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힐 쓰는 흑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나라다
작품등록일 :
2022.01.04 18:12
최근연재일 :
2024.03.19 00:05
연재수 :
109 회
조회수 :
44,485
추천수 :
663
글자수 :
572,793

작성
23.03.28 16:05
조회
180
추천
2
글자
12쪽

72화

DUMMY

“신기하네.”


뚜껑 테두리에 있던 붉은 문자는 빛을 잃어 어둑해졌다.

마치 전원이 나간 것 같달까.


“뚜껑을 열면 램프가 힘을 잃는다.”


“그래?”


한마디로 비활성화가 된다는 말.


“넌 이런 거 도대체 어떻게 아는 거냐?”


“모를 수가 없지.”


아주 만물박사가 따로 없다.

따지고 보면 제일 신기한 게 로니라니까...


아무튼 이제 녀석들을 연옥으로 보낼 수 있게 됐다.

눈엣가시 같던 놈들.


뚜껑을 분리한 채, 나는 다시 램프를 인벤 안으로 집어넣었다.

그리고 가는 길에 있던 녀석들을 모조리 잡아주었다.


램프가 비활성화된 이후로는 남들과 마찬가지로 카오를 죽일 때마다 신성력이 1씩 올라갔다.

타락 흡수를 못 한 건 아쉬웠지만 그래도 연옥에 보내버린 걸 생각하면 속은 아주 시원했다.


그렇게 대략 열 명쯤 골로 보낸 무렵.


“히아아악!”


제법 숲속 깊은 곳으로 들어온 것인지 하늘에는 정예 몹인 하피 메이드가 날아다니고 있었다.


“좋아... 슬슬 시작해볼까?”


하피 메이드는 일반 하피보다 훨씬 골치가 아픈 녀석이기에 이곳까지 오는 플레이어는 많지 않았다.

지도를 열어 주변에 플레이어가 없는 것을 확인한 나는 곧바로 네크로맨시를 사용했다.

소환 대상은 바로 레드 고스트.


C급 소환석 1개와 MP 50을 소모하면 소환할 수 있어 매우 가성비가 좋은 녀석이었다.

게다가 물리 공격 피해를 받지 않으니 하피를 상대하기에는 최적의 소환수.

나는 곧장 레드 고스트 3마리를 소환했다.


“옆으로 쭉 서봐.”


이에 고분고분 내 말을 따르는 녀석들.


“별거 없고 그냥 최대한 들러붙어서 쪽쪽 빨아먹어라. 알겠지?”


말은 못 하는 녀석들이지만 그래도 내 말을 알아듣고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여기 나무 뒤에 숨어있어.”


녀석들을 대기 시키고 나는 로니와 함께 앞으로 걸어나갔다.

그리고 날 좀 보라고 하늘을 향해 손을 마구마구 흔들었다.

이런 노력이 통했는지 녀석이 시선이 내게로 꽂혔다.


“바로 오네.”


정예라 그런지 우리의 뒤를 노리지 않고 정면으로 날아오는 녀석.


나는 남자답게 로니의 뒤에 숨었다.

이미 슬로우는 소환된 상태.

활로 쫓아 보낼만한 녀석이 아니기에 로니 역시 망치를 쥔 채 대기하고 있었다.


거리는 순식간에 좁혀졌다.

마침내 사거리에 들어왔을 때 나는 곧바로 녀석에게 슬로우를 쏘아 보냈다.


검은 사슬이 화살처럼 쏘아져 나갔다.

이에 흠칫하며 옆으로 피한 녀석.

하지만.


촤르륵.


“새 대가리인 건 똑같구나.”


유도탄처럼 따라 움직이는 슬로우를 피할 수는 없었다.

움직임이 느려지자 당황한 녀석.


“얘들아. 이제 나가서 일해라.”


나의 명에 숨어있던 고스트들이 일제히 튀어나왔다.


하피만 비행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던전에서 봤을 땐 별생각 없었지만, 고스트 역시 엄연한 비행 몹.

녀석들은 하피에게 기생충처럼 달라붙어 HP를 쪽쪽 빨아먹기 시작했다.


분노한 하피가 날카로운 발톱을 할퀴어 댔지만 소용없었다.

칼로 물을 베는 격이랄까.


“후후.”


이에 지켜보던 로니도 다시 활을 들었다.

