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힐 쓰는 흑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나라다
작품등록일 :
2022.01.04 18:12
최근연재일 :
2024.03.19 00:05
연재수 :
109 회
조회수 :
44,531
추천수 :
663
글자수 :
572,793

작성
24.02.22 17:05
조회
53
추천
0
글자
11쪽

102화

DUMMY

“드디어 입성하는구나.”


정령의 탑은 말 그대로 정령들이 서식하는 곳이었다.

날갯짓 고원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은 던전으로, 1층부터 귀환이 불가하기 때문에 죽음을 각오하고 입장해야 했다.

물론 나와는 상관없지만.


정령은 크게 세 종류로 나뉜다.

불의 정령과 얼음의 정령 그리고 번개의 정령까지.


이들은 각각 원소석인 화염석, 냉기석, 뇌전석을 드랍하는데, 이는 부활석이나 원혼석처럼 구슬을 만드는 재료로 쓰였기 때문에 법사들에게는 그야말로 필수적인 템이었다.


탑은 바깥에서 보는 것보다 내부가 훨씬 더 넓었다.

흡사 아공간에 들어온 느낌이었는데, 날갯짓 고원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던전인 만큼 그 크기 역시 상당했다.


1층에는 하급 정령과 중급 정령이 서식했다.

당장 도감 완성이 급한 것은 아니었기에 나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는 곳으로 바로 이동할 계획이었다.


“얘들아, 사정 봐주지 말고 길 막는 것들은 다 쓸어버려라.”


정령들 역시 강한 몹이긴 하지만 나의 소환수 군단을 상대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특히 15마리나 되는 네크로맨서의 공격 앞에 녀석들은 힘도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불도저가 장애물을 밀어버리듯, 우리는 정령들을 싸그리 밀어버리며 파죽지세로 앞으로 나아갔다.

물론 중간중간에 드랍한 원소석은 빠짐없이 챙기면서 말이다.


채 10분도 지나지 않아 우리는 2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2층에는 중급 정령과 상급 정령이 서식하고 있었지만 이들 역시 우리의 앞길을 막을 순 없었다.


그렇게 10분이 더 지나 마침내 탑의 마지막 층인 3층에 도착할 수 있었다.


소환수들의 남은 시간은 20분 남짓.

이 정도면 충분한 시간이었다.


3층에는 상급 정령만이 도사리고 있었다.

하지만 상급이라 해도 네크로맨서의 검은 구체 공격의 집중포화 앞에선 어떻게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


길이 다소 복잡하여 보스방 앞에 도달하는 데만 10분이 소요되었다.

하지만 문제 될 건 없었다.


“얘들아, 전부 데스 오브 소환해라.”


여기까지 오면서 별다른 마법은 쓰지 않았기에 네크로맨서들의 마나는 가득 차 있었다.

나의 명령에 네크로맨서들은 일제히 데스 오브를 소환했다.


“별거 없고, 안에 들어가면 동시에 데스 오브 날려라. 그럼 끝이니까.”


트루뎀 700짜리 공격이 무려 15발이다.

제아무리 보스라 해도 이를 버텨낼 수는 없을 것이었다.


“들어가자.”


선두에 선 나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보스방 안으로 들어갔다.

뒤이어 로니와 소환수들 역시 모두 들어오자 석벽이 떨어지듯 내려오며 퇴로를 차단했다.


“오~ 번개의 정령이었네?”


[번개의 대정령] [최상급]

HP / MP : 2500 / 1000

공격력 / 마법력 : 150 / 250

방어력 / 저항력 : 100 / 120


족히 3미터가 넘는 거대한 녀석.

보스 방엔 한 가운데에는 대정령 홀로 무시무시한 뇌전 창을 들고 이곳을 지키고 있었다.


참고로 정령의 탑의 보스는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세 종류의 대정령이 랜덤하게 젠이 되는데, 지금은 내가 원하던 번개의 대정령이 이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진짜 오늘은 되는 날이구나. 가라, 네크로맨서! 너희들로 정했다!”


