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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 쓰는 흑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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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다
작품등록일 :
2022.01.04 18:12
최근연재일 :
2024.03.1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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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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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2,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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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4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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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82화

DUMMY

며칠 뒤.


귀부인의 유인 작전으로 나는 지난 며칠간 살모사든 누구든 가리지 않고 보이는 족족 카오들을 쓸어버렸다.

그 결과.


“어휴... 바글바글한 것 봐라.”


마을 안은 밖으로 나올 엄두를 내지 못한 카오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림은 모두 그려졌다.

이제 마지막으로 타락을 거두기만 하면 끝.


“자자, 모두 주목!”


나는 크게 손뼉을 치며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간 고생들 많았다.”


이에 여기저기서 날아드는 살기 어린 눈빛들.

하지만 나는 이를 무시하고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더 이상 밖으로 안 나가는 것 보니 이제 마무리를 짓도록 하겠다. 본좌가 그대들의 죄를 사해주겠다. 이의 있는 사람?”


뭔 개소리를 하냐는 듯한 반응.

예상한 반응이다.


“오늘은 맛보기로 한 명만 속죄시켜주겠다. 그것도 무료로.”


그러자 눈빛이 아예 나를 미친놈으로 보는 듯한 눈빛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질문 있습니다.”


“어. 말해.”


한 대머리 사내가 손을 들며 질문했다.


“속죄라는 게 무슨 뜻입니까? 설마 제가 아는 그...”


“맞다. 그 속죄. 여신상에서 하는 그거 있잖아.”


이에 사내는 반신반의 하는 목소리로 질문을 이어 나갔다.


“정말... 속죄해주실 수 있는 겁니까?”


“하... 속고만 살았냐?”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에휴...

기회를 줘도 못 받아먹어요, 하여튼.


“됐다. 혓바닥 긴 놈이랑은 말 섞고 싶지 않다. 쟤 말고 속죄하고 싶은 다른 사람?”


“아... 아닙니다! 하겠습니다! 근데...”


“근데, 뭐?”


“...어떻게 하면 되는 겁니까?”


뭘 어떻게 해.


“그냥 죽으면 된다. 나한테. 아니면 여기 옆에 계신 로선생한테 죽든지.”


“......”


그러자 대머리 사내를 포함한 모두가 진짜 나를 미친놈처럼 쳐다보았다.


“방법을 알려줘도 원...”


하긴, 직접 보지 않고서는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니들 중에 그 영상을 본 놈들이 있을 텐데? 내가 타락을 흡수하는 영상 말이야.”


그제야 뭔가를 떠올린 녀석들.

카오들을 연옥으로 몰아넣기 전, 나는 그냥 놈들을 족족 죽일 때마다 타락을 흡수했었다.

그 장면이 담긴 영상이 유튜브에서 이미 돌아다니고 있었다.


“맞다! 그 영상!”


“그, 그러면 진짜 속죄가 가능한 건가?”


“정말 그럴지도...”


영상을 언급하자, 이내 웅성거리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으휴... 시끄러운 놈들. 됐고, 너 대머리. 일단 앞으로 나와 봐.”


“저요?”


“그래. 여기 대머리가 너밖에 더 있냐?”


하여튼 커스터마이징도 특이하게 한다.

실제 이런 놈들은 풍성충일 가능성이 높다.


어쨌든 나의 부름에 곧장 앞으로 나온 녀석.


“마을 안에서는 죽일 수 없으니까 밖으로 나가자.”


이에 나는 사내와 함께 곧장 마을 입구 바깥에 섰다.


“다들 잘 봐라. 남자는 한 입으로 두말하지 않는다.”


나는 곧장 썬더 라이트닝을 소환했다.


“반항하지 마라. 빨리 끝내줄 테니까.”


“예.”


“근데 그 전에...”


“......?”


“뭉지뭉지라... 아이디 참 특이하네. 죽기 전에 내 주위를 20바퀴 돌면서 나는 빡빡이다 20번 외쳐.”


“예?”


왜 갑자기 이런 걸 시키고 싶어졌는지는 나도 잘 모른다.


“공짜로 속죄시켜주는 거잖아, 인마. 할 거야 안 할 거야?”


“하, 하겠습니다!”


혹시 내 마음이 바뀔까 봐, 뭉지뭉지는 내 주위를 돌면서 크게 외치기 시작했다.


“나는 빡빡이다! 나는 빡빡이다!”


어쩌다 카오가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녀석은 순박하게도 내가 시키는 대로 행동했다.

그렇게 20바퀴를 다 돌자.


“좋다. 너의 죄를 사하노라.”


콰르르릉!

콰르르릉!


나는 연속해서 두 방의 썬더 라이트닝을 내리꽂았다.


