졌다.


“그나저나 나무는 왜 태우고 있었어요?”


“아, 나무요?”


주변을 둘러보니 족히 열 그루의 나무가 잿더미가 되어 있었다.

물론 오브젝트인 만큼 시간이 지나면 다시 멀쩡히 생기겠지만.


“거슬린달까요? 나무가 없으면 하피가 앉을 자리가 없으니까요. 근데 그것보다는요.”


니싸는 숲 안쪽을 힐끗 본 후 말을 이어 나갔다.


“살모사 길드 때문이기도 해요.”


“또요?”


“네?”


“아닙니다.”


이 지긋지긋한 뱀 새끼들...


“아시겠지만, 살모사 길드랑 저희가 완전 적대 관계잖아요? 그래서 어딜 가든 시비가 붙어요. 특히 여기처럼 중요한 곳에서는 더 그렇죠.”


내가 있는 이곳 날갯짓 고원에는 크게 두 세력이 있다.

블러드 나이트와 살모사.


블러드 나이트가 질서를 유지하고 카오를 처단하는 경찰과 같은 존재라면, 살모사는 늘 PK를 일삼는 범죄자 집단이었다.

그러니 두 세력 간의 대립이 날로 심해질 수밖에 없었다.


허나 악마가 나타나고 타락이 화폐나 다름없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PK를 일삼는 이들이 더욱 많아졌다.

해서 비등비등하던 힘의 균형이 최근 들어 살모사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비열한 놈들... 자꾸 나무 뒤에 숨어서 기습을 노려요. 그래서 차라리 나무를 다 없애버리자 싶어서 이렇게 태우고 있었던 거예요. 진격은 느려도 안전은 보장되니까요.”


“뭐... 나쁘지 않은 판단이네요.”


그러면서 나는 니싸의 붉은 지팡이를 가리키며 말을 이어 나갔다.


“좋은 무기네요.”


“아, 이거요? 후후. 돈 좀 썼죠. 물론 길드에서 지원을 받았지만요.”


나는 곧장 금안으로 그녀의 지팡이를 살펴보았다.

+4 강화가 된 불 속성 지팡이.

게다가 지팡이 머리에는 화염석 구슬이 박혀있어, 화염 마법의 위력이 30%나 증가했다.


뿐만 아니었다.

스킬 창을 보니 상급 화염 마법인 파이어스톰이 배워져 있었다.

방금 그 마법이 다름 아닌 파이어스톰.

아...

나도 빨리 상급 공격 마법을 배워야 하는데...


“그나저나 디오님도 장난 아니신데요? 이거 부활석 구슬 아니에요? 아니, 흑마법사가 무슨 백마법 지팡이를 들고 다녀요? 참 재밌는 분이시라니까.”


구슬 중에서는 부활석 구슬이 가장 비싸다.

모두가 선호하는 탓도 있지만, 재료 자체가 원혼석에서 부활석으로 한 단계를 더 거쳐야 하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 옷! 아니, 이런 건 도대체 어디서 구하는 거예요? 완전 처음 보는 옷인데? 뭐, 흑마법사한테만 파는 전용 로브 이런 거예요?”


“음... 영업비밀이라 말씀드릴 수 없네요.”


“하여튼 비밀이 많은 분이라니까... 암튼 저도 지지 않을 거예요. 이래 봬도 저 블러드 나이트 마법 조장이에요. 부럽죠?”


아니.


“참. 그리고 이쪽도 소개할게요. 여긴 궁술 조장 만춘님이에요. 우리 길드 최고 궁수죠.”


만춘?

양만춘에서 따왔나 보네.


“반갑습니다, 디오님.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뭘 또 영광까지야...


“네, 반갑습니다.”


“그리고 이쪽은 우리 길드 최고 명장. 조선망치님이에요.”


“오랜만입니다, 디오님. 저 기억하시죠?”


“그럼요. 덕분에 창 잘 썼습니다.”


예전에 창 도금을 맡아주었던 대장장이인 조선망치였다.


“그런데 대장장이신데 어떻게 사냥을 다 나오셨네요?”


“하하. 하루종일 망치만 두들기면 지루하잖아요. 그래서 가끔은 밖으로 나와요. 물론 도움은 안 되지만요.”


하긴, 맨날 공방에만 틀어박혀 있으면 얼마나 답답할까.

종종 바람도 쐬어야지.

24시간 일 하는 건 제임스니까 가능한 일이고...


“근데 누님은 안 계시네요?”


“누님이요? 누구...”


이때 눈치 빠른 니싸가 대신 말을 거들었다.


“길마님은 바쁘세요. 항상 바쁘지만 요즘에 더 바빠지셨어요.”


“육아 때문에 그런가요?”


“아니에요, 그런 거! 그리고 길마님은 미혼이시라구요! 아, 이런 거 말하면 안 되는데...”


다 말해 놓고 뭔 소리여.


“암튼, 그런 것 때문이 아니라 레이드 준비 때문에 그래요.”


“레이드요? 설마 여왕개미?”