정보에 의하면 대정령은 공격받자마자 수십 마리의 상급 정령들을 소환한다고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알게 뭔가?

순식간에 삭제될 녀석인데 말이다.


나의 명에 네크로맨서들이 학익진을 펼치듯 나란히 보스를 향해 다가갔다.

인식 범위 안에 들어서자 녀석은 전신에 뇌전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래봤자 의미 없는 위협이었다.

네크로맨서들은 내가 말한 대로 미리 소환해 놓은 데스 오브를 일제히 녀석에게 날려 보냈다.


화아아아악!

화아아아악!

화아아아악!

화아아아악!

...


[몬스터 도감 완성! 번개의 대정령!]

*번개의 대정령을 처치하였습니다. 앞으로 번개의 대정령의 정보를 읽을 수 있습니다.

*보상 : 스탯 +10


[업적 달성 : 번개의 지배자]

번개의 대정령을 쓰러뜨린 플레이어에게 주어지는 업적.

당신의 용맹함이 날갯짓 고원에 널리 퍼질 것입니다.

*보상 : 스탯 +20


“크아... 이게 30만 골드짜리 사냥이구나...”


솔직히 내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는 화력이었다.

그 악명높은 정령의 탑이 출입한 지 고작 30여 분 만에 공략되다니 말이다.


하급 정령이건 대정령이건 이들의 드랍템은 모두 원소석으로 동일했다.

하지만 그 양이 본질적으로 달랐다.


“와우...”


최상급 정령답게 녀석이 사망한 자리에는 뇌전석이 수북하게 쌓여있었다.


“너, 일로 와. 여기 자루에 저거 다 담아와.”


나는 근처에 있던 집행자에게 금빛 자루를 건넸다.

이에 녀석은 두 손으로 자루를 받아 냉큼 뇌전석이 쌓여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저긴 다음에 가야겠지?”


“물론.”


뇌전석이 쌓인 곳 옆에는 히든 던전으로 통하는 주황색 포탈이 열려 있었다.


정령의 탑의 히든 던전을 여는 조건은 상급 정령들이 나타나기 전에 보스를 처리하는 것이었다.

보통 건드리자마자 녀석이 정령들을 소환해 대니 이는 사실상 나를 제외하고는 달성할 수가 없는 조건이었다.


시키지 않아도 나머지 집행자들은 눈치 있게 뇌전석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렇게 먼저 간 녀석이 자루를 잡고 있고 나머지 녀석들이 뇌전석을 손으로 퍼 담았다.


하나도 남김없이 모두 챙긴 후 자루를 든 녀석이 내게 다가와 곧장 자루를 바쳤다.

나는 이를 받자마자 인벤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고생한 녀석들을 역소환시켜 모두 물러가게 만들었다.


.

.

.


한 달 뒤.


“전설의 용사께서 귀한 발걸음을 하셨군요. 이 누추한 곳에 말입니다.”


“...전설의 용사요?”


태초의 마을의 어느 소박한 잡화점.


“죽음의 마법사, 정령의 탑의 지배자, 스네이크 슬레이어. 이렇게 칭송이 자자한데 용사라는 표현도 부족하지요. 오랜만입니다, 디오님.”


“...부끄럽게 그런 이야기 하지 마세요.”


잡화점의 주인인 미소바는 낯부끄러운 표현과 함께 나를 반갑게 맞이하였다.


“앉으시지요.”


늘 그랬듯 나는 항상 앉던 자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미소바는 옅은 미소를 띠며 조용히 차를 끓였다.

그리곤 탁자 위에 두 잔을 올리며 맞은 편에 천천히 앉았다.


“자주 온다고 해놓곤 매번 이렇게 오랜만에 오네요.”