고스트뿐만 아니라 화살 공격까지 당하자 녀석은 당황하여 하늘 위로 다시 솟구쳤다.


하지만 상관없다.

어차피 시간 문제니까.


뒷짐을 진 채 나는 느긋하게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


“떨어지네.”


발악하던 하피 녀석이 HP가 다 닳아 그대로 땅으로 추락했다.


쿵!


멀지 않은 곳에 시신이 떨어졌다.

여전히 그 주변을 맴도는 세 고스트.


“거기 있는 거 다 가져와.”


이에 고스트들은 드랍템들을 주섬주섬 주워다가 내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나쁘지 않네. 고생했어.”


약간의 골드와 마핵 하나.

어차피 템을 노리고 사냥한 게 아니기에 딱히 실망하진 않았다.


나는 원래 메이드가 앉았었던 나무로 발길을 옮겼다.

그리고 그 근처에서 눈물꽃 한 송이를 채집할 수 있었다.


“좋아. 계속 이동하자, 로니.”


소환수를 부린다는 것은 이렇게나 좋은 일이었다.

거기다가 물리 공격에 면역인 녀석들을 소환할 수 있으니 사기도 이런 사기가 없었다.


허나 시간이 없었다.

소환수의 소환 시간은 고작해야 1시간.

고스트를 소환하는 데 1천 골드나 들어가는 꼴이니 한 마리당 무려 시급 10만 원이었다.


지도를 살펴 가며 나는 일부러 플레이어들을 피해 다녔다.

소환수를 부리는 걸 보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

언젠가는 알려지겠지만 아직은 알려지고 싶지 않았다.

비장의 한 수로 남겨두고 싶달까.


아무튼 이리저리 피해 다니면서 메이드가 있는 곳으로만 골라 다녔다.

녀석이 있는 곳에 눈물꽃이 있기 때문.


보통은 10명 이상 파티가 아니고서야 이곳까지 오지 않을 만큼 녀석은 상대하기 까다로운 몹이었다.

눈물꽃이 플레이어들의 눈물을 먹고 자란다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닐 정도로 말이다.


허나 슬로우와 고스트, 그리고 로니의 활 공격 이 3종 세트는 녀석에게 있어 쥐약이었다.

누군가가 메이드를 이렇게 수월하게 잡는 것을 봤다면 아마 입이 떡 벌어졌을 것이었다.


어쨌든 고스트가 사라지기 전까지 나는 눈물꽃을 채집하러 부지런히 이곳저곳 다녔다.

그렇게 운이 좋게 10송이를 채집했을 무렵.


“아... 얼마 안 남았네.”


고스트의 소환 시간이 10분밖에 남지 않았다.


한 타임 쉬고 채집을 이어나갈까 생각했다.

하지만.


“로니. 여기까지 온 김에 살짝 구경만 하고 갈래?”


“하피 퀸 말인가?”


“응.”


제법 깊숙이 들어온 탓에 우리는 필드 보스인 하피 퀸의 둥지 근처까지 와있었다.


“마음대로.”


“가자, 그럼.”


잡을 수야 없겠지만 구경은 한번 하고 싶었다.

지랄의 정점, 지랄 그 자체라 불리는 하피 퀸을 말이다.


얼마 걸리지 않아 우리는 숲의 가장 중심부에 도달할 수 있었다.


반경 100미터는 되는 뻥 뚫린 공간.

그곳의 정중앙에는 10층 건물 높이의 큰 나무가 하나 자리 잡고 있었다.

나무의 꼭대기에는 커다란 둥지가 틀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둥지 한가운데에 서 있는 녀석.


[하피 퀸] [상급]

HP / MP : 1300 / 400

공격력 / 마법력 : 130 / 0

방어력 / 저항력 : 60 / 80


“와... 저거 하피 맞냐...”


실로 엄청난 덩치였다.

그리폰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


능력치 또한 대단했다.

특히 공격력.

놀랍게도 저 130의 공격력은 한쪽 발톱 기준이었다.


재수 없게 양쪽 발톱에 찍힌다면 그대로 골로 갈 수도 있었다.

설령 살아남는다 해도 공격력만큼의 출혈 피해가 확정적으로 생기기 때문에 웬만해선 그냥 죽는다고 알려진 상황.


