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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 쓰는 흑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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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다
작품등록일 :
2022.01.04 18:12
최근연재일 :
2024.03.1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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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25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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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84화

DUMMY

그러면서 위트는 고개를 갸웃거린 채 말했다.


“그런 면에서 너는 아주 특별해. 타락을 온전히 보존한 채 연옥에서 나오는 건 아마 너밖에 없을 테니까. 물론 모두 그 신기한 램프 덕분이겠지만.”


녀석은 여전히 램프에 관심을 보였지만, 로니가 지켜보고 있는 탓인지 더 이상 이를 탐내지는 않았다.


아무튼 나는 판매창을 한번 살펴보았다.

타락만 충분하다면 정말 모두 사고 싶은 것들이었다.

하지만 살 품목은 미리 정해 놓았다.


“룬석은 여러 개 살 수 있는 거지?”


“물론이다. 타락만 충분하다면.”


“그럼 마나의 룬석 세 개 줘. 그리고 체인 라이트닝이랑 파이어 월도.”


“오호... 둘 다 말인가?”


“그래.”


“놀랍군. 타락을 그렇게나 많이 모은 것인가?”


“개고생해서 모았다 진짜. 못 믿겠으면 확인해 보던가.”


그러면서 나는 램프 뚜껑을 시계방향으로 돌렸다.


솨아아아아!


램프의 주둥이에서 붉은 타락의 기운이 폭포수처럼 쏟아져나왔다.


“오오!”


이에 위트는 놀라워하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하하하! 정말이군! 정말이야!”


녀석은 타락의 기운으로 만들어진 붉은 구름 안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물놀이를 하는 아이처럼 한참을 그 안에서 노닐더니 이내 타락의 기운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하아아... 여기까지.”


잔뜩 이를 빨아들인 탓에 구름은 아주 작은 크기로 줄어들었다.

나는 램프 뚜껑을 반시계방향으로 돌려 남은 타락의 기운을 다시 회수했다.


“후우... 전율이 이는군.”


대량의 기운을 흡수한 탓인지, 녀석의 눈에서 노란 안광이 아주 흉흉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자, 받아라.”


녀석이 손을 튕기자 판매창에서 마나의 룬석 세 개와 두 마법서가 동시에 튀어나왔다.


“아주 훌륭한 거래였어, 하하하하! 널 선택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군. 그래, 더 거래할 것은 없나?”


“없어. 다음에 와라.”


거래가 끝나자 떠날 준비를 하는지 녀석의 주변으로 또 한 번 불그스름한 회오리가 몰아쳤다.


“좋아, 그럼 다음번도 기대하지. 잘 있게나, 디오.”


그리고 회오리가 흩어지자, 위트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원래 저런 애야, 제임스. 다음에 자기가 오고 싶을 때 또 찾아올 거야.”


“...그렇군요.”


놀란 제임스를 진정시킨 후, 나는 손에 쥐어진 템들로 시선을 옮겼다.


일단 룬석을 모두 착용했다.


“크으... 드디어 다 채웠구나.”


두 칸만 채워져 있던 룬석 칸이 마침내 다섯 칸 모두 채워지게 되었다.

이로써 초당 MP 리젠이 2에서 5로 대폭 증가하게 되었다.

그리고.


[마법서 ‘체인 라이트닝’] [상급]

학습 조건 : 지력 200 이상.


[마법서 ‘파이어 스톰’] [상급]

학습 조건 : 지력 200 이상.


나는 곧장 이 두 마법을 익혔다.


“어디 보자...”


[체인 라이트닝] [상급]

*뇌전 마법을 연쇄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시전자의 지력이 높을수록 연쇄 거리가 증가합니다.


뇌전 마법은 기본적으로 한 번에 한 방씩만 날려 보낼 수 있다.

하지만 체인 라이트닝을 이용한다면 이러한 단점을 극복할 수 있었다.


체인 라이트닝은 그 자체가 뇌전 마법은 아니었다.

다만 이를 통해 기존의 뇌전 마법을 플레이어의 MP 한도 내에서 개수 제한 없이 소환할 수 있었는데, 이 뇌전 뭉치를 날려 보내면 마법이 인접한 대상들을 타고 연쇄적으로 작렬하였다.


[파이어 월] [상급]

*화염 장벽을 만들 수 있습니다.

*시전자의 지력이 높을수록 지속시간 증가합니다.


화염 마법은 기본적으로 그 광역 범위가 원형을 이룬다.

하지만 파이어 월을 통해 그 범위를 변형할 수 있었다.


파이어 월 역시 그 자체가 화염 마법은 아니었다.