“괜찮습니다. 그만큼 바쁘셨을 테니까요. 오지 않으셔도 소문을 듣고 있어 저로선 자주 뵙는 느낌입니다.”


“...그럼 다행이고요.”


미소바는 항상 한결같은 모습이었다.


정갈한 몸놀림과 차분한 말투.

그리고 모든 것을 달관한 듯한 저 깊은 눈빛까지.


“그간 어찌 지내셨습니까?”


“음... 많이 바빴어요. 이곳 세계에서도 바빴고, 제가 사는 세계에서도 바빴어요.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네요.”


굳이 비중으로 따지자면 현실 세계에서의 일이 더 바빴다.


사장님의 큰아들에게 편의점 일을 인수인계하랴, 이사 갈 집도 알아보랴.

크게 이 두 가지 일만 하는데도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미소바가 말을 꺼내기 전에 나는 알아서 그간 Heaven & Hell에 있었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지하수로에서 킹 리자드맨을 잡은 일, 불카누스의 공방에 놀러 갔던 일 등등.

시간 순서대로 빠지지 않고 그간의 행적을 말해주었다.


“그렇게 살모사들을 연옥으로 다 보내고 나서 정령의 탑을 정복했죠.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소환수들이니까요. 대정령도 뭐 별거 없더라고요.”


“그리 막강한 군단을 이끌고 갔으니 당연한 일이었겠지요.”


“에이... 뭐 막강까진 아니고요.”


“후후. 겸손하시군요. 그 이후로 살모사 길드원들은 어찌 되었습니까?”


“걔들요? 뭐 별거 있겠어요? 참교육 시켜줬죠.”


살모사들을 연옥으로 보내고 난 후 이틀 뒤에 나는 램프를 통해 연옥으로 이동했다.


다들 혼돈의 파편을 사냥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타락 수치가 소각로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네크로맨시를 사용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상황이었기에 나는 연옥에서 눈치 보지 않고 소환수들을 소환했다.

그리고 이들을 통해 집요하리만치 살모사들을 괴롭힌 후, 백기를 든 녀석들에게 골드를 받고 죄를 사해주었다.


“짭짤했죠. 특히 몰드보트가 속죄할 때 그 표정은 진짜... 큭큭큭, 미소바도 같이 봤었어야 되는데 아쉽네요. 아주 인상이란 인상은 다 쓰더라고요.”


소환석도 많이 썼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보다 더욱 많이 벌었다.

게다가 타락 역시 1만에 육박할 정도로 빨아들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이후로는 퀘스트를 좀 했어요. 어휴... 갈수록 조건이 까다로워져서 애를 많이 먹었죠.”


미소바에게는 딱히 비밀이랄 게 없었다.

플레이어도 아니기 때문에 나는 금안을 이용해 히든 던전이나 히든 퀘스트같은 숨겨진 요소들을 활용하고 있다는 것을 진작 그에게 다 이야기했었다.


“그래서 모든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까?”


“네. 얼마 전에 다 끝냈어요. 그 덕에 돈도 많이 벌었고요.”


상당량의 골드와 진귀한 몇몇 템들, 거기다 유일 업적 달성으로 인한 스탯 보상까지.

챙길 수 있는 것들은 모두 챙긴 상황이었다.


“뭐 하나 빠지는 것 없이 꼼꼼히 살피고 계시는군요.”


“그렇죠. 눈에 보이는 걸 어떻게 놓치고 가겠어요?”


미소바는 내 이야기가 재밌었는지 희미하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곤 찻잔으로 입을 축인 후 다시 말을 이어 나갔다.


“날갯짓 고원에서 할 일은 거의 다 마치신 것 같군요. 이제 그다음으로 나아갈 일만 남은 것 같습니다.”


“맞아요. 협곡만 뚫으면 되니까요. 참 고원에 오래도 있었네요. 거의 1년이 다 돼가니까... 아, 제가 말하는 1년은 제가 사는 세계 기준으로 말하는 거예요.”


