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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 쓰는 흑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나라다
작품등록일 :
2022.01.04 18:12
최근연재일 :
2024.03.19 00:05
연재수 :
10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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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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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3
글자수 :
572,793

작성
23.04.02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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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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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77화

DUMMY

슬로우의 마나 소모량은 무려 100.

현재 나의 MP로는 고작해야 세 번이 최대다.


이번에도 교주는 어김없이 디스펠로 재빠르게 슬로우를 풀어버렸다.


“아... 저 영악한 자식. 엄청 빨리 푸네.”


확실히 보스는 보스였다.

당황할법한 상황에서도 재빠르게 대응하는 녀석.

조금이나마 발을 묶어두려 했지만 상황이 그리 쉽게 흘러가지는 않았다.


또다시 에르윈과 교주의 간격이 벌어졌다.

어떻게 다른 방법으로 녀석을 붙잡아 둘 수 없나 고민하던 중.


쾅!


옆에서 로니가 망치를 내려치며 제단을 부수기 시작했다.


콰앙! 쾅! 쾅!


무턱대고 부수는 게 아니었다.

오망성을 이루는 선들을 위주로 박살 내고 있었다.


“안 돼! 네 이놈!”


기겁하며 소리치는 교주.

하지만 로니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오망성을 깨트려 나갔다.


이것이 핵심이었을까.

오망성이 깨져나갈수록 교주의 움직임이 느려지기 시작했다.


공략 영상에서도 이런 것은 보지도 못했다.

강력한 마법에도 손상이 없을 정도로 단단한 오브젝트인 제단.

하지만 제단을 파괴할 정도로 로니의 공격력은 강력했다.


교주는 더 이상 이전과 같은 몸놀림을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퍼억!


“크악!”


에르윈의 배쉬를 맞고 스턴에 걸리고 말았다.

이어 에르윈의 난도질이 이어지자 녀석의 HP가 쭉쭉 닳기 시작했다.


도움을 주기 위해 나는 냉큼 마나 포션을 들이킨 후 교주에게 커스드 아머를 시전했다.

녀석의 방어력이 감소하자 에르윈의 평타 한방 한방이 스킬과 같은 피해를 입혔다.


어느덧 1/3 이하로 뚝 떨어진 교주의 HP.

때마침 스턴이 풀리며 달아나려 했지만.


“타이밍 지리네.”


교주를 향해 차지를 쓰고 달려간 로니.

엄청난 충돌 여파에 교주는 거세게 튕겨 나가며 바닥을 굴렀다.

이후 다급히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려 애썼지만.


슈와아아악!


“흐아아악!”


막타는 늘 그렇듯, 데스 블로우였다.


오망성을 타고 흐르던 검붉은 기운이 사라지면서 소환된 상급 정령 모두 흩어지거나 깨져나갔다.


“아아... 아... 랑그님...”


바들바들 하늘 위로 손을 떨며 랑그를 찾는 교주.

근데 도대체 랑그가 누구야?


[‘???’님이 이교도 교주 다이치를 쓰러뜨렸습니다.]


이내 날갯짓 고원 전체에 울려 퍼지는 메시지.

그리고.


[몬스터 도감 완성! 이교도 교주 다이치!]

*이교도 교주 다이치를 처치하였습니다. 앞으로 이교도 교주 다이치의 정보를 읽을 수 있습니다.

*보상 : 스탯 +7


[업적 달성 : 이교도 처형자]

이교도 교주 다이치를 쓰러뜨린 플레이어에게 주어지는 업적.

당신의 용맹함이 날갯짓 고원에 널리 퍼질 것입니다.

*보상 : 스탯 +20


“후후.”


로니는 주먹을 말아쥐고 입에 가볍게 갖다 댄 뒤, 검지를 세우고 팔을 살짝 들어 올리며 승리의 세레머니를 펼쳤다.


다르크와 소포이에 이어 에르윈이 상대한 교주.

세 여인이 결전을 벌여 양념을 쳐놓은 상대를 정확한 타이밍에 막타 쳐서 뺏어 먹었다.


남자 중의 남자.

진정한 상남자인 로니였다.


“방금 그 기술... 무엇이었습니까?”


세레머니를 마친 로니에게 다가간 에르윈.


“알 것 없다.”


하지만 로니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답했다.


“당신은... 정말이지 알 수 없는 자로군요.”


사실상 막타로 스틸 한 로니였지만 그 태도는 뻔뻔하기 그지없었다.


“어쨌든 덕분에 악마 소환을 막을 수 있었습니다. 이제 이곳에도 평화가 찾아오겠지요. 오랜 근심을 놓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확실히 NPC는 NPC였다.

시간이 지나면 또 교주가 젠이 될 텐데 저런 정해진 대사를 하는 걸 보면 말이다.