다만 기존의 화염 마법을 시전자가 원하는 형태의 장벽으로 만들 수 있게 해 주었기에 범위가 원형으로 정해진 화염 마법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었다.


워낙 말도 안 되는 타락 수치를 요구하는 터라 이 두 마법 중 하나라도 익힌 플레이어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하지만 나는 당당히 이 둘 모두를 익혔다.


“크으... 벌써부터 짜릿짜릿하네.”


흑마법과 더불어 강력한 상급 마법까지 익히게 되었다.

이에 나는 살짝 전율이 일었다.


.

.

.


“자주 왔어야 됐는데, 이번에도 오랜만에 왔네요. 잘 지냈어요?”


태초의 마을의 어느 소박한 잡화점.


“오늘도 재밌는 무용담을 들을 수 있겠군요. 오랜만입니다, 디오님.”


그곳의 주인 미소바는 늘 그랬듯 따뜻한 미소로 나를 반겼다.


“잠시 앉아계시지요.”


나는 항상 앉던 그 자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미소바는 이내 차를 내어오며 나와 맞은 편에 천천히 앉았다.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네, 뭐...”


이에 미소바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직접 뵙진 않았지만 간간이 소식은 들었습니다. 디오님의 명성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더군요.”


“...그런가요?”


“하피 퀸에 이어 이교도 교주까지. 조그마한 잡화점이나 하는 저에게까지 소식이 들리는 걸 보면 디오님의 활약을 모르는 이는 아무도 없다고 보아야겠지요.”


하긴 그럴 만했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현재 Heaven & Hell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은 바로 나와 하데스니까.


“그리고 갈수록 더 멋있어지시는군요. 흑마법사와 잘 어울리는 옷입니다.”


“아, 이거요? 그냥 뭐... 대충 주워 입은 거예요.”


만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미소바는 참으로 묘한 사람이었다.

그가 던지는 한마디 한마디는 항상 나를 꿰뚫어 보는 듯했다.


“아무튼 오랜만에 왔으니까 그간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최근 이곳에 왔을 때는 날갯짓 고원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이었다.

하여 나는 늑대들을 잡은 것부터 시작해 두 차례 레이드를 한 이야기 등등 그간 있었던 일들을 순서대로 모두 풀어내었다.


“그렇게 연옥에서 일을 마치고 나온 거예요. 정말 지긋지긋했죠.”


나는 지긋지긋했지만 미소바가 미소 짓는 것을 보니 그에겐 연옥에서의 일이 가장 흥미로운 듯했다.


“아지트로 돌아오고 나서 악마와 거래를 했어요. 그 많던 타락도 순식간에 바닥이 나더라고요. 근데 미소바, 한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요. 혹시 악마에 대해서 잘 아시나요?”


이에 미소바는 차로 입을 축인 후 말했다.


“누군가는 그들을 고명한 존재라 부르고, 누군가는 그들을 악 그 자체라고 부릅니다. 허나 분명한 건 그들은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이지요.”


그렇긴 했다.

비싸긴 해도 그런 좋은 물품들을 파는데 누가 악마를 무시하겠는가.


“로니라는 그 친구, 혹시 악마를 싫어하진 않습니까?”


“맞아요! 엄청 싫어하는 것 같던데... 근데 어떻게 아셨어요?”


“원래 악마와 언데드는 사이가 좋지 않습니다.”


“그래요?”


“정확히는 악마가 언데드를 무시하는 편이지요.”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진영 간에 우열 같은 게 있는 건가?


“심판의 날을 기억하십니까?”


“심판의 날이요? 아, 그 천사랑 악마가 싸웠던 그 전쟁이요?”


“그렇습니다.”


예전에 카이사 대륙 전기에서 보았던 기억이 있었다.

수천 년 전, 이 Heaven & Hell 세계에서 일어났던 가장 파멸적인 전쟁.


“여신 수아르가 중심인 천사 세력과 마왕 베르녹이 중심인 마족들이 충돌했던 전쟁이지요. 양측 모두 궤멸하다시피 한 종말과도 같은 전쟁이었습니다.”


그로 인해 마왕 베르녹은 소멸되고 말았고, 여신 수아르 역시 치명적인 피해를 입고 어디론가 사라졌다고 카이사 대륙 전기에 기록되어 있었다.


“마왕이 죽고 난 후 일부 마족들은 흩어져 달아났고, 또 다른 일부는 땅속 깊은 곳으로 숨어버렸습니다. 지금 악마들은 바로 그곳에 거주하고 있지요.”


“땅속 깊은 곳이라 함은...”


“지옥입니다.”