HP가 바닥이 난 뭉지뭉지는 그 자리에 쓰러졌다.

그리고.


스으으으.


그의 몸에서 붉은 기운이 빠져나와 내게로 모조리 흡수됐다.


“다들 잘 봐라. 얘 아이디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나는 손으로 뭉지뭉지를 가리켰다.

붉었던 그의 아이디는 새하얀 아이디로 바뀌어 있었다.

그리고 하얀 빛이 그를 감싸더니 이내 연옥이 아닌 다른 곳으로 이동시켰다.

아마 날갯짓 요새로 강제 귀환 됐으리라.


“오늘은 맛보기로 이 정도만 보여준다. 잘들 생각해. 여기서 몇 날 며칠 소각로나 돌릴 건지, 아니면 나한테 속죄할 지 말이야.”


용건은 끝났다.

나는 그들을 등진 채 한참을 걸어갔다.

그리고 그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램프를 이용해 다시 아지트로 귀환했다.


.

.

.


다음날.


“얘들아. 형님 오셨다. 인사들 안 하냐.”


다시 연옥으로 돌아간 나는 능청스럽게 카오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넸다.

이전 같았으면 죽일듯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겠지만, 어제 뭉지뭉지가 속죄된 것을 본 이후로는 확실히 나를 보는 눈빛이 달라졌다.

뭔가 고민하는 듯한 눈빛이랄까.


아무튼 시간은 소중하기에 나는 곧장 본론으로 넘어갔다.


“오늘도 본좌는 너희들의 죄를 사해주려 한다. 허나!”


잠시 말을 끊자, 모두가 숨죽이며 다음 말을 기다렸다.


“맨입으로 해줄 순 없다. 내가 자선사업가는 아니라서 말이야.”


이에 웅성거리는 녀석들.


“조용히들 해라. 형님 말 아직 안 끝났으니깐. 그간 너희들도 고생 많았으니 파격적인 가격에 속죄시켜주겠다. 1타락 당 100골드. 여신상에서 하던 가격이랑 똑같다. 니들 타락에 100을 곱한 만큼 골드를 내면 속죄시켜준다 이 뜻이야.”


말이 끝나자마자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더욱 커졌다.


“지... 질문 있습니다.”


“해봐.”


어느 한 카오가 손을 들고 말했다.


“정말 내기만 하면 속죄시켜주는 겁니까?”


“속고만 살았냐? 하기 싫으면 하지 마. 너는 탈락이다.”


이에 다급해진 녀석.


“아, 아닙니다! 하겠습니다! 드... 드리겠습니다!”


그러면서 녀석은 사람들을 비집고 곧장 내 앞으로 튀어나왔다.


곧바로 교환창이 열렸다.

내게 1,700골드를 냉큼 넘긴 녀석.


“잘 부탁드립니다.”


“그래. 따라와라.”


거래가 끝나자마자 우리는 마을 입구 밖으로 장소를 옮겼다.


“시작하시지요, 로선생.”


졸지에 사형집행관이 된 로니.

로니는 얌전히 무릎 꿇은 녀석을 망치로 무자비하게 내리쳤다.


“가... 감사합니다...”


죽은 녀석이 감사하다고 하는 우스운 상황.

아무튼, 타락이 모두 빨린 녀석은 얼마 지나지 하얀빛에 휩싸여 날갯짓 요새로 옮겨졌다.


“오늘은 딱 열 명만 속죄시켜준다. 한 명은 끝났으니 이제 아홉 명 남았네.”


이에 슬슬 동요하기 시작하는 카오들.


“죄를 뉘우치고 싶은 놈들은 와라, 어서.”


아직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지만, 흐름은 내게로 넘어왔다.


“없어? 없으면 말고. 다들 열심히 소각로나 돌려라. 나는 가보련다. 가자, 로니.”


결국 내가 떠나려는 행동을 취하자.


“자, 잠시만요! 낼게요!”


“저도요!”


“저도 내겠습니다!”


결국 더 이상 참지 못한 이들이 우르르 내 앞으로 몰려나왔다.


“비켜 새꺄!”


“너나 비켜 이 새꺄!”


입구는 순식간에 30명이 넘는 인원들로 북적였다.

그리고 다들 자기가 먼저 왔다며 목에 핏대를 세워 고래고래 소리 지르기 시작했다.


“다들 조용! 왜 이렇게 시끄러워! 내가 지정할 거야. 너! 그리고 너! 그다음에 옆에 너!”


나는 그렇게 가장 먼저 튀어나온 아홉 명을 지정해 마을 밖에 일렬로 줄을 세웠다.


“일단 수금... 아니, 수고비를 먼저 받겠다. 맨 앞에서부터 나한테 교환창 열어.”