거기다가 어찌나 빠르고 영악한지 제대로 유효타를 먹이기도 어려운 녀석이었다.

불리할 땐 또 둥지 위로 올라가 쉬면서 HP를 회복해버리니, 대형길드에서 마음먹고 오지 않는 이상 공략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돌아가자, 로니. 구경 다 했다.”


어쨌든 구경은 했으니 만족했다.

다시 눈물꽃이나 채집하러 되돌아가려던 순간.


“충분히 잡을 수 있는데 왜 돌아가잔 말인가?”


“뭘? 하피 퀸을?”


“그렇다.”


...뭔 소리야?


“저걸 어떻게 잡아?”


“고스트가 있지 않나.”


“있긴 하지. 근데 꼴랑 세 마리로 저걸 잡자고?”


“셋으론 부족하다.”


“잘 아네! 알면서 뭘...”


“셋이 아니라 서른이면 되지 않겠나.”


“서른?”


아...

난 또 뭐라고...


“저기요... 선생님? 선생님께서 뭘 잘 모르시는 것 같은데... 이 소환수라는 건 말이지요, 그렇게 막 뽑고 싶다고 쭉쭉 뽑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소환 마법이 아주 대단한 마법인 것은 사실이다.

서먼 엘리멘탈의 경우, 시전자의 능력치에 따라 강력한 정령도 소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구마구 뽑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소환석과 마나가 충분하다 해도, 동시에 부릴 수 있는 소환수의 수는 제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중급 정령은 2마리까지, 하급 정령은 8마리까지 뽑을 수 있다는 식으로 말이다.

물론 시전자가 강해질수록 소환 가능한 숫자도 늘어난다.


“알고 있다. 허나 그런 것은 하찮은 자들에게나 통하는 것일 뿐.”


“......?”


“디오. 너는 아직도 나의 힘을 잘 모르는군. 그깟 제약이 이 몸에게 통하리라 생각하는가?”


“뭔 소리야?”


“상상도 못 할 것이다. 얼마나 많은 언데드들이 내 통솔 아래에 있는지를. 그러니 해보도록. 나의 권능을 누려 부대를 만들어보라는 말이다.”


“그러니까... 그런 숫자 제한 없이 내가 막 소환할 수 있다, 이 뜻이야?”


“그렇다.”


믿기 힘든 소리였다.

소환석과 마나만 충분하다면 원하는 만큼 뽑아낼 수 있다고?


사실 내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시험해본 적은 없었다.

그저 고스트로 따지자면 서너 마리 정도만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을 뿐.


반신반의했지만 일단 나는 로니의 말을 믿어보기로 했다.

하여 곧장 네크로맨시를 사용해 레드 고스트를 더 소환해보았다.

그러자.


“이게 되네...”


6마리의 레드 고스트가 추가로 소환됐다.

앞선 녀석들까지 포함하면 도합 9마리.

딱 봐도 내 능력치 수준을 벗어난 상황.


“아직 갈 길이 멀다. 어서 성장해라, 디오. 그래야 나의 진정한 권능을 누릴 테니.”


진정한 권능을 누리지 못하더라도 지금만 해도 사기적이었다.

소환수를 숫자 제한 없이 마구 뽑을 수 있다니.

이게 말이 된단 말인가?


“미쳤구만, 이 권능이라는 거...”


“후후후.”


“그래... 이게 가능하단 말이지?”


아무것도 모른 채 둥지에서 숲을 조망하고 있는 하피 퀸.

재빨리 계획을 세운 후 나는 소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세 고스트를 앞으로 불러들였다.


“잘 들어라. 넌 1번. 니가 2번. 너는 3번. 1번 너 먼저 저~기 둥지로 가서 하피 퀸한테 들러붙어. 알았지?”


이에 고개를 끄덕이는 1번 고스트.


“시간이 없다! 어서 가!”


이에 1번 녀석은 곧장 둥지를 향해 직선으로 날아갔다.


“나머지는 저기 나무 뒤에 숨어있어. 명령 내리기 전까지는 나오지 말고.”


이에 8마리의 고스트들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내가 가리킨 나무 뒤로 열을 맞추어 몸을 숨겼다.


머지않아 1번 고스트가 둥지에 도착했다.

이에 고개를 갸웃하는 하피 퀸.


“하아아아...”