아무튼 둘의 대화에는 관심이 없는 나는 곧장 교주가 죽은 곳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오오! 두 개나!”


바닥에 떨어진 두 마법서를 냉큼 집어 들었다.


[마법서 ‘썬더 라이트닝’] [상급]

학습 조건 : 지력 150 이상.


[마법서 ‘파이어 스톰’] [상급]

학습 조건 : 지력 150 이상.


바라던 상급 공격 마법서가 두 개나 나왔다.

가장 좋은 드랍템인 ‘서먼 엘리멘탈’ 마법서가 나오진 않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무척 만족스러운 결과.


나는 곧장 이를 익혔다.

그리고 스킬 창을 열어 한 번 살펴보았다.


[썬더 라이트닝] [상급]

MP 소모 : 25

마법력 : 100


[파이어 스톰] [상급]

MP 소모 : 25

마법력 : 50

*시전자의 지력이 높을수록 대상 주변에도 많은 피해를 입힙니다.


훌륭했다.

확실히 상급 마법인 만큼 그 위력이 대폭 상승했다.


생각지도 않던 레이드에 성공한 덕에 각각 10만 골드가 넘는 마법서를 손쉽게도 구할 수 있었다.

역시 될 놈은 된다.

그것은 진리.

나란 녀석은 정말이지 성공할 수밖에 없는 녀석인 건가?


.

.

.


다음날.


간단히 매장 정리를 마친 나는 오늘도 나의 작은 요새인 관리실 안으로 들어갔다.


“와! 역시 본좌! 오! 완전 게시판을 뒤집어 놓으셨다!”


예상대로 폭발적인 반응.


하피 퀸을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교주 레이드까지 성공하니 사람들의 반응이 뜨거울 수밖에 없었다.

가장 조회수가 많은 글의 댓글들을 보니...


-아니 무슨 보스를 일반 몹 잡듯이 잡네.

-흑마법사 클라스 지리네.

-근데 로니인가 뭔가 하는 거 소환수 아니에요? 소환수가 보스 잡아도 전체 메시지가 뜨나?

->그러게요. 전에도 비스 잡았을 때 ‘???’이 잡았다고 뜨던데.

->어쩌면 소환수가 아닐지도?

-이상한 건 목격자가 없다는 거임. 하피 퀸이랑 다이치 잡은 영상이 아예 없음.

->그니깐요! 보통 같이 잡았으면 한 명이라도 유튜브에 올리긴 할 텐데.

->설마 혼자 잡았나?

->미쳤습니까 휴먼? 그걸 혼자 어떻게 잡음? 하데스도 혼자서는 안 될 건데.


“마음대로 생각해라.”


자기들끼리 갑론을박하며 잘들 놀고 있었다.

그리고 저 추측들이 맞다는 것도 참 웃긴 일이었다.


“으아~”


게시판 둘러보기를 끝낸 나는 의자를 뒤로 젖히며 기지개를 켰다.

그리고 한동안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아... 살치살...”


오늘 저녁으로 예정된 1++ 살치살.

너무나도 맛있겠지만 사실 예전만큼 설레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최근 내 수입이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예전 같으면 편의점에서 할인 행사 하지 않는 상품은 잘 사지도 않았는데, 이제는 신경 쓰지 않고 사고 있다.

1+1을 하든 말든 후추 박사가 마시고 싶으면 그냥 사 마시기 일쑤.


정확히 계산해보지는 않았지만, 최근 Heaven & Hell에서 벌어들인 수입은 상당했다.

내 연봉을 훌쩍 넘는 수준.

그래서 한우를 먹는다고 예전처럼 벌벌 떨지도 않았고, 국밥집에서도 거리낌 없이 정식 세트를 사 먹게 됐다.

돈에 대한 감각이 달라졌달까.


물론 소환석이나 제임스에게 제공할 재료 등을 사느라 나가는 지출도 많았다.

하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골드를 많이 버는 것은 사실.

게임이 오픈한 지 1년이 다 돼가는 지금, 내가 이렇게 급성장하리라고는 상상치도 못했다.

해서 이제는 아예 전업으로 Heaven & Hell로 뛰어들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바다가 보고 싶네...”


이 와중에 갑자기 바다가 떠오르는 건 왜일까?

나도 이해할 수 없는 내 의식의 흐름.


“언제 제주도도 한 번 가야 되는데...”


주 5일 근무를 하면 제주도에 한번 가는 것도 쉽지가 않다.

편돌이에게 연차 같은 게 있을 리 만무하고 말이다.

길게 제주도 여행을 가본 적이 도대체 언제였더라?


눈을 감으니 눈앞에 푸른 바다가 펼쳐졌다.

어린 왕자에 나오는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같은 섬.

비양도가 보이는 걸 보니 여긴 협재구나.