“에이... 그건 불가능하죠. 여왕개미를 어떻게 잡아요. 여왕개미가 아니라 이교도 교주요.”


아...

교주도 있었지 참.


“언제 하시려고요?”


“그건... 비밀이에요. 하지만...”


하지만, 뭐.


“로니가 저를 안아준다면 말씀드릴 수도 있어요. 어때 로니야? 누나 한번 안아줄래?”


나는 혹시나 싶은 마음에 슬쩍 로니를 쳐다보았다.


스스스스.


망치에 서리는 검보라색 기운.


“워워...”


나는 급히 로니를 말리며 말했다.


“그냥 모르는 걸로 할게요. 아무튼 일 보세요. 저는 다른 쪽으로 가야겠습니다. 아, 그리고.”


나는 지도를 열어 주변 상황을 한번 살핀 후 니싸에게 말했다.


“저쪽에 살모사 놈들이 많을 거예요. 일일이 소탕하겠다 하시면 저쪽으로 가시고, 아니면 다른 방향으로 가세요. 보니까 저기 저 나무 뒤쪽도 한 놈 숨어있네요.”


“네? 그걸 어떻게 아세요?”


“흑마법 덕분입니다.”


“흑마법...”


또 속냐, 니싸야.


“아무튼 저 먼저 갑니다. 그럼, 이만.”


그렇게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나와 로니는 계속해서 중심부를 향해 발길을 옮겼다.

그들과 멀어진 후 잠시 뒤로 돌아보니, 니싸 일행은 살모사 녀석들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아마 정면으로 부딪칠 모양.

내 알 바가 아니기에 나는 그냥 신경을 끄기로 했다.


하피는 이제 문제가 아니었다.

그것보다는 나무 뒤에 숨어있는 뱀 새끼들을 처리해야 했다.


자기들 딴에는 안 보이게 숨어있다고 생각하겠지만 부질없는 짓이었다.

어차피 금안으로 다 투시가 되기 때문.


나무에 가까이 다가간 나는 파이어볼을 소환해 나무 뒤쪽으로 날려 보냈다.


화르륵!


불길이 타오르고 있는데도 들키지 않기 위해 가만히 버티고 있는 두 녀석.

이에 나는 피식 웃으며 다시 한번 파이어볼을 날려 보냈다.


절반 가까이 HP가 닳자 안색이 변한 녀석들.

결국 둘 다 참지 못하고 각자 양쪽으로 튀어나왔다.


퍼억!


한 놈은 미리 기다리고 있던 로니의 배쉬를 맞고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콰르릉!


나머지 한 녀석도 라이트닝 한 방에 검게 그을리며 곧바로 사망했다.


“야. 니네 PK 제대로 안 하냐? 타락이 이거밖에 안 돼서 어디 써먹을 때나 있겠어?”


두 녀석에게서 흡수한 타락은 도합 20 남짓.


뭐라 뭐라 내게 욕지거리를 내뱉었지만, 나는 녀석들이 강제 귀환 되기 전에 사뿐히 즈려밟고 가던 길을 재촉했다.


지도와 금안을 가진 내게 이들의 매복은 하등 쓸데없는 짓이었다.

나는 일부러 타락을 흡수하기 위해 녀석들이 숨어있는 나무만 골라 다녔다.

그렇게 네 명을 더 죽이고 나니.


“참... 이 벌레 같은 놈들을 다 어찌해야 할지...”


새삼 다른 고민이 생겼다.


카오들을 죽이면 타락을 흡수할 수 있어 어쨌든 내겐 이득이었다.

하지만 강제로 속죄시켜 연옥이 아닌 요새로 부활하게 되니, 이들은 또다시 활개 치며 PK를 하면 그만이었다.

한마디로 뿌리째 근절하기가 어렵달까...


척살령이니 뭐니 떠들어 댄 걸 보면 앞으로도 나를 계속 귀찮게 할 것이었다.

잠시만이라도 좀 연옥으로 보내버리고 싶은데...


“로니. 살모사 놈들 좀 연옥에 보내버릴 수는 없을까?”


“귀찮아서 말인가?”


“응. 속죄가 돼버리니까 연옥으로는 안 가잖아.”


“그럼 뚜껑을 열어 놓아라.”


“뚜껑? 무슨 뚜껑?”


“램프 말이다.”


“아... 근데 그러면...”


“새어 나가지 않는다.”


“그래?”


뚜껑을 열어 놓는다라...

나는 곧장 인벤에서 검은 램프를 꺼냈다.


“진짜지? 진짜 안 새어 나가는 거 맞지?”


“물론이다.”


“흠...”


램프 뚜껑을 시계방향으로 돌리면 타락이 뿜어져 나온다.

반대로 반시계방향으로 돌리면 타락을 흡수한다.

헌데 뚜껑을 열어버린다면?


“너 믿고 한번 해본다.”


궁금하긴 했다.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지.


나는 조심스레 램프 뚜껑의 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천천히 열어보자.


“오오...”


램프 안에는 붉은 기운이 진한 연기처럼 농밀하게 차 있었다.

하지만 절대로 램프 밖으로는 새어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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