앞서 일러둔 대로, 이들은 자신들의 타락 수치에 100을 곱한 금액을 차례로 내게 넘겼다.

그렇게 마지막 녀석의 골드를 받는 순간.


“이 새끼가 장난치나.”


“예?”


“감히 본좌를 떠봐? 골드가 부족하잖아, 인마!”


“아... 아닌데요...”


“끝까지 나를 병신으로 아네? 2,300골드를 내야지, 왜 1,500골드야!”


“그... 그걸 어떻게...”


뭘 어떻게야.

금안으로 미리 다 살핀 거지.


“안 되겠다. 너는 괘씸죄를 적용해서 두 배로 받아야겠다. 총 4,600골드. 3,100골드를 더 낼래 아니면 저기서 소각로 돌릴래?”


“......”


얼굴에 낭패감이 가득한 녀석.


“...더 내겠습니다.”


그래도 소각로를 돌리기는 싫었는지, 녀석은 결국 3,100골드를 추가로 더 냈다.


“정직하게 좀 살자, 정직하게. 밑장 빼는 것도 사람 봐가면서 해야지, 쯧쯧.”


어떻게든 손해 덜 보려고 머리를 굴렸지만 내게는 안 통한다.

혹 떼려다가 혹을 붙인 녀석.


“로선생. 이제 시작하시지요.”


또다시 사형집행관이 된 로니.

로니는 군말 없이 줄 서 있는 카오들을 차례차례 망치로 응징했다.


그렇게 골드도 벌고 타락도 흡수한 나는 마을 안에 남은 이들을 보며 말했다.


“내일은 올지 안 올지 모른다. 아무튼 잘들 생각해봐. 어떤 게 더 좋을지 말이야.”


이 말을 마지막으로, 나는 오늘도 램프를 이용해 아지트로 다시 돌아왔다.


.

.

.


다음날.


연옥으로 다시 돌아가니, 순식간에 많은 이들이 내 주위를 에워쌌다.


“디오님! 오늘은 속죄 안 해주십니까?”


“제발 부탁드립니다! 골드는 충분히 내겠습니다!”


“저는 세, 세 배로 내겠습니다!”


아주 그냥 다들 내 손에 죽고 싶어서 환장을 했다.


“음... 할까 말까? 자, 속죄하고 싶다 하는 놈들은 손!”


이에 대부분의 인원이 손을 번쩍 들었다.

살모사 놈들은 빼고.


“이렇게들 원하는데 안 해줄 수도 없고... 좋다! 불쌍한 어린 양들이여! 너희들의 죄를 사해주겠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대신 오늘은 200골드다. 알아서들 계산해라.”


“물론입니다!”


“감사합니다, 디오님!”


참으로 우스웠다.

돈 내고 죽는데도 저렇게들 좋아하다니...


나는 그들 뒤로 침묵을 지키고 있는 살모사 놈들을 슬쩍 보았다.

다들 표정이 썩어있었다.

그중 소포이의 표정이 아주 볼만했다.


오늘은 통 크게 인심 써서 인원 제한 없이 원하는 모든 이들을 속죄시켜주었다.

죽이는데도 한참이 걸렸다.

그렇게 오늘도 충분한 수확을 거둔 나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램프를 이용해 다시 아지트로 돌아왔다.


.

.

.


이틀 뒤.


“어찌, 다들 잘 지냈냐?”


일부러 하루 건너뛰고 돌아온 나는 마을에 있는 살모사 놈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넸다.

이제 연옥에는 살모사 놈들밖에 없었다.

그 와중에 소포이와 조장 몇 명은 사냥을 나갔는지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어떡할래, 니들?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속죄할 거야, 안 할 거야?”


이에 서로 눈치만 보며 아무 말도 못 하는 녀석들.


“별로 생각이 없나 보네. 10초 준다. 10초 안에 결정 안 하면 이제는 진짜 끝이야. 10, 9, 8...”


긴말하기 싫은 나는 곧바로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7, 6, 5...”


여전히 움직임이 없는 녀석들.


“4, 3, 2...”


꼴에 마지막까지 자존심을 지키나 싶던 순간.


“하겠습니다!”


이들 중 한 명이 용기 내어 소리쳤다.

그를 기점으로 도미노가 시작됐다.


“저도 하겠습니다!”


“저도요!”


결국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여기저기서 속죄받겠다고 놈들이 소리쳤다.


“진작에 그럴 것이지. 좋다. 대신 오늘은 300골드다. 불만 있으면 운동 삼아 소각로나 돌리시던가.”


값을 올렸음에도 아무도 토를 달지 않았다.

다만 이 자리에 함께 있던 두 조장 녀석의 표정은 더욱더 썩어들어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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