여왕개미와 정령의 탑까지 정복했으니 이제 남은 것은 통곡의 협곡뿐이었다.


“정들기도 했는데 사실 지겹기도 해요. 워낙 황량한 곳이다 보니 봐도 봐도 삭막한 느낌만 든다니까요. 이제 진짜로 터를 옮겨야죠.”


익숙한 곳이긴 하지만 이제는 떠나야 할 날갯짓 고원이었다.

터를 옮길 것이라는 말에 미소바도 가만히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참, 그리고 여기서만 터를 옮기는 건 아니에요. 제가 사는 세상에서도 곧 터를 옮겨요. 좋은 곳으로 가거든요.”


“이사를 가시는가 봅니다.”


“네. 이사 가요. 바다가 아름다운 곳으로요. 아, 미소바는 혹시 바다가 뭔지 알아요?”


그러자 미소바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넓디넓어 끝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물결을 말하는 것이겠지요. 바람이 불고 파도가 치는 대자연 말입니다. 바다가 아름다운 곳이라는 걸 보니 아마 제주도로 가시는가 보군요.”


맙소사...

이 양반 뭐야?


“...아니 그걸 어떻게 알았어요? 그리고 제주도는 또 어떻게 아는 거예요?”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바다를 안다는 것도 신기한데 그의 입에서 제주도라는 단어가 나올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힐 쓰는 흑마법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09 109화 +2 24.03.19 26 0 16쪽
108 108화 24.03.14 38 0 12쪽
107 107화 24.03.11 44 0 11쪽
106 106화 24.03.07 46 0 11쪽
105 105화 24.03.04 44 0 11쪽
104 104화 24.02.29 49 0 11쪽
103 103화 24.02.26 55 0 12쪽
» 102화 24.02.22 54 0 11쪽
101 101화 24.02.19 48 0 12쪽
100 100화 24.02.16 51 0 11쪽
99 99화 24.02.13 51 0 12쪽
98 98화 24.02.06 56 0 12쪽
97 97화 24.02.02 56 0 12쪽
96 96화 24.01.29 56 0 12쪽
95 95화 24.01.26 54 0 12쪽
94 94화 24.01.21 63 0 12쪽
93 93화 24.01.18 64 0 11쪽
92 92화 24.01.16 69 0 12쪽
91 91화 24.01.07 75 0 12쪽
90 90화 24.01.01 77 0 11쪽
89 89화 23.12.26 84 0 11쪽
88 88화 23.12.20 81 0 11쪽
87 87화 23.12.16 88 0 11쪽
86 86화 23.12.01 91 0 11쪽
85 85화 +1 23.11.14 105 1 11쪽
84 84화 23.10.25 94 0 12쪽
83 83화 23.10.06 111 0 11쪽
82 82화 23.05.24 161 0 12쪽
81 81화 23.05.19 135 1 11쪽
80 80화 23.05.16 146 1 12쪽
79 79화 23.05.06 165 0 12쪽
78 78화 23.04.25 185 1 11쪽
77 77화 23.04.02 209 2 12쪽
76 76화 23.04.01 184 2 11쪽
75 75화 23.03.31 187 2 12쪽
74 74화 23.03.30 176 2 11쪽
73 73화 23.03.29 184 2 12쪽
72 72화 23.03.28 181 2 12쪽
71 71화 23.03.27 189 1 11쪽
70 70화 23.03.26 189 3 12쪽
69 69화 23.03.25 188 2 11쪽
68 68화 23.03.24 189 1 12쪽
67 67화 23.03.23 192 2 11쪽
66 66화 +1 23.02.03 251 3 12쪽
65 65화 +1 23.02.02 222 3 11쪽
64 64화 23.02.01 227 4 12쪽
63 63화 23.01.29 237 3 11쪽
62 62화 23.01.26 233 3 12쪽
61 61화 23.01.20 256 4 11쪽
60 60화 23.01.18 278 5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