녀석은 내가 시킨 대로 하피 퀸에게 들러붙어 HP를 빨아먹기 시작했다.


“히아아악!”


이에 성을 내며 고스트를 할퀴는 하피 퀸.

하지만 퀸의 발톱은 아무런 저항 없이 고스트의 몸통을 뚫고 지나갔다.


몇 번 더 할퀴어봤지만 역시나 소용이 없었다.

이에 더욱 분노한 녀석이 갑자기 귀가 찢어질 듯한 울음소리를 토해냈다.


“으으... 정말...”


이렇게 멀리서 듣는대도 소름이 돋았다.

사실 저건 평범한 울음소리가 아닌 하피 퀸 전용 스킬.


강력한 보스들은 대개 광역 cc기를 가지고 있다.

저것 역시 그런 cc기였는데, 듣는 플레이어들은 모두 혼란에 빠져 잠시나마 자신의 움직임을 통제할 수 없게 된다.

괜히 필드 보스가 아닌 셈.

하지만.


“하아아아...”


멀쩡하게 계속 하피 퀸에게 들러붙어 있는 고스트.

언데드는 그 어떤 디버프에도 영향받지 않는다.

혼란 역시 그저 디버프 중 하나일 뿐.


“큭큭큭.”


이제야 나는 내가 흑마법사가 된 것이 실감 났다.

저런 사기적인 녀석을 소환할 수 있다니...

절로 웃음이 흘러나왔다.


비장의 한 수까지 통하지 않자, 하피 퀸은 더욱 당황해하는 눈치였다.

결국 고스트를 떼어놓기 위해 더욱 높이 솟아오른 녀석.

그리고 잠시 날개를 접더니.


“이제야 저걸 쓰네.”


긴 울음을 토해내며 날개를 활짝 펼쳤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힐 쓰는 흑마법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09 109화 +2 24.03.19 25 0 16쪽
108 108화 24.03.14 37 0 12쪽
107 107화 24.03.11 43 0 11쪽
106 106화 24.03.07 45 0 11쪽
105 105화 24.03.04 43 0 11쪽
104 104화 24.02.29 48 0 11쪽
103 103화 24.02.26 54 0 12쪽
102 102화 24.02.22 53 0 11쪽
101 101화 24.02.19 47 0 12쪽
100 100화 24.02.16 51 0 11쪽
99 99화 24.02.13 50 0 12쪽
98 98화 24.02.06 55 0 12쪽
97 97화 24.02.02 55 0 12쪽
96 96화 24.01.29 55 0 12쪽
95 95화 24.01.26 53 0 12쪽
94 94화 24.01.21 62 0 12쪽
93 93화 24.01.18 63 0 11쪽
92 92화 24.01.16 68 0 12쪽
91 91화 24.01.07 74 0 12쪽
90 90화 24.01.01 76 0 11쪽
89 89화 23.12.26 83 0 11쪽
88 88화 23.12.20 80 0 11쪽
87 87화 23.12.16 87 0 11쪽
86 86화 23.12.01 90 0 11쪽
85 85화 +1 23.11.14 104 1 11쪽
84 84화 23.10.25 94 0 12쪽
83 83화 23.10.06 110 0 11쪽
82 82화 23.05.24 160 0 12쪽
81 81화 23.05.19 134 1 11쪽
80 80화 23.05.16 145 1 12쪽
79 79화 23.05.06 164 0 12쪽
78 78화 23.04.25 185 1 11쪽
77 77화 23.04.02 208 2 12쪽
76 76화 23.04.01 183 2 11쪽
75 75화 23.03.31 186 2 12쪽
74 74화 23.03.30 175 2 11쪽
73 73화 23.03.29 183 2 12쪽
» 72화 23.03.28 181 2 12쪽
71 71화 23.03.27 188 1 11쪽
70 70화 23.03.26 188 3 12쪽
69 69화 23.03.25 188 2 11쪽
68 68화 23.03.24 188 1 12쪽
67 67화 23.03.23 191 2 11쪽
66 66화 +1 23.02.03 250 3 12쪽
65 65화 +1 23.02.02 221 3 11쪽
64 64화 23.02.01 226 4 12쪽
63 63화 23.01.29 236 3 11쪽
62 62화 23.01.26 232 3 12쪽
61 61화 23.01.20 255 4 11쪽
60 60화 23.01.18 277 5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