비양봉 등대 그늘에 몸을 숨긴 채 바라보던 전망이 참 예술이었는데...


현실 세계와 게임 세계 모두 신경 쓸 일이 많아서 그런지, 아무것도 없는 탁 트인 바다가 갑자기 생각난 듯했다.

물론 원래도 바다를 좋아하긴 하지만.


언제 한번 시간 내서 제주도를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 머지않은 시일에 말이다.

사장님께 한번 말씀드리고 며칠 쉬다가 올까?

아니면 차라리...


.

.

.


“오셨습니까, 주인님.”


“여~ 제선생. 오늘도 수고가 많네.”


언제봐도 늘 열심히 하는 제임스다.

파란 용액이 끓고 있는 연금술 도구 앞에 앉아 오늘도 열심히 부활석을 맞춰가며 덩어리를 만들고 있었다.


“숙련은 많이 됐어?”


“하하... 예. 처음엔 힘들었는데 하다 보니 이것도 점점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세공술은 다른 제작 기술과는 달리 세공 템의 제작 난이도에 따라 그 숙련도가 결정된다.

연금술처럼 포션 하나당 숙련도가 1씩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걸 만들 때마다 그 난이도에 비례해 숙련도가 쑥쑥 올라갔다.


특히 장신구보다는 구슬 제작이 더 어려웠다.

하여 구슬 제작에 성공하기만 하면 숙련도가 무려 100 가까이나 올라갔다.


이렇게만 본다면 다른 제작 스킬보다 숙련도 올리기가 쉬울 것 같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았다.

제임스의 솜씨가 매우 뛰어나다 보니 가능한 것이지, 어지간한 이들은 구슬은커녕 덩어리 하나도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

괜히 플레이어들이 세공을 하며 욕을 하는 게 아니었다.


“그나저나 얘는 조금 큰 것 같다?”


“그렇습니까? 저는 늘 봐서 그런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냐. 조금 컸어, 확실히.”


책상 끄트머리에서 나를 보며 눈을 깜빡이는 데미안.


“이리 와.”


내가 손을 내밀자 곧바로 총총 뛰어와 내 손에 머리를 비비기 시작했다.


“원혼석은 잘 먹고 있어?”


이에 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녀석.


“그래. 공부 못해도 되니까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그러면서 나는 이 귀여운 녀석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살살 쓰다듬어주었다.


“희한하다니까... 자기의 화신이라면서 어떻게 이렇게 다를 수가 있지?”


로니에게서 나온 녀석이지만 어찌 된 일인지 검다는 것 빼고는 로니와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었다.


“무슨 마인부우도 아니고.”


선한 마인부우와 악한 마인부우로 나뉜 것처럼 귀여움이란 귀여움은 데미안이 다 가져간 것 같달까.


“...마인부우가 무엇입니까, 주인님?”


“마인부우? 음... 그러니까...”


뭐라 설명해야 하나 잠시 고민하던 중.


슈웅.


때마침 아지트로 귀환한 로니.

하여튼 양반은 못 된다.


“저기 왔네, 마인부우. 악한 마인부우.”


나는 귀여운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로니를 가리키며 말했다.


“뭐라 떠드는 것인가.”


“알아서 뭐 하시게요. 됐고, 왔으니까 바로 가자.”


나는 구석에 있는 상자로 다가가 창고를 열었다.


“제임스. 포션 좀 챙겨갈게.”


“예. 얼마든지 가져가십시오.”


눈물꽃으로 만든 C급 마나포션.

나는 한가득 이를 챙긴 후 곧장 램프를 꺼내 들었다.


“준비됐어, 로니? 무서우면 지금이라도 빠져. 뭐라고 안 할 테니.”


“허튼소리. 어서 뚜껑이나 돌려라.”


“큭큭큭.”


농담은 이쯤하고 나는 로니의 말대로 램프의 뚜껑을 돌렸다.


붉은 기운이 뿜어져 나와 곧장 나의 몸을 휘감았다.

순식간에 새빨개진 나의 ID.


“제임스. 이번에는 조금 오래 걸릴 것 같아. 그니까 집 잘 지키고 있어.”


“어디로 가시는 겁니까?”


“수확하러.”


“수확이요?”


“그래. 거둬들여야 할 게 있거든.”


나는 곧장 귀환석을 꺼냈다.

그리고 주저 없이 이를 사용했다.


.

.

.


하늘을 붉게 물들인 적막한 노을.

그와 달리 세월마저 떠나버린 듯한 빛바랜 땅.


“왔구나, 드디어.”


살인자들의 유배지.

참회의 땅.


“후후후.”


연옥.


카오 녀석들의 타락을 수확하기 위해, 이 몸께서 직접 이곳에 강림하셨다.


작가의말

한동안 업로드가 늦습니다.

비축분이 쌓이면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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