“......?!”


지옥이라고?


“연옥 말고 지옥도 따로 있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아주 깊은 곳에 있지요.”


놀라운 사실이었다.

이는 대륙 전기에도 기록되어 있지 않은 이야기였다.


“악마들은 마법에 아주 능한 존재들입니다. 하여 땅속 깊이 있더라도 원한다면 언제든 밖으로 나올 수 있습니다.”


“아... 그래서...”


일리 있는 말이었다.

위트만 해도 붉은 바람의 형태로 불쑥 나타나니 말이다.


“그럼 지옥에는 어떻게 가는 건가요? 마냥 땅을 파서 들어갈 것 같진 않은데요.”


이에 미소바는 가볍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말씀드린다 해도 의미가 없습니다. 어차피 그곳은 선택받은 자만이 갈 수 있는 곳이니까요.”


“......”


어쩌면 지옥은 이 Heaven & Hell의 엔드 컨텐츠일지도 몰랐다.

혹은 엔딩과 관련이 있거나.


...헌데 마왕은 이미 죽어버렸는데 그러면 그 뒤를 이은 또 다른 마왕이 있는 건가?


“다시 전쟁 이야기로 돌아오자면, 심판의 날이 일어나던 그 당시에도 지금처럼 드래곤이나 언데드들이 존재 했습니다. 하지만 전쟁에는 참여하지 않았지요. 이유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글쎄요.”


“약했기 때문입니다. 세력으로 보나 강함으로 보나 이들은 수아르나 베르녹에 비할 바가 아니었기 때문이지요. 하여 전쟁이 일어났음에도 그저 숨죽이고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그럼 그 이후로...”


“그렇습니다. 호랑이가 없는 굴에는 여우가 왕 노릇을 하는 법. 천사와 악마 두 세력이 사실상 궤멸하고 나서야 드래곤과 언데드가 활개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로 지금까지 그 구도가 이어지고 있지요.”


Heaven & Hell의 설정상 현재는 드래곤 세력과 언데드 세력이 양강 구도를 이루고 있었다.

플레이어들은 천사 세력에 속하는데, 몹들의 강함만 보더라도 천사 세력이 많이 약화된 것을 알 수 있었다.


“지금이야 언데드들이 강하다고 하지만 악마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한때 그들의 발아래에 있었던 존재들이니까요.”


“그래서 로니가 그랬구나...”


이어진 그의 말에 따르면 언데드는 악마들에게 천대받는 존재였다.

그러니 언데드가 악마들을 싫어할 수밖에 없었다.


“허나 꼭 그런 이유 때문만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단순한 반발이 아닌 개인적인 원한이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


그럴 수도 있었다.

생각해 보면 로니는 자신보다 아래인 존재를 나무라는 듯 위트를 대했으니까.


“...근데 하나 더 묻고 싶은 게 있어요.”


“말씀하십시오.”


“연옥은 대체 어떤 곳인 거죠? 악마들도 들어가길 꺼려하고, 몬스터도 다른 곳과는 많이 다르잖아요.”


이에 미소바는 먼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


“확실히 특이한 곳입니다. 연옥이라는 곳이 드러난 것도 디오님과 같은 이세계인들이 오고 나서부터니 말이지요.”


로니도 이와 같이 말했었다.

이세계인들이 오고 나서야 연옥의 존재를 알았다고.


“아득히 오래된 곳일 겁니다. 기록에도 남겨져 있지 않을 정도로 말입니다. 혼돈의 파편만 하더라도 아주 원시적인 형상을 띠고 있지 않던가요?”


“그렇죠. 꼭 무슨...”


아메바와 같은 원생생물을 연상케 했으니까.


“그저 방치된 곳이었을 지도 모릅니다. 더 이상 필요가 없어져 폐허처럼 버려졌을 곳처럼 말입니다. 헌데 연옥에도 마을이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네. 음... 마을이라 하긴 좀 그런데 따지면 마을이긴 하죠. 비석도 있으니까요.”


이에 미소바는 한참을 침묵했다.

마치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한참을 고민하는 사람처럼.


“누군가가 그곳을 차지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일지도 모르겠군요. 물론 때가 되면 디오님도 진실을 알게 될 것입니다.”


...진실?

뭘 알게 된다는 뜻이지?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이 정도군요. 그나저나 하데스의 소식은 들으셨습니까?”


“...하데스요? 철의 산맥에서 활동 중이란 거요?”


“들으셨군요.”


미소바는 차로 입을 축인 후 다시 입을 열었다.


“조금 전 첫 공성전을 치렀다더군요.”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뭐라구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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